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협 갈등 깊어만…

● 한인사회 2011. 9. 30. 15:12 Posted by SisaHan
정관개정 속전속결에 반대세력 극한 대립
“감정 싸움만 말고 설득과 이해로 대화 해결하라” 주문

온타리오 한인실업인협회가 회장선거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정관개정 문제가 불거지면서 안팎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강철중 회장측이 속전속결 전략으로 정관개정을 밀어부치자 반발의 역풍 또한 거세게 일고있다. 
실협을 걱정하는 회원과 동포사회는 대화없는 양측의 끝없는 대립상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 설득과 이해, 타협을 통한 원만한 해결을 주문하고 있다. 추진측이나 저지측, 찬·반,  지지·거부 어느 쪽도 논리에 근거한 포용적·이성적 행동 보다는 감정을 앞세운 대립각만을 날카롭게 세워 돌파구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협 임시이사회는 지난 15일 회장의 이사장 겸임과 연임 제한규정 폐지, 이사수 감축 및 선출방법 변경 등을 골자로 하는 정관개정안을 통과시켜 찬반 회원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7일 본부협회에서 부재자 투표, 30일 회원투표(런던지구협은 10월1일)를 통해 찬반의견을 물어 정관개정안을 확정짓는다. 
정관개정안은 캐나다 법인체법을 적용하는 내용으로, ▲회장의 이사장 겸직과 ▲ 임기2년에 연임제한 규정 폐지, 등 외에 ▲부회장은 1명, ▲자동이사 폐지 및 이사·감사·선관위원 선출은 회장선거와 동시실시, ▲모든 부대사업 협회직영, ▲이사·감사·선관위원에 활동비 지급, ▲협회 자산의 금융기관 대출 및 보증 집행에 대한 규정 명문화, ▲모든 선거 우편·인터넷 투표 실시 등이 주요 내용으로, 회장과 소수 이사회 권한 강화 및 업무효율 제고 등이 주안점이다.
이 같은 정관개정 추진에 대해 전직 회장과 이사장 모임인 실협 자문위원단과 강철중 회장에 반대해온 일부 회원 및 ‘실사모’(실협을 사랑하는 회원모임), 등은 “원칙에 어긋난 편법개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협 자문위원단은 회장선거와 정관개정 논란에 대해 “온주실협 사상 유례없는 사태”라며 “편파적 운영으로 빚어진 갈등이며 유신체제 같은 편법”이라고 회장단을 비판하고 이사회 해체와 총회를 소집해 회원의사로 결정할 것을 요구했다. 또 실사모 등 회원들은 “총회 인준없는 강 회장의 당선은 무효”라며, 임총소집을 촉구하고 가능한 법적조치와 지구협회 독립운영 등 다각적 대처방안을 실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강 회장 측과 정관개정을 지지하는 회원들은 “차제에 정관을 캐나다법에 맞게 고쳐야 한다”며. “모순된 정관을 계속 안고 가자는 것이야말로 모순된 고집이며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말하고 있다. 또 “실협이 위기에 빠진 것은 전문성과 책임감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 “유능한 인재를 임원으로 뽑아 잘하면 계속하도록 보장하면서 소수정예화로 효율을 높여야 실협이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맞대응했다.
 
양측의 강경대립에 대해 실협회장을 지낸 J씨는 “지금 실협을 보면 사안이 정당한지, 왜 추진하고 왜 반대하는지를 회원과 상대방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은 전혀 없이 감정싸움만 한다”면서 “집행부는 회원들의 이해를 널리 구하면서 상식적으로 일을 추진하고, 반대회원들은 어떤 어떤 점이 논리적으로 맞지않다는 근거를 지적해 서로 냉정하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회장선거 논란에 이은 정관개정 대립은 각 지구협회별 회원투표가 다가오면서 대화보다는 갈등이 격화될 전망이어서 실협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문의: 416-789-7891 >


행정안전부가 국가행정전산망에 들어 있는 개인정보(주민등록번호 전산자료)를 채권추심회사와 금융회사 등에 돈을 받고 제공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국민한테는 주소와 가족 구성, 거주 형태 등이 포함된 개인정보를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면서, 정부는 정보를 흘리며 돈벌이까지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고 믿기지 않는다. 정부의 개인정보 유출은 국민 사생활과 인권 침해를 방조·조장하는 행위로 당장 멈춰야 한다. 
장세환 의원(민주당)이 어제 국회 행안부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행안부의 개인정보 처리 실태는 충격적이다. 2008년부터 올해 8월까지 민간기업 52곳에 건당 30원씩 모두 17억8000만원을 받고 5935만건에 이르는 개인정보를 줬다. 한달에 평균 13만건의 개인정보가 행안부를 거쳐 민간에 흘러간 셈이다. 행안부의 정보제공 대상 가운데 80%는 채권추심회사인 것으로 돼 있다. 장 의원은 “행안부가 민간에 넘긴 개인정보는 사후관리도 매우 허술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제2, 제3의 피해를 우려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쪽은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반응만 보이고 있다. 현행 주민등록법에 채권·채무관계 등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민간업자도 행정전산망의 개인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행안부가 중시해야 할 것은 법적 근거보다 개인정보를 민간에 넘겨 생길 수 있는 피해의 방지다. 행안부는 전체 공공기관과 민간사업자들을 상대로 개인정보 보호대책을 시행하는 부처다. 그런데 국민의 개인정보를 30원씩 이용료를 받으며 채권추심기관 등에 넘기고 사후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는 행안부가 어떻게 개인정보 보호를 말할 자격이 있겠는가. 최소한 민간기업들은 개인정보 유출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처벌도 받고 민사상 책임도 진다.
 
30일부터 개인정보보호법이 본격 시행된다. 이 법은 개인정보의 수집·유출·오남용 피해를 줄이자는 취지로, 지난 3월 국회에서 제정했다. 정부는 어제 국무회의에서 시행령까지 통과시켰다. 따라서 앞으로 모든 공공기관과 하루 이용자 수 1만명이 넘는 개인정보 처리 사업자한테는 개인정보 보호 의무가 더 강화된다. 이래 놓고 개인정보 보호에 가장 앞장서야 할 행안부가 개인정보 장사를 계속한다면 모양이 더 우스워진다. 행안부는 개인정보를 민간회사에 팔아넘기는 것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어제 일본 도쿄에서 대규모 원전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사람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수습돼가고 있다는 정부 발표를 믿지 않고 있으며, 기존 원전정책 유지를 고집하는 정부 방침에 분노하고 있다. 
사고 당시 200~300㎞ 바깥의 도쿄 일대까지 피난 대상에 포함될지 모를 상황에서 간 나오토 전 총리는 “그렇게 되면 3000만명이 피난해야 하고, 일본이라는 나라의 존립이 불가능해진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고 나중에 토로했다. “나라의 절반에 사람이 살 수 없게 되는 사고라면 100년에 한번뿐일지라도 그런 위험부담은 져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단 한번의 원전사고로 도쿄 등 수도권이 초토화되고 나라가 망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존재했던 것이다.  악몽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농작물과 수산물 방사능 오염 공포 때문에 지역경제가 주저앉을 지경이다. 여전히 방사성 물질을 내뿜는 원자로 냉각수로 다량의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가 생겨나 땅과 바다를 망치고 있다. 오염 토양 거죽을 5㎝ 두께로 1억㎥나 걷어낸다는 계획은 실행하기 쉽지 않다. 그곳 주민들은 생전에 다시 고향땅을 밟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앞으로 100만명 이상이 방사능 오염으로 숨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럼에도 후임 노다 요시히코 정권은 기존 원전정책 유지를 공언하고 있다. 원전 기득권을 누려온 원전마피아의 반격이 그만큼 거세다. 도쿄 시위는 이에 대한 분노의 표시이기도 하다.
 
2022년까지 원전을 모두 폐기하기로 한 독일의 원전업체 지멘스가 원전 관련 사업 포기를 선언한 것은 ‘원전 르네상스’가 근거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사고 뒤 녹색·사민당으로 쏠린 민심은 앙겔라 메르켈의 기민련 정부가 최근 지방선거에서 7번 연속 패배하는 데 일조했다. 지멘스는 이런 상황에선 원전사업의 미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탈원전 바람이 불고, 원전 전력생산 비용이 더 싸다는 신화는 무너졌다. 사고 뒤의 참상과 비용까지 고려하면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세계 최고의 첨단 원전을 개발하겠다며 거꾸로 가고 있다. 시민들마저 일본의 참화를 이미 지난 일로 여기는 듯하다. 동아시아 3국 중 원전사고에 가장 취약한 나라는 중간에 놓인 우리다. 사고는 언젠가는 반드시 일어난다. 그로 인한 비극을 막으려면 우리도 하루빨리 탈원전 쪽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1500자 칼럼] 고통 나눔의 묘미

● 칼럼 2011. 9. 30. 15:05 Posted by SisaHan
삶의 나눔은 참 소중하다. 더욱이 고통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더 소중하다.
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는 것이라고 성서는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다.
J씨 생애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고통스러웠던 삶의 위기를 맞이했던 때가 내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했던 1년 후였다.  장애인 큰 아들을 기르며 다져졌던 강한 의지와 씩씩했던 J씨 모습은 막내아들의 교통사고 앞에서 와르르 무너지고 있었다.
아들이 차에 치어 혼수상태에 빠져있다는 전화는 큰아들이 뇌성마비 진단이 내려졌을 때 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하늘이 갑자기 캄캄해지는가 앞이 보이지 않더란 것이다.
생명엔 지장이 없었으나 심한 뇌진탕은 막내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쉴 새 없이 찾아드는 두통으로 머리를 쥐어뜯는 아들의 모습을 바라만 봐야 한다는 것은 견딜 수없는 형벌이었다.
 
‘엄마가 강해져야 하는데…’  견디기 어려울 때 마다 근교 바닷가로 나가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 너머 세계 속에서 하늘의 소리를 듣기를 소원했다.
왜 하필이면 우리 아들들이냐구요? 차라리 나를 넘어뜨리지 날 보고 어떻게 하라구요? 소리치며 절규하기를 몇 번이나 했던가.
아들이 너무 가엾어 너무 마음이 아파 가슴 쓰림을 달랠 길이 없었다. 
그러나 J씨가 아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참고 기다려주고 견디며 애정을 쏟아 붙은 것 외에 무엇을 할 수 있겠단 말인가.    
J씨 막내는 한창 잘 나가는 30대 청년이었다.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굴지의 회사에서 인정받는 엘리트 일꾼이었다. J씨 가정에 더할 수 없는 자랑스런 막내였다.  그런 그가 횡단보도를 걷다가 차에 부딛힌 것이다. 몇 날 동안 코마에서 깨어났을 때 그 아들은 더 이상 총명한 청년의 모습이 아니었다.   

사고 이후 15년의 세월이 지난 어느 날 J씨와 나는 공원묘지를 소요하며 그간 하지 못했던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서로 살아온 이야기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J씨는 고통을 통해 살아가는 이유를 설명하고 절망 속에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죽고 싶도록 견딜 수 없는 절망가운데 처해 있었음에도 우리를 붇들어 주고 견딜 수 있었음은 사랑과 믿음이 근간을 이루고 있음을 서로는 고백했다.

J씨나 나도 우리들의 사랑하는 사람이 불행한 참변을 당했을 때 제일 먼저 떠 올랐던 것이 죄책감이었고 후회스런 일로 점철 되었었다. 잘못해 준 일만 떠오르기 때문이었다. 아니 심지어는 혹시 내 잘못 때문에 생긴 결과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가슴을 치며 고통스러워했다. 
세상이 하얗게 뒤집어지는 절망의 구덩이에서 기어올라 J씨도 장애인 된 아들과 나도 남편과 더불어 살면서 인생을 관조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생긴 것은 적어도 10여년의 세월은 족히 걸렸을 것이다. 거기엔 끊임없는 인내와 수용력, 사랑만이 가능했음을 지나놓고 보니 그러했다. 이는 한시적인 간병인의 의무가 아니고 평생 간병인의 사명을 끝내해야 할 우리지만 J씨는 함께 일어나준 아들이 되어주어서 고맙고 나는 의연하게 당신의 갈무리를 깔끔히 하며 견뎌주는 남편이 늘 고맙기만 하다. 
불행의 경중이 결코 비교급은 될 수 없다 해도 J씨의 삶의 모습은 내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모정의 한 표본임을 만날 적마다 피부에 와 닿는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작업은 혼자서 됨이 아님을 살아가면서 깨닫게 된다. 고통분담의 묘미는 나누면 나눌수록 적어져 간다는 것이다. 고통의 예술성이 여기에 있다.  불행은 누구에나 닥칠 수 있다. 선하게 산 사람이나 악하게 산 사람이나 가리지 않고 닥쳐온다. 그런데 이 불행을 대하는 자세에 따라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비로소 우리들의 사랑하는 사람들의 불행을 겪고 난 후 부터였다.

<민혜기 - 수필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전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