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패대기친 한창민, 손톱 깨지고 인대 손상도


폭력 진압 중재 나선 의원을 기동대가 대놓고 폭행
조지호 경찰청장은 끝까지 인정 안 하며 사과 거부

"윤 퇴진" 부경대 학생들도 연행…신공안정국 조성
야권, 경찰청 경비국 예산과 특활비 등 삭감 경고
"평화 집회인데 물리적 충돌 장면 연출하려 진압"

 

한창민 의원 페이스북
 

지난 주말 '전국노동자대회 및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에 의해 패대기쳐져 땅바닥에 뒹굴고 상의가 너덜너덜하게 찢겼던 사회민주당 대표 한창민 의원이 갈비뼈 골절상까지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의원과 사회민주당 측은 당시 현장 사진과 동영상이 명확하게 존재함에도 폭행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조지호 경찰청장과 시위 진압 담당자들을 조만간 고소·고발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조 청장의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경찰청 경비국의 관련 예산 전액과 특수활동경비, 특활비 등을 삭감하기로 했다.

사회민주당에 따르면 한 의원은 지난 9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대규모 무장 경찰의 폭력 진압 사태가 벌어지자 경찰과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중재에 나섰다가 경찰 기동대에 의해 폭행당했다. 이로 인해 전신에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었고 가슴 통증이 발생했다. 휴일을 지나 월요일인 11일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진행했더니 왼쪽 4번 갈비뼈가 골절되고 5번 갈비뼈가 멍들었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늑골 골절로 출혈의 위험성과 합병증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손목과 손가락도 인대가 손상돼 부목 처치를 받았다.

사회민주당 임명희 대변인은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런 상황에서 어제 조지호 경찰청장은 한창민 의원의 부상이 경찰의 폭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현장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SNS에 올린 사진과 영상을 마치 기획한 것처럼 호도했다"며 "또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찰의 폭력 진압에 대해 다수 의원의 질타와 사과 요구가 이어졌는데도 끝까지 사과를 거부했다. 조지호 경찰청장의 뻔뻔하고 일말의 반성조차 없는 태도를 강력 규탄한다"고 했다.

이어 "한창민 의원보다 더 많이 다치고 경찰에 연행돼 구속영장까지 청구된 많은 노동자가 있다. 드러나지 않지만 충격받고 다친 시민들도 많으실 것"이라며 "경찰 105명이 다쳤다고 한다. 무리한 투입을 하지 않았다면 그들도 다치지 않았을 것이다. 시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도, 평화의 광장을 원했던 시민들도, 민중의 지팡이여야 했던 경찰들도 다친 것이다. 무도한 권력과 무책임한 지휘부가 우리 모두를 암울한 과거로 되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회민주당 대표인 한창민 의원이 지난 9일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2024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 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에 난폭하게 제압당하고 있다. 사진=한창민 의원 페이스북 동영상 갈무리
한창민 의원 페이스북
 

사회민주당 측이 밝힌 경찰의 폭력 사태 전말은 다음과 같다.

-9일 민주노총 전국노동자 대회 시작 전부터 경찰이 조합원과 시민의 진입로 통제. 한창민 의원은 오후 4시 20분경 행사 참석자로 본무대 앞에 착석. 양경수 위원장 발언 도중 해산 명령이 들려오고, 위원장은 충돌 자제를 요청. 본무대 왼쪽에서 진압 충돌이 벌어져 발언이 중단됨.

-한 의원은 노동자 시민의 안전이 걱정돼 진보당 윤종오 의원과 함께 현장 중재를 위해 달려감. 국회의원 신분을 밝히고, 도로 차선 확보를 위해 무리한 진입을 시도하는 기동대를 향해 안전을 우선으로 자제 요청. 현장 지휘관인 기동대장을 찾아가 대화 요구. 국회의원들이 잠시 진입을 중단하고 협의를 요청한다는 사실을 서울경찰청장에게 보고할 것 요청. 기동대장이 연락처가 없다는 변명 일관. 경찰청장에게 요청할 테니 그 시간 동안 무리한 진입 없도록 재차 요청. 행안위 소속 윤건영 의원에게 연락해 현장 충돌이 우려되니 서울경찰청장에게 협조 요청을 전달함.

-이후 상황이 정리되기 전에 재진입이 시도되며 여러 곳에서 충돌이 발생. 추후 교통 법규 위반으로 고발하더라도 물리적 진입만은 하지 말라, 안 되면 1차선 정도만 열 수 있도록 조정하자는 말로 재차 자제 촉구. 기동대장과의 대화를 마친 가운데, 경찰이 진입을 시도해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현장으로 다시 뛰어감. 현장에서 무리한 진압으로 다수의 노동자 시민들과 충동이 이미 발생한 상황.

-국회의원 명함을 보여주며 신분을 밝혔으나 경찰은 진압을 멈추지 않음. 충돌 자제 요청을 무시하며 오히려 한 의원 본인에게도 무력 행사. 다수 기동대원에게 둘러싸여 짓눌리고 목덜미가 잡혀 끌려 나옴. 옷이 찢기고 손톱이 깨지고 몸 여러 곳에 찰과상과 타박상 입음. 현장과 인도에 있던 유튜버, 시민들이 국회의원까지 폭력 진압하는 심각한 상황을 보고 채증. 한 의원은 다시 진입을 시도하는 경찰 맨 앞에 서서 노동자와 경찰의 충돌을 막음.

그럼에도 조지호 경찰청장은 11일 경찰청 출입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최소한의 통로를 열어서 시민들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이라도 열고자 한 것으로 이게 강경 진압인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명희 대변인은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경찰이 무리하게 확보하고자 한 것은 시민 통행로가 아닌 2개의 차량 통행로였다"며 "경찰은 인도의 시민들이 집회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도리어 막아 혼잡을 야기했다"고 반박했다. 또 "대오가 늘어나면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공간 확보가 경찰의 임무다. 주최 측은 경찰에 협조 요청을 했지만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시민과 경찰의 안전을 위해 국회의원이 내놓은 중재안을 거부한 것은 도리어 경찰 측이다.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주말 서울 도심에서 열린 집회에서 경찰 폭행과 차로 점거 등 불법 행위를 했다는 혐의를 받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각각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4.11.12. 연합
 

다른 야당들도 '신공안정국'을 조성해 국면 전환을 하려는 윤석열 정권과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경찰을 향해 강도 높은 규탄을 이어갔다. 민주당 안귀령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경찰은 '영상을 봐도 한창민 의원이 다친 것이 경찰의 물리력 때문인지 확인이 안 된다'고 강변하는데, 그러면 한창민 의원이 스스로 목덜미를 잡고 바닥에 쓰러졌다는 말인가?"라며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날 부산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 운동을 진행하던 부경대학교 학생들이 경찰에 연행되는 일이 발생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정권을 비판하는 집회는 무조건 해산하겠다는 막가파식 발상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이 불통쇼로 끝나자 이제 경찰 등 국가폭력으로 '입틀막'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지난 2016년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숨진 일을 우리 국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백남기 농민이 숨진 이후 박근혜 정권은 몰락했다. 윤석열 정권도 국민을 억압하려 들다가는 박근혜 정권의 전철을 밟게 될 것임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조국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은 국민 등골 휘게 하는 것도 모자라, 이를 규탄하는 정당의 대표 갈비뼈도 부러뜨린다. 경찰이 국민 보호보다 정권 비호에 눈이 멀었다"며 "시민 통로를 확보한다는 이유로 시위에 참여한 시민과 노동자들을 물리력으로 제압한 이유는 빤하다. 2016년 촛불의 재연을 막기 위함이다. 실제로는 평화롭게 진행되는 집회임에도 물리적 충돌 장면을 연출해 '촛불집회는 폭력이 난무하는 위험한 장소'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은 것 아닌가?"라고 따졌다.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나 추경호 원내대표는 조국혁신당과 민주당 등 야당들이 불순한 세력과 결탁해 윤석열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그래놓고도 참여 시민의 숫자를 신경 쓰는 것을 보면 윤석열 탄핵 집회 규모가 커질까 봐 불안해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거 아니냐"면서 "이번 주말 야5당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윤석열 정권 규탄 집회에는 전보다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해 '윤석열 탄핵! 김건희 구속! 정치검찰 해체!'를 외칠 것이다. 과거 군사독재정권처럼 공안정국을 조성해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길 바란다"고 전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경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윤건영 의원 페이스북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조국혁신당, 기본소득당 등 야3당 의원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화로운 집회 시위에서 충돌을 유발하고, 온갖 진압 장비로 무장한 경비대를 투입시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심지어 11명의 집회 참가자를 연행해 그 중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현역 국회의원까지 목덜미를 잡아 폭력을 행사했다. 지난 9일 밤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국립대학인 부경대 캠퍼스에는 경찰력이 투입되기도 했다"며 "이 모든 장면은 박근혜 정부 이후 찾아보기 힘들었던 공권력의 남용이자 과잉이다. 윤석열 정부의 '신공안정국 조성'이라는 다분히 계획된 목표 아래 진행된 것이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 "이런 의심은 9일 집회에서 보여준 경찰의 불공정한 집회 관리를 보면 더욱 굳어진다. 보수 단체가 진행하는 집회는 매우 안정적이고 평화롭게 진행되도록 경찰이 '황제 집회'를 보장해주고, 진보 단체의 집회는 일부러 충돌을 유발하고 토끼몰이 하듯이 참가자들을 몰아붙여 결국 일부 참가자들을 체포까지 했다"면서 "경찰청장은 국회 행안위 야3당 의원들의 사과 요구조차 거부했다. 정당한 법 집행이었다는 허황된 주장된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면서, 경찰이 권력의 시녀가 되었음을 스스로 자인했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경찰청장의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더불어 국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경찰청장의 사과가 없다면, 경비국의 관련 예산 전액과 특수활동경비, 특활비 등을 꼼꼼히 따져 공권력이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도록 방안을 찾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시동을 걸고 있는 신공안정국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 싸울 것"이라고 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명태균 검찰 수사, '국정농단' 빼고 '돈'에만 집중

● COREA 2024. 11. 13. 05:59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강혜경 "검찰, 명태균-김건희 통화 질문은 안 해"


4500개 녹취록, 공식·비공식 회계 장부 일체 제출
"대통령이 관여했냐는 질문 8번 수사 중 1차례뿐"
"검찰이 명 씨와 용산의 연관성을 질문했어야 해"

어설픈 압수수색 등 검찰 조사 못 믿을 이유 수두룩
민주당 "국정농단 범죄 지우는 것은 무모한 시도"

 

강혜경 씨가 11일 유튜브 채널 '스픽스'에 출연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밝히고 있다. 2024.11.12. '스픽스' 화면 갈무리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의원을 포함한 4인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가운데, 검찰이 짠 판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 수사'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국정농단'이 빠지고 '돈 관계'를 수사했다는 것은 몸통은 뺀 채 깃털만 좇는 격이다.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 제보자인 강혜경 씨는 지난 11일 유튜브 채널 <스픽스>에 출연해 검찰 조사 과정을 밝혔다. 강 씨는 총 8번의 검찰 수사를 받았고 마지막 출석한 날은 지난 6일이다. 

수사 분위기가 나쁘진 않았다. 강 씨는 "초반 4번은 수사관이 수사를 했고, 나머지 4번은 수사관이 한 질문을 검사가 보완해서 질문하는 식이었다"며 "강압적인 분위기는 없었다. (내가) 진술할 때 귀담아 들었다"고 했다.

검찰에 증거로 제출한 자료도 설명했다. 그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선거 관련해서 지방 예비 후보자들에게 준 돈에 관한 장부가 있다"며 "이게 7억 원 전후다. 장부를 거의 암호화해 놨기 때문에 직접 설명했다. 이런 돈이 어떻게 들어온 것인지도 말했고, 명태균 대표에게 지출했던 회계 장부 목록도 제출했다"고 말했다.

 

명태균 씨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씨가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23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검에 들어가고 있다. 2024.10.23. 연합
 

강 씨가 검찰에 제출한 자료는 김영선 전 의원이 선거할 때의 비공식·공식 회계 장부, 약 4500개의 휴대폰 녹취록, 강 씨의 통장 계좌 등이다. 녹취록을 제외하면 모두 '돈'과 관련된 증거 물품이다.

'검찰에게 공천 개입과 관련된 진술을 많이 했냐'는 질문에 강 씨는 "여론조사 비용에 관련된 질문이 많았다"며 "검찰이 공짜 여론조사가 81회 있었고 거기에 3억 원 이상 돈이 들어갔다는 질문도 했다"고 답했다.

반면 명 씨와 김건희 씨가 어떻게 소통했는지 등에 대한 질문은 없었다. 강 씨는 "검찰이 알고 있어서 그런 건지 김건희 씨와 명 씨의 질문은 없었다"고 했다. 

이 질문은 명 씨가 대선 기간 내내 여론조사 결과지를 들고 김해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울을 간 것과 윤 대통령의 자택인 아크로비스타에 자주 갔다는 녹취록 내용을 알기 위해 필요하다. 그 연장선상에서 명 씨가 윤 대통령이나 김건희 씨의 힘으로 김 전 의원을 당선시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검찰이 이 질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수사선상에서 '대통령 부부'를 뺐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짜 여론 조사에 관한 질문은 있었다. 강 씨는 "수사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여론조사를 의뢰한 것이냐는 질문이 있었다"며 "(직접 들은 적이 없어서) 알 수 없다고 답했는데 그 대가로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이 질문은 8번의 수사 중에서 1번 들었다"고 전했다. 

이날 패널로 참여한 김갑수 평론가는 검찰이 수사 방향을 정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 평론가는 "한 번만 질문한 것은 놀랍다"며 "나도 검찰 수사를 받은 적 있지만 보통 수사를 할 때는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재질문을 한다. 검찰은 돈 문제가 아니라 명 씨와 용산이 얼마나 자주 연락했고 어떻게 엮이게 됐는지를 질문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수사 방식에 대해 강 씨 역시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강 씨는 "명 씨와 김 전 의원의 조사 횟수가 너무 적다"며 "(명 씨와 김 전 의원이 국정농단을) 부인해서 수사가 빨리 끝난 것 아닐지 생각도 들고, 검찰이 (명 씨를) 봐주기로 약속해서 빨리 끝난 것 아닌가 생각도 든다"고 했다.

검찰 조사 횟수도 달랐다는 것이다. 강 씨가 8번의 조사를 받는 동안 명 씨는 2번의 조사로 검찰 조사가 끝났다. 김 전 의원도 역시 창원지방검찰청에 총 2번만 출석했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9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창원지검)에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11.9. 연합
 

검찰 조사를 믿을 수 없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창원지검은 미래한국연구소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려고 사무실을 찾았지만 이미 폐업한 후였다. 명 씨는 압수수색을 하기 한 달 전에 이미 짐을 다른 곳으로 옮긴 뒤였다. 

자택 압수수색에도 문제가 있었다. 검찰은 명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 한 다음에 포렌식을 위해 휴대폰을 압수했지만, 명 씨는 압수 당일 9시간 만에 휴대폰을 돌려받았다. 휴대폰에 저장된 SNS 대화 기록과 통화 기록, 음성 파일을 추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있어서 압수 당일에 돌려주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전부 '봐주기를 위한' 정황으로 보인다.

검찰의 편향적인 수사에 민주당도 연일 불신을 표시하고 있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검찰이 명 씨와 김 전 의원 등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수사 의지를 기대하는 것은 사막에서 물을 찾는 격"이라며 "오히려 대통령 부부의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막기 위한 꼬리 자르기 수사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검찰도 대통령의 육성을 숨길 순 없다. 정치검찰이 명 씨의 입을 틀어막아도 명 씨의 녹취를 막을 순 없다"면서 "대통령 부부의 국정농단 범죄를 지우려는 무모한 시도는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윤 담화 뒤 김 여사 관련 발언 ‘0’, 이재명 성토 전념
“김 특검법 표결·이 1심 앞두고 이슈 바꿔치기” 분석
민주 “국민만 보고 가겠다더니 윤 담화 뒤 안색 바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민주당의 사법방해 저지 긴급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공천 개입 의혹 확산 등으로 커져가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해 이 대표 집중 공격으로 선회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12일 오전 국회에서 연 ‘이재명 민주당의 사법방해저지 긴급대책회의’에서 15일에 예정된 민주당의 윤석열 정부 규탄 장외집회를 “특정인이 처벌받는 것을 막기 위한 판사 겁박 무력시위”로 규정하며 “왜 한 사람의 범죄가 자유민주국가의 법체계에 따라 단죄받는 것을 막기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의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선 전날 ‘성남 에프시(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심리 중인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부장 허용구)가 이 사건 수사검사가 더이상 성남지원에서 근무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퇴정시킨 것에 대해 “이 대표 방탄에 사법부가 판을 깔아주는 격이 될 수 있다”며 “시정돼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기자회견 이후, 한 대표의 공개 메시지는 온통 이 대표를 성토하는 데 쏠려 있다. 반면, 김건희 리스크 해소 등 대통령실을 향한 쇄신 요구는 사라졌다 . 오히려 “부족하다고 생각할 분들이 많을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변화와 쇄신을 말했다”며 “정부와 함께 변화와 쇄신, 남은 2년 반 승리의 길로 나아가자”(11일 ‘국민의힘·윤석열 정부 합동 전반기 국정 성과 보고회’ 발언)는 대 용산 ‘화합’의 메시지만 보내고 있다. 민주당이 수정안까지 내고 ‘김건희 특검법’ 수용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기엔 귀를 막은 채, 당정일체만 강조하는 모양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를 두고 “14일 국회 본회의 김건희 특검법 표결과 15일 이 대표 1심 선고를 앞 두고, 한 대표가 김 여사 리스크를 이 대표 사법 리스크로 ‘이슈 바꿔치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한동훈계 박정훈 의원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들 보시기에 대통령이 정말 뭘 잘못했다는 거지라는 부분에서 의문이 남아 한 대표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저도 생각한다"면서도 “한 대표 입장에서 사과의 내용이 부족했다는 것만으로 대통령을 계속 압박하는 모양새로 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한 갈등으로 비쳐질 경우, 보수 지지층 이탈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윤 대통령이 향후 쇄신을 어떻게 ‘실천’해나가는지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당직자는 “(여론이)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민주당의 김건희 특검법은 윤 대통령 퇴진의 땔감이기 때문에 받을 수 없다”며 “지금은 이 대표의 1심 선고에 화력을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 대표의 이런 태도를 비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대표는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더니,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안색을 바꿨다”며 “참으로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오만하고 뻔뻔한 태도”라고 지적다. 그는 “한 대표와 국민의힘이 민심을 따를 생각이 있다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말고 진지하게 특검에 협조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 한겨레 신민정 기자 > 

김 씨가 건넨 ‘금일봉’ 액수를 500만원이라고 구체적 진술

 

 
 
김건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8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창원지검)에 출석하고 있다.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창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구속영장이 청구된 명태균씨가 검찰 조사에서 김건희 씨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인정하면서, 이 돈의 성격에 대한 검찰의 추가 수사가 불가피하게 됐다. 명씨는 ‘액수도 생각나지 않는 교통비 정도였다’고 주장하지만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 책임자 강혜경씨와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은 김 씨가 건넨 ‘금일봉’의 액수를 500만원이라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 교통비가 아니라 여론조사 등 대선 과정에서 명씨의 기여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거나 격려하기 위한 돈이었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명씨가 제공했다는 여론조사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명씨가 시행한 81회 여론조사를 거의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저는 명태균씨한테 무슨 여론조사를 해달라는 얘기를 한 적은 없다. 그리고 명씨나 또는 우리 당의 정치인들이 여론조사 발표된 거라든지 또는 내일 발표될 예정인데 그냥 알고만 계시라, 뭐 이런 얘기들은 선거 때 수도 없이 받았다”며 명씨의 여론조사는 자신의 뜻과 무관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하지만 명씨 주변 사람들의 대화를 종합하면, 명씨는 김 건희 씨에게서 여론조사 비용을 받아내려 했던 정황을 알 수 있다. 앞서 한겨레가 보도한 김영선 전 의원과 강씨의 지난해 5월23일 통화를 보면, 강씨는 김 전 의원에게 “본부장님(명씨)이 ‘김건희 여사한테 돈을 받아오겠다’고 저한테 청구서를 만들어라 하는 거예요. ‘조사했던 비용하고 니 인건비하고 등등 들어갔던 거 청구서를 만들어라’고 하셔서 만들어 드렸었어요. 돈 받아올게 꼭 받아올게 하고 서울 가셨거든요”라고 말했다.

강씨는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는 “(금일봉을 명씨가) 김건희 여사한테서 (받았다.) 여론조사 비용은 안 받아오고”라고 했다. 강씨가 말하는, 김 씨가 명씨에게 줬다는 500만원은 81회 여론조사 비용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라는 뜻으로 읽힌다. 강씨는 지난달 21일 국정감사에서 “명씨가 여론조사 대가로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김건희 씨가 명씨에게 건넸다는 돈의 성격은 윤 대통령 무상 여론조사, 공천 개입 의혹을 규명할 고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한겨레가 입수한 8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검찰은 명씨가 여러차례에 걸쳐 대통령 후보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5선 의원(김영선)을 내세워 공천을 받고 싶어 하는 사업가들에게 거액을 교부받은 사실이 확인”됐고 “대통령이 당선되자 대통령 부부 및 측근들과의 친분을 더욱 과시했다”고 적었다. 또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과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명씨 구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한겨레  정혜민  배지현 김완  곽진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