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외곽서 2건 발생…"13명 사망" 보도도

 

     아프간 카불 공항 경비하는 미군 병사들[AFP=연합뉴스]

 

탈레반의 정권 장악 이후 서방 국가의 대피 작전이 긴박하게 이뤄지던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 공항 바깥에서 26일(현지시간) 자살폭탄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했다고 미국 국방부가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에 카불 공항 밖에서 폭발이 있었다며 "사상자는 현재 불분명하다. 추가 세부사항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터키 국방부는 카불 공항 외곽에서 2건의 폭발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스푸트니크통신은 두 번째 폭발은 미국인들이 대피를 위해 집결하는 공항 근처 호텔에서 발생했다고 전했다.

 

미 당국자는 로이터통신에 초기 보고는 자살 폭탄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번 폭발로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탈레반 관계자를 인용해 어린이를 포함해 13명이 사망하고, 공항 밖에 있던 탈레반의 경계요원 다수가 부상했다고 전했다. 외국인이 사망자에 포함됐다는 보도도 있다.

 

미 당국자는 부상자 중에 3명의 미군이 포함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폭발이 발생한 후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과 소규모 총격이 벌어졌다는 외신 보도도 나온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번 폭발에 대한 브리핑을 들었다고 밝혔다.

 

영국 국방장관은 카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고 대피 작전에 영향 등을 파악하기 위해 긴급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불 공항에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이후 해외로 대피하려는 수천 명의 아프간 현지인이 모여들어 혼란을 빚고 있는 상태다.

 

미국 등 서방국가는 오는 31일 대피 작전과 철군 완료로 목표로 하는 가운데 그간 공항 주변의 자살폭탄 테러 가능성 등 경고가 이어져 왔다.

 

지난 24일 주요 7개국(G7)의 화상 정상회의 때 영국과 프랑스 등은 오는 31일인 대피 시한을 연장할 것을 주문했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테러 우려 등을 들어 예정대로 작전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래픽] 아프간 카불공항 인근 대규모 폭발

 

아프간 대피자 하루새 1만3천명 늘어…10만명 육박

미국과 동맹국 시민·현지 조력자 포함

 

수송기 탑승 기다리는 아프간 현지 조력자와 가족들=한국으로 이송될 아프간 현지 조력자와 가족들이 25일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공군 C-130J 수퍼허큘리스 수송기에 탑승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탈레반의 정권 장악으로 대피 행렬이 이어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지금까지 10만 명에 달하는 탈출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미국 백악관에 따르면 25일 오전 3시부터 24시간 동안 수도 카불의 공항을 통해 아프간을 빠져나온 이는 1만3천400명이다.

 

미국이 군용기로 대피시킨 인원이 5천100명이고, 동맹국의 연합군 비행기로 탈출한 이들이 8천300명이다.

 

일일 대피 인원 규모는 지난 24일 2만1천600명, 25일 1만9천 명에 비해선 작아진 것이다.

 

탈레반의 수도 진격과 함께 대피 작전이 본격화한 지난 14일 이후 지금까지 아프간을 빠져나온 이들은 모두 9만5천700명이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는 10만1천300명이다.

 

대피 대상은 미국과 동맹국의 외교관과 시민, 아프간전 때 서방 국가에 협력한 통역사와 가족 등 현지인으로, 현지인이 다수를 차지한다.

 

미국과 동맹국은 애초 목표로 한 오는 31일까지 대피작업과 철군을 완료할 계획이다.

 

하지만 탈레반의 검문과 방해 탓에 카불 공항에 진입하지 못한 아프간 현지인이 상당하고 탈레반의 보복 위험에 처한 이들은 미국이 파악한 수보다 실제로 더 많다는 우려도 나온다.

 

러 대사 "미군 대피 작전 동안 카불공항서 일반인 50명 숨져"

"공항 혼돈상태, 미군 제대로 대처못해…러, 스스로 자국민 360명 이송"

 

미군의 자국민 및 아프간인 조력자 대피 작전이 시작된 이후 카불 공항에서 약 50명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아프가니스탄 주재 러시아 대사가 26일(현지시간) 밝혔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쥐르노프 아프간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날 자국 뉴스 전문 채널 '로시야-24'와 인터뷰에서 "카불 공항은 혼돈 상태이며 미국인들은 그곳에서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도 못하고 있다"면서 "이미 일반인 50명가량이 숨졌다"고 전했다.

 

카불 공항으로 들어가려고 밀집해 있는 아프간 난민들.[AP=연합뉴스]

 

쥐르노프는 전날 러시아가 자국민과 옛 소련권 국가 국민들을 대피시킬 때는 미군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출국하는 사람들의 서류를 점검했다.

 

게다가 질서 유지 업무는 오히려 탈레반이 지원했다고 소개했다.

 

쥐르노프는 "탈레반이 모든 일을 도왔다. 압사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하거나 줄을 세우는 일, 외부 침입자를 차단하는 일 등을 도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인들을 대피시키는 과정에서 탈레반과 훌륭한 협력이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쥐르노프 대사는 또 전날 러시아의 특별수송기를 동원한 대피 작전으로 360명의 러시아인이 아프가니스탄을 떠났고 잔류를 희망한 약 100명만이 현지에 남아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38명의 집단안보 조약기구(CSTO) 회원국 국민도 러시아 수송기를 이용해 아프간을 탈출했다고 덧붙였다.

 

CSTO는 지난 2002년 옛 소련에 속했던 러시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6개국이 결성한 군사·안보 협력체다.

 

러시아 국방부는 전날 4대의 군용수송기를 카불로 급파해 자국민과 벨라루스,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의 CSTO 회원국 국민, 우즈베키스탄과 우크라이나 국민 등 약 500명을 아프간 카불 공항에서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22명의 타지크인과 10명의 키르기스인은 각각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으로 태워다줬으며 나머지 국가 국민들은 모스크바로 이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군용수송기 [타스=연합뉴스]

 

일본 수송기 2번 카불공항 갔지만 대피자 도착 못해 수송 실패

모테기 외무, 내일까지 일본인 등 대피지원 실현 목표 밝혀

탈레반, 일본 언론 인터뷰서 파견 자위대 조기 철수 요구

 

아프간에 파견된 일본 항공자위대 수송기 C-2=일본 정부는 지난 23일 항공자위대 소속 C-2 수송기 1대를 아프가니스탄에 파견했다. 현지 거주 일본인과 일본대사관,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등에서 근무한 아프간 직원과 그 가족을 대피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일본 사이타마(埼玉)현 이루마(入間) 공군기지에서 이륙 준비를 하는 C-2 수송기 모습.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일본 자위대 수송기가 카불 공항에 두 차례 착륙했지만, 대피 희망자가 공항에 도착하지 못해 수송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25일 밤(이하 한국시간 기준)부터 26일 오후까지 항공자위대 수송기가 두 차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아프간 카불 공항으로 향했다.

 

그러나 대피 희망자가 공항에 도착하지 못해 수송 작전은 성공하지 못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에 남아 있는 일본인, 현지 일본대사관 및 일본국제협력기구(JICA)에서 근무한 아프간 직원과 그 가족 등을 대피시키기 위해 항공자위대 소속 C-2 수송기 1대와 C-130 수송기 2대를 지난 23~24일 파키스탄으로 파견했다.

 

일본 정부는 대피 희망자에게 자력으로 공항까지 이동하라고 요청했지만, 현지 혼란이 계속되면서 공항 접근이 어려운 사람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NHK는 전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은 이날 자민당 다케시타(竹下)파 회합에서 자위대 수송기를 이용한 아프간 잔류 일본인 등에 대한 대피 지원을 27일까지 실현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아프간 주둔 미군의 철수 시한이 이달 31일까지여서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 정부의 대피 지원 대상은 최대 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탈레반은 일본 민영 방송인 후지뉴스네트워크(FNN)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파견한 자위대의 조기 철수를 요구했다.

 

26일 FNN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우리는 일본인을 보호한다"며 아프간에 있는 일본인 등이 대피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는 또한 "(일본과) 우호적이고 좋은 외교관계를 맺고 싶다"면서도 "군의 주둔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탈레반, 카르자이 전 대통령 등 정부 인사 가택 연금"

CNN보도 "경호팀 무기와 차량도 몰수"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아프간 전 정부 인사들과 회동하는 탈레반 간부들.[A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새 정부 구성을 위해 대화하던 정부 측 인사를 가택 연금에 처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관계자를 인용해 2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은 지난 23일 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 경호팀의 무기와 차량을 압수했다.

 

탈레반은 이어 25일에는 압둘라 압둘라 아프간 국가화해최고위원회(HCNR) 의장의 집도 수색했고 그의 경호팀과 차량도 역시 몰수했다.

 

관계자는 "두 사람은 경호원 없이 실질적으로 가택 연금된 상태"라고 밝혔다.

 

탈레반은 지난 15일 카불 등 아프간을 장악한 후 포용적 정부를 구성하겠다며 두 사람 등과 회동해왔다.

 

정부를 이끌 고위 의사 결정 기구인 '12인 위원회'에 두 사람이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CNN의 보도에 대해 탈레반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과거 집권기(1996∼2001년) 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던 탈레반은 하지만 최근에는 여성 인권 존중 의지 등도 거듭해서 드러냈다.

 

하지만 아프간 전역에서는 탈레반 지도부의 말과 달리 시위대 겨냥 발포 등 잔혹 행위가 발생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러 대사 "아프간 은신 IS 대원 4천명…反탈레반, 저항능력 없어"

아프간 주재 대사 밝혀…"실질 통제하는 탈레반 외에 대안 없다"

"反탈레반 세력, 주민 지지 못 얻어…탈레반, 러와 경제협력 기대"

 

    카불 공항 경비하는 서방 국가군인들 [AF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 중인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대원은 4천 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아프간 주재 러시아 대사가 밝혔다.

 

25일(현지시간)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쥐르노프 주(駐)아프간 러시아 대사는 이날 자국 유명 언론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솔로비요프 라이브'에 출연, 아프간 내 IS 대원들은 탈레반과의 충돌을 피해 은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IS-코라산'으로도 알려진 IS 아프간 지부는 2014년부터 아프간 지역에서 활동해 왔다.

 

이들은 탈레반과 긴장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쥐르노프 대사는 "충돌이 없는 것을 보면 IS는 숨어있다. 그들은 수가 많지 않고 고작 4천명 정도"라면서 "(탈레반과의) 정면 충돌 시 결과가 어떨지 분명하기 때문에 숨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레반이 지난 15일 아프간을 장악한 이후 카불 공항에 탈출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정보당국은 공항과 주변 지역에서 탈레반 외에 IS 등 다른 무장단체의 테러 위협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IS와 탈레반 모두 이슬람 수니파 계열이지만, IS는 시아파를 배교자로 삼아 처단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간 탈레반과 종종 대립해왔다.

 

     아프간 판지시르에 모인 반(反) 탈레반 저항군 [로이터=연합뉴스]

 

쥐르노프 대사는 아프간에서 "탈레반에 대한 대안은 없다"면서 그들이 수도 카불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를 통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아프간 북동부 판지시르 계곡에 집결한 반(反)탈레반 저항세력과 관련해, 탈레반이 곧바로 전면적인 공세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탈레반이 판지시르 문제를 무력을 동원해 해결하려 했다면, 하루면 충분했을 것"이라면서 탈레반이 부드럽게 압박해 저항세력 지도자들이 무장투쟁의 가망이 없음을 깨닫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군벌 출신 아타 모함마드 누르 전(前) 발흐주 주지사와 북서부 헤라트의 군벌 출신 모하마드 이스마일 칸 등이 포함된 저항세력은 현지 주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으며, 탈레반에 실질적으로 저항할 능력도 없다고 지적했다.

 

탈레반의 정치 부문 고위급 관계자는 최근 아프간 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방문, 쥐르노프 대사에게 판지시르 지도자와 주민들에게 자신들의 '정치적 신호'를 전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이 전달을 요청한 메시지는 지금까지 탈레반은 무력을 이용해 판지시르로 진입하려는 시도를 한 번도 하지 않았으며, 정치적 합의 등을 통해 상황을 해결하는 방안을 찾길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고 쥐르노프는 밝힌 바 있다.

 

쥐르노프 대사는 이밖에 탈레반은 러시아가 자원 개발 등 아프간 경제 발전에 참여하는 것에 열려있으며, 이웃한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의 중앙아 국가들과도 경제적 협력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비 모기지 부채, 1980년대 이후 첫 감소

"봉쇄를 저축 · 부채상환 기회 활용"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캐나다 국민의 모기지(장기 주택담보대출)를 제외한 부채 상환이 30여 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통계청은 23일 지난해 5월부터 올 5월 기간 전 국민의 비(非)모기지 부채가 1980년대 이후 처음으로 연간 기준 감소를 기록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신용카드 부채의 경우 지난해 2월 이후 1년 동안 18% 줄었다며 이는 지난 2000년 이래 연평균 20%씩 누적돼 왔기 때문에 이번 기록이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 부채는 2000년 132억 달러(약 12조2천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2월 906억 달러로 불어났으나, 올 1월 740억 달러로 무려 160억 달러 이상 감소했다.

 

통계청은 이에 대해 "코로나19 기간 정부의 소득 지원 시책이 집중적으로 시행된 가운데 각 가계의 소비처가 크게 줄었다"며 "다수 국민이 코로나 경제 봉쇄를 저축과 부채 상환의 기회로 활용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기간 신용등급이 낮은 계층에서 고금리 부채 상환이 더 두드러졌다고 통계청은 지적했다.

 

신용 평가 기준 점수 640을 밑도는 계층의 경우 신용카드 부채가 33% 이상 줄었으며, 800점 이상 고신용 층의 잔고는 1년 사이 14%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경제활동 재개가 확대되는 가운데 다수 국민의 부채 부담이 코로나19 시작 때보다 가볍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지난 4월만 해도 불과 한 달 사이 모기지 부채가 총 180억 달러 늘어 월간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면서 캐나다 국민의 총 모기지 부채가 계속 늘어 2조 달러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아프간군 사령관의 NYT 기고…"우리는 배신당했다"

● WORLD 2021. 8. 26. 12:29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우리는 정치와 대통령들로부터 배신당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군 사미 사다트 장군 [AFP=연합뉴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 의해 무너진 아프가니스탄 정부군 사령관이 25일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우리는 배신당했다"고 토로했다.

 

아프간 남부 헬만드주에서 육군 부대를 지휘하다 카불 함락 직전 특수부대 사령관으로 임명된 3성 장군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미 사다트는 "난 지쳤고, 좌절했고, 화가 난다"라고 말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연설에서 "아프간군조차 자신을 위해 싸우려 하지 않는 전쟁에서 미군이 죽을 수도, 죽어서도 안 된다"고 언급한 대목을 강하게 반박했다.

 

사다트 장군은 "아프간 육군이 싸울 의지를 잃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미국 동맹으로부터 버려졌다는 느낌과 지난 몇 달간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서 드러난 우리에 대한 무시가 점점 커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프간군도 정실 인사와 관료주의 등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우리의 동맹들이 이미 싸움을 멈췄기 때문에 우리도 결국 중단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다트 장군은 "카불과 워싱턴의 정치적 분열이 아프간 육군을 목 졸랐다"고 덧붙였다.

 

'아프간군이 싸우려 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지난 20년간 전체 병력의 5분의 1인 6만6천명이 전사한 사실을 거론한 사다트 장군은 "아프간군이 무너진 이유는 3가지"라며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평화협정 ▲ 군수지원과 정비지원 중단 ▲ 아프간 정부의 만연한 부패 등을 이유로 꼽았다.

 

지난해 2월 카타르 도하에서 체결된 미국과 탈레반의 협정으로 미군 철수가 기정사실화하면서 그전까지 별다른 승리를 거두지 못하던 탈레반이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는 "우리는 계속 싸웠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4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획을 고수하겠다고 확인하면서 모든 것이 내리막길로 치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군수업체들이 먼저 철수하면서 기술적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고, 이들 업체가 소프트웨어를 가져가는 바람에 첨단 무기를 제대로 쓸 수 없었다고 사다트 장군은 전했다.

 

사다트 장군은 "우리는 정치와 대통령들로부터 배신당했다"며 "아프간 전쟁은 국제 전쟁이다. 하나의 군대만으로는 임무를 완수할 수 없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군 사미 사다트 장군 [AFP=연합뉴스]

 

 

이송 지원하던 대사관 직원도 모두 철수

 

공군 수송기 탑승 기다리는 아프간 협력자들= 한국 정부와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이 24일(현지시간) 국내 이송을 위해 카불 공항에 도착한 한국 공군 수송기에 탑승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정부가 과거 한국을 도운 적이 있어 아프가니스탄에서 데려오려는 협력자와 가족 전원이 탈레반 점령지를 벗어났다.

 

외교부는 한국으로 입국 예정인 아프간 인사 및 가족 365명이 한국시간 25일 오후 6시 10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밝혔다.

 

전날 먼저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한 26명까지 한국행을 희망한 협력자 총 391명 전원이 안전지대로 빠져나온 것이다.

 

이들은 중간 경유지인 이곳에서 이르면 이날 저녁 한국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아프간인들의 한국 이송 지원을 위해 카불에 입국해있던 주아프간 대사관 선발대 직원들도 함께 수송기를 타고 전원 철수했다.

 

'카불의 미라클' 난리통에도 희망자 전원 데려와

탈레반 검문소·혼란에 공항 진입 어려워…아프간인 탈출 금지 발표도

미국 '버스 모델'로 돌파… 협력자도 연락망 유지하며 일사불란 이동

 

우리군 수송기로 이동하는 아프간 협력자들=한국 정부와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이 국내 이송을 위해 카불 공항에 도착한 한국 공군 수송기로 이동하고 있다.

 

탈레반이 이미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과 협력한 현지인과 가족을 국내로 데려오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여러 국가가 아프간 협력자는 물론 자국민 구조에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정부는 군 수송기까지 투입한 치밀한 계획과 미국의 협력 덕분에 한국행을 희망한 협력자를 한 명도 남기지 않을 수 있었다.

 

25일 외교부에 따르면 그간 아프간에서 정부 활동을 지원해온 현지인 직원과 그들의 배우자, 미성년 자녀, 부모 등 총 391명이 26일 중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당초 정부가 계획했던 이송 인원 427명보다 36명이 적다.

 

이에 따라 일부가 탈레반의 방해와 카불공항 주변 혼란 등으로 탈출길이 막힌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들은 마지막 순간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화상 브리핑에서 "원하는 사람은 100% 나왔다"며 "36명 중에는 국내 잔류나 제3국행을 결정한 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위당국자는 "지금처럼 비행기를 보내는 작전은 이번으로 마감하지만 36명 중 나중에 '도저히 안 되겠다, 한국 가야겠다'는 경우 개별적으로 방안을 강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공군 수송기 탑승 기다리는 아프간 협력자들=한국 정부와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신원확인을 마친 뒤 한국 공군 수송기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100% 이송'은 현재 카불공항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이송 작전명 '미라클'이 떠오를만큼 매우 의미 있다.

 

협력자들은 군 수송기 도착에 맞춰 공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탈레반이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피란민이 몰리면서 공항 진입 자체가 힘들다.

 

이 때문에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등도 자국민과 협력자 이송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몇 국가가 미국에 호송차량(convoy)을 요청했지만, 미국은 불가하다고 했다.

 

독일 정부는 지난 17일 수천 명을 공수할 계획으로 항공기를 보냈지만, 혼란 상태에서 겨우 7명만 탑승한 채 출발하기도 했다. 벨기에는 군용기에 한 명도 태우지 못했다고 한다.

 

아프간 사태를 논의하는 20여 개국 외교차관 회의에서 이런 상황을 공유받은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저희가 낙담을 넘어 황당한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공군 수송기에 오르는 아프간 협력자들=한국 정부와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이 24일 국내 이송을 위해 카불 공항에 도착한 한국 공군 수송기에 오르고 있다.

 

해결책은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 22일 열린 이 회의에서 제시했다고 한다.

 

미국이 거래하는 아프간 버스회사에 협력자들을 태운 뒤 버스가 미군과 탈레반이 함께 지키는 검문소를 통과하게 하는 것으로 한국행 협력자들은 버스 6대에 나눠 탔다.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이 이날 오전 11시 협력자 이송에 대해 언론발표를 할 당시에도 버스 몇 대가 공항으로 진입하는 중이었다고 고위당국자는 설명했다.

 

협력자들이 대사관, 병원, KOICA(한국국제협력단) 등 자신이 속했던 기관별로 탄탄한 연락망을 유지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점도 이송에 도움이 됐다.

 

정부가 조금이라도 늦게 움직였다면 이송이 상당히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은 주요 7개국(G7) 등의 만류에도 8월 31일까지 아프간에서 외국 군대를 철수하고 민간인 대피를 끝내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으며, 정부가 협력자들을 태우기로 한 24일 밤 돌연 협력자의 공항 진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31일 자국민과 아프간 협력자 대피를 종료하고 미군을 완전히 철수하겠다고 했다.

 

공항의 안전을 보장하는 미군이 철수하면 한국 정부 단독으로 이송 작전을 추진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카불로 돌아간 대사관 직원들, 한국식 ‘비상연락망’ 풀가동

탈출영화 같았던 ‘작전명 미라클’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밖에서 한국 외교관과 우방국 병사들이 ‘KOREA’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한국으로 갈 아프간인들을 찾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길게는 7~8년씩 한국 정부를 도와 일을 했던 현지인과 그 가족 391명이 무사히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기까지는 전쟁 영화 속 탈출 작전 같은 상황이 이어졌다.

 

애초 한국행을 희망했던 아프간인은 427명이다. 24일 이들 가운데 26명만 카불을 빠져나왔다는 소식에 작전 실패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지만 25일 이달에 태어난 아기 3명 등 영유아 100여명까지 무사히 카불을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국방부가 붙인 이번 이송 작전 이름은 ‘미라클’(miracle·기적)이었다.

 

외교부의 설명에 따르면 365명이 버스 6대에 나눠 타고 24일 카불 공항에 도착했다. 이들 모두가 개별적으로 카불 공항에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전날 공항에 도착한 26명은 탈레반의 검문검색과 공항 주변 인파를 뚫고 걸어 들어온 이들이었다.

 

다행히 22일 미국 정부가 우방국들에 제안한 ‘버스 모델’이 가시화했고, 정부는 이튿날 미국 정부와 탈레반 간 합의로 공항으로 진입이 가능한 버스를 섭외하는 데 성공했다. 탈레반의 카불 진입 뒤 카타르로 철수했다가 아프간인들의 국내 이송을 지원하기 위해 22일 카불로 돌아온 아프간 주재 한국대사관 직원들의 발 빠른 조처였다.

 

한국과 오랜 기간 함께 일해 가능했던 ‘한국식 피라미드 연락망’도 이들의 탈출 과정에서 빛을 발했다. 대사관과 코이카, 바그람 한국병원 등 근무지별로 대표를 뽑아 신속히 연락했다. 이들은 집결 장소와 시간을 공유해 정확히 모였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연락망이 굉장히 끈끈하고 탄탄”해 “원하는 사람은 100% 가깝게 집결했고 오늘 새벽 무사히 들어왔다”고 했다.

 

하지만 버스에 나눠 타고도 공항 진입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신생아들의 건강에 이상이 생길까 봐 끝까지 마음을 놓지 못했다. 다행히 공항 주변은 총소리가 난무했던 대사관 직원들 철수 때보다 안정된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한국시각 오후 6시께 무사히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도착했다.

 

애초 한국행을 희망했던 427명 가운데 36명은 개인 사정으로 아프간에 남거나 제3국 이송을 택했다. 이에 따라 26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는 이들은 대사관(21가구 81명), 병원(35가구 199명), 직업훈련원(14가구 74명), 차리카르기지 지방재건팀(5가구 33명), 코이카(1가구 4명) 근무자 등 391명이다.

 

이들은 대형 군수송기 KC-330(공중급유기)과 C-130을 타고 26일 오전과 오후에 각각 도착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이들의 경우 3개월 단기비자로 입국한 뒤 장기체류비자로 일괄 변경 조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원을 둘러싼 일각의 우려에 대해 외교부는 “여러차례 검토 및 확인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들과 함께 근무했던 공덕수 전 바그람 직업훈련원 원장은 “탈레반 통치하에 한국병원, 직업훈련원 조력자들을 그냥 두면 탈레반에 의해 처형된다는 건 거의 확실시된다”며 “(이들을) 구출하는 것은 인도주의 측면뿐 아니라 결코 친구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한국 정부와 국민의 신의와 의지를 국제사회에 다시 인식시키는 중요한 계기”라고 국민들의 이해를 당부했다.

 

한편 외교부는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한 아프간인 3명과의 대화 내용을 이날 기자단에 제공했다. 4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은 “최근 안보 환경 변화로 인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국 정부가 우리를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난시켜주었다”며 거듭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는 8월로 들어서며 “(아프간 내) 상황이 점점 나빠졌다”며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카불에 있는 한국대사관을 통해 우리를 피난시켜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2013년부터 2년4개월 한국 대사관에서 일했다는 여성도 “(아프간을 떠난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가족과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결심했다. 대사관으로 가 나와 가족들의 목숨을 구해달라고 했다”며 “(탈출 계획은) 한달 전부터 시작됐고, 1주일 전에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 우리는 매일 이메일로 상황을 업데이트했다”고 말했다. 30대로 보이는 또 다른 남성도 “2년 동안 한국인들과 일했는데 매우 친절하고 좋은 이들이었다. 그들 모두와 한국 정부에 매우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김지은 길윤형 기자

  

문대통령 "한국 도운 아프간인에 도의적 책임 다해야"

"국민들 이해·협조 감사"…"불편함 없도록 살피고 방역에 만전"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과거 한국 정부와 협력했던 아프가니스탄인들을 국내로 이송하기로 것과 관련해 "우리를 도운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또 의미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아프가니스탄 현지 조력인의 국내 이송과 관련한 보고를 받고 이같이 말한 뒤 "우리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와 함께 일한 아프가니스탄 직원과 가족들을 치밀한 준비 끝에 무사히 국내로 이송할 수 있게 돼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나아가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안전하게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 면밀히 챙기라"며 "국내 도착 후 불편함이 없도록 살피고 방역에도 만전을 기해 달라"고 정부와 군에 지시했다.

 

한국 정부와 협력했던 아프가니스탄 391명은 오는 26일 한국군 수송기 편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도착하며,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머물 예정이다.

 

이들은 과거 한국을 위해 일했다는 이유로 탈레반의 보복 위험에 처했다며 도움을 요청했고, 정부는 이들에 대한 도의적 책임,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책임, 인권 선진국으로서의 위상 등을 감안해 국내 이송을 결정했다.

 

아프간인 국내이송 브리핑하는 박경미 대변인=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국 조력 아프간인 국내 이송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한국 고맙다…가족 목숨 구하려 카불 떠날 수밖에"

한국대사관서 근무 여성 · 남성 감사 뜻 표시

"탈레반이 외국기관서 일한 사람 찾고 있어"

 

공군 수송기 타고 파키스탄으로 이송된 아프간인= 한국 정부와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이 한국 공군 수송기에 탑승해 카불을 떠나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탈레반으로부터) 가족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카불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한국 정부 지원으로 카불에서 탈출한 아프가니스탄 여성 A씨는 경유지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한 뒤 이뤄져 25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터뷰는 외교부 기자단 요청으로 전날 이슬라마바드 공항에서 성사됐다.

 

그는 카불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2013년 9월부터 2년 4개월간 근무한 인연으로, 원하면 한국행을 택할 수 있는 427명의 '아프간 협력자'에 포함됐다.

 

A씨는 한국 군 수송기를 타고 가장 먼저 카불을 탈출한 26명 중 한 명으로, 남편 및 두 아들과 함께 26일 한국에 도착한다.

 

그는 한국에 가기로 마음 먹은 이유를 묻는 말에 "쉬운 결정이었다. 내 가족을 구하기 위해선 그래야만 했다"고 말했다.

 

카불에서 비교적 먼 지역에서 살았다면서 공항까지 가는 과정도 소개했다.

 

A씨는 "우리는 아침 일찍 집을 떠나 공항으로 향했는데 (다른 이들과 달리) 탈레반 검문소는 접하지 못했다"면서 "공항으로 가는 길이 달랐기 때문으로 널리 알려진 길이나 고속도로는 이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1주 전에 한국행이 결정됐다는 그는 "1주일 간 매일 (대사관측과) 이메일로 소통하며 상황을 체크했다"며 "대사관 측에서 언제, 어디까지 와야 한다고 알려줬다. 여행증명서를 받은 3∼4일 후 여기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그저 '고맙다'라는 말 이외에 더할 말은 없다"고 했다.

 

아프간에서 한국인들과 3년간 일을 했다는 남성 B씨도 고향을 떠나기로 한 이유는 A씨와 비슷하다.

 

역시 한국대사관에서 일한 적이 있다는 B씨는 "탈레반은 외국 기관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찾으려 하고 있다"며 "탈레반은 나와 내 가족에게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카불공항은 여권 소지 여부와 관계없이 안으로 들어가려는 인파로 상황이 매우 안 좋았다"면서 "한국 팀은 우리를 공항 내부로 들여보내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했다"고 한국 정부에 감사를 전했다.

 

“도와줘” 아프간 동료 아우성에 잠 못 이룬 밤…“이제 한숨 놨다”

아프간 바그람 기지서 한국병원장 근무

손문준 인제대 일산백병원 신경과 교수

 

     손문준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교수(신경외과). 인제대백병원 누리집 갈무리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기지의 한국병원장으로 일했던 손문준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교수(신경외과)는 최근 휴대전화에서 눈을 뗄 수 없는 며칠을 보냈다. 현지 병원에서 함께 일했던 아프간 동료들로부터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중 몇 명이 게이트를 통과하지 못했어”, “도와줘”라는 조각난 메시지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손 교수는 25일  “잠을 못 이루고 초조해하기도 했는데, 우여곡절 끝에 연락을 나누던 동료들이 외교부 등의 도움으로 전부 탈출에 성공하게 됐다는 연락을 받고서야 한숨을 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아프간 카불공항을 통해 탈출에 성공한 사람은 391명. 이 가운데 35가구 199명은 손 교수가 지난 2010년부터 1년 반 동안 병원장으로 일했던 한국병원 동료와 가족들이다. 이 병원 건립과 운영은 한국이 아프간 재건을 지원하기 위해 2010년부터 현지에서 민관 합동으로 운영한 지방재건팀(PRT)이 총책임을 맡았다. 지방재건팀은 직업 훈련원 등 여러 사업을 꾸렸고, 인제대 산학협력단이 병원을 위탁받아 관리했다. 전체면적 3천㎡ 규모의 2층 콘트리트 건물 안에 2개의 수술실과 30개의 병상 등을 갖췄는데, 2015년 6월30일까지 운영됐다.

 

손 교수는 “한국 의료진 인원이 25명, 현지 직원이 한국 인원의 2.5배 규모로 채용돼 같이 일했다”며 “수술과 입원실 운영이 가능한 2차 병원급을 운영하기엔 적은 인력이었고 당장 환자식도 구하기 어려운 악조건이었다. 하지만 외교부, 한국군, 한국 경찰단,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미군 병원단과 제62의무여단, 이집트 군병원단 등이 긴밀하고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병원을 꾸려갔다”고 말했다.

 

   손문준 교수가 바그람 한국병원에서 일하던 당시 모습. 손문준 교수 제공

 

손 교수는 아프간에서 귀국한 이후 현지 동료들과 연락을 위해 페이스북을 꾸준히 쓰게 됐다고 했다. 추석이 가까워지자 바그람에서 현지 동료들과 함께 한복을 입고 문화교류 행사를 한 기억도 많이 난다.

 

손 교수는 현지 상황과 관련해 “탈레반 집권 전에도 아프간 사람들은 해가 지면 언제든 탈레반을 마주쳐 죽을 수 있다는 공포 속에서 살아왔다”며 “그런 사람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비행기에 매달리면서 탈출을 시도하는 것을 보고, 정말 저곳에 남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느끼고 있구나, 탈출하지 못하면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동료는 아프간을 탈출하지 못하면 부인은 탈레반과 결혼하게 될 것이고 아이들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 마음이 정말 무거웠다”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현지 체류 경험을 돌이키며 이슬람 문화권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과 거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 소수민족 중에 하자라족이라고 있는데, 이들은 몽골이 정복 전쟁에 나섰을 때 아프간에 남은 몽골인 후손으로 우리 시골 할아버지들과 똑같이 생겼다”면서 “아프간엔 정말 다양한 문화적 역사적 배경이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관심을 가져보면 우리랑 멀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우리가 터키나 이집트에 스스럼없이 여행도 가고, 터키 사람들과는 언어가 비슷해 더 친근하게 느끼는데 그 나라들도 이슬람권”이라며 “이번에 한국으로 오는 아프간인들은 정말 수년간 우리와 재건사업을 함께 한 ‘특별공로자’이니, 따뜻한 마음으로 우리 사회가 맞아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최하얀 기자

 

국내 아프간인 434명 특별체류 허가

법무부 “상황 안정까지 인도적 조처”

 

재한 아프가니스탄 한국 협력자 한 어머니가 23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아프가니스탄 한국 협력자들의 구출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아이와 함께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국내에 머무는 아프가니스탄인 434명에게 특별체류를 허가했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20년 만에 재장악한 아프가니스탄(아프간)의 위기 상황을 고려한 인도적 조처다.

 

법무부는 25일 오전 경기도 과천 법무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탈레반에 의한 아프간 정국 혼란으로 아프간인들의 탈출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체류 중인 아프간인을 대상으로 현지 정세가 안정화될 때까지 인도적 특별체류 조처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체류 대상자들은 장·단기 국내 체류 아프간인 434명이다. 대체로 외교, 공무, 유학, 기업투자 등의 목적으로 한국에 머문 이들로, 체류 기간을 넘긴 불법체류자 72명도 이번 특별체류 대상자에 포함됐다.

 

법무부는 체류 기간 연장이 어려워 기한 만료를 앞두고 출국해야 하는 아프간인들 가운데서도 국내 체류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국내 거주지와 연락처 등 신원을 파악해 특별 체류자격을 부여할 방침이다. 이 경우 별도의 심사를 거쳐 취업도 가능하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이재유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기간 연장이 가능한 이들에게는 기존 체류자격을 부여하고, 조건이 맞지 않는 이들에 대해선 기타 자격으로 체류를 허가할 방침”이라며 “체류 기간을 넘겼지만 신원보증인이 있는 체류자의 경우, 강제 출국을 지양하고 아프간 정세가 안정된 뒤 자진 출국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원보증인 등 국내 연고자가 없는 경우나 형사 범죄자 등은 외국인보호소 등에 구금하는 보호조처를 할 예정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아프간인 특별체류 허가가 인도적인 배려 차원에서 이뤄졌다”며 “국민의 염려를 반영해 이들의 특별체류 허가 때 실태조사를 강화하는 등 국민의 안전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와 함께 아프간 현지에서 한국을 지원한 현지인 직원과 가족 약 400명이 국내로 이송된 뒤 장기 체류할 수 있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 중이다. 옥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