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이 부른 지정학 폭풍

 

독, 강해지면 스스로 파괴세력화

힘 약해질 때 주변 강국이 발호해

우크라 전쟁 뒤 독일 재무장 촉발

이후 유럽 세력균형 재편 가능성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오랜 숙적 독일의 재무장을 부르고 있다. 6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 등이 베를린의 운터덴린덴 거리에 있는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한 평화 콘서트 후 인사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 전쟁은 지난 세기의 프랑스혁명보다도 더 큰 정치적 사건인 독일혁명을 상징한다. (…) 휩쓸려가지 않은 외교적 전통이란 이제 없다. 여러분은 새로운 세계로 들어갔다. 세력균형은 완전히 파괴됐다.”

 

1871년 프로이센이 프랑스를 상대로 한 보불전쟁에서 전격적으로 승리해, 빌헬름 1세가 파리 베르사유 궁전에서 독일 통일을 선포하며 독일 황제인 카이저에 즉위했다. 당시 영국의 야당인 보수당 대표였던 벤저민 디즈레일리 전 총리는 의회에서 독일 통일이 근대 이후 유럽에서 가장 큰 지정학적 폭풍이라고 단언했다. 그의 예측대로 통일된 독일은 인류 역사상 최대의 전쟁인 두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키는 주역이 됐다.

 

독-러 반전의 역사, 거듭될까?

 

독일 지정학의 핵심인 ‘독일 딜레마’를 디즈레일리처럼 적확하게 지적한 이는 없었다. 유럽의 한가운데 자리한 독일은 인구나 영역에서 유럽의 최대 국가이다. 현재도 독일은 인구 8천만명으로 유럽 경계선에 있는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유럽 최대 인구 국가이다. 지금 독일 영토는 과거의 독일 영역의 절반에 불과하다. 오스트리아가 독일 통일 때 배제됐고, 폴란드의 서부, 현재 러시아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 체코의 일부, 크로아티아 북부와 이탈리아의 북동부를 포함하고, 심지어 루마니아의 일부까지 독일계 주민이 살았다.

 

이런 독일은 유럽에서 항상 딜레마를 제기했다. 독일이 커지면, 독일 자체가 유럽의 세력균형을 파괴하는 최대 세력이 됐다. 양차 대전은 그 결과이다. 하지만 독일이 너무 분열되어 허약해지면, 주변 강국들이 발호해 이 역시 세력균형을 파괴했다. 독일이 200개 이상의 국가와 공국으로 분열됐을 때, 프랑스의 나폴레옹 전쟁이 일어났다. 2차 대전 뒤 소련이 동유럽을 점령하고 위성국가로 만든 것 역시 독일이 패망한 결과이기도 하다.

 

독일은 너무 커져서도 안 되고, 너무 분열돼서도 안 된다는 ‘독일 딜레마’의 지정학이다. 2차 대전 뒤 전승국들은 이런 독일을 제어하기 위해 다양한 족쇄를 채웠다. 독일을 분단하고, 오스트리아를 다시 분리하고, 독일의 과거 영토를 박탈했다. 애초에는 독일을 4개로 분할하려 하다가, 서방은 소련의 팽창 앞에서 ‘서독’으로 긴급히 재건했다.

 

2차 대전 뒤 서방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는 독일 딜레마까지 고려한 복합적 산물이다. 헤이스팅스 이즈메이 초대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가 “소련을 막고, 미국을 개입시키고, 독일을 억누르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규정했다. 전후 자본주의 진영의 최대 위협인 소련을 막기 위한 미국 주도의 동맹을 만들려면, 유럽 내 지정학적 경쟁의 근원인 독일을 제어하고 유럽의 단결을 담보하는 장치가 필요했고, 그게 나토였다.

 

독일은 그 안에서 순치됐고, 그렇게 순치된 독일은 동구 사회주의권이 붕괴되자 미국에 의해 ‘통일’이 허용됐다. 베를린 장벽 붕괴 뒤 독일의 통일에 대해 마거릿 대처 당시 영국 총리나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반대하기도 했고, 소련은 나토의 확장 금지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전후 독일은 유럽 최대의 경제국이 되어 유럽의 경제를 책임지고 통일도 이뤘지만, 한가지 금지선은 남겨뒀다. ‘재무장’이었다. 독일 스스로 원하지 않았고, 주변국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제 독일 딜레마의 지정학 부활을 시험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달 27일 의회에서 국방비를 두 배로 늘리고,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전투기를 구입하고, 전략적인 에너지 비축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더 나아가, 연간 국방비 지출을 나토 회원국의 목표치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맞서 독일 대외정책의 선회를 선언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정학적 의미는 열강들의 세력권 각축의 부활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통적 세력권 부활을 도모하자, 독일의 재무장을 촉발했다.

 

역사는 반복되는가? 2차 대전은 1차 대전의 패전국 독일이 자신의 세력권을 다시 탈환하려는 전쟁이었다. 나치 독일은 독일의 지정학적 공간인 ‘레벤스라움’(생활권)을 다시 세워 확장하려 했고, 소련을 상대로 이루려고 했다. 이는 소련의 반격으로 동유럽 전체를 소련에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냉전의 패전국인 러시아는 이제 다시 러시아의 지정학적 공간인 ‘루스키 미르’(러시아 세계)를 다시 탈환하려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촉발했다. 이는 러시아의 오래된 숙적인 독일의 부활을 부르고 있다.

 

누가 러시아를 막을 것인가

 

2차 대전 전야에 유럽에서는 불만에 찬 독일을 견제할 세력이 없었다. 미국은 아메리카 대륙으로 철수했고, 영국은 쇠약해진데다 유럽 대륙에 개입하지 않는 ‘영예로운 고립’이라는 전통적인 대유럽 정책을 고수했고, 러시아는 볼셰비키 혁명 뒤 국제사회에서 고립됐다. 허약해진 프랑스와 신생독립국들만이 독일 주변에 있었다.

 

지금의 유럽은 어떠한가? 도널드 트럼프 이후 미국에서는 나토 무용론이 거론되는데다 중국을 막기 위해 인도-태평양에 집중하려고 한다. 영국은 허약한데다, 유럽연합을 탈퇴하고 유럽 대륙 국가들과 불화 중이다. 불만에 찬 러시아를 누가 견제할 것인가? 장기적으로 보면, 독일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나토를 중심으로 한 서방 동맹이 단기적으로 강화될 것은 분명하다. 그 중심 역할을 독일이 맡을 수밖에 없다. 독일의 재무장 등 역할 확대는 장기적으로 독일 세력권과 러시아 세력권의 충돌로 갈 개연성이 크다.

 

여기서 디즈레일리의 말을 변주해보자. “여러분들은 새로운 세계로 들어갔다. 세력균형은 완전히 재편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독일 딜레마의 지정학을 부활시키며, 유럽의 세력균형을 재편할 것이다.     정의길 기자

영 국방부 “러, 키이우 중심 25㎞까지 접근”

러, 하르키우 · 마리우폴 등 포위한 채 공격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서쪽 외곽의 지토미르에서 한 한교 건물이 11일(현지시각) 폭격으로 무너져있다. EPA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향한 진격 속도를 다시 높이고 있다고 영국 국방부가 밝혔다. 키이우 포위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국방부는 12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과 관련해, 대규모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중북부에 위치한 키이우의 중심부에서 북서쪽으로 약 25㎞ 떨어진 지점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영국 국방부는 키이우 북쪽에 늘어섰던 러시아군 행렬은 현재 흩어졌다며 이는 “키이우 포위를 지원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국방부는 또한 “그것은 러시아군을 고전하게 만들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서방 군 당국은 키이우 북서쪽 외곽에 러시아군 행렬이 64㎞나 늘어선 채 정체 상태에 있다고 최근 밝혀왔다. 그러나 민간 업체인 맥사테크놀로지는 지난 10일 촬영된 위성사진을 근거로, 러시아군 행렬이 주변 숲이나 마을 등으로 분산 재배치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시엔엔>(CNN) 방송은 키이우에 있는 자사 취재진이 12일 오전 폭발음을 들었으며, 이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 어느 쪽의 폭격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에이피>(AP) 통신은 키이우 북동쪽에서도 러시아군이 도심 쪽으로 일부 전진했다고 미 국방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워싱턴 포스트>가 러시아군이 지난 며칠과 비교해 약 5㎞를 이동해 키이우 중심부로부터 약 14㎞까지 접근했다고 미 국방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이 관리는 러시아군이 여러 방향으로부터 키이우를 포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국 국방부는 12일 동북부의 하르키우와 수미, 북부의 체르니히우, 남부의 마리우폴 등 주요 도시가 러시아군에 포위된 채 공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황준범 기자

 

우크라이나 동 · 남부 치던 러시아, 서부까지 공격 확대

  폴란드와 가까운 서부 도시 2곳 공습받아

  동부 마리우폴 주민 40만명 “이틀째 지옥”

  미 · EU 등 러시아산 관세 대폭 인상 전망

 

러시아군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마리우폴에서 10일(현지시각) 소방대원들이 폭격으로 부서진 건물에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마리우폴/AP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그동안 전선에서 비교적 떨어져 있다고 여겨졌던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에까지 공격을 확대하고 있다.

 

11일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남서부 이바노프란키우스크, 북서부 루츠크의 비행장이 러시아군의 공습을 받았다고 밝혔다. 두 도시 모두 폴란드와 가깝고 서쪽에 치우쳐 있으며, 지금까지 러시아의 주요 공격 지점인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등과는 떨어져 있다.

 

<비비시>(BBC) 방송은 루츠크에서 우크라이나군 최소 2명이 숨졌다고 지역 당국자 말을 인용해 전했다. 러시아군은 두 도시의 군용비행장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에이피>는 러시아군이 이전과는 달리 서쪽 깊숙이까지 공격을 하기 시작한 것은 “전쟁의 새로운 방향”을 시사할 수 있다고 짚었다. 러시아군은 중부 도시 드니프로의 민간인 시설도 공습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를 방문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에서 진전이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양측의 협상에서) 특정한 긍정적인 변화들이 있다고 우리 쪽 교섭자들이 내게 전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중동 출신 1만6천명을 포함해 많은 외국 전투 자원자가 있다는 국방장관의 보고에 이들을 전투 지역으로 갈 수 있게 도우라고 지시했다고 러시아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는 이날 열린 국가안보위원회에서 “돈이 아니라 자기 뜻에 따라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반군 활동 지역인) 돈바스 지역 주민들을 돕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이 분쟁 지역으로 가게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내전에서 전투 경험을 쌓은 시리아 출신 등 외국 전투원을 우크라이나 전쟁 현장에 들여보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남부 도시 마리우폴에서는 시장이 40만명의 시민이 “지옥”을 겪으며 고립되어 있다고 말했다. 동북부의 수미와 주변 지역, 동부의 이줌, 수도 키이우 북부 지역에서는 4만여명이 대피에 성공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쏟아내는 미국과 유럽연합, 주요 7개국(G7) 구성 국가들이 11일 러시아와의 ‘정상무역관계’ 청산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에이피> 통신이 보도했다. 정상무역관계란 다른 나라들에 부여한 무역상의 유리한 지위를 해당국에도 적용한다는 것으로, 전에는 최혜국대우라고 부른 개념이다.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무거운 관세를 물릴 수 있다.

신기섭 기자,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일주일새 러 장군 3명 전사…"진군 답답해 앞장섰을 것"

 

  참전 장성 총 20명…후방 총괄지휘 않은 까닭 주목

"전략없는 침공…최전선 겁먹거나 우왕좌왕해 진두지휘"

 

우크라이나에서 전사한 러시아군 안드레이 수코베츠키 소장 [타스=연합뉴스]

 

러시아의 장군들이 우크라이나군에 사살됐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서방 군사정보 당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고전하는 상황이 상징적으로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군은 전투 중 러시아 29군 소속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 소장을 사살했다고 1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밝혔다.

 

러시아의 소장은 미국의 준장(1성)에 해당한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 전사한 러시아군의 장성만 세 번째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참전한 러시아 장군이 20명 정도이며 3명이 전사하는 데 8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군은 앞서 소장급 안드레이 수코베츠키 러시아 제7공수사단장, 마찬가지로 소장급인 비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 41군 수석 부사령관을 전투 중 사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코베츠키 준장은 우크라이나 군 저격수의 총탄에 급습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성들은 통상 후방에서 전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으면서 예하 부대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등 작전을 지휘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부관 등의 엄중한 경호도 일반적이다.

 

이들이 전사했다는 것은 장성급 장교가 이례적으로 적군의 공격이 쏟아지는 최전선까지 나설 필요가 있었다는 의미다.

 

더타임스는 "최전선의 장병들이 스스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직접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찾아왔을 수 있다"며 "혹은 (우크라이나 군의 저항에 대한) 두려움에 전진을 꺼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서방 국가 관계자의 분석을 전했다.

 

브로바리에서 매복 우크라이나군에 초토화되는 러시아 탱크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아무런 전략 없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키이우(키예프) 도심에서 13㎞정도 떨어진 마을 브로바리에서 러시아군 탱크 부대가 주택가의 고속도로를 유유히 다니다 우크라이나 매복 공격에 괴멸당하는 일이 있었다.

 

우크라이나 군이 드론으로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탱크가 주택가에 들어서는 순간 우크라이나 군의 포격이 비처럼 쏟아지고, 보병도 대전차 미사일로 러시아군 탱크를 완벽하게 파괴해버린다.

 

당시 상황에 대해 데일리메일은 "러시아 지휘관들이 키이우로 향하는 대로로 진격을 허용했다가 자국 장병을 사지로 몰아넣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군의 규모를 압도하지만, 그 큰 규모 탓에 개방된 도로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노출이 쉬워져서) 우크라이나 군이 멀리서도 공격할 수 있게 되고, 매복에도 취약해진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동창리 위성발사장 개건 확장” 지시

● COREA 2022. 3. 11. 13:51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국가우주개발국 이어 동창리 발사장 현지지도

‘핵· 미사일 모라토리엄’ 해제로 다가서는 의미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서해위성발사장을 현지지도”하며 “개건확장”을 지시했다고 11일 노동신문이 1면에 펼쳐 보도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서해위성발사장을 현지 지도”하며 “개건 확장”을 지시했다고 11일 노동신문이 1면에 펼쳐 보도했다.

 

‘서해위성발사장’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데, 김정은 총비서가 이른바 ‘대미 선제적 신뢰 조처’의 하나로 (잠정)‘폐쇄’한 곳이다. 한국·미국 등에선 흔히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이라 불린다. 김 총비서가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 지도한 사실이 전날 공개된 데 이어 장거리 로켓 발사의 핵심 기반인 서해위성발사장의 ‘개건 확장’을 지시한 사실은, 김 총비서가 ‘핵·미사일 모라토리엄(발사유예) 해제’ 쪽으로 빠르게 다가서고 있음을 뜻한다.

 

김정은 총비서는 “서해위성발사장의 여러 곳을 돌아보시며 위성발사장 개건 현대화 목표를 제시하시고 그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방향과 방도를 밝혀주셨다”고 노동신문이 전했다. 김 총비서는 “서해위성발사장의 현 상태에 대하여 료해평가하시며 앞으로 군사정찰위성을 비롯한 다목적 위성들을 다양한 운반 로케트로 발사할 수 있게 현대적으로 개건 확장하며 발사장의 여러 요소들을 신설할 데 대한 과업을 제시했다”고 노동신문은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서해위성발사장은 우주강국의 꿈을 펼쳐 주신 위대한 수령님(김일성 주석)과 위대한 장군님(김정은 국방위원장)의 강국 염원이 깃들어 있는 곳”이라며 “우리 국가가 두 차례나 인공지구위성을 자체의 힘과 기술로 성공적으로 발사한 뜻깊은 곳”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서해위성발사장을 공화국의 국위에 맞게 먼 앞날을 내다보며 우주정복의 전초기지로, 출발선으로 훌륭히 전변시키는 것은 우리 당과 우리 시대의 우주 과학자, 기술자들의 숭고한 책무로 된다”고 말했다.

 

김 총비서의 서해위성발사장 현지지도에는 김정식 군수공업부 부부장과 장창하 국방과학원장 등이 동행했다. 이제훈 기자

 

미 “북, 새 ICBM 개발 시험…추가 제재할 것”

 

북, 2월27·3월5일 ‘정찰위성 개발’ 시험

미 “새 ICBM 시스템 개발과 관련” 분석

북의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파기 시도 판단

“진지한 합의 되면 북-미 정상 만남 가능”

  

미국이 ‘정찰위성 개발’을 내세운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을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위한 시험으로 규정하고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북한이 2018년 4월 선언한 ‘핵·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유예’(모라토리엄)를 사실상 파기하려는 행동으로 본다는 것으로, 한국 대선이 끝나자마자 북-미가 다시 가파른 대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10일(현지시각) “신중한 분석 결과, 미국 정부는 북한이 2월26일(한국시각 2월27일)과 3월4일(3월5일)에 한 두 건의 탄도미사일 시험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 시스템 개발과 관련됐다고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이런 결론은 한국 및 일본과의 면밀한 협의 끝에 나온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는 북한에 의한 중대한 긴장 고조 행위”라면서 “이번 발사로 북한이 아마도 위성 발사를 가장해 실시할 수 있는 완전한 사거리의 (미사일) 발사를 앞두고 새 시스템의 요소들을 시험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2017년에 한 세 차례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과는 달리 이번 발사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사거리나 능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새 대륙간탄도미사일은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돌 열병식과 지난해 10월 국방전시회에서 공개한 것이라고 했다. 이는 ‘화성-17형’을 말한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는 “여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며, 불필요하게 긴장을 고조시키고 지역의 안보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행위”라고 말했다. 미국 행정부는 재무부가 11일 “북한이 금지된 무기 개발을 진전시키도록 하는 해외 물품과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새 행동들”을 발표할 것이라며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가 9일 북한의 미사일 시험에 대응해 한반도 지역에서 정보, 감시, 정찰 및 미사일 방어 태세를 강화했다고 밝힌 것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시험과 발사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이달 7일부터 “서해에서 정보, 감시, 정찰 수집 활동을 강화하는 동시에 역내 탄도미사일 방어(BMD) 대비 태세 강화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행정부는 여전히 대화에 열려 있으며,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 관계자는 “(협상) 테이블에서 진지한 합의가 이뤄지면” 바이든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이는 실무 협상에서 비핵화에 대한 가시적 진전이 있을 경우를 가리키는 것이다.

 

앞서 북한은 “국가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은 정찰위성 개발 계획에 따라 중요시험을 진행했다”고 하는 등 두 차례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시험을 했다고 발표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북 노동신문 “보수야당 후보 윤석열 근소한 차 당선” 첫 보도

 

북한 노동신문은 “남조선에서 9일 진행된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야당인 ‘국민의힘’의 후보인 윤석열이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11일 보도했다.

 

“남조선에서 제20대 ‘대통령’ 선거 진행”이라는 제목을 달고 단 한 문장으로 이뤄진 이 기사는 이날치 맨 마지막 면인 6면 맨 밑에 배치됐다. 20대 대통령 선거 결과 관련한 북한의 첫 보도다. 북쪽은 이전에도 남쪽에서 대선 결과가 나오면 며칠 안에 대체로 논평 없이 단순 보도해왔다. 노동신문은 대외용인 조선중앙통신과 달리 일반 인민들도 읽을 수 있다. 이제훈 기자

 10일 오후 당사서 선대위 해단식 참석

“국민 뜻 존중하고 성공하는 정부 되길”

 

대선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실무진 및 당 관계자들과 인사하며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이재명이 부족해서 패배한 것이지, 우리 선대위, 민주당 당원, 지지자 여러분은 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이 후보는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해단식에서 “여러분은 최선을 다했고 또 성과를 냈지만, 이재명이 부족한 0.7%를 못 채워서 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모든 책임은 이 부족한 후보에 있다”며 “우리 선대위 그리고 민주당 당원, 지지자 여러분, 이재명의 부족함을 탓하시되 이분들에 대해서는 격려해주시고 칭찬해주시길 바란다. 제 진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는 “저는 우리 국민들의 위대함을 언제나 믿는다”며 “지금의 이 선택도 국민들의 집단지성의 발현이라 생각한다. 결국 우리가 부족한 것 때문에 생긴 일이지, 국민 판단은 언제나 옳았다”고 말했다. 그는 “차기 정부가 국민을 보살피고,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역사의 흐름에 순응하고 그리고 평가받는 성공한 정부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진심으로 소망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해단식에는 이 후보와 송영길 대표,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 우상호 총괄본부장, 윤호중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과 당직자, 자원봉사자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의 얼굴은 침통한 기색이 역력했고,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이들도 있었다. 이 후보는 발언을 시작하고 끝맺으며 90도로 인사했고, 발언을 하러 나올 때 당 관계자가 꽃다발을 전달하자 “뭐 진 사람에게 꽃다발을 줘”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송 대표는 “승리를 안겨주지 못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그러나 우리는 정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며 “정권교체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역대 최고의 47%가 넘는 득표율, 1600만명이 넘는 국민이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해 주셨고 대통령선거가 생긴 이래 가장 근소한 차이인 24만표, 0.73%포인트 차이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정치개혁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번 대선이 정권교체를 넘어 정치교체가 돼서 영점 몇 퍼센트 차이로 ‘올 오어 나씽’(all or nothing)이 되는 이런 대통령 구조,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는 구조를 개편하지 않으면 국민적 통합이 쉽지 않다는 점을 다시한번 절감한다”며 “저희가 국민들께 약속했던 과제가 민주당에 의해 지속해서 추진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또 “국민들께서 우리에 대한 미움이 다 안 가셨구나 (싶다). 이 후보도 반성하고 모두가 노력했지만 그래도 좀 부족했다”며 “힘을 잘 질서 있게 모아서 지방선거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윤주 기자

 

수사 후폭풍 시달릴까, 2년 뒤 총선 출마할까…이재명의 ‘운명’은

 민주당 역대 후보 중 ‘최다 득표’ 세워

“대선 패배 ‘후보 책임론’ 당내 크지 않아”

 당장 대장동 수사 등 난관부터 극복해야

“엄청난 피바람 불어 재기 어려울 수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당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당분간 공개적인 활동 없이 성찰의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24만7천표(0.73%포인트) 차이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에게 패배한 그는 역대 민주당 대선 후보 중 최다 득표(1614만7738표)기록도 함께 세워, 책임론보다는 선전했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민주당 전체적으로 패배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 이 후보의 정치적 재기 시점과 방식을 논의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민주당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이 후보는 10일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선거 패배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그는 “모든 책임은 이 부족한 후보에게 있다”며 “선대위, 그리고 민주당 당원 지지자 여러분, 이재명의 부족함을 탓하시되 이분들에 대해서는 격려해 주시고 칭찬해 주시기 바란다. 제 진심”이라고 말했다.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과 배우자 김혜경씨에 대한 과잉 의전 논란 등 검증·도덕성 문제로 공격받을 만한 빌미를 제공한 본인의 책임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 안에서는 ‘이재명 책임론’이 전면 부각되지는 않는 상황이다. 민주당 핵심 지도부는 이날 <한겨레>에 “후보는 최선을 다 했지만 정권교체론을 만든 장본인인 민주당이 제대로 뒷받침을 해주지 못한 탓”이라며 “후보 책임론은 당내에서 큰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다른 핵심 지도부도 “정권교체 여론이 한참 높았던 상황에서의 선거 치고는 선전했다는 측면이 강하다”며 “다른 사람이 후보가 됐어도 이걸 극복할 수 있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 후보가 다시 정치 일선에 나서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선 경쟁 과정에서 불거진 리스크를 정리하는 게 급선무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맞닥뜨린 건 정권심판론과 이 전 후보의 여러 의혹들이었다”며 “정권심판론은 민주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져야 하지만 개인 의혹은 본인이 오롯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짚었다. 이 후보는 그간 대선 결과와 관계 없이 ‘대장동 특검’을 주장했고 법인카드 유용 논란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했다. 당장 검찰·특검 수사 등 후폭풍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도 이날 당선인사에서 ‘부정부패 엄단’을 강조했고 ‘대장동 의혹 수사를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엔 “시스템에 의해서 가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석열 당선자가 공언했듯이 아마 한동안은 대장동 때문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피바람이 불 수 있다”며 “당장 재기를 노릴 수 있는 여유를 가질 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민주당 경선에서 대세론을 형성해 승리했고 이날 당의 상임고문으로 위촉됐지만 여전히 당내 기반이 부족하다는 점도 그가 풀어야 할 숙제다. 당 관계자는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원팀’이라고는 했지만 의원들이 한 마음으로 시너지를 냈는지는 의문”이라며 “공고한 ‘이재명 지지세력’을 구축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짚었다. 선거운동 중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선대위에 전격 합류하며 ‘원팀’ 구성에는 성공했지만, 실제로 당내 모든 세력이 똘똘 뭉치는 ‘화학적 결합’은 아니었던 만큼 당내 정치 세력화에는 성공하지 못 했다는 것이다.

 

다만,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에 이 후보를 대체할 거물급 인물이 없다는 점은 그가 후일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며 “그만큼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던 거니까 민주당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정치적 자원”이라고 말했다.

 

가장 유력한 정치적 재기 방식은 2년 뒤 총선 출마다.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거쳤지만 국회의원은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아 의회정치를 모른다는 약점을 제거할 수 있어서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새로운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 후보의 재기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며 “국민 편가르기 등 정치적 갈등을 계속 유발시킨다면 이 후보가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김윤주 기자

 

윤석열, 이재명과 통화…이 “성공한 대통령 되길 바란다”

윤은 위로의 말 전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0일 4개월여 간 치열한 경쟁을 펼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통화를 하며 위로의 인사를 전했다. 이 후보는 “성공한 대통령 되길 바란다”는 덕담을 했다고 한다.

 

전주혜 국민의힘 선대본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윤 당선자의 박병석 국회의장 예방 일정 뒤 기자들과 만나 “윤 당선자가 오후에 이 후보와 통화를 하셨다”며 “이 후보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에 윤 당선자는 위로의 말을 전했다고 전 대변인은 덧붙였다.

 

이날 윤 당선자는 박 의장을 예방한 직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인사들을 방문할 계획을 구상했지만, 민주당 최고위원회 일정이 잡혀있는 관계로 성사되지는 못했다고 한다. 전 대변인은 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가 이날 윤 당선자에게 축하 난을 보냈다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민주당 ‘윤호중 비대위’ 체제로…내부서도 “위기 의식 없어 보여”

  송영길 대표 · 최고위원들 ‘총사퇴’ 발표

 “혼란 우려 · 적임자 찾기 어렵다” 이유

  윤호중 원내대표 ‘비대위원장’ 맡기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지도부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송영길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0일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모두 물러나기로 했다.

 

송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오후 4시부터 1시간20분가량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당 대표로서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자 한다”며 “최고의원들도 함께 사퇴 의사를 모아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600만여명 국민께 그리고 당원동지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당 대표로서 승리로 보답하지 못해 너무나 죄송하다”며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농부가 밭을 탓하지 않듯이 국민을 믿고 다시 시작하자”고 덧붙였다.

 

송 대표는 대표직 사퇴 뒤 “앞으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반구제기’(어떤 일이 잘못됐을 때 남을 탓하지 않고 자기의 자세와 실력을 탓한다는 뜻)의 시간을 갖겠다”며 “평당원으로 돌아가 5년 뒤로 미뤄진 제4기 민주정부의 수립을 위해 어떤 수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총사퇴함에 따라, 윤호중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게 된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최고위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새로 (비대위원장을) 선임하는 건 혼란·분열을 야기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당 지도부가) 이렇게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정부와 여러가지 협의하거나 조속하게 입법해야 할 일이 많은데다, (오는 6월) 지방선거도 치러야 하는 만큼, 윤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하게 되면 많은 무리가 있으니 (오는 5월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를 3월25일 안에 하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11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이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하지만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윤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을 두고 벌써 시끌시끌하다. 당 지도부 일원이었던 윤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는 것이 자칫 ‘보여주기식’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맡으면 누가 책임을 지는 걸로 보겠냐. 민주당이 선거에 지고도 위기의식이 없어 보인다 ”고 말했다. 또 다른 수도권 의원도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선임될 때까지) 임시로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도 아니고, (윤 원내대표가) 계속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은 국민들 보기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도 이런 문제를 의식해 갑론을박이 오갔다고 한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지방선거가 코앞인 데다가 외부에 (비대위원장을) 할 만한 사람을 점검해 봤는데 없었다. 찾다가 시간이 다 간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게다가 지방선거가 어려운 선거가 될 게 뻔한데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으려고 하겠느냐”며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차선택’을 선택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재명 대선 후보를 당 상임고문으로 새롭게 위촉했다. 송 대표가 이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상임고문을 맡아 당에 기여해달라고 요청했고, 이 후보가 이를 수락했다고 고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서영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