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타리오 주에서 28일 하루 835명의 COVID-19 신규 감염자가 발생, 지난 6월 초 이후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 이로써 온주 내 전체 감염자 수는 56만3591명으로 불어났다.
온타리오 주에서는 지난 6월 4일 914명의 COVID-19 신규환자가 발생한 이후 꾸준히 감소추세를 보이다 최근 다시 증가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크리스틴 엘리엇 보건장관은 새로운 확진 사례 중에서 675명이 백신 접종을 받지 않았거나 알 수 없는 상태였으며 160명은 2차까지 접종을 완전히 받은 상태라고 밝혔다. 앞서 일주일 전인 지난 21일에는 689명의 감염사례가 보고되었었다.

한편 28일 사망자는 7명이 추가돼 현재까지 9,496명의 누적 사망자를 기록 중이다.
온주에서는 감염자 중 이날까지 모두 54만8,398명의 환자가 완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이날 2만8,500여 건의 테스트가 진행돼 현재까지 총 1천716만7,494건의 검사를 완료했다.
집계에 따르면 이날 현재 162명(4명 증가)이 중환자실에 있으며 이 중 87명은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고 있다. 엘리엇 보건장관은 중환자실 환자 중 154명이 백신을 완전히 접종하지 않았거나 알 수 없는 상태이며 8명은 2차까지 완전히 백신을 접종한 경우라고 밝혔다.
온타리오 주에서는 12세 이상의 시민들 중 82.7%가 적어도 1회 이상의 백신접종을 마쳤고 75.9%가 2차까지 백신을 맞은 것으로 밝혀졌다.

총선 선거운동 13일째 백신접종 의무화 · 백신여권 반대 시위 잇달아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선거 유세에서 반대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 [로이터=연합뉴스]

 

캐나다 연방총선 선거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선거 유세가 코로나19 정책에 항의하는 군중의 시위로 현장에서 취소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트뤼도 총리는 27일 오후 온타리오주 볼턴 시에서 옥외 집회를 하고 연설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백신 여권 도입 등 정부의 코로나19 정책에 반대하는 항의 시위가 이어지자 '보안상 우려'를 이유로 유세를 취소했다.

 

이날 시내 한 호텔 주차장에 마련된 유세장에는 수십 명의 시위대가 모여 트뤼도 총리에게 욕설을 외치고 손가락 욕을 하는 등 거센 반대 집회를 벌였다.

 

시위가 유세장의 집권 자유당 지지자들을 능가하는 규모로 거칠게 계속되자, 트뤼도 총리는 연단 입장을 미루며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혼란은 2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결국 행사 관계자가 나와 핸드 마이크로 유세 취소를 알렸다.

현장에는 경찰이 출동해 시위대 주변을 지켰으며 물리적 충돌 사태는 없었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광역 토론토 지역의 릴레이 유세 일정을 소화 중이었으나 앞서 열린 두 차례의 행사에서도 반대 청중이 트뤼도 총리의 유세 버스에 몰려 야유를 보내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유세장에는 '나는 자유가 필요하다'는 피켓이 등장했고 일부에서는 '트뤼도 반역'이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고 현지 참석자들이 전했다.

 

시위대는 트뤼도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백신 여권 도입을 강력히 추진하는 데 항의했다.

 

정부는 각 주 정부에 백신 여권 도입을 요청하면서 이를 위한 재정 지원 계획도 밝힌 상태다.

 

이날 현재 퀘벡, 브리티시 컬럼비아, 매니토바주가 백신 여권제를 도입했으며 내달 1일부터 중순에 걸쳐 다른 지역도 잇달아 시행에 나설 예정이다.

 

또 인구가 가장 많은 온타리오주도 제도 도입 방침을 굳히고 내주 중 구체적 시행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자유당 정부는 지난 15일 하원을 해산, 조기 총선 실시에 나섰고 여야 각 당은 이날 13일째 선거 운동을 벌였다.

미 대학 mRNA백신 연구…'기억 B세포' 강화 효과

감염세포 없애는 '면역력 다른 축' T세포도 생성

"부스터샷 없이 시간지나도 몸이 싸우는 법 기억"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메신저리보핵산(mRNA)을 활용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시간이 지나면 체내 중화항체가 줄긴 하지만 필요하면 금방 재생산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페렐만 의과대학 연구진이 이 같은 연구 결과가 담긴 논문을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공개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27일 전했다.

 

해당 논문은 아직 동료평가를 받지 않았다.

 

연구진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나 모더나의 백신을 접종받은 61명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 가운데 15명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의 수용체결합영역(RBD)을 중화하는 항체는 백신을 접종받고 1개월이 지났을 때부터 꾸준히 감소했다.

 

그러나 백신으로 유도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특화 '기억 B세포' 반응은 백신을 접종받은 이후 3~6개월 사이에 꾸준히 강해졌다.

 

특히 mRNA 백신은 알파·베타·델타 등 변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변화된 '기억 B세포'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백신이 형성시킨 '기억 B세포'는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왔을 때) 신속하게 새로운 항체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라면서 "백신 접종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 방어면역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mRNA 백신이 '항원에 특정한 CD8+ T세포'와 '기억 CD4+ T세포'도 형성한다고 밝혔다.

 

T세포는 백혈구의 일종으로 바이러스 등 항원에 감염된 세포를 찾아 제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mRNA 백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오래 지속하는 면역기억을 형성하며 면역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발달한다는 점이 이번 연구로 입증됐다고 밝혔다.

 

이번 논문 교신저자인 존 웨리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면역학연구소장은 "부스터샷이 항체를 증가시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더 오래 잘 막게 해주는 것은 맞다"라면서 "다만 우리 몸에는 체내 항체농도가 낮아진 뒤 코로나19 방어를 지원하는 자연적인 방안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김일응 주아프간대사관 공사참사관 '미라클 작전' 인터뷰

“탈레반 약속과 달리 공항 통과 막아

창문 가린 버스에 15시간 동안 갇혀

모두 아무것도 못 먹고 아이들 울고…

외교부 ‘카불 재진입’ 결심해줘 다행”

 

 

“탈레반이 (약속과 달리 공항 안으로) 통과시켜주지 않아서 (한국으로 오려는 조력자들이) 버스에 14~15시간을 갇혀 있었어요. 창문을 다 가린 버스 안에서, 에어컨도 없어 덥고, 아이들은 울고…하룻밤을 꼬박 새고 25일 새벽 동이 틀 무렵에야 버스가 공항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사람들이 얼굴이 사색이 돼서 (버스에서) 내려오는데…”

 

줌 화면 너머 김일응 주아프가니스탄대사관 공사참사관(공참)은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27일 오전 1시간 넘게 진행된 외교부 출입 기자단을 상대로 한 화상 회견에서 김일응 공참은 절체절명의 긴박했던 순간들이 떠오르는지 여러 차례 ‘울컥’했다. 그럴 만도 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각), 한국행을 꿈꾸며 아프간 조력자들이 통과한 공항 출입구 근처에서 대형 ‘자살폭탄 공격’으로 미군 등 다수가 죽거나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하루 차이가 운명을 갈랐다.

 

 김일응 주아프가니스탄대사관 공사참사관이 27일 오전 외교부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줌’을 활용한 회견을 통해 아프간인 조력자 390명을 한국으로 무사히 데려오게 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줌’ 화면.

 

‘15시간 버스 감금’ 사태는, 공항 밖을 장악한 탈레반이 조력자들이 갖고 있던 여행증명서가 원본이 아닌 사본이라며 공항으로 들여보내주지 않아 발생한 것이다. 옥신각신 끝에 김 공참이 여행증명서 원본을 들고 공항 밖으로 나가겠다고 한 뒤에야 탈레반은 버스를 통과시켰다.

 

아프간인 조력자 390명을 한국으로 무사히 데려온 ‘기적 작전‘(Operation Miracle)은 아프간조력자-한국-미국-탈레반으로 엮인 소통 사슬의 한곳만 문제를 일으켜도 실패의 벼랑으로 떨어질 운명이었다. ‘살얼음판 걷기’가 아닌 과정이 없었다. 7개조로 나뉜 긴밀한 소통으로 조력자들을 미리 카불로 불러모았다. 공항 밖은 탈레반이 장악해 안전한 곳이 없었다. 공항에서 10분 거리에 버스 탑승 지점을 알렸다. ‘늦으면 안 되지만, (30분 이상) 너무 빨리 오지도 마라’가 지침. 탈레반 눈에 띄면 위험하니까.

 

카불 공항은 “시스템이 없었다”. 비행기만 뜨고 내릴 뿐, 상점도 아무것도 가동되지 않았다. 조력자들도, 이들을 도우려 카불에 다시 들어간 김 공참 등 한국인들도 먹지 못했다. “(모두들) 계속 굶었다, 나도 마찬가지고. 모든 걸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서로 의지하며 버텼다.”

 

지난 15일 대사관 철수 ‘명령’을 받고 김 공참은 “순간 막막해졌다”. ‘우린 어떡하냐’는 조력자들의 물음에 “한국으로 데려갈 거고, 방법을 생각해서 알려주겠다”고 약속하고 카불을 떠났다. 그리고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다짐대로 다시 카불로 들어갔다. “(외교부) 본부로서는 (우리를 카불에 재진입시켰을 때 발생할지도 모를) 한국인 (인명) 피해도 우려할 수밖에 없는데 결심해줘 다행이었습니다.” “되든 안 되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김 공참은 ‘사지’로 돌아갈 수 있게 승인한 외교부 등 한국 정부의 결정을 ‘다행’이라고 묘사했다.

 

김 공참은 카불로 다시 들어간다는 사실을 가족한테 알리지 않았다. “걱정할까 봐”. 한국에 들어와 전화통화 할 때 두 딸이 “아빠 뉴스에 나오던데 카불 갔다온 거야? 아빠는 참…”이라며 살짝 질책을 했다고 전할 때 김 공참의 낯빛이 아주 환해졌다.

 

“모든 이를 데리고 올 수 있어 기분이 좋고, 이번 일로 ’아 우리가 선진국이 됐구나’라고 느꼈습니다.” 김 공참은 “(이른바 선진국이 갖춰야 할) 국격과 책임”을 강조하며 “이번에 그걸 보여준 거 같아 가장 기쁘다”라고 말했다.

 

그는 “옛 사람들이 왜 ‘생거진천’(진천이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는 뜻)이라고 했는지 이번에 느꼈다”며 “(조력자들의 초기 체류를 받아들여준) 진천분들한테 정말 고맙다”고 인사했다. 이어 “더 높아진 시민의식”을 짚고는, “이게 끝은 아니지 않나. 이분들이 잘 정착해서 한국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27일 낮 1시께 아프간 조력자 13명이 인천공항으로 추가 입국했다. ’미라클 작전’을 통해 ’특별공로자’ 자격으로 한국에 온 아프카니스탄인은 모두 390명이다. 외교부는 “애초 발표는 391명이었는데, 명단에 없던 1명을 발견해 신원 확인을 담당하는 카불 미군에 신병을 인계해 실제 입국자는 모두 390명”이라고 설명했다. 이제훈 기자

 

아픔을 안아준 진천…‘기적같은’ 여정 푼 아프간인 377명 환영 펼침막

 

아프간 탈출 기여자 차량 14대 나눠타고 도착

진천·음성 주민 환영, 길목 곳곳에 환영 펼침막

현지서 집계 혼선 378→377명…추가 입국자 13명도 진천으로

미성년자 61%, 6살 이하 어린이 110명…임시 보육시설 운영

코로나 검사 360명 ‘음성’, 경계선 17명 재검, 퇴소 전 2차례 추가 검사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을 도운 아프간 가족 377명이 탄 버스가 27일 충북 진천 혁신도시 안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으로 향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한국정부 활동을 도왔던 아프간인과 가족 377명이 충북 진천 혁신도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국가 인재원)에 여장을 풀고 ‘기적같은’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아프간인 377명을 태운 버스가 27일 낮 12시8분께 비 내리는 국가 인재원에 도착했다. 이들은 전날 오후 4시24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김포에서 첫날밤을 보낸 뒤 이날 오전 9시20분께 버스 14대에 나눠 타고 인재원으로 향했다. 교통 여건 등으로 애초 예정시간보다 30여분 늦게 도착했다.

 

경찰·군 호송차를 앞세우고 5대가 먼저 도착했으며, 30분 뒤 다시 5대, 마지막 4대는 오후 1시55분께 도착했다. 아프간인들은 이시종 충북지사, 송기섭(진천)·조병옥(음성) 군수와 진천·음성군청 공무원·주민 등 100여명의 환영 속에 인재원에 내렸다. 이날 오후 1시7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한 아프간 추가 입국자 13명도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인재원에 합류한다. 이들은 앞으로 6~8주일 동안 이곳에 임시 체류할 예정이다.

 

이들을 태운 버스가 통과한 국가 인재원 앞길에는 ‘여러분의 아픔을 함께 합니다’(덕산읍 기업체협의회), ‘머무는 동안 편하게 지내다 가시길 바랍니다’(덕산읍 발전협의회) 등 환영 펼침막이 걸렸다. ‘따뜻한 마음으로 아프가니스탄 가족들을 맞아주신 주민 여러분 고맙습니다’(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등 이들의 임시 체류를 받아들인 진천·음성 군민들의 결정을 칭찬하는 펼침막도 더러 보였다.

 

이날 환영 펼침막을 들고 아프간인들을 맞은 진천 주민 박요한(65)씨는 “정치·종교적 이유로 생명의 위협을 받다 한국으로 온 이들에게 용기를 주려고 나왔다. 편안한 마음으로 잘 지내다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프간 기여자들이 6~8주일 동안 임시 체류할 국가 인재원 앞길에 걸린 환영 펼침막.

 

이날 국가 인재원에는 애초 알려진 378명이 아닌 377명이 도착했다. 이는 긴박한 현지 상황 속에서 인원 집계에 혼선을 빚었기 때문에 생긴 착오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76가구로 남성이 194명(51%), 여성 183명(49%)이다. 미성년자가 5분의 3가량인 231명(61%)이며, 6살 이하 어린이도 110명(29%)이었다.

 

정부는 국가 인재원 안에 이들 어린이가 이용하는 임시 보육시설을 설치·운영할 계획이다. 주은주 국제라이온스클럽 음성지역 부총재는 “아이들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크레파스·스케치북·학용품 등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27일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앞에서 아프간 기여자들의 임시 체류 생활 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도착 뒤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으며, 17명을 뺀 360명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17명은 재검을 받을 예정이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은 이들이 입소한 뒤 국가 인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 검사에서 17명은 경계선상으로 판정돼 24시간 뒤 재검을 한다. 이들을 포함해 모두 2주간 격리 생활을 하고, 7일째 2차, 입소 해제 직전 3차 코로나 진단검사를 진행하는 등 면밀하게 살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가족 단위로 배정된 방에서 생활하고, 인재원 직원 등 외부 접촉 우려를 고려해 식사는 도시락으로 방에서 한다. 아프간인 가운데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이를 통역으로 선발해 정부 대책반 등과 소통하게 할 참이다. 강 법무부 차관은 “진천·음성 주민 등 국민의 이해·포용으로 이들을 맞을 수 있었다. 경찰 3개 중대와 법무부 직원 등을 상주시켜 주민들의 치안 불안을 해소하겠다. 필요하면 추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충북도 등은 진천군에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아프간 기여자들의 생활 등을 지원할 참이다.

 

최용우 진천군 행정지원과 주무관은 “법무부 등 정부 대책반과 협의·소통하면서 아프간인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할랄 음식이나 기호품 등 공급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윤 진천군 이장단 연합회장은 “이들이 한국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하면 주변 사회단체 등과 협의해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협의해볼 계획이다. 지난해 중국 우한 교민이 왔을 때처럼 성금·물품 전달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우리도 한국과 인연…도와주세요” 아프간서 온 ‘미라클 SOS’

 

한-아프간 직업훈련원 교사 호소

2002년 코이카 설립·운영했으나

2006년부턴 아프간 정부에 위탁

직업 훈련원 근무자 모두 33명

 

아프간인 ㅎ씨가 코이카와 한국산업인력공단 쪽으로부터 받은 직업훈련 교사 연수 수료증. ㅎ씨 제공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정부와 함께 일한 아프간인 390명이 무사히 탈출한 가운데, 한국과 인연을 맺었지만 이송 대상에 속하지 못한 아프간인 수십명이 여전히 애타게 한국 정부의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26일 <한겨레>와 연락이 닿은 33살의 아프간 남성 ㅎ씨는 “한국 정부에 우리는 매우 두렵고 (우리를) 뒤에 남겨진 느낌(left behind)이라고 전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가 2004년 아프간 지원 사업으로 설립한 ‘한-아프간 직업훈련원’에서 컴퓨터 교사로 12년간 일했다. 자동차정비, 컴퓨터, 건축 등 7개 분야의 과정을 운영하는 이 훈련원을 거쳐간 아프간인은 7000여명에 달한다.

 

ㅎ씨가 <한겨레>에 메신저로 제공한 자료를 종합하면, 그는 지난 5일 주아프가니스탄 한국 대사관에 전자우편을 보냈다. 여러 차례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아 택한 방법이었다. 자신들을 한-아프간 직업훈련원에서 5~16년씩 일한 교사들이라고 소개한 그는 교사 대표 4명과 대사의 면담을 요청했다.

 

미국 정부의 경우 자신들과 직·간접적으로 일한 아프간인들의 철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ㅎ씨는 한국이 미국의 동맹인 만큼 자신들은 고국에 있는 것 자체가 위협으로 느껴진다고 썼다. 아프간 상황이 나날이 악화하고 있는데 한국 쪽 사업에 관여했던 자신들도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 대사관은 직업훈련원에서 근무했다는 증빙 서류를 보내면 검토 뒤 연락하겠다는 답신을 보내왔다. 이에 ㅎ씨는 자신이 포함된 33명의 이름과 신원 정보가 명기된 직업훈련원 증명서를 발급받아 14일 대사관에 보냈다. 하지만 이때는 탈레반의 수도 카불 진입이 임박한 시점이었고 대사관은 15일 잠정 폐쇄됐다. ㅎ씨는 이후 대사관 쪽과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26일 처음 이들의 소식을 <한겨레>에 전한 국제인권활동가 김여정씨는 “하루 이틀 내로 이들을 구조하지 못하면 모든 게 끝난다. 제발 이 사람들을 살려달라”고 말했다. 26일 저녁 7시께까지 현지에 남아 있던 한국군 수송기 2대에 이들을 태우는 것이 마지막 기회라고 여긴 그는 이날 하루 종일 외교부와 취재진, 현지인들과 소식을 주고받으며 이들의 사연을 알렸다.

 

김씨는 26일 오후 3시 넘어 외교부로부터 공식 입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외교부는) 이들이 한국 정부와 근로계약(을 한 것)이 아니라 (이들이 근무한 직업훈련원은) 아프간 정부에 위탁해서 운영한 것”이어서 “(이들의 경우 국내 이송) 대상에서 배제됐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실제 ㅎ씨 등이 일했던 직업훈련원은 코이카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1236만여달러(약 144억원)를 들여 설립·운영한 곳이다.

 

문을 연 2004년부터 이듬해까지는 코이카에서 직접 운영했지만, 2006년에는 아프간 정부로 사업을 이관해 지금껏 아프간 정부에서 운영해오고 있다. ㅎ씨와 동료 교사들은 아프간 정부에 고용됐던 것이다. 그간 정부에서 밝힌 국내 이송 대상은 아프간에서 한국 정부의 활동을 지원해온 이들로, 대사관 및 한국 정부가 현지에서 운영하는 병원과 직업훈련원 등에 직접 고용됐던 아프간인들이었다.

 

하지만 ㅎ씨가 <한겨레>에 보낸 직업훈련원 증명서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7년까지 교사 22명이 많게는 세차례나 한국을 방문했다. ㅎ씨의 2013년 ‘코이카-산업인력공단 연수’ 수료증 및 한국방문 비자와 함께 놓고 보면 이들도 같은 연수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설립하고 지원하는 시설에서 한국을 오가며 생활한 이들에겐 한국과 인연이 혼돈에 빠진 아프간을 탈출할 마지막 희망인 셈이다.

 

김씨는 “(직업훈련원은) 초기 2년 한국이 운영할 때 훈련시켰던 직원들이 이양받아서 그대로 운영”하고 있으며 “직원훈련원 졸업식에는 항상 (한국) 대사가 참석하고 코이카로부터 펀딩”도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현대차 직원만 데려오고 사내하청 직원은 안 데려오는 꼴”이라며 한국 정부의 이송 대상 선정 기준을 비판했다.

 

한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것은 이들만이 아니다. 김씨에 따르면 한국 대학에 각종 장학금으로 입학 허가를 받은 대학생 수십명도 9월 새 학기를 앞두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들 역시 대사관에 전자우편을 보내 현지에서 여권을 발급받을 수 없는 사정을 알리며 자신들도 함께 철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26일(현지시각) 저녁 카불국제공항 인근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100여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이들이 기대하던 ‘기적’(현지 조력자 국내 이송 군 작전명)은 더 요원해진 분위기다.

 

김씨는 27일 “혹시나 한국에서 (자신들을 태우러) 또 올까봐 (직업훈련원) 교사들이 기다리다가 새벽부터 모두 이웃 나라로 대피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파키스탄 국경도 넘기 어려운 상황인 데다 국경을 넘기 위해 금전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파악한 직업훈련원 교사 등 한국과 인연을 맺었고 한국행을 희망하는 아프간인만 수십명이다.

 

앞서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만일 이후에 추가로 한국행을 희망하는 아프간인이 있을 경우에는 과거의 고용관계, 신원 등을 감안해서 지원 여부 및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