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개입·연방기관 해킹 등에 대응
러 외교관 10명 추방, 32개 개인·기관도 제재
바이든 “비례적 대응일 뿐 긴장 사이클 원치 않아”
“대화와 외교 필요”…올여름 정상회담 희망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15일 미 대선 개입과 연방기관 해킹 사건 등과 관련해 외교관 10명 추방 등 러시아에 대한 대대적인 제재를 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발표 뒤에 “이제는 긴장을 완화할 시간”이라며 미-러 정상회담 의사를 거듭 밝히는 등 긴장 조절에 나섰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선거에 개입하려 한 러시아 16개 기관과 개인 16명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러시아 정보당국의 사이버해킹을 지원한 6개 기업도 제재 대상에 들었다. 또한 워싱턴에서 외교관 신분으로 일하는 10명의 러시아 당국자도 추방했다. 이 10명에는 러시아 정보기관 요원들이 포함됐다. 미 금융기관이 오는 6월14일부터 러시아 중앙은행과 재무부, 국부펀드가 발행하는 신규 채권을 매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처도 포함됐다.

 

바이든 정부가 지난해의 대선 개입과 국무부·국방부 등 연방기관에 대한 해킹과 관련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달 러시아 야권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시도와 관련해 러시아 개인과 기관을 제재했다. 이번 제재는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 군을 증강해 긴장을 높이는 가운데 나왔다.

 

백악관은 성명을 내어 “바이든 대통령의 명령은 러시아가 불안을 초래하는 국제적 행동을 지속하거나 확대한다면 미국이 전략적이고 경제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대가를 부과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제재 발표 뒤 긴장 완화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이번 조처가 해킹과 대선 개입에 대한 “비례적” 대응이라며 “미국은 러시아와 긴장 고조 및 갈등의 사이클 시작을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관계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재를 더 할 수도 있었지만 균형을 맞췄다면서, “러시아가 우리 민주주의에 계속 개입하면 나는 추가 대응 조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려 깊은 대화와 외교적 과정”이 필요하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올여름 유럽의 제3국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3일 푸틴 대통령과 통화에서도 정상회담을 제안했다고 백악관이 밝힌 바 있다. 이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 제재 계획을 미리 알렸을 가능성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기자들에게 “푸틴과 통화에서 나는 우리 둘 사이의 개인적이고 직접적인 소통이 더 효과적인 관계로 나아가는 데 필수적이라는 믿음을 밝혔고, 푸틴도 그 점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날 제재에 대해 러시아 외교부는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은 밝히지 않은 채 “대응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항의의 뜻으로 존 설리번 모스크바 주재 미국대사를 외무부로 초치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주 베를린 일본대사관, 박물관 쪽에 요청
가토 “일본 입장과 안맞아, 신속 철거 노력”

 

 15일(현지시각)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주립민속박물관 전시장 안쪽에 버스를 탔던 소녀상이 설치 됐다.

 

독일 공공박물관에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된 것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독일 드레스덴 공공박물관에서 위안부를 상징하는 소녀상이 전시되기 시작했다”며 “베를린 일본대사관이 소녀상의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도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동상의 전시는 일본 정부의 입장이나 지금까지 노력과 맞지 않는 것”이라며 “신속한 철거를 위해 다양한 관계자들을 만나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드레스덴 박물관연합은 이날부터 오는 8월1일까지 ‘언어상실-큰 소리의 침묵’을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두 개의 소녀상이 전시됐다. 전시장 안에는 2017년 서울 시내버스를 탔던 소녀상이, 전시장 바깥 마당에는 평화의 소녀상이 놓였다.

 

마리온 아커만 드레스덴 박물관연합 총재는 15일 기자회견에서 “일본군 ‘위안부’들의 이야기는 아직 독일 사회에서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며 “이번 전시회가 개개인의 ‘자전적 진실’을 알리기 위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베를린 일본대사관은 “일본 정부의 입장과 맞지 않는다”며 박물관 쪽에 유감을 표시하고 “이해를 얻을 수 있도록 계속 설명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소연 기자

 

일본 ‘10cm 소녀상’도 안된다?…더 커지고 많아진 독일 소녀상

드레스덴 주립박물관, 4월16일부터 8월1일까지

<언어상실-큰 소리의 침묵> 기획전시

 

15일(현지시각)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주립민속박물관 일본궁전 안뜰에 소녀상이 놓였다.

 

15일(현지시각)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 민속박물관 1층 전시실에 들어서니, 곱게 수놓은 걸개 그림이 관객들을 맞는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본군이 여자와 아이들을 베고 찌르고 집단 강간하는 잔인한 장면들이다. 필리핀 레메디오스 필리아스 로라가 일일이 수를 놓은 손바느질 작품 <나의 전쟁 경험>이다. 그 뒤로는 일본 사진작가 야지마 츠카사가 찍은 한국 문필기, 배춘희 할머니 등 6명의 사진이 걸려 있다. 드레스덴 주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 <언어상실-큰 소리의 침묵> 전 중 일본군 ‘위안부’ 주제전시실의 풍경이다. 우리에겐 익숙하지만 독일인들에겐 낯선 이 야만의 풍경이 16일부터 8월1일까지 독일 관람객들을 만난다.

 

15일(현지시각)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주립민속박물관 전시장 안쪽에 버스를 탔던 소녀상이 설치 됐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시장 안팎에 자리한 소녀상이다. 전시장 안에는 2017년 서울시내버스를 탔던 소녀상이, 전시장 바깥 마당에는 평화의 소녀상이 놓였다. 1년을 준비해온 이번 전시에서는 애초 가벼운 버스 소녀상만 설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베를린 소녀상 설치과정의 진통을 지켜본 드레스덴 민속박물관 쪽은 이번 드레스덴 전시에서 베를린과 같은 소녀상을 전시장 밖에도 설치하자는 독-한 단체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였다고 한다. 박물관 내 소녀상은 이번 전시가 종료된 뒤에도 내년 4월15일까지 존치된다.

 

                    마리온 아커만 드레스덴 및 작센주 박물관 총괄대표.

 

2019년 독일 라벤스부르거 전시회에서 10cm 미니소녀상이 전시됐다가 일본 영사관 항의로 철거된 것을 생각하면 두 개의 소녀상은 커다란 변화다. 드레스덴 및 작센주 박물관 총괄대표인 마리온 아커만 관장(56)은 일본 쪽 압력을 예상하면서도 소녀상 전시를 수용하고 나섰다. 15일 전시장에서 <한겨레>와 만난 그는 “이번 전시에서도 일본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는 동시에 일본문화를 존중하고 일본정부와 계속 대화할 것”이라면서도 “홀로코스트 역사를 철저히 교육받고 자란 세대로서 나 또한 우리 사회가 전쟁 피해자를 잊지 않도록 늘 상기시키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며 소녀상 전시는 관장으로서 자신의 책무 중 하나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커만 관장은 이번 전시에서 할머니들이 부르는 “사공의 노래”와 할머니들의 사진들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이는 작품이 아니라 기록물이지만 피해자가 그후의 세월을 살아낸 표정이 쌓여있다고 했다. 그는 또 “더 이상 박물관은 외딴 섬이 아니라 활동가, 일반 시민, 피해자, 가해자 등을 연결하고 대화를 촉발하는 연결지점이자 매듭”이라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드레스덴 주립민속박물관은 탈식민지라는 주제로 미술을 통해서 역사적 반성과 사회참여를 담당해왔다.

 

                    레온티네 마이에르 판 멘쉬 주립민속박물관 관장.

 

전시는 아르메니아 대량학살, 구 유고슬라비아 내전, 독일제국이 저지른 헤레로-나마 집단학살 등 여성에 대한 다양한 전쟁범죄를 다뤘지만 그 중심은 한국 ‘위안부’ 문제다. 주립민속박물관 레온티네 마이에르 판 멘쉬 관장(48)은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침묵을 깬 피해자가 되어야 하는데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 이후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고, 조직하며, 상실을 극복해온 사례는 상징과도 같다고 생각했다”며 한국전시를 적극적으로 기획, 추진한 이유를 밝혔다.

 

일본의 전쟁범죄를 왜 드레스덴에 전시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관장의 답은 분명했다. “위안부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며 성폭력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들이 와서 전시를 보고 침묵을 깨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두 명의 여성관장 및 드레스덴 박물관 큐레이터 바바라 회퍼, 코리아협의회 한정화 대표 등 여성들의 강력한 의지가 만들어낸 전시라는 평을 얻는다.

 

                   한정화 베를린 코리아협의회 대표.

 

한편으로는 또 최근 소녀상을 둘러싼 갈등이 독일 내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관련 인식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전시를 함께 한정화 대표는 “나치 청산과는 달리 독일은 식민지 문제에 대해서는 자기비판과 성찰이 많지 않았으며 오히려 가해자-패전국인 일본의 정서에 공감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소녀상을 계기로 일본정부가 예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직접적인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전시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드레스덴/ 남은주 통신원

뉴셰퍼드 로켓과 캡슐, 15번째 시험비행

고도 106km 우주경계선 찍고 무사 귀환

 

준궤도 우주관광용 캡슐을 싣고 이륙하는 뉴셰퍼드 로켓. 블루오리진 제공

 

아마존 최고경영자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 로켓과 캡슐이 15번째 준궤도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준궤도란 우주경계선으로 불리는 고도 100km 안팎을 가리킨다.

14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 서부의 블루오리진 발사장에서 이뤄진 이번 시험비행에선 처음으로 사람이 이륙 직전과 착륙 직후에 직접 캡슐에 들어가 발사 전 통신 상태를 확인하고 착륙 후 안전하게 내리는 과정을 시연했다. 실제 비행에선 마네킨으로 사람을 대신했다. 블루오리진은 이날 비행은 유인 비행에 앞선 검증 단계였다고 밝혔다.

 

준궤도 비행후 착륙하는 뉴셰퍼드로켓

 

미국 언론들은 블루오리진이 다음번 발사에서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첫 유인 비행에 도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엔비시’는 블루오리진이 16번째 임무에서 첫 승무원 탑승을 희망한다고 회사 경영진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뉴셰퍼드는 이날 최고 106km 지점의 하늘까지 올라간 뒤 10분만에 지상으로 돌아왔다. 비행 중 최고 상승 속도는 시속 3596km였다.

높이 18미터의 뉴셰퍼드는 블루오리진이 우주관광용으로 개발한 재사용로켓이다. 이날 비행한 로켓은 두번째 비행이었으며, 특정 로켓을 최대 7번까지 사용한 기록을 갖고 있다.

 

이번 시험비행에선 이륙에 앞서 사람이 탑승해 통신 상태 등을 점검했다.

블루오리진은 뉴셰퍼드 로켓과 캡슐을 이용해 우주경계선까지 올라가 몇분간 무중력 체험을 하면서 지구를 구경한 뒤 내려오는 준궤도 우주관광을 추진하고 있다.

준궤도 관광은 스페이스엑스가 추진하는 저궤도 비행에 비해 상승 고도와 우주 체류 시간은 크게 못미치지만 무중력 체험과 지구 조망이 가능하고 비용이 좀 더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다.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의 캡슐엔 최대 6명이 탈 수 있다.

베이조스는 지난 2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앞으로 관심을 기울일 분야로 우주사업을 꼽았다. 실제로 그는 2019년 달 착륙선 모델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블루오리진은 내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곽노필 기자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5월 하순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월20일 취임한 지 4개월여 만에 성사되는 두 정상의 첫 대면회담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밤 서면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5월 후반기에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일정은 코로나19 방역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강 대변인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굳건한 한미동맹의 지속적인 발전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의 진전을 위한 긴밀한 공조 방안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월4일 바이든 대통령과 첫 정상통화에서 “가급적 조속히 포괄적인 대북 전략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당시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는 대로 한-미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고 밝히고 지속적으로 대면 정상회담을 추진했지만, 코로나19 상황 탓에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에서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를 한 뒤 “가급적 조기에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협의가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대화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과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공급망 확충 등 한미 양국 간 관심사와 코로나19 대응, 기후변화 등도 논의 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구체적인 미국 방문 일정은 계속 조율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