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희망사항?  핵협정 복귀협상서 동결자금 문제 부각 의도?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지난달 11일 이란 테헤란을 방문해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 등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란의 유엔 분담금 일부를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약 7조7000억원)으로 납부하는 방안에 한국과 이란이 동의했다. 하지만 이란 정부가 미국과 협의 절차의 필요성을 언급하지 않는 등 내용을 다소 부풀려 발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란 동결자금을 둘러싼 한-이란 간 협의 결과와 관련해 “현지 시간 22일 유정현 주이란대사와 이란 중앙은행(CBI) 총재 간의 면담에서 이란은 우리가 제시한 방안에 대해 동의 의사를 표명하는 등 기본적인 의견 접근이 있었다. 다만 실제 동결자금의 해제를 위해서는 유관국(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소식은 22일 이란 정부 누리집을 통해 먼저 알려졌다. 이란 정부는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중앙은행 총재가 전날 유정현 주이란 한국대사를 만나, 한국 내 동결 자산의 이전과 사용 방법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 대사가 “한국은 이란이 한국 내 모든 자산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 여기에는 어떤 제한이나 제약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란이 한국 시각으로 22일 밤 늦게 이런 내용을 공개하자, 양국이 이란 동결자산의 처리와 관련해 결정적 합의에 도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란 정부가 공개한 유 대사의 발언도 이런 해석의 근거가 됐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한 뒤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복원하면서 한국 은행 2곳에 동결된 이란 자금이 70억달러(약 7조7천억원)에 달한다.

이날 외교부 쪽 설명을 종합하면, 양국이 ‘동의’한 것은 동결된 이란 자금 ‘일부’의 활용 방안에 대한 세부 절차다. 미국 재무부의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송금 자금의 규모와 흐름을 세세히 적시하고 그에 따라 진행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의견 일치를 봤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란이 유엔 총회 투표권을 회복하려면 내야 하는 최소 분담금(1625만달러·약 180억원)을 한국 내 동결자금으로 대납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외교부는 이달 초 “분담금을 (동결자금으로) 낸다는 것은 (미국과) 협의가 끝났고 굉장히 기술적 부분만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정부 당국자는 “미국 쪽 은행 한 곳과 얘기가 된 것으로 안다. 미국 은행이 (송금 과정 등) 관련 점검을 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양국은 유엔 분담금 대납 외에도 동결 자금 일부를 스위스 인도적 교역 채널(SHTA)을 통해 전하는 세부안에도 동의했다고 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란이 생각하지 못했던 방안을 우리가 제시했고 이란이 동의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본격화한 ‘스위스 채널’은 트럼프 행정부의 승인 아래 이란에 인도적 물품을 수출하기 위해 개설된 통로로, 스위스에서 의약품이나 식량 등 인도적 물품을 구매해 이란에 수출하고 대금은 스위스 은행이 보증하는 방식이다. 지금껏 이란 정부는 이 방안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과의 협의가 필요하지만 스위스 채널을 통해서는 꽤 큰 규모(의 이전)를 생각하고 있다”며 “이란 쪽에서 만족할 만한 액수”라고 설명했다.

이란이 협의 내용을 부풀려 발표한 데 대해 외교부는 다소 어리둥절해 하는 분위기다. 동결자금 이전 문제에서 결정적 변수인 미국과 협의 절차의 필요성을 빼놓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한 정부 당국자는 “이란의 희망사항을 밝힌 것뿐”이라며 “한국과 이란이 의견 일치를 봤더라도 미국의 동의가 없으면 실행이 안 된다. 합의라고 할 수 없고, 잘 안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이란이 ‘이란 핵협정’(JCPOA) 복귀를 둘러싸고 미국과 줄다리기를 벌이는 과정 속에서 동결자금 문제를 부각하려는 의도라거나, 6월 대선을 앞두고 온건파로 분류되는 하산 로하니 정부가 성과를 강조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지은 기자

 

이란 “한국과 동결 자산 이전·사용 합의”...한국 부인

한국 외교부 관계자 “미국 등 유관국과 협의 통해야”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중앙은행 총재가 (21일) 유정현 주이란 한국대사를 만나 한국 내 동결자산 이전과 사용 방법에 합의했다며, 이란 정부가 22일 공식 누리집에 공개한 사진. 이란 정부 누리집 갈무리

 

이란 정부가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의 이전 및 사용과 관련해 한국 정부와 합의했다고 발표했으나, 한국 외교부는 미국 등 유관국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며 이란의 발표를 부인했다.

이란 정부는 22일 오후(한국시각 22일 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중앙은행 총재가 전날 유정현 주이란 한국대사를 만나, 한국 내 동결 자산의 이전과 사용 방법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테헤란) 한국 대사관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날 회담에서 이란의 (동결) 자산을 이란이 원하는 곳으로 이전하는 데 합의했으며, 이란중앙은행이 서울에 이전을 원하는 자산의 액수와 송금 은행을 통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또 “한국 (유정현) 대사가 ‘한국은 이란이 한국 내 모든 자산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고, ‘여기에는 어떤 제한이나 제약이 없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란 정부의 발표를 보면, 헴마티 총재는 (이란 자산의 동결 해제 문제와 관련한) 서울의 접근 태도 변화를 환영하면서도 “이란은 다른 나라의 태도 변화와 협력 강화를 환영하지만, 이란중앙은행은 한국의 은행들이 지난 몇 년 간 이란과의 협력을 거부한 것에 대해 보상을 요구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쪽은 이 부정적인 기록을 지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018년 미국 정부가 이란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린 이후, 한국에서 동결된 이란의 석유 수출 자금은 총 70억 달러(약 7조6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 외교부는 이란 정부의 협상 타결 발표를 부인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밤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란의 동결 자금 해제 문제는 미국 등 유관국과의 협의를 통해야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란은 지난달 4일 페르시아만의 환경을 오염시켰다는 이유로 한국케미호와 한국인 5명 등 선원 20명을 억류했고, 한국에 동결된 석유 수출 대금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란은 지난 2일 선장을 제외한 선원 19명의 억류를 해제하기로 결정했으나, 오염 조사를 위해 선박 억류는 계속한다는 입장이어서 선원들의 귀환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지난 10일 억류됐던 선원 중 처음으로 한국인 한 명이 건강상의 이유로 귀국했다. 전정윤 김지은 기자

일본 도쿄전력 직원이 21일 후쿠시마현의 제1 원전의 원자로 격납용기 옆에서 방사능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지난 13일 밤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7.3의 강진으로 이 원전의 일부 원자로 격납용기에 균열 등 추가 손상이 발생했음을 시사하는 정황이 나타났다. 오쿠마 AFP/연합뉴스

 

대규모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를 일으킨 후쿠시마 제1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이 폐로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인 이 원전 관련 중요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사례가 잇따라 드러났다.

23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 원전 3호기에 설치한 지진계 2대가 고장 난 상태였지만 그대로 방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13일 밤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발생했던 규모 7.3의 강진과 이후의 여진이 3호기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분석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 같은 사실은 전날 열린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회의에서 한 위원의 질문에 도쿄전력이 답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드러났다.

원자력규제위원회는 2011년 3월의 동일본대지진 당시 발생한 폭발 영향으로 3호기 원자로 건물 등의 내진성이 떨어져 안전성을 지속해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5, 6호기에만 있던 지진계의 추가 설치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도쿄전력은 지난해 3월에 3호기 건물 1층과 5층에도 각각 지진계를 설치했다.

1층 지진계는 지난해 7월 폭우로 침수되면서 고장 났고, 5층 지진계는 작년 10월부터 측정 데이터에 오류가 생기는 문제가 확인됐다.

그러나 도쿄전력은 고장 난 지진계를 방치한 채 함구하다가 전날에야 원자력규제위원회에서 관련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도쿄전력은 13일 강진 이후로도 몇 차례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이와 관련해 설명하지 않았다.

도쿄전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지진계 수리가 늦어진 이유로 "오류(노이즈)가 발생한 원인 분석에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고장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시험 설치한 것"이라며 정상 가동으로볼 수 없어 발표하지 않은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한 뒤 3호기에서 900m가량 떨어진 6호기의 지진계로 관측한 내용을 바탕으로 3호기의 안전성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도쿄전력은 13일의 강진으로 제1원전 부지 내의 오염수 저장 탱크 중 정상위치에서 이탈한 탱크가 있는 것을 이튿날 확인하고도 강진 발생 5일 후 공개해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도쿄전력은 오염수가 새거나 설비가 손상된 것이 아니라서 즉각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해양 방류 방식으로 처분하려는 오염수나 폐로 관련 사안 등을 놓고 도쿄전력이 발표하는 각종 정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전날 열린 원자력규제원회에서 도쿄전력의 위기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성 지적이 나왔다고 전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13일의 강진 이후 1호기와 3호기의 격납용기 냉각수 수위가 지속적으로 내려가는 등 최근 강진의 영향으로 보이는 이상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도쿄전력은 안전상의 문제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 판결, 같은 논리 적용될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5억원 이상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기업 총수는 형이 확정되는 즉시 경영 활동을 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복역 중이거나 집행유예 기간에 경영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취지다. 최근 법무부로부터 ‘취업제한’ 통지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옥중 경영’은 물론, 취업제한 기간 중 그가 법무부 승인을 받아 업무에 복귀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김국현)는 지난 18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취업제한을 통보한 법무부를 상대로 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박 회장은 130억여원을 배임한 혐의 등으로 2018년 11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는 이듬해 금호석화 대표이사로 복귀하려 했지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의 취업제한 조항에 따라 취업이 제한되자 “집행유예 기간은 취업제한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소송을 냈다. 취업제한은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뒤부터 적용된다는 논리였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법원은 “취업제한은 유죄 판결을 받은 때부터 시작해야 (취업)제한의 취지를 살리고 그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박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취업제한 조항을 둔 이유는 “범죄행위자가 일정 기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해, 관련 기업체를 보호하고 건전한 경제 질서를 확립하려는 목적”이므로 집행유예 기간이라고 해서 달리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그동안 재계 일각에서는 법의 모호함을 이용해 ‘옥중 경영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했다. 특경가법에 취업제한 시점이 ‘징역형은 형 집행 종료 뒤 5년, 집행유예는 종료 뒤 2년’으로 명시돼 있을 뿐, 형 집행 중 적용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법원 판단으로 이런 주장은 힘을 잃게 됐다.

이재용 부회장도 ‘옥중 경영’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에게 삼성전자 돈으로 86억여만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2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인데, 지난 15일 법무부의 취업제한 통보를 받았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부)는 “삼성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 부회장이 미등기임원이건 보수를 안 받건 간에 취업제한에 따라 복귀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부회장이 법무부 특정경제사범관리위원회의 심의와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경영에 복귀할 수도 있지만, 이번 판결 취지에 비춰보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 회장 사건 판결문을 보면 “(신청인이) 대체 불가능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증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창민 교수는 “이 부회장의 공백이 몇 번 있었지만 삼성전자는 큰 문제 없이 운영됐다”며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을 ‘대체 불가능한 존재’라고 알리는 순간, (총수) 리스크를 인정하는 셈이다. 오히려 시장에서 불안요소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짚었다. 신민정 기자

 

이재용 험난한 앞길…‘삼바’ 유죄 땐 삼성 지배구조 흔들?

회계사기 금고 1년 이상 땐 삼성생명 지분 의결권 제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지난 15일 법무부 통보로 삼성전자 재직 여부가 불투명해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안고 있는 사법 리스크가 취업 제한에 그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상속 진행 중인 고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받을 삼성생명 지분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되는 탓이다. 삼성생명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서 핵심 고리를 하는 계열사인 터라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불씨로 작용할 공산이 있다.

 

취업제한 넘어 지배구조도 흔들?

22일 <한겨레> 취재 결과, 이 부회장이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사기 사건 관련 금고 1년 이상의 처분을 받으면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 지분 중 10% 초과분에 대한 의결권을 쓸 수 없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금융관련법 위반에 따라 받은 금고 이상 처분을 금융회사 최대주주의 결격 사유로 정하고 있어서다. 삼성생명의 최대 주주는 현재 부친 고 이건희 회장(20.76%)으로, 이 부회장은 그의 지분을 이어받을 예정이다. 이 부회장이 전량 지분을 상속받을 경우 의결권을 쓸 수 없는 10% 초과 지분을 매각할 수도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고리이다. 삼성의 핵심 출자고리는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이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이 삼성생명이란 ‘중간 회사’를 통해 이뤄지는 셈이다. 이런 구조에서 부친의 지분을 상속받은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에 대한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되면 이와 같은 지배구조에 변화가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 최대주주 자격을 상실하면 현재 2대 주주인 삼성물산(19.34%)이 삼성생명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물론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이 부회장이 아닌 여동생(부진·서현)이나 어머니(홍라희씨)가 전량 상속받으면 대주주 결격 문제는 불거지지 않는다. 다만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은 크게 훼손되는 터라 재계에선 이런 상속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20대 국회가 삼성에 숨돌릴 여유 줘

이 부회장이 마주한 이런 난제는 국회의 입법 지연 탓에 불거지는 시점이 뒤로 늦춰진 측면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금융 분야 경제민주화 3법 중 하나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20대 국회에서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한 뒤 21대 국회 개원 즉시 재발의한 바 있다. 이 개정안은 금융회사 최대주주 결격 범위를 금융관련법 위반 뿐만 아니라 특정경제가중처벌법(특경가법)위반까지 넓혀 놨다. 20대 국회 때 개정됐다면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 농단 사건에 따라 징역형을 받으면서 취업 제한 뿐만 아니라 삼성생명의 보유 지분(잠정)에 대한 의결권 제약을 받아야 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0대 국회에선 인터넷은행특별법 등 다른 우선 처리 법안들에 밀려 국회 상임위원회(정무위원회) 차원에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며 “(21대 국회 들어) 정부가 재발의한만큼 입법을 적극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자본시장법 위반이 확정돼도 10%의 의결권은 행사할 수 있겠지만 기관투자자 등 주주들로부터의 압력 때문에 (이 부회장의) 경영 참여가 쉽지 않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삼성이 출자구조에서 삼성생명을 빼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대통령비서실 신현수 민정수석. 연합뉴스

 

청와대에서 물러날 뜻이 완강했던 신현수 민정수석이 22일 업무에 복귀한 것은 더 이상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상 초유의 수석비서관 사의 파동으로 대통령의 리더십과 청와대의 국정 장악력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청와대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강조한 것은 지난 16일부터 불거진 신 수석의 ‘사의파동’이 “일단락됐다”는 점이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께) 거취를 일임했으니 (상황은) 일단락된 것이다. (신 수석의) 사의 표명이 있었고, (대통령이) 반려를 했다” “그 뒤에 (추가로) 진행된 상황이 없는 상태에서 (신 수석이) 거취를 일임했으니 대통령께서 결정할 시간이 남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수석의 업무 복귀는 본인이 마음을 바꿔 돌아온 것이지만, 여전히 사의 수리 여부를 결정하는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는 문 대통령의 재신임 여부에 대해서도 따로 밝히지 않았다.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주무 참모의 갈등이 외부로 노출되고 대통령의 리더십 논란으로까지 번진 사안인 만큼, 대통령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복귀를 수용하고 신임 여부를 밝히는 형식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또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문 대통령의 재가 없이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발표하고 이에 신 수석이 박 장관의 감찰을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했다. 고위 관계자는 “신 수석에게도 직접 확인했는데 ‘감찰을 건의드린 적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박 장관 역시 “구체적인 인사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도 “제 머릿속에는 대통령 인사권을 침해한다는 개념조차 없다. 수사 현안이나 인사와 관련해서 언론 플레이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또한 휴가 중인 신 수석이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협의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검찰 중간간부) 인사위원회가 있을 예정인데 (신 수석이) 휴가 중에 협의를 했고, 이 사안에 대한 검토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패싱’ 논란을 빚었던 검찰 인사가 민정수석과 협의를 거쳐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법무부가 이날 오후 단행한 검찰 중간간부급(차장·부장검사) 인사 역시 문 대통령이 신 수석의 면을 세워주는 방향으로 이뤄졌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번 검찰 인사 과정을 잘 아는 한 검찰 간부는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날 인사위 전까지만 해도 핵심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질지 확신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주말 사이 신 수석이 잔류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이번 검찰 인사의 방향도 함께 정리된 게 아니겠냐”고 짚었다.

하지만 이날 검찰 인사가 무난히 마무리지어졌다고 하더라도, 신 수석이 원했던 ‘법무부와 검찰의 안정적 협력관계’가 복원될지 미지수다. 신 수석은 휴가기간에 “박 장관과 평생 만나지 않을 것이다. 법무부와 검찰의 안정적 협력관계는 시작도 못 해보고 깨졌다”고 강경한 문자를 보낼 만큼 둘 사이는 틀어져 있다. 민정수석실 업무를 잘 아는 한 여권 관계자는 “법무부는 통상적인 업무의 경우엔 법무비서관을 통해 소통하지만, 민감한 부분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이 직접 얘기해야 할 때도 있다. 특히 임기가 1년여 정도 남은 상황에서 주요 정책이나 우선순위 등을 결정할 때 수석과 장관이 잘 소통할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오는 7월 윤 총장이 퇴임하고 나면 후임 총장 인선부터 시작해 검사 인선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이번엔 인사 폭을 소규모로 하고 7월 이후 대규모 인사를 예고한 박 장관과 또다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완 옥기원 이지혜 기자

 

신현수 복귀날 문 대통령 수사청 속도조절 주문사실 장관이 전해

박 법무장관,  ‘수사청’ 추진에 “문 대통령, 수사권 개혁 안착 먼저”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현수 민정수석이 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 등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검찰개혁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뜻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전했다.

검찰개혁에 신중한 입장을 취해온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 복귀와 맞물려 민주당이 6월 내 입법 완료를 공언해온 ‘검찰개혁 시즌2’의 일정과 강도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박 장관은 22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수사청’ 신설 등이 시기상조라는 취지의 문 대통령 입장을 전했다. 이날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수사-기소 분리는 시대적 사명”이라며 “수사-기소 분리 법안에 대한 장관의 입장을 말해달라”고 하자 박 장관이 이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박 장관은 “저는 원칙적으로 (검찰의) 수사, 기소가 분리돼야 하고 검찰은 송치된 사건에 대한 잔여 수사와 기소 여부 판단, 공소유지에 전념하고, 원칙적으로 별도의 조직이나 경찰 등에서 직접 수사를 맡는 게 맞지 않느냐는 판단”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문 대통령이 자신에게 건넨 발언을 소개했다. 박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저에게 주신 말씀은 크게 두가지다. 올해 시행된 수사권 개혁이 안착되고, 두번째로는 범죄수사 대응 능력, 반부패 수사 역량이 후퇴해선 안 된다는 차원의 말씀을 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의 직접수사권만 남긴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안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의 수사-기소’를 분리하는 수사청 신설까지 바로 나아가는 것은 이르다는 말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당내 검찰개혁특위 논의 등을 거쳐 최근 ‘3월 수사청 신설 법안 발의-상반기 관련 법안 통과’라는 결론을 낸 바 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청와대는 신 수석 복귀 이전부터 민주당이 수사청을 급하게 밀어붙여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1월1일부터 검경수사권 조정이 시행됐는데 또다시 수사권에 손대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 수석이 돌아온 날 박 장관이 문 대통령의 ‘말씀’을 밝힌 것은 수사청 입법의 완급을 조절하라는 청와대의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법사위원은 “박 장관과 여러번 얘기를 해봤는데, 문 대통령은 일단 검경수사권 조정이라는 개혁과제를 완수했고 그에 따라 형사사법체계가 많이 변했기 때문에 이걸 제도적으로 안착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 생각을 전제로 “수사청을 꺼내들면 지난 1월부터 시행된 검경수사권 조정이 반쪽짜리 개혁으로 보일 수도 있고, 올해 모든 이슈가 또 검찰개혁 문제로 빨려들게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의 이날 발언은 청와대가 신 수석의 업무 복귀를 전한 뒤 2시간여 지나서 나왔다.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낮 기자들과 만나 “오늘 신 수석이 대통령에게 자신의 거취를 일임하고 최선을 다해 직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 수석은 이날 아침 청와대 고위 참모들이 참석하는 현안회의(티타임)와 오후에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는 등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정 수석은 설명했다. 박 장관이 이날 전한 문 대통령의 뜻은 신 수석의 평소 입장과도 맥이 닿아 있다. 민주당의 한 법사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신 수석이 최근 민주당 법사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당내에서 수사청 설치가 되돌릴 수 없는 대세로 흘러가고 있지만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서영지 기자

 

청와대 곤혹스럽게 한 민정수석의 '월권적 몽니'

  법무장관과 갈등설 흘리고 사퇴의사 표명 휴가

  지인들에 “나는 이미 동력 상실” 문자 메시지
 

지난해 12월31일 오후 서울 청와대에서 신임 신현수 민정수석이 문답을 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의 인사 갈등으로 사의를 밝힌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8일 휴가에 들어간 뒤 ‘이미 나는 동력을 상실했다. 박 장관과는 평생 만나지 않겠다’는 뜻을 지인들에게 전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신 수석은 22일 청와대에 출근해 거취를 밝힐 예정이다. 청와대는 “나흘의 숙고 기간을 거쳤으니 결론을 내렸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신 수석은 휴가 기간 지인들에게 사의 파동과 관련해 자신의 심경과 입장을 담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석줄로 이뤄진 메시지에는 “이미 저는 동력을 상실했습니다. 박 장관과는 평생 만나지 않을 것입니다. 법무부와 검찰의 안정적 협력관계는 시작도 못 해보고 깨졌습니다”라는 세 문장이 적혀 있다. 청와대 업무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뜻이 확고해 보인다. 신 수석과 가까운 한 변호사는 전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평소 성정과 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으로 미뤄 신 수석이 민정수석을 그만둘 것 같다”고 말했다.

메시지의 내용과 어투를 보면, 신 수석은 휴가 기간에 박범계 장관과 만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의 제안이 없었던 것인지, 제안했지만 거절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애초 청와대는 박 장관이 신 수석과 조율하지 않은 검찰 고위 간부 인사안을 발표했고, 여기에 좌절감을 느낀 신 수석이 사의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신 수석의 사의 표명이 박 장관과의 충돌 때문에 빚어진 일이란 것이다. 박 장관도 지난 18일 기자들을 만나 “마음이 아프다. 더욱 긴밀히 소통하겠다”며 신 수석의 휴가 기간에 만날 의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신 수석은 휴가 기간 서울을 떠나 지역에 머무른 것으로 전해진다.

신 수석의 업무 복귀를 기다려온 청와대에선 신 수석의 완강한 태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내일 검찰인사위원회도 있고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은데…”라며 곤혹스러워했다. 동시에 신 수석이 사의를 고집하는 것에 대해 불쾌해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신 수석의 ‘면’을 세워주기 위해 사의 표명 사실을 이례적으로 알리는 등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신 수석이 마음을 돌리지 않는 것은 청와대 참모로서 지켜야 할 선을 넘었다는 것이다.

여권 인사들 역시 공개 비판은 삼가고 있지만,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운 신 수석이 사의 파동으로 검찰 인사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게 만든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짙다. 한 여권 관계자는 “신 수석이 나가면 국정 운영에 지장이 있는 만큼 복귀하는 게 최선”이라면서도 “법에는 검사 인사를 법무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재가한다고 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보좌진인 수석이 별다른 법적 근거 없이 인사의 지분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돌아오길 바라지만 안 돌아오면 어쩔 수 없다. 민정수석이 중도에 그만두는 게 그렇게 큰일은 아니다”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주말 동안 신 수석과 박 장관의 갈등, 검찰 인사 등을 둘러싼 보도가 잇따르자 청와대는 20일 출입기자들에게 두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내 “무리한 추측 보도 자제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한 언론은 이날 박 장관이 문 대통령의 정식 재가 없이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발표했고, 이에 신 수석이 박 장관의 감찰을 요구했으나 문 대통령이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이 보도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브리핑을 내려다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고 보고 대응을 자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청와대는 이날도 신 수석의 업무 복귀를 위해 다양한 채널을 동원해 설득 작업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영지 기자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사설] ‘법무장관 평생 안 보겠다’는 민정수석, 교체가 정도다

 

검사장급 인사를 두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고 사의를 표명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문제를 두고 청와대가 냉가슴을 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표를 여러차례 반려하고, 더불어민주당까지 그의 업무 복귀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지만 신 수석이 21일까지도 물러나겠다는 뜻을 거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부터 휴가를 내고 칩거 중인 신 수석은 최근 지인들에게 “이미 저는 동력을 상실했습니다. 박 장관과는 평생 만나지 않을 것입니다. 법무부와 검찰의 안정적 협력관계는 시작도 못 해보고 깨졌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자신을 만나 ‘검사장급 인사 패싱’ 논란을 해소하고 앞으로 검찰 인사에 대해 충분히 협의하겠다는 박 법무부 장관에 대한 강한 불신과 함께, 민정수석으로서 법무부와 검찰의 중재자 역할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휴가를 마치고 22일 복귀하길 바라는 청와대의 희망과 달리, 수석직을 수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힌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이 인사를 두고 정면으로 충돌하고, 그 내용이 이번처럼 속속들이 공개된 건 전례를 찾기 어렵다. 더욱이 ‘추-윤 갈등’ 봉합을 기대하고 발탁한 장관과 수석의 대립으로 청와대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힘겨루기가 여전하다는 게 확인되고, 문 대통령의 ‘레임덕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등을 앞둔 청와대와 여권은 어떻게든 봉합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검찰 인사는 법무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재가한다. 장관이 민정수석과 협의해온 게 관행이라지만, 이미 대통령이 재가했다고 밝힌 것을 계속 문제 삼는 신 수석의 태도는 옳지 못하다. 민정수석 업무가 검찰 인사 협의만 있는 것도 아니다. 신 수석이 업무에 복귀한다 해도 애초 기대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신 수석의 언급처럼 그는 이미 동력을 상실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대통령이 참모에게 끌려다니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임기가 1년여 남은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더 큰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제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신 수석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을 인선해야 한다. 아울러 청와대는 이번 사태가 발생한 원인을 꼼꼼히 되새기고, 인사 협의 과정 등에 관한 문제점도 철저히 개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