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캐나다에 선교의 횃불을… 10만 선교사 향한 전진기지로”

강사 선교사 등 50여명‥토론토 7개교회서
교협 주권태 회장 “선교열정 되살릴 축제로”

전세계 각지에서 사역중인 한인 선교사 50여명이 참가해 간증하며 캐나다 한인교회들의 선교적 사명과 열정에 불을 지필 대규모 선교대회가 9월 하순에 열린다.    
온타리오 한인교회협의회(회장 주권태 수정교회 담임목사)와 한인 세계선교협의회(사무총장 박형서 선교사)가 공동 주최하는 세계 한인선교대회가 9월29일(목)부터 10월2일 주일까지 큰빛교회(담임 임현수 목사)·서부장로교회(담임 박헌승 목사)를 비롯한 토론토의 7개 교회에서 범교계 행사로 열린다. 대회는 앞서 9월22일부터 25일까지 밴쿠버, 26일부터 28일까지는 캘거리와 재스퍼, 밴프지역에서 열려 토론토 대회와 함께 캐나다 전역을 가로지르는 ‘태평양에서 대서양까지 7700Km’ 동서 대장정 선교집회를 겨냥한다. 대회에 즈음해 캐나다 전지역에서 파송된 선교사들의 ‘한인 해외선교사 협의회’와 캐나다 전지역 교회들의 ‘한인교회 세계선교협의회’ 창립도 예정되고 있다.
 
이번 세계선교대회는 ‘10만 선교사 시대를 향하여-민족복음화와 세계선교의 숨은 주역들을 찾아서’ 라는 주제로 전세계 한인선교사 외에 목회자와 사모 및 전문인, 특히 선교 헌신 후 은퇴한 선교사 등도 강사로 참가해 말씀을 전하고 간증을 통해 교회와 성도들에게 민족복음화와 세계선교의 소명을 일깨우게 된다.
교회협의회는 23일 오전 수정교회에서 목회자 간담회를 열고 선교대회 개최요강을 설명, 모든 교회들이 동참해 세계선교 의지를 다지는 축제가 되도록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주권태 회장은 “이번 선교대회를 통해 온타리오 교계가 하나되어 하나님의 지상명령인 복음전파와 선교의 열정을 새롭게 하고 교회들이 부흥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선교대회 박형서 사무총장은 “이번 대회가 지난 1880년 캐나다 선교사가 조선에 복음의 씨앗을 뿌린 이후 100년 만에 열린 1980년 여의도 세계선교대회의 성령폭발을 통해 선교한국의 전환점이 됐고, 캐나다에선 1990년과 2002년 대회에서 많은 선교헌신자가 나온 이래 이번이 3번째 대회”라면서 “일찍이 한국을 위해 헌신한 캐나다 선교사들의 후손을 찾아 선현들의 숭고한 정신을 섬기며 캐나다 한인교회들이 하나가 되어 세계선교의 전진기지가 되는 기폭제로 삼고, 교회들이 부흥하고 성도들이 은혜받으며 선교 헌신자들이 쏟아져 나오는 대회가 되도록 준비하며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사무총장은 “1, 2차 대회에서 놀랍게도 수백명의 목회자와 평신도들이 선교헌신 대열에 동참했었다”며 “이번 대회에서도 300명의 선교사가 나오기를 기도 중”이라고 아울러 강조했다.
 
공동준비위원장 최영철 목사(안디옥교회 담임)는 선교대회 일정을 설명, “개·폐회 집회만 한 교회에서 하고, 다른 집회는 7개 교회에서 동시 개최해 강사들이 순회하며 인도하므로 성도들은 토론토를 7개 로 나눈 권역별 교회의 집회에 참석하면 된다”고 밝히고 “주일 예배는 50여명의 선교사들이 50여개 교회에 나가 말씀을 전할 예정인 만큼 어느 교회든지 선교사를 요청하면 적극 지원하겠다”며 교회들의 참여와 협조를 요청했다. 
선교대회는 9월29일 저녁 큰빛교회에서 개막집회를 가진 뒤 서부장로교회와 수정교회, 가든교회(담임 정관일 목사), 염광교회(담임 이요환 목사), 임마누엘 감리교회(담임 박피득목사), 토론토 한인장로교회(담임 손명수 목사) 등에서 동시 집회를 열고, 10월2일 주일 저녁 서부장로교회에서 폐막집회를 갖는다.  기간중 30일과 10월1일 오전에는 각 교회에서 선교세미나가 열린다.  한편 한인 해외선교사 협의회는 29일 오후 4시, 한인교회 세계선교협의회는 오후5시에 각각 창립예정이다.
< 문의: 416-250-1680, 416-749-0191 >



10만명 선교사 시대 한인교회들이 주역돼야

“90년 세계 선교대회 이후 목회자 50여명이 선교사로 헌신에 나섰습니다. 저도 그 1년 후 선교사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3백명의 선교 헌신자들이 나와 캐나다 한인교회들이 세계선교의 전진기지가 되는 일대 전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토론토를 비롯해 밴쿠버, 캘거리 등에서 9월 하순 (9.29~10.2)에 열리는 ‘태평양에서 대서양까지(From Sea To Sea)’ 장장 7700Km를 가로지르는 세계 한인 선교대회를 준비중인 토론토 출신 선교사 박형서 목사(러시아 15년 사역 중)는 “100년전 캐나다 선교사들이 조선 땅에 복음의 씨앗을 뿌려 오늘의 부흥을 일궜듯이 이제 캐나다 한인교회와 성도들이 세계선교의 주역으로 빚을 갚아야한다”면서 세계선교대회에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했다.  

[인터뷰] 세계 한인선교대회 준비 - 박형서 사무총장


100년전 선교사들 헌신에 보은해야
태평양에서 대서양까지 하나됨 획기적

■ 세계선교대회를 개최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 90년과 2002년에 이은 10년여만의 대회 입니다. 지난 두번의 대회에서 수많은 선교 헌신자들이 배출 됐습니다. 토론토 영락교회의 존경하는 김재광 목사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세계선교와 복음화 사명에 기꺼이 동참하셨고, 한인교계에 선교열정이 살아나는 계기가 됐습니다. 사실 개교회들도 해외선교에 진력하고 있지만, 넓은 안목에서 세계선교의 비전을 나누고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교회들 연합과 많은 선교사들의 경험을 나눌 선교대회가 중요합니다.  4~5년 마다 한번씩은 열려야 한다고 보는데, 그동안 열이 식어가는 감이 들어서 이번에 다시 많은 선교사분들과 뜻을 모으게 된 것입니다.
 
■ 이번 3차 대회 개최 준비사항을 대강 소개해 주시지요. 
▷ 온타리오 한인 교회협의회, 밴쿠버 교협과 함께 9월22일부터 25일 밴쿠버, 26~28일 밴프와 재스퍼, 캘거리 등 록키산 정상포럼이 열리고, 29일부터 10월2일까지 온타리오 지역 토론토 대회가 예정돼 있습니다. 토론토는 7개 교회에서 열릴 계획입니다. 현재까지 50여명의 세계 각지 한인선교사들과 목회자, 사모, 전문인, 그리고 은퇴선교사 등이 참가해 선교체험과 간증, 소명의 말씀을 전하게 됩니다. 찬양사역과 연주자도 참여합니다. 선교사들은 대회 개막식 등에서 선교지의 복장까지 소개하며 생생한 간증으로 세계선교의 당위성과 눈물어린 사역체험을 전해 예수님이 명령하신 땅끝까지 세계선교의 소명을 일깨울 것입니다.
 
■ 선교대회의 목표와 비전을 요약해 설명해 주십시오. 
▷ 먼저 100여년 전 조선 땅에 복음의 씨앗을 뿌려 한국의 복음화를 일군 캐나다의 선교사 후손들을 찾아 모두 초청합니다. 후손들을 섬기면서 선교사들의 정신을 되새기고 이어받아 빚진 자들인 캐나다의 한인교회와 성도들이 세계선교의 대열에 앞장서고 민족복음화와 세계선교의 전진기지로, 10만명 선교사를 배출하는 계기를 이루겠다는 것입니다. 지난 대회에서 닥터 에비슨 선교사의 후손들을 모두 초청했는데, 따님이 부친의 비화를 소개했습니다. 고종의 주치의를 맡았던 선교사가 장티푸스에 걸린 청계천 천민을 치료했다가 고종의 치하를 받고 간청을 드려 백정과 서자, 기생 등의 호패를 만들게 했다는 한국판 ‘노예해방’의 일화였습니다. 핼리팩스 평신도 출신 매켄지 선교사는 25세에 조선으로 가서 황해도 솔래에 최초의 교회를 세웠고, 풍토병으로 세상을 뜨기 까지 헌신했습니다. 캐나다 선교사들의 한국선교 기간을 모두 모으면 2500년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들은 우리의 롤 (Role)모델 입니다. 선교사들의 피와 눈물과 땀을 통해 하나님의 큰 역사가 한국 땅을 뒤바꾼 것 처럼, 선교대회를 통해 세계를 복음화하는 한인선교사 10만명 시대를 기필코 열어나가야 합니다.
 
■ 대회의 큰 목적 가운데는 캐나다 선교사들의 족적을 되새기고 후손을 섬기는 일이 있군요.
▷그렇습니다. 벌써 닥터 홀 선교사의 증손녀를 찾았고, 농사를 짓다 한국에 가서 농사법을 가르친 침레교출신 페닉 선교사의 후손도 찾아 초청할 계획입니다. 스코필드, 에비슨 선교사 등의 후손을 모두 모십니다. 그들을 통해 선조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정신을 이어받자는 것입니다. 한인선교사  가운데 순교자도 있습니다. 시베리아 땅에서 선교했던 감리교 출신 김영학 수표교회 목사는 이민목회와 선교사로 첫 순교한 분입니다. 그 분들의 숭고한 뜻을 되새겨야 합니다. 아울러 오랜 헌신과 사역 후에 은퇴하신 선교사 분들에게도 용기를 드리자는 목적도 있습니다.
 
■ 선교대회에 앞서 한인선교사협의회가 창립될 예정이라면서요?
▷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캐나다의 동-서가 하나되고, 선교사, 교회들도 하나로 연합해야 합니다. 창립은 9월29일 오후로 예정돼 있습니다. 오후4시에 캐나다 해외 한인선교사 협의회, 오후 5시에는 한인교회 세계선교협의회 창립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연합사역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면서 합께 선교에 나서는 이민교회사의 전기가 되리라 믿습니다. 그리하여 다음 4차 이후 선교대회는 두 단체가 4~5년마다 개최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 선교사로 헌신하게 되신 동기가 있으십니까?
▷소천하신 김준곤 목사님을 뵈었을 때 “10만명 선교 시대의 ‘향도선교사’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해 주셨습니다. CCC에서 일본 선교를 간 적이 있는데, 한 선교사가 일본에서의 고충을 얘기하며 김준곤 목사님이 해결해주겠다고 하셨다는 말씀을 ‘들은 사람(이 해결해야 할) 책임’이라고 말하더군요. 그때 ‘들은 사람 책임’이라는 말이 뇌리에 박혔고, 86년 캐나다 이민 오는 비행기에서 ‘캐나다가 세계선교의 전진기지가 되게 하라”는 하나님 음성을 듣고 세계선교의 거룩한 땅을 이루는 향도가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명함에도 김 목사님께 들은 ‘향도’라는 말을 새겼습니다.  88년에 베리에 교회를 개척했다가 90년 세계선교대회 이후 선교사가 되기로 하고 러시아에 가서 15년 사역했습니다.

■ 그렇게 선교비전을 세우게 되셨군요.
▷ 저는 성도 100명 마다 1명씩, 100명이 모이는 교회는 10명의 선교사는 보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5천년 준비된 민족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선교의 사명을 주셨습니다. 선교를 하지 않으면 교회도 한국도 망합니다. 선교는 예수님 재림을 앞당기는 일이고, 열방의 아버지 어머니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북한 선교가 통일의 길입니다. 선교사 10만명 내보내면 틀림없이 통일 됩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청년, 집사, 권사, 장로, 은퇴자 등 예비선교사들이 많이 나와 세계선교를 감당하기를 바랍니다. 개교회들은 선교사·강사분들을 모시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많은 분들이 자비량 헌신으로 오십니다. 집회와 세미나 등에 성도님들, 특히 선교담당 평신도 분들이 다 참석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고 하지 않습니까. 정말 캐나다 한인교회들을 위한 하나님 축복의 기회 입니다. 기간 중에 어느 교회든지 선교사를 요청하시면 부담없이 찾아가서 말씀을 전하게 해드릴 것입니다.

박 사무총장은 “우리 민족의 뿌리를 추적해본 결과 이스라엘과는 언어, 치열과 헬리코박터 보유 등이 같은 샘과 욕단의 후손 형제”라고 강조하고 “하나님은 우리를 5천년 동안 수난과 종교와 메시아 사상으로 훈련시켜 세계 복음화의 주역으로 키우셨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동방박사’가 실은 한국사람들이고 ‘강강수월래’는 재림사상이 깃든 찬송가이며 ‘릴리리야’는 할렐루야, ‘얼쑤’는 ‘위대한 하나님’을 뜻한다는 등 우리 민족에 대한 하나님의 ‘예정 소명론’에 대한 그의 열변은 끝없이 이어진다. 


문화방송이 <PD수첩> ‘광우병 편’을 문제삼아 사과방송과 사과광고를 낸 데 이어 이번에는 제작진을 인사위에 회부하고 징계절차를 밟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무죄를 받고도 사과문을 내는 황당한 조처를 한 데 대해 직원들에게 사죄를 해도 시원찮을 김재철 사장이 오히려 “징계가 불가피하다”고 했다니 문화방송 시계는 거꾸로 도는 모양이다.
대법원이 지난 2일 내린 최종판결은 형사는 무죄, 민사에서는 정부 협상 태도 등에 대한 비판은 의견표명에 해당돼 정정보도할 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것이 전부다. 대법에서 인정된 PD수첩의 허위보도는 한국인 유전자형 관련 보도뿐이다. 2심에서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했던 다우너소의 광우병 위험, 아레사 빈슨의 인간광우병으로 인한 사망 보도에 대해선 문화방송 제작진이 형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민사에서도 승소해 상고할 수 없었고, 따라서 대법에선 아예 다뤄지지도 않았다.
내용적으로 따져봐도 아레사 빈슨은 보도 이후에야 인간광우병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다우너소는 광우병 위험 때문에 미국에서 2009년 전면적인 도축 금지 조처가 내려진 점 등에 비춰 보면, 대법에서 본격 심리가 이뤄졌다면 어떤 판단이 내려졌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정정보도가 확정된 한국인 유전자형 관련 보도 역시 “한국인의 94%가 광우병에 취약한 유전자형을 갖고 있으니 광우병 걸린 쇠고기를 먹으면 발병할 확률이 94%”라고 표현한 것으로 ‘착오’나 ‘과장’ 수준의 잘못으로 보여진다.

이처럼 표현상의 오류 등 일부 잘못은 있으나 법률적으로는 사실상 문화방송 쪽의 승리라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경영진이 ‘대법원이 3가지 주요 내용을 허위로 결론내렸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실은 사과광고에 이어 징계까지 하려는 것은 정권에 대한 코드 맞추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치적 꿍꿍이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최근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 내용은 이명박 당선자와 현 정권 실세들이 미국과 협상도 하기 전인 2008년 1월 미국산 쇠고기 개방을 미국 쪽 인사들에게 약속해준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PD수첩은 당시 이런 약속에 맞추려 졸속으로 진행한 쇠고기 협상을 앞장서 파헤친 선구적인 심층보도였음이 다시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정부와 검찰, 수구언론이 장단을 맞춘 마녀사냥의 치부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문화방송 경영진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과 대선 가상대결에서 박 의원을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나왔다. 또 안철수-박원순 단일화 이후 안 교수 지지층의 움직임이 궁금했는데 새로운 여론조사 보도를 보면 박 변호사로 옮겨가는 효과가 꽤 나타나고 있다. ‘안철수 바람’에 깃든 시민들의 여망이 무엇인지를 정치권이 제대로 살피는 게 더욱 긴요해지고 있다.
시민들이 안철수 바람을 통해 정치권의 철저한 각성과 변화를 주문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특히 안 교수가 보여준 공익에 대한 헌신적 자세와 희생정신, 겸손함 등을 시민들이 높이 평가하고 있음도 의심할 나위가 없다. 이런 터에 대변인 등 한나라당 일부에선 안철수-박원순 단일화를 강남좌파의 야합쇼라고 깎아내리고 나섰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책임을 인정하고 자숙해도 부족한 마당에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다.
야3당과 시민단체들은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2단계 경선을 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야권 각 주체는 후속 논의 과정에서 기득권에 집착하는 태도를 버려야 하며, 시민단체나 작은 정당 쪽도 능력 범위를 넘는 지나친 요구를 해선 안 될 것이다.

아울러 우리 사회에 가뜩이나 깊게 자리잡은 정치불신 정서가 차제에 더욱 증폭되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도 있다. 기성 정당들이 제구실에 미흡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국정과 시정 난맥상의 원인 제공자인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전임 서울시장이 바로 ‘탈정치의 정치’와 ‘탈여의도 지도력’ ‘기업가형 지도력’을 자처했음도 잊어선 안 된다. 정책 개발과 실천을 담보하는 사회적 약속의 틀을 무시하고 인물 위주로만 흘러서는 정치를 제대로 바꾸기 어렵다. 가령 야권의 경우 통합이나 연대의 틀을 세워나가는 노력은 오히려 더욱 필요해졌다.
안철수 바람을 진보-보수의 세력대결 정치에 식상한 결과라거나, 심지어 정당들이 진보 선회(좌클릭)에 열중하다 닭 쫓던 개가 되었다는 일부 보수언론의 해석도 근거 없는 제 논에 물 대기 주장일 뿐이다. 민주당보다도 진보성향이 강한 박 변호사한테 안철수 바람의 상당 부분이 옮겨가는 것만 봐도 이 점은 분명하다. 만약 정치권이 보수언론의 주문처럼 복지 담론 등을 후퇴시킨다면 그것은 대표적으로 ‘안철수 민심’을 거꾸로 읽는 결과가 될 것이다.

[칼럼] 잘 계시나요?

● 칼럼 2011. 9. 16. 20:48 Posted by SisaHan

특별히 살 게 없어도 나는 자주 시장엘 간다. 시장도 백화점처럼 공간이며 품목에 나름의 질서가 있고, 그 속의 사람들 역시 비슷한 패턴을 보이건만 지루함을 모르겠으니 시장을 찾는 건 일종의 습관이 아닌가 싶다.
무심한 듯 지나치면서도 양말 더미에 기대 곯아떨어진 아줌마, 무표정하게 다리 뻗고 앉아서 날마다 밤을 까는 할머니, 사모님 소리가 입에 붙어버린 정육점 총각, 물 건너온 덕에 비싼 가격표를 붙이고 배배 말라가는 체리 따위를 눈여겨본다. 그러면서 걱정도 한다. 붙박이 상인 누군가 나를 익숙한 사람으로 바라볼까봐. 뭘 그다지 사지도 않으면서 자주 나타나는 여자라고.
올여름 지겨웠던 비 때문에 어느 상점이고 물건이 시원치 않다. 부실한 채소나마 양이 부족하고 값도 만만찮으니 명절대목의 흥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어 씁쓸하다. 이맘때만 보이는 애호박이 있어 냉큼 사들고 가다가 시장 끄트머리 횡단보도 앞에서 문득 발이 멎었다.

“한 바구니에 만원!”을 외치는 젊은 여자 목소리. 온종일 외쳤는지 허스키한 목소리의 그녀는 잘해야 삼십대 중반으로밖에 안 보였고 시장 나들이가 익숙한 내게 낯선 사람이었다.
한 바구니에 만원이라는 물건. 푸른 사과다. 길바닥에 늘어놓은 탓인가 낙과처럼만 보이는 사과 더미 속에서도 여자 목소리에는 단호한 무엇이 있었다. 바구니마다 대여섯개씩 담아놓고 목 언저리가 붉어지도록 외치는 그녀에게 끌려 사람들이 푸른 사과에 눈길을 주곤 했으니.
어서어서 팔아치우고 돌아가야 한다는 듯 그녀는 재빠른 손놀림과 남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는 꿋꿋함으로 손님을 불러 세우곤 했다. 어떤 아이의 엄마일 것만 같은 사람. 그러지 않고서야 저리 용감할 수 있겠나.
그런데 별안간 “한 바구니에 만원!”을 외치는 그녀에게 “떨이요, 떨이!”를 외치던 엄마가 겹쳐졌다. 나도 모르게 찡그리며 돌아섰으나 횡단보도의 신호가 끝나도록 나는 발목이 잡힌 채 서 있었다.
곁눈질조차 안 하는 그녀를 나는 한참 바라보았다. 그저 구경이나 하려던 손님을 기어이 붙잡아 덤까지 얹어주며 팔고 재빨리 다른 손님을 향해 손 까부르는 여자. 저기에 엄마가 겹쳐질 게 뭐람. 어쩌자고.
나는 내 가슴에 깊고 커다란 구멍이 있다는 걸 안다. 그건 평소에 바늘이 찍은 점처럼 희미하지만 너무나 외로울 때면 내 등 쪽을 시커멓게 뚫어버리고 감당할 수 없게 시린 바람을 일으키는 구멍이다. 그 구멍에 내 엄마가 살고 있다.

5일장을 따라다니며 생선과 꽃게를 팔았던 엄마한테서는 늘 비린내가 났고 지문이 닳고 자주 피가 터져서 손가락에는 반창고가 친친 감겨 있었다. 떨이도 못하고 막차마저 놓치고 나면 하염없이 먼 밤길을 걸어오던 엄마. 그런 엄마를 기다리며 정류장에 나가 서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왜 안 자고 나와 있느냐는 살가운 말 한마디 건넬 줄 모르는 엄마를 나는 정말 싫어했고, 공부 작파하고 일찌감치 돈 벌러 나가라는 성화를 들은 척도 않는 나는 엄마가 징글징글하게 여기는 딸이었다.
우리가 엄마와 딸이 아니었다면 영원히 비껴나갔을 텐데, 인연은 때로 너무 가혹한 것이라서 끝내 속을 파 먹히는 아픔을 남기고야 만다. 병든 몸은 마비되어 가는데 정신은 너무나 말짱해서 괴로워했던, 내가 벌을 받는 거라면 죽은 꽃게를 섞어 팔았던 게 죄였다고 말하던 엄마. 내 깊은 구멍이 엄마로부터 비롯되었음을 나는 잘 안다.
미안하다는 말조차 못하고 보낸 엄마를 오늘 시장 귀퉁이에서 만났다. 엄마, 잘 계시나요. 그래야만 해, 꼭. 거기가 어디든지.

<황선미 - 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