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헤즈볼라 군사 분야 뿐 아니라 조직의 행정 분야 당국자도 추적"

 

 
 
무함마드 아피프 헤즈볼라 수석 대변인이 지난 11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외곽 다히예에서 기자회견을 했을 때의 모습. AP 연합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석 대변인이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숨졌다고 알자지라 방송 등이 보도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17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인구 밀집 지역인 라스 알 나바아 지역에 있는 건물을 공습해 무함마드 아피프 헤즈볼라 수석 대변인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고 헤즈볼라 당국자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공습 전 대피령을 내려왔는데 이번엔 대피령은 없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그가 숨진 라스 알 나바아 지역은 이스라엘군이 빈번하게 공습을 하는 베이루트 남부 외곽 지역에서 피란 온 이들이 많은 곳으로 시내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아피프는 헤즈볼라의 수석 대변인으로 헤즈볼라 자체 방송인 알 마나르 방송 운영을 담당한 적도 있다. 그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위협을 제거하겠다며 레바논을 융단 폭격하기 시작한 지난 9월 이후 헤즈볼라의 생각을 외부에 전달하는 주요 통로였다. 이스라엘은 지난 9월 27일 헤즈볼라를 30년 이상 이끌었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그리고 이후 후계자로 꼽히던 하셈 사피에딘 등을 폭격으로 숨지게 했다. 지난달부터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도 침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피프는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가 즐비한 베이루트 외곽에서 여러 차례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1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영토를 점령하지 못할 것이며 헤즈볼라는 “장기전을 치를 수 있는 충분한 무기와 물자가 있다”고 강조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그의 사망에 대해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군사 분야 뿐 아니라 조직의 행정 분야 당국자도 추적한다는 방침”이라며 “이스라엘은 경제·사회·정치·군사 분야 헤즈볼라 모든 능력을 쇠퇴시키려 한다”고 짚었다.  < 한겨레 조기원 기자 > 

 

한미일 정상 성명 "북 파병 결정" 공식화

서방 주장만 난무…'결정적 증거'는 없어
윤, 트럼프 취임 전 살상무기 제공하나

미국·나토, 거리 둔 채 한국 개입은 환영
반트럼프든 친트럼프든 '의중 파악' 먼저

 

"우리는 특히 북한이 우크라이나전 참전을 위해 러시아에 병력을 파병하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15일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이렇게 밝혔다. 서방 진영의 주장만 난무하지 그걸 뒷받침할 '결정적 증거'를 아직 내놓지 못하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 이슈가 이제 한·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공식으로 담긴 것이다. 특히 세 정상은 북·러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일방적 침략 전쟁을 위험하게 확대하기로 한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해 북한군 파병을 재차 기정사실화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2024.11.16 [공동취재] 연합
 

한미일 정상 성명 "북 파병 결정" 공식화

미국 "북한 위협, 가장 심도 있게 논의"

지난 10월 4일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포스트가 북한군 파병설을 처음으로 지핀 이후 한 달 보름여만이다. 그동안 우크라이나와 한국의 정보당국과 언론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파병설을 증폭시켰고 뒤늦게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 서방 진영도 모두 가세했다. 3국 정상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을 계기로 이날 페루 리마에서 약 40분간 만났다.

공동성명에는 작년 8·18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 '준 군사동맹' 수준으로 급진전해온 3국 안보·국방 협력 제도화에 대한 평가와 전반적 3국 협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한미일 사무국' 설립, 중국을 겨냥한 남중국해와 대만 등 인도·태평양에서의 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포함한 3국 간 경제안보 협력 강화 등이 담겼지만, 예상대로 북한군 파병, 핵 문제를 비롯한 북한 문제가 가장 비중 있게 다뤄졌다.

백악관 공동 취재단에 따르면,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3국 정상회의 결과를 설명하면서 "가장 심도 있게 논의된 의제는 증대되고 있는 북한 위협"이었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논의된 북한의 주요 위협으로 미사일, 핵 역량, 그리고 러시아 쿠르스크로 파견됐다는 1만 명 넘는 북한군 문제를 포함한 북·러협력 등을 거론했다고 한다.

 

3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의 한 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4.11.16 [공동취재] 연합
 

윤석열-시진핑, APEC서 2년 만에 회담

윤 "북·러 협력, 한반도 불안정 야기"

이 고위 당국자는 북한군 파병 문제를 보는 세 정상의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 "우리는 그들이 전투에 관여하기 위해 간 것으로 추정한다" △ "러·북 간의 증대되는 연계가 (인도·태평양) 지역에 엄청난 불안정을 초래한다" △ "중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 등을 소개했다. 정작 당사자인 러시아와 북한은 북한군이 '이미 파견'됐는지에 가타부타 '확인'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15일 2년 만에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도 북·러 협력 문제를 제기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북한의 지속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포함한 군사 도발과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거론한 뒤 "한반도 역내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동으로서 중국이 건설적으로 역할을 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은 "중국 역시 역내 정세의 완화를 희망하며, 한반도의 긴장을 원하지 않는다. 오로지 당사자들이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 해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군 파병 관련 발언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지상군 57여단 소속 병사들이 북부 하르키우 지역에서 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2024. 11. 14 [EPA=연합]
 

윤, 트럼프 취임 전 살상무기 제공하나

미·나토, 거리 둔 채 한국 개입은 환영

분명한 것은 한미 모두 '북한군 파병' 이슈를 고리로 삼아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살상무기(방어용·공격용 모두 포함) 제공과 유사시 한국군 파병까지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 내에서 설사 북한군이 실제로 파병됐다고 해도 그것이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안보에 위협이 되지, 한국의 안보와 무슨 직접적 관계가 있느냐는 비판을 무마하고자 △ 인도·태평양 지역에 엄청난 불안정을 초래한다 △ 한반도 역내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동 등의 논리를 구사하며 어떻게든 '연관'시키려고 애쓰고 있다. 우크라 지원에 '한계'에 봉착한 바이든 정권의 요구와 국내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려는 윤 정권의 필요가 맞물려 있는 모양새다.

지금의 분위기를 보면, 내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미국 대통령 취임 이전에 일을 벌일 공산이 크다. 이날 3국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사무국' 설치에 합의해 트럼프 복귀 이후에도 3국 협력 제도화를 되돌릴 수 없게 '대못'을 박듯이, 한국의 살상무기 제공과 유사시 파병도 비슷한 맥락에서 결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트럼프가 백악관 복귀하면 "24시간 안에 해결하겠다"면서 누차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 의지를 밝힌 이 시점에 윤 대통령이 '인권과 민주주의, 자유의 가치'를 공유했다는 바이든의 요구를 수용해 전쟁을 확전시키는 쪽으로 '베팅'하는 게 합리적이냐는 점이다.

두 달 후면 취임할 트럼프의 정확한 의중도 모른 채 큰일을 벌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바이든 행정부도 나토 등 유럽도 자신들은 거리를 둔 채 한국의 개입을 바라는 형국이다.

 

북한을 국빈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마친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평양 거리를 걷고 있다. 2024. 06. 19 [스푸트니크=연합]
 

다급한 우크라이나, 주한 대사마저 등장

서방 주장만 난무…'결정적 증거'는 없어

다급한 우크라이나는 온갖 확인하기 힘든 정보를 뿌리며 부채질에 여념이 없다. 심지어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까지 나섰다. 16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대사는 인터뷰를 통해 "북한군과의 충돌은 이미 발생했으며 쿠르스크 지역에 북한 통제 관리 센터가 설치되고 있다는 정보를 여러분과 처음으로 공유한다"며 "북한군 장교들로 구성된 북한 통제 관리 센터에는 현재 참모 3명과 여단장 4명 등 7명의 장군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군 제93 특수부대 여단은 쿠르스크주 레치사 마을에서 동쪽으로 1.5km 떨어진 곳에 배치됐다"며 "여기에는 제1대대와 제3대대, 그리고 지휘부에 장교 72명을 포함한 총 876명의 군인이 있다"고도 했다. 이 정도로 세세하게 파악했다면 우크라 정보 능력은 세계 최고일텐데, 주장과 말 뿐이지 이를 입증할 구체적인 영상과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곤 조만간 우크라 정부 대표단의 방한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 측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미사일 방어 체계, 레이더, 미사일·드론 공격 방어 장비 제공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 06. 30 [AFP=연합]
 

반트럼프든 친트럼프든 '의중 파악' 먼저

국제 정세 변화를 거스르는 윤석열 외교

백악관 재입성 이후 트럼프가 우크라 전쟁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펼지는 미지수다. 다만 중국을 '주적'으로 삼은 집권 1기의 대외 정책을 2기에는 더한층 강화하고, 이를 위해 바이든과는 정반대로 러시아와 북한을 미국 쪽으로 끌어들이려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현시점에선 '관망'하는 게 바람직하다. '낡은 동아줄'인 바이든을 부여잡고 우크라 전쟁 개입을 타진하고, 트럼프의 주 표적이 될 시진핑과는 하필 이 시점에 만나 '반트럼프' 공동 전선을 구축하는 듯한 모양새를 과시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

지난 2년 반은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면서 '가치 외교'란 미명 아래 반중 일변도 정책을 펴오더니 아주 예민한 시점인 지금은 중국과의 관계 복원에 그 어느 때보다 열심인 모습을 보여서다. 뭔가 격변하는 국제 정세의 흐름을 거스르는 인상을 주는 게 사실이다.

앞으로 최소한 두 달은 함부로 움직일 때가 아니다. 트럼프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는 데 주력해야 할 시기이다. 반트럼프를 하든, 친트럼프를 하든, 반중을 하든, 친중을 하든,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국익 외교를 하든, 그다음의 일이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트럼프 취임 전에…한미일 정상 ‘준동맹체체’ 대못 박기

 

경제·안보 협력 강화 위한 연락사무국 설치 합의
트럼프 2.0 출범 전에 ‘불가역’ 준동맹체제 확립

주일 미군 통합군사령부 도쿄 도심에 신설
주일 미군 통합군사령부+자위대 통합작전사령부
한미연합사+국군 전략사령부도 합세, 중국 견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리마 컨벤션센터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11.16. 연합
 

페루 수도 리마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회의(APEC)에 참석 중인 한미일 정상들이 15일(현지시각) 경제와 안보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연락사무국 설치에 합의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16일 보도했다.

트럼프 2.0 출범 전에 ‘불가역’ 체제 확립

한미일 경제 군사안보 협력의 조정 창구 역할을 할 3국간 연락사무국은 지난 5월 말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외무차관협의회에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 주도로 논의된 바 있다.

연락사무국 설치를 서두른 것은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2차 정부(트럼프 2.0) 출범 전에 이를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기정사실화하기 위해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자신이 주도한 한미일 협력체제(‘준동맹체제’)가 트럼프 2.0으로의 정권교체라는 “중대한 정치적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며 “(한미일 협력체제가) 항구적으로 존속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일관계 강화(유착)를 고리로 한 한미일 협력체제 강화는 중국이 미일동맹의 최대 경쟁국으로 등장하고 있는 아시아에서 미일동맹 주도의 기존질서 유지와 안정을 고수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2023년 8월의 미국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3국의 준동맹적 협력체제는 향후 적어도 1년에 한 차례씩은 정례적으로 3국 정상회담을 열기로 돼 있으며, 이번이 그 첫 번째 회담이다.

3국간 여러 협력안건들을 정리하고 진척상황을 관리하는 등의 업무를 처리하게 될 3국간 연락사무국은 3국 정부 내의 담당자들이 돌아가며 사무국장을 맡게 된다.

 

11월 3일에 촬영된 한국 국방부 경유 미국 공군 제공 사진. 미국 공군 B-1B 폭격기(오른쪽), 한국 공군 F-15K 전투기(아래), 일본 항공자위대 F-2 전투기(중앙), 미국 공군 F-16 전투기(좌)가 제주도 동부 영공에서 합동 항공 훈련을 하는 동안 편대를 지어 비행하는 모습. 한국, 일본, 미국은 11월 3일에 중폭격기가 포함된 합동 항공 훈련을 실시했다고 군은 밝혔다.2024.11.3. 연합
 

주일 미군 통합군사령부 도쿄 도심에 신설

한편 주일 미군이 일본 자위대와의 지휘체제 통합을 위해 신설하는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예하 ‘통합군사령부’를 도쿄 도심 롯폰기에 설치하려 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15일 미군 기관지 역할을 하는 군사전문지 ‘성조지’(The Stars and Stripes) 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15일 주일 미군이 도쿄도 훗사시 등에 흩어져 있는 요코다 기지 내의 주일 미군사령부를 도쿄 중심부인 도쿄도 미나토구 롯폰기의 미군기지 ‘아카사카 프레스센터’로 옮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성조지 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주일 미군사령부의 도쿄 도심 이전은 미국이 일본 자위대와의 지휘통제 제휴(통합지휘체제) 강화를 위해 주일 미군 ‘통합군사령부’를 신설하는 등 주일 미군을 재편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주일 미군사령부가 롯폰기로 이전할 경우 일본 방위성과 30여 km 떨어져 있는 주일 미군사령부가 방위성과 4km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게 된다.

주일 미군 통합군사령부+자위대 통합작전사령부

주일 비군사령부의 도쿄 도심 이전과 함께 추진될 주일 미군 통합군사령부로의 체제 전환은 하와이에 있는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로부터 지휘권을 일부를 이양받아 독자적인 작전지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일본이 내년 봄에 신설할 것이라고 발표한 자위대의 ‘통합작전사령부’와 함께 일본 현지 사정에 맞는 작전을 미일 양군이 펼칠 수 있는 통합지휘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7월 말 도쿄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등이 참석한 2+2(외교 국방장관)회담을 열고 주일 미군의 통합사령부 신설에 합의했으며, 일본 자위대의 통합작전사령부 신설과 이를 통한 미일 양군의 통합지휘체제 강화 사실도 확인했다.

미국과 일본은 미일 양군 통합지휘체제 구축을 위한 ‘작업부회’ 설치도 검토하기로 했다.

 

한국 해군의 강습상륙함 마라도(LPH-6112)가 11월 7일 목요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에 있는 일본 해상자위대 요코스카 해군기지에 도착했다. 2024.11.7. UPI 연합
 

한미연합사+한국군 전략사령부도 합세

한미연합사 등을 통해 한국군과 주한 미군의 통합지휘체제를 갖추고 있는 한국은 지난 10월 ‘전략사령부’를 신설해 미국 전략사령부와 함께 미국의 전략자산(핵무기)과 한국의 재래식 무기체계를 통합한 연합작전체제를 강화했다.

내년 봄에 일본 자위대 통합작전사령부가 신설되고 롯폰기로 이전할 주일 미군사령부가 주일 미군 통합군사령부로 재편될 경우 한미일 안보군사 통합지휘체제 한층 더 강화돼, 사실상 미국이 통합 지휘하는 한미일 준동맹체제가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한미일 3국 정상들은 이 준동맹체제의 틀을 내년 초 트럼프 정권 출범 전까지 굳히고 기정사실화함으로써 트럼프의 공화당 정권으로의 정권교체 뒤에도 이를 수정하거나 해체할 수 없는 이른바 ‘불가역적인’ 체제로 확정할 심산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지적했다.               < 민들레 한승동 기자 >

 

홀로코스트 피해자가 이제 가해자로

"굶기기를 하나의 전쟁 수단으로 사용"
'AI 조준' 활용…민간인 보호 의무 방기

언론 검열, 언론인 표적 살해 "의도적"
응급시스템 붕괴…당나귀 수레로 이송
사망 4만3736명, 부상자 10만3370명

 

"이스라엘군이 자행한 대대적 파괴 행위는 제노사이드(집단학살)의 특징에 부합한다." 유엔총회 산하 '이스라엘 조사 특별위원회'는 14일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작년 10·7 하마스의 기습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군은 올해 초반까지 핵폭탄 2개에 맞먹는 2만5000톤의 폭탄을 가자에 투하해 식수·위생 시스템 붕괴, 농업 황폐화, 유독성 오염 등을 초래했으며 이는 향후 몇 세대에 걸쳐 가자 주민의 건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피해 있는 가자시티의 한 학교를 폭격한 이후 주민들이 피해 상황을 알아보고 있다. 2024. 11. 14 [로이터=연합]
 

"이스라엘군 파괴, 제노사이드 특징 부합"

유엔 이스라엘 조사특위, 연례보고서 공개

특위는 또한 "이스라엘군은 고중량 폭탄과 결합해 인간의 감독을 최소화한 'AI(인공지능) 조준'을 활용함으로써 민간인과 전투원을 구분하고 민간인 사망을 예방할 적절한 조처를 취할 의무를 무시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라고 비판했다.

특위의 정식 명칭은 '점령지의 팔레스타인 인민과 다른 아랍인의 인권에 영향을 주는 이스라엘의 행태에 관한 조사 특별위원회'다. 작년 10월에서 올해 7월까지 기간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례보고서는 18일 제79차 유엔총회에 공식으로 제출될 예정이다.

인류 최악의 범죄인 '제노사이드'의 대표적 사례는 과거 독일 나치 정권이 자행한 유대인 홀로코스트이다. 1948년 채택된 유엔 제노사이드 범죄 방치·처벌 협약(CPPCG)에는 "통상 국민적, 종족적, 인종적 또는 종교적 집단을 전부 또는 일부 파괴할 의도로 저지른 행위"라고 규정돼 있다. 홀로코스트의 피해자인 이스라엘이 이제는 또 다른, 아니 더 처참한 홀로코스트의 가해자로 탈바꿈한 셈이다. 앞서 작년 12월 말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유엔 산하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가자 대학살과 초토화 작전을 벌인 이스라엘을 제노사이드 혐의로 제소했다.

 

가자에서 지상작전을 벌이는 이스라엘 병사들. 2024. 11. 14 이스라엘군 제공. [AFP=연합]
 

'AI 조준' 활용해 민간인 보호 의무 방기

"굶기기를 하나의 전쟁 수단으로 사용"

특위는 "이스라엘은 유엔의 반복된 호소와 국제사법재판소의 구속력 있는 명령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들이 있었지만, 민간인과 구호 요원에 대한 조준 공격, 민간인 살해와 더불어 가자 봉쇄, 인도주의 구호 방해를 통해 의도적으로 죽이고 굶기고 중상을 입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굶기기를 하나의 전쟁 수단으로 사용했고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집단적 처벌을 가했다"라고 비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자 지구 내에서는 이스라엘 병사들이 "여성과 어린이을 포함한 팔레스타인인들을 비인간화하고, 사악하고, 치욕을 주는 행동"을 한 것이 드러났다. 특위는 그 사례로 이스라엘 병사들이 팔레스타인 여성들을 조롱하고 망신 주는 사진들을 소셜미디어에서 공유한 것을 그 사례로 들었다.

이스라엘 조사 특위는 1968년 유엔총회 결의에 따라 설치됐고, 말레이시아, 세네갈, 스리랑카 3개국 대표로 구성됐다. 1967년 6월 제3차 중동 전쟁을 틈타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한 골란고원(시리아) 서안·동예루살렘(요르단) 가자(이집트) 등에서의 인권 상황 점검이 그 목적이다.

 

한 팔레스타인 남성이 가자 중부의 데이르 알-발라에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가 나눠준 구호 상자를 옮기고 있다. 2024. 11 .04 [로이터=연합]
 

이스라엘의 팔 난민구호기구 불법화 비판

언론 검열, 언론인 표적 살해 "의도적"

이에 따라 특위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에 영구적 휴전, 모든 자의적 구금자와 인질 석방에 긴급히 합의하고 억류자에 대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제한 없는 접근 제공, 가자 주민의 생명을 살릴 대규모 인도주의 구호 제공을 위한 모든 국경 관문의 개방 등을 촉구했다.

특위는 또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중상모략 캠페인'을 비난하고 가자 분쟁 관련 보도에 대한 의도적 침묵 강요에 우려를 표명했다. 특위는 이스라엘에 의한 "미디어 검열 확대"와 "반대자 탄압과 언론인 타게팅은 관련 정보에 대한 국제사회의 접근을 봉쇄하기 위해 의도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특위는 또한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팔레스타인인을 향한 폭력을 선동하는 포스트들과 비교할 때 '친팔레스타인 콘텐츠'는 불균형적으로 삭제해왔다"고 덧붙였다.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를 축하하는 배너가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걸린 가운데, 7일 한 이스라엘 청년이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있다. 배너에는 "축하합니다! 트럼프, 이스라엘을 위대하게 만들어주세요!"라고 씌어 있다. 2024. 11. 07 [AFP=연합]
 

가자 79%가 즉각적 소개 명령 받아

응급시스템 붕괴…당나귀 수레로 이송

한편 유엔 구호협력기구인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지난 12, 13일 이틀만 해도 이스라엘군이 연일 무자비한 폭격을 가하는 북부 가자에 극심한 트라우마에 빠진 어린이들을 위한 심리 치료와 식량과 식수 등 주민의 생명을 살릴 구호를 제공하려던 6번의 시도가 차단됐다. 또한 가자의 약 79%가 현재 소개 명령을 받은 상태로서 팔 주민들은 기본적 인프라와 필수 서비스가 부재한 남부 가자의 알 마와시 안팎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루이즈 워터리지 UNRWA의 긴급 구호책임자는 "주민들이 거주 건물 내에 갇혀 있고, 계속되는 군사 작전을 피해 숨어 있다. 식량이 고갈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가자 북부에서 길거리에 시체들이 있고 응급 치료 제공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여서 가까스로 가동되는 병원들로 가기 위해 당나귀 수레를 이용하고 있다고 소속 요원들과 주민의 목격담을 전했다.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서 9일 억류된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등장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얼굴을 본 뜬 모형들. 문구에는 "유죄"라고 적혀 있다. 2024. 11. 09 [AFP=연합]
 

가자 사망 4만3736명, 부상 10만3370명

안보리, 파국 처한 가자 위기 완화 모색

가자 보건부의 최신 집계에 따르면, 작년 10·7 사태 이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가자에서의 사망자는 최소 4만3736명이고, 부상자는 10만3370명이었다. 지난 24시간만 해도 24명이 죽고 112명이 다쳤다. 반면,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선 약 1250명이 숨지고, 250명이 납치돼 억류됐다.

이스라엘 옹호 일변도의 자세를 보였던 미국의 베단트 파텔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런 내용의 특위 보고서에 대해 "그러한 표현과 비난에 분명히 근거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과 일본, 알제리를 포함한 안보리 10개 비상임 이사국은 14일 파국적 상황에 처한 가자의 인도주의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촉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마련해 미국, 중국 등 5개 상임이사국에게 전달했다. AP 통신이 입수한 초안에 따르면, 생존에 필수적인 인도주의 구호와 서비스에 대한 가자 주민의 즉각적 접근을 요구하는 한편, 이스라엘이 최근 법률 제정을 통해 불법화한 UNRWA가 가자 내 인도주의 대응의 중추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장관으로 가 복수하리라’…벼르는 트럼프 국방·법무·복지장관 지명자

 
14일 로버트 에프(F) 케네디 주니어가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에서 열린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 행사에서 셀카를 찍고 있다. 팜비치/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백신 반대론자인 로버트 에프(F) 케네디 주니어를 보건복지부(HHS) 장관으로 지명했다. 그는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 등의 주장을 하며 팬데믹 당시 백신 거부 운동을 벌인 인물이다. 앞서 지명된 국방장관, 법무장관,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 논란을 빚는 이들 지명자는 자신들이 이끌 부처로부터 ‘박해’받았다는 인식, 즉 트럼프가 선거운동 기간 내세운 ‘복수’에 걸맞은 인물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트럼프는 14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성명을 내어 케네디 주니어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 지명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오랫동안 미국인들은 속임수, 잘못된 정보, 허위 정보에 연루된 식품업계와 제약회사들로 인해 피해를 보았다”며 “보건복지부는 해로운 화학물질, 오염물질, 식품첨가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케네디는 미국을 위대하고 건강하게 만들 것이다”라고 밝혔다. 존 에프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조카인 케네디 주니어는 이번 대선에서 제3지대 후보로 출마했다가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며 중도 하차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환경 전문 변호사로 명성을 쌓았다. 하지만 대표적인 백신 거부론자가 되면서 보건복지부와 치열하게 싸워왔다. 그는 부패를 막기 위해 일부 백신에 포함된 수은 성분이 자폐증을 유발한다고 주장하면서 ‘아동의 건강 보호’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비과학적 선동이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코로나19 백신 거부 운동에 열정적으로 나섰다. 미국 정부의 백신 의무화 정책이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와 같은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2021년엔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응을 이끌던 앤서니 파우치 당시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을 ‘제약회사 이익을 대변한다’고 비난하는 책을 내기도 했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그의 주장이 허위이며, 공중보건에 큰 해를 끼칠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앞서 지명한 3명도 자신들이 이끌 ‘부처’와 구원이 있다.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피트 헤그세스는 2021년 1월6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나선 국회의사당 폭동 직후 “이들은 단순히 거짓말로 움직이는 음모론자들이 아니다.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라며 방송에서 옹호했다. 2주 뒤 국가방위군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당일 극단주의 세력과 연관돼 있을 우려가 있다며 12명을 경비·보호 업무에서 제외했다. 헤그세스는 자신이 그중 한명이라고 밝혔다. 그는 곧 제대했고, 이후 군을 비판하는 책을 집필했다.

국가정보국 국장에 지명된 털시 개버드도 정보기관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다. 그는 올여름 자신이 국내 테러 방지를 위한 감시 목록에 올랐고, 이후 공항에서 빈번한 추가 검사를 받았다며 이 모든 게 자신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비판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맷 게이츠 법무장관 지명자는 미성년자 성매수 혐의로 오랫동안 법무부 조사를 받았다. 수년간의 조사 끝에 2023년 법무부가 불기소 결정을 내렸지만, 이때의 경험은 게이츠가 법무부를 아주 싫어하게 만들었다. 이들 4명이 상원 인준을 받아 임명된다면 ‘복수할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애틀랜틱은 “이들을 하나로 묶는 것은 단지 트럼프에 대한 충성심이 아니다. ‘박해받았다’는 인식이다. 이것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할 주요 자격”이라며 “트럼프 본인도 2024년 대선 캠페인 동안 적들에게 복수하고 연방 정부를 뒤엎겠다고 약속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전했다.  < 한겨레 김원철 기자 >

 

‘충성심’이 제1잣대…‘트럼프 2.0’ 공직인사 파격

 

우익 ‘폭스뉴스’ 프로 진행자를 국방장관에
반중국 반환경 친이스라엘도 핵심 기준

고위직 4천 등 5만 공직 인사로 미국사회 재편?
골수 트럼프 지지자들이 백악관과 정보기관 접수

법무, 이민과 국경관리직도 트럼프 열혈 지지자
‘부자들의 부자들에 의한 부자들을 위한 정권’

 

 (왼쪽 위부터)트럼프 2차 정권의 '정부효율부' 수장에 기용된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 비벡 라마스와미, 백악관 비서실장에 지명된 수전 와일스, 국방장관에 기용된 폭스뉴스 사회자 피트 헤그세스. (중간 왼쪽부터)국경관리 수장이 된 이민 및 세관 집행국(ICE) 국장대행 토머스 호먼, 유엔대사에 지명된 하원 공화당 회의 의장 엘리스 스테파닉,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기용된 텍사스주 공화당 대표 존 래트클리프, 백악관 안보보좌관에 지명된 마이클 월츠. (아랫줄 왼쪽부터) 국무장관에 기용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환경보호청장에 기용된 리 젤딘,  한사람 건너 맨 오른쪽은 국토안보부장관에 기용된 크리스티 노엄. 2024.11.12.  연합
 

내년 1월에 출범할 도널드 트럼프 2차 정권(트럼프 2.0)을 끌어갈 정부 주요 고위직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 14일 <뉴욕타임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국무장관에 대중국 강경파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국방장관엔 우익 <폭스뉴스>에서 8년간 프로 사회자로 일해 온 피트 해그세스, 대통령 안보담당 보좌관엔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특수부대 그린베레 출신의 대중국 강경파 마이클 월츠가 내정됐다.

파격적인 트럼프 2.0의 고위 공직 인사

즉각 “파격적”이라는 반응들이 터져나왔다. 루비오와 월츠는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강제노동을 문제삼고 바이든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해 온 사람들이다. 루비오는 러시아와의 외교 교섭을 통한 문제 해결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월츠는 중국 소수민족 신장위구르족 인권침해를 이유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하자고 주장한 인물이다.

 

트럼프 2.0의 국방장관에 전격 기용된 폭스 앤 프렌즈 공동진행자 피트 헤그세스가 2017년 4월 6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2017.4.6. 로이터 연합
 

극우 ‘폭스뉴스’ 프로 사회자를 국방장관에

특히 국방장관 내정자 헤그세스 기용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하원 군사위원회 위원장 애덤 스미스가 “20분 전까지도 헤그세스가 누군지 몰랐다”며 해당 분야 고위직 경험이 없는 그의 지명에 놀라움과 함께 우려를 표명했다. 폭스뉴스에서 군사정보 관련 프로 공동사회자를 맡아 온 헤그세스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돼 훈장을 받기도 했으나 군과 안보 분야의 고위직을 맡은 경험이 없다. 그런 그를 트럼프는 프린스턴과 하버드대에서 공부한 “터프하고 똑똑한, 미국 제일주의의 진정한 신봉자”라며 그의 기용에 대해 “적들은 경계할 것이고 우리 군은 다시 위대해질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폭스뉴스 진행자 피트 헤그세스가 2023년 11월 16일 테네시주 내슈빌의 그랜드 올 오프리에서 열린 2023 FOX 네이션 패트리어트 어워드 무대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3.11.16. AFP 연합
 

골수 트럼프 지지자들이 백악관과 정보기관 접수

중앙정보국(CIA) 국장엔 트럼프 1차 정부(트럼프 1.0) 때 국가정보국장을 지낸 존 래트클리프가 기용됐다. 그는 트럼프 1.0 시절 그의 탄핵 소추 때 강력하게 트럼프를 옹호했다. 새 국가정보국장엔 2020년 대선 예비선거 때 민주당 후보로 나섰다가 탈락하자 2년 뒤 탈당하고 올해 공화당에 입당한 예비역 육군중령 털시 개버드가 내정됐다.

백악관 비서실장엔 2016년 대선 때부터 트럼프를 지지한 선거전략 전문 정치 컨설턴트인 수전 와일스 대선 선대본부장을 기용했다. 첫 여성 비서실장이다, 부비서실장엔 강경한 바이든 정부 이민정책 반대론자로 트럼프 1.0 때 그의 스피치라이터였던 스티븐 밀러가 내정됐다. 그는 이슬람 신도가 많은 나라에서 오는 사람들의 미국 입국을 일시 금지하는 정책을 입안하기도 했다.

법무장관엔 하원 극우 ‘프리덤 코커스’ 핵심인물

법무장관엔 공화당 극우 강경파 의원모임인 ‘프리덤 코커스’의 핵심인물 맷 개이츠 하원의원을 지목했다. 지난해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을 주도했던 트럼프 측근 개이츠는 4건의 기소사건을 비롯한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 해소에도 주역을 맡지 않을까.

상무장관엔 중소기업청장을 지낸 린다 맥마흔이 지목됐다. 린다 맥마흔은 세계최대의 프로레슬링 단체이자 대형 종합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WWE 창업자의 아내다. 트럼프도 WWE 흥행에 직접 가담한 적이 있다.

이민과 국경관리 수장들도 트럼프 열혈 지지자

국토안보부 장관에는 열혈 트럼프 지지자로 한때 부통령 후보 물망에도 올랐던 사우스다코타 주 지사 크리스티 노엄, 불법이민 문제 등을 관장하는 국경단속 및 관리 책임자에는 이민세관수사국(ICE) 국장대리를 지낸 토머스 호먼을 지명했다. 노엄은 주지사로서 국경관리를 위해 멕시코 접경지역에 주 방위군을 파견해 트럼프의 눈에 들었다. 호먼은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세운 불법이민자 강제송환을 맡게 될 것이다. 여론조사업체 퓨 리서치 센터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는 1100만 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트럼프는 2024년 현재 1500만~2000만 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부통령에 취임할 J. D. 밴스 상원의원은 연간 100만 명을 강제송환할 것이라고 했다.

골수 이스라엘 지지자들이 장악할 외교 환경 분야

환경보호청장에는 환경정책 관련 실적은 별로 없고 오히려 화석연료 증산, 환경규제 완화 등 트럼프 노선을 추종할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의 정치적 동지 리 젤딘, 유엔대사에는 트럼프가 “매우 강하고 터프하며 똑똑한 미국 제일의 전사”라고 칭찬한 골수 이스라엘 지지자 엘리스 스테파닉 하원의원, 중동지역 담당 대통령특사에는 유대인 부동산 부호로 트럼프의 골프 친구인 스티븐 위트코프가 각각 내정됐다. 부통령 후보 물망에도 올랐던 스테파닉은 미국 대학들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무력공격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됐을 때 하원 청문회에서 대학당국과 경찰에 강경 진압을 요구했고, 유엔에서 이스라엘 비판이 고조됐을 때는 미국의 유엔 출연금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역 짜르’ 라이트하이저 재등판?

무역대표부 대표에는 트럼프 1.0 때 무역대표부 대표로 미중 교역협상을 주도한 “무역 짜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재무장관엔 투자 펀드 경영자 스콧 베센트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금과 재정, 통화정책 등을 관장하는 재무부는 러시아 등에 대한 금융제재도 지휘한다.

트럼프에 대한 ‘충성심’이 인사 제1 기준

이들 인사를 관통하는 공통점, ‘키워드(열쇳말)’로 먼저 트럼프에 대한 강한 ‘충성심’을 꼽을 수 있다. 말하자면 능력보다 철저히 ‘내편’이어야 한다는 것이 우선이다. 대선 때 트럼프에 대한 대항마로 나서거나 물망에 올라 그를 비판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과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줄곧 트럼프 2.0 각료직 하마평에 오르다가 결국 지명 대상에서 배제된 것도 이 충성심에서 미달이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난 11월 5일: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의 팜 비치 카운티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한 선거의 밤 (개표)감시 파티장에 등장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 2024.11.5. AFP 연합
 

반중국 반환경 친이스라엘도 핵심 기준

그리고 또 한 가지 키워드는 그들이 대부분 중국에 대한 강한 대결자세를 지닌 강경파라는 점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선 적극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선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한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대체로 친민주당적 가치라 할 수 있는 ‘정치적 올바름’이나 친생태환경(탈화석연료)에 대한 경시나 무시 또는 반발도 키워드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 트럼프는 그런 친민주당적 가치의 신봉자들에게 ‘워크’(woke, ‘잘난 놈’)라는 멸칭을 붙여 주면서 안보 군사 관련 인사에서 철저히 배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키워드들은 트럼프가 부르짖어 온 ‘미국 제일주의’(아메리카 퍼스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그의 집권전략이자 구호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트럼프는 그 전략과 구호를 실행에 옮길 적임자로 그런 성향의 그들을 발탁했다.

신설될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를 이끌게 될 사람으로 대선 때 1억 1800만달러를 트럼프 진영에 기부하는 등 전면에 나서서 트럼프를 적극 도운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의 대기업 경영자 일론 머스크와 제약분야 벤처기업가 출신의 비벡 라마스와미가 지명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위직 4천 등 5만 공무원 인사로 미국사회 재편?

장관 등 고위 정무직 공무원 약 4000명을 포함해 총 5만 명에 이르는 공무원의 인사권을 쥔 대통령이 ‘충성심’을 필두로 한 ‘트럼프적 임용기준’으로 미국 공직사회를 완전히 재편하겠다는 야심만만한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1.0 때 워싱턴의 아웃사이더로서 대권에 도전했다가 예상을 깨고 당선된 트럼프는 미처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요직 인선을 공화당 주류파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 때문에 주요 각료들과 종종 마찰을 일으켜 국방장관 등이 도중에 물러나거나 해임당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트럼프 2.0에서는 그런 경험을 토대로 철저히 자기 기준에 맞는 사람들을 골라 자신의 방식대로 밀어붙일 심산일 것이다.

순풍에 돛달아 준 ‘트리플 레드’

공화당 후보가 대선 투표자 과반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이 됐고, 상하 양원 또한 모두 빨간 당색의 공화당이 다수당이 된 ‘트리플 레드’ 상황에서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이런 트럼프적 ‘쇄신’ 내지 미국사회 재편에 대해, 바이든 정권이 자신들의 정책 정당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곧잘 동원했던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자유주의 대 전체주의라는 대립구도 속의 권위주의, 전체주의 체제, 곧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사회를 닮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미국사회 일부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부자들의 부자들에 의한 부자들을 위한 정권

트럼프와 공화당이 신자유주의의 주요 피해자로 알려진 백인 중산층을 비롯한 러스트 벨트 등의 소외계층과 민주당이 대표해 온 주류사회에서 낙오했거나 그렇게 믿는 ‘루저’들의 지지를 더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트럼프 자신이 그렇고 그를 적극 지지한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 등도 그렇듯이 트럼프 2.0이 부자들의, 부자들에 의한, 부자들을 위한 정권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부자 감세와 공무원 대량 감원으로 대표되는 작은 정부, 높은 관세장벽과 내향적 보호무역주의(미국 제일주의), 피할 수 없어 보이는 인플레, 기후위기 등 생태환경 문제 경시가 대선에서 그를 지지한 다수 소외계층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쪽 재료 내지 장치로 작동 수 있을까.              < 민들레 한승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