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통령선거 때 인터넷 여론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직원 김 모(29)씨와 똑같은 방식으로 활동한 국정원 직원이 추가로 경찰에 적발됐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국내정치 개입에 나선 정황이 또렷해진 셈이다.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수서경찰서는 26일 “국정원 직원 이 모(39)씨를 대선 여론조작 관련 게시글 작성 등의 혐의(국정원법 위반)로 형사입건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김씨처럼 ‘오늘의 유머’(오유) 누리집에서 정부·여당을 옹호하는 글 등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씨를 출국금지시켰으며, 피의자 신분으로 이른 시일 안에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이로써 이 사건의 피의자는 국정원 직원인 김씨와, 김씨한테 ‘오유’ 아이디 5개 등을 받아 비슷한 활동을 한 일반인 이 모(42)씨 외에 국정원 직원 이씨까지 3명으로 늘어났다.
 
경찰은 김씨와 일반인 이씨의 아이디를 포함해 ‘오유’에서 활동한 60여개 아이디의 활동 양상을 분석해왔다. 이때 국정원 공용 전화로 등록된 아이피 주소가 국정원 직원 김씨와 유사한 활동을 하는 데 이용된 것을 파악해 국정원 이씨의 정체를 포착했다. 경찰은 이씨를 특정한 뒤 국정원에 출근하는 점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병숙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3월 초 여론조작 의심 아이디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씨의 정체를 파악했다”고 밝혔다. 한편 원세훈 전 원장을 출국금지한 검찰은 원 전 원장이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정부의 정책 홍보를 직원들에게 주문한 내용 등에 대해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 정환봉·김정필 기자 >


미국 뉴저지주 하원이 일본 정부에 ‘위안부 역사’ 교육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사실상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뉴저지주 하원은 지난 21일 본회의에서 출석 의원 75명(재적 80명) 전원 찬성으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주의회 차원에서 위안부 관련 결의안이 채택된 것은 1999년 캘리포니아주 하원과 올해 1월 뉴욕주 상원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뉴저지주 하원은 결의안에서 “‘위안부’라는 용어는 1932∼1945년 일본군에 강제동원된 ‘성노예’를 일컫는 일본 정부의 표현”이라고 전제하고, “이들 대부분은 한국과 중국인 여성들이지만 타이와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오스트레일리아, 네덜란드 등지에서도 동원됐다”고 명시했다. 결의안은 이어 “위안부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시인을 받아내려고 싸우는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지하며, 일본 정부는 역사적인 책임을 인정하고 이러한 과거의 범죄를 미래 세대에 교육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발의자인 고든 존슨 하원의원은 “이 결의안은 일제 치하에서 억류되고 청춘을 유린당한 수많은 여성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탄압과 고통을 준 일본한테는 역사를 바꿀 수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재미동포 단체인 시민참여센터가 전했다.
 
뉴저지에서 위안부 결의안이 채택된 계기는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뉴저지 팰리세이드파크에 미국 최초의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지자, 일본 정부와 극우 정치인들이 이를 철거해 달라고 요청하고 나섰다. 또 기림비에 말뚝을 박는 행위 등이 벌어지자 이에 반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한다. 시민참여센터는 “일본인들의 몰지각하고 비상식적인 행동들이 뉴저지 주민들과 주의회 의원들에게 강력한 결의안을 채택할 필요성을 느끼게 했다”고 평가했다.
< 워싱턴=박현 특파원 >


김재철 MBC사장 해임

● Hot 뉴스 2013. 3. 29. 21:22 Posted by SisaHan

방문진, 눈물 선처호소 이번엔 외면

공영방송 사상 최악의 내부 분란의 주역이면서 정치적 편향성과 도덕성 논란에 시달리던 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60: 사진) 이 결국 해임됐다. 
한국방송(KBS)과 함께 양대 공영방송의 한 축인 문화방송은 김 사장 퇴출 이후 조직 정상화와 공정 방송 회복이라는 중대한 숙제를 안게 됐다. 
김 사장은 그동안 법인카드 유용 의혹, 친분 있는 무용가에게 계약을 몰아준 일, 방송 사상 최장인 170일간의 노조 파업, 200명이 넘는 해고·징계, 밀실에서의 민영화 시도 등으로 이전에도 세 번이나 해임안이 상정됐지만 번번이 고비를 넘겨왔다.
 
김 사장의 해임안은 26일 문화방송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서 찬성·반대 토론과 표결을 거쳐 40여분 만에 처리됐다. 
방문진 이사 9명 중 야당 추천 이사 3명, 여당 추천 이사들(6명) 중 2명이 해임에 찬성했다. 원래 임기가 2014년 2월까지인 김 사장은 1988년 방문진이 설립된 이래 해임당한 첫 사장이 됐다.
그는 이날 임원 인사를 방문진과 협의 없이 처리했다는 지적에 대해 소명하려고 이사회에 출석해 “다시 기회를 주면 이런 일 없게 하겠다”며 선처를 호소, 한 이사는 김 사장이 눈물까지 흘렸다며 “저렇게까지 자리에 연연하고 싶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해임은 방문진이 29일 이사회에서 일정을 잡을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한마당] 대한민국, 안전한가

● 칼럼 2013. 3. 29. 20:59 Posted by SisaHan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며칠 전 진풍경이 벌어졌다. 4년간이나 국가안위를 책임졌던 최고 정보기관의 수장이 퇴임하자마자 출국한다는 소문에 시민들이 ‘도주’를 저지하겠다고 진을 친 것이다. 이들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사진과 ‘해외도피 하지 마세요’ ‘원세훈은 출국금지’ 등 팻말을 들고 미국행 비행기표를 예약했다는 그 시각에 출국장 앞을 지켰다.
이에 앞서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명백히 밝히라며 경찰에 사표를 던졌던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이런 내용의 영문 경고의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전세계 공항, 이민국, 언론에 대한 경고: 한국국적의 도망자, 전 국정원장 원세훈이 귀국에 입국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원세훈은 심각한 범죄혐의로 고발되어 있으며, 검찰로부터 출국금지 명령이 내려진 상태입니다.…”
 
아무리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고소·고발되었다고는 하나, 며칠 전까지 국가의 정보를 한손에 틀어쥐고 흔들던 위세 당당한 인물이 돌연 해외로 피해간다는 사실도 놀라운 일이요, 출국금지 시키라는 야당과 시민들의 노성이 들끓더니 ‘못믿겠다, 직접 막겠다’며 시민들이 공항출구를 지킨 희한한 모습에, 더욱이 인터폴 수배와도 같은 경고문까지…. 도대체가 코미디인지, 드라마인지 웃지 못 할 사건이요, 대한민국의 현 수준과 형편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엽기적인’ 소극이어서, 실로 탄식을 금치 못하게 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그렇게 자랑하던 ‘국격’의 실상이 바로 그 정도임을 그의 충복이었던 원세훈 씨가 전세계에 과시한 셈이다.
 
세계 어느 민주국가의 정보기관 수장이 퇴임하자마자 해외로 튀겠다고 해서 법석이 인 곳이 있을까. 미국의 CIA, 즉 중앙정보국장이 물러나자마자 외국에 도피하겠다는 일이 상상이나 가능한가? 
과거 박정희 정권하에 최장수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김형욱이 해임된 뒤 4년 만에 미국으로 도피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대미 로비 의혹을 캐기 위해 미국 의회가 연 프레이저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유신독재를 비판하는 등 반정부 활동을 하다 1979년 프랑스 파리에서 실종됐다. 그는 암살설이 유력하게 나돌았다. 역시 박정희 시절 비서실장과 중정부장을 지낸 이후락도 중정부장 해임 뒤 국외로 비밀리에 도피했다가 박 대통령의 신변보장 약속을 받고 국내로 돌아온 적이 있다. 그 독재정권 치하의 사건들 이후 ‘원세훈 도피시도’가 벌어진 것이다. 역사가 거꾸로 돌지 않는 한 있을 수 없는 희대의 해프닝이다.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이 어떤 곳인가. ‘국가의 안전보장에 관련되는 정보·보안·범죄수사’를 담당하는 최강 기관이며 최고의 국가기밀을 다루는 곳이다. 국제적 정보전쟁, 특히 남북분단 상황에서 북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 대처할 대북 첩보전의 책임을 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살벌한 글로벌 외교·무역·산업·사이버 정보전을 포함해 나라와 국민을 보전하고, 국익을 수호하는 대적(對敵)정보의 총본산이다.
그런데 그 막강한-해야 할!-정보기관이, 김정일 사망과 로켓발사나, 핵실험도, 북의 TV발표로 눈치를 채서 국제적 망신을 샀다. 국산훈련기를 상담하러 온 인도네시아 방문단 숙소를 어설프게 뒤지다 발각돼 외교문제까지 비화되기도 했다. 반면에 ‘대북 심리전단’이 국내정치에 개입해 선거 때 야당후보 비난과 대통령 치적 홍보 인터넷 댓글공작이 드러나 고발됐다. 국민을 우군과 적군으로 나누고 젊은 층을 우군에 끌어들이라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밖에서 노리는 적에는 무지하고 내부의 우매한 국민을 상대로 정보전·심리전을 벌인… ‘정보 문외한 원세훈’과 그를 활용한 이명박 시절, 추락할 대로 추락한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민낯이다.
 
소국 이스라엘은 중동의 화약고에서 정보기관 ‘모사드’의 눈부신 활약에 의지해 나라를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닉슨은 정보기관을 정치에 활용했다가 패가망신하고 나라를 위기에 빠뜨렸다. 북의 적화통일 위협을 경고하며 안보를 전가의 보도처럼 즐겨 써먹는 보수정권하의 최고 정보기관이, 대북·대적 정보에는 무능하고 국민 편가르기와 야당 죽이기에만 팔을 걷어부친 현실에서 어떻게 안심하고 살라는 것인가. 대한민국은 과연 안전한가?
< 김종천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