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변수 없는데 이재명, 김문수 7%p 등락

이재명 45%, 김문수 36%, 이준석 10%로 나타나
같은 기간 여론조사꽃은 50.5%, 30.3%, 9.1%

갤럽 조사는 보수성향 과표집으로 빚어진 이상 현상

 

한국갤럽 조사 5월 4주차 대선 후보지지율.

 

한국갤럽(이하 갤럽)이 23일 공표한 5월 4주차 대선 후보지지율 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45%,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36%,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10%로 나타났다. 전 주와 비교하면 이재명 후보는 7%포인트가 하락, 오차범위한계(6.2%포인트)를 벗어나 지지율이 하락했고, 김문수 후보 지지율은 오차범위를 벗어나는 7%포인트 급등했다. 이준석 후보는 2%포인트 올라 두 자릿수 지지율에 턱걸이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여전히 9%포인트로 오차범위(± 3.1)를 크게 벗어나 있다.

 

갤럽조사에서 어떻게 일주일 만에 이런 극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까. 갤럽은 이에 대해 “현직 대통령이 파면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서는 막바지 변동성이 클 수 있다”며 이같은 변화가 어쩌면 당연한 듯이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후보 선출이 늦은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과 TV 토론을 분기점으로 상승세를 탔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갤럽조사의 상세 내용을 살펴보면 이러한 지지율 변동의 큰 가장 중요한 원인은 보수성향 표본이 과대 표집돼 조사 결과가 크게 왜곡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갤럽 5월 4주차 여론조사 표본의 이념성향을 보면 보수성향 349명(가중치 적용 350명), 중도성향 327명(가중치 적용 327명), 진보성향 234명(가중치 적용 232명)으로 가중치를 적용한 표본수를 기준으로 보수성향 표본이 진보성향 표본보다 무려 118명이 더 많다. 5월 3주차 조사에서 보수와 진보성향 표본의 차이가 1명이었던 데 비해 엄청난 과표집이 이뤄진 것을 알 수 있다. 역대 갤럽 조사에서 이처럼 보수성향 표본이 많이 유입된 것은 아주 이례적이다. 증가한 보수성향 표본 118명은 보수 후보에게 7.8%포인트 지지율 상승을 가져온다. 보수 후보인 김문수 후보에게 7%포인트가 옮겨가고, 나머지는 이준석 후보에게 옮겨간 것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수치는 보수성향이라고 밝힌 응답자의 66%가 김문수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어렵지 않게 추산할 수 있다. 지난 조사에서 보수 후보 가운데 22%의 지지를 받던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18%로 4%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들어 보수성향 표본의 과표집이 발생한 사례가 있다. 지난 2, 3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보수세력이 대대적으로 여론조사에 유입돼 여론을 왜곡시켰다. 이번 갤럽 조사는 그 정도가 더 심각하다. 갤럽 2월 2주차 여론조사에서는 보수성향 표본이 340명(가중치 적용 339개), 중도성향 300명(가중치 적용 303개), 진보성향 261명(가중치 적용 260명)으로 보수성향이 79명 더 유입됐다. 또 3월 첫 주 갤럽 조사에서는 보수성향 334명, 중도성향 329명, 진보성향 231명으로 보수성향 표본이 103개나 많았다. 이 조사에서 정권교체에 대한 응답률은 48%에 불과하고 정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40%를 기록하는 등 여론이 크게 왜곡됐었다.

 

여론조사 분석 기사를 쓰면서 과거에도 언급했지만 갤럽 조사에서 왜곡된 조사결과가 나올 때는 반드시 보수표본이 중도표본보다 더 많았다. 특정 목적을 가진 그룹이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해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하는 경우다. 이번 5월 4주차 조사도 마찬가지이며 보수성향 표본이 진보성향 표본보다 무려 118개가 많은 것은 갤럽 조사에서는 처음이 아닌가 싶다.

 

이는 갤럽과 같은 기간에, 같은 방식으로 조사해 공표한 여론조사꽃(이하 여꽃) 5월 4주차 결과와 비교하면 그 차이를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여론조사꽃 조사 5월 4주차 후보지지율.

 

여꽃 후보 지지율 조사(21일~22일 조사, 표본 수 2005개, 표본오차 ±2.2)에서는 이재명 후보 49.6%, 김문수 후보 30.6%, 이준석 후보 9.2%, 무응답(의견 유보) 9.6%였다. 19~20일 조사에서는 이재명 후보 51.5%, 김문수 후보 29.9%, 이준석 후보 9%, 무응답(의견 유보) 8.8%였다. 여꽃은 이 두 조사의 평균값으로 이재명 후보 지지율을 50.6%, 김문수 후보 지지율을 30.3%, 이준석 후보 지지율을 9.1%라고 집계했다.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20.3%포인트다. 갤럽과 지지율 차이가 오차범위를 벗어나 무려 10.3%포인트나 된다.

 

갤럽과 여꽃 조사를 비교해보면 같은 방식의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오차범위를 벗어난 결과가 나오는 등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갤럽과 여꽃이 이날 발표한 대선 후보별 후보별 지지율로 보면 갤럽과 여꽃의 후보간 지지율은 오차범위(갤럽 표본오차 ±3.1%, 여꽃 표본오차 ±2.2) 밖에 있다. 갤럽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45%는 여론조사에서 평균값이다. 통계학적으로는 41.9%~48.1%에 있을 확률이 95%라는 의미다. 이런 방식으로 김문수 후보 지지율은 32.9%~39.1% 구간이다.

또한 여꽃(표본오차 ±2.2%)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48,4%~52.7%에 있을 확률이 95%라는 의미다. 역시 김문수 후보지지율은 28.1%에서 32.5% 사이에 놓이게 된다.

 

갤럽은 이재명 후보지지율이 45.9~48.1% 구간이고 여꽃은 48.4~52.7% 사이다. 문제는 두 조사기관의 조사결과가 겹치는 구간이 없다는 점이다. 0.3%포인트의 작지만 빈 공간이 있다. 갤럽은 소수점 한자리에서 반올림을 하고 여꽃은 소수점 두 자리부터 반올림을 하는 것을 고려해도 두 여론조사는 겹치는 부분이 없다. 김문수 후보 지지율은 갤럽의 경우 32.9%~39.1%, 여꽃 지지율로는 28.1~32.5%로 두 조사 역시 교집합이 없다. 이 역시 오차범위를 벗어나 있다.

 

같은 방식의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를 벗어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면 이를 과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과학은 검증 가능해야 한다. 검증이 안 되는 여론조사는 과학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두 여론 조사 중 하나가 틀렸거나 모두 틀린 경우다. 그런데 누가 봐도 보수성향 표본이 엄청나게 많은 한국갤럽 여론조사가 틀렸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백번 양보해 여꽃 조사 중 가장 최근인 수요일과 목요일 실시한 여론조사만으로 비교해도 두 여론조사는 오차범위를 벗어난다. 이 조사와 갤럽 조사를 비교하면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47.4%~51.8%, 갤럽조사 41.9%~48.1%와 겹치는 구간이 존재한다. 그러나 김문수 후보의 경우 28.6~32.5% 사이인데 갤럽조사로는 41.9%~48.1%여서 겹치는 구간이 없다. 이 역시 여론조사에 문제가 있음을 말해준다.

 

갤럽이 평상시 같았다면 보수성향 표본이 지나치게 여론조사에 유입돼 여론조사 변동 폭이 컸으나 시간이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주석을 남겼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갤럽 보고서에서는 이같은 내용은 찾지 못했다. 대신 대통령 파면으로 진행되는 대선에서는 선거 후반 변동성이 크고, TV토론과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이 분기점이 됐다는 간단한 설명을 달았다. 5월 4주차 갤럽 여론조사는 보수표본이 과유입돼 조사 결과가 크게 왜곡됐다고 할 수 있다.

 

갤럽의 경우 이번 조사에서 무응답층이 3주차 조사에서 12%였던 것이 8% 줄어들어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 증가에 3~4%포인트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하락과 김문수 후보 추가 상승분 3~4%에 영향을 미친 것은 극단적인 보수성향 과표집이라고 보는 게 타당한 해석이다. 정상적인 조사였다면 이재명 후보의 경우 수요일과 목요일 이틀간 진행된 꽃 조사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 민들레 강동형 기자 >

(이 글에서 인용한 여론조사의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굮갤럽 홈페이지, 여론조사꽃 여론조사를 참고하기 바란다.)

이준석, 세대·남녀·계층 갈라치기하며 분열조장

김문수는 비전 제시도 없이 시작부터 네거티브

이재명 "비평가처럼 지적만 하는 건 정치 아냐"
권영국 "차등임금제를 어떻게 공약으로 내놓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김문수·민주노동당 권영국·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2차 후보자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 촬영을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25.5.23 [국회사진기자단] 연합

 

사회갈등 극복과 통합 등을 주제로 열린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의 두 번째 방송 토론은 시작부터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네거티브'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갈라치기'로 얼룩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김문수 후보의 네거티브에 대해선 '헌정질서 파괴 세력의 청산'을, 이준석 후보의 갈라치기에는 '사회적 연대'를 강조하며 맞받아쳤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도 내란 세력에 동조하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갈라치기하는 이준석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23일 오후 8시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티브이(TV) 토론(사회분야)에서 시작 발언부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외쳤던 "이의 있습니다"를 인용한 뒤,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자신의 사이비 호텔 경제학에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을 바보라고 조롱하는 후보가 감히 노무현을 입에 올리는 세상에서, 진정한 노무현 정신은 어디 있나 생각해 보게 된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신을 이야기하면서 상대에 대한 존중보다는 비난부터 한 셈이다.

 

또 이준석 후보는 사회갈등 극복과 통합 방안을 주제로 하는 1주제 토론에서도 "극단적 가난에서 벗어난 시기에 태어나 좋은 교육 받고 자라난 사람들이 대학에 가서 구시대적 계급론에 빠지더니, 사회에 나가서도 세상을 흑백으로 갈라치고, 특정세대와 계층을 갈라치고 거기에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은 적폐라고 몰아붙이면서 우리 사회의 갈등 구조를 증폭시켜 놓았다. 더 나아가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젊은 세대에게 너희는 어리다 혐오를 조장한다"면서, 세대 갈라치기를 했다.

 

그는 나아가 "몇 년 전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관련해서 지하철 시위 과정에서 4호선을 타는 1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의 발을 묶어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는 것이 옳으냐에 대해서 많은 시민들이 갑론을박 했다. 최근에는 동덕여대에서 (남녀)공학 전환 논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 때문에 구성원 중 일부가 자신의 학교를 기물을 파손하고 그리고 락카칠을 해서 학교를 거의 쓰지 못할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사태가 있었다"면서, 또다시 장애인과 여성에 대한 혐오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대선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2차 후보자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5.5.23 [국회사진기자단] 연합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이준석 후보는 그동안 이 남녀 갈라치기, 장애인 혐오, 차별금지법 반대 이런 걸 가지고 분열을 자꾸 부추기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는 이준석 후보가 이주노동자에게 차등임금제를 공약한 점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은 국적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지금 공약은 명백한 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국제협약 위반"이라며 "어떻게 이런 공약을 낼 수 있느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같은 비판에도 '갈라치기'를 이어갔다. 초고령 사회를 대비한 연금·의료개혁를 주제로 한 2주제 토론에서도 그는 "(양당이) 연금 개혁 구조는 손도 대지 않고 숫자만 바꾼 가짜 개혁으로 사회 초년생에게는 평생 5000만 원 가까운 부담을 떠넘기고 기성세대는 더 가져가는 밀실 합의를 하고 말았다"며 "신연금과 구연금의 분리"를 주장했다. 기존 연금 수혜자와 앞으로 연금에 가입할 세대를 구분하는 방법으로 또다시 '갈라치기'를 한 것이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이에 대해 "연금 제도라고 하는 건 기본적으로 세대 간 연대를 하는 것이다. 남이 아니다. 부모도 있고, 할아버지(조부모)도 있고, 자식도 있고, 서로 보험료도 내고 연금도 받고 하는 것인데 그런 식으로 자꾸 갈라친다"며 "기존 제도 수혜자, 새로운 대상자 갈라치고, 남녀 갈라치고,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는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준석 후보는 "이득을 보는 세대는 어디이고 손해를 보는 세대는 어디냐"며, 계속해서 세대간 차이를 주장했다.

 

이재명 후보는 '신구 연금 분리'를 주장하는 이준석 후보에게 "모두가 만족하는 연금 개혁안은 없다"며 "(자꾸) 이준석 후보는 뭐가 잘못됐다고 얘기한다"고 짚었다. 이어 "뭐 잘못됐다고 지적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할 수 있느냐, 본인이 주장하는 각종 이런 제도 이런 것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과연 정치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할 수 있다는) 그건 본인의 주장일 뿐일 가능성이 많다. 현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2차 후보자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5.5.23 [국회사진기자단] 연합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는 "정치는 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잘못됐다고 비평하는 것은 정치가 할 일이 아니라 비평가들이 하는 것"이라고 이준석 후보의 세대 갈라치기를 거듭 비판했다. 이재명 후보는 1차 토론에서보다 안정적으로 이준석 후보의 공격을 누르는 모습이었다. 의료개혁 공약과 관련해서도 이준석 후보가 15조 원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느냐는 취지로 비판하자, "15조라고 단정하지 말라"며 "(이준석 후보는) 문제 지적을 과잉되게 막 하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대안은 뭔지 한번 먼저 한번 말해 보라"고 일갈했다.

 

이 밖에 이준석 후보는 3주제 토론 주제인 '기후위기 대응방안'에 대해서도 "기후 환경에 대해 가지고 젊은 세대가 가진 방향성이 '딱 이것이다'라고 규정하지 말라"며, 세대 갈라치기를 했다. 그러면서 "원자력 발전에 대한 부분은 이미 지난 문재인 정부의 이념적인 행동 때문에 이념적이라고 판단하는 국민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정책'을 계승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풍력과 태양광 발전에 대해 "경제성이 떨어지는 선택들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권영국 후보는 "이념의 문제로 이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바라보는데, 누가 그렇게 이념의 문제로 보냐"며 "이준석 후보 공약집 어디에도 기후 공약은 보이지 않았다. 선관위에 제출된 10대 공약을 샅샅이 들여봤는데 없었다. 그리고 시민단체가 재생 에너지 관련 질의를 했을 때도 이준석 후보는 답변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지구를 살리겠다라고 나서고 있는데, 그것을 이념 문제로 치부한다는 것은 오히려 이준석 후보가 지금 기후 문제와 에너지 문제를 이념 문제로 갈라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 헐뜯기에만 집중했다. 그는 첫 시작발언부터 미래 비전이나 공약에 대한 제시도 없이 이재명 후보를 향해 "총각 사칭, 검사 사칭까지 하면서 어떻게 정말 진짜 대한민국을 말할 수 있느냐"고 네거티브를 했다. 또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대장동 사건 등을 언급하고, 이재명 후보의 가족사와 관련해서도 "성남시장으로서 형님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고 하다가 그 때문에 형수님하고 욕을 하고 다투고 이렇게 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23일 서울역 대합실 TV로 제21대 대통령선거 2차 후보자 토론회가 생중계 되고 있다. 2025.5.23. 연합
 

이재명 후보는 가족사와 관련, "그 점은 제가 사과 말씀을 다시 드린다. 우리 집안의 내밀한 사적 문제"라면서도 "그러나 김 후보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굳이 따지자면 본인은 갑질을 하지 않았느냐. (경기도지사 시절) 소방관한테 전화해서 '나 김문수인데'(라고 했다.) 어쩌라는 건가. 권력을 남용해서 안된다"고 맞받아쳤다. 이재명 후보에게 걸린 각종 재판에 대해서도 "김문수 후보가 소속한 정권이 증거없이 조작 기소한 결과"라며, 정치 검찰의 하명 수사이자 정적 죽이기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는 역으로 김문수 후보를 향해 "내란 수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서 계속 비호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 단절할 생각 혹시 없나"라며 "전광훈과 같은 극우 세력과 단절할 생각이 없는지 묻고 싶다"고 따졌다. 김문수 후보는 윤석열, 전광훈 등 극우·내란세력과의 단절에 대해 언급도 없이 이재명 후보에 대해 "이석기 통진당의 후예"라고 궤변을 늘어놨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등과) 단절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며 "전광훈 목사가 감옥에 갔을 때 눈물을 흘리는 그런 관계를 여전히 청산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권영국 후보는 김문수 후보를 향해 최근 경기 평택시에 있는 SPC 계열 제빵공장인 SPL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언급하며 "사람이 죽어도 책임지지 않게 해주는 것이 개업하기 좋은 나라냐.사고가 계속 빈발하고 있는데, 중대재해처벌법 폐지를 계속 주장할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에 김문수 후보가 "법 폐지가 아니라 개정"이라고 답했자, 권영국 후보는 "2025년 5월 15일 중소기업중앙회 조찬 강연 축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이거 악법이니까, 폐지 또는 재개정 해야 되는 것 아니냐 이런 얘기 한 적 있지 않느냐"고 재차 비판했다.

 

김문수 후보의 망언도 논란이 됐다. 그는 사실상 윤석열 정권과 다름없는 친원전, 원전 찬양 정책을 옹호하면서 "후쿠시마는 폭발한 게 아니지 않느냐. 해일로 인해 가지고, 바닷속에 지진으로 인한 해일로 누수가 되고 문제가 발생한 것이지,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한 게 아니"라고 말했다. 이는 윤석열이 지난 2021년 8월 언론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것은 아니"라고 한 발언을 그대로 반복한 것이다. 대선 후보가 극우 유튜브에서나 나올 법한 발언을 반복한 것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은 2011년 지진해일로 인해 냉각 기능에 문제가 생겨 1~4호기에서 모두 수소폭발이 일어났으며, 1~3호기에서는 원자로 용융(멜트다운)이 발생했다. 1~3호기의 경우, 핵연료가 녹아 원자로 내부 금속 및 구조물과 뒤섞여 880t에 달하는 핵연료 잔해가 생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반출할 구체적인 방법조차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고 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이재명 “진짜 대한민국 만들어야” 하자, 김문수 “진짜 총각인가”

대통령 후보 2차 사회분야 TV 토론
김문수, 초반부터 네거티브 공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왼쪽)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23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한국방송(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2차 후보자토론회 시작에 앞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모든 국가 권력이 오로지 국민을 위해 쓰이는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답했다. “이렇게 말하는 분은 진짜 총각인가. 가짜 총각인가. 진짜 검사인가 가짜 검사인가.” 이재명 후보의 ‘여배우 스캔들’과 ‘검사 사칭 전화통화’ 발언을 상기시킨 것이다.

 

이날 21대 대통령 선거의 사회 분야 2차 티브이(TV) 토론은 정책 의제를 다투는 논쟁보다는, 각 캠프의 네거티브전에 후보가 직접 뛰어든 것에 가까웠다. 김문수 후보는 시작부터 이재명 후보의 ‘형수 욕설’ 발언 등 도덕성 문제를 집요하게 걸고넘어졌다. 그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기본적인 인륜을 다 무너뜨린 분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해서 시중에서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성남시장으로서 형님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고 하다가 그 때문에 형수님하고 욕을 하고 다투고 이렇게 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제가 사과 말씀을 다시 드린다. 우리 집안의 내밀한 사적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김 후보의 과거 2011년 경기지사 재직 당시 남양주소방서 119상황실에 전화를 걸어 도지사 신분을 반복해 밝힌 뒤 소방관의 관등성명을 요구했던 상황을 문제 삼았다. 그는 “김 후보는 굳이 따지자면 (소방관에게) ‘갑질’을 하지 않았느냐”고 맞받았다.

 

색깔론도 재등장했다.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는 진보당하고 연합 공천을 해서 울산 북구 국회의원을 당선시켰다. (그 국회의원은) 이석기 통합진보당의 후예인데 그게 내란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사람이 하는 게 뭔가. 완전히 북한을 옹호하고 대한민국을 전복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울산 북구에서 구청장까지 지낸 진보당 윤종오 의원을 이렇다 할 근거도 없이 ‘북한 옹호세력’으로 낙인찍은 것이다. 이는 “전광훈 목사와 같은 극우세력과 단절할 생각이 없느냐”는 이재명 후보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원외 정당 소속인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김문수 후보의 이런 모습을 두고 “진흙탕 싸움이 시작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 후보는 이준석 후보를 겨냥해선 “자기 지식을 자랑하러 여기 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권 후보는 이날 손바닥에 백성을 뜻하는 민(民)자를 적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손에 ‘왕(王)’ 자를 적고 나온 것을 비튼 것으로 보인다.  < 엄지원  류석우 기자 >

 

이재명 “TV토론 비방·헐뜯기 많아져…저라도 정책 집중할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두 번째 티브이(TV) 토론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토론이 진행될수록 국가 미래에 관해 얘기하기보다 점점 더 비방이나 근거 없는 헐뜯기가 많아지는 듯해 참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라도 끊임없이 이 나라의 미래, 우리 국민의 삶을 어떻게 더 개선할 수 있을까 하는 정책적 논쟁에 더 집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다른 후보들의 토론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상대방의 얘기를 존중해야 하는데, 의도와 다르게 단정하고 왜곡하고 전제를 바꿔서 다른 말을 한다든지 이렇게 하면 토론이 쉽지 않다. 그런 점들이 여전히 아쉬웠다”며 “저도 부족한 점이 많고 대한민국의 토론 문화가 아직 많이 미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자신의 토론을 두고는 “언제나 부족하고 아쉽다”며 “최선을 다하려고 하지만 부족하다. 앞으로 부족한 점을 채우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건강보험료 인상 문제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현재는 경제 상황이 너무 어렵다. 일단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며 “당장 국민의 부담을 높이는 인상은 단기간에 검토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김문수 국민의힘·이준석 개혁신당·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는 이날 오후 8시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스튜디오에서 사회 분야를 주제로 두번째 방송 토론을 벌였다. 후보들은 오는 27일 정치 분야를 주제로 한 차례 더 토론할 예정이다. < 한겨레 고경주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인 23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묘역에서 시민들이 참배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16주기인 23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묘역에서 참배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네요. 왜 그런지는 다른 사람들도 같을 겁니다. 국민을 가장 사랑한 대통령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23일 오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도식이 열리기 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만난 한 중년 남성의 말이다. 이날 봉하마을에는 고인을 기억하는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른 아침부터 이어졌다.

시민들은 국화 한 송이를 헌화대에 바치며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이날 오전에 묘역을 찾은 20대 후반의 청년은 "하루 전날 서울에서 출발해왔다.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자라나면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됐는데, 노 대통령은 시민들과 소통을 가장 많이 했던 대통령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재현 인제대 교수는 "개인적으로 노 대통령과의 인연은 없지만, 매년 추도식에 참석하게 된다. 올해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더 오게 됐다"라며 "노무현의 정신이 새삼 강조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창원에서 진영역까지 열차로 이동한 김아무개씨는 "오늘 와서 보니 젊은 분들도 많이 보여서 마음이 좋다. 5월이 되면 늘 노 대통령이 생각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배객은 "거의 해마다 추도식에 참석한다. 지난해까지는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힘들었는데, 올해는 구름이 살짝 드리워져 다행이다"라고 전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주요 대선 후보들도 추도식에 앞서 참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날 오전 11시께 봉하를 찾아 눈물을 훔쳤고, 참배록에는 "사람 사는 세상의 꿈.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 진짜 대한민국으로 완성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는 이른 아침 참배하며 "22년 전, 열심히 공부해 언젠가는 대한민국을 위해 큰일을 하라던 말씀, 실천하겠습니다"라고 썼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16주기 추도식이 2025년 5월 23일 오후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서 열렸다.권양숙여사,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아들 노건호 씨,우원식 국회의장 등이 묵념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
 


추도식은 이날 오후 2시, 대통령 묘역 인근 생태문화공원 특설무대에서 엄숙하게 거행됐다. 행사에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 노건호씨, 사위 곽상언 민주당 의원 등을 비롯한 유족과 문재인 전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이 함께 자리했다.

정당 인사로는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김선민 조국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천하람 개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 용혜인 기본소득당 원내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공동대표 등이 참석했다. 정부 측에서는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이 추모의 뜻을 함께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강기정 광주광역시장,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 김영록 전남도지사, 박완수 경남도지사, 최교진 세종특별자치시 교육감, 이순희 강북구청장, 오승록 노원구청장 등이 참석해 고인을 기렸다.

노무현재단에서도 차성수 이사장과 하승창 상임이사를 비롯해 김삼호, 김은경, 선미라, 이광재, 이정호, 조수진, 황희두 이사 및 이해찬, 이병완, 한명숙, 유시민 등 전·현직 임원들이 참석했다.

23일 오후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16주기 추도식에서 100인시민합창단이 추모공연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
 


이날 추도식 구호는 고인의 묘비에 새겨진 문구이자, 시민 공모로 선정된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이다. 재단은 "이번 구호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 노무현 대통령의 철학을 시민의 언어로 다시 기억하고 실천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규리 배우의 사회로 진행된 추도식은 국민의례, 내빈 소개, 추도사, 주제 영상, 추모 공연, 이사장 인사말 순으로 진행됐다. 100인 시민합창단의 추모 노래로 분위기는 고조됐고, 식 후 참석자들은 묘소를 참배했다.

우원식 "노무현 길을 따라 민주주의 지켜낼 것"

우원식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16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
 


우원식 국회의장은 추도사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님, 보고 계십니까? 올해도 변함없이 노란 그리움들이 이곳 봉하 들녘을 가득 채웠다"라며 추모의 말을 시작했다.

그는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으로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걸었던 대통령님의 치열하고 고단했던 걸음을 떠올린다. 정치개혁, 부패청산, 균형발전, 평화와 번영의 길, 그 수많은 '노무현의 길'을 따라 오늘 우리는 이곳에 모였다"라고 말했다.

우 의장은 "3당 합당 반대, 지역주의 타파와 같은 대통령님의 당당하고 떳떳한 용기가 우리를 흔들어 깨웠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해도 반칙과 특권 앞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평범한 시민들의 가슴을 다시 뛰게 했다"라며 "바보 노무현의 진심이 결국 모두가 함께 가는 길이 됐고, 그의 도전은 우리의 도전이 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시대정신이 됐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발생한 '12.3 비상계엄 사태'를 언급했다.

"대통령님은 주권자인 시민의 힘을 깊이 신뢰했던 지도자였습니다. 지난겨울, 우리는 그 신념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민주주의의 역행을 막은 것은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었습니다. 대통령님의 말씀 그대로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우 의장은 "민주주의에는 완성이 없고 역사는 더디지만, 희망의 등불은 꺼지지 않는다. 이제 우리가 하겠다. 대통령님께서 온몸으로 맞섰던 기득권의 벽을 함께 넘어, 정치가 약한 자들의 가장 강한 무기가 되도록 만들겠다. 국민의 삶 속에서 실현되는 민주주의를 꼭 만들어 내겠다"라고 다짐했다.

문정인 "공존과 생존의 대한민국"

문정인 전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추도사에서 "어느덧 열여섯 해가 지났다. 대통령님이 그립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그립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겨울 우리는 12.3 비상계엄이라는 황당한 사태를 겪었다. 절체절명의 민주주의 위기였다"라며 "그러나 생전에 대통령님께서 강조하시던 '깨어있는 시민'과 '용기 있는 정치인들'이 이를 막아내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라고 회고했다.

문 전 보좌관은 노 전 대통령의 외교 철학도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님께서는 '역지사지' 외교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신 분이었다"라며 "상호 존재를 인정해야 대화가 가능하고, 대화를 통해서만 갈등과 대립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철학을 갖고 계셨다. 2007년 10.4 남북공동선언은 이러한 전략적 공감 외교의 결실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다가오는 6.3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님처럼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국익과 원칙, 상식과 순리, 그리고 역지사지의 자세로 공존과 상생의 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가 나올 수 있도록 잘 이끌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차성수 "우리는 이미 노무현의 시대를 살고 있다"

차성수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3일 오후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16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
 


차성수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지난 겨울, 역사를 거스르는 매서운 추위를 견디며 광화문과 전국의 광장에서 사람답게 살기 위해 애쓴 시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라며 "그곳엔 작은 노무현, 새로운 노무현들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차 이사장은 "누군가는 국회로 달려가 맨몸으로 장갑차를 막아섰고, 누군가는 남태령 고개에서 밤을 새우며 길을 열었다. 또 누군가는 오래 간직하던 응원봉을 꺼내 거리로 나섰고, 누군가는 얇은 은박담요 하나로 추운 겨울밤을 지켜냈다"라고 당시의 시민 참여를 떠올렸다.

이어 "언젠가 올 것이라던 노무현의 시대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었다. 노무현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시민 개개인의 삶에서 그 시대는 구현되고 있었다"라며 "차가운 겨울 광장을 '사람 사는 세상'으로 바꿔낸 것은 바로 우리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추도식에는 미안함이나 죄책감이 아닌, 자부심과 당당함을 품은 수많은 시민 노무현들이 함께했다"라고 강조하며 "아직 그 겨울의 매서운 바람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완전한 봄이 올 때까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 강물처럼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함께 나아가겠다. 노무현재단도 그 진보의 걸음에 함께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날 노무현재단 측은 약 1만 5000여 명의 참배객이 봉하마을을 찾아 고인을 기렸다고 전했다. < 오마이 윤성효 기자 >

 

봉하 간 이재명 "등대지기 노무현 '오늘의 나' 만들어"

16주기 맞아 묘소 참배…"2번의 인생 이정표"
"정치검찰에 탄압당해 서거하셔"
"내란 세력과 헌정 수호 세력 중 선택"
참배 후 부인 권양숙 여사 오찬

문재인·우원식·이해찬 부부 동석
추도식 1만5000명 시민 다녀가

 

"저는 등대지기 노무현의 희망의 빛을 따랐고 어느새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6주기를 맞이한 23일 페북 글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님은 저 이재명의 길을 만드는데 두 번의 큰 이정표가 되어 주셨다"면서 이렇게 추모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헌화하고 있다. 2025.5.23 연합

 

"등대지기 노무현은 희망의 빛"
이재명 "2번의 큰 이정표 됐다"

 

인생 행로를 바꾼 '두 번의 큰 이정표'는 사법연수원 시절 향후 진로를 고민하던 중 기득권 카르텔 편입을 포기하고 인권 변호사의 길을 택할 때와 2006년 경기도 성남에서 시민운동을 하다가 정치 투신을 결단하는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에게서 받은 '결정적' 도움을 말한다.

 

이 후보는 "개인의 성공과 사회적 책무 사이에서 남모르게 번민하던 연수원 시절, 노무현 인권 변호사의 특강은 제 인생의 방향에 빛을 비춰 주었다...개인의 안위보다 정의를, 타협하기보다 원칙을 고집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길이 제 길이 되었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노 대통령의 정치자금법 개정과 공천제도 개혁을 소환한 뒤 "배경이나 자금력이 아니라 능력과 진심을 자산으로 가진 새로운 정치인의 길을 열어 주셨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평생에 걸쳐 기득권에 맞서고, 편견의 벽 앞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노무현의 꿈. 지역주의의 높은 산을 기어코 넘고, 특권과 반칙이라는 바위를 지나, 끝내 민주주의라는 바다를 향해 나아간 그 큰 꿈. 이제 감히 제가 그 강물의 여정을 이으려 한다"며 "위기의 대한민국을 새롭게 해야 하는 무거운 책무지만, 위대한 우리 국민과 함께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5.23 [공동취재] 연합

 

16주기 맞아 봉하 묘소 참배
"정치검찰에 탄압당해 서거"

 

이 후보는 이날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김경수 총괄선거대책위원장 등 일행과 함께 했다. 이 후보는 묵념한 뒤, 노 전 대통령 비석인 너럭바위에 헌화했다. 방명록에는 "사람 사는 세상의 꿈.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 진짜 대한민국으로 완성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가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닦거나 허공을 쳐다보며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후보는 '참배 후 눈물을 훔쳤는데, 무슨 생각이 들었나'란 취재진의 질문에 "요즘 정치가 정치가 아닌 전쟁이 돼 가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며 "상대를 제거하고 적대하고 혐오하면서, 결국 통합이 아니라 국민에 피해를 주는 양상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대를 제거하려는 잘못된 움직임이 역사적으로 여러 번 있었다. 희생자 중 한 분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며 "정치검찰에 탄압당해 서거하셨다"라고 개탄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6주기 추도식이 열린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김정숙 여사, 권양숙 여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5.23 [더불어민주당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연합

 

참배 후 부인 권양숙 여사 오찬
문재인·우원식·이해찬 부부 동석

 

참배를 마친 이 후보는 부인 권양숙 여사와 오찬을 했으며, 이 자리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 우원식 국회의장 부부, 이해찬 전 국무총리 부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이 함께 했다.

오찬에서 문 전 대통령은 이 후보에게 "지금이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정말 중요한 국면"이라며 "국민의 뜻이 존중되는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큰 책임감을 가져달라"는 당부를 했다고 이 후보가 전했다. 배석한 조승래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참석자들은 "3년 동안 대한민국의 여러 시스템이 무너져 내렸고 국민들의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혐오와 적대감이 커졌으며 이를 극복하고 통합을 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며 "적대감을 키우는 과정에서 검찰권의 남용이 매우 큰 역할을 했다"는 취지의 얘기들을 했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돌아서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25.5.23 [공동취재] 연합

 

"내란 세력과 헌정 수호 세력 중 선택"
이재명 "이준석, 내란세력과 단일화 예측"

 

특히 '윤석열 검찰'의 행태와 관련해 "검찰의 쪼개기 기소, 과잉수사, 심지어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까지 압수수색을 하고 피고인 변호사의 (다른) 의뢰인까지 조사하거나 피의자의 부동산 거래까지 다 터는 등 수사권이 남용된 면이 있다"며 "기소를 통해 망신을 주는 사례들, 정치보복으로 여겨지는 사례들이 있었다"는 취지의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이재명 후보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간 단일화 전망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이준석 후보는 결국 내란 세력과 단일화에 나서지 않을까 예측된다"며 "국민께서 내란 세력과 헌정 수호 세력 간 선택을 하셔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고, 최근 여론조사 후보 지지도 결과 추이에는 "후보 입장에서는 언제나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대답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6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2025.5.23 [공동취재] 연합

 

추도식 1만5000명 시민 다녀가
우원식 "기득권 벽 함께 넘겠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도식이 노무현재단 주관으로 이날 오후 2시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 특설무대에서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를 주제로 열렸다. 추도식은 국민의례, 내빈 소개, 추도사, 주제 영상, 추모 공연, 이사장 인사말 등 순으로 약 1시간 진행됐다. 전국 각지에서 찾은 추도객들은 특설무대에 마련된 자리를 모두 채우고 의자에 앉지 못한 시민들은 무대 주변까지 둘러서 추모식을 지켜봤다. 노무현재단은 이날 봉하마을에 1만5000여 명의 시민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했다.

 

추도식에는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씨 등 노 전 대통령 가족과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 우원식 국회의장, 차성수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자리했다. 정치권에선 박찬대 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김선민 조국혁신당 당 대표 권한대행,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천하람 개혁신당 당 대표 권한대행, 용혜인 기본소득당 원내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공동대표 등이 참석했으며,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추도식 전 묘역을 참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도식을 하루 앞둔 22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시민이 노 전 대통령 사진을 보고 있다. 2025.5.22 연합
 

우원식 의장은 추도사를 통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고 이것이 우리의 미래라던 당신 말씀 그대로 지난 겨울 우리는 그 미래와 만났다"면서 "대통령님께서 온몸으로 맞선 기득권의 벽, 그 벽을 함께 넘어 정치가 약한 자들의 가장 강한 무기가 되는 길을 열겠다"고 약속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고 노무현 대통령 16주기]

그 정직한 대통령을 왜 지키지 못했나
6.3대선 무너진 역사 다시 세우는 시간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에서 노무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 2024.5.23. 연합
 

2009년 5월 23일의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가눌 수 없을 만큼 심장이 뛰고, 피가 솟구쳐 올랐다. 깊은 추도와 묵상을 했고, 이어 조사(弔詞)를 썼다.

16년 지난 지금도 생각해 본다. 노무현 대통령은 누구인가?

 

강산이 두 번 가까울 만큼 변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지도자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때나 이제나, 또 우리 역사를 통털어, 지도자란 민인(民人)을 뜨겁게 품을 수 있어야 한다. 국민 높이의 삶 그 아래로 내려가 민인을 뜨겁게 품는 지도자를 만나고 싶다. 옛말에도 대천이물(代天以物)이라 하여 지도자란 민(民)인 하늘(天)을 섬기고 품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지도자가 그래야 하듯 국민 또한 지도자를 아낌없이 품을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사랑받는 지도자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통절한 역사가 16년 전에 벌어졌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 하면 지금도 애틋한 사랑의 감정이 가슴 여민다. 다른 한편,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세력에 대한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솟구쳐 오른다. 우리 역사상 그토록 서민적이고 민주적인 대통령을 본 적이 있는가? 소탈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대통령을 가까이 한 적이 있는가? 마음 씀에 있어 그토록 상대를 배려한 대통령을 본 적이 있는가? 없다.

 

그런데도 그런 대통령을 왜 지켜주지 못했는가? 왜 그 잘난 자들의 허위에 맞서 분노하고 싸우지 않았던가? 생각할수록 부끄러울 뿐이다. 그래서 지도자를 추모하는 국민의 일원으로서 세월이 갈수록 연민의 정이 더해진다. 너무나 안쓰럽고 울컥해 목이 멘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목 놓아 울고 싶어진다.

 

보라, 사랑하는 이를 지켜내지 못하면 무슨 소용인가? 역사는 이미 천길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져 있을 텐데. 반역의 세월이, 퇴행의 역사가 짙게 어둠을 드리우고 있는데….

 

16년 전 썼던 조사에 인용한 다산 정약용의 <솔피 노래(海狼行)>를 다시 읽는다. 물고기의 왕 고래가 솔피 무리의 공격에 비참하게 죽음을 당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시다. 1800년 정조대왕의 갑작스럽고, 의문스런 죽음을 에둘러 묘사하며 탄식한다.

 

<솔피 노래(海狼行)>

솔피란 놈, 이리 몸통에 수달 가죽
가는 곳마다 열 마리 백 마리 무리 지어 다니는데
물속 날쌔기가 나는 듯 빠르기에
갑자기 덮쳐오면 고기들 알지 못해.

큰 고래 한입에 천석 고기 삼키니
한번 지나가면 고기 자취 하나 없어
솔피 먹이 없어지자 큰 고래 원망하여
큰 고래 죽이려고 온갖 꾀를 짜내었네.

한 떼는 앞쪽에 들이대고 한 떼는 뒤를 에워싸고
한 떼는 왼편 노리고 한 떼는 오른편 공격하고
한 떼는 배를 올려치고 한 떼는 등에 올라탔네.
상하 사방 일제히 고함지르며
살가죽 찢고 깨무니 얼마나 잔혹한가.

고래 우뢰처럼 울부짖으며 물을 내뿜어
바다 물결 들끓고 푸른 하늘 무지개 일더니
무지개 사라지고 파도 차츰 가라앉아
아아! 슬프도다 고래 죽고야 말았구나.

혼자서는 무리의 힘 당해낼 수 없어라
약삭빠른 조무래기 드디어 큰 짐 해치웠네.
너희들 피투성이 싸움 어찌 여기까지 이르렀나
본뜻은 기껏해야 먹이싸움 아니더냐.

큰 바다 끝없이 넓기만 하여
지느러미 날리고 꼬리 흔들며
서로 좋게 살 수 있으련만
너희들은 어찌 그리 못하느냐.

 

피투성이 싸움에서 고래의 죽음은 다산에겐 노론 벽파가 정조를 사정없이 물어뜯던 모습으로 비쳤으리라. 완성되지 못한 개혁의 종착점이 고래의 죽음으로 상징된 것이다.

 

어떤가? 민주주의가 압살되는 형국이나, 노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직접적인 세력을 고발하는 것 같지 않은가? 그의 죽음을 통한 항거와 그다운 명백함의 의사 표현을 구경거리 삼아온 우리의 졸렬한 자화상을 보는 것 같지 않은가?

 

오늘 불현듯, 다산의 글을 다시 떠올리며, 지금 우리는 민족사의 어느 파고를 헤쳐 나가고 있는지 묻게 된다. 역사는 반복되는가? 역사에서 정의로움은 패배당하고 마는가? 진실이 승리하는 역사를 어떻게 일으켜 세울 수 있을 것인가? 숱한 상념이 고개를 수그릴 줄 모른다.

 

뿌리 깊은 사대와 작은 기득권의 끊임없는 강화가 민족사를 어지럽힌 주범이라면, 이 처연한 슬픔은 행동으로 넘어서야 하리. 그것이 죽음을 삶으로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도이기에. 해서 노무현 대통령의 유서 한 대목을 살펴본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29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가 끝난 뒤 한 시민이 자신의 마음이 담긴 문구가 세겨진 종이를 들며 화장장으로 떠나는 장례행렬을 지켜보고 있다. 2009.5.29. 연합
 

주변에 미안해하고, 삶과 죽음이 ‘한 조각’이라는 망자의 처연함 뒤엔 문득, 광주 망월동을 외로이 지키고 선 무수한 혼령들의 작은 빗돌처럼 그의 ‘오래된 생각’이 비친다.

 

노 대통령을 공격해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그 ‘솔피 무리’는 16년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 그것이 지난 12월 3일 국민들이 잠자리에 들 시간에 벌어진 일대 폭거가 아니겠는가?

 

어찌하여 우리는 똑같은 질곡의 역사를 16년 지난 지금 이렇듯 또다시 반복하는가? 또 어떻게 국민들은 공격받은 민주주의를 다시 들쳐업고 분연히 일어나는가? 자연히 숙연해진다.

이제 반복되는 반역의 역사를 끝장내야 한다. 6월 3일. 무거운 선택의 시간이 다가온다. 지난해 12월 3일부터, 아니 윤 정부가 들어서고부터 무너져온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 것인가.

 

지난한 겨울의 어둠을 뚫고 다시 봄이 왔듯, 이제 우리는 퇴행의 역사를 밀어내고 새로운 각오로 내일을 다짐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 만세! 라고 다시 외쳐 불러야 한다.  <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장 >

 
 

이재명 “노무현 보며 성남시장 출마…‘사람 사는 세상’ 이어가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22일 경남 양산 워터파크공원에서 열린 현장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를 맞아 “2006년, 성남에서 시민운동을 하던 이재명이 지방선거 출마를 용감히 결단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노무현 대통령 덕분”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노무현 대통령께서 꿈꾸던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한 여정. 지역균형 발전을 이루고,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특권과 반칙이 없는 사회, 국민이 주인 되는 ‘진짜 대한민국’에 가닿겠다”며 이렇게 적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님은 저 이재명의 길을 만드는데 두 번의 큰 이정표가 되어 주셨다. 개인의 성공과 사회적 책무 사이에서 남 모르게 번민하던 (사법)연수원 시절, 노무현 인권 변호사의 특강은 제 인생의 방향에 빛을 비춰 주었다”고 했다.

이어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했지만, 과감히 실행하셨던 정치개혁은 제 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되었다”며 “돈과 연줄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진심만 있다면, 얼마든지 정치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신 등대지기 노무현의 희망의 빛을 따랐고 어느새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평생에 걸쳐 기득권에 맞서고, 편견의 벽 앞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노무현의 꿈. 지역주의의 높은 산을 기어코 넘고, 특권과 반칙이라는 바위를 지나, 끝내 민주주의라는 바다를 향해 나아간 그 큰 꿈. 이제 감히 제가 그 강물의 여정을 이으려 한다”며 “노무현은 없지만 모두가 노무현인 시대, ‘깨어있는 시민’들의 상식이 통하는 사회, 국민이 주인인 나라, 모두가 함께 잘사는 대동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다.  < 한겨레 고경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