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에 점령지 반환... 완승에 가까워

10일부터 휴전, 러시아 5년간 평화유지군 파견

 

아르메니아계가 지배하는 아제르바이잔 내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아제르바이잔 군의 차량이 불타고 있는 모습이라고 아르메니아 국방부가 지난 927일 공개한 동영상 중 일부. 나고르노카라바흐/AFP 연합뉴스

 

분쟁지역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둘러싸고 치열하게 교전해온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러시아의 중재로 평화 협정에 합의했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아제르바이잔의 완승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니콜 파쉬냔 아르메니아 총리, 블라디미르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은 9일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 지역에서 전투와 모든 군사 활동의 완전한 중단을 규정한 공동서명에 서명했다. 양쪽은 모스크바 시간으로 10일 오전 0시부터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했다.

아르메니아는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그담 지역과 아제르바이잔 가자흐 지역의 점령지를 오는 20일까지 아제르바이잔에 반환하기로 했다. 또 켈바자르와 라친 지역을 각각 이달 15일과 121일까지 아제르바이잔에 반환해야 한다. 이로써 아제르바이잔은 미승인국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아르차흐 공화국)의 수도인 스테파나케르트를 제외한 주요 지역 대부분을 수복했다. 러시아는 양측의 충돌 방지를 위해 아르메니아 군의 철수와 함께 향후 5년간 평화유지군을 배치하기로 했다.

뿌리가 깊은 두 민족 간 갈등은 옛소련 체제 아래서는 비교적 잠잠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소련을 구성하는 여러 공화국 중 아제르바이잔공화국 소속이되 아르메니아계가 자치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소련 붕괴 직전인 19882월 중순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이 아르메니아공화국 소속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자, 이 지역을 대표하는 인민대의원들이 아르메니아와 통일을 결의했다.

소련 정부는 이 요구를 거부하며 그해 11월 자치권을 박탈했다. 아제르바이잔이 소련에서 독립한 1991년 말 이 지역의 아르메니아인들은 아르메니아와의 통일을 선언했고, 이는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전쟁을 촉발했다. 19945월까지 이어진 전쟁 끝에 나고르노카라바흐를 아르메니아계가 지배하는 걸 주요 내용으로 한 휴전협정이 맺어졌다. 2017년 아르차흐공화국으로 이름을 바꾼 분리주의 세력을 국가로 인정한 나라는 세계에서 아르메니아뿐이다. 김소연 신기섭 기자



국가면제론들어 소송 불응하자 성노예제, 주권행위 적용 안돼일침

 

크리스틴 칭킨 교수.

 

2000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 국제법정의 재판장으로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회에서 공론화했던 국제법 권위자인 크리스틴 칭킨 명예교수(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교)가 한국 법원에 일본의 배상 책임을 인정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해 힘을 보탰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국제 민간법정에서 아시아 각국의 피해여성 78명의 증언을 듣고 참상을 알렸던 재판장이 20년이 지나 한국 법원에 일본에 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거듭 밝힌 것이다.

고 곽예남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20명을 대리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일본군 위안부 문제대응 티에프는 1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5(재판장 민성철)에 일본의 국가면제론주장을 반박하는 크리스틴 칭킨 교수와 키이나 요시다 박사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일본은 외국 법원이 자국의 주권행위를 재판할 권리가 없다는 국가면제론을 들어 소송에 응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칭킨 교수는 의견서에서 일본의 성노예제와 강제 성매매는 주권행위로 분류될 수 없다위안부는 무력 행사나 위협 등에 의해 모집됐고, 착취와 성노예의 대상이 되었다. 군사활동은 주권행위에 해당하지만 성 착취나 노동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칭킨 교수는 만약 위안부 문제에 국가면제론이 적용된다면, 이는 지난 20년간 전쟁·분쟁 상황에서 성폭력을 가장 심각한 국제범죄로 다뤘던 국제법적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위안부 국제법정이 열렸던 2000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최초로 여성과 소녀를 대상으로 저지른 성폭력을 저지른 이들에 대한 기소 책임은 모두 국가가 진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무력 분쟁 상황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재판 청구와 배상 요구를 위한 국가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칭킨 교수는 “(위안부 문제는) 여성과 소녀를 상대로 한 젠더기반 범죄이자 성폭력 사건이다. (다른) 국가면제 사건은 성폭력이나 성노예제 범죄를 다루진 않았다국제법상 성평등과 성범죄 법리가 발전해 온 것을 고려해 국가면제 법리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위안부 피해는 국가면제가 적용된 기존 사건과 달리 성폭력 범죄라는 것이 핵심이므로, 국제법적으로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국가 책임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만큼 재판부도 이러한 목소리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소송에서 피해자들이 승소할 경우, 국가면제이론의 벽을 넘어 전쟁 피해자들이 배상 책임을 묻는 데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국가면제이론은 국가를 개인의 우위에 둔 이론이지만, 그 예외가 인정된다면 피해자들이 재판을 통해 배상 받을 권리가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희대학교 백범석 교수(국제법 전공)국제법적으로 인권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국가 중심의 국가면제이론도 점차 흔들리고 있다. 반면 개별 피해자의 권리는 모든 국가가 보장하는 추세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승소 사례가 나온다면 다른 국가의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낼 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2건의 위안부 피해자 소송은 연내 선고를 앞두고 있다. 앞서 고 배춘희 할머니 등이 낸 소송은 다음달 11일이 선고일이다. 고 곽예남 할머니 등이 낸 소송도 11일 이용수 할머니의 신문을 끝으로 선고가 이뤄질 전망이다. 장예지 기자


1차 수사 담당 검사들, 공소시효 만료 앞두고 불기소 처분

 

3억원대 뇌물 혐의, 성접대 혐의와 관련해 1심 무죄를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2일 오후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석방되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혐의 사건을 부실 수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검사들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리자 이들을 고발했던 시민단체들이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10일 논평을 내고 "공동 고발에 나선 37개 단체는 어제 재정신청서를 제출했다""법원은 공소제기 결정을 통해 보강수사가 진행되도록 하고 사건 진실에 따라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정신청이란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불복한 고소인 등이 법원에 공소 제기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이 단체는 "경찰은 1년 가까이 `뭉개기 수사' 끝에 해당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이틀 만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이제 '김학의 사건'의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것은 법원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변필건 부장검사)는 지난 6일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작성등의 혐의로 고발된 검사들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발인 가운데 사건 1차 수사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공소시효 만료가 임박해 우선 종결했다""2차 수사 담당자들은 계속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37개 여성단체는 지난해 12월 검찰이 20132014년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별장 성범죄' 의혹을 부실 수사해 2차례 불기소 처분했다며 당시 수사에 관여한 검사 4명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한편 경찰은 피해 여성과 여성단체들이 김 전 차관과 윤씨를 특수강간 혐의 등으로 고소한 건도 수사 중이다. 연합뉴스


양 정상 대화 필요성 공감, 계속 대화를 하면 잘되리라 본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0일 오후 일본 총리관저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만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박 원장은 스가 총리가 자신의 저서 <정치가의 각오>에 직접 서명을 해줬다는 사실을 밝히며 “(스가 총리가) 굉장히 친절하게 좋은 설명을 많이 해주셨다고 면담 분위기를 전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0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만나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해법을 논의했다. 박 원장은 악화된 양국 관계의 새 장을 열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통 큰 정치적 결단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8일부터 일본을 방문 중인 박 원장은 10일 오후 도쿄 총리관저에서 스가 총리와 만났다고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이 밝혔다. 박 원장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사전에 일본 정부 당국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어서 조율했다. 스가 총리께 문재인 대통령의 간곡한 당부와 한-일 관계 정상화 의지를 전달하고 대북 문제 등 좋은 의견을 들었고, 저도 충분히 말씀 올렸다고 했다. 박 원장은 거듭 스가 총리가 굉장히 친절하게 좋은 설명을 많이 해주셨다며 최근 재출간된 저서 <정치가의 각오>에 직접 서명을 해줬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박 원장은 한-일 관계 악화의 핵심 원인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선 어찌 되었건 한일 양 정상이 해결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고, 그러하기 때문에 계속 대화를 하면 잘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문 대통령의 친서 소지 여부에 대해선 가져오지 않았다면서, 구두로 문 대통령의 뜻을 전했음을 밝혔다. 앞서, 청와대 당국자는 친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정상외교 사안에선 확인해 주지 않는 것이 관례다. 이 점 양해 부탁 바란다고 했다.

이번 만남에서 스가 총리는 한국 정부가 연내 개최를 목표로 하는 한··일 정상회의 참가 조건으로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여 주듯 가토 관방장관은 이날 일본 정부가 더 높은 레벨에서 한국과 대화할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만약 현금화가 되면 (-일이) 심각한 상황에 빠지게 되니 이를 피해야 한다는 것을 거듭 말할 필요가 있다. , 지난번 한국 대통령과 전화회담에서 언급했듯 한국이 조기에 일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을 제시할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는 자세로 강하게 부딪혀 가겠다고만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구체적 해법보다 꽉 막힌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한 정상 차원의 통 큰 결단을 요청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박 원장은 이번 방일에 앞서 주변에 한-일 관계의 획기적인 새 시대를 연 1998년 김대중-오부치 파트너십 선언에 필적하는 문재인-스가 선언을 통해 양국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는 강한 포부를 밝혔다. 길윤형 김소연 기자

 

박지원 "한일정상, 해결필요 공감대화하면 잘될 것"

 

10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를 예방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한일 양국 정상이 징용 문제 해결 필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면서 이 문제가 대화로 잘 해결되리라 전망했다.

그는 이날 일본 총리관저에서 스가 총리와의 면담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이런 견해를 밝혔다.

다음은 박 국정원장과 취재진의 문답 요지.

-- 회담 결과는.

사전에 일본 정부 당국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서 조율했고, (스가) 총리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간곡한 안부와 한일관계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전달하고, 대북 문제 등 좋은 의견을 들었고 저도 충분히 말씀드렸다.

--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는?

친서는 가져오지 않았다.

-- 그냥 구두로만 회답했나.

그렇다.

-- 징용 문제는 어느 정도 말했나.

충분히 말씀드렸고, 한일 양 정상이 해결해야 한다는 그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고, 그러하기 때문에 계속 대화를 하면 잘 되리라고 본다.

-- 스가 총리의 반응은.

굉장히 친절하게 좋은 설명을 많이 해주시고, 제가 이 스가 총리 책('정치가의 각오')을 국정원에서 번역해서 읽었다고 사전에 말씀드렸더니 이 내용도 얘기했지만, 이렇게 서명해서 주셔서 아주 개인적으로 영광이다.

-- 한중일 정상회담이나 납치 문제에 관해 이야기했나.

다 얘기했다.

-- (스가 총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에 출석하나.

(무응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