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브룩스 "잃을 건 쇠사슬밖에"

"트럼프, 권력 통제 모든 제도 파괴"
진보 라이시 "전국적 시민 총파업"

"기득권층, 시민 봉기 참여하려면,
트럼프 정권 을 만든 죄 인정해야"

 

"전면적이고 전국적인 시민 봉기(civic uprising)에 나설 때다. 대학, 법조계, 재계, 비영리단체, 과학계, 공직 사회 등에 있는 미국인들은 단일 대오의 조직적 대중 운동을 만들 때다. 트럼프는 권력 문제다. 필적할 힘을 지닌 운동으로 맞서는 게 그를 저지할 유일한 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CMS) 메흐메트 오즈 센터장  취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 04. 18 [AFP=연합]

 

보수 브룩스, 뉴욕타임스 칼럼서
전면적 전국적 시민 봉기 주창

 

미국에서 마침내 '시민 봉기'란 말이 나왔다.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지금 벌어지는 일은 정상이 아니다. 미국엔 정상이 아닌 봉기가 필요하다'란 17일 자 칼럼에서 이렇게 제안했다. '보수 성향'의 인물이란 점에서 그의 '시민 봉기' 주장은 상당한 파장을 낳고 있다. 브룩스는 "나는 운동권이 아니다. 천성적으로 시위에 가담해 행진하거나 기자로서 취재한 집회 말고는 참석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칼럼에서 브룩스는 '시민 봉기'를 주창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수 세기에 걸쳐 사람들은 '약육강식'의 세계를 넘어 '문명의 근간'을 구축했지만, 백악관에 복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무너뜨리고 있어서다.

 

'문명의 근간'으로 △ 권력을 통제하는 헌법 △ 평화를 증진하는 국제적 동맹들 △ 평화적 분쟁 해결을 위한 법률 시스템 △ 질병 치유를 위한 과학적 기관 △ 대중의 이해를 높이는 뉴스 매체들 △ 고난을 완화하는 자선 기관들 △ 부와 번영을 위한 기업들 △ 영광스러운 우리 삶의 방식을 보존, 전달, 발전시키는 대학들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런 제도들은 우리의 삶을 끔찍하고 잔인하고 결핍된 게 아니라 달콤하고 사랑스럽고 창의적으로 만든다"면서 "그러나 트럼프주의(Trumpism)는 이 모든 것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데이비드 브룩스 칼럼니스트는 17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트럼프 반대 '시민 봉기'를 주창했다. 2025. 04. 17 [뉴욕타임스 캡처]

 

'문명 근간' 파괴 트럼프주의 성토
"트럼프, 권력 통제 모든 제도 파괴"

 

트럼프주의에 대해 브룩스는 "뭣보다 권력 획득, 권력 자체를 위한 권력 획득에 관한 것이다"라며 "지구를 무자비한 인간들의 놀이터로 만들려는 다면적 공격인 만큼 그 권력을 통제할 모든 제도는 약화 또는 파괴되어야 함은 물론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주의는 아집, 식욕, 탐욕에 관한 것이며, 학습과 연민, 과학적 궁금증, 정의 추구 등 인간 정신의 고차원적 요소들에 대한 원초적 혐오에 의해 추동된다"고 지적했다.

 

브룩스는 트럼프와 그의 '시종들'은 "한 차선에서는 로펌들을 뒤쫒고, 또 다른 데선 USAID(미 국제개발처)를 짓밟고, 또 다른 곳에선 우리 대학들을 공격하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전선에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약화시키고 다른 데선 글로벌 무역을 뒤엎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별개의 전투가 아니고, 트럼프의 권력 획득을 통제할 문명 질서의 부품들을 망가뜨리려는 하나의 노력이다"라며 이를 물리치기 위한 '단합된 대응'을 촉구했다.

 

미국 매세추세츠주 캠브리지의 하버드대에서 학생과 교수, 교직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2025. 04. 17 [AP=연합]

 

"반트럼프 시민 봉기 참여하려면
트럼프 정권을 만든 죄 인정해야"

 

트럼프가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근절 등을 구실로 한 교내 정책 변경 요구를 거부한 하버드대 등을 탄압하는 데 대해 '시민 봉기'를 거론하면서 "지금 미국에 필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트럼프는 미국 생활의 가장 위대한 기관들에 족쇄를 채우고 있다. 우리가 잃을 건 쇠사슬밖에 없다"고 썼다.

 

브룩스는 모든 시민의 봉기를 위한 '조언'도 내놓았다. 그는 "우리는 제도적 신뢰 수준이 처참하게 낮은 나라에 살고 있다. 대학 총장들, 대형 로펌들, 언론 매체들, 기업 경영진들은 회의와 냉소의 벽을 마주하고 있다"면서 "반트럼프 대규모 시민 봉기에 참여하려 한다면, 그들은제일 먼저 트럼프(정권)를 만든 '기득권층의 죄'를 알고 있다는 점을 나머지 국민에게 보여줘야만 하며, 민주적으로 소속 기관들의 개혁을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 노동부 장관을 지낸 라이시 교수. EPA 연합

 

진보 라이시 "전국적 시민 총파업"
시위 말고 모든 일 거부하자 제안

 

보수 칼럼니스트의 '시민 봉기' 제안에 시대의 지성인으로 평가받는 진보 성향의 로버트 라이시(78)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골드먼 정책대학원 교수가 화답하고 나섰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 노동부 장관을 지낸 라이시 교수는 18일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란 페북 글에서 브룩스의 제안을 소개하고 "우리는 맞서고 저항하고 규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적 시민 봉기의 모습과 관련해 라이시는 "총파업, 즉 수천만의 미국인이 노동을, 구매를 거부하고, (트럼프) 정권에 대한 대규모 시위 외에는 어떤 일도 거부하는 그런 파업이다"라고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그러면서 "한 번의 총파업이 아니라 반복적인 총파업"이라며 "갈수록 숫자가 늘고 분노와 저항, 연대가 미 전역으로 지속적으로 확산되는 파업"이라고 강조했다. 라이시는 "트럼프가 미국을 건드린 건 용납할 수 없다"며 "지금은 전국적 시민 봉기에 나설 때다. 우리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행정부가 '반드시 사전 통지 및 법원 이의 제기 기회 보장' 안하자 제동

 

 
 
19일 미국 대법원이 18세기 제정된 법률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진행하던 베네수엘라 갱단원으로 지목된 이들의 추방을 중단시켰다. 워싱턴/AFP 연합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가 적성국 국민법을 근거로 추진 중인 베네수엘라 이민자 강제 추방을 일시 중단시켰다. 연방대법원은 지난 7일 ‘적성국 국민법으로 인한 추방 대상자들에게도 반드시 사전 통지 및 법원 이의 제기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이를 제한적으로 허용한 바 있다. 행정부가 이를 따르지 않자 이례적으로 신속 개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방대법원은 19일(현지시각) 새벽 내놓은 결정문에서 추가 명령이 있을 때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해당법을 이용해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을 추방해선 안 된다고 명령했다. 대법원이 이 사안과 관련해 명시적으로 ‘추방 금지’를 명령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대법원은 하급 법원에서 추방을 금지하자 ‘이의 제기권 보장’을 조건으로 달아 이를 오히려 허용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1798년 제정된 적성국 국민법을 적용해 베네수엘라인 300여명을 갱단인 ‘트렌 데 아라과’ 조직원으로 규정한 뒤 엘살바도르로 추방했다. 이 법은 외국인 적으로 지정된 인물을 강제 추방할 수 있는 법률로 미국 역사상 세 차례, 그것도 전시에만 사용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 이 갱단을 ‘외국 테러 단체’로 지정한 뒤 사실상의 ‘전쟁 당사국’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번 소송을 주도한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의 리 게를런트 변호사는 “이 남성들은 재판 한번 받아보지 못한 채 끔찍한 외국 감옥에 수감될 위기에 있었다”며 “대법원이 행정부의 무리한 추방을 일단 저지한 데 대해 안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 대변인 캐럴라인 레빗은 “정부의 조치는 법적 정당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미 추방된 베네수엘라인들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은 의뢰인들 대부분 범죄 조직원이 아니며 범죄 전력도 없다면서 정부가 단순히 이들의 문신을 근거로 이들을 갱단으로 판단해 추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첫 추방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엘살바도르 대통령 나이브 부켈레와 협정을 맺고 여러 차례 추방을 진행했다. 미국은 자신들이 범죄 갱단원으로 지목한 이들을 엘살바도르 감옥에 수용하는 대가로 비용을 지불한다.   < 한겨레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트럼프 “협상 손 뗄 것” 경고 하루 뒤 깜짝 선언

 

 
 
19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과 면담하고 있다. AFP연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 일 ( 현지시각 ) 을 기점으로 30 시간 휴전을 하자는 갑작스러운 제안을 던졌다 . 미국이 지지부진한 평화 협상 중재를 관둘 수 있다고 경고한 뒤 하루가 지나 벌어진 일이다 .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부활절 (4 월 20 일 ) 휴전 선언 직후에도 공격이 계속됐다며 경계를 놓지 않았지만 , 휴전을 한다면 그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크렘린궁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과 면담 중 러시아 모스크바 시각 기준 “ 오늘 오후 6 시부터 21 일 0 시까지 러시아는 부활절 휴전을 선언한다 ” 고 말했다고 전했다 . 푸틴 대통령은 이를 “ 인도주의적 고려 ” 에 의한 것이라며 “ 이 기간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할 것을 명령한다 . 우크라이나도 우리를 따르길 바란다 ” 며 상호간 휴전이 되어야 할 것을 강조했다 .

 

푸틴 대통령의 이러한 발표는 바로 전날인 18 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협상 진전이 없으면 미국은 손을 떼겠다고 경고한 뒤 이뤄졌다 .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기자들과 문답에서 “ 어떤 이유건 양쪽 중 한 쪽이 ( 협상을 ) 매우 어렵게 만든다면 ‘ 당신들은 바보다 , 끔찍한 사람들이다 ’ 라고 말하고 우리 ( 미국 ) 는 빠질 것 ” 이라며 “ 희망하건대 그런 일은 없기 바란다 ” 고 말했다 . 지난 2 월부터 미국은 러시아와 대면해 협상에 들어갔지만 러시아는 갖가지 협상 조건을 제시하며 지연 전략을 쓴다는 비판도 나왔다 . 이번 휴전 선언이 나온 뒤 , 미국과의 협상에 임하는 중인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해외 투자 · 경제 협력 특사는 엑스 (X· 옛 트위터 ) 에 “ 평화를 향해 한걸음 더 ” 라고 적어 환영 표시를 했다 .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행위에 상응해 행동하되 , 휴전 연장안을 역제안했다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엑스에 “ 침묵에는 침묵으로 , 공격에는 방어 타격으로 대응할 것 ” 이라며 실제 휴전이 유지될 경우 , 그 기간을 부활절 이후까지 30 일간 연장하자고 제안했다 . 애초 지난달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30 일의 잠정 휴전안에 합의했지만 , 러시아가 이를 거부하며 협상이 계속되고 있었다 . 젤렌스키 대통령은 20 일 ( 현지시각 ) 자정이 지나 올린 글에선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와 벨고르드 지역에서 푸틴 대통령의 휴전 선언은 적용되지 않았다며 “ 적대행위가 계속되고 있고 , 러시아의 공격도 지속되고 있다 ” 고 주장했다 . 다만 “ 일부 지역에선 상황이 보다 조용해졌다 ” 며 “30 일의 완전하고 , 무조건적인 휴전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 ” 고 말해 러시아의 답변을 요구했다 .

 

러시아의 부활절 휴전 선언이 나온 직후 , 영국 비비시 (BBC) 는 우크라이나의 군 관계자를 인용해 그가 속한 부대가 러시아 진지에 대한 사격을 중지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도 보도했다 . 이 관계자는 휴전 위반이 발생할 시 이를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고 , 필요하면 사격을 재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비비시에 말했다 .

 

이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아랍에미리트 (UAE) 중재로 200 명 넘는 포로를 교환한 것도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 우크라이나는 이날 우크라이나군 277 명이 , 러시아는 246 명이 귀환했다고 밝혔다 . 이는 2022 년 2 월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면전이 시작된 뒤 단일 교환으로 가장 많은 수이기도 하다 .   < 한겨레=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

배에서 요리 중 화재,  실종자 100명 이상

 

 
 
콩고 강 유역의 항구 도시 음반다카. 옥스팜 플리커 갈무리
 

지난 15일 아프리카 중부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 발생한 보트 화재 및 전복 사고의 사망자가 148명으로 늘어났다.

 

19일 미 시엔엔(CNN)에 따르면, 민주콩고 당국은 약 500명이 탑승한 목선이 국토 서북부에 위치한 콩고 강에서 화재가 난 뒤 전복돼 사망자가 최소 148명이라고 18일 밝혔다. 실종자도 100명 이상이라고 알려졌다.

 

선박 관계자는 사고가 난 목선이 마탄쿠무 항구를 떠나 볼롬바 지역으로 향하던 중이었으며 콩고강 중류에 위치한 음반다카 마을 근처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고 원인은 배에서 요리하던 중 화재가 비롯됐다고 선박 관계자는 말했다. 승객들이 화재를 피해 강에 뛰어들면서 사망자 수가 늘어났다고 그는 덧붙였다. 수십명이 구조됐지만 생존자 중 상당수가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당국은 사고 직후 사망자 수를 50명여명으로 추정했으나 며칠 사이 크게 늘었다.

 

사고 지역 음반다카 마을이 속한 에콰테르주 상원의원 장 폴 보케츠 보필리는 시엔엔에 “지금 이 순간에도 3도 화상을 입은 150명 이상의 생존자가 인도주의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콩고의 웅장한 강과 풍부한 호수가 콩고 사람들에게 거대한 공동묘지가 되고 있다. 이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중부 아프리카에서는 많은 사람들을 태우고 밤에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치명적인 선박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편이라고 시엔엔은 설명했다. 인구 1억명 이상인 민주 콩코는 교통 인프라가 열악하지만 이동수단이 부족해 목선이 많은 승객을 태우고 강을 건너는 일이 빈번하다. 정부가 해양 규정을 만들어 시행하는 것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 한겨레 김미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