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 확정 뒤 여성들 더 끈끈한 결집

“서로가 희망이 되어줄 수밖에”

 정치 참여 독려도…“이제 시작”

 

 

우리 손 잡고 놓지 말기.

 손에 손 잡은 원 안으로

 

가장 약한 자들 들여보내기.

 

절대 손 놓지 않기.

 

용기 있기.

 

성평등한 사회를 바라는 이들에게 여성가족부 폐지, 무고죄 처벌 강화 등 퇴행적 공약을 내세운 후보가 당선된 20대 대선 결과는 실망을 안겼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성평등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여성들은 대선 뒤 성평등을 더 크게 외치고, 연대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다짐을 보여주고 있다.

 

주저앉아 있을 수 없다고, “서로의 용기가 되어 잘 살아가자”고 한다.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 당선자가 됐으니 “페미 척결”을 할 수 있다는 백래시(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한 반발) 추종자들이 있지만, 오히려 대선 결과는 여성, 페미니스트의 결집을 불러오고 있다.

 

당선자가 확정된 뒤 에스엔에스(SNS)에는 여성들이 서로를 향해 보내는 응원 메시지가 끝없이 올라왔다. <한겨레>는 여성들이 올린 응원 메시지와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썼는지를 물어 그 답을 함께 소개한다.

 

“지지 않을 것이다, 희망이 될 것이다”

박작가 “이번 대선의 과정과 결과를 지켜본 많은 양식 있는 사람들이 그렇듯이, 저 역시 손이 떨리고, 절망하고, 분노하고 무기력해지곤 했습니다. 그러나 결과가 결정나던 새벽 즈음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겨우 1%였다. 어쩌면 결과가 바뀌었을 수도 있는 수치였지만, 선거라는 게 늘 그렇듯 승과 패의 결과만 기억될 것이다. 겨우 1%의 차이로, 혐오를 막아내려고 애썼던 그 많은 표심이 패한 것인가? 우리가 우리 자신을, ‘패배자’로 정체화해도 되는가? 겨우 1%의 결과에 무릎 꺾여 무너져 내리는 것, 무기력하게 냉소하고, 혹은 함께 가야 할 사람들끼리 탓을 하며 싸우는 것, 이것이야말로 저들의 서사를 승리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들은 선거에는 간신히 이겼지만, 내 삶의 서사까지 지배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야겠다. 선거에는 졌지만, 삶의 서사에서는 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서로에게 용기가 되자고, 서로에게 희망이 되자고, 선거결과가 우리의 미래까지 완전히 지배하지는 못하도록 정신을 차리자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조신 “우선 트럼프 당선 과정과 그 후에 일어났던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때처럼 사람들의 선택 기전이 이해가 가지 않았고, 비합리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저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고, 당장은 절망적으로 느껴지고 앞날이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다, 지지 말자는 마음에서 트윗을 작성했습니다.”

 

“함께 지치지 말고, 오래 같이 걸읍시다”

 

김아무개 “이번 투표는 2030 여성들이 정말 힘을낸 투표임에도 불구하고 1%도 안 되는 표차로 안타까운 결과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다들 마음을 모았는데 결과가 따라주지 않아 낙담했고 저 역시 속상했지만요. 이건 정말 긴 여정이라고 생각했고 앞으로 남은 선거들이 훨씬 많으며 이번 선거를 통해 여성들이 결집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 같아 함께 지치지 말고 오래 같이 걸어가고 싶은 마음으로 트윗을 올렸어요. 무엇보다 이번이 첫 투표였을 젊은 유권자분들이 무력감에 빠지지 않길 바라요.”

윤아무개 “앞으로 윤석열 정권이 여성과 노동자를 비롯하여 사회적 차별의 대상이 되어 온 모든 소수자를 혐오하고 고립시키는 전략을 계속 쓸 것이라는 암담한 전망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기성세대로서 책임을 다하면서, 어린이, 청소년, 성소수자, 장애인은 물론 동식물을 비롯하여 기후 재앙 시대에 희생되는 비인간 존재들까지 포함하여 지키는 데 연대하고 싶다는 의지를 담아 글을 썼어요.”

 

“요청에 응답하는 용기 있는 정치가 계속되기를”

 

Idaia “개표가 거의 완료에 이르러 잠들기 전에 서로 다독임이 좀 필요한 상황인 것 같아서 썼습니다. 타임라인이 분노와 흥분에 휩싸이는 듯한 분위기였거든요. 20년 위 언니들(심상정·권인숙·김진숙)을 소환하면서 20살 아래 여성들에게 함께 가자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습니다. 저는 나름 차분한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쪽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그 마음은 어디 가고 오늘은 새로 분노와 짜증에 휩싸입니다. 하지만 또 다른 분들의 다독임에 힘을 얻습니다.”

언니차프로젝트 기획자 이연지 “저는 이번 선거에서 놀라운 변화와 힘을 느꼈습니다. …정치는 그동안 많은 사람에게 마치 뜬구름 잡는 윗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을지 모르지만, 아니요. 이번은 달랐습니다. 우리가 외치면, 응답했습니다. 이것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2년 뒤면 총선이 있습니다. 그때까지 우리가 뭉칠 수 있기를, 그리고 우리의 요청에 응답하는 용기 있는 정치가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내딛는 길이 꽃길이 아니어도 결국은 기어이 걸어내고선 우리가 가려던 곳으로 가고야 말 것입니다. 저는 이 ‘여성 유권자’로서의 걸음을 당당하게 딛고, 여성의 몫을 요구하자고 함께하자고 외치고 싶습니다.” 이정연 기자

 

이틀새 2만명 가까이 입당…민주 “2030 여성이 압도적”

 

대선 이후 ‘2030 여성’ 입당 비율 매우 높아

서울시당만 1만1천명…당비 상향 문의 늘고

추천인에 ‘이재명 · 박지현 적자’ SNS 확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선 이후 더불어민주당에 2030 여성들의 입당이 이어지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내세운 윤석열 당선자에 맞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2030 여성들이 당원 가입으로 지지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민주당 관계자는 1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선 이후 오늘 오전까지 전국 1만9천명 정도가 입당했다”며 “계속 확인하고 있는데 승인 처리하는 속도보다 들어오시는 분들 속도가 더 빠르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분들 비율이 매우 높고, 2030세대가 많다. 원래 당원이었던 분들은 당비 상향 조정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 서울특별시당에만 1만명 넘는 당원이 새로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서울시당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10∼11일 이틀 동안 온라인 입당자는 약 1만1천명에 달하는데, 이 중 여성이 80%에 육박하고, 특히 2030 여성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신규 입당 이외에도 일반당원에서 당비를 납부하는 권리당원으로 전환하겠다는 문의 역시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서울시당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평균 온라인 입당이 하루 10명 정도인데 1만명이 들어와서 깜짝 놀랐다”며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입당하시는 연령대 성별(2030 여성), 이분들이 결집하고 있는 것 같다. 지방선거에 조금 희망이 생겼다”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대선 막판 이 후보 쪽으로 결집한 2030 여성들이 이 후보가 0.73%포인트 차로 낙선하자 계속해 지지 의사를 표하려는 움직임으로 보고있다. 기동민 민주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아쉽고 뼈아픈 패배였지만 2030을 중심으로 많은 여성 유권자들이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에게 큰 힘을 실어 주셨다”라며 “분열과 대립의 정치라는 ‘비단주머니’는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날 2030 여성들이 주로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권리당원으로 가입해 민주당에 이재명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자’, ‘추천인에 이재명이나 박지현(민주당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을 적자’ 등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글이나 가입을 인증하는 글이 올라왔다. 당원 가입이 늘자 이날 민주당 누리집에는 ‘홈페이지 멤버십 등록은 당원·권리당원 가입 승인 후 가능하다. 소속 시·도당에서 승인해 최대 2∼3일 소요된다. 국민과 당원을 믿고 다시 시작하겠다. 감사하다’는 안내문이 올라오기도 했다.   김윤주 최하얀 기자

윤 당선 이틀만에...11일 법무부 가석방심위 결정

최 전 경제부총리, 국정원 예산 늘려주고 돈 챙겨

최지성 · 장충기, 박근혜 전 대통령 · 최순실에 뇌물

 

                최경환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챙긴 혐의로 징역형을 받고 수감 중인 최경환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오는 17일 가석방으로 풀려난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수감됐던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사장도 같은날 가석방된다.

 

1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최 전 의원은 오는 17일 실시되는 3월 가석방 대상자에 포함됐다.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11일 오후 2시부터 3시간가량 심사를 한 뒤 최 전 의원 등의 가석방을 결정했다.

 

최 전 의원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2014년 정부서울청사 부총리 집무실에서 국정원 예산을 늘려주고, 그 보답으로 이헌수 당시 국정원 기조실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2018년 1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9년 7월 대법원은 징역 5년과 벌금 1억5천만원을 확정했다. 최 전 의원은 형기의 80% 이상을 채운 상태다.

 

이번 가석방 대상자에는 최지성 전 실장과 장충기 전 사장도 포함됐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뒤 지난해 1월 징역2년6개월을 확정받아 수감 중이다. 이들의 형기는 내년 1월께 만료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먼저 가석방됐다.

 

이번에 가석방이 결정된 3명은 지난달 15일 열린 3·1절 가석방 심사위원회에서 가석방 여부가 논의됐으나 보류된 바 있다.

 

법무부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교정시설 과밀환경을 해소하기 위해 가석방을 확대해 진행 중이다. 강재구 기자

 

 최지성 전 삼성 부회장(왼쪽)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사장.

 

 

4년간 엎치락뒤치락 인연

 

문 대통령과 2019년 7월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환담을 위해 이동하는 모습.

 

“오늘 아침에도 우리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축하 전화를 받았다.”

 

지난 10일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윤석열 당선자는 기자회견을 하던 중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대통령.” 윤석열 당선자가 문 대통령을 향해 “우리 대통령”이란 말을 이날 처음 쓴 것은 아니었습니다. 윤 당선자는 지난달 10일 ‘당선되면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 문 대통령이 강력히 사과를 요구하자, “우리 문 대통령께서도 늘 법과 원칙에 따른 성역없는 사정을 늘 강조해오셨다. 그런 면에서 우리 문 대통령과 저와 똑같은 생각이라고 할 수 있겠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윤 당선자가 문 대통령을 지칭할 때는 ‘우리’라는 표현이 입에 붙었는데, 지난 2년 내내 극심하게 충돌했던 이들은 어떻게 ‘우리’가 되었을까요.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집권과 동시에 윤 당선자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혔습니다. 고등검사장급이 맡았던 서울중앙지검장의 급을 다시 검사장급으로 ‘환원’하면서 차장검사급이던 윤 당선자를 승진시켜 임명한 것입니다. 전임자였던 이영렬 전 지검장(사법연수원 18기)보다 5기수나 낮은 윤 당선자(사법연수원 23기)가 발탁된 것은 당시 검찰 내에서 파격 인사로 통했습니다.

 

파격적인 인사는 윤 당선자가 2012년 대선때 불거진 국가정보원 댓글조작 의혹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이었고, 2013년 국정감사에서 ‘수사 과정에 검찰 수뇌부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가 좌천됐던 것을 문 대통령 등 여권이 눈여겨보았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윤영찬 당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중앙지검 최대 현안인 최순실 게이트 추가 수사 및 관련 사건 공소유지를 원활히 할 적임자를 승진인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과제였던 ‘적폐청산’을 맡을 검찰의 ‘깐부’로 윤 당선자를 지목한 셈입니다.

 

‘검찰의 꽃’을 꿰찬 데 이어 윤 당선자는 2019년 7월엔 검찰총장 자리까지 오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기소하는 등 ‘적폐청산’을 한 공을 인정받았습니다. 청와대는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바로 지명하는 것은 ‘정치적 수사’ 논란 등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다는 반대를 무릅썼습니다. 당시 청와대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강력한 반대에도 적극적으로 윤 당선자가 검찰총장에 적합하다고 옹호했습니다. 마지막 ‘허니문’ 기간이 아니었을까요.

 

문 대통령의 신뢰는 윤 당선자가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을 때 거듭 확인됐습니다. 문 대통령은 배우자 김건희씨와 함께 청와대로 온 윤 당선자에게 “저도 기대를 많이 합니다. 잘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윤 총장님은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 정말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또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그런 자세로 아주 엄정하게 이렇게 처리해서 국민들 희망을 받으셨는데, 그런 자세를 앞으로도 계속해서 끝까지 지켜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내정하면서 양쪽의 관계는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습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가족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했습니다. 당시 윤 당선자는 직접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조 전 장관이 부적합하다는 보고를 하겠다고 하자 청와대는 인사권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격앙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조국 전 장관이 조기 사임하자, 문 대통령은 2019년 10월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저는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습니다.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습니다”고 심정을 말했습니다. 윤 당선자와 함께 검찰개혁을 하겠다는 계산이 빗나갔다는 토로였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을 임명했고, 추 전 장관은 검경수사권 조정과 검찰 인사권을 두고 이에 항명하는 윤 당선자와 정면 충돌했습니다. 2020년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면서 ‘추-윤 갈등’ 혼란이 극심해졌지만, 문 대통령은 정치적 중재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 운영과 관련해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징계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없다”고 뒤로 물러섰습니다.

 

문 대통령이 정치적인 해결을 멀리하는 사이, ‘검찰 개혁’을 둘러싼 윤석열 검찰총장과 여권의 충돌이 연일 뉴스를 장식했고 역설적으로 윤 당선자의 정치적 몸값은 날로 올라갔습니다. 이미 윤 당선자는 2020년 1월 <세계일보> 차기대선 여론조사에서 야권 주자 1위로 급부상했었는데, 이제 차기 대권을 넘볼 수 있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야권 차기 주자로 언급되는 윤 당선자를 두고 2021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규정하며 현직 검찰총장의 정치행보를 앉히려 했지만 허사였습니다. 두달 뒤인 2021년 3월4일 윤 당선자는 검찰총장 직을 사퇴합니다. 윤 당선자는 퇴임의 변을 통해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 자신의 배신을 합리화했습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는 짤막한 메시지만을 내놓으며,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애써 지키려 했던 ‘임기제 검찰총장’을 윤 당선자가 걷어찬 것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습니다.

 

양 쪽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습니다. 문 대통령은 4년 전 ‘적폐청산’의 상징으로 윤 당선자를 불러들였지만, 윤 당선자를 가장 강력한 ‘야권 대선후보’로 만든 셈입니다.

 

이제 관심은 윤석열 당선자의 ‘우리 대통령’이란 친밀한 표현이 언제까지 갈지 입니다. 윤 당선자는 이번 선거운동 기간 좋든 싫든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40%가 넘는다는 것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노무현-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와 떼어 놓으려고 ‘우리 대통령’이라는 서늘하지만 치밀한 전략을 쓴 것인지, 자신을 검찰총장으로 앉혀준 것에 대한 고마운 본심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윤 당선자는 지난달 9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초기처럼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할 것이다”고 답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다음날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으로 몬 데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며 이례적으로 ‘강력한 분노’를 표했습니다. 여권 관계자는 “윤 당선자가 그동안 대통령에 대해 나쁘게 이야기한 적은 없다. 그런데 나중에 검찰이 나서면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완 기자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과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잠정합의

부위원장에 권영세 전 선대본부장 논의…권은 “수락뜻 없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오찬 회동을 마친 뒤 당사를 나서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맡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국민의힘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장제원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장과 안 대표 쪽 인사인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오후 만나 이런 방안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쪽은 인수위 부위원장에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을 임명하는 쪽으로 논의했으나 권 의원은 아직 최종 수락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권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부위원장을 맡지 않겠다는 뜻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 쪽 관계자는 “윤 당선자와 안 대표에게 보고가 이뤄졌고, 최종 결재가 남은 단계”라고 전했다. 양 쪽은 인수위원 24명의 명단도 의견을 나눴으며, 인수위 안에는 안 대표 쪽 인사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자는 13일 인수위원장과 부위원장 등 인수위 핵심 인선을 먼저 발표하고, 다음주 안에 인수위 인선을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오연서 배지현 장나래 기자

 

청와대, 윤석열 당선자에 북한 · 우크라 안보현안 브리핑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현안 설명

북 미사일 시험발사와 우크라이나 현안 등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 마련된 당선자 사무실에서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접견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가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12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에게 외교안보 관련 사안을 브리핑했다고 밝혔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차기 정부가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외교안보 현안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외교안보 관련 사안에 대해 브리핑했다”고 전했다. 최근 미사일 시험발사 등 북한 관련 동향과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한 외교안보 주요 현안을 브리핑했다.

 

청와대는 “국가안보실은 정부 교체기에 외교안보 현안에 빈틈없이 대응하기 위한 협력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의 외교와 안보에 대해서는 대선이 끝나면 당선자 측과도 잘 협력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 주시기 바란다”고 지시한 바 있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도 지난 10일 상임위원회에서 “차기 정부 출범 시까지 국제사회 및 유관국들과 긴밀히 소통‧협력하면서 긴급한 외교‧안보 현안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차기 정부가 관련 현안에 신속히 대처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이완 기자

 

‘여가부 폐지’ 공약 놓고 국민의힘 내부 의견도 분분

 김종인 “여가부 폐지, 갈등 구조 촉진 가능성”

 서병수 등 국힘 내부 “다시 들여다보자” 주장

 이준석 “당선자 공약 비판 말라” 내부 단속도

 당선자 대변인 “인수위에서 진지하게 논의”

 

 

20대 대선 결과 2030세대 여성들의 ‘역풍’이 확인되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핵심 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를 놓고 이견이 나오고 있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11일 여가부 폐지 공약과 관련해 “아동과 가족, 인구절벽에 대해 따로 부처를 만들겠다고 하고, 성의 문제가 아닌 휴머니즘의 철학을 반영해서 여성과 남성의 문제를 공히 그곳에서 다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여가부 폐지 공약은 사회복지문화 분과가 주로 논의를 하고 기획조정 분과와 조율을 거쳐 윤 당선자에게 최종 결과가 보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선 공약을 그대로 실행하는 방안과, 부처는 유지하되 기능을 통합하거나 강화하는 ‘플랜 비(B)’도 같이 논의될 전망이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려면 민주당과의 충돌이 불가피한 탓이다.

 

당내에선 여가부 폐지와 관련해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선인 서병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여가부 폐지라는 공약, 다시 들여다보자”며 “차별, 혐오, 배제로 젠더의 차이를 가를 게 아니라 함께 헤쳐 나갈 길을 제시하는 게 옳은 정치”라고 전했다. 조은희 서울 서초갑 국회의원 당선자도 전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여성가족부를 부총리급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 당선자가 후보 시절 내놓은 대표 공약을 쉽게 뒤집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많다. 여가부 폐지 공약이 ‘성별 갈라치기’였다는 점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된다는 우려도 있다.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에 “전적으로 당시 후보자가 결단한 것이다. 이 결단은 여가부에 대한 국민의 여론과 시대정신을 따른 것”이라며 “이것을 젠더 갈등, 여성 혐오인 것처럼 무작정 몰아간 것은 오히려 민주당이다. 여기에 국민의힘이 편승해 접전으로 끝난 대선 결과의 원인을 잘못 분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대표도 “우리는 더이상 야당이 아니다. 당선자의 공약을 직접 비판하지는 마라. 바로 혼란이 온다”고 밝혔다. 김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