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시민들이 중국 푸단대 분교 건립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부다페스트/AP 연합뉴스
헝가리 수도에 중국 국립대학 분교를 세우려는 계획에 반대해, 헝가리 시민 1만명이 시위를 벌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 등의 5일 보도를 보면, 이날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시민 1만여명이 모여 ‘노(No) 푸단’, ‘중국 대학 분교 설치는 반역’ 등이라고 쓴 팻말과 깃발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중국 상하이의 국립대학인 푸단대학의 분교를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 설립하려는 것에 대한 반대다.
부다페스트 시장인 게르겔리 카라소니도 이날 중국 톈안먼(천안문) 사태의 이른바 ‘탱크맨’ 사진을 들고 시위에 동참했다. 1989년 6월4일 톈안먼 사태 당시 광장 한복판에서 시위대 청년 한 명이 탱크의 진입에 맞서 홀로 서 있는 장면을 담은 사진이다.
헝가리 정부와 중국 당국은 지난 4월 부다페스트에 푸단-헝가리 대학을 설립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중국의 고등교육기관이 해외에 분교를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지 언론인 <다이렉트36>이 입수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2024년 개교 예정인 푸단대 분교는 부다페스트를 가로지르는 다뉴브 강 동편 신시가지 쪽에 연면적 52만㎡로 조성되며 인문, 사회, 과학, 의학 등 4개 학부가 개설된다. 총 18억 달러(2조원)가 투자되고, 이 가운데 15억달러(1조6700억원)를 중국이 헝가리에 차관으로 제공한다.
상대국에 거대한 차관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중국의 ‘일대일로’ 외교 방식이 재연됐다. 게다가 학교 건설은 입찰 없이, 중국 국유기업인 중젠이 맡고, 중국 건설자재와 중국인 노동자를 쓰게 되는 것도 시민들의 분노를 키웠다. 시민들은 굳이 2조원 가까운 빚을 내 중국 국립대학의 분교를 설립하는 것에 의아해하며, 이 빚이 향후 시민들에게 막대한 세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비판한다.
대학 조성 비용은 헝가리의 한 해 고등교육 예산을 웃도는 수준으로, 최근 수십 년 동안 헝가리 교육 분야에서 이뤄진 투자 중 최대 규모로 꼽힌다. 또 헝가리 분교가 중국의 인권탄압과 폭력 등을 정당화하는 용도로 활용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카라소니 시장은 “우리는 지금 우리 독재자들과 싸우고 있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대학생들의 도시이다. 우리는 5천억 포린트(약 16억달러)나 되는 시민들의 세금을 중국의 엘리트 대학 캠퍼스에 퍼붓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실시한 헝가리 퍼블릭 리서치 여론조사에서는, 이 프로젝트에 찬성하는 비율이 20%에 불과했다.
푸단대 분교 건립 계획은 헝가리를 통해 유럽 진출의 교두보를 만들려는 중국 당국의 요구와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확대하려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생각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미국과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은 유럽을 우호 세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투자협정 비준 등 유럽에 지속적인 화해 손길을 내밀고 있다.
반이민, 권위주의 정책을 앞세운 극우파 포퓰리스트 오르반 총리도 서방 세계와는 선을 그으면서 중국,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가고 있다. 헝가리는 세르비아와 함께 유럽에서 드물게 중국에 우호적인 국가다. 최현준 기자
국기에 경례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6일 오전 서울시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을 거행했다.
이날 추념식은 문재인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정부·국회·군·18개 보훈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당신을 기억합니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식 참석은 취임 후 이번이 다섯 번째로, 임기 중 매년 참석했다.
올해 추념식은 서울현충원-대전현충원-유엔기념공원(부산)이 3원으로 연결됐다.
이번 추념식 식전행사에서는 '현충문 근무 교대식'이 처음으로 펼쳐졌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 대한 최고의 예우 차원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것이라고 정부 측은 설명했다.
추념사 하는 문 대통령
이후 개식 선언 및 조기 게양, 사이렌 묵념, 국민의례, 헌화·분향 및 묵념, 편지 낭독, 국가유공자 증서 수여, 문 대통령의 추념사, '현충의 노래' 제창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서울현충원에서는 국방부 의장대가, 유엔기념공원에서는 국방부 및 유엔사령부 의장대가 각각 태극기를 조기 게양했고, 오전 10시 정각에 추념식 시작을 알리는 조포 21발이 발사됐다.
동시에 전국에 사이렌이 울리면서 1분간 묵념이 이뤄졌다.
이어 국가유공자이자 전 국가대표 패럴림픽 탁구 선수 안종대 대한민국상이군경회 사업총괄본부장이 국기에 대한 경례문을 낭독했고, 6·25 참전유공자 후손이 묵념곡을 트럼펫으로 연주했다.
미군 공수부대원으로서 6·25 전쟁에 참전해 오른팔과 오른다리를 잃은 윌리엄 빌 웨버(96) 대령의 영상 메시지와 6·25 참전유공자 김재세(94) 선생의 편지 낭독도 이어졌다.
또 6·25 참전유공자로 헌신한 이진상, 안선 씨와 강원 인제 서화지구에서 전사한 고(故) 조창식 씨의 조카에게 국가유공자 증서가 수여됐다.
아울러 정부는 이번 추념식을 위해 9·19 남북 군사합의 이후 전방 철책 제거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철조망과 화살머리고지 전투 지역에서 발굴한 나침반을 활용해 기념패를 제작했다.
기념패에는 '이 땅에 다시 전쟁의 비극은 없습니다'라는 문 대통령의 친필 문구가 각인됐다.
이 기념패는 서울현충원 호국전시관 2층에 전시된다.
정부는 "기념패는 평화와 번영을 상징하고, 참전의 고귀한 희생과 노고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추념식을 계기로 앞으로 국회 정상의 현충원 참배 시 기념 물품을 기증받는 절차를 정례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 국가유공자 가족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시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 6.25 참전 고 조창식 순직군경 조카 조철주 씨에게 국가유공자증서를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편,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을 포함한 천안함 생존 예비역 장병들 일부는 이날 추념식이 열린 서울현충원 앞에 흩어져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최 전 함장은 생존 장병 중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는 데도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등 정부 심사 기준도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보훈처 관계자는 "같은 사고가 있었다 하더라도, PTSD 등 질환의 발현이 해당 사고로 발현됐는지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어 심사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보훈심사는 한번으로 종결되는 것이 아니고, 나중에 해당 사고로 인한 PTSD 등 질환이 진단되는 경우, 언제든지 다시 신청해 심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66회 현충일에 헌정된 기념패
문대통령, 부사관 추모소 찾아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
부사관 부모 "딸의 한 풀어달라"…문대통령 "철저하게 조사"
국방장관에 "병영문화 달라지도록 하라" 지시
문 대통령,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추모소 조문: 문재인 대통령이 6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의 추모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오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이모 부사관의 추모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의 추모소 방문은 제66회 현충일 추념식 참석 직후에 이뤄졌다.
문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것은 물론 향후 엄정한 수사·조치에 나설 것임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 부사관의 부모를 만나 "얼마나 애통하시냐"며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부사관의 부모는 "딸의 한을 풀고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 "철저하게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고, 문 대통령은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또 추모소 방문에 동행한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철저한 조사뿐 아니라 이번 일을 계기로 병영문화가 달라지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현충원 추념사를 통해 "아직도 일부 남아있어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을 낳은 병영문화의 폐습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 장병들의 인권뿐 아니라 사기와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피해 부사관의 극단적 선택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 엄정한 수사를 주문한 데 이어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와 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또 문 대통령은 그다음 날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이를 즉각 수용했다.
문대통령, 유해 신원확인센터 방문…"유전자 채취 참여를"
유해발굴감식단 신원확인센터 방문한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6일 서울 동작구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신원확인센터를 방문, 유해감식실에서 허욱구 유해발굴단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는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현충일 추념식 참석 직후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신원확인센터를 방문했다.
서울현충원 내에 있는 신원확인센터는 지난 3월 24일 문을 열었으며, 유해 감식·유전자 분석·보관 등 신원 확인을 위한 전문 시설이다.
방문에는 서욱 국방부 장관,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이호승 정책실장,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등이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유해발굴감식단장으로부터 그동안의 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한 보고를 청취했다.
유해발굴감식단은 2019년부터 지금까지 참전용사 유해 30여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이달 말까지 화살머리고지 유해 발굴을 마무리하고, 오는 9월부터 2023년까지 백마고지로 유해 발굴을 확대할 계획이다.
군은 전사자 기록 등을 토대로 화살머리고지보다 백마고지에서의 희생자가 5배가량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비무장지대 북쪽 지역, 즉 북측이 발굴하기로 돼있던 구역에서의 성과는 어떤지 아는 바가 있느냐"고 물었고, 허욱구 유해발굴감식단장은 "유엔군 유해가 많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현재 MDL(군사분계선) 북쪽 지역은 북한이 참여하지 않아 발굴된 것은 없다"고 답했다.
묵념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6일 서울 동작구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신원확인센터에서 헌화를 마친 뒤 묵념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센터 내 유해감식실로 이동해 헌화와 묵념을 한 뒤 화살머리고지에서 발굴한 국군과 유엔(UN)군 유해를 확인했고, 유해보관소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유해의 봉안 방법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영국군 유해로 추정된다'는 설명에 스미스 영국대사는 한국말로 "70년 전 아주 유명한 영국 참전용사의 행동…"이라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신원 확인을 위한 유전자 제공 유족들의 범위 등을 물은 데 이어 "코로나로 쉽지 않을 텐데, (신원 확인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유해 발굴 못지않게 신원 확인이 매우 중요하다"며 "유해가 발굴되더라도 비교할 유전자가 없으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 오키나와(沖繩)현 소재 미군 후텐마(普天間) 비행장. 일본 정부는 이 비행장을 대체할 군사 시설을 건설하겠다며 오키나와 헤노코(邊野古) 연안을 매립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일제 강점기 희생된 조선인 유골이 섞인 토사가 일본 오키나와(沖繩)현 미군 기지 공사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유해 수습 운동을 벌여 온 일본 시민단체는 한국·미국 유족과 힘을 모아 공사 중단을 촉구할 계획이다.
오키나와 본섬 남부에 있는 미군 후텐마(普天間) 비행장을 같은 섬 중부 헤노코(邊野古) 연안으로 옮기는 사업이 진행 중인데 일본 정부가 공사 계획을 일부 변경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오키나와의 미군 해병대 기지인 '캠프 슈와브' 인근 바다에서 매립 공사 등이 진행 중이다. 일본 정부는 후텐마 비행장을 대신할 새로운 기지를 이곳에 건설 중이다 [교도=연합뉴스]
전쟁 희생자 유해가 다량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채취한 토사 등을 매립재로 사용할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일본 방위성은 오키나와의 미군 해병대 기지인 '캠프 슈와브' 앞바다를 매립해 후텐마 기지를 대체할 새 비행장을 만들고 있는데 연약한 지반을 개량하기 위해 매립재 종류 등을 바꾸겠다며 작년 4월 21일 오키나와현에 공사 계획 변경 승인을 신청했다.
7일 연합뉴스가 계획서의 세부 내용을 확인해보니 2차 대전 말기에 벌어진 오키나와 전투 현장인 오키나와 본섬 남부 이토만(絲滿)시와 야에세초(八重瀨町)가 매립용 토사 등을 채취할 장소로 기재돼 있었다.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 공사 매립재 채취 장소
오키나와에서는 1945년 미군과 일본군 사이에 격렬한 지상전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주민, 일본군, 미군 등 약 20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오키나와현 집계)된다. 희생자 중에는 한반도에서 동원된 조선인도 포함된다.
희생자 유해 수습이 미흡해 이토만을 비롯한 격전지에서 발굴이 계속 진행 중인 상황이다. 변경된 공사 계획이 승인되면 유골이 섞인 토사가 매립용으로 투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유해를 수습해 유족에게 돌려주는 운동을 하는 현지 시민단체 '가마후야'(ガマフヤ-) 등은 일본 정부의 공사 계획 변경에 반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토사 등을 어디서 조달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계획서가 "적정한 조사를 거쳐 채취 장소 등을 결정한다"며 여지를 남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존 계획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이토만과 야에세가 변경된 계획서에 파쇄된 암석을 채취할 후보지로 명시된 것을 보면 결국 이 지역에서 채취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2019년 2월 15일 일본 오키나와(沖繩) 기노자손(宜野座村)의 미군의 옛 민간인 포로수용소 주변 유골 발굴 현장에서 오키나와의 시민단체 '가마후야'의 구시켄 다카마쓰(具志堅隆松) 대표가 유골 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획서는 이토만과 야에세에서 파쇄된 암석 3천160만㎥를 채취하는 방안이 기재돼 있다. 이는 오키나와현 내부에서 조달할 파쇄석(4천476만㎥)의 약 70% 해당한다.
구시켄 다카마쓰(具志堅隆松·67) 가마후야 대표가 올해 3월 단식 투쟁까지 하며 반대에 나서자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은 "개발 전에 유골이 없는지 육안으로 사전 조사를 하고 유골이 잠들어 있을 가능성이 있는 호(壕·구덩이)가 있는 장소는 개발하지 않는 등 유골을 배려하며 사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맨눈으로 유골 유무를 파악하는 것이 현실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오랜 기간 방치된 뼈는 전문가가 아니면 식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채취할 토사 등의 양에 비춰보면 유해가 포함됐는지 철저히 확인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가마후야는 한국 단체인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02-2139-0462)를 통해 오키나와 유골 발굴 및 DNA 감정에 참여할 한국인 유족을 모집하고 이들과 힘을 합해 일본 정부에 매립 계획 취소를 요구할 계획이다.
한국인 희생자 이름: 키나와(沖繩)현 이토만(絲滿)시 소재 '평화기념(祈念:이뤄지기를 비는 것)공원'에 한국인 전쟁 희생자 이름을 새긴 비석인 각명비(刻銘碑)가 설치돼 있다.(위) 각명비에는 히코산마루 피격 사건으로 희생된 명장모(왼쪽 하단) 씨와 김만두(오른쪽 하단) 씨의 이름도 새겨져 있다.
이들은 미국 유족 참가자도 모집한다.
오키모토 후키코(沖本富貴子) 오키나와대 지역연구소 특별연구원이 현대사 연구자 다케우치 야스토(竹內康人) 씨가 발간한 명부 자료와 자체 조사를 토대로 분석한 바에 의하면 오키나와 전투에 조선인 3천461명이 군인이나 군속(군무원에 해당)으로 동원됐고 이 가운데 70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노무 동원된 이들이나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된 이들을 제외한 숫자다.
기록으로 파악되지 않은 이들을 포함하면 실제로 동원되거나 사망한 조선인은 이보다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피가 스며든 흙으로 군기지 만드는 건 인도적으로 용납 불가"
'유골반환 운동' 헌신한 구시켄 "한미 유족, 반대 목소리 내달라"
구시켄 다카마쓰(具志堅隆松) 가마후야 대표 [연합뉴스]
"유골이 섞인 토사를 군사기지 건설을 위해 매립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일본 시민단체 '가마후야'(ガマフヤ-)의 구시켄 다카마쓰(具志堅隆松·67) 대표는 조선인 등의 유골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는 토사를 미군 기지 건설 공사에 투입하려는 일본 정부 계획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오키나와(沖繩) 전투 희생자의 유골을 수습해 유족에게 돌려주는 운동 앞장서고 있는 구시켄 대표는 이런 공사 계획이 "잘못된 것"이라고 전화와 서면으로 연합뉴스에 의견을 밝혔다.
2020년 2월 9일 일본 오키나와현 모토부초의 한 주차장 부지에서 일제 강점기에 동원돼 2차 대전 말기에 희생된 조선인의 유해를 찾기 위한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는 유족에게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유해가 토사와 섞여 바다에 매립돼 버리면 찾을 길이 영영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구시켄 대표는 방위성이 토사 등을 채취할 후보지로 지목한 오키나와현 이토만(絲滿)시와 야에세초(八重瀨町)에는 수많은 사람의 "피와 살과 뼈가 스며들어 있다"며 평화를 염원하고 전쟁 희생자의 명복을 빌어야 할 곳에서 파낸 흙과 돌을 사용해 군사용 기지를 짓는 것은 "인도적으로도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공사는 미군 후텐마(普天間) 비행장을 옮긴다는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설을 놓고 일본에서 논쟁이 치열하지만 이토만 등의 토사를 사용하는 계획에 반대하는 것은 기지 자체에 대한 찬반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 구시켄 대표의 판단이다.
오키나와 전투로 숨진 이들은 약 20만 명으로 추산된다.
희생자 대부분이 일본군이나 오키나와 주민이지만 징집된 조선인이나 일본군과 싸운 미군도 목숨을 잃었다.
1945년 5월 28일 자 미국 잡지 '라이프(Life)'에 실린 오키나와의 무덤 묘표 사진. 오른쪽에서 각각 2번째와 4번째 묘표에 '金山萬斗'(김산만두)와 '明村長模'(명촌장모)라는 적힌 것은 군속으로 동원된 한반도 출신 김만두 씨와 명장모 씨인 것으로 파악됐다. [동아시아 시민네트워크 제공]
일본 당국은 최근 발굴된 유해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약 700명분의 유골을 대상으로 DNA 감정을 하고 있는데 조선인이나 미군 희생자 유해가 여기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다.
구시켄은 한국과 미국의 유족을 모집해 DNA 감정에서 유골을 찾을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과 힘을 합해 일본 정부의 매립 공사 계획에도 반대하려고 하고 있다.
그는 "한국이나 미국 사람도 (유골 찾기에) 참가할 권리가 있다"며 "매립을 막기 위해서라도 유족이 '유골을 돌려달라'는 목소리를 내면 좋겠다. 우리는 일본 국민으로서 이야기하고 있으나 당사자인 유족의 목소리는 더 무게감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 40년간 유골 발굴 운동에 헌신해 온 구시켄이 느끼는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그는 유골이 섞인 토사가 매립에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올해 3월 엿새 동안 단식투쟁을 했으며 오키나와 전투 희생자 위령의 날(6월 23일)을 앞두고 이달 중순 다시 단식에 나선다.
구시켄은 많은 유족이 이미 고령인 점을 고려하면 유해 찾기는 한시가 급한 일이라며 "우리가 응원할 것이니 한국 사람들도 부디 참가해달라"고 당부했다.
참가를 원하는 한국 유족은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02-2139-0462)로 연락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