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부정 항의 시위 언론인 체포"…전투기까지 출격시켜

EU "용납못할 사건" 규탄…"여객기, 일부 민스크 남긴 뒤 재이륙"

 

강제착륙시킨 라이언 에어 승객들 짐을 검색하는 벨라루스 보안군

 

지난해 대선 부정으로 인한 정치 혼란이 완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에서 23일(현지시간) 해외에 머물던 반정부 활동가가 전격 체포됐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 야권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 그가 타고 이동 중이던 외국 항공사 소속 여객기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켰다. 이를 위해 벨라루스 전투기까지 동원됐다.

 

타스·인테르팍스·AFP 통신 등에 따르면 벨라루스에서 인기가 높은 야권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넥스타'(NEXTA)의 전(前) 편집장인 라만 프라타세비치(26)가 민스크 공항에서 보안당국에 체포됐다고 넥스타 측이 밝혔다.

프라타세비치는 이날 그리스 아테네-리투아니아 빌뉴스 노선을 운항하던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에어(Ryanair) 소속 여객기를 타고 여행하던 중 기내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로 여객기가 벨라루스 민스크 공항에 비상착륙한 뒤 현지 보안당국에 체포됐다.

 

넥스타 측은 "여객기 점검 결과 폭탄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모든 승객은 보안 검색을 받았다"면서 "프라타셰비치는 체포됐다"고 전했다.

친정부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풀 페르보보'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직접 여객기 비상착륙을 지시했으며, 여객기 호송을 위해 미그(MiG)-29 전투기를 출격시키도록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은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해당 여객기가 즉각 벨라루스를 떠날 수 있도록 할 것을 촉구했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트위터에 이번 일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모든 승객은 (리투아니아) 빌뉴스로의 여행을 계속할 수 있어야 하며 그들의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도 이날 트위터에 "우리는 벨라루스 정부에 모든 승객과 해당 여객기의 안전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라고 경고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 [EPA=연합뉴스]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도 트위터에 "이는 심각하고 위험한 사건"이라면서 "국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프라타세비치가 거주하는 폴란드의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이번 사건을 "국가 테러리즘 행위"라고 비판하며 24일 열리는 EU 회원국 정상회의에서 벨라루스에 대한 즉각적인 제재에 대해 논의할 것을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는 모두 EU와 나토 회원국이다.

 

이날 오후 2시께 민스크 공항에 비상착륙했던 여객기는 저녁 8시50분께 공항을 이륙해 리투아니아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객기에는 리투아니아를 포함해 12개국 승객 약 170명이 탑승하고 있다고 리투아니아 측은 밝혔다.

벨라루스 문화장관을 지낸 야권 인사 파벨 라투슈코는 그러나 승객 가운데 러시아인 4명과 벨라루스인 2명 등 6명은 민스크 공항에서 출발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프라타세비치도 여기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사건과 관련해 벨라루스 민스크 공항 측은 기내 폭발물 설치 정보를 받은 여객기 기장의 결정으로 여객기가 가장 가까운 민스크 공항에 비상착륙했다고 주장했다.

라이언에어 항공사 측은 그러나 벨라루스 관제센터로부터 여객기를 착륙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라투슈코 전 장관도 "민스크 관제센터가 (비상착륙을 요구하며) 여객기를 격추하겠다고 위협했으며, 이를 위해 MiG-29기를 출격시켰다는 정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과 경쟁했다가 대선 후 신변 안전 위협으로 리투아니아로 망명해 있는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도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하기 위해 (벨라루스) 보안기관이 여객기를 납치하는 작전을 편 것이 명백하다"고 비판했다.

 

                    라만 프라타세비치 [리아노보스티=연합뉴스]

 

2019년 말 벨라루스 정부의 탄압을 피해 폴란드로 도피한 프라타세비치는 지난해 벨라루스에서 격렬하게 벌어졌던 대선 부정 항의 시위를 부추기고 반정부 선동을 주도한 혐의로 벨라루스 당국의 '테러활동 가담자' 목록에 올라있다.

대선 부정 항의 시위 당시 야권의 소통 플랫폼으로 이용된 넥스타도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됐다.

 

벨라루스 검찰은 지난해 11월 폴란드 법무부에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해 인도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벨라루스에선 지난해 8월 대선에서 30년 가까이 장기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정권의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 등에 항의하는 야권의 저항 시위가 몇 개월 동안 이어졌다.

 

올해 들어 야권 저항 시위는 상당히 수그러들었으나 완전히 멈추진 않고 있다.

야권은 루카셴코 대통령 사퇴와 새로운 총선 및 대선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지난해 대선 이후 공식 취임한 루카셴코 대통령은 자국 군부와 권력기관의 충성,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고 6기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반대파 잡으려 여객기 착륙시킨 '유럽 최후 독재자' 루카셴코

1994년부터 27년째 집권…비밀경찰 KGB 운영 야권 철저 감시

부정선거로 임기 연장하며 철권통치 이어가…각종 기행도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오른쪽). [AP=연합뉴스]

 

벨라루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76) 대통령이 야권인사를 체포하려고 비행 중 여객기를 강제로 착륙시키면서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면모를 또 드러냈다.

벨라루스에서 인기가 많은 야권 성향 텔레그램 채널 '넥스타'의 전(前) 편집장 라만 프라타세비치(26)가 24일(현지시간) 민스크국제공항에서 체포됐다.

그가 탄 아일랜드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가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 때문에 공항에 비상착륙한 뒤 그가 체포됐는데 비상착륙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벨라루스 초대 대통령으로 1994년부터 27년째 집권 중이다.

서방 언론에서는 그를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부른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옛 소련 국영농장(솝호스) 책임자로 일하다가 소련이 붕괴하기 직전인 1990년 정치에 첫발을 들였다.

그는 이듬해 소련을 해체하고 '독립국가연합'(CIS)을 창설하는 벨로베슈협정에 유일하게 반대한 정치인으로 이름을 알렸고 이후 '반(反)부패'를 내세워 인기를 얻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안데르스 오슬룬드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루카셴코는 처음 벨라루스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만 해도 '별다른 정치적 계획이 없는 포퓰리스트'로 평가됐다.

그가 결선에서 득표율 80%를 기록한 당시 대통령선거도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진 것으로 평가된다.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린 루카셴코 퇴진요구 반정부시위

 

권좌에 오른 루카셴코 대통령은 철권통치를 펼친다.

그의 통치방식은 옛 소련의 권위주의 통치방식을 연상시키며 소련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후신이자 여전히 KGB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비밀경찰을 동원해 야권 인사를 철저히 감시하며 권력을 유지한다고 BBC방송은 설명했다.

경제와 언론에 대한 강력한 통제도 권력을 유지하는 방편으로 꼽힌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루카셴코 대통령의 집권을 연장한 2006년과 2010년 선거를 부정선거라고 낙인찍었다.

2015년 대선 뒤에도 부정선거라는 주장이 나왔으며 작년 대선 역시 부정선거로 규정됐고, 벨라루스 내 대규모 불복시위가 일었다.

부정선거를 이유로 루카셴코 대통령은 미국과 EU의 제재대상에 올라있다.

 

그가 '권력세습'을 노린다는 의혹도 나온다.

지난달 루카셴코 대통령은 대통령 궐위 시 법상 대통령직을 이어받는 총리 대신 국가안보회의가 국정과 관련한 결정을 내리도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아들 빅토르가 NSC 위원이어서 '권력세습' 움직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기행으로도 유명하다.

2013년 거리에서 일제히 손뼉을 치는 항의시위를 금지했는데 당시 벨라루스 경찰이 이를 근거로 손이 하나인 남성을 체포해 논란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사우나와 운동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비과학적인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작년 7월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됐다.

 

오슬룬드 연구원은 루카셴코 대통령의 정치의제가 '시장경제 요소를 극소수만 도입한 소련식 경제체제 복원', '정치적 억압의 점진적 증가', '러시아와 깊은 정치적 관계 형성' 등 크게 3가지 요소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매우 가깝게 지낸다.

서방의 제재를 받는 그로선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가 마지막 남은 '동맹'이자 '구원자'인 셈이다.

양국은 1999년 연합국가 창설조약을 맺은 뒤 국가통합을 추진해왔다.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왼쪽)과 블라디 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연합뉴스]

 

라이언에어 CEO "항공기에 벨라루스 비밀경찰 탑승한 듯"

아일랜드 "항공 해적행위"…영국 "동맹들과 추가 제재 등 조율"

 

벨라루스 당국이 야권 인사 체포를 위해 강제 착륙시킨 항공기에 애초에 비밀경찰이 타고 있었다는 추측이 제기됐다.

아일랜드의 유럽 최대 저가항공사인 라이언에어의 마이클 오리어리 최고경영자(CEO)는 24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뉴스토크 라디오 인터뷰에서 항공기 강제착륙은 "국가가 지원한 항공기 납치"라고 규정했다.

오리어리 CEO는 또 "당국의 의도는 기자와 그의 일행을 내리게 하려는 것으로 보이며 벨라루스 KGB 요원들이 항공기에 타고 있다가 공항에서 같이 내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 공항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23일 해외에 머물던 야권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 그가 타고 이동 중이던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를 전투기까지 동원해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켰다.

 

벨라루스에서 인기가 높은 야권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넥스타'(NEXTA)의 전(前) 편집장인 라만 프라타세비치(26)는 이날 그리스 아테네-리투아니아 빌뉴스 노선을 운항하던 이 여객기를 타고 가던 중 기내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로 여객기가 벨라루스 민스크 공항에 비상 착륙한 뒤 현지 보안당국에 체포됐다.

오리어리의 발언은 민스크 공항에서 다른 승객 4명도 내렸다는 보도를 처음으로 공식 확인한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 보도로 프라타세비치가 보안요원들에게 미행당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오리어리는 유럽 항공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처음으로 안다고 말했다.

프라타세비치와 함께 러시아 국적으로 리투아니아에서 대학을 다니는 소피아 사페가(23)도 함께 비행기에서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벨라루스 정부는 그가 지난해 대규모 루카셴코 대통령 반대 시위를 선동했다고 비난해왔다.

빌뉴스의 대학은 학생인 사페가도 구속됐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프라타세비치의 친구는 BBC 라디오에 "우연일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프라타세비치가 아테네를 떠나기 전에 공항에서 미행당하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고 전하면서 "그의 여자친구도 함께 체포됐는데 그녀는 러시아 국적이다"라고 말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벨라루스를 비난하면서 유럽연합(EU)에 강경대응을 촉구했다.

사이먼 코베니 아일랜드 외무장관은 RTE 방송에 "이는 항공 해적행위라고밖에 부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일랜드 항공사에 폴란드에 등록된 항공기이며 EU 국가를 오가던 중이었다"며 "EU가 매우 명확한 반응을 하지 않으면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성명에서 프라타세비치 즉각 석방을 촉구하며 벨라루스 추가 제재 등을 포함해 동맹들과 대응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라브 장관은 또 루카셴코 정권이 민간 항공사 안전을 보장하는 국제 규범을 무시한 것과 관련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긴급 회동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EU, 벨라루스 대사 초치…여객기 강제착륙 규탄

영 · 독 · 이탈리아도 대사 초치…국제법 위반 규탄

 

 

유럽연합(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대외관계청(EEAS)은 24일(현지시간) 벨라루스 당국이 전날 야권 인사 체포를 위해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에어(Ryanair) 소속 여객기를 강제로 착륙시킨 것을 규탄하기 위해 EU 주재 벨라루스 대사를 초치했다고 밝혔다.

스테파노 사니노 EEAS 사무총장은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의 요청에 따라 알렉산드르 미흐네비치 EU 주재 벨라루스 대사를 초치했다.

 

EEAS는 이는 "민간 항공기를 강제로 민스크에 비상 착륙하게 하고 벨라루스의 독립적 언론인이자 활동가인 라만 프라타세비치를 구금한 벨라루스 당국의 용납할 수 없는 조치를 규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EAS는 미흐네비치 대사에게 "EU 주요 기구와 회원국들이 승객과 승무원의 안전을 위태롭게 한 벨라루스 당국의 강제적인 행위를 단호하게 규탄한다"는 점을 전하고 프라타세비치를 즉시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라만 프라타세비치 체포장면

 

이날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도 각각 벨라루스 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규탄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벨라루스의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을 규탄하면서 이 사건이 부끄러우면서도 명백하게 국제법을 위반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추가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를 강제착륙시킨 데 대한 벨라루스 정부의 설명은 터무니없고 신뢰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여객기내와 착륙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외무부도 프라타세비치를 납치한 것은 국제 항공운항규정을 심각히 위배한 받아들일 수 없는 행위라면서 벨라루스는 이에 대한 해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대선 부정으로 인한 정치 혼란이 완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23일 야권 인사 프라타세비치가 타고 있던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를 전투기까지 동원해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켰다.

프라타세비치는 해당 여객기가 착륙한 직후 현지 보안당국에 체포됐다.

 

해당 여객기가 소속된 라이언에어는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의 기업으로, 역시 EU 회원국인 그리스 아테네에서 출발해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향하던 중이었다.

사건 직후 EU와 회원국들은 강력히 반발하며 규탄했다. 이날 열리는 EU 회원국 정상회의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벨라루스 제재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EU 회원국 정상들 임시회의…벨라루스 제재 등 논의

 

지난해 12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회의장 모습. [AP=연합뉴스]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들이 24∼2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임시 회의를 열고 벨라루스 제재와 러시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로이터, AFP 통신에 따르면 EU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저녁 열리는 회의에서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23일 야권 인사 라만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하기 위해 그가 타고 있던 그리스 아테네발 리투아니아 빌뉴스행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를 전투기까지 동원해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켰다.

라이언에어는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의 기업이며, 해당 여객기의 출발지, 도착지는 EU 회원국 수도로, 사건 직후 EU와 회원국들은 강력히 반발하며 규탄했다.

 

리투아니아와 프랑스는 국제 항공편의 벨라루스 영공 운항을 막고 벨라루스발 항공기가 EU 공항에 착륙하는 것을 중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개인에 대한 제재를 넘어서는 조치를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벨라루스와 EU 회원국 간 육상 교통까지 중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 프랑스 외교 소식통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제소 가능성을 언급했다.

 

EU는 이미 지난해 벨라루스 대통령 선거 후 부정 선거를 주장하며 루카셴코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 탄압을 이유로 루카셴코 대통령을 포함해 벨라루스 인사 88명을 제재 대상에 올린 바 있다.

EU 회원국 정상들은 이밖에 이번 회의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는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고 새 변이들이 확산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여름을 앞두고 회원국들이 조율된 대응을 계속할 것을 강조할 예정이다.

이들은 러시아, 영국 등 대외 관계, 6월 중순 예정된 EU-미국 정상회의 준비, 기후변화, 중동 문제 등도 논의한다.

 

벨라루스 "하마스가 폭파 위협해 여객기 비상착륙시켜" 해명 

"하마스, 이스라엘 지지 중단 요구하며 아일랜드 여객기 폭파 협박"

 

벨라루스 당국이 24일(현지시간) 전날 발생한 아일랜드 항공사 여객기 강제착륙 사건과 관련,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테러 위협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해명은 벨라루스 당국이 이 여객기에 탑승했던 자국 야권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 전투기까지 동원해 항공기를 민스크 공항에 비상착륙시켰다는 국제적 비난 여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벨라루스 교통부 항공국 국장 아르티옴은 이날 브리핑에서 강제 착륙 사건에 앞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로부터 아일랜드 라이언에어(Ryanair) 여객기를 폭파하겠다는 협박 서한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스크 공항 메일로 영어로 된 (경고) 서한이 들어왔다"면서 서한 내용을 소개했다.

아르티옴이 공개한 서한에는 '우리 하마스 전사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격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유럽연합(EU)이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일을 그만둘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어 "(5월 중순 그리스에서 열린) 델피 경제 포럼(Delphi Economic Forum) 참석자들이 (라이언에어) FR4978 편으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이 여객기에 폭탄이 설치돼 있으며 만일 우리의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폭탄이 23일 (리투아니아) 빌뉴스 상공에서 터질 것"이라는 협박이 담겼다.

 

아르티옴은 벨라루스 민스크 공항 관제센터가 여객기 승객들에게 압박을 주지 않으면서 국제의무에 따라 여객기를 비상 착륙시키는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전날 벨라루스 당국은 그리스 아테네-리투아니아 빌뉴스 노선을 운항하던 아일랜드 라이언에어 여객기를 자국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착륙시켰다. 이를 위해 자국 공군 전투기까지 이륙시켜 여객기를 호송했다.

 

그리스, 리투아니아, 아일랜드 등은 모두 EU 회원국이다.

벨라루스 측은 줄곧 이 여객기에 대한 테러 위협이 접수돼 비상착륙시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 해당 여객기에 탑승했던 폴란드 망명 벨라루스 야권 인사가 민스크 공항에서 체포되면서 벨라루스 당국이 그를 구금하기 위해 여객기를 납치했다는 국제적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독일 루프트한자 여객기, 테러 위협으로 벨라루스 출발 지연"

 벨라루스 당국 외국 여객기 강제착륙 사건 여파인 듯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운항할 예정이던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사 소속 여객기가 24일(현지시간) 테러 위협으로 출발이 지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테르팍스·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민스크 국제공항 공보실은 앞서 이날 "공항 이메일로 민스크-프랑크푸르트 노선 루프트한자 LH1487편 여객기에 테러를 가하겠다는 신원미상자의 통보가 접수됐다"면서 "(이 여객기의) 이륙이 오후 2시 20분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승객 탑승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공항 측은 "벨라루스의 항공안전 규정에 따르면 이런 경우 승객과 승무원, 항공기 안전 확보를 위해 공항 보안당국이 철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이와 관련 현재 항공기와 모든 운송물에 대한 재검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승객들도 재차 보안검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루프트한자 항공사 측도 이날 벨라루스 당국의 경고를 받은 뒤 민스크-프랑크푸르트 노선 항공기의 출발을 중단했다면서 "현지 보안당국의 지시에 따라 항공기 재수색과 승객에 대한 보안검색을 다시 실시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검색 결과 테러 위협은 허위로 드러났다.

 

공항 공보실은 뒤이어 "승객과 화물, 항공기에 대한 검색이 완료됐으며 테러 위협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추가 보안검색을 마친 여객기는 프랑크푸르트로 출발했다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전했다.

이날 루프트한자 여객기 운항 차질은 전날 벨라루스 당국이 자국 야권 인사 체포를 위해 리투아니아로 비행 중이던 아일랜드 라이언에어(Ryanair) 소속 여객기를 전투기까지 동원해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킨 사건으로 국제 비난 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가운데 벌어졌다.

루프트한자 여객기에 대한 테러 위협과 운항 차질도 전날 여객기 강제 착륙 사건의 여파로 보인다. 연합뉴스

야당 의원 질의에 '역사 왜곡' 답변서 각의 결정해 논란

NGO "정부 계획의한 강제연행·노동 부정하는 것"…철회 촉구

 

일본 정부가 지난달 27일 각의 결정을 거쳐 오시마 다다모리(大島理森) 중의원 의장에게 제출한 답변서에 일제 강점기에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동원된 이들과 관련해 "'모집', '관(官) 알선' 및 '징용'에 의한 노무에 관해서는 어느 것도 동(同) 조약(강제노동에 관한 조약을 의미함)상의 '강제노동'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이것들을 '강제노동'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붉은 옆줄)고 기재돼 있다.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 모집, 관(官) 알선, 징용 등으로 한반도 출신 노무자를 노역시킨 것이 모두 강제 동원이라고 24년 전에 인정한 것으로 24일 파악됐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최근 야당 의원의 질의에 이와 어긋나는 내용의 답변서를 각의 결정했으며 이는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가 일본 국회 회의록을 확인해보니 1997년 3월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쓰지무라 데쓰오(辻村哲夫) 당시 문부과학성 중등교육국장은 일제 강점기 조선인 노무 동원에 관해 "모집, 관 알선, 징용 등 저마다 형식은 달랐더라도 모두 국가의 동원 계획에 의해 강제적으로 동원했다는 점에서는 틀림없다"고 말한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

 

그는 고야마 다카오(小山孝雄) 당시 자민당 의원이 일본 정부가 징용이라는 형식으로 노무 동원을 시작하기 전인 1939년에 찍은 사진을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 싣고 '강제연행'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질의하자 일본 역사 사전 등에 실린 설명을 소개하며 이같이 답했다.

당시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후생노동성 당국자는 모집은 1939년 9월, 관 알선은 1942년 3월, 징용은 1944년 3월에 각각 개시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일제가 한반도 출신 노무자를 동원한 방식에 관해 소개했다.

 

고야마는 이런 설명에 의지해 사진이 촬영된 시점이 1939년이므로 노무자를 '모집'한 것이며 이를 '강제연행'이라고 표현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쓰지무라는 국가적인 동원 계획을 토대로 노무 동원이 이뤄졌다며 "모집이라는 단계에 있어서도 결코 정말 임의의 응모라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동원 계획을 토대로 해서 동원한다는 것으로 자유·임의는 아니었다는 평가가 학설 등에서 일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제 연행 중에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모집 단계도 포함해 이를 평가한다는 것이 학계에 널리 퍼져 있다"며 동원 방식을 구분해 강제성을 부정하려는 시도와 사실상 선을 긋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인 미쓰비시 해저 탄광이 있던 일본 나가사키(長崎)현 소재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

 

교과서 검정 등을 담당하는 일본 정부 당국자가 징용뿐만 아니라 모집이나 관 알선도 형식만 다를 뿐 사실상 강제 동원이며 당사자들이 자유 의지에 따라 응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평가라고 명확하게 답변한 셈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최근 이런 답변을 뒤집은 정부 견해를 각의 결정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은 "한반도에서 내지(內地·일본을 의미)로의 이입(移入·옮겨 들어옴) 경위에 여러 가지이며 이런 사람들에 관해 '강제연행됐다' 혹은 '강제적으로 연행됐다' 또는 '연행됐다'고 하나로 묶어서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난달 27일 결정한 답변서에서 밝혔다.

 

이는 바바 노부유키(馬場伸幸) 일본유신회 중의원 의원이 일제 강점기에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온 노무자 가운데는 자신의 의지로 일본에 오기로 한 이들도 있고 모집, 관 알선, 징용 등 여러 방식이 있음에도 이를 일괄해 강제 연행됐다고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의한 것에 대한 답변이다.

일본 정부는 24년 전에는 형식이 달랐더라도 실제로는 강제 동원으로 봐야 한다고 답해놓고 바바 의원의 질의를 계기로 이를 사실상 뒤집은 셈이다.

 

일본 시민단체 '강제 동원 문제 해결과 과거 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은 이번 답변이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그간 학회의 성과에 의거해 온 정부의 인식을 변경했다. 그것은 정부의 동원 계획에 의해서 조선인의 강제적인 연행·노동이 행해진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24일 성명을 발표했다.

또 국제노동기구(ILO)가 1999년 3월 보고서에서 일제 강점기 조선인 노무 동원이 강제 노동이라는 점을 인정한 바 있다며 스가 내각이 답변서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쿠데타 넉달만에 변호인들 첫 접견…"어디서 지내는지조차 정확히 몰라"

군부 민주진영 정당 NLD 강제해산 방침 "국민 있는 한 존재할 것" 비판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군부에 의해 가택연금 중인 아웅산 수치(75) 국가고문이 쿠데타 이후 벌어진 유혈 상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신이 현재 가택연금 장소가 정확히 어디인지도 모를 정도로 철저한 '정보 통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매체와 외신 등에 따르면 수치 고문은 쿠데타 113일째인 24일 처음으로 가택연금에서 벗어나 수도 네피도의 특별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군부가 수치에게 뒤집어씌운 각종 범죄 혐의와 관련한 재판을 위해서다.

군부는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수치 고문과 윈 민 대통령 등을 가택 연금했다.

 

수치 고문은 이후 불법 수입한 무전기를 소지·사용한 혐의(수출입법 위반)를 비롯해 지난해 11월 총선 과정에서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어긴 혐의(자연재해관리법 위반) 등 여러 건의 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수치 고문은 이날 공판에 앞서 변호인단과 약 30분간 접견했다.

공판은 그동안 화상으로만 진행돼 수치 고문이 가택연금 이후 변호인단과 직접 만난 것도 이날이 처음이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변호인단이 접견 후 언론과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변호인단을 이끄는 킨 마웅 조는 접견 후 언론과 만나 수치 고문이 건강해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치 고문은 현재 자신이 정확히 어디에 가택연금 돼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변호인단은 또 수치 고문이 '먹고 자는 것' 외에는 외부 세계와 완전히 차단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dpa 통신은 변호인단이 "수치 고문은 지금 미얀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수치 고문은 또 접견 과정에서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은 국민을 위해 창당됐기 때문에 국민이 있는 한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변호인단은 전했다.

이는 지난 21일 군사정권 연방선관위가 작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면서, 총선에서 압승한 NLD에 대한 강제 해산 입장을 밝힌 데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NLD는 1988년 미얀마 민주화 운동 당시 수치 고문이 야당 인사들과 창당했으며, 이후 각종 선거에서 압승을 거둬 군부에는 '눈엣가시'다.

 

한편 AFP 통신은 공판이 진행된 특별법정 인근에는 경찰 트럭들이 길목을 막아서는 등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고 보도했다.

변호인들은 수치 고문과 접견장에 군부 측에서 배석하지는 않았지만,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었다고 전했다.

변호인단 일원인 민 민 소는 수치 고문이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는 항상 머리에 꽃을 꽂았었지만, 이날은 그렇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음 공판은 내달 7일로 예정됐다.

앞서 쿠데타를 일으킨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지난 22일 공개된 홍콩 봉황TV와의 인터뷰에서 "수치 고문이 집에서 건강하게 지내고 있으며 수일 내로 재판에 출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켑카 등 경쟁자들 자멸에 축배..."믿기지 않아, 실감 안나"

 

    응원하는 관중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미컬슨.[AP=연합뉴스]

 

필 미컬슨(미국)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미컬슨은 23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인근의 키아와 아일랜드 골프리조트 오션코스(파72)에서 열린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총상금 1천20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를 쳐 4라운드 합계 6언더파 282타로 우승했다.

 

1970년 6월생으로 만 50세 11개월인 미컬슨은 53년 묵은 메이저대회 최고령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메이저대회 최고령 우승 기록은 1968년 PGA챔피언십에서 줄리어스 보로스(미국)가 세운 48세 4개월이었다.

50세가 넘어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는 미컬슨이 처음이다.

메이저대회가 아닌 일반 PGA 투어에서도 미컬슨은 50세가 넘어서 우승한 7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미컬슨은 2019년 AT&T 페블비치 프로암 우승 이후 멈췄던 우승 시계를 2년 3개월 만에 다시 돌렸다.

통산 우승 횟수도 45승으로 늘렸다.

현역 선수로는 82승의 타이거 우즈(미국) 다음이다. 역대 8위에 해당한다.

메이저대회 우승은 무려 8년 만이다.

2013년 7월 디오픈 제패 이후 7년 10개월 동안 메이저대회에서 준우승만 두 번 했던 그는 2016년 디오픈 2위 이후 16차례 메이저대회에서 한 번도 20위 이내에 진입하지 못한 부진을 씻었다.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도 6개로 늘어났다.

PGA챔피언십은 2005년에 이어 두 번째 우승이다. 그는 마스터스에서 3차례, 디오픈에서 한번 우승했다.

우승 상금 216만달러(약 24억원)라는 어마어마한 우승 상금보다 더 반가운 건 US오픈 출전권이다.

이 대회에 앞서 세계랭킹 115위였던 미컬슨은 자력으로 US오픈 출전이 어렵다고 보고 특별 초청을 받아들였지만, 이번 우승으로 자동으로 출전권을 확보했다.

US오픈은 다른 메이저대회 우승자에게 5년 동안 출전을 보장한다.

US오픈은 미컬슨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려면 한 번은 꼭 우승해야 하는 대회다.

 

미컬슨은 세계랭킹도 32위로 올라, 다시 50위 이내로 복귀했다. 2019년 11월에 26년 동안 머물렀던 세계랭킹 50위 이내에서 밖으로 밀린 지 2년 만이다.

미컬슨은 "믿어지지 않는다.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막상 우승하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 "다른 (노장) 선수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 체력과 경기력을 유지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던 결과"라고 말했다.

 

1타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서 나선 미컬슨은 강한 바람과 험난한 코스 세팅에 고전했다.

7번 홀까지 버디 3개에 보기 3개를 곁들여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브룩스 켑카(미국)를 비롯한 경쟁자들이 뒷걸음친 덕을 봤다.

1번 홀(파4) 버디로 기세를 올렸던 켑카는 2번 홀(파5) 더블보기, 7번 홀(파5) 보기 등 파 5홀에서만 3타를 잃었다.

2타차 3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은 10번 홀(파4) 보기, 13번 홀(파4) 트리플보기로 제풀에 주저앉았다.

 

미컬슨은 10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내면서 5타차 선두를 질주했다.

13번(파4), 14번 홀(파3) 연속 보기로 한때 2위 그룹과 격차가 2타로 좁아져 쫓겼지만, 16번 홀(파5) 탭인 버디로 다시 3타차 여유를 되찾았다.

17번 홀(파3)에서 위기를 맞았다.

티샷한 볼이 깊은 러프에 박혔다. 미컬슨은 욕심내지 않고 그린에 볼을 올린 뒤 보기로 홀아웃했다.

2타 앞선 채 마지막 18번 홀(파4) 공략에 나선 미컬슨은 두 번째 샷으로 그린에 볼을 올린 뒤 두 번의 퍼트로 우승을 확정했다.

 

메이저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자주 했던 치명적인 실수가 이날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많은 관중을 입장시킨 이 날 18번 홀 그린 주변은 천 명이 넘는 관중이 몰려 고함을 지르고 미컬슨을 응원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그린을 에워싼 관중에 막힌 챔피언조 동반자 켑카는 경호원들이 길을 뚫어준 뒤에야 그린에 오를 수 있었다.

미컬슨은 관중들에게 미소와 함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응원에 답례했다.

캐디를 맡은 동생 팀과 포옹을 나눈 미컬슨은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 싶다. 곧 갈게. 사랑해"라고 말했다.

그린 밖에서 기다리다 축하 인사를 건넨 대학 후배 욘 람(스페인)은 "그는 정말 오래도록 살아남았다. 여전히 함께 연습하고 경쟁하는 그를 존경한다"고 밝혔다.

교통사고를 당한 뒤 재활 중인 우즈도 SNS에 축하 인사를 올렸다.

 

2타를 잃은 켑카와 1오버파로 잘 버틴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이 2타차 공동 2위(4언더파 282타)에 올랐다.

50세의 노장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이 이날 3언더파 69타를 쳐 공동 4위(2언더파 286타)에 이름을 올리는 활약을 펼쳤다.

 

1오버파 73타를 친 임성재(23)는 공동 17위(이븐파 288타)에 머물렀다. 임성재는 1타가 모자라 톱10에 진입하지 못했다.

일본에서 뛰는 미국 교포 김찬(31)은 5언더파 67타의 맹타를 휘둘러 공동 23위(1오버파 289타)로 순위를 끌어 올렸다.

안병훈(30)도 4타를 줄여 공동 49위(5오버파 293타)로 상승했다.

기대를 모았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이날도 타수를 줄이지 못해 안병훈과 같은 공동 49위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