전쟁에 지친 우크라 국민들 “이제 그만 싸우자”

● WORLD 2024. 11. 28. 06:16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종전협상 지지율, 1년 새 27%→52%


군 사망 6만~10만, 전투불능 중상 40만
동원 가능 우크라 남성 5%가 사망, 중상

‘끝까지 싸우겠다’ 63%→38%
60% 이상 ‘러에 빼앗긴 땅 포기할 수 있다’

 

11월 23일, 수백만 명이 굶어죽은 932-33년 대기근을 추념하는 행사에서 홀로도모르 희생자 기념비를 방문한 우크라이나 키이우 사람들, 2024.11.23. 로이터 연합
 

3년이 돼 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양쪽 군인들은 얼마나 죽고 다쳤을까? 우크라이나 국민은 여전히 러시아군을 몰아낼 때까지 물러서지 말고 싸워야 한다고 생각할까?

 

최근까지의 우크라이나 군인 연령대별 사망자 수.   이코노미스트 11월 26일
 

러시아군 사망자 10.6만~20만 명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26일 기사 ‘우크라이나 군인은 얼마나 죽었나?’(How many Ukrainian soldiers have died?)에 따르면, 우선 러시아군의 경우 서방의 정보분야 관리들은 지금까지 최대 20만 명의 러시아 군인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7월에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한 가장 최근 추정치는 6월 21일까지 10만 6000~14만 명의 러시아 군인이 숨진 것으로 돼 있다. 정보 출처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러시아 군인 사망자는 적게 잡아도 10만이 훨씬 넘는 엄청난 수치다.

 

우크라이나 군인 연령대별 사상자 수(단위 1000명)와 연령대별 남성 인구 비율(오른쪽) 빨간색은 사망자, 분홍색은 부상자(최저 추정치), 연분홍색은 부상자 최대 추정치.   이코노미스트 11월 26일
 

우크라군 사망자 6만~10만, 전투불능 중상자 40만

우크라이나는 지원하는 동맹국들이 추정치를 제공하길 꺼리는 탓에 사상자 수를 알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정보기관과 국방부 관리, 연구원 및 오픈소스 정보기관에서 유출되거나 공개된 보고서 등에 나오는 사망자 데이터를 수집해서 분석한 결과, 지금까지 적어도 6만~10만 명의 우크라이나 군인이 사망했다. 여기에는 실종되거나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은 빠져 있고, 보고서들을 독립적으로 검증하기도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사망자 수에 대한 근사치를 제공한다. 여기엔 민간인 사망자가 포함돼 있지 않다. 민간인 사망자에 대한 자료는 너무 적지만, 그 수가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아마도 40만 명의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더는 싸울 수 없을 정도의 중상을 입었을 것으로 본다. 군인 사망자 1명당 6명 이상의 군인들이 중상을 입은 꼴이다.

전투동원 가능 연령 남성 5%가 사망 또는 중상

우크라이나의 인명손실을 추적하는 웹사이트 유에이 로시스(UAlosses)에 따르면,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적어도 6만 435명의 우크라이나 군인이 사망했다. 다른 자료들과 달리 UAlosses는 사망자의 이름과 나이를 카탈로그화해, 연령대별 성별(일부 여성들이 복무하지만 전투원의 대부분은 남성이다) 사상자 비율을 계산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의 전투(동원) 가능한 연령(18~49세) 남성인구의 0.5% 이상이 전쟁 이후 사망했다. UAlosses의 데이터는 포괄적이지 않고 모든 군인들 연령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전쟁에서 사망한 남성의 실제 비율은 더 높을 것이다. 계속 싸울 수 있는 경상자들 비율은 더 높을 것이다. 더는 싸울 수 없는 중상자 비율도 훨씬 더 클 것이다. 사망한 군인 1명당 6~8명의 군인이 중상을 입었다고 가정하면, 전투동원 가능 연령 남성 20명 중에 1명(5%)이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은 셈이다.

한국전, 베트남전 때의 미군 총사망자보다 많은 수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인구 대비 전투 중 사망자 수는 베트남전쟁과 한국전쟁에서 숨진 미군 사망자 수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 그것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입은 인명손실에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입은 인명손실은 모병한 외국인 전투원 사망자를 빼고도, 1945년 이후 이 나라가 치른 모든 전쟁들에서 발생한 사상자 수를 합친 것보다 훨씬 더 많다.

이런 엄청난 인명피해를 부른 전쟁이 3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양쪽 당사자 모두 국민 사기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고, 그들 국민과 동맹국들은 싸움이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많은 국민들이 유일한 출구는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 여기고 있을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썼다.

 

'러시아를 물리칠 때까지 계속 싸워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률의 변화 추이. '아니다. 협상해야 한다'는 응답이 '계속 싸워야 한다'는 응답을 지난해 가을께부터 넘어서 절반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11월 20일
'러시아를 물리칠 때까지 계속 싸워야 한다'는 응답자 비율 분포도. 붉은 색이 진할수록 러시아를 물리칠 때까지 싸우자는 응답이 많은 지역이고 옅은 쪽은 그 반대. 2022년 조사 때는 거의 붉은색 일색이었으나 2024년 조사에선 전 지역에서 그 비율이 크게 떨어졌다.   이코노미스트 11월 20일
 

우크라 국민 종전협상 지지율, 1년 새 27%→52%

이를 뒷받침하는 기사를 이코노미스트는 그 엿새 전에 썼다.

‘대다수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이제 전쟁을 끝내기를 바란다’(Most Ukrainians now want an end to the war)는 지난 20일 기사는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19일과 20일에 발표한 조사 결과를 근거로, 우크라이나 국민의 52%가 가능한 한 빨리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을 지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1년 전 조사 때 27%였던 것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끝까지 싸우겠다’ 63%→38%

또 “승리할 때까지” 싸우겠다고 결심한 사람의 비율은 1년 전인 2023년의 63%에서 지금 38%로 급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조차 내년에 외교적 해결을 기대한다고 최근 얘기했다. 이는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내게 하겠다고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당선된 이후의 상황변화를 반영한다.

응답자 60% 이상이 ‘영토 포기할 수 있다’

지난 8월과 10월에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에 대해 계속 저항하며 싸워야 한다는 응답자 비율이 감소했다. 수도 키이우에서 실시한 갤럽 조사 데이터는, 2022년 이후 지금까지 전쟁 계속 지지율이 39%포인트(p)나 줄었다. 전선에 가까운 동남부 지역으로 갈수록 감소 경향이 뚜렷했다.

응답자의 63%가 전쟁 종식을 바란다고 했고, 계속 싸워야 한다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정전(휴전) 회담을 바라는 사람의 약 절반은 러시아에 점령당한 영토(우크라이나 영토의 19%)를 양보해도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양도에 반대하는 응답자는 40%가 되지 않았다.(어떤 지역을 얼마나 포기[양도]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없었다)

이는 명백히 엄청난 인적, 경제적 피해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전쟁 피로를 반영한다. 게다가 영토 보전을 확약했던 미국 등 서방에 대한 환멸이 커지면서 서방 지원에 대한 우크라이나인들의 기대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도 한몫 했을 것이다. 국내정치에 흔들리는 미국의 리더십과 대외 지원 실태를 그들은 지켜보며 실망했을 것이다.(이번 갤럽 조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장거리 에이 태큼스[ATACMS] 미사일 등 서방의 무기사용 제한을 완화하기 전에 실시됐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언제 가입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10년 안에'라고 응답한 우크라이나인이 2023년(분홍색)엔 70%에 가까웠으나 2024년(빨간색)엔 50%를 겨우 넘었다. 10년에서 20년이란 응답은 2024년에 2023년보다 2배 이상 늘었고, 가입 불가능하다는 응답이 2023년엔 10% 정도였으나 2024년엔 20%를 훌쩍 넘었다.    이코노미스트 11월 20일
 

NATO 가입에 대한 기대도 큰 폭 감소

갤럽 데이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민 중 자국이 향후 10년 안에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2023년의 69%에서 2024년에 51%로 줄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국의 나토 가입을 서방에 거듭 요구해 왔으나,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넘어서는 안될 ‘레드 라인’이라 선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경고를 의식하는 미국 독일 등 나토 주요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꺼리고 있다.

내년 1월 출범할 트럼프 2차 정권(트럼프 2.0)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우크라이나에 정전(평화)협정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갤럽 조사는 점점 더 많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종전협상을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푸틴의 러시아가 어떤 조건으로 협상에 응할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 민들레한승동 기자 >

 

 

북한군 교전에 500명 사망설까지…증거 없고 설 난무

● WORLD 2024. 11. 26. 04:39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파병설 2차 증폭'…윤, 살상 무기 제공 임박?


러 "한·러 관계 완전 파괴…모든 방법 대응"

이재명 "종전과 3차 대전 비화의 갈림길”
국회 동의 없는 살상 무기 지원에 반대

국정원 바람 잡고, 국가안보실장 부채질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뉴스가 마침내 '교전과 500명 사망' 주장에까지 이르렀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이를 입증할 사진과 영상 등 '결정적 증거'는 없이 설과 주장뿐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뉴스의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있어도 대체로 우크라이나가 그 출처다.

 

23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진행된 군사훈련에서 제3 독립여단 소속 교관이 군복을 착용한 민간인들을 상대로 무기 작동법을 알려주고 있다. 2024. 11. 23 [AFP=연합]
 

북한군과 첫 교전에 500명 사망설까지

파병설 2차 증폭…증거 없고 주장 난무

대표적 사례가 RBC 우크라이나 통신의 북한군 교전 관련 보도다. RBC에 따르면 24일 아나톨리 바릴레비치 우크라이나군 참모총장이 △ 북한군이 1만1000명 넘게 러시아 쿠르스크에 배치됐다 △ 우크라 군이 이 중 일부와 교전했다 △ 대부분 일반 부대 소속이다 △ 러 극동 지역 토착민으로 위장했다 △ 유럽에서 작전할 수 있게 훈련받았다 등의 내용을 주장했다.

23일 미 군사 매체 글로벌 디펜스 코퍼레이션은 우크라가 20일 영국의 스톰섀도 순항미사일로 쿠르스크를 타격해 북한군 500명이 죽었다고 전했다. 정보의 출처나 근거는 없었다.

더 황당한 건 미국 CNN의 22일 보도다. CNN은 북한군이 쿠르스크 외에 우크라의 하르키우에도 투입됐다고 전했다. "무선 감청 결과 하르키우에서 북한군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란 익명의 우크라이나 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그러나 이틀도 안 돼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게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우크라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북한군 기술 자문관들이 도착했다는 CNN 보도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ISW는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21일 보도도 오십보백보다. '서방 당국자'를 인용한 이 보도에서 WSJ는 10월에 북한이 1만 명 이상의 군인과 장교를 파병했고, 그 후 북한 고위 장교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해당 북한군 장교의 신원이나 부상 정도 등 구체적 내용은 없었다. 앞서 우크라 정부는 북한군 고위 장교들이 최소 500명의 병사를 이끌고 러시아에 입국했으며,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과 리창호 정찰총국장, 신금철 인민군 소장 등 고위급 장성 3명이 포함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2023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회동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살상 무기 제공 타이밍 재는 윤석열

국정원 바람 잡고, 신원식은 부채질

현재 윤석열 정부는 취임 즉시 우크라 전쟁을 해결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전에 살상 무기 지원 '타이밍'을 재고 있다고 봐야 한다. 어떻게든 '구실'을 만들고자 노심초사하면서 북한군 파병 '2차 펌프 작업'에도 맨 먼저 뛰어들었다. 역시 국가정보원이 '바람'을 잡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국정원이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공개'한 내용은 △ 북한군 1만1000여명이 러 동북부에서 현지 적응훈련을 마치고 10월 하순 쿠르스크로 이동 배치됐다 △ 북한군 병사들이 러시아 현지 공수여단과 해병대에 배속됐다 △ 전술 및 드론 대응 훈련을 받고 있고, 일부는 전투에 참여했다 △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구체적인 첩보가 있다 △ 북한이 포탄과 미사일에 이어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 등 장사정포까지 추가 수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등이다.

이틀 후인 22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SBS 뉴스브리핑'에 출연했다. 방송 출연 등을 삼가는 대통령 참모들의 일반적 처신과는 달랐다. 이 자리에서 신 실장은 처음으로 '북한의 포병여단 파견설'을 띄웠다. 그는 "10월 초부터 현재까지 160문 이상, 2개 포병여단 규모가 러시아에 지원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대부분 장사정포라고 통칭하는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제4차 조선인민군 대대장, 대대정치지도원 대회가 지난 14-15일 평양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8일 보도했다. 대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틀차 행사에서 '조성된 정세와 공화국무력 대대장·대대정치지도원들의 임무에 대하여'를 주제로 연설했다고 전했다. 2024.11.18 {조선중앙통신=연합]
 

국정원 "북, 러 공수여단·해병대 배속"

신원식, 북 2개 포병여단 파견설 제기

그리고 이들 포병은 이미 파병됐다는 "1만1000명과는 별도"일 가능성이 크고, 편제 인원이 모두 간다면 "최대 4000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 파병의 대가로 러시아가 "취약한 평양 방공망을 보강하기 위해 관련된 장비와 대공미사일 등을 지원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북한군 파병과 관련한 이런 국정원의 '발표'나 신원식의 '주장', 그리고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의 발언 등이 사실임을 확실하게 '증거'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4일 우크라 매체 키이우 포스트가 북한군 파병설을 처음으로 지핀 이후 50일 넘게 우크라와 한국, 미국의 정보당국과 언론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파병설을 한껏 증폭시켰지만, 결정적인 사진이나 영상을 전혀 제시되지 못하는 상황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내놓은 증거라고는 △ 10월 18일 국정원이 공개한 '북한 병력 수송 목적의 러시아 함정 활동' 관련 위성 사진 △ 우스리스크 소재 러시아 군 기지 연방장에 모여 있다는 북한군 400명이라는 상업용 위성업체 에어버스의 위성 사진 △ 우크라이나군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10월 18일 'X'에 올린, 러시아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소에서 북한군 병사들이 우크라 배치 준비를 위해 러시아 군 장비를 보급받고 있다는, 사실상 북한군인지 식별 불가능한 영상뿐이다. 그리고는 서방의 말과 주장만 난무하고 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2일 모스크바에서 국방부 고위 간부들과 방산업체 대표들이 참가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4. 11. 22 [스푸트니크=EPA=연합]
 

러시아 '살상 무기 제공 말라' 최후통첩

"한·러 관계 완전 파괴…모든 방법 대응"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한국의 살상 무기 지원 결정이 임박했다고 여긴 듯 윤 정부를 상대로 최후통첩성 발언을 던졌다. 안드레이 루덴코 외무차관(아시아 담당)은 24일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한국의 무기가 러시아 시민을 죽이는 데 사용된다면 우리 양국 관계를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는 점을 서울은 깨달아야 한다. 물론 우리는 필요하다고 보는 모든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살상 무기 제공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구체적 조치엔 답변을 삼간 채 "한국 자신의 안보를 강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냉정한 상황 평가와 "무모한 조치" 자제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외부의 부추김에 따른 단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인 고려가 아니라, 장기적 국익을 우선으로 해서 행동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파병된 북한군이 현재 우크라이나에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정당화하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이 러시아 우수리스크 소재 군기지 연병장에 지난 16일 '운집'한 북한군 400여 명이라고 적시한 상업용 위성업체 에어버스의 위성사진. 병사의 국적 식별이 어렵다. 북한 라선에서 우수리스크는 철도, 도로로 97㎞이건만, 국정원은 북한군이 러시아 해군 함정으로 이동했다고 발표했다. 2024.10.18. [국정원 보도자료] 시민언론 민들레 
 

강도로만 보면 루덴코의 이날 발언이 가장 세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크렘린궁 당국자, 외교부 대변인을 포함한 러시아 지도부 인사들이 '한러 관계의 파탄' 우려를 거론했지만, 이번처럼 △ 양국 관계의 완전한 파괴 △ 필요하다고 보는 모든 방법으로 대응 등과 같은 극단적 표현은 쓰지 않았다. 그만큼 현 상황을 러시아가 비상하게 바라본다는 얘기다.

지난달 24일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공격용 살상 무기까지 포함한 우크라 지원 시나리오를 검토한다는 윤 정부의 발표와 관련해 "러시아는 우리 국가와 국민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모든 조치에 가혹하게 대응할 것이며 이러한 조치는 가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루덴코 차관의 톤과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온건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1.25 연합
 

이재명 "종전과 3차 대전 비화의 갈림길

국회 동의 없는 살상 무기 지원에 반대

한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크라 전쟁의 조속한 종식을 희망하면서 윤 정부에 우크라에 대한 성급한 군사 지원을 삼가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종전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고, 트럼프 당선인도 전쟁을 조기에 종결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며 ""저와 민주당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강인한 리더십과 종전 의지가 실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지금은 종전이냐, 3차 대전으로의 비화냐의 갈림길"이라며 "한국 정부도 국민과 국회의 동의 없이 성급하게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하거나 남북 갈등을 증폭시키는 등 외교적 오류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방향과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러 외무차관 "한국, 무모한 조치 자제하라"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  [로이터 연합]

 

러시아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공급하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24일(현지시간) 경고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보도에 따르면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한국산 무기가 러시아 시민을 살상하는 데 사용되면 양국 관계가 완전히 파괴될 수 있다는 점을 한국이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물론 필요한 모든 방법으로 이에 대응할 것이고 이것이 한국 자체의 안보를 강화하는 데 도움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이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이같은 '무모한 조치'를 자제하라고 압박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단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외부의 유혹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국익을 우선으로 고려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는 인도주의·경제적 지원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했지만 북한군 파병이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군이) 현대전 경험을 쌓게 되면 우리 안보에 치명적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종전과 같은 인도주의 관점의 지원에서 이제는 북한군의 관여 정도에 따라서 단계별로 지원방식을 바꿔 나간다"며 "무기 지원이라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루덴코 차관은 또 파병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정당화하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대만에 무기를 공급하면서 아시아의 긴장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을 포함한 동맹국들은 대만 해협에서 의도적으로 긴장을 고조하고 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에 대항하도록 한 전략과 유사하며 러시아와 역사적으로 긴밀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파괴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  연합 신창용 기자 >

바이든이 키운 우크라전, 러 전략무기 시험장 전락

● WORLD 2024. 11. 23. 02:54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푸틴, 최신 중거리 미사일 동원 우크라 보복 공격


"서방 방공망 요격 못하는 초음속" 추가 발사 경고
핵탄두 장착 가능 다탄두 '하젤' '오리시니크' 공개
"미국, 유럽-아시아 IRBM 배치, 연습하는 데 대응"

푸틴 TV 연설서 쿠르스크 북한군은 언급도 안 해
트럼프 2기 취임해도 전략무기 무한 경쟁 나설 듯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러시아 공격 승인 결정 뒤 우크라이나 전쟁이 개전 이후 처음으로 전략무기의 시험 공간으로 변모했다. 21일, 러시아가 최신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우크라에 발사함에 따라 급속한 확전 양상을 띠고 있다. 조기 종전을 약속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취임을 두 달 남기고 통제 불능의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러시아군이 최신형 중거리미사일을 발사한 21일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에서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2024.11.21. AFP 연합
 

'되'로 받고 '말'로 갚은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이례적으로 전국에 생중계한 TV 연설을 통해 우크라군이 미국, 영국의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를 공격한 것에 대응해 신형 초음속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 했다고 밝혔다. 우크라군은 19일부터 미국 에이태큼스(ATACMS)와 영국 스톰 섀도 미사일로 러시아 브리얀스크주와 쿠르스크주를 잇달아 공격했다. 러시아군이 대규모 보복공습을 준비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미국은 20일 키이우 대사관을 일시 폐쇄, 직원들을 대피시켰다가 21일 업무를 재개했다.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푸틴은 "러시아는 소련 시절부터 지금까지 미사일과 다른 무기를 생산하는 우크라(드니프로의) 최대 공업 단지에 미사일 파괴 시험을 하는 방식으로 보복했다"라면서 "러시아 중거리미사일(IRBM) 시스템 중 가장 큰 미사일을 전투 조건에서 시험발사했다"고 말했다. 발사된 미사일은 오레시니크(Oreshnik) 시스템 또는 하젤(Hazel)로 호칭됐다. 사거리 1000~5500㎞의 오레시니크(개암)에는 각각 별도의 유도장치를 보유한 여러개의 탄두가 장착된다. 소련 시절 RSD-10 파이오니아와 2027년 러시아 무력체계에 포함될 예정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S-26 루베즈도 이러한 유형의 미사일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TV를 통해 러시아군과 국민을 상대로 연설을 하고 있다. 2024.11.21. EPA 연합
 

푸틴은 우크라 지원국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초당 1.5~3㎞를 날아가는 하젤 미사일은 요격되지 않는다. 요격은 말도 안 된다"라면서 미국이 유럽에 배치한 현대적 대공방어시스템로 막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시험발사는 러시아 연방의 안보에 가한 위협을 고려해 선택한 것"이라면서 "우리는 자신들의 무기로 러시아 시설 타격을 허용한 나라의 군사시설에도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라고 단언했다. 또 "공격적인 행동이 확대된다면, 비슷한 방식으로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해 무력을 사용할 계획을 갖고 있는 나라의 지배 엘리트들은 이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우크라 내 공격 목표가 결정되면, 주민들에게 인도적인 목적에서 사전 통보할 것"이라면서 "공개적, 공식적으로 알릴 것이므로 적들도 정보를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러시아는 이번 발사에 앞서 미국에 사전 통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INF 폐기 뒤 개발한 미사일"

주민 대피 통보를 하겠다는 말은 유사시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푸틴은 러시아의 최신 미사일 개발은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IRBM 및 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려는 미국의 계획에 대한 응답이라고도 강조했다.

"미국은 2019년 억지 주장을 내세우며 중거리 및 단거리 미사일 폐기조약(INF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실수를 저질렀다"라면서 "이제 미국은 그러한 장비를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보고 있듯이 유럽을 포함한 세계 여러 지역으로 진전된 미사일 시스템을 이전하고, 군사훈련 중 사용 연습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만료를 1년 남긴 INF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뒤 단, 중거리 핵전력 개발에 착수했다. 러시아의 초음속 순항미사일 개발을 협정 파기의 빌미로 삼았지만, 이는 INF협정과 관련이 없는 무기였다.

 

러시아 전승기념일인 5월 9일 모스크바 도심에서 벌어진 군사퍼레이드에 등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야르스(Yars). 러시아의 대표적인 전략무기의 하나다. 2024.5.9. AFP 연합
 

푸틴은 세계 어떤 지역에서건 미국의 이러한 무기가 등장하기 전까지 러시아가 자발적, 일방적으로 단,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았던 것에 주의를 환기했다. 푸틴은 "러시아는 평화적인 문제 해결을 선호해왔고, 지금도 그럴 준비가 돼 있지만, 어떠한 사건 전개에도 대비하고 있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세계 안보 시스템을 파괴한 것은 미국이지 러시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라면서 "미국은 계속 싸우고, 자신들의 헤게모니에 집착함으로써 전 세계를 글로벌 분쟁으로 몰아간다"고 역설했다.

사전통보 받은 미국 "우려" 표명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는 실전에 배치된 새로운 형태의 치명적 무력"이라며 "확실히 우려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싱 대변인은 "러시아가 실험 차원에서 IRBM을 발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라면서 RS-26 루베즈 ICBM 모델에 기반한 중거리 미사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발사 직전에 미·러 간 '핵 위험 저감 채널'을 통해 발사 계획을 사전 통보했다고 확인했다. 앞서 우크라 공군 당국은 이날 러시아군이 카스피해 연안의 아스트라한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고 주장했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은 "미사일의 속도와 고도 등 모든 특성이 ICBM에 부합한다"고 말했었다.

 

21일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유인물 영상에서 캡처한 영상. 러시아 미사일 부대가 남부 군사 지구에서 전술 핵무기 훈련을 진행하는 모습. 2024.5.21. AFP 연합
 

우크라군이 에이태큼스 6기를 발사한 러시아 브리얀스크주 탄약저장시설에 화재가 발생했지만, 사망자는 없었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발표했다. 러시아군은 이중 5기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군 북부그룹의 지휘소 한 곳이 타격을 받아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은 "적의 이러한 무기 사용은 특별군사작전 지역에서의 적대행위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라면서 "러시아군은 전 전선에서 성공적으로 전진하고 있으며, 우리 스스로 설정한 모든 과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바이든, 스타머 공개 언급 회피 

바이든 대통령이나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나 에이태큼스와 스톰 섀도 사용 승인 사실을 언론에만 흘리고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과 달리 푸틴은 직접 IRBM 발사를 발표했다. 푸틴은 특히 연설 대상으로 러시아군과 국민, 파트너 국가에 더해 "쿠르스크와 브리얀스크 공격으로 러시아에 전략적 패배를 안길 수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로 설정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의회에 출석해 "우크라에 대한 영국의 지원은 자기방어를 위한 것"이라면서도 스톰 섀도 사용 승인에 관한 확인을 거부했다. 바이든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푸틴은 연설 중 쿠르스크 전선에 배치됐다고 미국이 주장하는 북한군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군이 19일 미국이 제공한 에이태큼스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 이를 전한 AP통신은 우크라이나 군당국의 텔레그램 채널이 발표한 것으로 비디오 촬영 장소와 시간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24.11.19. AP 연합
 

바이든 행정부가 이러한 사태 전개를 예상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퇴임 두 달을 앞두고 자신이 내린 결정에 따라 우크라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에서 미국과 동맹국의 군비 태세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러시아는 최소한 1년 전부터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전략무기 배치와 잦은 연합연습이 러시아에 위협을 제기한다고 지적해 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작년 12월 말 이러한 이유를 들며 2024년 중 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의 하나로 한반도를 특정한 바 있다. 푸틴은 평양을 방문,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체결한 지난 6월을 전후해 서방이 우크라에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의 사용 허가가 북러 군사기술 협력 및 러시아 핵무기 사용의 조건이 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트럼프, INF 파기 장본인

푸틴이 미국의 INF 협정 탈퇴를 빌미로 신형 IRBM 개발 사실을 공개하고 우크라에 시험발사까지 함에 따라 트럼프 2기 행정부 취임 뒤에도 미·러 간 전략무기 개발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우크라전의 조기 종전을 약속해 왔지만, 국제적인 핵 규범의 복원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본인이 INF를 파기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 민들레 김진호 기자 >

 

미국-러시아 전략무기감축협상 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