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계엄 막는 데 앞장" "이재명이 계엄할 듯"
연일 무리수로 정치적 활로 모색 '노이즈 마케팅'
"추경호 구속영장 기각돼야"…국힘 환심도 사려

민주 "윤석열 총 맞을 걸 구해줬더니 배은망덕"
박은정 "과연 부역자…목숨 부지에 감사나 하라"
전우용 "금수(禽獸)도 은혜 아는데 금수만도 못해"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만찬에서 한동훈 대표(왼쪽),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 등과 함께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4.7.24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뜬금없이 이재명 대통령의 계엄 선포 가능성을 연일 거론하고 나서면서 민주 진영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보수-극우 진영에서조차 '배신자'로 규정돼 정치적 존재감이 갈수록 작아지는 추세인 한 전 대표는 극단적인 '반(反) 이재명' 발언으로 어떻게든 활로를 모색하며 내란 잔당 세력에게서라도 환심을 사려 애쓰는 것으로 보인다. '노이즈 마케팅'에는 일단 성공했다고 스스로 판단하는 듯하다.

 

그는 6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 재판 재개에 대한 민주당 정권의 '플랜B'가 계엄인가"라며 "재판 재개되면 그걸 막을 유일한 수단인 계엄을 선포할 것이라는 저의 예측은 전혀 무리하지 않다. 이재명 민주당 정권은 재판이 재개되면 무슨 짓이든 할 것"이라고 되풀이 말했다. 전날에는 "민주당은 쫄리고 할 말 없을 때마다 자기들이 계엄의 밤 저를 구했다고 거짓말하는데, 여당 대표인 제가 계엄을 막는 데 앞장서서 민주당 정치인들이 체포되는 것을 막았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민주당이 저를 구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내란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는 "지금까지 알려진 특검 수사 결과를 볼 때 추경호 의원 등 우리당 의원들이 계엄을 사전에 알거나 도왔다는 증거가 없다. 우리당 추경호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돼야 한다"면서 '우리당'을 거듭 내세워 국민의힘 측에 구애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앞서 그는 지난 4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어떤 용기 있는 판사가 (이 대통령 관련) 재판을 재개하면 이 대통령이 계엄령을 발동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언론의 무수한 받아쓰기 보도를 끌어내기 시작했다.

 

한동훈 국민의당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대표가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하면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24.12.4. 연합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연히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정말로 뻔뻔한 사람들이다. 어떻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불법 비상계엄으로 무너뜨린 사람들이, 거기에 부역했던 사람들이 아직도 반성을 하지 못하고 자기들이 저질렀던 그 일을 거꾸로 이재명 정부에게 덮어씌울 수 있는가"라며 "한 전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이 잊히지 않도록 계속 무리한 발언들로 주목받고 싶은 모양인데, 정말 나라의 지도자가 되고 싶으면 꼼수보다는 대한민국에 비전을 제시하라"고 질타했다.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서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이재명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 아닌가?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는 얘기가 있듯이 계엄 DNA가 있는 정당 사람들의 눈에는 계엄만 보이는 모양"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은 헌정질서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얘기를 수차례 천명했다. 계엄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정치적 술수 또는 '어그로'를 끌기 위한 발언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김용민 의원은 YTN 라디오 '김준우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한동훈 전 대표는 계엄 얘기를 저렇게 함부로 꺼내면 안 된다. 잊히기 싫어서 발버둥 치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비상계엄 내란을 국민과 함께 극복하고 국민주권 정부를 탄생시켰다. 그러니 내란을 저지른 정권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불쾌하고 잘못된 얘기"라고 분노했다. 이어 "당시 여당 대표였는데 내란을 못 막았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 거 아닌가?"라면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근거 중의 하나가, 그때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켰으면 내란 함부로 못 했다. 특검이 돌아가 정권의 민낯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면 비상계엄 못 했을 것이다. 정계 은퇴를 포함해 뭐가 됐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정 수습 방안을 담은 공동 담화문을 발표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4.12.8. 연합
 

페이스북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의 성토가 봇물을 이루는 중이다. 박정 의원은 "2025년 한동훈의 '플랜B' 주장은 '망상과학소설'이다. 이재명 정부에는 윤석열 같은 대통령도, 김건희 같은 영부인도, 한덕수 같은 총리도, 김용현과 박성재 같은 장관도 없기 때문"이라며 "나라가 APEC을 통해 정상화하고 회복해가는 이 시점에 다시 계엄 타령을 하면서 국기문란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인가? 형님이자 정치적 동지인 내란 수괴한테 총 맞아 죽을 뻔했는데도 그 상처 위에 또 거짓을 얹는 모습이 참담하다"고 개탄했다. 아울러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을 지낸 검사 출신의 대표적인 사람들이 이 정도 수준이라는 게 부끄럽다"면서 "국민 여러분이 왜 강력하게 검찰개혁을 원하는지 돌아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강득구 의원은 "윤석열이 총까지 쏴서 죽이려 했다는 험담을 들었는데, 그런 말을 듣고도 도대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내란 세력을 옹호하는 건지 모르겠다. 거기에다 '간염 수괴'이자 '일베 검사' 주진우는 여전히 내란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 두 사람, 저는 대표적인 폐족(廢族)이라고 생각한다"며 "수많은 증거가 쏟아져 나오는 김건희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못 하면서 윤석열과 김건희가 망쳐놓은 대한민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재명 정부만 비난하고 있다. 본인들이 폐족임을 인정하고 깨끗하게 정계를 떠나는 것이 대한민국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도부의 공개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한준호 최고위원은 전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동훈 전 대표는 조금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는데 느닷없이 헛된 망상을 떠들고 다닌다. 그러니까 친했던 형님(윤석열)이 '총으로 쏴 죽이겠다'고까지 이야기한 것이 아닌가?"라며 "한 전 대표가 계엄 트라우마가 매우 심한 것 같은데, 계엄 당일 본회의장에 진입도 못하고 하얗게 질렸던 모습이 오버랩 돼서 상당히 안쓰럽다. 대한민국 계엄의 역사를 이어왔던 그 집안 단속이나 잘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망조 든 정당 국민의힘이 갈수록 가관이다. 현직 대표 장동혁은 대국민 선전포고로 체제전복 내란을 선동하고, 전직 대표 한동훈은 계엄 발발 유언비어로 국민 불안을 유포하니, 권커니 잣거니 나라 말아먹을 환장을 뛰어넘는 '한장'할 듀엣"이라며 "한동훈은 윤석열 보고 놀란 가슴을 왜 이재명 대통령에게 들이대나? 내란의 밤 기껏 윤석열 총구에서 구해줬더니 은혜도 모르고 뒤통수를 치는 배은망덕 병증은 정권을 가리지 않는다. 못된 인간은 결코 고쳐서 쓸 수 없음을 또 한 번 여실히 증명했다"고 목청을 높였다.

                                                                                                    <김호경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저서 중 이재명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동할 가능성을 거론하는 부분. 사진=한 전 대표 페이스북

 

조국혁신당에서는 특히 같은 검사 출신인 박은정 의원이 '한동훈의 천적'으로서 다시 직격탄을 날렸다. 박 의원은 <목숨을 부지한 것에 감사나 하십시오>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에서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77조 5항을 들어 "한동훈 비(非)국회의원이 내란의 밤 계엄 해제하러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왔다는 헌법에도 맞지 않는 아무 말에 웃음이 난다"며 "본회의장 바로 앞까지 쳐들어온 무장 계엄군이 무서워서 숨어 들어온 거 아닌가? 본회의장에 본인 좌석이나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또 "그 밤에 당장 나가라고 하지 않고 목숨이 불쌍해서 두었더니 과연 내란을 저지른 윤석열 정권의 부역자답다. 지금이라도 검찰에 가서 본인 휴대폰 비밀번호나 풀고 채널A 검언유착 사건 재수사 받으라"면서 "폐문부재로 송달 안 되는 증인출석요구서나 제때 송달받아 내란 재판에 성실하게 증인으로 출석하기 바란다. 살아있는 게 고맙다면 그 도리를 다하는 게 인간"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전우용 역사학자의 비평도 눈길을 끈다. 그는 "윤석열이 한동훈을 총으로 쏴서 죽이겠다고 한 건 그가 '배은망덕'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계엄 당일 밤, 국회의원도 아닌 한동훈이 본회의장에 들어와 벌벌 떨던 모습을 온 국민이 기억하고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의원들을 국회로 소집하고 국민들에게 국회 앞으로 달려와 달라고 부탁했기에 가까스로 계엄령을 해제할 수 있었다. 그때 계엄령이 해제되지 않았다면 지금 한동훈 이름 앞에는 한 글자(故)가 더 붙어야 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지간한 금수(禽獸)도 은혜는 안다. '배은망덕'한 인간을 '금수만도 못한 놈'이라고 하는 이유"라고 일갈했다.   < 김호경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계엄 관련 주장을 풍자해 페이스북에서 회자되고 있는 박성호 님의 글
 

도이치 1~2차 작전 사이 김건희 계좌 관리
미공개 정보 단타 거래…하루 8.8% 수익
윤석열 지검장 되자…NSN 사건 수사 중지
김건희 계좌 관리 당시 이상매매 확인됐지만


검찰은 이준수 기소중지, 김건희 무혐의 처분
내란 전 이준수-김건희 연락? 은밀한 관계?

이준수, 체포 전 2층 베란다서 뛰어내려 도주
"외부조력, 정보유출 의심…수사력 총동원해야"

 

특검 출석한 김건희.연합 자료사진.

 

김건희 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팀)이 지난 7월 건진법사 전성배 씨 법당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김 씨가 2013~2016년 사용했던 휴대폰 1대를 압수했다. 해당 휴대폰을 분석한 결과, 김 씨가 한 남성과 주고받은 수백 개의 문자가 나오면서, 이 남성의 정체에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서는 김 씨와 긴밀한 관계에 있던 이 남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또 다른 주가조작 사건으로 수사가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새강자' 이준수…무자본 M&A 등 처벌 전력

 

김건희 씨와 문자를 주고받은 남성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제3의 주포'로 지목됐던 이준수라는 인물이다. 그는 한때 금융 투자 분야에서 '새강자'라는 필명으로 활동했다.

2006년 9월 3일자 <한경비즈니스> 기사에 따르면 이준수 씨는 청량리 청과물 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해 2억 원을 모았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 이후 주식에 손대며 10억 원의 손실을 입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하도 답답해서 점을 보러 다녔다. 다니는 점집마다 저에게 신기가 느껴진다면서 세속을 떠나 내림굿을 받으라고 했다. 유명한 무속인을 만나 내림굿을 받기로 결심을 굳혔다. 그전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마지막으로 주식을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새강자 이준수 사회관계망서비스 화면. 2025.11.06. 페이스북 갈무리

 

이후 이 씨는 각종 증권사 주식투자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며 SK증권 광고모델을 하는 등 유명세를 얻었다. '씽크아카데미'라는 투자교육 업체를 운영하며 수익을 내기도 했다. '애널리스트'(분석가)로 활동하며 무자본 기업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 받은 전력도 있다.

 

2022년부터 이준수 씨를 추적 보도해 온 <뉴탐사> 취재에 따르면, 이 씨는 2016년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씨에게 검찰 출신 오광수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전 대구지검장), 송창진 변호사(전 대검 중수부 검사)를 소개해주는 등 검사와도 인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이치 주가조작서 맺어진 김건희와 인연

 

이 씨의 이름이 다시 떠오른 건 김건희 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였다. 이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차 작전과 2차 작전 사이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KBS> 단독 보도에 따르면, 김건희 씨는 도이치모터스 1차 주가조작 '주포' 이정필 씨 소개로 이준수 씨를 만났다. 이준수 씨는 김 씨를 만나 "내가 아는 지인이 있는 증권계좌로 옮기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잘 팔아주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후 이준수 씨는 김 씨의 DB증권 계좌를 관리했다. 이러한 내용은 검찰이 확보한 진술 등을 통해 확인됐다.

 

2022년 4월 22일 증인신문. 2025.11.06. 뉴탐사 방송화면 갈무리

 

이는 1차 작전 주포 이정필 씨의 증언과도 일치한다. 2022년 4월 22일 공판 기록에는 이정필 씨가 '2010년 5월 20일경 신한증권에서 DB증권으로 김 여사 주식 69만 주를 출고했느냐'는 검사의 질문을 받고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김건희 씨하고 이준수라는 사람이 판 걸로 들었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준수 씨가 1차와 2차 작전에서 역할을 한 정황이다.

 

그 뒤에도 이준수 씨와 김건희 씨는 관계를 긴밀하게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SBS> 단독 보도에 따르면 김건희 특검팀은 김 씨에게 전성배 씨를 소개한 사람도 이준수 씨라는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가 2013년 김 씨에게 보낸 문자 중엔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라고 전 씨를 언급한 내용도 있었다고 한다.

 

태광이엔시 단타로 하루 만에 8.8% 수익

 

이준수 씨와 김건희 씨는 도이치모터스 1차 작전과 2차 작전뿐 아니라, 그 사이 별도의 주가조작 작전을 벌였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뉴탐사에 따르면, 김 씨는 2010년 4월 28일 뉴그리드, 제너시스템즈, 빛과전자, 동양텔레콤 등 4개 종목을 하루에 전량 매도한 뒤, 여기에 돈을 보태 하한가(1주당 680원)였던 태광이엔시 주식 29만 8000주를 2억 264만 원에 매수했다. 이어 김 씨는 다음 날 태광이엔시 주식을 2억 2052만 원에 전량 매도(1주당 740원)했다. 단 하루 만에 1800만 원 가까이 벌며 약 8.8% 수익률을 기록했다.

 

2010년 4월 28일~29일 김건희 씨의 태광이엔시 주식 매수매도 내역. 하한가에 산 뒤 하루 만에 팔아 1800만 원 가까이 벌며 8.8% 수익률을 기록했다. 2025.11.06. 뉴탐사 제공
 

김 씨가 단타 매매로 시세차익을 거둔 시기는 이 씨가 무자본 M&A로 주가를 띄우던 시점이다. 김 씨가 이 씨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 거래를 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 씨는 결국 2012년 태광이엔시를 무자본 M&A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판결문에 따르면 이 씨는 태광이엔시를 인수해 2010년 5월부터 8월까지 실질적으로 회사를 운용했다. 판결문에는 "2010년 4월 16일 135억 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고 적시돼 있다.  

 

제보자의 서울남부지검 출정 시 가져갔던 사건 메모 노트 중 일부. 해당 내용은 엔에스엔(구 에이모션) 주가조작 행태를 검사들과 수사관들에게 브리핑 해주기 위해 작성한 메모다. "이 사건은 애널리스트 이준수가 주도한 사건"이라고 적혀 있다. 2025.11.06. 뉴탐사 제공
 

윤석열, 중앙지검장 되자 NSN 사건 중단

 

2017년 '엔에스엔(NSN) 주가조작 사건'에서도 이 씨와 김 씨의 흔적들이 발견된다.

 

금융 범죄를 전담하는 서울남부지검은 당시 NSN 주가조작과 관련해 이 씨를 핵심 인물로 지목했다. 이 씨를 지목한 제보자 엑스(X)'가 남부지검에 출정하면서 소지한 사건 메모 노트에는 "이 사건은 애널리스트 이준수가 주도한 사건"이라고 적혀 있다. 제보자X의 사건 브리핑을 들은 검사들도 처음엔 "따봉"을 외쳤다고 한다.

 

그러나 2017년 5월 김 씨의 남편인 윤석열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뒤 상황이 바뀌었다. 수사관이 갑자기 "이거 말고 다른 확실한 거 없냐"며 수사를 꺼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 씨는 윤석열이 서울지검장이 되자 보유하고 있던 NSN 주식 3430주(1973만 원)를 전량 처분했다. 김 씨가 검찰 고위 간부인 남편을 이용해 범죄 수사 정보 등을 입수하고 처분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18년 3월 공직자 재산신고에 김 씨가 보유한 NSN 주식이 0주로 나온 것은 이러한 정황을 의심케한다.

 

2018년 3월 공직자 재산내역. 김건희 씨가 엔에스엔 주식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취임 후 전량 매도한 흔적이 남아있다. 2025.11.06. 뉴탐사 방송 갈무리

 

수사·기소 중지…윤석열·김건희 뒷배?

 

이 씨가 관리하던 김 씨의 DB계좌에서 2010년 5월 20일경 69만 주 이상매매가 이뤄졌다는 사실은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지만, 다른 공범들과 달리 이 씨는 기소되지 않았다. 또 검찰은 김 씨에 대해서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관련,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취재해 온 <뉴스타파> 심인보 기자는 6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검찰이 이 사건 수사를 시작할 때는 이 사람(이준수)을 당연히 피의자로 입건을 했었는데, 어떤 사유에 의해서인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연락이 안되니까 검찰이 기소중지 상태로 걸어놨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상태로 시간이 흘러가서 결국 이 사람을 조사하지 못한 채로 다른 주범들을 기소한다. 기소한 상태에서 (윤석열로) 정권이 바뀌었다"며 "(검찰이) 이 사람을 불러서 (9시간 동안) 얘기를 들어보긴 봤는데, 조서를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씨에 대해 조사가 아닌 면담을 했다는 입장이다.

 

도이치모터스와 그 외 종목의 주가조작에 대한 수사뿐 아니라, 당시 수사 및 기소 중지에 대해서도 특검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 특히 수사 중지, 기소 중지 등의 배경에는 윤석열·김건희 부부 뒷배가 의심된다.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18일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로 들어가고 있다. 전씨는 2022년 4∼8월께 윤모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으로부터 교단 현안 관련 청탁과 함께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백 등을 받은 뒤 이를 김건희에게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2025.8.18. 연합
 

12·3 내란 전까지 연락? 은밀한 관계?

 

김 씨가 지난해 12·3 내란 전까지 이 씨와 연락을 주고 받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도 최근 나왔다.

 

SBS 단독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 씨가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는데, 당시 이 씨는 "지인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에서 몇 년 동안 수사를 받아왔는데, 최근 불기소 처분이 내려진 걸 축하하기 위해 술을 마셨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팀은 당시 이 씨가 언급한 지인이 김 씨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와 이 씨가 '은밀한 관계'를 맺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2013~2016년 이 씨와 김 씨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500여 개를 특검팀에서 확인했다며 "상당히 은밀한 관계로 보이는 글들이 대량으로 발견됐다는 정보가 있다"고 말했다.

 

'은밀한 관계라는 게 어떤 것인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장 의원은 "구체적으로 듣지는 못했다"면서도, "이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다. 이 씨와 김 씨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아니고서야 그렇게까지 노력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씨가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해있다. 2025.9.24. 연합
 

이준수 씨, 체포 직전 2층서 뛰어내려 잠적

 

특검팀은 이 씨의 신병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 씨가 주가조작과 관련해 혐의점이 있다고 판단, 지난달 이 씨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이 씨가 현장에서 도주해 신병 확보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경찰이 압수수색 현장에 도착하기 직전 2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도주했다고 한다. 이 씨의 신병 확보를 위한 공개수배 등의 방안이 거론된다.

 

민주당 임세은 선임부대변인은 "그의 도주는 단독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며 "장기간 도피가 가능하다는 것은 외부의 조력, 정보 유출, 혹은 조직적 은폐의 의심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임 부대변인은 "세계적 치안국가이고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가 거의 없는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핵심 피의자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을 국민은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며 "수사기관은 하루 빨리 모든 수사력을 총동원해 이씨의 신병을 확보하고 김건희와의 커넥션과 불법을 철저하게 밝히라"고 촉구했다.

 

김 씨 쪽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1차 주포였던 다른 인물의 소개로 알게 된 지인일 뿐 김건희 여사의 투자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중요한 인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 김성진 기자 >

 

김영배, 대통령실 국정감사서 제보 문서 공개

"외교담당자 거부하자 장관 명의로 보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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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재라인 보니 김태효 1차장 지시처럼 보여"
강훈식 "조사 조직이 필요하다면 발족 검토"
운영위 퇴장하던 이기헌-송언석 몸싸움도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내란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4일 외교부장관 명의로 주미대사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장의 문서가 전달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025.11.6. 국회방송TV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열이 12·3 불법 비상계엄이 해제된 뒤인 지난해 12월 5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 쪽에 계엄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문서가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당 의원은 "제2 내란을 획책한 것이라는 유력한 근거"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6일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 경호처에 대해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12월 5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 이름으로 당시 조현동 주미대사한테 공문을 보내서 미국 백악관과 트럼프 당선자 측에 문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이를 보고받은 적이 있느냐'는 김 의원의 물음에 "보고받았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윤석열은 국회가 계엄을 해제하고 나서 본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11개월 이상 숨겨온 것이 제보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트럼프 쪽에 전달한 문서는 두 장이다. 발신자 외교부 장관, 수신자 주미대사로 적힌 한 장은 백악관으로 보내는 것이었다. 문서에는 "국회는 22건 정보관료 탄핵 소추를 발의하고 판사를 겁박하고 검사를 탄핵해 사법 업무를 마비시켰다"며 "윤 대통령은 (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신념에 따라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정치적 시위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윤 대통령은 평소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기독교적 가치관에 따라 종북 좌파 및 반미주의에 대항하고자 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적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1.6. 연합
 

또 다른 문서는 트럼프 쪽에 보내는 것으로, "미국의 신(新)정부하고도 이런 입장에 기초해서 관계를 맺어가겠다"고 적혀 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국가 운영에 관한 트럼프 당선인의 철학을 지지하고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기독교적 가치관에 입각해 대한민국을 운영해 왔다"는 내용도 담았다.

 

김 의원은 "제2 내란을 획책한 것이라는 유력한 근거라고 본다"며 "당시 외교비서관이 외교부에 문서를 보내라고 지시했는데 담당자가 거부했다. 옷 벗겠다, 사표 내겠다고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담당자가 거부하니) 장관한테 직접 지시한 것 같다"며 "장관 이름으로 이걸 보내고 장관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누구겠냐. 내가 보니 결재라인에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까지 되어 있었다. (안보실 실세였던) 김 전 1차장이 지시한 것 같다"며 "민정수석실에서 즉시 조사하고 특검에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거듭 "지난해 12월 4일 날 새벽에 국회가 계엄을 해제했지만 대통령실과 외교부가 (이런 내용의) 공문을 미국과 신정부까지 보낸 것은 명백하게 내란을 지속하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이것보다 명확한 증거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강 비서실장은 "더 많은 범위에서 더 많은 것들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렵고, 그것에 대해서도 행정적인 절차와 책임을 확인하고 맡도록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조만간에 그것(내란)과 관련된 별도의 조직이 필요하다면 발족하는 것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 설전으로 정회된 직후 이른바 '배치기'를 하며 충돌하고 있다. 2025.11.6. 연합
 

운영위, 59분 만에 정회…이기헌-송언석 몸싸움

 

한편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국감 시작 뒤 신상 발언에서 "제가 김현지 부속실장 관련된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니 민주당이 조직적으로 '입틀막' 하는 것에 대해 항의한다"고 했다.

여야 간 고성이 오가 회의 진행이 불가능해지자 김병기 운영위원장은 "이렇게 계속 정쟁으로 감사가 진행되는 게 옳냐"며, 감사 개시 59분 만에 정회를 선언했다.

 

정회 이후 국감장을 퇴장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이기헌 의원과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 간 몸싸움도 벌어졌다. 송 원내대표는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정회 후 회의장 문을 나오는 상황에서 이 의원이 다가오더니 그대로 몸을 부딪쳤다. 국회선진화법 이후 어떤 물리적 접촉이나 폭력 행위도 금지됐으나, 불행히도 오늘 대통령실에 대한 국감이 있는 운영위 회의장에서 폭력행위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야당 원내대표에 대해 대낮에 테러와 유사한 폭력 행위가 발생한 데 대단히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어 "국감을 방해하는 건 국민의힘 당신들이라고 했더니 (송 원내대표가) 뒤돌아서서 제게 몸을 던지다시피 했다"며 "피해자는 저인데 폭력배라고 하는 것 등에 대해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당시 상황을 다시 설명했다. 그는 "송 원내대표는 내 앞을 걸어가면서 '국감 무산시키려고 작전 세운 거야 뭐야'라고 소리를 질렀고, 저도 '왜 소리를 질러'라고 맞섰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은 "그 순간 송 원내대표가 뒤를 돌아 저에게 돌진하며 몸으로 밀쳤다. 잠시 소란이 있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장에 다녀왔다. 이게 전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의힘은 제가 육중한 몸으로 폭력을 행사했다고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실제 배치기 피해자는 바로 저다. 저에게 죄가 있다면 배가 나왔다는 것뿐"이라고 했다.                                                                             < 김민주 기자 >

트럼프 어둠 뚫은 맘다니의 반격과 두 번의 기적

● WORLD 2025. 11. 7. 02:06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기존 정치문법이 무너진 시대의 새로운 가능성
기득권 연합의 벽을 뚫고 일어난 첫 번째 기적
트럼프·쿠오모 연합전선 넘어선 압도적 대승리

다인종 노동자 연대와 좌파적 포퓰리즘의 결합
팔레스타인 연대로 드러난 용기와 새로운 희망
세 번째 기적을 향한 연대와 투쟁의 과제들

 

“이민자든, 트랜스젠더 공동체의 일원이든, 트럼프가 연방 정부 직책에서 해고한 수많은 흑인 여성이든, 식료품 가격이 내려가기를 기다리는 싱글맘이든, 혹은 벽에 등을 기대고 있는 누구든 여러분의 투쟁은 우리의 투쟁입니다. …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의 ‘파시즘’을 거부할 것이며, ICE 요원들이 우리의 이웃을 추방하는 것을 막고, 노동하는 사람들을 위해 싸울 것입니다. … 트럼프는 우리 중 누구를 건드리려면 우리 모두를 뚫고 지나가야 합니다. … 저는 무슬림이고, 민주적 사회주의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습니다. … 우리가 함께 꾸었던 꿈들이 우리가 함께 실현해 나갈 의제가 되게 합시다. 이 힘은 당신의 것이고 이 도시는 당신의 것입니다."(조란 맘다니의 당선 연설 중에서)

 

트럼프 시대의 미국을 지켜보며 우리는 거듭된 충격 속에서 '저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져왔다. 기존의 정치 문법이 무너지고 상식이 조롱당하는 듯한 현실은 많은 이들에게 냉소와 무력감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어제 뉴욕에서 바로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정반대의 방향에서, 희망의 이야기로 펼쳐졌다.

 

올해 초, '젊은 급진좌파 무슬림'이라는, 주류정치에서 '실패 보증수표'처럼 여겨지는 정체성을 가진 조란 맘다니(Zoran Mamdani)가 뉴욕시장 도전을 선언했을 때, 그의 지지율은 여론조사 오차범위에도 미치지 못하는 1%에 불과했다. 그 누구도, 심지어 낙관적인 진보 논객들조차 그의 당선을 전망하지 못했다. 

 

맘다니는 치열함, 강렬함, 열정을 뜻하는 "intensity"의 정치인이다. 2023년 백악관 앞에서 단식하면서 가자 전쟁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책임을 지적하고 영구적인 평화 협정을 촉구하는 맘다니. (Instagram, zohrankmamdani)

 

그는 뉴욕의 억만장자들과 뿌리 깊은 이슬람포비아라는 두 개의 거대한 벽에 동시에 맞서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맘다니는 불과 반년 만에, 기성 정치의 거대한 장벽을 뚫고 민주당의 뉴욕시장 후보로 당선되는 첫 번째 기적을 일으켰다. 그것은 수십 년간 뉴욕 정치를 지배해 온 기득권-부동산-금융 복합체에 대한 정면 도전의 신호탄이었다.

 

충격을 받은 기득권 카르텔의 공포는 즉각적으로 '반(反) 맘다니 전선' 연합체를 만들어냈다. 맘다니의 본선 당선을 막기 위한 이 연합에는 정치적 스펙트럼을 초월한 세력들이 집결했다. 도널드 트럼프와 공화당의 극우 세력, 척 슈머를 비롯한 민주당 주류 지도부, 일론 머스크와 월스트리트의 억만장자들이 그 주축이었다.

 

그리고 '안정'과 '현상 유지'라는 공동의 이익으로 묶인 '뉴욕 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 같은 주류언론까지 크고 작게 맘다니를 막아서기 위해 힘을 보탰다. 맘다니가 위협하는 것은 트럼프와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과 사회의 주류 엘리트들이 안주해 온 신자유주의적 합의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이들의 연합은 전방위적이며, 극도로 악랄한 '마녀사냥'의 형태로 이어졌다. 맘다니를 향한 네거티브 캠페인은 정책 비판의 수준을 넘어섰다. '맘다니는 서류 미비 불법체류 이민자', '반유대주의적 무슬림 지하디스트', '공산주의적 테러리스트'라는 원색적인 비난과 날조된 정보가 타블로이드 신문과 소셜 미디어를 뒤덮었다.

 

이러한 공격이 특히 더 비열했던 이유는 뉴욕이라는 도시의 특수성 때문이었다. 뉴욕은 9.11 테러의 상처가 그 어느 곳보다 깊게 새겨진 곳이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대인이 거주하는 도시 중 하나다. '무슬림 지하디스트'라는 프레임은 9.11의 트라우마를, '반유대주의자'라는 낙인은 뉴욕의 유대인 유권자들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무기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민주당 주류 지도부는 맘다니를 도와줄 생각이 별로 없어 보였다. 그들은 마지못해, 뒤늦게야 소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했을 뿐이다. 특히 민주당의 상원 원내대표이자 뉴욕의 유력 정치인인 척 슈머는 선거 막판까지 맘다니에 대한 지지를 거부했다. 맘다니의 급진적인 정책 노선이 기득권 후원자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미 곳곳에 군대를 투입해 온 트럼프는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해 왔고 뉴욕에도 군대를 투입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 관련 방송 갈무리

 

반면 가장 앞장서서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라고 공격하던 트럼프는 막판에 이르러 기상천외한 '역사표' 논리까지 펴면서 결사적으로 맘다니 낙선에 매달렸다. '공화당 후보 슬리와를 찍으면 어차피 맘다니가 된다. 차라리 민주당 출신이지만 그나마 정상적인 앤드류 쿠오모를 찍으라'며 민주당 출신 무소속 후보인 쿠오모를 지지한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거대한 장벽과 집요한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조란 맘다니는 다시 한번, 1년 만에 뉴욕시장으로 당선되는 두 번째 기적을 만들어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단순한 승리가 아니다. 그것은 민주당의 전통적 주류와 기득권 세력을 상징하는 쿠오모 후보와 공화당의 슬리와 후보의 득표 합계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대승리'였다.

 

당파를 뛰어넘은 반대 세력의 연합된 힘, 쿠오모를 지지한 억만장자들의 사상 최고 수준의 막대한 자금력, 그리고 집요한 마녀사냥도 뉴욕 시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을 막을 수 없었다. 맘다니의 승리는 무엇이 이 거대한 반격을 가능하게 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첫째, 트럼프의 극우 인종주의와 반이민 정책에 맞선 선명한 '다인종 민주주의'의 비전이었다. 맘다니는, 인종과 젠더에 대한 자유주의적 정체성 정치를 강조하면서도 이민 정책과 경제적 불평등 문제에서는 거듭 타협하고 후퇴하던 민주당의 기존 주류들과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는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구호뿐 아니라, 월스트리트의 이익을 대변하는 민주당의 '무지개 신자유주의'와도 싸워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좌파 매체 <자코뱅Jacobin>은 이렇게 지적한다. "맘다니는 '흑인 CEO'나 '여성 억만장자'를 늘리는 자유주의적 포용이 아니라, 브롱크스의 흑인 노동자와 퀸스의 라티노 이민자, 맨해튼의 가난한 백인 예술가가 '서류 미비 이웃'과 함께 공동의 적(부동산 자본과 억만장자)에 맞서 싸우는 '다인종 노동계급 연대'를 호소했다."

 

이슬람포비아 마녀사냥에 맞서 무슬림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던 맘다니 - 관련 방송 화면 갈무리

 

둘째, 맘다니는 이처럼 자유주의적 정체성 정치를 넘어서는 급진적인 '좌파적 포퓰리즘' 정책을 제시했다. 그의 핵심 공약은 민주당이 고수해 온 자유시장 정책과는 거리가 멀었다. 전면적인 임대료 동결 및 인하, 대규모 공공주택 공급, 지하철과 버스 등 공공교통 무상화, 보편적 공공 보육, 그리고 이를 위한 재원 마련으로서의 '부유세' 도입과 법인세의 급격한 인상.

이러한 정책들은 기득권 언론으로부터 "사회주의적", "비현실적"이라는 맹비난을 받았지만, 수십 년간 천정부지로 솟은 임대료와 망가진 공공 서비스에 고통받아 온 뉴욕 시민들에게는 '새로운 희망' 그 자체로 받아들여졌다. 맘다니는 "뉴욕은 소수의 억만장자들을 위한 놀이터가 아니라, 일하는 다수를 위한 도시가 되어야 한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셋째, 맘다니는 이슬람포비아적 공격에 굴복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반유대주의자'라는 낙인을 정면으로 돌파하며 팔레스타인 연대를 분명히 했다. 이는 미국 주류정치, 특히 민주당 내부에서 가장 피해 가는 문제였다. 맘다니는 '지하디스트'라는 비난에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폭격으로 가족을 잃은 이들의 편에 서는 평화주의자"라고 응수했다.

 

더 나아가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확고한 시오니즘과 이스라엘 지원 정책에 확고히 반대하며,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과 '집단학살(Genocide)'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에 연대했다. 이는 이스라엘을 비판하면서도 '집단학살'이라는 용어 사용을 피하던 버니 샌더스보다도 한발 더 나아간 태도였다.

 

맘다니의 이러한 용기와 선택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미국 내 여론, 특히 젊은 세대와 유색인종 유권자들의 변화하는 정서를 정확히 포착했다. 그는 이 문제를 '유대인 대 무슬림'의 갈등이 아닌, '식민주의 대 피식민주의', '인권'의 문제로 접근하면서 기존 정치인들이 외면했던 잠재적 지지층을 결집하는데 성공했다. 

 

평범한 일상을 감당할 수 있는 뉴욕을 만들자는 맘다니의 메시지에 환호하는 지지자들. (Zohran for New York City)

 

맘다니는 자신이 '민주적 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라는 것을 결코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자본주의가 낳은 불평등과 부조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리고 이런 맘다니의 선거 캠페인에는 무려 10만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결합했다. 이들은 대부분 다인종 이민자나 청년들이었다. 물론 DSA(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 회원들도 많았다.

 

이들은 뉴욕의 곳곳을 문자 그대로 '누비고' 다녔다. 그들은 집집마다 방문해서 문을 두드리고 맘다니의 급진적 정책과 주장을 끈질기게 알렸다. 동시에,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기성 언론이 장악하지 못한 새로운 플랫폼에서 온갖 기발하고 재미있는 영상과 밈(meme), 게시물로 맘다니의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퍼트렸다.

 

이는 최근 몇 년간 미국 사회에서 나타났던 세 가지 중요한 여론조사의 흐름과 정확히 일치했다. 1.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는 트럼프의 지지율  2.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서 이스라엘보다 팔레스타인에 더 공감한다는 여론  3. '자본주의'보다 '사회주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젊은 세대의 급격한 성장.

 

맘다니와 그의 동료들은 이러한 여론의 흐름을 정확히 포착하고 조직해냈지만, 기존의 민주당 주류는 이 흐름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거나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트럼프라는 심각한 위험 앞에서도 지금 민주당의 지지율이 여전히 공화당보다 더 낮게 맴도는 기현상은 바로 이 '시대착오적 안일함' 때문이었다.

 

지난 10월 26일, 맘다니의 대규모 유세장에서 벌어진 한 장면은 이 모든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맘다니 지지 연설을 하러 무대에 올라온 캐시 호철 뉴욕 주지사가 1만 3천 명의 청중으로부터 거대한 야유와 "부자에게 세금을!" 구호 속에 파묻혀 쫓겨나듯 무대를 내려가던 장면은, 민주당 기득권 세력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와도 같았다. 

 

올해 초, 트럼프의 당선을 보며 많은 이들이 '미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우경화하고 있다'라고 일면적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미국의 더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고통과 불만을 해결해 줄 기존과는 다른 '더 나은 대안'을 절박하게 찾고 있었던 셈이다. 맘다니의 승리는 '트럼피즘'이 아닌 '맘다니즘'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거대한 가능성을 열어젖혔다. 

 

지역의 주요 노동조합들도 맘다니를 지지하고 나섰다 - 출처: 맘다니의 트위터

 

이번에 뉴저지와 버지니아의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했지만, 그것은 '트럼프가 싫어서'가 낳은 결과였다. 반면 맘다니의 승리는 적극적 열망의 결과였다. 이는 내년 미국 중간선거와 3년 후 대선을 위해 민주당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보여주는 시금석이다. 민주당은 근본적 변화를 요구받고 있으며, 이를 눈치챈 버락 오바마도 '맘다니를 돕겠다'며 나서고 있다.

 

트럼프의 핵심 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조차 맘다니가 제기하는 가능성에 대해서 이렇게 경고한 적이 있다. "전통적인 민주당은 죽었다. 맘다니가 그들의 낡은 당을 완전히 부숴버렸다. 맘다니는 사람들을 거리로 끌어낼 수 있는 힘을 가졌다." 물론, 맘다니가 뉴욕시장으로서 직면할 도전들은 선거 과정에서 겪었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고 험난하다.

 

트럼프는 일찌감치 "급진 좌파 시장이 장악한 뉴욕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을 전면 중단하겠다"라고 선포했다. 나아가 트럼프는 분명히, 이민자들의 도시인 뉴욕에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을 대대적으로 투입해 폭력적인 충돌을 유도하고 도시를 혼란에 빠뜨리려 한다. 억만장자들은 자본과 투자를 철수하는 '자본 파업'으로 맘다니의 정책을 마비시킬 수 있다.

 

같은 민주당 소속인 뉴욕 주지사와 연방상원 의원들조차 맘다니의 급진적 정책 실현을 돕기보다는 주 의회와 연방 의회 차원에서 교묘하게 방해하고 가로막을 가능성이 높다. 주류언론들의 공격은 더욱 교묘해질 것이다. 그들은 진작부터 '맘다니는 명문대 교수 아빠와 유명 영화감독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금수저 출신의 위선적 내로남불 좌파' 프레임을 구축해 왔다. 정책 자체의 난관도 존재한다.

 

예컨대 임대료를 급격하게 동결하거나 인하할 경우, 대출에 의존해 주택을 소유한 중소형 주택소유주들이 파산할 수 있으며, 이는 다시 지역 은행과 그 은행에 맞물린 기업에 타격을 가해 경제적 혼란을 촉발할 수 있다. 이 모든 공격과 방해, 어려움을 딛고 맘다니가 뉴욕 시민들에게 약속을 지켜내고, 그들의 마음을 계속 모아나가려면, 지혜롭고 효과적인 정책 추진 능력뿐만 아니라 그를 뒷받침할 아래로부터의 기반과 투쟁, 연대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금 뉴욕의 노동조합과 좌파 단체들의 조직률과 투쟁력은 그다지 높지 않은 상태다. 맘다니의 정치적 승리가 거리와 현장에서의 '사회적 운동'의 성장과 결합하지 못한다면, 그의 개혁은 기득권의 거대한 벽에 부딪혀 좌초될 위험이 크다. 맘다니의 승리는 트럼피즘의 어둠 속에서 우리에게 큰 희망과 영감을 주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불가능해 보였던 1년 동안 두 번의 기적을 만들어낸 맘다니와 그의 지지자들은 다시 세 번째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 세계와 한국에서 극우적 반동과 혐오 정치의 위험에 맞서 싸우는 모든 이들이, 조란 맘다니의 극적인 승리와 그 경험 속에서 '어떻게 이길 것인가'에 대한 소중한 교훈을 배워야 한다는 사실이다.

                                                                                                        <전지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