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직 직위해제 사흘 만에 중앙당기위 제명결정

 

사퇴한 김종철 정의당 대표.

  

정의당은 28일 같은 당 소속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김종철 전 대표의 제명을 결정했다.

정의당 중앙당기위(징계위)는 이날 1차 회의를 마친 뒤 결정 공고를 통해 김 전 대표에 대한 제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의 당적을 박탈하는 것으로, 최고 수위 징계조치라고 정의당은 설명했다. 앞서 정의당은 지난 25일 김 전 대표의 장 의원 성추행 사실을 알리고, 김 전 대표를 대표직에서 직위해제한 바 있다.

당기위는 결정문에서 이 사건 행위는 성폭력에 해당한다고의성이 있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행위 양태에 있어 처벌의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의 대표라는 피제소인의 지위로 볼 때 피제소인에게는 특히 엄격한 윤리성이 요구되는 점, 당헌·당규를 준수해야 할 의무가 상당히 중대한 점, 일반 당원보다 사적·공적 언행의 사회적 영향력이 지대한 점,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자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현저히 해태한 점이 인정된다무거운 징계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정의당 관계자는 당기위 결정은 지도부가 엎을 수도, 토를 달 수도 없다. 최종 결정이다라고 설명했다. 당헌·당규에 따라 3년을 지나간 뒤 복당 신청을 할 수 있고, 복당과 관련한 승인은 의결기관인 전국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김 전 대표는 당기위 결정 뒤 문자메시지를 통해 당의 결정을 무겁고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당대표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져버린 저에 대한 준엄한 징계라고 생각합니다. 피해자와 정의당에 다시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피해자가 하루 속히 일상을 회복하고, 저로 인한 정의당의 혼란이 조금이나마 회복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정의당은 25일 김 전 대표가 지난 15일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했다고 밝혔다. 정의당 대표단은 김종철 전 대표를 대표직에서 직위해제하고 당기위에 제소했다. 이튿날 정의당은 사건 수습을 위해 의원단과 대표단으로 구성된 비상대책회의를 설치했다. 비상대책회의는 차기 대표 선출 전까지 운영된다. 공동대표는 강은미 원내대표와 김윤기 당대표 직무대행이 맡았다.

이와 별도로 정의당은 4·7 재보궐선거 공천을 두고도 숙고를 거듭하고 있다. 전날 열린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는 무공천 여론이 다소 우세한 것으로 전해진다. 배복주 부대표는 28일 오전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선거가 젠더 선거이고 미투 선거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런 상황에서 대표의 성추행 사안으로 인해 지금 우리 당도 고민이 깊다. 공천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는 게 제 입장이라고 밝혔다. 배진교 의원이 총괄하는 4·7 재보궐 티에프(TF)는 이날 권수정 서울시장 후보자, 김영진 부산시장 후보자와 면담해 의견을 들었다. 공천 여부는 30일 전국위원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원철 기자

  

대표 성추행에 백척간두 정의당...재창당 수준 쇄신론 힘 받나

성 평등 주장 빛바래.. 4월 보궐선거 후보내지 말자 당내여론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대표직을 사퇴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당대표실에서 부대표단이 모여 비공개 대표단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이 창당 9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당대표가 성추행이란 충격적 비위로 직을 박탈당하면서 정의당은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4월 보궐선거는커녕 당의 존립부터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당내에선 지도부 총사퇴 뒤 재창당 수준의 개혁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국민께 치명적 상처말 못 이은 부대표

25일 오전 10시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 부대표가 침통한 표정으로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취재진 앞에 선 배 부대표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라고 입을 떼면서부터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비위 사실을 공개했다. 배 부대표는 성평등 실현을 위해 앞장서 왔던 정의당 대표에 의해 자행된 성추행 사건이다. 정의당을 아끼고 사랑해주는 당원 여러분, 국민 여러분께 치명적 상처가 됐다는 대목에 이르러선 손을 떨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른 아침 긴급 소집된 대표단 회의 직전까지도 배 부대표와 김 대표, 장혜영 의원 외에는 당내 누구도 관련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지도부는 회의에 와서야 성추행 사건을 전해 듣고 망연자실해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의당은 오전 시도당연석회의, 지역위원장 연석회의를 통해 사안을 공유했다. 오후 열릴 예정이던 대표단 회의는 취소됐다. 이날 정의당 지도부는 대변인단 일부를 제외하고는 언론과 접촉을 피했다. 김 전 대표도 종일 휴대전화를 꺼놓았다.

수도권의 한 지역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착잡한 마음이다. 많은 당원이 실망스러워하고 힘들어하고 있다. 어떻게 당을 추슬러야 할지를 두고 다양한 의견들이 나온다고 했다. 한 정의당원은 당분간은 많은 것이 힘들 것 같다. 우선 이번 일에 집중해서 젠더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는 시간을 가져야할 것 같다고 했다.

보선 후보 내지 말자커지는 무공천론

직위해제된 김종철 전 대표는 정의당이 4월 총선 패배 뒤 내세운 세대교체의 상징으로, ‘포스트 노(회찬(상정)’ 체제를 이끌 리더로 주목받았다. 정의당이 이번 사건으로 입은 내상은 상상 이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지난 총선 실패로 큰 위기에 빠진 정의당이 세대교체로 위기를 타파해보려고 했는데 공교롭게도 세대교체의 상징적인 인물이 가해자가 되었다라며 어려운 상황에서 조금씩이나마 해보려던 상황이었는데 이런 노력이 와르르 무너졌다. 대중의 신뢰를 다시 얻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폭력 근절이 김종철 지도부의 핵심 의제였던 만큼 후폭풍을 가늠하기 어렵다.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부터 후보를 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들의 성범죄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 민주당이 후보 공천을 하는 것을 줄곧 비판해왔다. 수도권 한 지역위원장은 “4월 선거 출마 명분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과연 선거를 치를 수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정의당원은 “‘당 대표가 성추행한 당이 표 달라고 나왔느냐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스스로를 심판하겠다며 후보를 내지 않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정의당은 지난 22일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 후보 등록을 마감했다. 서울시장 후보에는 권수정 서울시 의원이, 부산시장 후보는 김영진 부산시당 위원장이 신청했다. 이들을 상대로 찬반 투표를 벌여 최종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지도부 총사퇴비대위 구성수습책 거론

차기 지도부 구성 방안을 두고도 여러 논의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관계자는 차기 대표는 누가 맡아야 할지 감이 안 온다. 심상정 전 대표가 다시 맡기도 어렵고, 장혜영 의원은 피해자라서 바로 나서기가 어려울 것 같고, 답이 없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직무대행 관할로 대표 보궐선거를 치르거나, 현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일각에선 보궐선거로 새 지도부를 뽑는 정도로는 수습이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다. 지도부 총사퇴와 비대위 구성을 통해 당이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원철 정환봉 기자

            

김종철 정의당 대표, 소속의원 성추행으로 전격 사퇴

지난 15일 장혜영 의원 면담 뒤...장 의원이 문제제기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당 소속 국회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25일 당 대표직에서 직위해제 됐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을 맡고 있는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매우 부끄럽고 참담한 소식 알려드리게 됐다.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라며 지난 115일 저녁 여의도에서 장혜영 의원과 당무 상 면담을 위해 식사자리를 가졌다. 면담은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면담 종료 후 나오는 길에 김 대표가 장 의원에게 성추행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모든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이날 정의당 대표단은 김 대표의 직위해제를 결정했다. 배 부대표는 피해자 요청을 받은 118일부터 일주일 동안 이 사건을 비공개 조사했고 오늘 열린 대표단 회의에 최초 보고했다다른 누구도 아닌 당 대표의 추행사건이라는 심각성에 비춰 무겁고 엄중한 논의가 진행됐고 신속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당 징계절차인 중앙당기위원회에 제소됐고 당규에 따라 직위해제 됐다.

정의당은 법적 절차는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 부대표는 이 사건은 다툼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성추행 사건이다. 가해자인 김 대표 또한 모든 사실을 인정했다면서도 피해자 의사에 따라 형사 고소하지 않고 당 차원의 공동체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배 부대표는 엄격한 처리를 약속했다. 배 부대표는 피해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고 일상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하겠다가해자는 무관용 원칙으로 당이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위로 엄중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배 부대표는 또 향후에 피해자 책임론, 가해자 동정론 같은 2차 피해 발생하지 않도록 발생 시 그 누구라도 엄격하게 책임 묻고 징계하겠다고 말했다.

         

 정의당, 성추행 피해자 공개 장혜영 의원 본인이 결정했다

피해자 의사에 따라 고소 않하기로” “출당 여부 당기위 결정

 

정의당 배복주 부대표(왼쪽)와 정호진 수석대변인이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으로 인한 사퇴에 대해 설명하며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 부대표는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김종철 당대표의 성추행 사건을 알리며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판단해 직위해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피해자인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이름을 공개한 데 대해선 장 의원이 결정했고 그 결정을 존중해서 밝혔다고 말했다. 다음은 기자회견 뒤 이어진 배 부대표와의 일문일답.

형사 고소는 진행하나?

피해자 의사에 따라 형사 고소는 하지 않고 당 차원에서 공동체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

김종철 대표 사퇴했다고 보도가 나오는데 직위해제와 어떻게 다른가?

사퇴 의사를 먼저 밝혔다. 그럼에도 대표단 회의는 사안의 심각성을 엄중하게 판단해 사퇴와 무관하게 징계위 제소를 했고 직위해제가 결정됐다.”

탈당 조치까지 검토하나?

당기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이는 대표단의 결정 사안이 아니다. 당기위가 결정하는 처분을 따라야 한다.”

향후 수습은 어떻게 할 예정인가?

저희는 어떤 상황을 예상하기보다 현재 이 사건을 원칙적이고 단호하게 해결하는 게 우선적이다. 당원과 국민 여러분의 실망에 대해선, 저희가 단호하고 적극적이고 당 차원의 최고 높은 수준의 결정을 하면서 변화하고 혁신하는 모습으로 노력을 하겠다.”

피해자의 실명을 공개한 이유는?

피해자 의사를 존중했다. 장혜영 의원이 결정했고 그 결정을 존중해서 밝혔다.”

가해자의 개인적인 사과가 이뤄졌나?

바로 이뤄졌고 본인의 잘못을 충분히 인정하고 사과하고 책임을 지겠다고 명백하게 말했다. 피해자에게 정확하게 전달이 됐다.”

음주 상태였나?

“(잠시 침묵) 그 상황에 대해서는 피해자나 가해자나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을 제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그 부분은 말씀드리기 어렵다.”

장 의원 외에 다른 피해자 있나?

현재 추가 피해자는 없다.”

김종철 대표는 사건 발생 현장에서 곧바로 사과했나? 문제 제기가 이뤄진 뒤 사과했나?

거의 동시적으로 진행됐다고 말씀드리겠다.”

 

김종철 성추행 사죄피해자 신뢰를 배신으로 갚아

 

성추행 사건으로 직위해제된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가 명백한 성추행 가해를 저질렀다“(스스로에 대한) 엄중한 징계를 요청한다는 입장을 25일 밝혔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입장문에서 “(15일 저녁 식사 이후) 피해자가 전혀 원치 않고 전혀 동의도 없는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행함으로써 명백한 성추행의 가해를 저질렀다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위였고 피해자는 큰 상처를 받았다고 가해 사실을 인정했다. 이어 성희롱, 성폭력을 추방하겠다고 다짐하는 정당의 대표로서 저의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며 정의당 대표단 및 당기위원회에 저에 대한 엄중한 징계를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또 피해자는 평소 저에 대한 정치적 신뢰를 계속해서 보여주셨는데 저는 그 신뢰를 배반하고 신뢰를 배신으로 갚았다. 정의당과 당원, 국민 여러분께도 씻지 못할 충격을 드렸다.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어떠한 책임을 진다 해도 제 가해행위는 씻기가 힘들다. 향후 제 행위를 성찰하고 저열했던 저의 성인식을 바꿔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 피해자는 물론, 정의당에 애정을 가져주셨던 수많은 분들께 거듭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장혜영 왜 그럴듯한 남성조차 여성 존중에 실패하는가

 

장혜영 정의당 의원.

 

김종철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피해자로 밝혀진 장혜영 의원은 누구든 동료 시민을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데 실패하는 순간 성폭력 가해자가 될 수 있다그럴듯한 삶을 살아가는 남성들조차 왜 번번이 눈앞의 여성을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것에 이토록 처참히 실패하는지 반드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성추행 사건으로 김 대표의 직위해제 소식이 알려진 25일 오전 장 의원은 입장문을 내어 제가 이번 사건의 피해자임을 밝힌다함께 젠더폭력근절을 외쳐왔던 정치적 동지이자 마음 깊이 신뢰하던 당 대표로부터 평등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당하는 충격과 고통은 실로 컸다고 털어놨다.

장 의원은 설령 가해자가 당 대표라 할지라도, 아니 오히려 당 대표이기에 더더욱 정의당이 단호한 무관용의 태도로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며 사건 공론화의 배경을 밝혔다. 장 의원은 피해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저에게 닥쳐올 부당한 2차 가해가 참으로 두렵다면서도 만일 피해자인 저와 국회의원인 저를 분리해 영원히 피해 사실을 감추고 살아간다면, 저는 거꾸로 이 사건에 영원히 갇혀버릴 것이라고 밝혔다.

장 의원은 피해자다움가해자다움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장 의원은 피해자의 정해진 모습은 없다저는 사건 발생 당시부터 지금까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속으로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고, 토론회에 참석하고, 회의를 주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장 의원은 성폭력을 저지르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장 의원은 누구라도 동료 시민을 동등하게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데 실패하는 순간, 성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 그가 아무리 이전까지 훌륭한 삶을 살아오거나 많은 이들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예외는 없다고 했다. 장 의원은 그럴듯한 삶을 살아가는 남성들조차 왜 번번이 눈앞의 여성을 자신과 동등하게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것에 이토록 처참히 실패하는지에 대해 이 질문을 직시하고 반드시 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장 의원은 정치의 일상으로 돌아가 어떤 폭력 앞에서도 목소리 내며 맞서기를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제가 피해 사실에 대해 문제제기할 수 있는 것은 앞서 용기 내 말해온 여성들의 존재 덕분이라며 집요하게 이어져 온 성폭력의 굴레를 기어이 끊어내고 다음 사람은 이보다 나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이지혜 기자




국제구호기구 옥스팜, ‘다보스포럼보고서

빈곤 인구 2030년엔 5억명까지 늘 것

경제학자 87% “코로나로 소득 불평등 심화

 


억만장자들은 코로나19 손실을 1년 채 안 돼 메운 반면 빈곤층은 10년이 걸려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억만장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손실을 회복하는 데 단지 9개월이 걸린 반면, 빈곤인구는 10년이 지나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제시됐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25일부터 닷새 동안 온라인으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 연례회의(다보스포럼)를 맞아 발표한 <불평등 바이러스> 보고서에서 지구 상에서 가장 부유한 1천명은 9개월 만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손해를 되돌렸다고 밝혔다.


옥스팜 분석팀은 에스&500지수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219일 상위 부유층 1000명의 재산을 100으로 놓고 이후 재산 추이를 비교했다. 억만장자들의 부는 3월에는 70.3까지 떨어졌으나 1130일에는 99.9 수준으로 원상복귀했다. 세계 부호 10명의 재산은 지난해 318일 연간 포브스 억만장자 순위 발표 이후 연말까지 5400억달러(600조원)가 늘어났다.

보고서는 하지만 코로나19는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경제 충격을 발생시켜 수억명이 일자리를 잃고 빈곤과 기아에 직면하고 있다빈곤층은 10년이 넘어도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은행(IBRD)은 현재의 불평등이 심해지면 하루 5.5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빈곤 인구가 2030년에는 51천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옥스팜은 보고서에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가브리엘 주크먼 유시버클리 교수, 자야티 고시 인도 자와할랄 네루대 교수 등 79개국 295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도 실었다. 응답자의 87%는 코로나19로 자국 소득 불평등이 심해지거나 극도로 심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성 불평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56%, 인종 불평등 심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66%가 동의했다. 이근영 기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최종일 8언더파 맹타최종 23언더파

 


김시우(26)38개월의 공백을 깨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상에 올랐다.

김시우는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PGA 웨스트 스타디움 코스(72)에서 열린 PGA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총상금 670만 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8언더파를 몰아쳐 4라운드 합계 23언더파 265타로 우승했다.

패트릭 캔틀레이(미국)의 추격을 1타 차로 따돌린 김시우는 PGA투어 통산 3번째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우승 상금은 1206천 달러(132731만원).

페덱스 랭킹은 9위로 올라섰고, 상금랭킹도 13(170만 달러)로 도약했다.

김시우는 20175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제패 이후 탄력을 받지 못했다.

38개월 동안 준우승 한번, 3위 두 번에 그쳤다. 고질적인 등 부상에 두어차례 우승 기회를 허무하게 놓치며 자신감도 잃었다.

PGA투어의 한국 선수 '간판'도 어느새 후배 임성재(23)에게 넘어갔다.

하지만 몸과 마음의 병을 고치고 돌아온 김시우는 오랜 우승 갈증을 씻어내며 새로운 도약을 알렸다.

26세가 되기 전에 3승 고지에 올라선 PGA투어 현역 선수는 세계랭킹 4위 콜린 모리카와(미국)과 김시우 뿐이다.

이날 우승으로 2023년까지 투어 카드를 보장받은 김시우에게 특히 반가운 선물은 오는 4월 마스터스 출전권이다.

김시우는 2017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손에 넣었던 3년짜리 마스터스 출전권이 지난해 만료됐기 때문이다. PGA 챔피언십 출전권도 확정했다.

PGA 웨스트 스타디움 코스의 좋은 추억도 되살렸다.

17살 때 김시우는 이곳에서 열린 PGA투어 퀄리파잉스쿨 최연소 합격의 영광을 누렸다. 작년 이곳에서 1라운드 때 등이 아파서 15오버파를 치고 기권했던 아픔은 씻어냈다.

스타디움 코스는 선수들을 괴롭히는 설계로 악명 높은 피트 다이의 작품이다. 김시우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리는 TPC 소그래스를 포함해 다이가 설계한 코스에서 두번 우승하는 인연도 과시했다.

김시우는 "그동안 매년 우승 기회가 있었지만 침착하지 못해서 실패했기에 이번에도 잠을 이루지 못할만큼 긴장했지만 내 경기에만 집중한 끝에 우승할 수 있었다"면서 "더 자신감이 생겼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토니 피나우(미국), 맥스 호마(이상 미국)와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김시우는 8번 홀까지 버디 4개를 뽑아내며 순항했다.

1, 2번 홀 버디로 먼저 2타 앞서 나간 피나우를 4, 5번 홀 연속 버디로 가볍게 따라잡고 7, 8번 홀 연속 버디로 앞질렀다.

10번 홀(4)11번 홀(5)에서 또 한 번 연속 버디를 뽑아내며 선두를 지키는 견고한 플레이를 이어간 김시우는 그러나 캔틀레이의 거센 추격을 받았다.

9번 홀까지 6타를 줄여 우승 경쟁에 뛰어든 캔틀레이는 후반에도 버디 사냥을 이어가 1타차 단독 선두, 공동 선두, 1타차 2위를 오가며 김시우를 물고 늘어졌다.

18번 홀(4)에서도 까다로운 내리막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보기 없이 버디만 무려 11개를 쓸어 담은 캔틀레이는 김시우에 1차 앞선 채 먼저 경기를 끝냈다.

3라운드를 마치고 "내일은 좀 더 기다리면서 침착하게, 좀 편안하게 마음먹고 덜 공격적으로 하겠다"던 김시우는 16번홀(5)에서 승부를 걸었다.

 

김시우 "매우 행복하고 자신감 생길 것 같아"

23번 우승기회 놓쳐수면제도 잠 못 이뤄

 

38개월 만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우승 갈증을 씻은 김시우(26)가 그동안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음을 털어놨다.

24PGA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최종 23언더파 265타로 우승해 통산 3승 고지에 오른 김시우는 공식 인터뷰를 통해 "지난 3년 동안 두세 번 기회가 있었는데, 살리지를 못했다. 그래서 어제는 잠이 잘 안 왔다"고 말했다.

20175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이후 3년이 넘도록 우승하지 못한 그는 두 차례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섰다가 역전패를 당한 경험이 있다.

마음고생과 긴장이 심했던 만큼 김시우는 "매년 기회가 있었는데 살리지 못했다"면서 "(최종 라운드를 앞둔) 어제 정말 잠도 잘 못 잤다. 잠을 잘 자지 못할까 봐 멜라토닌(불면증 개선 효과가 있는 수면 보조제)을 먹고도 숙면을 하지 못했다"고 긴장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안 풀리면 쫓기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 공격적으로 플레이를 하다 우승 기회를 놓치곤 했다"면서 "코치가 자신을 믿고 기다리면서 침착하게 플레이하면 좋은 기회가 있을 거라고 대회 전에도 말해준 게 도움이 됐다. 오늘 최대한 감정 기복 없이 플레이 하려고 했다"고 부연 설명을 했다.

그는 "자신감이 더 많이 생길 것 같다. 매우 행복하다"고 기쁨 역시 숨기지 않았다.

우승도 우승이지만 김시우는 보기 없이 4라운드를 치러낸 데 의미를 부여했다.

"보기 하지 않는 데 신경 쓰기 보다는 매 순간 내 샷에 집중해서 플레이했기 때문에 보기가 하나도 없던 것도 몰랐다"면서 "보기 없는 경기를 치러 기쁘고 내 경기에만 집중해서 보기가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고 뿌듯함을 밝혔다.

대회가 열린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PGA 웨스트 스타디움 코스와 각별한 인연도 소개했다.

"올 때마다 기분이 좋은 곳"이라는 김시우는 "17세에 이 코스에 열린 PGA투어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했다. 그래서 항상 오면 자신 있게 플레이했다. 이번 대회 역시 그때 기억을 되살려 더 편하게 경기한 덕에 우승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날 11언더파를 몰아친 패트릭 캔틀레이(미국)에 하마터면 역전 우승을 내줄 뻔했던 김시우는 "패트릭 선수가 굉장히 잘 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버디가 많이 나오는 코스라서 다른 선수들의 스코어를 알아야 내가 어떻게 플레이를 할 것인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계속 스코어 보드를 봤다"는 김시우는 "패트릭 선수가 계속 버디를 많이 했지만, 나 역시 좋은 흐름을 타던 터라 기다리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공격적으로 치려고 하지는 않았고, 침착하려고 노력했다. 16번 홀과 17번 홀에서는 퍼트를 잘하려고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우승을 결정지은 17번 홀 버디 퍼트에 대해 김시우는 "일단 연장전까지 가야 된다는 생각에 스피드를 맞추는 데 주력했다"면서도 "앞서 맥스 호마 선수가 퍼트한 게 많은 도움이 됐다. 스피드만 잘 맞추면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17번 홀 버디를 잡은 뒤 보인 격한 버디 세리머니도 "16번 홀 버디로 최소 연장까지는 만들어 놨는데 17번 홀에서 자신 있게 퍼트를 한 게 들어간 만큼 나도 모르게 그랬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으로 최경주(51)8승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PGA투어 통산 우승 2위가 된 김시우는 "최 프로님 기록이나 승수까지는 생각을 못 했다"면서 "올해 우승하는 목표를 이뤘고 이번 시즌에는 투어챔피언십까지 살아남고 한 번 더 우승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내놨다.


네이버 뉴스 편집 알고리즘에 맡겼더니'가짜 단독'에 속았다

연예지 임직원 15명 인터뷰 논문 "유사 단독·SNS 베끼기 대응"

"AI'진짜 단독' 배제 이용자 취향에 기반한 알고리즘 탓"

 


네이버가 뉴스 편집에 도입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가짜 단독 기사'에 속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용자 취향 기반의 추천 알고리즘이 '많이 본 기사' 위주의 생산·소비를 낳고 있으며, AI가 비슷한 기사를 묶어서 보여주는 편집이 '진짜 단독 기사'의 노출을 막는 것으로 분석됐다.

25IT업계에 따르면, 이재원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달 한국방송학회 '방송통신연구'에 기고한 '포털 사이트의 인공지능 뉴스 큐레이션 도입과 뉴스 생산 관행 변화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네이버는 20194월부터 뉴스 편집에서 인간의 개입을 배제하고 AI 뉴스 추천 시스템 '에어스'(AiRS·AI Recommender System)를 운용하고 있다.

에어스는 이용자가 어떤 뉴스를 봤을 때, 같은 뉴스를 본 다른 이용자들이 주로 클릭한 뉴스들을 AI로 자동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이 연구위원은 에어스 도입 이후 네이버 연예 뉴스의 생산 과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이로 인해 나타난 연예 저널리즘의 변화는 무엇인지 연구했다.

이 위원은 지난해 28월 연예 뉴스 생산자 15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연예 매체 및 종합지·경제지 기자와 언론사 임원, PD 등이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 결과, 이 위원은 "뉴스 생산자들은 네이버 발표 등 최소한의 정보로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를 유추해 여러 전략으로 '알고리즘 속이기'를 시도하고 있었다""포털 메인에 오르고자 분투하는 과정에서 저널리즘 본연의 가치가 퇴색되고 있다"고 촌평했다.

언론사들의 알고리즘 속이기 첫 번째 전략은 '가짜 단독 기사' 만들기였다.

심층 취재한 기사보다는 클릭을 유도하는 키워드만 신경 쓴 기사가 늘어났고, 이는 연예지뿐 아니라 종합지·경제지 등 지면 매체도 마찬가지였다.

한 연예지 부장은 "네이버에서 '단독' 기사에 가중치를 부여한다고 했으니, 조금만 새로운 내용이 있어도 제목에 '단독'을 붙이는 매체가 늘어났다""서로 질세라 '단독'을 붙이면서 악순환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과거에는 기자가 발로 뛰어 발굴·취재한 심층적인 내용이 있어야 '단독'이라는 합의가 기자들 간에 있었다면, AI 편집 이후로는 '단독'의 기준과 가치가 현저히 낮아졌다는 것이다.

'단독'이 아닐 경우 '공식', '전문' 등 어떻게든 꺾쇠를 붙이는 '유사 단독' 장치도 늘어났다.

연구에 참여한 기자들은 "단독 남발이 너무 심하다", "논란 사안의 쟁점을 들여다보기보단 제목으로 중계하듯 이어가게 된다"며 이런 현상을 하나 같이 우려했다.

그러나 이들은 "현실적으로 포털에 채택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며 이를 나서서 개선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가짜 단독 남발' 전략이 네이버 알고리즘을 속이는 데 성공하고 있어서 한두 언론사의 노력으로는 바꾸기 어렵다는 얘기다.

알고리즘 속이기 두 번째 전략은 '조각 기사 늘리기'였다.

이 연구위원은 "전문 편집자가 배제되고 알고리즘이 기계적으로 편집하면서, 이미 공개된 내용을 '복사 붙여넣기'하는 기사가 늘어났다""양질의 기사라고 보기 어렵지만, 많은 사람이 클릭하기에 알고리즘이 가치 있다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치인·연예인의 SNS를 베껴 쓰는 기사가 과하게 늘어났다고 연구 참여자들은 토로했다.

한 경제지 부장은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연예인의 사건이라든가, 연예인이라고 보기 어려운 BJ처럼 애매한 사안을 어디선가 '단독'이라고 쓰면 네이버 톱으로 간다""안 쓰고 싶어도 안 쓸 수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에어스 도입 이후 네이버는 유사한 소식을 다룬 기사들을 묶어서(클러스터링) 분야별 톱에 올리는데, 이런 편집 방식이 '진짜 단독 기사'의 메인 노출을 되레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단순 보도자료 기사여도 보도 건수가 많으면 포털 메인에 오르기 때문에, 보도자료를 복사 붙여넣기식으로 빠르게만 작성하는 기자가 늘어나고, 똑같은 기사를 포장만 달리하는 '가짜 단독'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AI 편집의 기본 전제가 저널리즘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에어스가 이용자 취향·반응 기반 알고리즘인 탓에 독자가 많이 보는 뉴스 중심으로만 기사가 생산·소비되고 있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심층 취재보다는 클릭을 유도하는 기사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포털 사이트가 저널리즘 행위자로서 알고리즘의 세부적인 방향성을 뉴스 제작자들과 공유하고, 사회적으로도 공개·합의해야 한다""이용자의 취향에 맞추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저널리즘 가치가 구현되는 상생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예 매체도 '저품질 경쟁'에서 벗어나도록 자정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으며, '알고리즘 속이기'보다는 뉴스 가치를 더 폭넓게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