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전 세계인에게 물어봤더니
응답 1만5038명 중 67%가 1순위로 꼽아
폭력과 분쟁, 차별과 불평등도 우려

 

시리아·세네갈 출신 작가 사피 사르의 ‘파도에 둘러싸인 섬’. 유네스코 제공

 

유네스코가 지난해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2030년 지구가 직면할 네 가지 큰 도전을 물어봤다. 응답자의 67%인 1만여명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상실’이라는 답변을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답변은 세계 모든 지역에서 인종, 나이 등 인구학적 배경과 무관하게 가장 높게 나왔다.

유네스코는 최근 이런 내용의 ‘2030년의 세계 설문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설문은 지난해 5월28일부터 9월17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돼 1만5038명이 참여했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상실을 가장 큰 도전으로 꼽은 응답자(1만145명)들은 늘어나는 자연 재해와 기상 이변, 해양 오염과 해수면 상승, 그에 따른 분쟁 위험 등을 우려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녹색 에너지와 지속 가능한 경제를 위한 투자, 지속가능성에 대한 교육, 효율적인 국제 협력 등을 앞세웠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상실 다음으로 2020년 평화로운 세계를 위한 길의 주요한 도전으로 지목된 것은 폭력과 분쟁(44%·6579명), 차별과 불평등(43%·6402명), 식량·물·주택 부족(42%·6280명), 건강과 질병(37%·5578명), 가짜 정보와 표현의 자유(32%·4850명) 순이었다. 이런 응답은 지역과 인구학적 구성에 따라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여성과 소수 집단 응답자들이 두 번째 주요 도전으로 차별과 불평등을 꼽은 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원주민 공동체에서는 건강과 질병을 꼽았다.

 

지구 앞에 놓인 도전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교육, 과학, 국제 협력 등이 우선 순위에 올랐다. 특히 교육은 11가지 도전 가운데 7개 도전에 대한 첫 번째 해결책으로 선택됐다. 특히 교육은 학습과 함께 코로나10 팬데믹 상황에서 가장 우선 재검토가 필요한 사회 영역으로 지목됐다.

유네스코 설문 조사에 응답한 사람들의 성별은 여성 63%, 남성 36%, 그밖의 성 1%이었다. 전체의 57%가 35살 이상이었다. 지역별로는 중남미 응답자 비율이 33%로 가장 높고, 서유럽과 북미 32%, 아시아·태평양권 18% 순이었다.

 

유네스코는 “이번 설문 조사는 세계 인구 구성을 고려한 표본 조사로 설계되지 않았지만, 스와힐리어와 줄루어 등 아프리카의 원주민 언어를 포함한 25개의 다른 언어로 번역해 다양한 응답자가 참여할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김정수 기자

여성 진행자는 논란 일자 “불찰” 공개 사과

 

방송 중 눈찢기하는 이탈리아 TV 프로그램 진행자. ‘다이어트 프라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연합뉴스

 

 이탈리아의 유명 TV 프로그램 진행자가 방송에서 동양인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적 언행을 해 빈축을 사고 있다. 많은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이 장면은 13일 밤(현지시간) 이탈리아 지상파 채널 '카날5'(Canal5)에서 방송된 시사 풍자 프로그램 '스트리샤 라 노티치아'(Striscia la notizia - '뉴스가 기어간다'라는 뜻)에서 나왔다.

남녀 진행자인 게리 스코티와 미셸 훈지커는 이탈리아 현지 공영방송 라이(RAI)의 중국 베이징 지국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양쪽 눈을 찢으며 'RAI'를 'LAI'로 어설프게 발음했다.

 

혀를 떨어 소리를 내는 'R'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동양인을 흉내 낸 것으로, 그동안 흔히 보아온 전형적인 동양인 비하 행태다. 당시 이 프로그램은 460만 명이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장면은 패션업계 내부 고발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유명한 '다이어트 프라다'(Diet Prada) 등을 통해 삽시간에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지며 거센 논란을 불렀다. SNS에는 "부끄럽다", "불쾌하다" 등 비판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비난 여론이 일자 여성 진행자인 미셸 훈지커는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통해 공개 사과했다. 그는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줬다면 매우 미안하게 생각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에 민감한 시점임을 깨닫는다. 이를 미처 고려하지 못한 것은 불찰"이라고 적었다.

 

스위스계 이탈리아인인 훈지커는 배우 겸 모델로 현지에서 비교적 지명도가 있는 인물이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트루사르디'(Trussardi) 회장인 토마소 트루사르디의 부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사회주의자당 하원의원을 지낸 게리 스코티와 훈지커가 평소 성 소수자(LGBTQ) 권리와 여권 신장에 앞장서 왔다는 점에서 두 사람이 보인 인종차별적 행태를 더 곱지 않게 보는 시각도 있다. 채널 카날5를 보유한 이탈리아 민영방송사 메디아셋(Mediaset)은 현지 정가의 '추문제조기'로 유명한 우파 정치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창업한 업체로, 지금도 그가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료 탑재 우주선과 위성 도킹 성공…5년 수명 연장

“위성에 제트팩을 달아준 격”…5년후 다른 위성으로

 

 연료를 탑재한 우주선(왼쪽)과 인공위성이 도킹하는 과정을 묘사한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유튜브 갈무리

 

미래의 일로만 여겨지던 우주 급유가 현실이 됐다.

고도 3만6천km의 정지궤도를 도는 통신위성들은 대개 10~15년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런데 위성에 탑재된 장비들은 이보다 훨씬 더 오래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장비가 아무리 멀쩡해도 연료가 떨어지면 인공위성은 끝이다. 이런 상태에서 활동을 종료하는 위성이 한 해 2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그렇다고 연료를 무리하게 싣게 되면 위성을 목표 궤도에 올려놓기가 어렵다. 우주에서 연료를 다시 공급해줄 수 있다면 이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우주 급유가 가능해지면 연료를 덜 싣고 가도 돼 인공위성 무게가 줄고, 따라서 발사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위성 수명이 연장되면 새로운 위성을 준비하는 시기를 뒤로 미룰 수 있다.

 

1960년대 아폴로 우주선을 제조했던 미국의 항공우주업체 노스럽그러먼(Northrop Grumman)이 최근 우주 급유에 성공함으로써 우주산업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노스럽그러먼은 지난 12일 연료를 탑재한 수명연장용 특수위성 `메브-2'(MEV-2=Mission Extension Vehicle-2)가 정지궤도에 있는 인텔샛의 통신위성과 도킹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텔샛 위성은 수명이 5년 더 연장됐다. 2003년 발사된 이 위성은 이미 설계수명 13년을 5년이나 지나 곧 폐기를 앞둔 상황이었다.

우주 급유의 성공은 우주선 발사 비용을 줄이는 새로운 방식이라는 점에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가 로켓 재활용 기술로 우주로 가는 비용을 대폭 절감한 것에 버금갈 만한 성과로 평가된다.

지난 12일 도킹하기 직전 15미터 거리에서 촬영한 인텔샛의 통신위성. 노스럽그러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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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엔 휴면상태 도킹...이번엔 작동중 궤도 내 도킹

연료탱크를 탑재한 메브-2 우주선은 앞으로 5년간 인텔샛 위성의 예비엔진 역할을 한다. 이 회사 대변인은 "메브-2는 일종의 위성용 ‘제트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스럽그러먼은 5년 계약 기간이 끝나면 메브-2가 수명이 다한 다른 위성을 살리기 위해 새로운 임무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브-2가 작동할 수 있는 기간이 15년이므로 2개의 위성 수명을 5년씩 더 연장해 줄 수 있다.

노스럽그러먼의 수명연장을 위한 우주 도킹 자체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2월 메브-1(MEV-1)이 다른 인텔샛 위성과 도킹에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는 다른 위성과의 충돌 등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일단 위성을 300미터 더 높은 ‘묘지궤도’로 이동시키고 휴면 상태로 전환한 뒤 실시한 도킹이었다. 메브-1은 도킹 두달 후 자체 추진력을 이용해 이 위성을 정지궤도로 복귀시켰다. 실제 궤도 선상에서 작동 중인 위성과 직접 도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킹 후의 모습. 앞쪽이 메브-1 우주선, 뒤쪽이 통신위성.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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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과 한몸이 되는 간접 우주급유 방식

노스럽그러먼의 우주급유 방식은 국제우주정거장에서의 우주선 도킹처럼 두 우주선이 완전히 결합한 뒤 임무를 수행하는 방식이 아니다. 현재의 위성들엔 이런 식의 도킹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메브-2와 인텔샛 위성의 도킹 방식은 완전 결합보다는 걸쇠 방식에 더 가깝다. 메브-2 우주선이 인공위성에 서서히 접근하면서 위성의 뒤쪽에 있는 원뿔 모양의 액체연료 원지점 엔진(liquid apogee engine)에 탐침을 삽입하는 방식이다. 탐침이 3개의 지지대(또는 발)를 엔진 고리에 뻗어 두 우주선을 단단히 연결한다. 도킹 이후엔 자체 연료를 탑재한 우주선이 위성과 한몸이 돼 연료탱크 역할을 하게 된다. 일종의 간접 우주급유 방식이다.

노스럽그러먼은 현재 정지궤도에 있는 위성의 약 80%에는 이런 원뿔형 엔진이 있어 다른 위성들에도 같은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스페이스엑스의 스타십 우주선끼리 지구 저궤도에서 우주급유를 하는 모습(상상도). 스페이스엑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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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엑스, 저궤도서 스타십 우주선끼리 급유 추진

명실상부한 우주급유 방식도 추진되고 있다.

화성 여행을 목표로 한 차세대 우주선 스타십을 개발 중인 스페이스엑스는 지구 저궤도에 연료보급용 스타십을 보내 화성행 우주선의 중간 급유기지로 활용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스타십에는 100톤의 화물을 실을 수 있기 때문에, 연료를 가득 실은 스타십은 먼 우주 탐사를 위한 중간 급유 및 기착지로 활용할 수 있다. 나사는 지난해 스페이스엑스와 스타십 우주선 간에 10톤의 액체산소 연료를 주고받는 시범비행을 시도하는 계약을 맺었다.

록히드마틴과 보잉 합작의 우주발사업체 유나이티드런치얼라이언스(ULA)도 73톤의 추진제를 전달해 줄 수 있는 우주급유선을 개발 중이다. 이르면 2023년 첫 시험비행, 2020년대 중반 첫 우주급유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나사는 장기적으로 로봇팔을 이용한 우주 급유나 수리 시스템도 연구하고 있다. 노스럽그러먼도 2024년께 로봇을 이용한 다음 단계의 우주 서비스 시스템을 시험할 계획이다. 곽노필 기자

이집트 운하 당국, 에버기븐호 압류

배상금 1조원 요구에 보험사 반발

 

지난달 이집트 수에즈운하에서 좌초됐던 에버기븐호가 지난달 30일 이집트 그레이트 비터호수에 정박해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이집트 수에즈운하에서 좌초됐던 화물선 ‘에버기븐’호가 이번에는 배상금 문제 때문에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오사마 라비 수에즈운하청 청장은 13일(현지시각) “배(에버기븐호)가 공식적으로 압류됐다”며 “그들(에버기븐호 쪽)은 아무것도 내려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가디언> 등 외신이 전했다. 압류 결정은 수에즈운하청이 있는 이스마일리아 법원이 내렸다.

 

에버기븐호는 지난달 23일 뱃머리 부분이 수에즈 운하의 모래 제방에 박힌 채 좌초됐다. 부양 작업 끝에 엿새 뒤인 지난달 29일 운하 중간에 있는 그레이트 비터 호수로 예인됐다. 이 기간 동안 수에즈운하가 마비돼, 배 442척이 운하를 통과하지 못하고 대기했다. 에버기븐호는 현재 그레이트 비터 호수에 정박하고 있으며, 이집트 당국이 사고 원인을 조사중이다.

 

에버기븐호의 보험사인 영국 피앤아이(P&I)는 13일 성명을 통해 수에즈운하청이 에버기븐호 선주에게 9억1600만달러(1조243억원)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피앤아이는 “수에즈운하청이 ‘배상을 하기 전까지는 에버기븐호를 이집트에 묶어두고 선원들도 배를 떠날 수 없다’고 밝힌 것에 대해 실망했다”고 적었다. 피앤아이는 “수에즈운하청은 ‘인양 보너스’ 3억달러, ‘명성 훼손‘ 관련 3억달러를 포함해 이례적으로 많은 액수를 요구하며 구체적인 근거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수에즈운하청이 요구한 배상액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을 방침을 내비쳤다.

 

구체적으로 누가 얼마나 배상금을 낼지를 두고 다툼이 이어질 전망이다. 에버기븐호의 선주는 일본 쇼에이기센이고, 운용은 대만 회사에서 했고, 선적은 파나마에 두고 있다. 배상금 지급은 보험사인 피앤아이를 통해서 하게 된다. 수에즈운하청은 이번주 사고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데, 운하청의 잘못이나 과실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라비 청장은 13일 잘못이 선주에게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물론 그렇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