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국영방송이 공개한 나탄즈 핵시설 폭파 용의자 이미지 [이란 국영방송 캡처]

 

이란 국영방송이 17일(현지시간) 나탄즈 지하 핵시설 폭발에 관여한 용의자의 신원을 공개했다.

방송은 "이번 (핵시설) 파괴의 범인이 43세 남성 레자 카리미로 확인됐다"며 "그는 지난주 일요일 폭발 전 이란에서 떠났다"고 전했다.

방송은 이어 그를 체포해 압송하기 위해 필요한 법적인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아직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의 공개된 적색수배 데이터베이스에서는 '레자 카리미'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앞서 지난 11일 이란 나탄즈 핵시설은 폭발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았다.

                     이란 나탄즈 핵시설의 원심분리기 [AP=연합뉴스]

이로 인해 2015년 이란과 서방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상 사용이 금지된 개량형 원심분리기를 보유한 핵시설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

이란은 나탄즈 핵시설 정전 사태가 핵 합의 복원을 막으려는 이스라엘의 시도로 규정하고 보복 의지를 내비쳤다.

또 이란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농도 60% 농축 우라늄을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즉각 이를 실행했다.

 

이란, 예고 사흘만에 “농도60% 우라늄 농축 성공”

이란 원자력청장 밝혀…핵갈등 심화될 듯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원자력청장. [로이터]

 

이란이 농도 60% 농축 우라늄 생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13일 예고 뒤 사흘 만으로, 이란 핵을 둘러싼 이란-이스라엘-미국 간 갈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6일(현지시각)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원자력청장은 반관영 <타스님 뉴스>에 “나탄즈 핵시설에서 농도 60% 우라늄 농축이 이뤄지고 있다”며 “현재 시간강 9g의 60% 농도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도 이날 본인 트위터를 통해 “젊고 경건한 이란의 과학자들이 60% 농축 우라늄 생산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자랑스럽게 발표한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란의 용감한 국민들과 함께 이 성공을 축하한다”며 “이란 국민들의 의지는 기적적이고 어떠한 음모도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당국은 지난 11일 이란 중부 나탄즈의 핵시설이 사이버 공격을 당했다며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고, 13일 역대 최고 수준인 농도 60% 우라늄을 농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전날 “이란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농도 90%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이란은 핵무기 제작에 한층 다가서게 된다. 핵무기 제작에 필요한 우라늄 농도는 90%다. 이란은 지난해 말 핵심 핵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암살당하자 우라늄 농축 농도를 20%로 상향했다. 당시 이란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최고지도자의 파트와(이슬람 율법해석)로 정해진 국가 시책이라며, 20% 농축은 연구용이라고 주장했다. 최현준 기자

 

"이란 나탄즈 핵시설 공격 오래전부터 계획돼"<이스라엘 언론>

 "이스라엘, 시설 존재 폭로 유도·바이러스 침투까지"

 

            화재 피해를 본 이란 나탄즈 핵시설의 일부 [epa=연합뉴스]

 

이란의 나탄즈 핵시설에 대한 공격이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됐다는 이스라엘 언론의 보도가 나와 관심을 끈다.

일간 예루살렘 포스트는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해외정보기관 모사드가 배후로 지목된 이란 나탄즈 핵시설에 대한 공격이 오래전에 계획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스라엘의 물리적 또는 사이버 공격의 결과로 보이는 이번 공격 계획이 이란의 핵 협상 테이블 복귀에 맞춰 실행됐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되어온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신문은 이런 정보를 제공한 소스는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이 신문은 과거에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여러 차례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방해하기 위해 다양한 작전을 펴왔다고 소개한 바 있다.

우선 우라늄 농축시설인 나탄즈 핵시설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것도 모사드의 '작업'에 의한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란의 반정부단체 '국민저항위원회'(NCRI)는 지난 2002년 8월 기자회견을 열어 나탄즈 지하 핵시설의 존재를 폭로했다.

            이란 나탄즈 핵시설 위성사진 [AFP=연합뉴스]

이란은 이라크의 오시라크 원자로의 위치 등이 노출돼 1981년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았던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나탄즈 핵시설을 지하 벙커 형태로 만들어 외부 노출을 피했다.

그러나 이런 시설의 존재가 반정부단체의 귀에 들어간 것은 모사드가 관련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은 지난 2007년에도 이번과 비슷한 전기 공급 장치 폭발 사고를 겪었는데 당시에도 이스라엘의 작전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스라엘은 지난 2010년에는 미국과 함께 스턱스넷(Stuxnet)이라는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나탄즈 핵시설 컴퓨터에 침투시켜, 1천여 기의 원심분리기를 무력화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스턱스넷은 나탄즈 핵시설에 설치된 IR-1형 원심분리기 모터의 가동 속도를 늦추거나 빠르게 할 수 있었다.

            사고 하루 전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나탄즈 핵시설 방문 [AP=연합뉴스]

당시 이란은 이 원심분리기 모터의 회전 속도를 초당 1천7회로 설정했지만, 스턱스넷은 이를 1천64회로 높여 엔진 폭발을 유도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 밖에도 나탄즈 핵시설에서는 지난해 8월에도 다수의 고성능 원심분리기를 연결한 캐스케이드(연결구조)가 폭발했었다. 당시에도 이란은 사고가 의도적인 파괴 행위 때문이라고 주장했었다.

이스라엘 언론은 당시 폭발이 '이란의 핵무기 제조를 위한 준비단계 진입을 이스라엘이 용인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해석한 바 있다.

앞서 이란 원자력청은 나탄즈 지하 핵시설의 배전망 일부에서 사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나탄즈 핵시설 공격이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막으려는 이스라엘의 시도라면서 복수를 다짐했다.

이스라엘 언론은 이번 사건에 모사드의 개입이 있었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이란 나탄즈 핵시설서 '전기 사고'…당국 "비열한 테러 공격" 

원자력청 "핵시설 배전망 공격 받아…방사능 유출·인명 피해 없어"

이스라엘 언론 "모사드가 사이버 공격" 정보소식통 인용 보도

 

            이란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의 원심분리기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상 사용 금지된 개량형 원심분리기를 보유한 이란 나탄즈 핵시설이 사이버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원자력 당국은 이번 사태를 "핵 테러 행위"라고 비난하고 가해자에게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11일(현지시간) 국영 프레스TV와 파르스 통신에 따르면 베흐루즈 카말반디 이란원자력청 대변인은 이날 "나탄즈 지하 핵시설의 배전망 일부에서 사고가 있었으며 이 사고로 인한 오염이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사고 경위와 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며 추후 언론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중부 나탄즈에는 우라늄을 농축하는 시설이 있으며 원심분리기가 가동 중이다. 이 시설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일일 사찰 대상이기도 하다.

카말반디 대변인은 처음 사고 소식을 알린 후 수시간 지난 시점에서 다시 언론을 통해 "이란 정부는 이런 비열한 행위를 비난하며 IAEA와 국제사회가 이런 핵 테러 행위에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란 정부는 가해자들에게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스라엘 언론은 나탄즈 핵시설 사고의 배후에 이스라엘 당국의 사이버 공격이 있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공영방송 칸(Kan)은 익명의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나탄즈 핵시설을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채널12 방송도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공격으로 나탄즈 핵시설 전체가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아비브 코하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란의 나탄즈 핵시설 사고 발표 후 이스라엘군의 작전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고 예루살렘 포스트가 전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정부는 2018년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이에 이란 정부는 2019년 5월부터 핵합의에서 정한 핵프로그램 동결·감축 의무를 단계적으로 벗어났다.

전날 이란 정부는 '핵기술의 날'을 맞아 나탄즈 지하 핵시설에서 개량형 원심분리기인 IR-5·IR-6를 가동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란과 미국이 2015년에 맺은 핵 합의에 따르면 이란은 우라늄 농축에 IR-1형 원심분리기만 사용할 수 있다.

앞서 지난해 7월 나탄즈 핵시설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었다.

당시 이란 정부는 폭발에 대해 외부의 사보타주(의도적 파괴행위)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군부 리더 흘라잉 최고사령관 만나"

브루나이 외무장관이 사무총장과 동행

 

지난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미얀마 사태 관련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왼쪽 둘째)이 폭력 사태 종식과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자카르타/EPA 연합뉴스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해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의장과 사무총장이 다음 주 현지를 방문한다.

현지 매체인 이라와디는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이 끝나는 다음 주에 아세안 의장과 사무총장이 미얀마를 방문한다고 익명의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의장인 브루나이의 하사날 볼키아 국왕 대리 자격으로 이레완 유소프 브루나이 외무장관이 림 족 호이 아세안 사무총장과 함께 방문길에 오른다.

이들은 군부의 리더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 사령관과 만나는 한편 현지 상황 점검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4일 열린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한 10개 회원국 대표들은 즉각적인 폭력 중단 등 5개 조항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군부에 시간을 벌어줬을 뿐이라는 비난이 일각에서 제기돼왔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아세안 합의 이후에 미얀마 군의 총기 사용은 줄었지만 저항운동에 참여했다가 체포된 활동가, 언론인, 의료진의 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또 카렌족, 샨족, 카친족 등 소수민족 무장단체와 군부의 충돌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얀마 군부에 맞서 출범한 임시정부격인 국민통합정부(NUG)는 지난 5일 군부의 폭력과 공격으로부터 지지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시민방위군'(people's defence force)을 창설했다고 발표했다.

아세안은 미얀마에 파견할 특사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사로는 하산 위라주다 전 인도네시아 외무장관과 위사락 푸트라쿨 전 태국 외교차관이 거론되고 있다.

하산 위라주다 전 장관은 지난 2008년 사이클론 나기스로 큰 피해를 입은 미얀마를 돕기 위한 인도적 지원 업무에 관여한 바 있다.

또 외무장관 재직 당시 미얀마의 로힝야족 학살을 강하게 비판했다.

 

위사락 푸트라쿨 전 차관은 1991∼1994년에 주미얀마 대사를 지낸 인물로 군부 지도자들과 상당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그가 특사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지난달 24일 아세안 의장 성명 형태로 발표된 합의문은 ▲ 미얀마의 즉각적 폭력중단과 모든 당사자의 자제 ▲ 국민을 위한 평화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건설적 대화 ▲ 아세안 의장과 사무총장이 특사로서 대화 중재 ▲ 인도적 지원 제공 ▲ 특사와 대표단의 미얀마 방문 등 5개 사항을 담고 있다.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 “폭력 중단? 상황 안정되면”…아세안 합의 백지화

27일 관영매체 통해 성명 발표...군경, 전날 총격 가해 2명 사망

소수민족군, 군부 군과 전투 확대... 군 전초기지를 급습해 점령

 

지난달 24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특별정상회의 [AP=연합뉴스]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과 미얀마 군부가 한 ‘즉각적 폭력 중단’ 등 합의가 사흘 만에 백지화 위기에 놓였다. 미얀마 군부는 합의 뒤에도 총격을 이어갔고, 27일(현지시각)에는 “상황이 안정된 뒤에” 이를 고려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미얀마 군부는 이날 관영 매체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상황이 안정된 뒤 (아세안의) 건설적 제안을 주의 깊게 고려할 것”이라며 “이 제안들이 군정이 내건 로드맵을 촉진하고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긍정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국제 정상회의에서 한 합의에 대해 ‘상황 안정’과 ‘국가 이익’이라는 조건을 단 것으로, 사실상 미얀마 군부가 자신들 편의대로 하겠다는 것을 공표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4일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한 10개 회원국 정상들은 즉각적인 폭력 중단 등 5개항에 합의했다. △미얀마의 즉각적 폭력 중단 △평화적 해결 위한 대화 △아세안의 대화 중재 △인도적 지원 △특사와 대표단 방문 등이다. 회의에는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최고사령관이 참석해 무게가 실렸지만, 합의 이행에 강제성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 아세안 합의 이틀 만인 26일 미얀마 군경은 시민들에게 총격을 가했고, 시민 2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다. <미얀마 나우> 등 현지 매체는 26일 저녁 만달레이 세인판구에서 한 노점상이 군경의 총격에 숨졌고, 남부 다웨이에서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한 여성이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날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두 사람이 군경의 총격에 각각 다리와 팔을 맞고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한 미얀마 누리꾼은 “이것이 아세안 합의에 대한 민 아웅 흘라잉의 대답”이라고 비판했다.

 

      카렌민족해방군(KNLA)이 27일 새벽 타이(태국) 국경과 접한 미얀마군 전초기지를 급습한 전후 모습.

미얀마 군부와 소수민족 사이 전투도 확대되고 있다. 카렌민족연합(KNU)의 군사조직인 카렌민족해방군(KNLA) 5여단은 27일 새벽 타이(태국) 국경과 접한 미얀마군 전초기지를 급습해 점령했다. 이날 전투는 지난 2월 쿠데타 이후 미얀마 군부와 소수민족 반군 사이에 벌어진 전투 중 가장 치열한 것 중 하나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최현준 기자

 

'미얀마 사태' 아세안정상회의…폭력중단 · 특사방문 등 합의

태국· 필리핀· 라오스 정상 불참…'내정간섭 불가' 원칙 속 의견 모아

흘라잉 사령관 참석해 내부 상황 설명…미얀마 시민들 "살인자 초청"

 

               24일 발표된 아세안 의장 성명 부속 '5대 합의안' [아세안 사무국 제공=연합뉴스]

미얀마 사태 해결책을 논의하기 위한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한 10개 회원국 정상들이 즉각적인 폭력 중단 등 5개항에 합의했다.

아세안은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정상회의를 마친 뒤 의장 성명 부속문건 형태로 ▲ 미얀마의 즉각적 폭력중단과 모든 당사자의 자제 ▲ 국민을 위한 평화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건설적 대화 ▲ 아세안 의장과 사무총장이 특사로서 대화 중재 ▲ 인도적 지원 제공 ▲ 특사와 대표단의 미얀마 방문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24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특별정상회의 [AP=연합뉴스]

미얀마 민주진영과 국제사회의 핵심 요구 사항 가운데 하나인 정치범 석방 문제는 해당 요구가 있었음을 확인하는 수준으로 반영됐다.

아세안 정상들의 이날 합의로 군부 쿠데타 이후 악화일로로 치닫던 미얀마 유혈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오후 자카르타의 아세안 사무국 청사에서 열린 특별정상회의에는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를 이끄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직접 참석했다.

나머지 9개국 가운데 태국·필리핀·라오스 등 3개국 정상은 불참하고, 외교부 장관들이 대신 참석했다.

3개국 정상이 불참하면서 '아세안 참관 속 재선거 조기 실시'와 같은 극적 타결은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다른 정상들이 공통으로 요구하는 발언을 대부분 수용하면서 의장 명의 성명을 도출하는 성과가 나왔다.

아세안 회의 참석차 인니 공항 도착한 미얀마 최고사령관: 미얀마 군부 쿠데타의 주역인 민 아웅 흘라잉(왼쪽) 최고사령관이 24일(현지시간)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곽 탕에랑의 국제공항에 도착해 영접을 받고 있다. 아세안 의장국 브루나이 등 7개국 정상은 이날 미얀마 사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특별회의를 열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대통령궁 제공]

본래 아세안은 '내정 간섭 불가' 원칙에 따라 회원국의 국내 정치 문제를 다룬 적이 없으나, 미얀마의 유혈사태가 계속되자 외교장관 회의에 이어 정상회의가 마련됐다.

브루나이 국왕인 하사날 볼키아 아세안 의장은 성명에서 "우리는 아세안 가족으로서 미얀마의 최근 상황에 대해 면밀히 논의했고, 사망자 발생과 폭력 사태 확대 등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평화적 해결을 촉진하는 아세안의 건설적 역할을 인정했고, 의장성명에 첨부된 '5대 합의'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 여러 정상이 촉구한 외국인을 포함한 모든 정치범 석방 요구는 '합의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조코위 대통령은 정상회의 후 "미얀마 내부 모든 당사자와 협력을 위한 아세안 특사를 임명하고, 인도적 지원을 위한 창구 개방, 모든 정치범 석방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는 기자들에게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우리 얘기를 잘 들었다고,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며 "그는 아세안이 건설적 역할을 하는 것, 아세안 특사의 방문 또는 인도적 지원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아세안과 건설적으로 협력하길 원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아세안(정상들)이 만나지 않았거나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면 매우 안 좋았을 것"이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날 회의에서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주어진 발언 시간에 미얀마 내부 상황을 설명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미얀마 시민과 민주 진영은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정상회의 참석 자체를 반대하며 "반인륜 범죄자, 살인자를 초청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가 필요해 초청했을 뿐, 정부 수장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날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정상들이 '5대 합의'를 내놓음에 따라 미얀마 사태에서 아세안이 중재자로서 역할을 이어갈 전망이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브루나이의 하사날 볼키아 국왕과 아세안 림 사무총장이 머지않은 시일 내 미얀마를 방문해 군부와 민주 진영 간 대화를 중재할 것으로 보인다.

서방 국가들은 아세안이 미얀마의 회원국 지위 정지와 대미얀마 투자 중단 등 군부를 상대로 강경책을 내놓길 원했지만, 아세안은 '대화의 중재자'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얀마 통합정부 "폭력중단 아세안 합의 환영…단호 행동 고대"

"민주진영이 촉구해오던 사항들… 아세안 개입 간절히 기다려"

                 [트위터 캡처]

 

미얀마 민주진영인 국민통합정부(NUG)는 24일 쿠데타 이후 지속되고 있는 미얀마 내 유혈 폭력을 즉각 중단하기로 합의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 결과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사사 NUG 대변인은 아세안 정상회의 합의문 발표 뒤 입장문을 통해 "우리는 아세안 지도자들이 미얀마 내 군부 폭력이 중단되고 정치범들이 석방돼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는 고무적인 소식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아세안은 이날 자카르타에서 열린 정상회의 이후 ▲ 미얀마의 즉각적 폭력 중단과 모든 당사자의 자제 ▲ 국민을 위한 평화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건설적 대화 ▲ 아세안 의장과 사무총장이 특사로서 대화 중재 ▲ 인도적 지원 제공 ▲ 특사와 대표단의 미얀마 방문 등 5개 항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는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도 참석했다.

 

다만 아세안 정상들이 흘라잉 사령관에게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던 정치범 즉각 석방 요구는 합의 사항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음을 확인하는 문구가 반영됐다.

사사 대변인은 "이는 NUG가 촉구해 오던 것으로, 우리는 이번 정상회의에 의해 권한을 부여받은 대로 아세안 사무총장의 개입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우리 (구금된) 영웅들의 석방을 촉구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강력한 발언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사사 대변인은 "아세안이 이번 결정에 대한 추가 조처를 하고, 미얀마 국민과 아세안 지역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회복하기 위한 아세안 차원의 단호한 조치를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폭력 종식·특사 방문' 미얀마사태 분수령…정치범 석방은 불발

학살 주역 흘라잉 참석 아세안 정상회의서 5개항 합의…통합정부도 "환영"

예상 밖 성과 평가 속 '약속·실행 별개" 신중론도…아세안 후속 조치가 관건

 

24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특별정상회의 [AP=연합뉴스]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폭력 즉각 중단 및 아세안 특사·대표단의 미얀마 방문 등 5개 항 합의가 이뤄지면서 미얀마 쿠데타 사태가 80여일 만에 분수령을 맞게 됐다.

미얀마 민주 진영도 환영 의사를 밝히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라는 평가가 일단 나온다.

미얀마 군부가 이번 합의 사항을 얼마나 잘 준수할지, 그리고 아세안이 이번 합의 사항을 얼마나 신속하게 후속 조치를 해나가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5개 항은 ▲ 미얀마의 즉각적 폭력 중단과 모든 당사자의 자제 ▲ 국민을 위한 평화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건설적 대화 ▲ 아세안 의장과 사무총장의 특사 형식 대화 중재 ▲ 인도적 지원 제공 ▲ 특사와 대표단의 미얀마 방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제1항에 나타난 폭력 즉각 중단 및 각 당사자의 최대한 자제력 발휘다.

현재 미얀마 군경에 의한 유혈 진압이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는 양상을 띠면서 미얀마 내부는 물론 아세아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질 대로 커졌기 때문이다.

 

현지 인권단체 정치법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 현재 군경 폭력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이는 745명이고, 체포 및 구금된 이는 3천371명에 달한다.

실제 이날 회의에서도 아세안 정상들이 흘라잉 최고사령관에게 가장 먼저 언급한 사항은 비무장 민간인을 상대로 한 군경의 폭력 사용 즉각 중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이익 차원에서 평화적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당사자간 건설적 대화를 시작한다는 두 번째 합의 사항 역시 폭력 사용 중단과 연계되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이밖에도 인도적 지원 제공, 아세안 특사 및 대표단의 대화 중재와 미얀마 방문 합의 역시 그동안 쿠데타 이후 국제사회의 호소에도 귀를 닫은 채 국민을 향해서 총부리를 들이댔던 군부의 '광기'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정상회의 결과물을 놓고 무히단 야신 말레이시아 총리는 회의 이후 기자들에게 "우리의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라고 자평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도 "전반적으로 생산적인 회의였고, 다음 단계로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군사정권의 대척점에 선 국민통합정부(NUG)도 환영의 뜻을 표했다.

사사 NUG 대변인은 이번 합의사항이 자신들이 촉구해 오던 것이었다면서 고무적인 소식들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제 관심은 미얀마 군부가 이번 합의사항을 잘 준수할 지, 또 아세안이 얼마나 신속하게 후속 조치에 나설 지에 쏠리게 됐다.

이날 정상회의에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이 직접 참석했고, 아세안 정상들의 제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그러나 여러 정상이 지적했고, 애초 의장 성명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던 정치범 석방 부분이 합의 사항에 포함되지 않은 부분이 향후 문제가 될 소지도 있다.

 

아세안 회의 참석차 인니 공항 도착한 미얀마 최고사령관(탕에랑 AP=연합뉴스) 미얀마 군부 쿠데타의 주역인 민 아웅 흘라잉(왼쪽) 최고사령관이 24일(현지시간)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곽 탕에랑의 국제공항에 도착해 영접을 받고 있다. 아세안 의장국 브루나이 등 7개국 정상은 이날 미얀마 사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특별회의를 열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대통령궁 제공]

의장 성명에는 그런 요구가 있었음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흘라잉 사령관이 이 요구에는 반대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치범 석방은 폭력 중단과 함께 민주진영의 핵심 요구 중 하나였던 만큼, 향후 군정과 민주진영간 대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이번 합의에 대해 직접 "반대하지 않는다"고 확인하는 언급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거론되기도 한다.

 

아세안이 미얀마를 방문해 군정과 민주진영관 대화를 중재하는 방안도 첫발을 뗐다는 의의는 있지만, 양측간 입장이 워낙 판이한 만큼 향후 실행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하다.

리셴룽 총리는 이에 대해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폭력을 중단하고 정치범들을 석방하겠다고 말하는 것과, 그것을 실제로 해내는 것은 별개이고, 정치적 해결책에 도달하기 위해 포괄적 토론을 하는 것은 더 어렵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군복 대신 양복 차림 흘라잉… 아세안 정상회의장 삼엄 경비

사무국 청사 주면 무장 군경 둘러싸…도로 봉쇄로 시위대 차단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를 이끄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24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 국제사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오전 양곤에서 미얀마항공 여객기를 타고 출발해 3시간 45분 만에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도착한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평소와 달리 양복 차림이었다.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국영 매체를 통해 늘 군복 차림을 보여준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이날 국제사회에 쿠데타 정당성과 임시 지도자로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의복부터 다양한 준비를 한 것으로 추정됐다.

 

미얀마에서 반쿠데타 시위 진압 과정 등에서 목숨을 잃은 시민은 745명에 이른다.

하지만, 군부는 "미얀마 사태는 서방세계가 잘못 추측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오해를 풀고 싶다"며 이스라엘계 캐나다인 로비스트까지 고용했다.

미얀마 시민과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시민단체 등은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가 필요해 초청했을 뿐, 정부 수장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아세안 사무국 청사 접근 원천 봉쇄: 미얀마 사태 논의를 위한 아세안 사무국 청사... 미얀마 군부 수장이 참석한 아세안 정상회의장 삼엄한 경비를 위해 아세안 사무국 청사에 배치된 장갑차량 등.

이날 특별정상회의가 열린 자카르타의 아세안 사무국 청사 주변에는 무장 군경이 배치되고, 반경 1㎞ 이내 도로를 원천 봉쇄해 시위대의 접근을 차단했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이날 회의와 관련해 경력 4천여명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특파원이 사무국 청사 주변을 둘러본 결과 군경 수백명이 장갑차는 물론 폭발물 탐지 장치와 탐지견까지 동원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행사인 만큼 청사 출입구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취재진 수십 명이 모여서 중계방송을 하거나 사진을 촬영했다.

연합뉴스 특파원을 포함해 각국의 많은 취재진이 아세안 사무국에 현장 취재를 신청했지만, 코로나 상황 등을 이유로 허가하지 않았다.

 

미얀마 민주화를 지지하는 인도네시아인 시위대는 "흘라잉 최고사령관 체포" 등을 촉구하며 아세안 사무국 청사 접근을 시도하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미얀마 민주진영은 "흘라잉은 로힝야족 학살과 최근 쿠데타 이후 유혈사태에 책임이 있다"며 인도네시아 경찰과 협조해 그를 체포해 달라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요청했다.

이날 양곤 등 미얀마 주요 도시에서는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군부 규탄 집회가 이어졌다.

이날 특별정상회의는 2시간 정도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10개국 정상 또는 외교부 장관들이 각자 5분 이상 미얀마 사태와 관련해 발언한 뒤 토의 결과 의견 합치가 이뤄지면 아세안 공동성명을, 그렇지 못하면 논의 결과에 대한 아세안 의장 성명을 낼 수 있다.

 

미얀마 민주화 지지 시위하는 인도네시아 시위대

 

앰네스티 "고문방지협약국 인니, 아세안 참석 미얀마 흘라잉 조사해야"

동남아 45개 시민단체 "흘라잉 참석은 학살 행위에 면죄부" 비판

'아세안, 피묻은 손과 악수하나!'… 국민통합정부 "우릴 초대하라"

 

대국민 연설하는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

 

미얀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가 23일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논란을 빚고 있다.

730명 이상을 죽인 미얀마 군사정권의 최고 책임자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참석 때문이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이날 인도네시아 당국이 유엔고문방지협약 당사국으로서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반인륜적 행위를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앰네스티는 협약 당사국으로서 인도네시아가 자국 영토에서 가해 용의자를 기소하거나 신병을 인도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에멀린 질 앰네스티 부국장은 "군부에 의해 촉발된 미얀마 위기는 아세안 역사상 가장 큰 시험대가 되고 있다"면서 "아세안이 평소 지키는 '내정 불간섭' 원칙은 이번에는 애당초 성공할 가능성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질 부국장은 "이번 사태는 미얀마 내부 문제가 아니라 아세안 지역과 그 외 지역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중요한 인권 및 인도주의적 위기"라고 강조했다.

동남아 지역 45개 비정부기구(NGO)는 이날 성명을 내고 "아세안이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정상회의에 초청한 것은 자국 시민을 상대로 군부가 자행한 대학살에 합법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앰네스티 "고문방지협약국 인니, 아세안 참석 흘라잉 조사해야"

이들은 성명에서 "아세안 정상들은 미얀마 국민의 합법적 대표들과 협의하지 않고서는 현 미얀마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어떤 것도 정상회의에서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민주진영의 회의 참석을 촉구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당선된 이들을 포함한 민주진영과 소수민족 무장단체 대표 등이 참여한 국민통합정부(NUG)는 지난 16일 구성됐다.

 

한편 미얀마 군부는 이날 국민통합정부 장·차관 24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교도 통신이 국영TV 보도를 인용해 전했다.

국영TV는 "이들이 헌법에 의해 구성된 국가행정평의회(SAC) 전복을 시도함으로써 대역죄를 저질렀다"고 전했다. SAC는 군부가 군사정권을 부르는 명칭이다.



식량부족 340만명, 난민 25만명…혼돈의 미얀마

WFP·유엔특별보고관 등 밝혀

 

22일(현지시각) 미얀마 만달레이의 거리에서 한 시민이 바리케이드 뒤에서 손을 들고 있다. 만달레이/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월 발생한 군부 쿠데타로 혼란이 지속되는 미얀마가 식량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22일(현지시각) 미얀마 시민 340만명 이상이 향후 6개월 안에 굶주림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미얀마 전체 인구(5480만명)의 약 6%에 해당한다. 세계식량계획은 기존 빈곤과 코로나19 사태, 현재의 정치적 위기 등 ‘삼중고’로 인해 굶주림 사태가 미얀마 전역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도시 지역이 더 심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븐 앤더슨 세계식량계획 미얀마 지부 책임자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잃으면서 식량을 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식량을 구하지 못하는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동의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과 그 주변에서는 끼니를 거르거나 먹는 것이 부실한 상태로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가족들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식량계획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얀마 전역에서 쌀값이 1월 이후 평균 5% 올랐고, 식용유 가격도 2월 이후 18% 올랐다고 전했다. 세계은행은 지난달 말 올해 미얀마 경제가 10% 후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얀마 언론 <이라와디>는 노동조합을 인용해, 쿠데타 이후 20만명이 넘는 의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베네통과 스웨덴 에이치엔엠(H&M) 등 해외 의류업체들이 신규 주문을 중단한 탓이다. 한국 산업단지와 일본이 지원하는 인프라 사업 등도 중단되면서 약 30만~40만명의 건설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미얀마 군부의 폭력으로 약 25만명의 미얀마인들이 난민 신세에 처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톰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은 21일 소셜미디어에 “소식통들에 따르면, 군부 공격으로 최소 737명이 숨지고 3200명 이상 체포된 것 외에도 거의 25만명 가까운 미얀마 국민이 난민 신세가 됐다는 사실을 알게 돼 소름이 끼친다”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는 이 인도주의적 재앙을 해결하기 위해 즉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앤드루스 특별보고관이 거론한 25만 명은 소수민족 거주 지역에 대한 미얀마군의 공습으로 발생한 난민 외에 미얀마군의 유혈 탄압과 각종 제한 조치로 미얀마 각 지역에서 집을 떠나거나 생계에 타격을 입은 국민을 모두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최현준 기자


5·18재단 "미얀마 난민 구호품 선박에 총격…악행 중단해야"

 

                  태국 구호품 선박 총격 흔적 [선주 파다 씨 촬영, 5·18기념재단 제공]

 

5·18 기념재단은 23일 "미얀마 군부가 난민 구호품을 실은 태국 선박에 총격을 가했다"며 국제사회 대응을 촉구했다.

5·18 기념재단은 이날 미얀마 난민을 돕고 있는 태국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을 토대로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재단은 "쿠데타가 발생한 뒤 미얀마인들은 태국 국경 지역으로 이주했고, 태국 시민단체는 기부 물품을 모아 난민들에게 물품을 전달했다"며 "그러나 이달 17일 태국 선박이 미얀마 군대의 총격을 받은 후 중지하게 됐다"고 알렸다.

 

이어 "(태국) 정부 기관 회의에서 태국 선박은 태국군에 사전 통보 후 미얀마 군대의 모든 군사 검문소의 검문을 받은 뒤 난민에게 물품을 전달해야 한다고 결정됐다"며 "이로 인해 태국 시민사회단체는 구호품을 전달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 결과 난민들은 도움을 받지 못한 채로 고통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단은 "전쟁과 같은 상황에서 난민들에게 긴급 생필품 지원은 국제 인도주의 원칙"이라며 "미얀마 군대가 난민 구호물자를 실은 태국 선박에 총격을 가한 것은 인도주의적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국제사회와 유엔은 미얀마 군부가 저지른 행위에 대해 규탄하고 압력을 가해야 한다"며 "미얀마 군부는 모든 악행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군정 수뇌 초대에 강력 반발…"최고사령관 아닌 최고살인자"

SNS에는 '피' 묻은 손 미얀마 쿠데타 군 상징하는 만평 확산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예정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학살행위를 고발한 만평

 

미얀마 민주진영 및 소수민족이 연합한 국민통합정부(NUG)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 군사 정권 최고책임자가 초대된 데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학살 책임자'가 아닌 자신들을 초대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아세안은 오는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미얀마 쿠데타 사태 논의를 위한 특별정상회담에 군정 수뇌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초대했다.

이 경우,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2월1일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국제무대에 나서게 된다.

19일 외신에 따르면 모 조 우 국민통합정부 외교부 차관은 전날 '미국의 소리' 미얀마어 방송과 인터뷰에서 아세안이 쿠데타로 발생한 혼돈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면 새로 구성된 자신들과 교섭해야 하며, 미얀마 군사정권은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 우 차관은 "아세안이 미얀마 사태와 관련한 행동을 고려한다면, 국민의 지지를 받고 합법성을 가진 국민통합정부와 교섭하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조 우 차관은 24일 아세안 정상회의에 자신들은 초대받지 못했다면서 "군사정권이 인정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앰네스티 "고문방지협약국 인니, 아세안 참석 흘라잉 조사해야"

국민통합정부의 사사 대변인도 전날 "흘라잉 '최고살인자'는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언급하면서 최고사령관(Commander-in-chief)이란 표현 대신 '최고살인자'(Murderer-in-chief)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사사 대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도 "국제사회가 미얀마에 민주주의를 다시 가져오기 위해서 국민통합정부를 인정하고 관계를 맺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SNS에는 흘라잉 사령관의 아세안 참석을 비판하는 만평이 확산하고 있다.

공통으로 등장하는 것은 '피'다.

미얀마 군사정권이 쿠데타 이후 730명이 넘는 시민들을 학살했고,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그 범죄의 정점에 있는 인사임을 강조한 것이다.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예정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학살행위를 고발한 만평 [트위터 캡처]

한 만평에는 군복 차림의 남성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사람의 머리를 한 손에 든 채 아세안에 "선물을 가져왔다"고 말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다른 만평에는 아세안 정상들이 나란히 서서 팔을 교차해 양옆 정상들과 악수를 하는과정에서 군복 차림의 인사가 양 손에 피를 흘리며 옆 정상과 손을 잡으려 하고, 이 정상은 이를 꺼리는 듯한 모습이 묘사돼 있다.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예정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학살행위를 고발한 만평 [트위터 캡처]

군복 차림 인사가 아세안과 차를 마시면서 "다 잘 될 거야"라고 말하는 모습 뒤로 미얀마 군인이 몽둥이로 시민을 마구 때리면서 핏방울이 날리는 만평도 있다.

'다 잘 될 거야'(Everything will be OK)는 군경 총격에 숨진 19세 소녀 찌애 신이 사망 당시 입고 있던 티셔츠에 쓰인 문구로 반군부 시위대에 승리를 향한 힘을 불어넣는 메시지인데, 이 만화에서는 미얀마 군부를 비꼬는 의미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이 논의 대상으로 삼은 미얀마 군부의 학살행위를 고발한 만평 [이라와디 캡처]

한 네티즌은 아세안 상징이 그려진 손과 미얀마 군복 차림의 피 묻은 손이 악수하기 직전을 그린 만평에 "아세안 지도자들이 세계 최악 범죄자인 민 아웅 흘라잉과 악수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얀마 소수민족 중심 국민통합정부 구성…연방군 창설 가속

카렌족 총리, 카친족 부통령…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직은 유지

"소수민족 무장단체들과 진정성 있는 절충…군정 종식 최우선"

            국민통합정부 내각 구성 발표문 [CRPH 홈페이지 캡처]

 

미얀마 민주진영이 16일 쿠데타 군사정권에 맞서기 위해 소수민족 인사들을 요직에 대거 포진시킨 '국민통합정부'(National Unity Government)를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군사정권에 무력으로 맞서는데 필요한 '연방군'(Federal Army) 창설 작업도 속도를 한층 낼 것으로 보인다.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 등에 따르면 1988년 민주화 학생 운동을 이끌었던 민 코 나잉은 이날 민주진영 페이스북 방송을 통해 "지난해 총선 당선자들과 소수민족 무장단체 구성원들 및 반정부 시위대 인사 등이 참여하는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임시 총리직을 맡은 만 윈 카잉 딴 부통령 대행 [AFP=연합뉴스]

민주진영은 국민통합정부를 의원내각제 형태로 운용하기로 하고, 만 윈 카잉 딴 부통령 대행에게 임시 총리직을 맡겼다.

딴 임시 총리는 카렌족이다.

또 대통령 대행 역할을 하게 되는 두와 라시 라 부통령은 카친족이다.

민주진영 국민통합정부 국제협력부 장관 및 대변인을 맡은 사사 박사. [AP=연합뉴스]

임시정부격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가 유엔 특사로 임명했던 사사 박사는 국민통합정부의 국제협력부 장관과 함께 정부 대변인직을 맡았다.

사사 대변인은 친족이다.

과도 내각은 11개 부처로 구성되며, 여기에 11명의 장관 및 12명의 차관을 두도록 했다.

쿠데타 이후부터 군부에 의해 구금 중인 윈 민 대통령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은 자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양곤의 반군부 거리 시위를 이끄는 이 띤자 마웅은 여성청소년아동부 차관으로 이름을 올렸다.

사사 대변인은 발표문을 통해 "오늘 띤잔 축제 마지막 날이자 미얀마 전통 새해 바로 전날 국민통합정부 구성을 발표하게 돼 자랑스럽다"며 "미얀마 역사상 처음으로 통합정부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사사 대변인은 "국민통합정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무자비한 범죄자인 군사 정권으로부터 미얀마 국민이 당하는 엄청난 고통을 궁극적으로 끝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몇 주, 몇 달간 우리는 모든 소수민족을 국민통합정부 안으로 데려오도록 노력을 계속해 위대한 미얀마의 위대한 다양성과 힘을 대표하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2월 1일 쿠데타로 문민정부가 무너지고 군사정부가 들어선 지 75일째 만에 민주진영이 소수민족 인사들을 포진시킨 독자 정부를 구성함에 따라 미얀마 쿠데타 사태는 변곡점을 맞게 될 전망이다.

 카친독립군(KIA)이 훈련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특히 카렌족과 카친족 인사에게 각각 총리와 대통령 대행직을 맡김으로써 향후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의 협력을 얻어 연방군을 창설하는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카렌민족연합(KNU)과 카친독립군(KIA)은 쿠데타 이후 군부와 강하게 충돌하고 있는 소수민족 무장단체다.

사사 대변인도 "국가통합정부 구성은 총선 당선인들과 소수민족 무장조직 지도자들, 정당 지도자들 그리고 시민불복종운동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 간의 진정성있는 절충을 통해 성취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통합정부 내각 인선 과정에 소수민족 무장조직들의 의사가 반영됐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가통합정부로 대표되는 민주진영과 군사정권간 갈등은 더 커질 전망이다.

앞서 민주진영은 이달 1일 2008년 군부헌법 폐기를 선언하고, 소수민족 권익보장 등을 담은 과도헌법 '연방민주주의헌장'을 공개한 바 있다.

CRPH는 이 헌장이 광범위한 의견 일치를 보여주는 것으로, 새로운 정부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얀마 국민통합정부 "조만간 해외서 합법정부로 인정"

 외교장관 "서방·중동국가들 지지 선언 준비중"…미국·EU·유엔과 접촉

"군사정부 인정하면 안돼" 다각도로 지지 요청

 

국민통합정부(National Unity Government) [미얀마 나우 사이트 캡처]

 

미얀마 군사정부에 맞서기 위해 출범한 '국민통합정부'(National Unity Government)가 조만간 서방과 중동 국가들로부터 합법 정부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17일 현지매체인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국민통합정부 내무장관에 임명된 르윈 꼬 랏은 몇개 국가들이 조만간 지지를 선언하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전날 언론 간담회에서공개했다.

이중에는 서방국가들을 비롯해 '아랍의 봄'을 겪은 중동 국가들이 포함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국명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미얀마 군부에 맞서고 있는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를 포함한 민주진영은 전날 쿠데타를 일으킨 군사정권에 맞서기 위해 소수민족 인사들을 요직에 대거 포진시킨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국민통합정부는 의원내각제 형태로 운영되며, 만 윈 카잉 딴 CRPH 부통령 대행이 총리직을 맡았다.

르윈 꼬 랏 장관은 이와 함께 미얀마의 현 상황과 군부의 폭력에 대해서 미국과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정부 구성에 앞서 미국 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유엔과도 지속적으로 접촉을 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도 국민통합정부 구성 발표 전날인 15일 미얀마 민주진영과 민주주의 회복 방안 등을 논의한 사실을 공개했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은 트위터를 통해 고위 관계자 2명이 CRPH 측과 대화를 나눴다면서 "군부의 통치를 반대하고 평화를 희망하는 미얀마 시민들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국민통합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전개하고 있다.

진 마 아웅 외교장관은 국제사회, 특히 미얀마 인접국들이 새 정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의 글을 뉴욕타임스에 보냈다고 미얀마 나우는 전했다.

그는 "미얀마 시민들은 인권과 자유를 얻기 위해 큰 희생을 치를 각오가 돼있다"면서 "국제사회가 공조해 정치·금전적으로 도움을 주고 보호 대책을 마련해주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CRPH 유엔 특사로 활동하다 임시정부의 국제협력부 장관 겸 대변인직을 맡게 된 사사 박사도 성명을 내고 국제사회가 계속해서 군사정부를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군부가 미얀마 시민을 살해하지 못하도록 국제사회가 무기와 자금을 제공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미얀마 군부 리더, 임시정부 출범 맞서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태국 외교부 "흘라잉 24일 자카르타 회의 참석"…주변국 지지 요청할 듯

통합정부 "서방 · 중동국가들 지지 준비, 군사정부 인정말라" 지지 요청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 [AP=연합뉴스]

 

미얀마 군사정부에 맞서기 위해 임시정부격인 '국민통합정부'(National Unity Government)가 출범한 가운데 군내 최고 실세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처음으로 주변국 정상들과 만난다.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 외신은 오는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흘라잉 장군이 참석한다고 태국 외교부 발표를 인용해 17일 보도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미얀마 사태가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는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위를 유혈진압하고 있는 미얀마 군부를 강하게 비난해왔다.

이에 비해 미얀마 인접국들은 군부와의 소통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흘라잉 장군은 정상회의에서 쿠데타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주변국들의 지지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 10개 회원국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2월 1일 작년 11월 총선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면서 집권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을 이끄는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 등 정치인들을 대거 구금했다.

또 1년 후 선거를 다시 치른 뒤 민간에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최근 선거 시기를 2년 후로 늦춘 바 있다

 

한편 전날 출범한 국민통합정부는 조만간 서방과 중동 국가들로부터 합법 정부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매체인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국민통합정부 내무장관에 임명된 르윈 꼬 랏은 몇개 국가들이 조만간 지지를 선언하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전날 언론 간담회에서 공개했다.

이중에는 서방국가들을 비롯해 '아랍의 봄'을 겪은 중동 국가들이 포함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국명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미얀마 군부에 맞서고 있는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를 포함한 민주진영은 전날 쿠데타를 일으킨 군사정권에 맞서기 위해 소수민족 인사들을 요직에 대거 포진시킨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국민통합정부는 의원내각제 형태로 운영되며, 만 윈 카잉 딴 CRPH 부통령 대행이 총리직을 맡았다.

르윈 꼬 랏 장관은 이와 함께 미얀마의 현 상황과 군부의 폭력에 대해서 미국과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정부 구성에 앞서 미국 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유엔과도 지속적으로 접촉을 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도 국민통합정부 구성 발표 전날인 15일 미얀마 민주진영과 민주주의 회복 방안 등을 논의한 사실을 공개했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은 트위터를 통해 고위 관계자 2명이 CRPH 측과 대화를 나눴다면서 "군부의 통치를 반대하고 평화를 희망하는 미얀마 시민들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국민통합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전개하고 있다.

진 마 아웅 외교장관은 국제사회, 특히 미얀마 인접국들이 새 정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의 글을 뉴욕타임스에 보냈다고 미얀마 나우는 전했다.

 

그는 "미얀마 시민들은 인권과 자유를 얻기 위해 큰 희생을 치를 각오가 돼있다"면서 "국제사회가 공조해 정치·금전적으로 도움을 주고 보호 대책을 마련해주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CRPH 유엔 특사로 활동하다 임시정부의 국제협력부 장관 겸 대변인직을 맡게 된 사사 박사도 성명을 내고 국제사회가 계속해서 군사정부를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군부가 미얀마 시민을 살해하지 못하도록 국제사회가 무기와 자금을 제공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미얀마 저항 청년리더 '판다' 고문 정황 공개…"안전 우려"

  웨이 모 나잉 얼굴 곳곳 피멍…경관 살해 등 혐의로 붙잡혀

  가족·친구들 "고문 당하고 숨질까 걱정하고 있다"

 

반 군부 시위를 이끄는 웨이 모 나잉과 체포 후 그의 모습.[이라와디 사이트 캡처]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를 이끌던 20대 청년이 체포된 뒤 고문당한 모습이 공개되면서 그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중부 사가잉 지역의 몽유와에서 지난 15일 오후 체포된 웨이 모 나잉(26)이 심하게 두들겨 맞은 모습이 담긴 사진이 소셜미디어상에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두손이 뒤로 묶인 채 얼굴 곳곳에 피멍이 들어 있는 것을 보면 그는 체포 후 심하게 구타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친구들은 사진에 나온 복장과 얼굴을 보고 웨이 모 나잉이 맞다고 확인했다.

다소 살이 찐 외모 때문에 '몽유와의 판다'라고도 불리는 웨이 모 나잉은 몽유와대 학생회장 출신으로 만달레이의 타이자 산, 양곤의 잇 띤자 마웅과 함께 미얀마에서 주목받는 시위대 청년리더이다.

그는 지난 15일 오토바이를 탄 채 시위를 벌이다 갑자기 돌진한 민간 차량과 충돌해길바닥에 쓰러진 뒤 군화를 신고 무장한 일당에 의해 끌려갔다.

그는 현재 미얀마군 북서사령부 건물에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 모 나잉이 구타당한 모습이 담긴 사진이 온라인상에서 떠돌자 가족과 지인들은 그의 안전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군부에 맞서던 인사들이 체포된 뒤 숨진 사례들이 있어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소속으로 양곤 파베단 구(區) 의장인 킨 마웅 랏(58)은 지난달 6일 밤 군경에 의해 끌려간 뒤 고문으로 사망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이후 NLD 소속 인사 2명도 구금된 상태에서 숨졌다.

이슬람계 소수민족 출신인 웨이 모 나잉은 경관 살해, 절도, 선동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그의 친구는 "심하게 고문을 당하고 죽을까봐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웨이 모 나잉의 어머니는 아들이 잡혀가는 장면을 소셜미디어에서 봤다면서 최악의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아들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죄를 지은 적이 없다"며 "그는 정의의 편에 선 청년이며, 신이 자비를 베풀도록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몽유와 총궐기위원회 관계자는 웨이 모 나잉에 대해 살인 혐의를 적용한게 가장 마음에 걸린다고 전했다.

그는 "법리적으로는 증거가 없는 상황이지만 군부가 원하는대로 혐의를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종철기념사업회 “미얀마 시위 청년지도자 ‘왜 모 나잉’ 석방하라”

 

박종철기념사업회가 16일 미얀마 시위 청년 지도자 왜 모 나잉의 석방을 촉구했다. 그는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들기는 소음 시위를 제안한 사람 중 한 명으로 지난 15일 군부에 체포됐다.

박종철기념사업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어 “미얀마 군부는 왜 모 나잉에 대한 폭력행위를 당장 멈추어야 한다”며 “(그에게) 변호인 접견을 보장하고 고문과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게 보장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얀마 사복 경찰들은 현지 시각 15일 왜 모 나잉이 타고 가던 오토바이를 차로 들이받아 중상을 입혔다. 현재 그의 생사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왜 모 나잉은 미얀마의 작은 농촌 도시 몽유와의 시위를 이끌어왔다. 기념사업회는 “몽유와는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2월1일 이후 단 하루도 빠짐없이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가장 뜨거운 저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는 곳”이라며 “군인들이 몽유와 전역을 장악하고 시민들을 감시하고 있어 언제 무차별 학살이 벌어질지 몰라 불안한 상황”이라고 했다.

기념사업회는 ‘시위를 하는 시민들 가운데 서 있을 때, 저는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습니다’라는 왜 모 나잉의 말을 인용하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몽유와 시민들에 대한 모든 폭력적 시도를 멈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왜 모 나잉이 무사히 석방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함께 연대할 것을 호소했다. 앞서 기념사업회는 군경의 폭력에 맞서 저항하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을 제17회 박종철인권상 수상자로 선정해 미얀마 시위에 연대와 지지를 표현한 바 있다. 이주빈 기자

청 “선거 결과 겸허히 수용하고 국정과제 성공적 마무리”

 

문재인 대통령은 정세균 국무총리 후임으로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발탁했다고 청와대가 16일 밝혔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전 장관 발탁 이유에 대해 “정치·사회 현장에서 공정과 상생을 실천해온 4선 국회의원 출신의 통합협 정치인이다. 지역구도 극복, 사회개혁, 국민화합을 위해 헌신해왔다”며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풍부한 경륜과 식견, 균형감있는 정무감각, 소통능력,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온화하고 합리적인 성품을 가진 분으로 코로나19 극복, 부동산 부패청산, 경제회복과 민생안정 등 지난 선거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절실한 요구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김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2017~2019년)을 지냈고, 17·18·19·20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원래 경기 군포를 지역구로 했던 김 전 장관은 2016년 총선에서 고향인 대구에 내려가 ‘31년 만의 대구 승리’라는 기록을 세웠지만, 지난해에는 낙선했다. 지난해 8월 민주당 당 대표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이번에 교체된 5개 부처 장관은 모두 관료 출신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는 임혜숙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이 내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문승욱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 고용노동부 장관은 안경덕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을 각각 내정했다. 해양수산부 장관으로는 박준영 해양수산부 차관이 승진 기용됐다. ‘시한부 유임’됐던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임으로는 노형욱 전 국무조정실장이 발탁됐다.

 

유 실장은 “노 후보자는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해 국정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최근 부동산 부패청산이라는 국민적 시대적 요구를 충실히 구현하고 국토부와 엘에이치(LH)에 대한 환골탈태 수준의 혁신을 해내며 부동산 시장 안정, 국토균형발전 등 당면한 과제를 속도감 있게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 실장은 “이번 개각은 일선에서 정책을 추진해오던 전문가를 각 부처 장관으로 기용함으로써 그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국정과제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한 동력을 새롭게 마련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단행됐다”며 “지난 선거에서 보여진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요구를 겸허히 수용하고 심기일전해 국정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정무수석 이철희·대변인 박경미…첫 ‘방역기획관’에 기모란

 

청와대는 16일 개각과 함께 정무·사회수석 교체 등 참모진도 개편했다. 이철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무수석으로 내정됐으며, 사회수석은 이태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상임감사가 내정됐다. 강민석 대변인 후임으로는 박경미 교육비서관이 발탁됐다. 윤창렬 사회수석은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법무비서관에는 서상범 법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승진됐고, 방역기획관에는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학과 교수가 내정됐다

 

하지만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진석 국정상황실장은 이날 교체 대상에서 빠지며 유임됐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권상대)는 이 실장을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실장은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으로 일하던 지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시장 재선에 도전하던 김기현 당시 시장(현 국민의힘 의원)의 핵심 공약인 산업재해모병원의 예비타당성 조사 발표를 늦추는 데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영지 기자

 

사고 해역 마주하자 유족 오열…"꿈에서라도 나와줬으면"

 

7년 지나도 아픔은 그대로: 세월호 참사 7주기인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인근 세월호 참사 해역에서 유가족 등 선상추모식 참석자들이 바다에 헌화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우진아 사랑해!" "보고 싶어!" "꿈에 자주 나와줘!"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에서 남쪽으로 약 3.3㎞ 떨어진 곳. 꼭 7년 전 이날 생때같은 아이들이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스러져간 사고해역을 찾은 부모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세월호 참사 7주기가 된 16일. 새벽부터 경기 안산에서 출발한 0416단원고가족협의회 유가족 22명은 목포해경이 준비한 3015 경비함을 타고 세월호가 침몰한 시각에 맞춰 오전 10시 30분부터 선상추모식을 진행했다.

 

유가족들은 3015함 탑승이 시작된 오전 7시께만 하더라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게 담담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해경 전용부두를 출발하고 약 96㎞ 항로를 이동해 사고해역에 도착할 즈음에는 흰 장갑이 눈물에 젖어 들기 시작했다.

고(故) 이호진군 아빠이자 0416단원고가족협의회 대변인인 이용기(52) 씨는 추모사에서 "오늘은 특별한 게 우리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갔던 요일도 겹치고 날씨도 사고 난 날과 비슷하다"며 "목이 메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세월호는 진실규명이 하나도 되어있질 않고 아직도 진행형"이라며 "국회와 정부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하루속히 밝혀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추모식 진행을 맡은 이씨가 단원고 2학년 250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는 동안 유족들은 세월호 사고지점에 떠 있는 부표를 응시하거나 고개를 숙이고 묵념했다.

 

세월호 참사 해역서 헌화하는 유가족들: 세월호 참사 7주기인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인근 세월호 참사 해역에서 유가족 등 선상추모식바닷물 속에서 참석자들이 바다에 국화를 던지며 헌화하고 있다.

 

곧이어 헌화하는 순간 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유족들은 경비함 갑판 난간에 붙어 국화꽃 한 송이를 쉽사리 던져버리지 못하고 꼭 쥐고 있다가 끝내 던지고선 꽃잎이 파도에 흐트러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어떤 이들은 차가운 물 속에서 숨이 꺼져갔을 아이들에게 말하는 것처럼 바닷속으로 연신 "사랑해"를 외쳤다.

일부 유족들은 갑판에 주저앉아 오열했고, 서로를 위로하듯 어깨를 토닥여주고 안아주기도 했다. 많은 부모가 헌화를 마친 후에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세월호 침몰 장소를 바라봤다.

 

이날 선상추모식에는 2014년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 대통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단식을 한 '유민아빠' 김영오(53)씨가 오랜만에 모습을 보였다.

3년 전 광주에 정착한 김씨는 선상추모식 참석이 이날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속에 유민이가 느껴져 사고해역을 가까이서 보는 게 두려웠는데 유민이가 언제부턴가는 꿈에도 나오질 않아 오게 됐다"며 "여기 와서 보면 유민이 생각이 더 나고, 생각을 더 하면 꿈에라도 나와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가 침몰한 지 7년이 됐는데도 여전히 의혹으로만 남아있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권이 바뀌면 세월호 진상규명이 어마어마하게 힘들어질 것 같아 두렵다"고 했다.

고 박정슬 양의 외할아버지 장모(67)씨는 아내와 함께 외손녀의 7주기를 배 위에서 맞았다. 정씨는 "지금도 (손녀딸이) 잊히질 않고 같이 있는 것 같다"며 "꿈에라도 자주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지윤 양의 아버지 박영배(59)씨는 "딸이 가끔 꿈에 나타나는데 위험한 데로 가지 말라고 했는데도 없어지고 그러다가 깨곤 한다"며 "아직도 기억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자원봉사를 위해 선상추모 배에 탄 완도 주민 김모(44)씨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처가 미비했던 것 같다. 참사가 날 때까지 말 그대로 (승객들을) 내버려 둔 것 아닌가"라고 정부의 구조 대응을 지적하며 "단원고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과 같이 뛰어놀던 아이들인데 지금도 눈물이 난다"며 눈물을 흘렸다.

 

정치적 대립 벗어나 한마음으로 기억할 세월호 [사설]

 

 

세월호 참사가 16일 7주기를 맞는다. 16일 오후 4시16분부터 1분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일대에서 사이렌이 울리는 등 전국 각지에서 참사의 아픔과 교훈을 기억하는 추모 행사가 이어진다. 사진은 참사 7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선체 너머로 해가 저무는 모습. 연합뉴스

‘어느덧 7년’이라고 말하기에는 미안할 뿐이다. 2014년 4월16일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에서 처절하게 생을 마감해야 했던 304명 희생자들을 고즈넉이 추모할 수 없는 2021년 4월이다. 살아 있었더라면 20대 중반이 됐을 단원고 청년들에게 그 비극의 전말에 대해 명확한 답을 주지도 못했고, 책임도 분명히 가리지 못했으며, 그 희생이 안전사회의 값진 교훈이 됐다고 자신있게 말해줄 수도 없는 채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는다.

 

다행스러운 것은 올해 추모식이 여야 정치권 모두 참석한 가운데 엄수된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작업을 사사건건 방해-저지해 온 국민의힘은 16일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리는 ‘세월호 참사 7주기 기억식’에 처음으로 참석하기로 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권이 여야 함께 추모식을 여는 것은 5년 만이다. 국민의힘은 최근 세월호 특검 후보추천위원도 선정했다. 지난해 12월 세월호 특검법이 통과된 지 4개월 만에 특검 구성 작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과 안전사회를 위한 후속 조처가 7년이라는 미완의 시간을 보낸 데는 정치적 덧칠과 곡해가 크게 작용했다. 보수진영은 정략적 태도로 구조 실패의 책임을 흐리며 유족들을 매도하고 국민들 간에 반목을 조장했다. 진상 규명을 방해하고 망각을 강요하는 정치권의 비인간적인 행태가 이제라도 바로잡아진다면 만시지탄은 있을지언정 반가운 일이다. 정치적 입장의 차이를 떠나 모든 국민이 세월호를 기억하고, 생명과 안전이 우선이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정상사회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지난 7년의 기간 중 4년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라는 사실도 뼈아프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방해했던 전 정권과 달리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사회적참사특별위원회 등을 통해 진상 규명의 의지를 보였으나 아직 사고 원인도 확정하지 못하는 등 충분한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검찰이 부실했던 과거 수사를 반성하며 설치했던 특별수사단 역시 ‘면죄부 수사’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초라한 결과만 내놓고 말았다. 활동이 연장된 사참위와 앞으로 구성될 특검은 객관적 진실을 확정하고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는 데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내년 4월, 또다시 맞이할 기억의 날에는 이제껏 반복된 한탄과 절망을 벗고 작으나마 희망의 불씨를 피워 304명의 영혼을 온전히 달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문 대통령 “세월호 기억으로 가슴아픈 4월…잊지 않고 있다”

SNS에 세월호 참사 추모글 올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세월호 참사 7년을 맞아 “아이들이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이 된 지 7년이 되었다”면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보자는 국민들의 외침, 잊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에스앤에스(SNS)에 ‘세월호의 기억으로 가슴 아픈 4월입니다’로 시작되는 글을 올렸다. 문 대통령은 “살아 우리 곁에 있었다면 의젓한 청년이 되어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짧지 않은 시간이다. 미안한 마음 여전하다”라며 “서로의 버팀목으로 아린 시간을 이겨오신 가족들과 함께해주신 분들께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지난해 국회에서 ‘사회적참사 진상규명특별법’이 개정되고 특검이 통과되었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통해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이 이루어지도록 끝까지 챙기겠다. 속도가 더뎌 안타깝지만, 그 또한 그리움의 크기만큼 우리 스스로 성숙해 가는 시간이 필요한 까닭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4·16 민주시민교육원이 문을 열고, 올해 해양안전체험관의 본격 운영과 국민해양안전관이 준공된다고 소개했다. 4·16생명안전공원과 국립안산마음건강센터 역시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슬픔에 함께하고, 고통에 공감하면서 우리는 진실에 다가가고 있다”면서 “지금의 위기도, 언제 닥칠지 모를 어떤 어려움도 우리는 이겨낼 것이다. 안전한 나라를 위해 오늘도 아이들을 가슴에 품어본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이완 기자


잊지 않을게’…교육부, 세월호 참사 7주기 추모 주간 운영

각 시·도 교육청 12~16일 교육·행사

 

지난 2014년 7월12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가족버스 전국순회 보고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학생들을 추모하는 내용이 적힌 카드를 들고 있다.

 

16일이면 세월호 참사가 난 지 꼭 7년이 된다. 지난 2014년 4월16일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당시 수학여행을 떠나기 위해 배에 탔던 경기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 325명 가운데 250명이 숨졌다. 이들을 포함해 희생자는 304명에 이른다.

교육부는 12~16일을 세월호 참사 추모 주간으로 지정한다고 11일 밝혔다. 교육부는 참사 이후 해마다 추모 주간을 지정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추모행사를 진행해왔다. 추모 주간에는 교육부의 모든 직원이 노란 리본 배지를 착용하고, 교육부 누리집을 추모 형태로 전환하는 등 추모 분위기를 조성한다. 참사가 일어난 16일 오전 10시에는 1분간 추모 묵념을 하고 희생자들을 애도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6일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리는 ‘세월호 참사 7주기 기억식’과 ‘4·16생명안전공원 선포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13일에는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갖고 더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정책 개선방향 등을 논의한다.

각 시·도 교육청도 자체적으로 추모 계획을 수립했다. 단원고의 관할 교육청인 경기도교육청은 4월 한 달을 ‘노란 리본의 날’로 지정하고 누리집에 마련된 온라인 추모 게시판 ‘0416우체통’에 추모의 글 남기기 등 추모행사를 진행한다. 전북도교육청 역시 4월 한 달을 ‘4·16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념의 달’로 지정했다. 전북도교육청은 세월호 참사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희생자 유가족을 강사로 초청한 학부모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서울시교육청도 12~16일을 추모 주간으로 운영한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추모 영화제(12~16일)와 추모 대담회(23일)는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영화제 상영작은 세월호 참사를 흉터처럼 간직하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다큐멘터리 ‘당신의 사월’이다. 이 영화는 지난해 디엠제트(DMZ)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특별상과 배급지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 소속 교육 관계자와 직원, 학생은 안내된 링크 주소에 접속해 관람하면 된다. 추모 대담회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신의 사월’ 감독과 출연자, 세월호 유가족 등이 함께 할 예정이다. 이유진 기자


아직도 보낼 수 없는 사월…‘세월호 7주기’ 기억하는 문화계

방송·영화·공연·전시 등 추모 프로그램들

 

다큐 <열여덟의 기억, 스물다섯의 약속>. 문화방송 제공

 

18살이던 아이들은 어느새 25살 어른이 됐다. “사람이 싫고 어른이 무서웠던” 아이들에겐 어른이 되는 데도 용기가 필요했는지 모른다. 박준혁, 전혜린, 장애진, 김주희, 전영수, 박솔비. 2014년 4월16일 세월호를 타고 수학여행을 떠났던 단원고 2학년 학생(325명) 가운데서 살아남은 75명 중 6명이다.

그들이 어렵게 용기를 냈다. 세월호 참사 7주기인 16일 밤 10시5분 방영하는 특집 다큐 <열여덟의 기억, 스물다섯의 약속>(문화방송)에서 그날 이후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선다. 아이들은 고인 물만 봐도, 타고 있는 버스가 커브만 돌아도 두려움에 떠는 등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그랬던 그들이 7년 만에 자신의 삶을 공개한 이유는 단 하나, 점점 잊혀가는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다.

“그 순간을 기억하는 게 여전히 힘들지만, 하늘의 별이 된 친구에 대한 미안함과 그 친구들을 오랫동안 기억해준 수많은 분에 대한 고마움 덕분에 저희가 용기 낼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의 죽음이 허망하지 않도록 그 아픈 기억을 되돌아보고 잊혀가는 이름을 불러준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그 따뜻한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그들의 바람처럼 그날을 기억하려는 노력이 문화판 곳곳에서 펼쳐진다.

방송사들은 이날 저마다 관련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시비에스>(CBS) 라디오 특집 콘서트 <너의 목소리가 들려>(저녁 6시)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출연해 진행을 맡은 변영주 영화감독과 함께 아이들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제작진은 “7년이 지난 지금도 유가족들은 아이들이 꿈 이야기를 할 때의 눈빛과 목소리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때 더 적극적으로 응원해주지 못한 것에 못내 가슴 아파한다”고 전했다. 가수 말로, 제이훈, 제니스, 강허달림, 노브레인, 허클베리핀 등이 ‘거위의 꿈’ ‘벚꽃엔딩’ 등 아이들의 애창곡을 대신 부른다. 세월호 추모 특집 <독립영화관―한강에게>(한국방송1 밤 12시10분)와 지난해 아카데미 단편 다큐 부문 후보에 올랐던 이승준 감독의 <부재의 기억: 감독판>(문화방송 오전 10시45분)도 방영한다.

 

다큐 <당신의 사월> 포스터. 시네마달 제공

 

영화계에서도 세월호를 기억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 <당신의 사월>을 이날 오후 4시16분에 씨지브이(CGV)와 롯데시네마 등 전국 18개 극장에서 특별 상영한다. 주현숙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유가족이 아닌, 그날을 기억하는 일반 시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일상 속 기억과 연대의 힘을 강조한다.

온라인에서도 세월호 관련 다큐를 볼 수 있다. 디엠제트(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상영 프로그램인 ‘디엠제트랜선영화관 다락(Docu&樂)’이 세월호 단편 다큐 7편을 선보인다. 이승준 감독의 <부재의 기억>부터 청소년인 김묘인 감독이 연출한 <599.4㎞>까지 2014~2020년 사이에 제작된 작품을 기획전으로 구성했다. 애니메이션, 관찰 카메라 등 다채로운 접근을 통해 기억이 곧 남은 자들의 책무라는 사실을 아프게 일깨운다. 상영작들은 27일 밤 9시까지 영화제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볼 수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 영화제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무용 <빛, 침묵, 그리고…>. 김용걸댄스씨어터 제공

 

세월호 참사의 고통을 몸짓으로 그려내며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야기하는 무대도 마련된다. 16~18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무대에 오르는 무용 <빛, 침묵, 그리고…>가 2014·2015년에 이어 6년 만에 다시 관객과 만난다. 연출가이자 안무가인 김용걸은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그날 일을 되새김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구명조끼를 입고 울부짖던 여자아이를 검은 남자가 지하로 끌고 가는 장면으로 극은 시작한다. 안무가 강렬하고 처절해, 보는 내내 숙연해진다. 김용걸댄스씨어터 소속 무용수 등 19명이 출연한다. 전석 무료이며, 아르코예술극장 누리집에서 예매 가능하다.

 

그날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전시도 펼쳐진다. 아이들이 다녔던 단원고, 합동분향소 터와 지척인 안산 경기도미술관은 4·16재단과 함께 이날부터 7월25일까지 세월호 참사 7주기 추념전 ‘진주 잠수부’를 펼친다. 독일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선배 학자 발터 벤야민을 애도하면서 쓴 글의 제목을 딴 이 전시는, 경내 야외 조각공원에 희생과 애도의 과정을 각자의 조형언어로 풀어낸 현대미술 작가 9명(팀)의 13개 작품을 펼쳐놓고 지금 우리 공동체와 일상을 재조명한다. 세월호 합동분향소가 있던 주차장 터에 소금 가루로 선을 그렸다 다시 지우는 예술행위의 흔적을 남기며 슬픔의 모양을 형상화한 박선민 작가의 퍼포먼스 설치작품, 합동분향소 터가 내다보이는 미술관 앞마당에 당시 풍경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구도로 설치한 최진영 건축가의 ‘파빌리온 윗 위’ 등이 눈길을 끈다. 남지은 오승훈 노형석 기자


“유족 힘내라고, 모두 기억하자고” 노란리본 떼지 않는 사람들

 “진상규명 위한 최소한의 참여”  “유족들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해”
 왜 아직 달고있나 묻는 이 있어도 시민들의 ‘리본 기억연대’ 이어져

 

세월호 참사 7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후 세월호 선체가 거치된 전남 목포 신항을 찾은 한 가족이 미수습자 5명을 비롯한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애도하고 있다.

 

“왜 아직도 리본을 달아요?”

세월호 참사 7주기가 다가오면서 노란 리본을 마스크에 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사진을 올린 고교생 심아무개(17)군은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 심군은 지난해 4월 진상규명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받은 리본을 가방에 달고 다녔고, 2주 전부터는 마스크에도 걸고 다닌다. 에스엔에스에서 리본을 비하하는 메시지를 받고, “가방에 왜 달고 다니냐”는 친구의 얘기를 들어도 그는 리본을 놓지 않으려 한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마음이 커요. 길에서 누군가 한명이라도 리본을 보고 세월호 사건을 떠올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7년이 흘렀지만 노란 리본을 몸에 지니거나 에스엔에스 프로필 사진에 걸어놓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심군처럼 “왜 계속 다느냐”는 질문을 받아도 이들의 마음은 변치 않는다.

참사 7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노란 리본을 뗄 수 없다는 시민 7명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문제 해결 촉구’, ‘기억’, ‘연대’ 등으로 마음을 전한 이들은 노란 리본과 단단히 연결돼 있었다.

 

이들은 여전히 근본적 문제 해결이 되지 않았고, 한국 사회의 안전 의식이 높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리본을 뗄 수 없다고 했다. 가방과 핸드백에 리본을 단 이원우(40)씨는 “참사 당시 육아를 하고 있어 행동하지 못했고 이후에도 아이가 어려 많은 것을 하지 못했다. 내게 노란 리본은 최소한의 참여”라고 말했다. 그는 “유족들이 아직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7년이 지났지만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는 제대로 된 ‘백서’가 나오지 못했고 책임자 처벌도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계속 변화를 촉구하는 의미로 리본을 달겠다고 했다. 변희영(53)씨는 “노동자가 과로사하거나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조의 리본을 맞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처럼 노란 리본을 다는 건 세월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최소한의 표시”라고 말했다.

 

서촌노란리본공작소에서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7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나눠줄 노란리본을 제작하고 있다. 부산과 전주지역 시민들이 온라인을 통해 함께 참여했다. <참여연대> 제공

 

노란 리본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며 마음을 다잡기도 한다. 서촌노란리본공작소에서 리본 제작 자원봉사를 하는 이애형(42)씨는 “정부가 바뀌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할 거라고 기대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세월호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이 잊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기억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봉사활동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함세은(20)씨도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리본에) 담고 있다”고 말했다.

잊지 않겠다는 마음은 ‘연대’로 이어진다. 김아무개(32)씨는 “유족이 언론 인터뷰에서 ‘노란 리본을 단 사람을 보면 우리에게 공감해주는 것 같아 힘이 된다’고 말씀하신 걸 본 뒤 (리본을) 한번도 떼지 않았다”며 “언제 어디서라도 유족들이 저를 스쳐 지나가다 리본을 본다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세월호를 잊고, 헐뜯는 목소리가 커질까 봐 걱정한다. 길을 가다 가방에 달린 노란 리본을 본 중년 남성이 “왜 이런 걸 아직 달고 있냐”고 시비를 걸어 당황한 적이 있다는 박아무개(32)씨는 “‘신경쓰지 말라’고 태연하게 대꾸하고 돌아섰지만 내심 속상했다”며 “아직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추모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추모 활동이 위축될 법도 하지만 7주기 추모 행사에 대한 관심은 움츠러들지 않는다. ‘노란리본 제작 키트’ 나눔 행사를 하는 참여연대 시민참여팀 김효선 간사는 “코로나19 탓에 모여서 제작하지 못하고 제작 키트를 신청받아 우편으로 배송하는데 440명이 2만5천개를 주문해 지난해보다 주문이 두배 늘었다”고 전했다. 이재호 장필수 이주빈 기자

 

목포신항에 잠든 세월호, 1.3㎞ 거리 고하도로 옮겨 영구보존

이르면 세월호 10주기인 2024년부터 이동 시작
목포시 고하도에 세월호생명기억관 건립해 거치

 

 

15일은 7년 전 여객선 세월호가 인천항을 떠난 날이었다. 이후 2557일이 지났지만 세월호는 아직도 목적지인 제주항에 닿지 못했다. 출항 이튿날 참사를 당해 3년은 진도 맹골수도의 40m 바닷속에서, 인양된 뒤 4년은 목포신항의 차량부두에서 죽은 듯 잠들어 있다.

이날 추모객 50여명이 세월호가 서 있는 목포신항을 찾았다. 이들은 항구 울타리에 매달린 빛바랜 리본들을 어루만지거나 미수습자 5명의 얼굴 사진을 바라보며 아픔을 삼켰다. 김인순(69·경기 성남)씨는 “객실 안에서 살려달라고 울부짖던 아이들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참사 3년 만에 인양된 세월호 선체는 반잠수정에 실려 목포신항에 거치됐다. 세월호를 안은 목포는 시내 거리를 노랗게 장식하며 위로를 보냈다. 올해도 세월호가 놓인 길목의 가로수와 전신주에 매달린 노란색 천 수천장은 추모 분위기를 연출했다. 시민들은 현장성을 살려 선체를 영구히 보존하자는 안에도 기꺼이 동의했다.

 

세월호 보존 조감도

지난해 목포신항에서 직선거리로 1.3㎞가량 떨어진 고하도가 보존 장소로 정해지면서, 세월호 선체 보존계획의 윤곽도 나왔다. 선체는 침몰→인양→절단→직립 등을 거쳤지만 구조적 안정성에 문제는 없는 상태다. 2019년 변형된 선박의 구조, 두께, 하중 등을 해양수산부가 검사한 결과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후 3년마다 안정성을 평가하기로 했다.

해수부는 최근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에서 기초한 선체 처리계획의 실행안을 국회에 보고했다. 2028년까지 1523억원을 들여 목포시 고하도 배후단지에 선체를 거치하고, 세월호생명기억관을 건립해 기억·추모·교육 등에 활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세월호 보존 예정지인 고하도 갯벌

앞서 국무조정실 세월호지원추모위원회는 지난해 8월 목포 고하도를 선체 보존지로 결정했다. 기획재정부는 두달 뒤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했고, 오는 8월까지 예산편성 적정성 검토를 마치기로 했다. 이후 해수부는 내년까지 18억원을 들여 기본설계를 마치고, 곧바로 실시설계를 진행한다. 세월호 영구보존은 2024년 시작해, 2028년 거치를 완료한다는 일정을 세웠다. 해수부는 이를 위해 구상권을 소송 중인 청해진해운한테 대물변제 방식으로 소유권을 확보하고, 고하도 배후단지 갯벌의 매립과 보강, 모듈트랜스포터를 활용한 육상 이동 등의 작업도 준비 중이다. 이민중 해수부 세월호선체관리지원과장은 “원형 복원을 선체 인양 상태로 할지, (선체를 절단한) 수색완료 상태로 할지 미정”이라며 “원형 보존의 장소와 방향 등 중요 사항은 결정된 만큼 세세한 부분은 유가족, 목포시의 의견을 들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4·16참사가족협의회에서도 목포 거치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이 우선이고, 선체 보존은 다음”이라는 원칙을 내비쳤다. 2기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진상규명을 위해 활동 중인 만큼 참사의 결정적인 증거인 선체를 당분간 현상태로 보존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성욱 가족협의회 선체분과위원장은 “방향을 정하는 기본설계 때부터 참여해 의견을 내겠다. 유가족들은 내년 9월 사회적참사위원회 활동이 끝나야만 비로소 선체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안관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