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들이 판치는 나라, 건희 왕국 박살내자"
"윤석열 탄핵만이 파탄난 국가 복원하는 길"

촛불대행진서도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 열기
"전쟁과 계엄 막을 유일한 힘은 민심의 폭발"

국외 동포들도 "국회의원은 탄핵 발의하라"
이태원 유가족, 해병대도 '탄핵' 한 목소리

"광주와 경북서도 윤석열 탄핵 촛불 열기"
"100만 촛불로 윤건희 정권 끌어내리자"

 

12일 오후 서울 시청역~숭례문 앞 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0차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0.12. 이호 작가
 

12일 오후 서울 시청역~숭례문 앞 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0차 촛불대행진'은 김건희 공천 개입 의혹에 분노한 시민들의 구호로 가득찼다. 7000여 명(주최 쪽 추산)의 시민들은 김건희 씨와 비선들이 국정을 농단하는 사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윤석열 탄핵'만이 답이라고 외쳤다.

집회의 문을 연 사회자 김지선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는 "명태균이 실세다, 황정호(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가 실세다, 천공이 실세다, 말들이 많은데 이 모든 정황이 김건희를 가리키고 있다"며 "모두 내가 김건희 라인이라고 주장하면서 공천장사, 국정농단, 부정부패 비리들을 저지르고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김 공동대표는 "이 정도면 나라가 개판"이라며 "툭하면 격노하고 고소·고발하던 대통령실 입도 뻥끗 못 하고 있다는 것은 김건희가 국정농단의 주범이라고 확인해주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김건희 한 명 지키려다가 나라가 쑥대밭이 됐다"며 "김건희가 치외법권인가, 왜 김건희만 수사 못하는 것이냐, 이게 나라냐"고 했다.

시민들은 이에 "추악한 비리왕국 윤건희(윤석열+김건희) 일당 타도하자" "공천비리 국정농단 김건희를 구속하라" "비선들이 판치는 나라 건희왕국 박살내자"라고 구호를 외쳤다.

 

12일 오후 서울 시청역~숭례문 앞 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0차 촛불대행진에서 김은진 촛불행동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2024.10.12. 이호 작가
 

김은진 촛불행동 공동대표도 공천 개입 사태를 비판했다. 그는 "최근 명태균이라는 정치 거간꾼이 연일 새로운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김건희의 윤석열 정권, 국힘당에 연루 안 된 인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추악한 비리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며 "보수언론도 비명을 지르고 김건희를 사법 처리하라는 주장까지 내놨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공동대표는 북한이 전날 외무성 중대성명을 내고 "대한민국이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엄중한 정치군사적 도발 행위를 감행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윤석열 정권이) 자기 살자고 전쟁까지 획책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며 "윤석열 탄핵이 가장 시급한 전쟁방지 대책"이라고 외쳤다.

그러면서 "윤석열 탄핵이 김건희 국정농단을 멈춰세우고 특검과 구속으로 가는 출발점이고, 윤석열 탄핵이 국가 능멸하고 국민 등쳐 먹는 비리왕국을 무너뜨리는 길"이라며 "윤석열 탄핵이 파괴된 민주주의 파탄난 민생 정의와 상식 회복시킬 수 있는 국가복원의 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촛불대행진서도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 열기

시민사회 원로도 탄핵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이제 우리 국민들은 윤석열과 한동훈이 독대하든지 그룹미팅을 하든지 아무런 관심이 없다. 김건희가 사과를 하든지 말든지 아무런 관심이 없다"면서 "오로지 김건희를 구속시키고 윤석열은 사퇴하라는 그것에만 우리 국민들은 관심있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서울 시청역~숭례문 앞 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0차 촛불대행진에서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가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2024.10.12. 이호 작가
 

이어 "윤석열 지지도가 서울지역 에서 드디어 10%대를 찍었다(전국지표조사, 서울 18%)"며 "배가 난파할 것 같으면 쥐새끼들은 먼저 도망간다. 조만간 추악한 난파선에서 탈출하는 쥐새끼들을 볼 것이라 확신한다. (탄핵 의결 정족수를 맞출) 8명이 아니라 80명에 달하는 국힘 의원들이 윤석열을 밟고 이리로 줄을 설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윤석열은 충암고 선후배 출신으로 군과 경찰을 장악하고 계엄을 실행할 '라인업'을 구축했다. 저들은 '그럴 일 없다' '계엄 운운하는 건 정치 공세다'라고 말하지만, 계엄하겠다고 말하고 하는 정권은 없다"며 "지금 누리고 있는 온갖 좋은 지위와 부귀영화를 놓지 않기 위해 계엄을 감행할수도 있다는 걸 우리는 똑똑히 알고 각성하고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끝으로 "전쟁과 계엄을 막을 유일한 힘은 민심의 폭발이다. 감히 계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감히 꿈조차 꿀수 없도록 폭발적 민심을 조직하자"며 "민심을 폭발시키기 위한 윤석열 정권 퇴진 국민투표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투표는 퇴진투쟁에 주저하는 기성 정치권에 따끔한 질책이 될 것이며, 국회에서 퇴진 밀어가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국민투표'를 독려했다.

 

12일 오후 서울 시청역~숭례문 앞 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0차 촛불대행진에서 곽상렬 재외국민유권자연대 공동대표와 국외 동포들이 윤석열을 탄핵하라고 외치고 있다. 2024.10.12. 이호 작가
 

5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연합한 윤석열퇴진국민투표 추진본부는 지난 8일부터 온·오프라인에서 윤 대통령의 신임 여부를 묻는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투표는 3만 명을 넘어섰으며, 거리와 학교, 공장, 마을회관 등에서도 투표가 이뤄지고 있다. 투표는 12월 6일까지 진행되며 결과는 12월 7일로 민중총궐기에서 발표된다.(☞온라인 투표 하기)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도 온라인, 오프라인 투표를 하며 윤석열 퇴진 열기에 힘을 보탰다.

국외에서도 탄핵 운동에 동참했다. 뉴질랜드에서 온 곽상렬 재외국민유권자연대 공동대표는 "대한민국의 국격이 높아질 때마다 저희의 자존감이 함께 올라가지만, 최근 윤석열이 집권한 뒤로 창피해서 얼굴 들고다닐 수 없을 지경"이라며 "이제 윤석열이 대통령인지 김건희가 대통령인지 헷갈리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곽 공동대표는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들과 재외동포들은 더 이상 윤석열과 김건희의 질 떨어지는 대통령 놀음을 지켜볼 수 없다"며 "이들의 대통령 놀음에 침묵하는 비겁한 국의원들은 탄핵에 적극 동참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연단에 함께 올라온 국외동포들과 함께 "재외국민 유권자연대 이름으로 750만 재외동포 이름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이름으로 대민국회의원에게 명령한다"며 "모든 국회의원들은 지금 당장 윤석열 탄핵에 앞장서라"라고 외쳤다.

 

12일 오후 서울 시청역~숭례문 앞 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0차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발언을 듣고 있다. 2024.10.12. 이호 작가
 

이태원 유가족, 해병대도 '탄핵만이 답'

이날 촛불대행진에는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인 고 최민석 씨의 어머니 김희정 씨의 발언도 있었다.

그는 이태원 참사에 대해 "참사부터 국가폭력이었다"면서 "왜 현장 보존을 하지 않았나. 맨땅 위에 쌓아서 눕혀진 아이들 속에서 우리 민석이를 찾는 시간에, 엄마 품에서 엄마 목소리라도 듣고 손이라도 잡게 했다면, 가보지 않은 죽음의 길을 가는 민석이가 덜 불안했을지도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또 "사망 원인이 압착성 질식사라는 법의학자 진단서가 있음에도 부검 제안을 받고, 이름도 사진도 없이 국화꽃 무덤에 조문을 받았고 근조 리본을 뒤집어다는 기괴한 장례를 치르고 지나갔다"며 "녹사평 분향소에선 매일 극우세력 공격에 싸워야했고, 시청 분향소에선 철거 계고장과 벌금을 감당해야 했고, 풍찬노숙 중 경찰의 과잉진압에 온몸에 멍들고 폭염, 폭우, 폭설에도 경찰 탄압과 맞서야했다"고 했다.

그는 "죽는 줄도 모르고 스무 살 겨우 채우고 강제로 사망한 게 죄인가. 실종신고도 하지 않은 망자에게 '변사자'라고 '죄명'을 붙여 (통지서를) 발송한 경찰도 국가폭력력과 만행을 저질렀다. 평생 죄가 뭔지도 모르는 학생에게 서부지검 조사 검사가 배정됐고, 사망 신고도 안 했는데 금융정보를 열람했다"며 "입만 열면 공정과 상식을 외친 윤석열 정권의 공정과 상식이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아울러 김 씨는 박희용 용산구청장이 최근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데 대해서도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받은 박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의 비상식적이고 반인도적인 판결에 선고 후 유가족들은 바닥에 쓰러져 오열했다.

 

12일 오후 서울 시청역~숭례문 앞 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0차 촛불대행진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최민석 씨의 어머니 김희정 씨가 발언하고 있다. 2024.10.12. 이호 작가
 

김 씨는 "지금 생각하면 후회가 된다. 떠밀려 장례 절차를 하면 되는 게 아니었다. 그냥 그대로 뒀어야 됐다. 정쟁이라고 부를 때 분란이라고 눈치줄 때 질문하고 묻고 싶을 때 이렇게 저렇게 이해하고 참느라고 눈 감고 귀 막고 입 닫은 것을 후회한다"며 울음 터뜨렸고, 시민들은 "힘내세요"라고 응원하며 박수를 보냈다. 김 씨의 발언에 일부 시민들도 눈물을 흘렸다.

시민들의 응원에 발언을 이어 간 김 씨는 "역사 속에서 언제나 나라가 위기일 때 나선 이들은 임금도 관료도 아닌 농민이고 민초였다. 지금도 대통령 때문에 나라가 망해가는데, 국회의원이 아닌 촛불 국민이 나라를 구하고 살리기 위해 촛불을 들고 있다"며 "탄핵만이 미치광이 괴물 정권으로부터 나라를 구할 최선의 방법이다. 한시라도 빨리 탄핵시키기 위해 온 나라가 촛불로 뒤덮히길 기도한다고 했다.

시민들은 이에 "탄핵이 진상규명이다 윤석열을 탄핵하라" "탄핵이 책임자 처벌이다 윤석열을 탄핵하라"라고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며 이태원 유가족에게 연대의 뜻을 보냈다.

 

12일 오후 서울 시청역~숭례문 앞 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0차 촛불대행진에서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4.10.12. 이호 작가
 

해병대를 상징하는 빨간색 모자와 전투복을 입고 연단에 오른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윤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을 세 차례 거부권 행사하고, 여당인 국민의힘이 반대 투표로 법안을 폐기시킨 데 대해 강력 규탄했다. 정 회장은 "우리 해병대의 '레드 라인'(금지선)을 넘지 말것을 경고했다"면서 "이쯤가면 막하자는 거 아니겠느냐"고 외쳤다.

정 회장은 "윤석열이 채 상병 수사외압 사건의 주체임이 다 밝혀졌지만 윤석열에게 장악당한 검찰, 경찰, 공수처는 있으나마나한 조직으로 전락한지 오래됐다. 그래서 우리는 특검으로 그 진상을 밝히자고 싸워온 것"이라며 "그런데 주범 윤석열은 특검을 세 번이나 거부했으며, 그 공범 국민의힘은 보수의 가치는 내다버리고 권력자에 굴종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또 "한동훈은 어떠한가. 당 대표 되려고 특검해서 진실을 밝히자더니 윤석열이 꼬붕(부하라는 뜻의 일본어, 속어)짓이나 하고 있지 않나"라며 "가해자를 빼주기 위해 수사에 개입해 채 상병의 유가족을 아프게 하더니, 진상규명을 가로막아 채 상병과 그 유가족을 고통의 굴레에 빠뜨린 자들이 바로 윤석열과 국민의힘"이라고 했다.

그는 "이 천인공노할 정치세력에게는 탄핵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윤석열을 탄핵해 누가 해병대를 사지로 몰아넣었는지, 누가 진실을 덮고 사단장을 구명해줬는지, 왜 박정훈 대령을 항명 수괴로 몰았는지, 선(先) 탄핵 후(後) 진상규명하자"라며 "채 상병사건, 수사외압의 주범 윤석열, 세 번의 거부권 행사 윤석열, 이제는 탄핵"이라고 외쳤다.

 

12일 오후 서울 시청역~숭례문 앞 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0차 촛불대행진에서 '백지의 퇴진뉴스'를 진행하고 있는 백지은 씨의 모습. 2024.10.12. 이호 작가
 

서울, 광주, 경북도 윤석열 탄핵 촛불

이 밖에 집회에서는 풍자로 한 주의 주요 이슈를 정리하는 <백지의 퇴진뉴스> 코너가 진행돼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의 출연자를 패러디한 백지은 씨는 공천 개입을 음식에 비유해 "검찰총장·경찰청장·권익위원장 '장 트리오'를 이용한 '김건희 빠스'(맛탕) 요리"라며 "오랫동안 저온 숙성한 주가 조작에 요새 가장 신선한 제철 재료인 공천개입을 곁들여드시면 된다"고 해 시민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문화 공연도 이어졌다. 성악가 바리톤 윤선희, 테너 박준석이 무대에 올라 <바람의 노래> <지금 이 순간>을 불러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시민들은 공연을 끝으로 본집회를 마치고 도심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 대열은 더플라자호텔-을지로입구역-광교-청계광장 소라탑-서울시청 옆 도로을 경유해 본집회가 열렸던 시청역으로 돌아왔다.

 

12일 오후 서울 시청역~숭례문 앞 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0차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2024.10.12. 이호 작가
 

시민들은 행진하며 "불법 무법 사기 정권 윤석열을 탄핵하라" "대국민 전쟁선포 윤석열을 응징하자" "극우독재 전쟁정권 계엄음모 분쇄하자" "계엄정권 끌어내리자 "윤건희 정권 끌어내리자" "100만 촛불로 계엄시도 봉쇄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거리를 지나던 시민들도 행진 대열에 응원 박수를 보내거나 엄지를 들어올렸다. 구호에 맞춰 주먹을 흔드는 시민들도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을 찍어 공유하기도 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탄핵 집회에 흥미로운 듯 사진을 찍고 행진을 지켜봤다.

행진을 마친 뒤, 시청역 앞에선 정리집회가 진행됐다. 김지선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서 집회가 열렸다며 "광주에서는 수천명이 탄핵콘서트에 참가했고, 경북 영주, 영양, 봉화에서도 수백명의 인파가 몰렸다"고 전했다. 이에 시민들이 환호했다. 또 정리집회에서는 김은희 용산촛불행동 대표가 연단에 올라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에서 탄핵에 가장 앞장서겠다"고 외쳐 큰 호응을 얻었다.

집회는 직장인 노래 모임 '다시부를노래'의 노래 공연으로 한 주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을 비판하고 탄핵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꺼져!> <탄핵만이 답이다> 등의 노래를 불렀다. 시민들도 노래 후렴구에 맞춰 "윤석열 탄핵, 김건희 특검"을 외쳤다.

 

12일 오후 서울 시청역~숭례문 앞 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0차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2024.10.12. 이호 작가
 

다음 주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1차 촛불대행진(10월 전국집중촛불)'은 오는 19일 오후 3시 시청역 앞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편 촛불행동은 이달부터 '윤석열 탄핵 유권자 대회'를 전국 각지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오는 13일 오후 4시 인천 연수구 송도센트럴파크 앞에서 첫 번째 유권자 대회가 열리며, 10~11월 사이 전국 각지에서 개최된다. 자세한 사항은 ☞촛불행동 카페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인사들
보수정부 집권전략 차원에서 실행… 윤석열 정부에선?

 
▲ 한국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작가 한강. ⓒ연합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운데 과거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사실이 회자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세계적인 상을 받은 봉준호, 황동혁, 박찬욱, 한강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국정농단 특검 수사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를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백서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김기춘 비서실장 주도로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내거나 야권을 지지하는 등의 전력이 있는 문화예술인 및 단체의 명단을 만들고 문체부에 지원을 배제하도록 했다. 

한강, 출판지원 사업서 배제되고 축전도 거부

“문화체육관광부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소설가 한강의 이름을 확인했다.” 2016년 박영수 특검팀은 한강 작가가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강의 이름은 백서 ‘문학출판 분야’에 여러차례 등장한다. 우수도서를 선정해 정부가 보급을 지원하는 세종도서 사업에 배제 지시가 떨어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는 세종도서 3차 심사까지 올랐으나 최종 탈락했다. 2016년 출판문화산업진흥원 관계자는 한겨레에 “‘소년이 온다’는 책에 줄을 쳐가며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을 검사해, 사실상 사전 검열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점을 부정적으로 여겼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는 한강을 각종 해외행사 초청에도 배제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백서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는 2014년 런던도서전, 2016년 파리도서전, 2016년 베를린 문학축제 및 문학행사 작가 파견 등에 참석 예정이던 한강 작가를 배제하라고 했다. 문체부가 한국문학번역원에 이메일로 한강 작가를 배제하라고 직접 하달하는 방식이었다. 다만 한국문학번역원은 현지에서 초청이 이뤄졌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따르지 않았다.

한강 작가가 2016년 ‘채식주의자’로 영국의 맨부커인터내셔날상을 받을 당시 청와대는 축전을 보내지 않았는데 특검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축전 요청을 청와대가 거부한 사실이 드러났다. 통상 문화예술인, 체육인이 해외에서 상을 받으면 대통령이 축전을 보내는 것이 관례였다.

한강 작가는 2018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아주 많은 작가들과 예술가들이 그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저는 그 중 한 사람”이라며 “저에게도 불이익이 있었겠지만, 출발선상에 서 있는 작가들이나 예술가들에게 훨씬 피해가 컸겠지요”라고 했다. 그는 “그런 일이 결코 반복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봉준호 황동혁 박찬욱도... 블랙리스트 누가 왜 만들었나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는 공교롭게도 훗날 세계적인 인정을 받은 영화인들도 포함됐다. 누리꾼들은 박근혜 정부의 ‘안목’이 뛰어났다고 꼬집기도 했다. 

▲ 영화 '기생충'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현장. 사진=네이버 영화.
 

백서에 따르면 봉준호 감독의 ‘괴물’ ‘살인의 추억’ ‘설국열차’,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 황동혁 감독의 ‘도가니’ 등이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 ‘광해’, ‘변호인’, ‘화려한 휴가’ ‘효자동 이발사’ 등 작품들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황동혁 감독의 ‘도가니’는 정치적으로 해석할 소지가 거의 없음에도 블랙리스트에 포함돼 논란을 낳았다. ‘도가니’는 “공무원·경찰을 부패·무능한 비리집단으로 묘사, 국민에게 부정적 인식을 주입”한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변호인’ 등 영화는 청와대 행정관이 직접 지시해 해외상영이 배제됐다.

박근혜 정부 국정원이 만든 ‘문예계 주요 左성향 인물 현황’ 문건은 봉준호 감독을 ‘민노당 당원’이라며 ‘주요 좌성향 인물’로 분류한다. 봉준호 감독은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대단히 악몽 같은 기간이었다. 한국 예술가들이 블랙리스트 때문에 깊은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밝힐 정도였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되고 박근혜 정부에서 구체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집권 직후 청와대가 작성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문건에서부터 봉준호·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좌파 문화권력이 문화를 통해 국민의식 좌경화’를 이끈 대표적 사례로 나온다. 영화 ‘괴물’은 “반미 및 정부의 무능을 부각”시켰다고 평가하는 식이다. 

이 문건은 10년 만에 집권한 보수 정당의 집권 전략과 맞닿아 있다. 문건은 “좌파는 지난 10년간 정부의 조직적 지원하에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중심으로 주도 세력으로 부상”했다고 본다. 정부가 좌파 문화를 지원하는 연결고리를 끊으면서 이들의 시점에서 ‘좌경화’된 문화예술계의 성향을 바꿔 대중문화에 침투한 좌파의 영향력에서 국민을 벗어나게 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선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직접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업을 주도했다. 김영한 정 청와대 수석이 남긴 수석회의 메모(비망록)에 따르면 “문화예술계의 좌파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지시가 담겼다. 특검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실장이 당시 청와대와 문체부에 지시해 3000여곳의 단체, 8000여명에 대한 블랙리스트 만들었다.

블랙리스트는 끝나지 않았다?

김기춘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개입으로 징역 2년을,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은 1년2개월을 선고 받았으나 윤석열 정부에서 사면된다. 이명박 정부에선 유인촌 체제 문체부를 중심으로 블랙리스트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정황과 문건이 존재하지만 공소 시효가 끝나면서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와는 달리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해 9월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
 

윤석열 정부 들어 다시 블랙리스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 블랙리스트 논란의 중심에 섰던 유인촌 전 문체부 장관이 다시 문체부 장관을 맡았다. 문체부 1차관에는 한강 지원 배제 등을 한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작업 실무 담당자가 임명됐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에 “영화계는 좌파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실세인 곳”, “좌편향된 문화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한다”는 주장을 한 인사들, 블랙리스트를 부정하는 인사들이 임명됐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임명 전인 2022년 한 강연에서 ‘기생충’, ‘베테랑’ 등을 좌파영화로 규정했다. 이 정부 요직의 인식 역시 블랙리스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한나라당 출신 교육감이 있는 경기도교육청에서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청소년 유해 성교육 도서’로 지정해 폐기했다는 논란도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각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해 정한 것으로 교육청 차원에서 특정 도서를 지정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

 

곡성군수 41.44%, 강화군수 27.90%, 금정구청장 20.63%

 

사전투표하는 시민들 =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12일 오전 서울 교남동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2024.10.12
 

 10·16 재·보궐선거 최종 사전투표율이 12일 8.98%로 집계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5개 선거구의 선거인 864만5천180명 중 77만5천971명이 전날부터 이틀간 진행된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그래픽] 역대 재·보궐선거 투표율

 

선거구별로 보면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의 사전투표율은 8.28%였다.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는 20.63%,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는 27.90%를 각각 기록했다. 전남 곡성군수 재선거는 41.44%,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는 43.06%로 집계됐다.

이번 재보선 사전투표율은 국회의원 또는 광역단체장 선거 없이 가장 최근에 치러진 재보선의 사전투표율보다 낮은 것이다.

작년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사전투표율은 22.64%로, 역대 재·보궐선거 최고치를 기록했다. 본투표를 포함한 총투표율은 48.7%였다.

이번 재보선 본투표는 오는 16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된다.  < 연합 최평천 기자 >

한강 이은 겹경사 김주혜 "한국인의 뜨거운 영혼이 K문학의 힘"

 

 

2024 톨스토이상 수상자 김주혜= '작은 땅의 야수들'을 쓴 한국계 미국인 작가 김주혜가 1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서 열린 2024 톨스토이 문학상(야스나야 폴랴나상) 해외문학상을 받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주혜 작가 제공] 2024.10.12
 

러시아 최고 권위 문학상인 톨스토이 문학상(야스나야 폴랴나상) 해외문학상을 받은 한인 작가 김주혜(37)는 "한국인들의 깊고 뜨거운 영혼이 한국 문학의 힘이 된다"고 말했다.

김주혜는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호텔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최근 한국 문학이 세계에서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김주혜는 지난 10일 데뷔작 '작은 땅의 야수들'로 톨스토이 문학상 해외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과 같은 날로, 한국 문학계에 또 하나의 경사다.

 

그는 "선배이시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님의 옆에서 거론되는 것 자체로 굉장한 영광"이라고 말했다.

또 'K문학이 세계에서 통하기 시작했다'는 언론들의 평가에 공감한다며 "작가 개개인의 실력이나 업적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문학번역원 등 국가적 지원에 더해 문화 전체적으로 한국의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일궈낸 쾌거"라고 분석했다.

그는 "작가마다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한국 문학은 그 자체로 세계적인 장점을 갖고 있다"며 "한국 문학은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범위가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이 깊고, 깊고 뜨거운 영혼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소설의 캐릭터는 입체적이다. 아주 선하지도, 아주 악하지도 않은 진정한 인간을 보여준다. 그래서 독자들은 악한 인간도 끝까지 지켜보며 사랑하게 되고 연민하게 된다"며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연민을 느끼고 그의 고통을 내가 느끼도록 마음을 열게 하는 것이 문학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혜 작가= 한국계 미국인 작가 김주혜가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호텔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주혜는 '작은 땅의 야수들'로 10일 2024 톨스토이 문학상(야스나야 폴랴나상) 해외문학상을 받았다. 2024.10.12
 

김주혜는 1987년 인천에서 태어나 9세에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는 "한국계 미국인은 매우 정확한 표현"이라면서도 "나는 나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작은 땅의 야수들은 한국적 서사를 담은 소설이다. 일제 강점기 한반도에서 투쟁한 사람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풀어냈다. 이는 김주혜가 독립운동가였던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 기억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다.

김주혜는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폭력, 가난, 기아, 환경파괴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한국의 독립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현대를 절망스럽다고 생각하지만, 이 소설 속에서 우리 조상들은 더 막막한 시대, 생존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이타심과 용기, 사랑을 잃지 않고 독립을 이뤄냈다"며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문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김주혜는 한국 역사를 알린 소설이 러시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뜻깊다고 했다. 특히 개인적으로 '소설의 최고봉'이라 생각하는 '안나 카레니나'의 작가 러시아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 재단에서 수여하는 상이어서 더욱더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안나 카레니나를 여러 번 읽었다. 글을 쓰다가 흐트러진다는 생각이 들면 이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따라 썼다"며 톨스토이의 책을 보며 작문을 익혔다고 돌아봤다.

이어 "러시아와 한국의 감수성에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 문학도 인도주의적, 인간주의적 성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김주혜와 번역가 키릴 바티긴 = 한국계 미국인 작가 김주혜와 번역가 키릴 바티긴이 1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서 열린 2024 톨스토이 문학상(야스나야 폴랴나상) 해외문학상을 받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바티긴은 김주혜의 '작은 땅의 야수들' 러시아어판의 번역을 맡았다. [김주혜 작가 제공] 2024.10.12

 

 

톨스토이상 심사위원 파벨 바신스키는 시상식에서 김주혜를 러시아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안톤 체호프, '닥터 지바고'의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와 비교했다.

이에 대해 김주혜는 "과찬을 받았다"며 "앞으로 그에 걸맞은 글을 쓰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는 차기작 발표를 앞두고 있다. 러시아와 프랑스로 배경으로 발레리나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다음 달 미국에서 출간된다. 한국에는 '밤새들의 도시'라는 제목으로 내년 상반기 다산북스를 통해 나온다.

그는 "내가 책 속에서 묘사한 러시아의 모습을 지금 모스크바에서 두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웃었다.  <모스크바=연합 최인영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