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집단감염 미스터리

① 엉뚱한 검사키트 사용

② 베일 속 감염경로

③ ‘단순 감기’ 판단 과정

 

20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천400t급)의 장병들이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아프리카 인근 해역에 파병됐던 청해부대 34진(문무대왕함·4400t급)에서 발생한 최악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은 군 당국의 총체적 부실 대응의 결과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첫 유증상자 발생 뒤 247명으로 급격한 확산에 이르기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점은 여전히 남는다. 20일 34진 전원이 귀국함에 따라 군 당국은 질병관리청 등과 함께 구체적 감염 경로 및 대응 과정 전반을 점검할 계획이다.

 

국방부 “항원키트 지참” 지시했는데 해군, 항체키트 갖고 나가

 

가장 먼저 제기되는 의문은 지난 2월 문무대왕함 출항 당시 정확도가 높은 신속항원검사키트 대신 왜 신속항체검사키트를 챙겨 갔는지다. 항체키트는 초기 감염 감별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게다가 국방부와 해군이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 말이 엇갈려 오히려 의문을 키우고 있다.

 

애초 이 문제가 불거진 18일 당시 해군은 “청해부대가 올해 2월 출항할 때는 (개인용) 항원키트가 승인이 안 되어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용 항원검사키트와 항체검사키트 모두 이미 지난해 11월 정식 허가가 난 상태였다. 반론이 일자 19일 국방부 쪽은 ‘지난 1월 항원키트를 활용하라는 공문 지시를 내려보냈다. 합동참모본부와 해군이 왜 항체키트를 가지고 출항했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합참 쪽 설명도 같았다. 하지만 해군 쪽은 20일 ‘국방부 공문은 항체키트 대신 항원키트를 사용하라는 지침이 아니라, 유증상자에 대한 보조검사 용도로 항원키트를 제한적으로 활용하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공문에는 ‘항원키트 민감도가 50% 이하로 나타났다’고 적시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당시 업체 주장으로는 항체키트 신뢰도가 80% 이상이라고 했다. 해군 관계자는 “항체키트를 (항원키트로) 대체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항원키트를 구매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항원키트와 달리 항체키트는 과거 감염으로 항체가 형성됐는지를 확인하는 용도이기 때문에, 항체키트로 항원키트를 대체할 필요가 없었다는 해군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

 

기항지 감염? 감염 경로 오리무중

 

34진에서 첫 유증상자가 발생한 건 지난 2일로, 문무대왕함이 유류, 식수, 부식 등 군수물품 적재를 위해 아프리카 해역 부근에 기항했던 직후다. 합참에 따르면 문무대왕함은 6월 28일에서 7월 1일까지 10여명이 식수 등을 싣기 위해 하선해 호스 연결 및 담당자와 대화하는 등 일부 접촉을 있었지만 모두 방호복을 착용하는 등 방호규정에 따라 이뤄졌다고 한다. 부식은 콘테이너로 싣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외부 접촉은 없었다는 게 합참 쪽 설명이다.

 

하지만 2월 출항 당시 승조원 전원이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고, 시기적으로 기항 직후 유증상자가 발생한 점으로 볼 때 이 과정에서 감염이 이뤄졌다는 추론이 힘을 얻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그런 활동을 통해 감염이 이뤄졌는지는 부대가 들어와서 세부적 조사가 이뤄지고 난 뒤에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냉동 상태의 음식물을 통한 감염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바이러스는 장관 바이러스가 아니라 호흡기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식품 섭취를 통해서 감염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라면서 “접촉의 가능성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낮은 가능성”이라고 밝혔다. 감염 경로는 역학조사를 통해 밝혀질 예정이다.

 

유증상자를 왜 ‘단순 감기’로 진단했나

 

34진에서 유증상자들을 ‘감기 환자’로 판단하고 대처한 점 역시 풀리지 않는 의문 중 하나다. 합참 쪽 설명을 종합하면 34진은 첫 유증상자 발생 뒤 코로나19 감염이 아닌 감기 증세로 결론을 내렸다. 이유는 부대 내 의료진 소견뿐 아니라 의무사와 원격 화상 진료까지 했는데 모두 감기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엑스레이 결과 폐렴 증상이 없었으며 50여명에 대한 항체 검사도 음성이 나온 점도 감기라고 판단한 이유다.

 

항체 검사 결과로는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만 합참은 초기 대응에 문제가 없었다는 근거로 ‘항체 검사 음성’을 들고 있다. 초반에 부대원 중에는 미각과 후각 상실을 호소하는 장병이 있어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제기됐는데도 부대 간부들이 묵살했다는 주장도 나왔는데, 합참 쪽은 “후각이나 미각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실제 부대원들이 어떤 증상을 호소했는지, 이를 감기로 판단하는 구체적 과정이 어땠는지도 부대원들을 상대로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국방위원회 소속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청해부대 소속 군인 아버지와의 통화를 공개하며 “고열이 40도까지 올라가는 데도 부대에선 외부인과 접촉을 안했으니 코로나일 리가 없다며 타이레놀 한두알 주고 버티게 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감기 환자’가 늘어나자 34진은 10일에서야 합참에 이 사실을 보고한다. 하지만 15일 승조원 전원에 대한 유전자증폭 검사 때까지 합참 쪽의 구체적 지시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합참 관계자는 “행동 내용 지시가 있었다”면서도 “구체적 내용은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이는 국방부와 합참이 20일 국화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일부 확인된다.

 

합참은 10일 34진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 “환자 관리 여건 보장을 위해 작전활동 중지 및 입항 준비 지시”를 했다고 보고했다. 첫 폐렴 증상 환자가 14일 현지 병원 입원 과정에서 양성 판정을 받고, 15일 다른 장병들에 대한 검사 결과도 같게 나오자 “전원 PCR 검사 등 국방부 장관 및 합참의장 대응지침 하달”이 됐다고 덧붙였다. 국방부와 합참의 적극 대응은 확진자가 나온 뒤인 것으로 추정돼,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지은 최하얀 기자

 

사상 초유의 파병부대 중도귀환…국방장관 “책임 통감”

 

청해부대 집단감염 책임론 확산

문 대통령 “안이했다는 비판 못 면해”

국민의힘 “대통령, 대국민사과해야”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의 장병들이 20일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에서 의료진의 도움을 받으며 내리고 있다.

 

아프리카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된 청해부대 34진(문무대왕함·4400t급)의 승조원 301명 모두가 20일 저녁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브리핑룸에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청해부대 장병 및 가족 여러분들과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 15일 6명의 장병이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닷새 만이다. 서 장관은 “청해부대 장병들에 대한 백신 접종 노력에 부족함이 있었다”며 “장병들을 보다 세심하게 챙기지 못해 다수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서 장관의 이날 대국민 사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론은 점점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 머리발언에서 “신속하게 군 수송기를 보내 전원 귀국 조처하는 등 우리 군이 나름대로 대응했다”면서도 “국민의 눈에는 부족하고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치료 등 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다른 해외파병 군부대까지 다시 한번 살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뒤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의 직접적 대국민 사과가 반드시 필요하다.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은 책임지고 경질되는 게 당연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소속 국방위원들은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 2대에 나눠 타고 귀국한 청해부대 승조원 301명 가운데 “입원 치료가 필요한 중등도 증상을 보이는 3명을 포함해 14명은 국군수도병원과 국군대전병원에 바로 입원 조처하겠다”고 국방부가 국회에 보고했다.

 

또 국방부는 301명 모두를 상대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벌여, “확진자는 군 병원과 생활치료센터에서 격리·치료하고, 음성자는 군 격리 시설에 수용·관리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귀국 전 확인된 코로나19 확진자는 전체의 82.1%에 이르는 247명이다.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54명 가운데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군 안팎에서는 청해부대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진 것은 해당 부대의 초기 늑장 대응과 국방부·합참의 감염병에 대한 방역 무지 등이 결합한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또 창군 이후 파병 역사상 집단감염으로 부대가 조기 철수한 경우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해외 파병부대 작전 지휘는 합참의장이 책임을 맡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국방부 장관이 지휘를 한다. 서 장관은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북한 귀순자 경계 실패(2월17일), 부실급식·과잉방역 논란(4월28일), 공군 성추행 부사관 사망 사건(6월9일과 10일, 7월7일) 등 다섯 차례 사과한 데 이어 이날 여섯번째 대국민 사과를 했다.

 

앞서 청해부대 승조원 301명은 19일 문무대왕함이 정박해 있던 아프리카 해역 인접 국가의 공항에서 공군 수송기 2대에 나눠 타고 귀국길에 올랐다. 승조원들이 모두 떠난 문무대왕함은 공군 수송기로 현지에 급파된 긴급파견부대(복귀팀)가 맡아 20일 현지 항구에서 출발해 9월12일 진해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미 아덴만 해역에 도착해 대기하던 청해부대 35진 충무공이순신함이 문무대왕함의 임무를 이어받았다. 이제훈 이완 장나래 김지훈 기자

 

 

54일 만에 가장 많아…대회 관계자 확진 67명으로 늘어

 

올림픽 개막식 사흘 앞둔 도쿄만 풍경: 도쿄올림픽 개막식을 사흘 앞둔 20일 오후 일본 도쿄만 해상에 설치된 오륜 조형물에 조명이 밝혀져 있다.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도는 계속 빨라지고 있다.

 

20일 현지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이날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오후 6시 15분까지 3천758명이 새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일본의 누적 확진자는 84만8천297명으로 늘었다.

 

사망자는 20명 증가해 1만5천95명이 됐다.

 

20일 파악된 신규 확진자는 일주일 전보다 1천373명(57.6%) 많은 수준이다.

 

올해 5월 27일 4천136명을 기록한 후 54일 만에 가장 많았다.

 

개최지 도쿄(東京)의 상황도 계속 심각해지고 있다.

 

도쿄에서는 이날 1천387명의 신규 확진자가 보고됐다. 일주일 전보다 557명(67.1%) 많았다.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대회 관계자 중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은 전날보다 9명 늘어나 20일 기준 67명이 됐다.

 

21일에는 이번 대회의 첫 게임인 일본과 호주의 소프트볼 경기가 후쿠시마(福島)현 아즈마 구장에서 오전 9시에 무관중으로 실시되며 개막식은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23일 열린다.

 

"돈 내고 욕먹을라"…후원사들, 개회식 줄줄이 외면

코로나 확산속 대회 강행에 비판 여론…기업 이미지 악화 우려

도요타·파나소닉 등 최고등급 스폰서·경제 3단체 핵심인사 불참

 

한 때는 이랬는데…기피 대상된 도쿄올림픽: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왼쪽) 도요타자동차 사장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2015년 3월1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요타자동차가 도쿄올림픽의 최고 등급 파트너가 된다는 내용의 서류에 서명하고서 이를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가운데 올림픽을 강행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고조하는 가운데 도요타자동차는 도요다 사장 등이 개회식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지금은 얼굴 안 보이는 것이 상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막을 올리는 도쿄올림픽이 스폰서 기업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20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오는 23일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스폰서 기업 사장 등 해당 기업 대표들의 불참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최고위 스폰서인 도요타자동차에 이어 NTT, NEC 등 일본 주요 기업들이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항공(JAL)도 참석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어서 사실상 불참 쪽으로 기운 모양새다.

 

일본 정부와 대회 조직위원회는 코로나19 방역 대책으로 개·폐회식이 열리는 신주쿠(新宿) 국립경기장을 포함한 대부분 경기장의 무관중 원칙을 정했지만 스폰서 기업 대표는 일반 관중의 범위에 들지 않아 입장이 가능하다.

 

스폰서 기업들은 표면적으로는 무관중 개최가 결정돼 참석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올림픽 개최에 대한 일본 내의 반대 여론이 강한 상황이어서 최고경영자가 개회식에 참석할 경우 소비자들의 반발을 초래해 기업 이미지가 오히려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도쿄올림픽 개막 8일을 앞둔 15일 오후 일본 도쿄 도심에 설치된 오륜마크 조형물을 한 시민이 사진 찍고 있다.

 

스폰서 기업인 후지쓰(富士通)는 회사 간부들의 개회식 참석 및 경기 관전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회사 측은 "무관중 개최 결정에 따라 스폰서 기업의 티켓 구매권을 행사해 고객을 초대하기로 했던 계획을 취소했다"며 그에 따른 대응이라고 밝혔다.

 

간부의 개회식 참석을 보류키로 한 스폰서 업체 관계자는 "여론도 고려했다"며 "눈에 띄어봐야 좋은 것이 하나도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다른 스폰서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서로 살피고 있다"고 말해 개회식 불참 기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캐논의 미타라이 후지오(御手洗冨士夫) 회장 겸 사장은 대회 조직위 명예회장을 맡아 개회식에는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일본 기업들은 도쿄올림픽과 관련한 광고를 놓고 엇갈린 대응을 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전날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의 개회식 불참과 함께 올림픽 관련 일본 내 TV 광고도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도요타와 더불어 역시 월드와이드 파트너인 파나소닉도 구스미 유키(楠見雄規) 사장의 개막식 참석을 보류한다는 방침을 표명했다.

 

*18일 오전 올림픽 배드민턴 경기가 열릴 일본 도쿄 무사시노 포레스트 스포츠 플라자에서 관계자들이 오륜기를 설치하고 있다.

 

일본 경제 3단체 역시 올림픽과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도쿠라 마사카즈(十倉雅和)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은 2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향을 표명했다.

 

그는 올림픽을 둘러싼 여러 혼란 등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서 "종합적으로 감안했다. 자택에서 가족과 응원하겠다"고 반응했다.

 

미무라 아키오(三村明夫) 일본상공회의소 회장과 사쿠라다 겐고(櫻田謙悟) 경제동우회 대표 간사도 개회식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경제 3단체가 모두 발을 빼는 양상이 됐다.

 

반면 NEC, 캐논, 노무라홀딩스 등은 이미 준비한 TV 광고를 내보내기로 했다.

 

코로나19 유행이 계속되는 상황이지만 세계를 무대로 도전하는 자국 선수들의 모습을 담은 광고의 경우 시청자들의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 도쿄올림픽 주요 후원사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웹사이트 캡처]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후원하는 일본 스폰서 기업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직접 계약을 맺은 도요타자동차, 파나소닉, 브리지스톤 등 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 3곳을 포함해 총 71개 사다.

 

월드와이드 파트너를 제외한 나머지 68곳은 지원액에 따라 골드 파트너(15곳), 오피셜 파트너(32곳), 오피셜 서포터(21곳)로 나뉜다.

 

교도통신은 NEC와 캐논 등 골드파트너 기업은 회사별로 150억엔(약 1천572억원) 정도의 후원료를 계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거액의 비용을 부담해 쉽게 광고 방영권을 포기할 수도 없는 처지로 보인다고 전했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그리고 다 함께"

 IOC '다 함께' 추가해 올림픽 모토 127년 만에 교체

 

도쿄올림픽 개막을 사흘 앞두고 열린 IOC 총회 [신화=연합뉴스]

 

올림픽을 상징하는 구호가 127년 만에 바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도쿄올림픽 개막을 사흘 앞둔 20일, 일본 도쿄에서 138차 총회를 열어 올림픽의 상징이자 그 자체로 자리매김한 모토인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에 '다 함께'를 추가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올림픽 모토는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 다 함께'(Faster, Higher, Stronger - Together)로 변경됐다.

 

종전 구호는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이 올림픽 운동을 이끌며 1894년 주창한 것으로 스포츠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IOC 모토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 함께'로 변경 [IOC 홈페이지 캡처]

 

8년의 임기를 마치고 올해 3월 137차 총회에서 4년 중임에 성공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여기에 '다 함께'를 추가하자고 건의했고, IOC 집행위원회는 4월 이를 승인했다.

 

이어 이날 총회에서 IOC 위원들의 만장일치 결의로 새 모토가 탄생했다.

 

바흐 위원장은 "유대감은 스포츠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우리의 임무 수행을 북돋는다"며 "우리는 유대감으로 함께 일어섬으로써만이 더 빨리, 더 높게, 그리고 더 힘차게 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우리는 세계의 유대감 조성에 강력하게 집중할 것"이라며 "다 함께라는 말은 유대감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IOC는 현재 '함께하면 더 강해진다'는 뜻의 'Stronger Together'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거품처럼 불안한 도쿄올림픽의 ‘버블 방역’

 

   중국 올림픽 선수단이 19일 나리타공항을 통해 일본 도쿄에 입국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쿄올림픽 개막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수촌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달아 발생하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안전·안심 올림픽을 치르겠다고 장담했지만, 개막도 전에 방역에 구멍이 뚫린 모습이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18일 도쿄올림픽 선수촌에서 선수 2명이 추가로 코로나 확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선수촌 내 선수들 가운데 나온 첫 확진 사례다. 전날에도 조직위는 선수촌 내에서 올림픽 관계자 1명이 코로나에 확진됐다고 밝혔다. 조직위 발표를 보면, 현재 도쿄올림픽 관련 확진자는 모두 55명이다.

 

일본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마이니치신문>이 17일 전국 유권자 1087명(유효 답변 기준)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벌여 18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주장하는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올림픽 개최’에 대해 불가능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65%에 달했다. 가능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19%에 불과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와 일본 정부는 이번 올림픽을 ‘버블 방역’으로 치르겠다고 했다. 미국프로농구(NBA)의 ‘올랜도 버블’ 모델을 차용한 것이다. 미국프로농구는 지난해 코로나 확산으로 대회를 치르기가 어려워지자, 참가팀들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디즈니월드에 모아두고 외부와 단절된 채 대회를 치렀다. 현지 언론이 이를 물방울에 빗대어 버블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조직위는 버블 올림픽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놨다. 예를 들어 일본에 입국하는 참가자들은 조직위에서 제공하는 택시를 타고 호텔로 이동해 사흘간 격리된다. 2주 동안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일본 현지인과 불필요한 접촉도 할 수 없다. 이를 위해 일본 입국 때 위치 추적 기능 등이 있는 다섯 가지 애플리케이션도 설치하도록 요구한다.

 

*올림픽 반대 시위대가 18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환영행사가 열리고 있는 일본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아카사카 별궁)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교도통신 AP 연합뉴스

 

문제는 조직위가 실질적으로 참가자들을 통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도쿄올림픽은 205여 개국 약 1만5000명이 참가하는 대회인데, 이들이 묵을 선수촌에서 이미 확진자가 나왔다. 취재진, 자원봉사자 등 다른 관계자를 포함하면 관련 인원수는 훨씬 늘어나는데, 이들을 모아둘 장소가 없을뿐더러 통제 인력도 부족하다. 조직위는 지정된 호텔 입구마다 경비원을 배치했지만, 다른 투숙객이 섞여 있어 식별이 어렵다. 실제 이곳 호텔에서도 경비원에게 먼저 “올림픽 관계자”라고 밝힌 뒤에야 관련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미국의 올랜도 버블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당시에는 대회 참가팀이 22개에 불과했다. 디즈니월드라는 한정된 공간으로 참가자들의 행동반경을 제한할 수 있었다. 리조트로 꾸며진 디즈니월드는 내부에서 숙박이나 식사 등도 해결이 가능했다. 외부인들과 참가자들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이 가능했다. 미국프로농구가 남은 시즌을 단 한명의 추가 감염자도 없이 마칠 수 있었던 이유다.

 

최근 조직위원회는 각 참가단의 방역 문제를 담당하는 시에르오(CLO)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최근 일본 언론을 통해 도쿄에서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올림픽 관계자가 목격되고 있다. 적발될 경우 강력한 조처를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경고를 하는 듯하지만, 실은 읍소에 가까운 제스처다. 도쿄의 버블 방역은, 안전한 테두리가 아닌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불안한 거품이 되어가고 있다. 도쿄/이준희 기자

 

대한체육회, 하루 3차례 선수촌에 한식 도시락 배달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 김연경이 20일 도쿄올림픽 출전을 위해 나리타 국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몇몇 일본인 팬들은 “김연경 힘내라”고 응원하기도 했다. 도쿄/연합뉴스

 

대한체육회는 20일 오전부터 선수촌에 있는 대표팀 선수들에게 한식 도시락을 배달하기 시작했다. 선수촌 인근 호텔에 임시 마련된 급식지원센터에서 오전 6시30분, 10시30분, 오후 4시30분 등 하루 3차례 선수촌 내로 배달하게 된다. 급식센터는 영양사 1명, 검식사 1명, 조리사와 조리원 14명 등 16명의 조리단과체육회 지원 인력 8명, 식자재 등을 공급하는 업체 대행사 직원 4명 등 모두 28명으로 구성됐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을 지원하는 대한체육회 급식지원센터가 20일 선수들에게 전달한 점심 도시락. 도쿄/연합뉴스

 

‘수영 황제’ 펠프스, NBC 수영 해설위원 위촉

 

은퇴한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36·미국)가 올림픽 주관 방송사 NBC 수영 해설위원으로 도쿄올림픽에 모습을 드러낸다. 펠프스는 올림픽에 5차례 참가해 금메달 23개 등 총 28개의 메달을 땄다.

 

멕시코 야구 대표팀 투수 2명, 출국 전 코로나19 확진

 

멕시코 야구 대표팀 주축 투수 2명이 출국을 사흘 앞두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멕시코야구연맹과 멕시코야구리그는 19일(현지시각) “대표팀 소집 초기인 18일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한 결과, 무증상 감염자 2명이 보고됐다. 두 선수는 대표팀 숙소에 한 명씩 따로 격리돼 있다”고 밝혔다. 나머지 대표팀 선수들도 추가로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멕시코는 일본, 도미니카공화국과 A조에 속해 있다.

 

AP, 한국 야구·축구 올림픽 ‘빈손’ 예상

한국 전체 금메달은 10개 예측…양궁 4개, 태권도 4개 등

 

여자 양궁 대표팀 강채영(왼쪽), 안산이 20일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훈련 중 취재진을 향해 손가락으로 ‘V'를 만들고 있다. 강채영은 대회 3관왕도 예측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야구도, 축구도 올림픽 메달 후보에는 없다. AP 통신 예측이다.

 

AP는 19일 2020 도쿄올림픽 종목별 예상 메달리스트를 보도했다. 예측대로라면 한국은 목표치인 금메달 7개보다 더 많은 10개를 획득한다. 양궁 4개(여자단식, 남녀단체, 혼성), 태권도 4개(장준, 이대훈, 심재영, 이다빈)에 펜싱(사브르 남자 단체전), 여자골프(고진영)가 1개씩 보탠다. 예상대로면 양궁 강채영은 3관왕도 가능하다.

 

남자 사브르 세계 1위 오상욱이나 남자 10m 공기권총 진종오는 은메달을 딸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대회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스포츠 클라이밍에서는 서채현이 동메달을 목에 걸 것으로 봤다. 전웅태 또한 근대5종에서 사상 최초로 한국에 메달을 안길 것으로 예측됐다. 전웅태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2019년 세계챔피언십 개인전 동메달, 올해 4월 소피아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 우승 등 세계 수준급 실력(4위)을 자랑한다. 남자골프 임성재는 동메달 예상. 그러나 남자 수영 자유형 200m 입상을 노리는 황선우는 메달 명단에 없다.

 

AP는 한국 야구, 축구는 ‘빈손’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측했다. 야구는 금 일본, 은 미국, 동 이스라엘로 전망했는데 미국과 이스라엘은 현재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해 있다. 29일 한국과 첫 조별리그 경기를 치르는 이스라엘 대표팀에는 전직 메이저리거가 대거 포함돼 있다. 2017 세계야구클래식(WBC) 예선 때도 한국은 1-2로 졌다. 축구의 경우는 금 스페인, 은 브라질, 동 일본으로 예상됐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현재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보다 더 나은 성적을 바라고 있다.

 

한편 남녀 테니스에서는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와 오사카 나오미(일본)의 우승이 점쳐졌다. 김양희 기자

30cm 우리 넘어 가출후 시속 11cm 속도로 이동

산책하던 이웃에 의해 집 근처 들판서 발견

 

    1년 만에 다시 찾은 애완용 거북이 '맥시' [뉴욕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영국 가정집에서 기르던 애완용 거북이가 집을 탈출한 지 1년 만에 900여m 떨어진 곳에서 발견돼 주인 품으로 되돌아갔다.

 

19일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잉글랜드 남부 윌트셔에 사는 수지 토머스와 린다 로저스 씨는 최근 개를 데리고 마을 들판을 산책하던 중 우연히 거북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이들은 거북이를 집으로 데려온 뒤 물과 음식을 주며 보살폈고, 페이스북을 이용해 주인 찾기에도 나섰다.

 

토머스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오는 사람들에게 애완용 거북이의 생김새를 물었고 확인을 위해 사진도 보내줬다"며 "이런 과정을 거쳐 진짜 주인을 찾았다"고 말했다.

 

집을 떠난 지 1년 만에 기적적으로 다시 주인에게 돌아간 애완용 거북이의 이름은 '맥시'인 것으로 드러났다.

 

맥시는 작년 8월 집 안에 설치된 30㎝가량 높이의 울타리를 넘어 집을 빠져나왔는데, 그가 발견된 곳은 집에서 불과 900여m 떨어진 들판이었다. 맥시는 산술적으로 집을 나가 시속 11cm의 속도로 이동한 셈이다.

 

토머스 씨는 "산책 중 맥시를 발견한 건 행운이었다"며 "수확기가 다가오고 있는 까닭에 이번에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자칫 트랙터에 거북이가 깔렸을 수도 있다"고 했다.

 

애지중지했던 애완용 거북이를 다시 찾은 남성은 맥시의 머리 부분에 인식칩을 심어놓은 덕에 주인임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는 "맥시가 어떻게 탈출했는지 모르겠다"며 "예전에도 가출했다가 다시 돌아온 적이 있어 이번에도 한참을 기다렸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잃고 있었다. 이렇게 다시 만나게 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과학적 가치·납세 없이 돈 잔치…아마존 근로환경 열악" 비판

 

아마존 창업자 베이조스(가운데) [AP=연합뉴스]

 

세계 최고 부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이사회 의장이 20일(현지시간) 우주 여행에 성공하고 나서 "아마존 직원과 고객에게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히는 바람에 역풍을 맞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베이조스 의장은 우주비행 후 기자회견에서 "모든 아마존 직원과 모든 아마존 고객에게 감사하고 싶다"며 "당신들이 이 모든 것을 지불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베이조스는 이날 자신이 설립한 우주 탐사 기업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 로켓을 타고 고도 100㎞ 이상 우주 비행을 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지 않아도 우주 비행이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등 억만장자들의 열띤 경쟁과 비싼 티켓값으로 "갑부들의 돈 잔치"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아온 만큼 그의 이날 언급은 역풍을 불러일으켰다.

 

얼 블루머나워(민주·오리건) 하원의원은 "우주여행은 부유층을 위한 면세 휴가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항공권에 세금을 내고 있으며, 과학적 가치를 창출하지도 않으면서 우주로 날아가는 억만장자들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주 관광객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만큼 세금을 물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탄소배출방지세(SPACE)' 법안을 발의했다고도 밝혔다.

 

엘리자베스 워런(민주·매사추세츠) 상원의원도 트위터에 "베이조스는 그와 아마존이 아무것도 안 내는 사이 진짜로 이 나라를 꾸려나가기 위해 세금을 내는, 근면하는 미국인들에게 감사하는 것을 잊었다"고 썼다.

 

AP통신은 최근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 베이조스가 거대한 쇼핑·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건설했으나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비판받아 왔다는 점에서 베이조스가 직원들에게 한 사의 표시가 혹평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케팅 컨설턴트 메타포스의 공동 창업자 앨런 애덤슨은 베이조스가 다른 사람들을 화나지 않게 하면서 우주여행 비용 출처에 대해 말하기란 어려운 일이라면서 "소득 불평등, 그와 직원 간 보수 격차에 문제 제기해온 이들에게 이번 언급은 로켓 연료가 됐다"고 꼬집었다.

 

10분 ‘우주 롤러코스터’의 탄생…베이조스 “최고의 날”

베이조스, 블루오리진 설립 21년만에 숙원 풀어

고도 100km 상공까지 올라 3분간 무중력 체험

 

제프 베이조스가 첫 준궤도 우주비행을 마친 뒤 캡슐을 맨 먼저 빠져나오며 환영객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웹방송 갈무리

 

10분짜리 우주 롤러코스터의 탄생.

 

자산 2천억달러(약 230조원)의 세계 최고 억만장자 제프 베이조스(57)가 어릴 적 품었던 우주여행의 꿈을 이루는 장면은 우주로 치솟았다 떨어지는 롤러코스터를 떠올리게 했다.

 

아마존 창업자 베이조스가 20일 자신의 우주개발기업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 로켓을 타고 10분이라는 짧은 여정의 고도 100km 준궤도 우주비행에 성공했다. 지상에서 하늘을 향해 수직 상승한 뒤 관성을 이용해 무중력 체험을 하고 돌아오는 방식이 롤러코스터에 비유할 만하다.

 

베이조스의 우주비행은 2000년 사비를 들여 시애틀 외곽에 블루오리진을 설립한 지 21년만이다. 이날은 그에게 우주의 꿈을 심어줬던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지 52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이륙하는 뉴셰퍼드 로켓과 유인 캡슐. 웹방송 갈무리

_______

“기대치보다 훨씬 높았다”

 

블루오리진은 뉴셰퍼드의 16번째 시험비행이자 첫 유인비행인 이날 비행의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했다. 출발에 앞서 “사람들이 긴장되지 않느냐고 계속 물어보지만 정말로 긴장되지 않는다”며 “흥분되고 궁금하고 진짜 기분 좋다”고 말했던 베이조스는 캡슐이 먼지를 뒤짚어 쓴 채 땅에 땅에 내려앉자 “최고의 날”이라고 외쳤다. 이어 “기대치가 높았는데, 기대치보다 훨씬 더 높았다”고 덧붙였다. 베이조스보다 9일 앞서 준궤도 비행을 한 버진갤럭틱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멋지게 해냈다”며 “감동적이었고, 승무원 모두 최고였다”고 축하를 보냈다.

 

베이조스의 우주비행은 이날 오전 8시12분(한국시각 밤 10시12분) 미국 서부 텍사스 사막지대 블루오리진 전용 발사장에서 시작됐다.

 

돔 모양 유인 캡슐을 실은 높이 18미터 뉴셰퍼드 로켓은 수직으로 날아 올라 2분30초 후 고도 70km 상공에서 캡슐을 분리했다. 상승시 최고 속도는 음속의 3배에 이르렀다. 분리된 캡슐은 계속 고도를 높여 이륙 4분 후 최고 고도 107㎞까지 올라갔다가, 이후 자유낙하하며 고도를 낮췄다. 캡슐은 이어 고도 2km 상공에서 3개의 대형 낙하산을 펼치고 인근 사막지역에 안착했다. 이륙에서 착륙까지 걸린 시간은 정확히 10분10초, 승객들에게 주어진 무중력 체험 시간은 약 3분이었다. 이들이 무중력 체험 중엔 캡슐 내에서 환호하는 소리는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전해졌다.

 

* 뉴셰퍼드는 이륙 4분여 뒤 최고 고도에 이르렀다. 숫자판이 고도 35만1210피트(107km)를 가리키고 있다.

 

블루오리진은 이날 비행이 국제적으로 공인된 우주경계선 ‘카르만라인’ 위를 날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최고 고도가 86km로 카르만라인에 못 미쳤던 지난 11일 버진갤럭틱의 준궤도 우주비행과 차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 비행 시간은 1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버진갤럭틱보다는 훨씬 짧지만, 무중력 체험 시간은 비슷하다. 뉴셰퍼드 로켓은 캡슐에 앞서 이륙 7분 후 발사장에서 3.2km 떨어진 착륙장으로 돌아왔다.

 

조종사 2명이 있는 버진갤럭틱과 달리 블루오리진의 여행은 조종사 없이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진행됐다. 승객이 하는 일은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의 결합장치를 묶었다 푸는 것뿐이다.

_______

재사용 가능 로켓…이번이 세번째 비행

 

부피 15㎥의 둥그런 캡슐의 외벽을 따라 배치된 좌석에는 사각형의 커다란 조망 창(가로 0.7미터, 세로 1.1미터) 6개가 있다. 전체 창 면적이 돔 표면의 3분의1을 차지할 정도로 커서, 버진갤럭틱의 우주선에 비해 시야가 탁 트인 것이 장점이다. 창 가장자리엔 실시간 비행 상황을 알려주는 스크린이 있다.

 

캡슐 중앙에는 비상탈출 장치가 있다. 지금까지 발사대, 비행중, 무중력 상태에서 치른 세차례의 비상탈출 훈련에서 시스템이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뉴셰퍼드는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과 마찬가지로 재사용 가능한 로켓이다. 이미 4차례까지 재사용한 경험을 갖고 있다. 사실 블루오리진은 2015년 스페이스엑스보다 한달 먼저 처음으로 발사체를 회수한 기록을 갖고 있다. 이날 비행한 로켓은 뉴셰퍼드의 4번째 제품으로, 지난 1월과 4월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 비행이다.

 

     *첫 유인비행에 성공한 블루오리진

_______

세계 최연소·최고령 우주비행 기록

 

뉴셰퍼드의 탑승 정원은 6명이지만 이날 비행에는 4명이 참가했다. 베이조스와 그의 동생 마크(51), 네덜란드의 예비대학생 올리버 대먼(18), 1960년대 우주비행사 시험을 통과했지만 여자란 이유로 최종 선발되지 못한 월리 펑크(82)가 동행했다. 대먼은 준궤도 우주관광의 첫 유료 고객이기도 하다. 탑승 요금은 알려지지 않았다.

 

18세의 대먼과 82세의 펑크는 각각 최연소, 최고령 우주비행 기록을 세웠다. 대먼은 1961년 26세의 나이로 지구 궤도를 17번 완주한 소련의 우주비행사 게르만 티토프보다 8살 적고, 펑크는 1998년 77세의 나이로 비행한 미국 우주비행사 존 글렌(John Glenn)보다 5살 많다. 펑크는 탑승 전 인터뷰에서 “정말로 오랫동안 기려왔던 일이 일어나려 한다”며 “무중력 체험 때 공중제비돌기를 해보이겠다”고 말했다.

 

*뉴셰퍼드 유인 캡슐의 내부. 가운데 있는 것이 비상탈출 시스템이다.

_______

올해 두번 더 비행 예정

 

블루오리진의 이날 비행은 준궤도 우주관광 경쟁 관계에 있는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의 버진갤럭틱보다 9일 늦은 것이다. 브랜슨 회장 일행 4명은 지난 11일 뉴멕시코주 우주공항에서 고도 86km의 사상 첫 준궤도 비행을 마쳤다. 베이조스는 브랜슨에게 1호 기록을 넘겨주는 대신 최연소·최고령 기록을 가져온 셈이 됐다. 이들은 비행에 앞서 지난 18일 14시간짜리 탑승 훈련을 통해 훈련 프로그램에는 안전하게 타고 내리는 법, 객실 내에서의 무중력 체험 요령 등을 배웠다.

 

블루오리진은 첫 유료 고객이 탑승한 점을 들어, 이번 비행은 뉴셰퍼드의 상업적 운영이 시작됐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향후 관광사업 계획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다만 오는 9월을 포함해 올해 두번 더 비행할 것이며 내년에는 그 횟수를 더 늘릴 계획이라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곽노필 기자

 

세계 최고 부자 베이조스, 우주여행 꿈 이뤘다

우주기업 블루오리진 설립 21년만에 성공

고도 100km 우주경계선 찍은 뒤 착륙까지 10분

18·82살 동행자들, 최연소·최고령 우주비행 기록

 

     미국 텍사스주 블루오리진 발사장에서 이륙(시험비행)하는 뉴셰퍼드 로켓과 캡슐. 웹방송 갈무리

 

세계 최고 억만장자 제프 베이조스(57)가 마침내 어릴 적 품었던 우주여행 꿈을 이뤘다.

 

아마존 창업자 베이조스는 20일 자신이 세운 우주개발기업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 로켓을 타고 10분간에 걸친 고도 100㎞(카르만라인) 준궤도 우주비행에 성공했다. 2000년 시애틀 외곽에 회사를 설립한 지 21년만이다. 이날은 그에게 우주의 꿈을 심어줬던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지 52년이 되는 날이다.

 

블루오리진은 뉴셰퍼드의 16번째 시험비행이자 첫 유인비행인 이날 비행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했다. 베이조스는 출발에 앞서 CBS와 한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긴장되지 않느냐고 계속 물어보지만 정말로 긴장되지 않는다. 흥분되고 궁금하고 진짜 기분 좋다”고 말했다.

 

* 블루오리진의 첫 유인비행팀이 비행에 앞서 기념촬영을 했다. 왼쪽부터 베이조스의 동생 마크, 베이조스, 올리버 대먼, 월리 펑크. 블루오리진 제공

 

베이조스의 우주비행은 이날 오전 8시12분(현지시각, 한국시각 밤 10시12분) 미국 서부 텍사스 사막지대 블루오리진 전용 발사장에서 시작됐다.

 

돔 모양 유인 캡슐을 실은 높이 18미터 뉴셰퍼드 로켓은 수직으로 날아 올라 2분30초 후 캡슐을 분리했다. 상승시 최고 속도는 음속의 3배를 넘었다. 분리된 캡슐은 최고 고도 107㎞까지 올라갔다가, 이후 자유낙하하며 고도를 낮췄다. 캡슐은 이어 3개의 대형 낙하산을 펼치고 인근 사막지역에 안착했다. 이륙에서 착륙까지 걸린 시간은 10여분, 승객들에게 주어진 무중력 체험 시간은 약 3분이었다. 로켓 역시 이륙 7분 후 발사장에서 3.2㎞ 떨어진 착륙장으로 귀환했다. 이날 비행은 조종사 없이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진행됐다.

 

블루오리진은 이날 비행이 국제적으로 공인된 우주경계선 ‘카르만라인’ 위를 날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최고 고도가 86km로 카르만라인에 못 미쳤던 지난 11일 버진갤럭틱의 준궤도 우주비행과 차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연방항공국(FAA)은 고도 80㎞ 이상을 우주의 기준으로 보지만, 유럽 국제항공우주연맹은 고도 100㎞인 '카르만 라인'(karman line)을 넘어야 우주로 정의한다.

 

뉴셰퍼드는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과 마찬가지로 재사용 가능한 로켓이다. 이날 비행한 로켓은 지난 1월과 4월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 비행이다.

 

*준궤도 우주비행을 마치고 착륙한 뉴셰퍼드 로켓(왼족)과 유인 캡슐. 웹방송 갈무리

 

이날 비행에는 베이조스의 동생 마크(51), 첫 유료 고객인 네덜란드 예비대학생 올리버 대먼(18), 1960년대 우주비행사 시험을 통과했지만 여자란 이유로 최종 선발되지 못한 월리 펑크(82)가 동행했다. 대먼과 펑크는 이날 비행으로 각각 최연소, 최고령 우주비행 기록을 세웠다. 펑크는 탑승 전 인터뷰에서 “정말로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일이 일어나려 한다. 무중력 체험 때 공중제비돌기를 해보이겠다”고 말했다.

 

펑크는 1960년대 NASA의 우주비행사 시험을 통과했지만, 여자란 이유로 비행을 하지 못한 이른바 '머큐리 여성 13인' 중 한 명이다.

올해 가을부터 네덜란드 대학에서 물리학 등을 공부할 예정인 데이먼은 블루 오리진의 첫 번째 유료 고객이다.

 

블루오리진은 이번 비행에 대해 뉴셰퍼드의 상업적 운영이 시작됐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향후 관광사업 계획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다만 올해는 오는 9월을 포함해 두번 더 비행할 것이라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곽노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