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올림픽 무관중 개막, 17일 간의 열전 돌입

 

23일 오후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성화 봉송 최종 주자인 오사카 나오미 선수가 성화에 불을 붙이고 있다.

 

결국 올림픽 성화에 불이 붙었다.

 

사상 초유의 대회다. 지난해 급속도로 확산된 코로나19 영향으로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연기가 결정됐다. 그럼에도 기어코 2020 도쿄올림픽은 23일 저녁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 마련된 성화대 점화에 성공하며 17일간의 열전을 알렸다.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이 큰 만큼 개막식은 인류가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밝힌 개막식 콘셉트는 핵심 ‘전진, 감정에 의한 연결, 더 다양한 미래’다.

 

한 여성이 국립경기장에서 희망의 씨앗을 느끼는 장면으로 시작된 개막식은,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훈련을 멈추지 않는 선수의 모습을 거쳐, 생명력과 희망을 품고 있는 태양을 상징하는 성화대에 도착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인류가 긴 터널을 지나 태양처럼 밝은 미래로 나아갈 것을 보여준다. 개막식 중간에는 코로나 등으로 죽은 이들을 위한 묵념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 23일 오후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이날 개막식에는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의 부흥을 상징하는 장면도 담겼다. 애초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휘청거린 일본을 일으키자는 의미의 ‘부흥올림픽’이었던 만큼 빠질 수 없는 주제이기도 했다. 올림픽기가 입장한 뒤 후쿠시마(8명)와 도쿄(12명)의 고등학생이 모여 코러스를 넣고 오케스트라가 올림픽 찬가를 연주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성화가 점화를 향한 마지막 길을 가는 동안, 이를 감쌌던 해바라기는 후쿠시마, 이와테, 미야기 등 대지진 피해 지역의 회복을 의미한다.

 

1964 도쿄올림픽과의 연관성도 부각했다. 당시 전세계 선수들이 자신의 나라에서 가져온 씨앗은 일본 전역에서 나무가 되었다. 이날 등장한 나무로 만든 올림픽 상징물 등이 이 나무로 만들어졌다.

일본이 자랑하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2016 리우올림픽 폐막식 때 슈퍼 마리오 등의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일본은 이날도 드래곤 퀘스트, 크로노 트리거 등 유명 비디오게임의 음악을 활용했고 다양한 만화 캐릭터를 활용해 개막식을 꾸몄다.

 

한편 대한민국 선수단은 태극기를 든 남녀 공동 기수 황선우(수영)와 김연경(배구)을 앞세우고 모두 30명(선수 24명, 임원 6명)이 103번째로 입장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7개, 종합 순위 10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33개 종목에 총 339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 도쿄올림픽은 8월8일까지 이어진다. 도쿄/이준희 기자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 이모저모...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개막 공연 연대 의식 강조

 

각국 선수단 입장

 

이날 개회식은 ‘감동으로 하나 되다’(United by Emotion)라는 주제처럼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연대 의식을 강조하며 3시간 넘게 세계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개막 공연의 소주제도 ‘떨어져 있지만 혼자가 아니다’(APART BUT NOT ALONE), ‘여기 우리 함께’(HERE TOGETHER), ‘이제는 빛날 시간’(TIME TO SHINE), ‘우리 가는 길에 비치는 희망’(HOPE LIGHTS OUR WAY) 등 연대 의식과 인류의 밝은 미래를 강조하는 제목들로 구성됐다.

 

텅빈 관객석…코로나19 시대 첫 올림픽 막 올라

 

23일 저녁 2020도쿄올림픽 개막식이 거행됐지만, 관객석으로부터 함성은 들리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6만8000석 규모를 자랑하는 일본 국립경기장을 찾은 관람객은 나루히토 일왕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외교 사절 등 1000여명에 불과했다. 역대 올림픽 중 가장 조용한 개막식으로 문을 연 2020도쿄올림픽은 대부분의 경기를 무관중 경기로 진행한다.

 

* 23일 오후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일본 국기를 손에 든 보건위생 전문가

 

2020도쿄올림픽 개막식장인 일본 국립경기장에 보건위생 전문가가 일본 국기를 들고 입장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일본에게 첫 금메달을 안긴 역도 영웅 미야케 요시노부를 포함한 4명의 운동선수와 장애인 그리고 보건위생 전문가 등 6명이 개막식에서 일본 국기를 들고 입장했다. 일본 자위대원이 게양대 앞에서 이들로부터 국기를 넘겨받아 게양했다.

 

207개국 1만여명 선수, 각양각색 마스크 쓰고 입장

 

2020도쿄올림픽 ‘선수단 입장식’에서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각국 선수단이 착용한 마스크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일부 국가들은 아무런 무늬가 없는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입장했지만, 대부분의 국가가 자국을 상징하는 색 또는 국기를 마스크 표면에 담았다. 이스라엘, 인도네시아 선수단은 국기가 통째로 프린트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입장했다. 호주 선수단은 녹색과 노란색으로 구성된 마스크를 착용했다. 반면, 키리바시 선수단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11개국 29명 ‘난민팀’ 오륜기 들고 2번째로 입장

 

11개국 출신 29명으로 구성된 난민팀(EOR)은 2020도쿄올림픽 ‘선수단 입장식’에서 그리스 선수단에 이어 두 번째로 입장했다. 난민팀의 올림픽 참가는 2016년 리우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다. 리우올림픽에서 참가 선수가 10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엔 규모가 약 3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29명 가운데 리우올림픽에 출전했던 6명을 제외하면 모두 이번이 첫 올림픽 무대라고 보도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103번째로 입장했다. 도쿄/이준희 기자, 장필수 기자

 

한국은 일본말 가타가나 순서로 103번째 입장

개막식 입장 순서 어떻게?

 

한국 선수단이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 입장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23일 시작된 가운데, 한국 선수단도 참가국 가운데 103번째로 입장을 마쳤다. 이번 올림픽 입장 순서는 어떻게 정해진 것일까.

 

먼저 첫 입장은 전통적으로 그리스가 맡는다. 올림픽의 진원지인 그리스에 대한 예우 차원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그리스의 뒤를 난민 대표팀이 따랐다. 오륜기를 들고 입장했다.

 

이후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개최국 일본의 언어 순서에 따라 입장했다. 일본어는 ‘아, 이, 우, 에, 오’로 시작하기 때문에 이날 아이슬란드가 세 번째로 입장했다. 그 뒤는 아일랜드가 이었다. 한국은 ‘대한민국’(다이칸민코쿠)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어 순서에 따라 이날 103번째로 경기장에 입장했다.

 

그런데 일본어 50음순에 따랐다면 앞부분에 등장해야 할 미국(일본어로는 ‘아메리카’) 선수단이 전체 참가국 205개국 가운데 203번째 입장했다. 대개 그리스와 개최국을 맨 앞과 맨 뒤에 놓고 다른 국가들은 국가명 순서로 입장하던 과거 사례와 달리, 이번엔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2024년 파리 올림픽, 그리고 도쿄 올림픽을 개최하는 미국·프랑스·일본을 마지막에 배치했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이같은 순서 배경에 미국 방송국 엔비시(NBC)유니버설의 존재가 있다고 보도했다. 엔비시는 2014년 소치겨울올림픽부터 2032년 호주 브리즈번올림픽까지 10개 대회에 모두 120억3천만달러의 중계권료를 내는 올림픽 중계 ‘큰손’이다. <마이니치 신문>은 “미국 선수단이 일찍 입장하면 시청자들의 채널이 다른 데로 돌아갈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미국 입장을 뒤로 배치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전했다. 이번 올림픽은 96%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TV올림픽’으로 불리는 상황. 과연 엔비시의 ‘입김’이 참가국 입장 순서까지 바꾼 것일까. 도쿄/이준희 기자

 

올림픽 마지막 성화 주자는 오사카 나오미…‘다양성’ 상징

 

2020 도쿄올림픽이 선택한 마지막 성화 주자는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24)였다.

 

오사카 나오미는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등장해 마지막 성화봉송 주자 역할을 맡았다. 머리를 빨갛게 물들인 오사카는 성화를 받아들고 차분히 성화대에 올랐고, 꽃봉오리 모양의 성화대는 ‘개화’를 시작했다. 오사카가 성화대에 불을 붙이자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그리고, 도쿄 하늘에는 1488개의 불꽃이 터졌다. 도쿄올림픽 시작을 알리는 것이었다.

 

* 오사카 나오미가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성화대에 점화한 뒤 성화를 들어 보이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오사카는 1997년생으로 최근 세계무대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이는 ‘테니스 샛별’이다. 무엇보다 오사카가 성화봉송 마지막 주자로 선택된 것은 이번 올림픽이 다양성, 균형 등을 강조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사카는 아이티 출신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로, 평소 인종차별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번 대회가 부흥올림픽을 표방한 만큼 동일본대지진 피해를 본 후쿠시마, 미와기, 이와테 지역 출신 학생 등이 마지막 주자를 맡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이날 실제 이곳 지역 유소년 운동선수들은 오사카에게 성화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 3월 그리스 헤라 신전에서 채화된 도쿄올림픽 성화는 이후 일본으로 건너왔다. 하지만 개막 연기로 일본 일대에서 1년을 머물다가 올해 3월 다시 봉송이 시작됐다.

 

일왕, 개회 선언…'축하' 대신 '기념' 단어 사용

코로나 상황 고려한 듯…64년 대회 때 조부는 '축하' 사용

하시모토 회장 "사상 첫 연기라는 큰 도전 속에 오늘 개막"

 

개막 선언하는 일왕: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 나루히토 일왕이 개막선언을 하고 있다.

 

23일 열린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축하' 표현 없이 개회 선언을 했다.

 

이날 밤 도쿄도(東京都) 신주쿠(新宿)구 소재 올림픽 스타디움(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 일왕은 "나는 이곳에서 제32회 근대 올림피아드를 기념하는, 도쿄 대회의 개회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도쿄올림픽 명예총재인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마사코(雅子) 왕비를 동반하지 않고 개회식에 참석했다.

 

1964년 도쿄올림픽 당시 히로히토(裕仁) 일왕은 개막식에 나가코(良子) 왕비를 대동했고 '축하'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올림픽 헌장에는 개막 선언은 국가원수가 읽는다고 규정돼 있다. 영문 헌장엔 국가원수가 읽는 개회 선언 예문으로 '셀러브레이팅'(celebrating)이라는 표현이 있다.

 

사전적 의미로 '축하'와 '기념'이 다 가능하지만, 축하의 의미로 쓸 경우 일본어로는 통상 '이와이'(祝い)로 번역된다.

 

57년 전 당시 히로히토 일왕은 "나는 제18회 근대올림피아드를 축하하며(祝い), 이에 올림픽 도쿄대회의 개회를 선언한다"고 말했다.

 

나루히토 일왕이 조부가 사용한 '축하'라는 단어 대신 '기념'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열리는 올림픽임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당수 일본 국민이 도쿄올림픽 개최에 따른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축하라는 표현을 쓰는 것에 일왕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 올림픽 개막식 참석한 나루히토 일왕과 바흐 IOC 위원장: 나루히토 일본 국왕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23일 도쿄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개막식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한편,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은 개막식 연설에서 "도쿄 대회는 올림픽 사상 첫 연기라는 큰 도전 속에 오늘 개막한다"며 "세계가 코로나 재난이라는 엄중한 상황에 있는 가운데 이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날마다 전력을 다하는 모든 분께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하시모토 회장은 "선수 여러분, 지금이야말로 선수와 스포츠의 힘을 보여줄 때가 왔다"며 "그 힘이야말로 사람들에게 재차 희망을 주고 세계를 하나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국 “도쿄올림픽 관심 있다” 32%…5년 전 리우땐 60%

대통령 지지율 2%p 상승한 40%…민주당 33%·국민의힘 28%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을 하루 앞둔 22일 오전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개막식은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일본 정부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초청한 관계자 약 950명 정도가 참석한다.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23일, 국민 10명 가운데 6명꼴로 도쿄올림픽에 관심이 없다는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갤럽이 지난 20∼22일 전국 성인 1003명을 상대로 ‘도쿄올림픽에 관심이 있냐’고 물은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관심 있다’는 응답이 32%, ‘관심 없다’는 66%였다. 5년 전 2016 리우올림픽 때는 ‘관심 있다’는 응답이 60%, ‘관심 없다’는 응답은 41%였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관심도는 71%였다. 갤럽은 올림픽에 대한 관심도가 지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최저 수준이며 1992년부터 같은 조사를 진행한 결과, ‘관심 없다’는 응답이 ‘관심 있다’는 응답을 앞선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도쿄 올림픽 개최 전망을 물어보는 질문에는 ‘비관적’이라는 응답이 84%로, ‘낙관적’이라는 응답(7%)을 압도했다.

 

도쿄올림픽에 관심 있다는 응답자들이 관심 종목을 2개 고른 결과, 축구가 40%로 주목도가 높았고 야구 20%, 양궁 16% 차례였다.

 

청해부대 집단 감염 사태,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드루킹 댓글 조작’ 유죄 등 악재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2%포인트 올라 40%를 회복했다.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주보다 2%포인트 오른 33%, 국민의힘이 1%포인트 떨어진 28%를 기록했다. 이어 정의당 4%, 국민의당·열린민주당 3% 차례였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고하면 된다. 오연서 기자

 

한국 첫 메달, 총과 활의 대결…누가 먼저 금빛 과녁 뚫을까?

 24일은 ‘골든 데이’…양궁·사격·펜싱·태권도서 메달 기대

‘금메달 4개’ 진종오, 김수녕·전이경 기록 깰지 관심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23일 열린 도쿄올림픽 개인 예선 랭킹라운드(순위결정전)에서 남녀 1, 2위를 기록한 양궁대표팀 김제덕(왼쪽)과 안산. 이들은 개인전, 단체전, 혼성전에 출전해 사상 첫 3관왕에 도전한다. 도쿄/연합뉴스

 

 

총, 활, 혹은 칼. 여기에 ‘발차기’가 가미된다. 무관중 경기로 ‘TV올림픽’이 된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에 첫 메달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들이다. 메달의 빛깔은 하늘만이 안다.

 

한국 선수단은 대회 개막 다음날(24일)부터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금메달 7개를 목표로 하는 한국이 가장 기대하는 날이기도 하다. 금메달 3개 이상의 ‘골든 데이’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단 양궁 남녀 혼성전에 기대를 건다. 양궁 혼성전은 나라별로 남녀 1명씩 짝을 이뤄 자웅을 겨루는 종목으로, 이번 대회에 첫 도입 됐다. 한국은 23일 열린 남녀 개인전 랭킹라운드(순위결정전)에서 1위에 오른 김제덕(17·경북일고)과 안산(20·광주여대)이 나서게 된다. 이들은 기라성같은 선배들을 물리치고 깜짝 1위에 오른 대표팀 막내들이다. 혼성전은 오전 9시30분 16강전부터 시작되는데 결승은 오후 4시45분에 열린다.

 

양궁 혼성전 이전에 ‘총’에서 금메달이 나올 수도 있다. 한국 선수단 최고령 선수이자 5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하는 ‘베테랑’ 진종오(42·서울시청)가 10m 공기권총 예선과 결선을 연달아 치른다. 결선 시작 시간은 오후 3시30분. 때문에 양궁 혼성전 결승이 열리기 전에 메달 색깔이 정해질 수 있다. 현재 세계 순위 6위인 진종오는 지금껏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와 은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금메달 1개만 더 목에 걸면 김수녕(양궁), 전이경(쇼트트랙·이상 4개)을 제치고 ‘나홀로’ 한국인 통산 최다 금메달리스트가 된다.

 

저녁에는 ‘찌르기’와 ‘발차기’가 있다. 펜싱 남자 사브르 세계 1위 오상욱(25·성남시청)이 개인전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오상욱은 2019년 세계선수권 때 개인·단체전 1위에 올랐고 올해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국제월드컵 대회 때도 개인 우승을 차지했다. 오상욱과 함께 구본길(32), 김정환(38·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메달 사냥에 나선다. 구본길은 2012 런던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김정환은 2016 리우올림픽 개인전 동메달리스트다.

 

장준(21·한체대)은 한국 태권도에서 가장 믿을 만한 금메달 후보다. 58㎏급에 출전하는데 2019년 세계선수권과 3차례 월드그랑프리대회에서 우승했다. 명실공히 세계 1위로 화끈한 발차기가 최대 무기다. 예선전을 착실히 통과하면 결승은 저녁 9시45분에 치르게 된다. 장준과 함께 여자 49㎏급 세계 3위 심재영(26·춘천시청) 또한 이날 출전한다.

 

일본의 강세가 예상되는 유도도 시작되는데 남자 60㎏급 김원진(29·안산시청)과 여자 48㎏급 강유정(25·순천시청)이 대표팀 첫 테이프를 끊는다. 김양희 기자

 

첫 단독 외교 질 바이든, 일본서 ‘최고위급’ 특별 의전 받아

외교 사절단장으로 방일…정상급 내빈 방일은 15명

 

도쿄올림픽의 미국 외교사절단 대표로 방일한 질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인(왼쪽)이 22일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부부와 함께 한 만찬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각국 정상들의 축하 방문이 대폭 축소된 도쿄올림픽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방문한 퍼스트 레이디 질 바이든이 최고의 귀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질 바이든은 22일 오후 전용기로 도쿄 요코타 공군기지에 도착해, 미국의 도쿄올림픽 외교사절단을 이끄는 사흘간의 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대통령 부인이 된 이후 첫 공식 단독 외교 예방이다.

 

도쿄올림픽에는 당초 120명의 국가 정상급 내빈이 참석을 약속했으나,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15명의 국가 지도자만이 예방했다.

 

질 바이든은 공항에서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의 영접을 받은 뒤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으로 가서 스가 요시히데 총리 및 부인 스가 마리코와 환영 만찬을 했다. 스가 총리는 이날 이곳에서 정상급 내빈들과 연속 접견했으나, 질 바이든과의 만남을 마지막 일정으로 잡은 뒤 만찬을 함께 했다.

 

특히 스가 총리는 다른 내빈과의 만남과는 달리 일본풍으로 꾸며진 별실에서 질 바이든을 접대했다. 잉어가 노는 연못을 갖춘 이 별관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점심을 같이 했던 곳이다.

 

질 바이든은 23일에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을 다시 방문해, 스가 마리코가 주최하는 리셉션에 참가한다. 그는 또 황궁에서 나루히토 일왕과 면담한 뒤 미국 선수단과 화상으로 만날 예정이다. 이날 저녁에는 미국 사절단을 이끌고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모두 “최고위급”이 올림픽 사절단을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을 대신해 부인을 파견한 것은 미일동맹의 중요성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어서, 일본 역시 질 바이든에게 ‘극진한 대접’을 통해 화답한다고 전했다. 정의길 기자

정청래, 윤호중 원내대표에 "협상 깨라" 압박

당 지도부는 언론법안 속도전 국면전환 모색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21대 후반기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넘기기로 한 여야 합의를 두고 후폭풍에 직면했다. 당내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다.

 

이른바 '문자폭탄' 등 강성 당원들의 항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친문 당심에 민감한 대권주자들이 앞다퉈 비판 대열에 직접 뛰어들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6일 페이스북에서 "무소불위 권한을 가진 법사위를 야당에 내주는 것을 당원과 국민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당에 합의 재고를 요청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합리적인 국회 운영을 위해 법사위 원래의 역할을 복원해야 한다"며 "근본적인 제도개혁을 선행한 뒤 법사위원장을 야당에게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전날 밤 "잘못된 거래를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다만 이낙연 전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야 간 합의는 존중될 필요가 있다"며 온도차를 보였다.

 

당 지도부 내에서도 파열음이 공개적으로 불거졌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 "법사위 개혁에 논의가 집중돼야 한다"며 "청와대와 함께 국정을 운영하는 여당으로서, 국회 5분의 3을 채우도록 선택받은 정당으로서 야당과의 협치보다 국민들에게 책임을 지는 정치가 더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법사위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지금 합의안은 법사위 기능을 전면적으로 고치는 것도 아니면서 법사위원장을 넘겨주는 것"이라며 "이후 우리가 추진하려는 여러 입법이 오히려 발목 잡히게 된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윤호중 원내대표를 겨냥, "잠자코 법사위원장을 하고 있었으면 내년 후반기 개원협상 때나 벌어질 일"이라며 "법사위의 월권을 실질적으로 빼버리는 협상안을 국민의힘이 못 받겠다면 '진정한 법사위 개혁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협상을 깨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지도부는 분출하는 반대 목소리에도 번복 가능성은 일축하고 있다.

 

동시에 '개혁입법 속도전'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특히 8월 국회에서 문체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겨주기 전에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안을 담은 언론중재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법사위원장을 넘겨줘서 모든 개혁법안이 좌초될 것처럼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언론중재법은 상임위에서 속도를 내는 것으로 일정이 잡혀 있다"고 말했다.

 

송영길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제주 예산정책협의회를 마친 뒤 언론중재법 처리 방향과 관련, "내일 법안소위가 열릴 것"이라며 "각 상임위에서 내실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야당이 뒤집어씌운 독주의 족쇄를 벗어던진 만큼 더욱 과감히 수술실 CCTV 법, 공정한 언론생태계 조성 입법, 사법개혁과 2단계 검찰개혁 입법, 한국판 뉴딜, 부동산투기 근절 입법 등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당내 강경파에서는 2단계 검찰개혁 과제에도 속도를 붙이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늦었지만 검찰개혁을 완수할 시간임이 아주 분명해졌다"며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가 신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법사위 후반기 국민힘 양보에...추미애 "잘못된 거래, 철회를"

"법사위원장 '야당 양도' 잘못, 당리당략 아닌 국민 먼저 생각해야 "

 

추미애, 대전서 기자회견=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추미애 후보가 7월 22일 대전시 서구 대전시의회에서 대전·충남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추미애 후보는 25일 21대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직을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한 여야 합의와 관련, "민주당은 법사위원장 야당 양도 합의의 잘못된 거래를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기한을 120일에서 60일로 단축하였다고 하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여야는 지난 23일 법사위원장을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민주당이 계속 맡되 후반기에 야당인 국민의힘에 넘기는 것을 골자로 한 상임위원장 재배분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한 바 있다. 여야는 법사위 기능을 체계·자구 심사에 국한하고, 본회의에 부의되기까지 체계·자구 심사 기간을 120일에서 60일로 단축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이에 대해 추 후보는 "별도의 전문가로 구성한 기구를 구성해 각 상임위를 통과한 법률의 법체계와 자구를 심사·보완하는 심의기구를 두자"며 "정부의 법제처 같은 체계·자구 전문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법사위 권한을 사법 관련 업무로 한정해야 한다"며 국회법 개정을 촉구하면서 "후반기부터 이를 시행하도록 준비하고 국민의 대의성을 반영하는 국회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 후보는 "법사위가 체계 자구 심사를 빌미로 법안 상정의 발목을 잡는 구실을 해왔고, 그래서 여당은 법사위원장을 지키려 하고 야당은 기어코 빼앗으려고 했다"며 "법사위가 어느 당의 흥정대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국회도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 '상왕 법사위' 손질 속도…"정기국회 전 반드시 처리“

 

"거래 3인방" 박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박병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왼쪽),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7월 23일 추경안과 상임위원장 배분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 의장실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후반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넘기는 전제 조건으로 여야가 합의한 '법사위 월권' 방지 작업에 본격 속도를 낸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25일 통화에서 "여야 합의대로 정기국회 이전인 8월 25일 본회의에서 법사위의 '상왕' 기능을 없애는 방안을 담은 국회법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내달 국회법 처리를 위해 국회법 소관 상임위인 운영위원회 논의부터 빠르게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여야는 법사위에 오른 법안이 본회의에 부의되기까지의 체계·자구 심사 기간을 120일에서 60일로 줄이고, 법사위 기능을 체계·자구심사로 한정하는 내용으로 국회법을 손질하기로 합의했다.

 

또, 국회법에 명시하지는 않지만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땐 장관이 아닌 차관이 참석하게 하고, 60일이 경과한 법안은 지체없이 소관 상임위에서 본회의에 부의하도록 하는 '신사협정'도 맺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간담회에서 "민주당은 신사협정을 한 부분도 국회법에 명문화하자는 입장이었지만 야당이 반대했다"며 "야당이 신사협정을 어기면 이 부분을 명시해 법 개정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내에서 이번 합의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 등엔 법사위원장을 넘긴 것에 대한 비판과 입법 동력 상실을 우려하는 글들이 올라왔고 당 지도부와 대선 경선 주자들엔 강성 지지층의 '문자폭탄'이 쏟아졌다.

 

정청래 의원은 앞서 "이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 두고두고 화근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고, 김용민 최고위원도 "여러모로 힘에 부친다. 죄송한 마음을 개혁 의지와 추진력으로 승화시키겠다"고 했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입법 동력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야당에 법사위원장을 넘기는 것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법사위원장의 법안 '발목잡기'인데, 이번 합의는 국회법 개정이 전제돼있고 의석수도 170석이 넘는 만큼 얼마든지 견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집권 여당으로서 국회 정상화를 위한 내린 불가피한 용단이라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취임 후 가장 아쉬운 점으로 법사위원장을 내준 점을 꼽으면서도, "안전장치를 다 마련했다. 상원, 상왕 노릇 하던 법사위와 법사위원장을 더이상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상임위 독식구조가 해소돼 그동안 의회 독재, 입법 폭주라는 말이 부담스러워 적극 추진하지 못한 언론·검찰개혁에 대해 족쇄를 벗어버리고 본격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또 다른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상임위원장 재배분 갈등이 길어질수록 국회 운영에 책임이 있는 여당엔 부담"이라며 "'입법 독주' 프레임도 내년 대선에서 득 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 후반기 국민힘 양보에 민주당원들 강한 반발

"법사위 내주고 무슨 개혁?"… 여 '당원 문자폭탄'

 전국민 재난지원금 무산에도 당내에서 볼멘소리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국회 원구성 협상 타결과 2차 추경 합의처리에 따른 당내 후폭풍에 몸살을 앓고 있다.

 

무엇보다 내년 6월부터 법사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넘기는 합의에 대해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24일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법사위를 내주고 무슨 개혁을 하겠다는 것인가", "법사위가 야바위 흥정 대상이 될 정도로 가볍나", "의원총회에서 법사위를 넘기는 것에 찬성한 의원 104명 명단을 공개하라", "당대표는 사퇴하라" 등의 항의 글이 이어졌다.

 

민주당 인스타그램 최근 게시물에는 "법사위를 왜 넘겨주나요? 너무 황당하네요", "법사위를 국민의힘에 넘긴 당 대표와 원내대표는 당장 내려와라", "이러라고 180석 주고 지지한 것 아닐 텐데요. 이 무슨 삽질인가요? 당 해체하세요", "법사위에 재난지원금 88%까지, 참 일 못 한다" 등 비판 댓글이 수백개가 달렸다.

일부 강성 지지층은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를 비롯한 최고위 지도부와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 등 대선경선 주자들에게도 '문자폭탄'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업무방해를 그만하라. 법사위를 야당으로 넘기지 말게 해 달라는 것인데, 문자폭탄 선동을 계속하면 응분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자제를 호소하는 글을 남겼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열성 당원들의 지지세가 높은 김용민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여러모로 힘에 부친다. 죄송한 마음을 개혁 의지와 추진력으로 승화시키겠다"고 쓰기도 했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국민의힘이 고안한 '거대여당 독주' 프레임을 깨고 대선에서 이기기 위한 깊은 고민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점을 당원들이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도부가 당론으로 추진했던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기획재정부와 야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소득하위 88% 지급안'으로 후퇴한 것에 대해서도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이재명 지사는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 소득상위 12%를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 "어려울 때는 콩 한 쪽도 나눈다고 하는데 얼마나 섭섭하겠느냐. 연대 의식이 훼손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SNS에서 "전국민 지급이 이뤄지지 않아 대단히 실망스럽다. 여야정이 흥정하듯 숫자를 더하고 뺐을 생각을 하니 화가 날 뿐"이라며 "당이 정부·야당 반대를 핑계로 삼아 너무 쉽게 손을 놓은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당 관계자는 "송 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들 사이에서도 이번 추경 협의 과정에서 접한 재정당국의 태도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진욱 대변인은 논평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당론으로 채택했지만, 끝내 재정당국과 야당을 설득해내지 못해 송구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민께 지원금을 드리고 소상공인 지원을 두텁고 폭넓게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여야 상임위원장 재배분 협상 타결

민주당 11 국민의힘 7 상임위 합의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왼쪽)가 23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추경안과 상임위원장 배분 등에 합의한 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23일 상임위원장을 국회 의석수대로 분배하고 법제사법위원장은 여야가 2년씩 나눠 맡기로 합의했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갈등 끝에 여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며 문을 연 21대 국회가 1년2개월 만에 제모습을 찾으며 뒤늦게 협치의 시동을 걸게 된 것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두 차례 회동을 이어간 끝에 원구성 협상을 타결했다. 21대 국회 전반기인 내년 5월까지 민주당은 운영위, 법제사법위, 기획재정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외교통일위, 국방위, 행정안전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보건복지위, 정보위, 여성가족위 등 11개 상임위 위원장을, 국민의힘은 정무위, 교육위, 문화체육관광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환경노동위, 국토교통위, 예산결산특위 등 7개 상임위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법사위원장은 21대 국회 전반기 2년은 민주당이, 후반기 2년은 국민의힘이 맡기로 하는 절충을 통해 오랜 갈등을 해소했다. 이번 합의에 따르면 현재 민주당이 맡고 있는 법사위원장 자리는 내년 6월부터 국민의힘으로 넘어간다. 여야는 이와 함께 그동안 국회 안에서 상왕·상원 노릇을 하던 법사위를 개혁하는 데도 뜻을 모았다. 법사위의 기능을 다른 법률과의 충돌 여부나 문구가 적정한지를 따지는 ‘체계자구 심사’로 엄격하게 한정하기로 한 것이다.

 

법사위는 그동안 다른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률을 받아 본회의로 올리기 전 체계자구 심사를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 법안의 본질적인 내용을 손질하는 월권을 행사해 ‘상왕·갑질 상임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야는 또 법사위의 심사기한 초과 시 다른 상임위가 본회의 부의를 요청할 수 있는 기간도 120일에서 60일로 단축시키기로 했다. 입법 길목에서 과도한 권한 행사로 사실상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의 본질까지 바꾸는 역할을 함으로써 항상 시한폭탄 같았던 법사위의 힘을 빼고, 위원장 자리를 여야가 공유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로써 지난해 4월 총선 뒤 여당의 상임위원장 독식 상태로 일방통행되던 21대 국회 원구성은 정상화됐다. 국민의힘은 통상 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갔던 관행을 들며 4·15 총선 참패 뒤 법사위원장을 요구해왔지만, 여당이 거부하면서 협상은 막다른 길에 이르렀다. 이후 민주당이 180석이라는 압도적인 의석수로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자 국민의힘은 야당 몫의 국회부의장 자리도 거부하며 국회 파행은 장기화했다. ‘여당 독식’의 원구성으로 21대 국회는 주요 법안 처리 때마다 ‘기립 표결’ ‘야당 패싱’ 등 논란을 낳으며 협치의 정신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았고 이는 민주당으로서도 상당한 부담이었다.

 

결국 여야는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국회 운영을 정상화하면서 새로운 협치의 시작을 알렸다. 여야 합의 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법사위 기능을 조정하고 개선해 정상적인 상임위가 될 수 있는 단초를 열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여야가 더욱더 협력해서 통큰 협치를 이뤄나가는 데 함께 노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국회가 협치의 장으로서 잘 작동될 수 있도록 여당이든 야당이든 협조하는 마음으로 대화와 타협의 장으로 운영돼 국민에게 좋은 정치를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극소량의 세포 수로 해결된 획기적 업적

개인의 생물학적 관계 추론하는 'DNA 계보' 활용

살인범은 26년 전 스스로 목숨 끊어

 

DNA 계보 분석 기법: 단순 DNA 분석을 넘어 개인들의 생물학적 관계를 추론하는 방법으로 수십년 미제사건의 해결방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DNA 계보 업체 이글 홈페이지 캡처.

 

사건 현장에서 나온 15개의 세포로 30여 년간 미궁에 빠진 살인범의 정체가 밝혀졌다.

 

개인 간의 생물학적 관계를 추론하는 'DNA 계보'라는 새로운 과학수사기법을 적용한 데 따른 것이다.

 

22일 미국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라스베이거스의 한 고교에 다니던 스테퍼니 아이작슨(14)은 1989년 6월 등굣길에 올랐으나 귀가하지 못하고 그날 밤 근처 들판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사건을 담당한 라스베이거스 경찰은 소녀가 성폭행당한 뒤 목이 졸려 숨진 것으로 판단했고, 인근 여러 주에 걸쳐 수십 년간 수사를 이어갔지만 단서를 찾지 못했다.

 

사건에서 채취한 DNA 정보는 국가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됐지만 이와 일치하는 용의자도 찾지 못했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흐른 지난해 경찰은 라스베이거스의 유전자 분석업체 대표 저스틴 우의 도움을 받아 극소량의 DNA만을 남긴 미제 살인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다시 착수했다.

 

아이작슨의 사건은 올해 1월 재수사 대상에 선정됐다.

 

용의자 DNA 샘플은 그간 수백 개 미제사건 해결을 도운 민간 연구소 오스람으로 제출됐다. 당시 현장에 남겨진 증거는 세포 15개가 전부였다.

 

다행히 오스람은 DNA가 120pg(피코그램, 1조 분의 1g) 미만, 세포 15개 미만이라도 게놈 시퀀싱(DNA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용의자를 식별할 수 있었다.

 

민간연구소 오스람의 유전자 분석 모습. 오스람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또 유전자 계보 분석을 활용해 가계도를 만들었고, 먼 친척을 통해 일치하는 DNA 정보를 하나하나 찾아내 결국 라스베이거스 주민 대런 마천드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범인 마천드는 아이작슨이 살해되기 3년 전 또 다른 살인사건과 관련해 이미 체포된 이력이 있었는데, 이때 발견된 DNA 정보가 당시 사망자의 옷에서 발견된 것과 일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이 잘 풀린 것은 아주 작은 양의 DNA 정보라도 활용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데이비드 미텔만 오스람 CEO는 "미제 사건에서 남은 모든 증거를 사용하는 것이어서 사실 이번 일에 나서기 두려웠다"면서도 "공식 발표된 사건 중에 가장 적은 DNA 정보로 범인을 찾은 사례"라며 획기적인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사상 최저 DNA 양으로 사건을 해결한 이번 사례처럼 수십 년 동안 풀지 못한 다른 미제사건도 해결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이작슨의 어머니는 "사건이 해결될 줄은 몰랐다"며 "딸을 죽인 범인을 알아내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30여 년 만에 찾은 범인 마천드는 1995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연합뉴스

도쿄올림픽 우여곡절끝 23일 개막

응원없는 경기…개막식도 무관중

코로나 악화 땐 중도취소 우려도

한국은 29개 종목에 354명 참가

 

도쿄올림픽 구조물. 도쿄/신화 연합뉴스

 

코로나19로 1년 미뤄졌던 2020 도쿄올림픽이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우여곡절 끝에 막을 올린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를 이유로 불참을 선언한 북한, 기니를 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소속 204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소속팀과 2016 리우올림픽 때부터 참가하고 있는 난민팀이 출전해 33개 종목에서 금메달 339개 등의 주인을 가린다. 일본에서 여름올림픽이 열리는 것은 1964년 이후 57년 만이다.

 

전염병으로 인한 초유의 대회 연기부터 끝없는 취소 논란까지 그야말로 예전과는 전혀 다른 전세계 스포츠 축제다. 전례 없는 대회인 만큼, 개막식도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에서 치러진다.

 

일단 개막식 때 6만8천여명 수용 규모의 국립경기장은 거의 텅텅 비게 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와 일본 정부 등은 이번 대회를 유관중으로 치르기 위해 이달 초까지 검토를 했지만, 도쿄를 중심으로 일본 내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결국 귀빈과 대회 관계자만 참석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역사상 가장 조용한 올림픽 개막식이 예정돼 있다.

 

개막식의 꽃으로 꼽히는 선수단 입장도 단출해진다. 국제올림픽위원회 등은 선수 입장 인원수에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각국 선수단이 최소한의 인원만 입장에 참여하는 것을 검토하고 나섰다. 이번 대회 29개 종목 354명의 선수단(선수 232명, 임원 122명)을 보낸 한국도 컨디션 조절과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기수인 김연경(여자배구), 황선우(수영)를 비롯한 선수 26명 등 32명 정도만 참석할 방침이다. 한국은 103번째로 입장한다. 개막식 행사 또한 대폭 축소된다. 2011 동일본 지진 및 쓰나미 희생자, 전세계 코로나19 사망자를 추모하는 시간 등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개막식만 ‘조용하게’ 치러지는 것이 아니다. 전체 일정의 96% 경기가 무관중으로 진행된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가족 응원 등을 받지 못하고 순위를 다퉈야만 한다. 시상식도 침묵 속에 진행된다. 선수들은 마스크를 쓴 채 참석해 메달도 스스로 목에 걸어야 한다.

 

기념 촬영을 위한 포옹도, 세리머니 단골 메뉴인 ‘메달 깨물기’도 금지된다. 악수 또한 마찬가지다. 경기를 모두 마친 선수들은 48시간 내 선수촌을 떠나야만 한다. 개인 일정을 끝내면 다른 경기장에서 자국 선수를 응원하는 풍경도 이번 올림픽에서는 볼 수 없을 전망이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올림픽 중도 취소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마스크와 함께 역사상 가장 기이한 17일간의 스포츠 열전(8월8일 폐막식)이 기다리고 있다.

 

도쿄올림픽 티켓 359만장 환불…판매량 4만장 그쳐

무관중 여파…“9천억 손실 예상”

선수촌에서 확진자 4명 추가 발생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초유의 1년 연기부터 끊임없는 취소 논란까지 우여곡절 끝에 ‘2020 도쿄올림픽’이 열린다. 22일 오후 도쿄 시부야 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신주쿠 국립경기장.

 

도쿄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두고 올림픽 선수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4명 추가로 발생했다. 선수촌이 문을 연 이래 하루 최다 확진이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22일 “선수촌에서 투숙객 4명(선수 2명, 대회 관계자 2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 (이들을 포함해) 올림픽 관계자 중 12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로써 선수촌 발생 확진자는 모두 9명이 됐다. 조직위원회가 집계·발표를 시작한 지난 1일부터 지금까지 대회 관련 누적 확진자는 87명으로 늘었다.

 

폐쇄된 장소인 선수촌에서 잇달아 확진자가 나오면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대회가 진행되면서 집단감염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미국 여자체조 대표팀은 따로 호텔을 잡아 대회를 준비하기로 했다. 개최국 일본의 유력한 메달 주자들은 선수촌 바깥 호텔 등에 자리를 잡고 대회를 준비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한편 우려했던 대로 도쿄올림픽의 입장권 판매량이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입장권 판매량이 4만장에 그쳤다고 이날 발표했다.

TBS 방송, <스포츠호치> 등 일본 언론은 도쿄올림픽 33개 종목 경기에 입장권 363만장이 팔렸지만, 지난 8일 도쿄 등 수도권에 긴급사태가 선언되면서 후쿠시마현, 홋카이도 등 대부분의 지역도 무관중 정책에 동조함에 따라 359만장이 환불 대상이 됐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변종 바이러스가 퍼지자 지난 3월 해외 관중의 일본 입국을 불허하고 일본 거주민만 경기장에 입장하도록 방침을 바꿨다. 그러다 코로나19 상황의 악화로 6월 말 경기장 수용 규모의 50% 또는 최대 1만명으로 후퇴했다. 이후 긴급사태까지 이어지면서 결국 수도권 무관중 결정을 내렸다.

 

도쿄조직위는 무관중에 따른 입장권 수입 손실이 9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도쿄/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