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합의점 끝내 못 찾아 1995년 이후 27년 만에 연기

 

롭 맨프레드 메이저리그 사무국 커미셔너가 2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플로리다/AP 연합뉴스

 

올 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상 개막이 무산됐다.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인데, 노사 분규로 리그 개막이 연기된 건 1995년 이후 27년 만의 일이다.

 

롭 맨프레드 메이저리그 사무국 커미셔너는 2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희망과 달리 노사 합의에 실패했다. 4월1일 개막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팀당 162경기 정규시즌 일정을 최대 156경기로 축소한다. 일단 개막 뒤 열릴 두 번의 시리즈(팀당 6경기)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는 현재 파행을 겪고 있다. 선수노조와 새 단체협약 합의를 이루지 못한 구단주 쪽이 지난해 12월2일 직장폐쇄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2월17일 예정)와 시범경기(2월27일 예정)도 모두 연기됐다. 선수들은 구단 훈련 시설을 이용할 수 없고, 자유계약선수(FA) 협상도 멈췄다. 3월2일은 정규시즌 정상 개막을 위한 마지노선이었으나, 결국 합의가 무산되며 일정이 축소됐다.

 

선수노조 쪽에선 구단주가 직장폐쇄를 악용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토니 클락 선수노조 사무총장은 2일 협상 결렬 뒤 기자회견을 열어 “100억달러 규모 업계에서 구단주들이 경제적 무기를 자신들의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인 선수들에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쟁점은 결국 돈이다.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구단주 쪽은 사치세 한도를 2022년 2억1000만달러에서 2026년 2억3000만달러로 높이자고 제안했지만, 선수노조 쪽은 올해 2억3800만달러로 출발해 2026년 2억6300만달러로 올리자고 했다.

 

연봉 조정신청 자격이 없는 젊은 선수들에게 주는 보너스 풀에서도 양쪽 입장은 팽팽히 맞섰다. 구단주 쪽은 기존 안 2500만달러에서 3000만달러로 안을 바꿨고, 선수노조 쪽은 1억1500만달러에서 8500만달러로 입장을 수정했지만, 합의점을 찾을 수 없었다. 이준희 기자

전쟁 발발 6일 만에 러시아 출전 금지 결단

UN 결의안 명분 삼았던 유고·남아공과 달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6년 11월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잔니 인판티노 피파 회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2017 피파 컨페더레이션스컵 공인구를 차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축구는 현재 완전히 단결했고, 충격에 휩싸인 우크라이나의 모든 이들과 전적으로 연대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난 1일 발표한 성명의 일부다. 이날 피파와 유럽축구연맹(UEFA)은 이들 단체가 주관하는 모든 국제 대회에서 러시아 국가대표팀과 클럽팀의 참가를 금지했다. 곧장 러시아는 2022 카타르월드컵 출전 길이 막혔고, 유로파리그 16강에 올라 있던 스파르타크 모스크바는 실격 처리됐다. 전례 없는 속도의 강경책이다.

 

피파는 수시로 회원국에 출전 금지 결정을 내려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인 지난달 24일에는 케냐와 짐바브웨가, 지난해 4월에는 파키스탄이 국제 대회 활동 자격을 박탈당한 바 있다. 정부나 제3세력이 축구협회에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축구 단체 바깥의 정치 상황이 징계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는 두 가지다. 1992년 발칸반도에서 전쟁을 일으켰던 유고슬라비아와 1961년 억압적인 인종분리정책을 펴면서 백인으로만 구성된 팀을 고집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피파의 제재를 받았다.

 

러시아 퇴출 결정은 이 둘과 다르다. 당시에는 유고의 잔학행위와 남아공의 인종차별을 규탄하는 국제연합(UN) 결의안이 먼저 나온 뒤에 이를 근거로 피파의 결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앞서 지난달 2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 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우크라이나 공격 중단과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이 부결됐음에도 피파는 과감한 정치적 판단을 내렸다.

 

‘제재(Sanction)’이라고 적힌 플라스틱 글자가 피파 로고와 러시아 국기 앞에 놓여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늘 ‘신중파’였던 피파를 움직인 것은 결국 국제 여론이었다. <이에스피엔>(ESPN)은 “피파는 정치 기관이 아니라 스포츠 기관이다. 유엔 지지 없이 정치적인 이유로 한 나라를 몰아내는 일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면서 “피파는 충분한 대중적 지지를 확인하고 싶어했다”고 설명했다. 폴란드와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 10개국 축구협회가 앞장 선 러시아 보이콧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8일 발표한 러시아 퇴출 권고안이 유엔의 대체재 구실을 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한쪽에는 피파의 이중잣대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에스피엔>은 2003년 미국이 유엔 안보리 승인 없이 영국·호주·폴란드와 연합해 이라크를 침공했던 일,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을 공습한 일 등을 예시로 들며 당시에는 이들 국가에 대해 피파가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스포츠계의 국제적인 러시아 퇴출 움직임은 가파르게 확산하고 있다. 2일 기준 축구를 비롯해 럭비, 테니스, 육상, 사이클, 볼링, 배드민턴, 농구, 스키, 빙상, 아이스하키가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러시아를 몰아냈다. 박강수 기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첫 회담 장면

 

러시아가 개전 7일째인 2일(현지시각) 사태 수습을 위한 2차 회담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먼저 주요 도시들에 대한 공격을 멈춰야 한다고 요구해 회담이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 오후, 늦은 오후에 우리 대표단이 우크라이나 협상단과 만나길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 회담 장소나 의제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러시아가 이같이 애매한 태도를 보인 것은 우크라이나가 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러시아가 수도 키이우(키예프) 등 주요 도시에 대한 공세를 멈춰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일 “회담을 위해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도시들에 대한 폭격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두 나라 고위 협상단은 이틀 전인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벨라루스의 접경 지역 도시 고멜에서 만나 약 5시간 동안 회담했다. 회담 뒤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러시아 대통령실 보좌관은 “공통의 입장이 기대되는 어떤 사항들을 발견했다. 다음 회담은 며칠 내로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에서 열자고 합의했다”고 여운을 남긴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즉각적인 휴전과 군대의 철수를 요구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포기와 중립화를 요구해왔고, 개전 후엔 사실상 항복을 뜻하는 ‘무기를 내려놓을 것’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권의 제거를 뜻하는 ‘비나치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결사항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들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달 28일 철군을 위해선 △러시아의 안보 우려가 무조건적으로 존중되고 △(2014년 3월 합병한) 크림반도가 러시아의 영토로 인정받으며 △우크라이나 정부가 비나치화·비무장화되고 중립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우크라이나 시민들, 탱크 앞세운 러시아군에 소셜미디어로 맞서다

SNS, 2010년  ‘아랍의 봄’ 이어 우크라이나에서 위력 발휘

세계에 참상 전하고 전범행위 의혹 고발…자국민 전의 고취

 

미국 프로축구(MLS)의 관중이 지난달 27일 시애틀 사운더스-내슈빌 에스시(SC) 경기에서 “전쟁 중단” 현수막이 들고 있다. 시애틀/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인들이 소셜미디어로 러시아의 탱크에 맞서 싸우고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 실시간으로 전쟁의 참상을 전하는 영상을 올리고 외부의 도움을 호소하는 선전전을 펼치고, 또 서로 항전 의지를 북돋우고 격려하는 등 온라인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러시아는 오랫동안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매체를 통한 선전전에 능란한 나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우크라이나인들은 이번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자발적인 길거리 온라인전으로 러시아를 압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등 외신이 1일(현지시각) 전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진격해오는 러시아의 탱크를 거리에서 막아서고 마을을 지키고 화염병을 만들어 러시아군 차량을 불태우는 등의 동영상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이 올린 동영상 중에는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 탱크가 연료가 떨어져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상황을 비웃는 모습이 담겼고, 또 트랙터 드라이버가 러시아군의 군용차량을 견인해 끌고 가는 장면도 있다.

 

전쟁의 잔혹성과 범죄성을 고발하기도 했다. 28일 하루키우에 집속탄으로 의심되는 폭탄이 떨어졌을 때 시민들은 곧바로 그 장면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러시아군의 불법적 집속탄 사용을 알렸다.

 

서로 항전의지를 격려하는 메시지도 넘쳐난다. 우크라이나 록스타 안드리 클리브니우크와 미스 우크라이나 출신 아나스타시아 레나는 총을 들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또 그래픽 디자이너 솔로미아 샬라이스카는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는 우크라이나를 다윗과 골리앗의 이미지로 형상화해 온라인에 올려 ‘좋아요’를 10만번 넘게 받았다.

 

2010년 ‘아랍의 봄’에서 젊은 시위대가 분노의 목소리를 조직하는 정보의 자유로운 소통 도구로 주목받은 소셜미디어가, 이번에는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효과적인 저항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유럽에서 오랜 중립국이었던 스웨덴과 핀란드, 스위스마저 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에 동참한 데에는 우크라이나인들의 소셜미디어를 통한 이런 적극 홍보가 한몫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소셜미디어전에는 가장 앞장서는 이는 누구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소셜미디어에 동영상을 올려 항전 의지를 내보이며 외부의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한때 도피설이 나돌자 곧바로 키이우를 배경으로 “나는 여기 남아있다”고 밝히는 동영상을 올렸고, 러시아 제재를 놓고 고심하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을 향해선 “강력한 제재”를 강력히 호소했다. 그의 트위터 계정 팔로워는 날마다 몇십만명씩 늘어나고 있으며, 1일 현재 430만명이 넘는다. 박병수 기자

 

원유·가스 대금결제 못 끊어…스위프트 금융제재 ‘반쪽짜리’ 되나

  EU, 스베르반크·가스프롬반크 주요 러 은행 제재 제외

  유럽, 러 에너지 의존도 커 결제거래 필요 ‘딜레마’

 

지난 1일 미국 워싱턴DC 라파예트 광장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반대 시위에 시위대가 참여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등 서방이 대러 금융제재를 위해 러시아 금융기관의 국제금융결제망(SWIFT·스위프트) 퇴출을 추진하고 있지만, 에너지 거래와 관련된 러시아 주요 은행은 제재 대상에서 빠졌다. 러시아 1위 은행인 ‘스베르반크’와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이 소유한 은행이 제외된 것이다. 미국과 유럽은 가장 강력한 금융제재를 꺼내 들면서도 ‘에너지 딜레마’에 발목이 잡히는 모습이다.

 

유럽연합(EU)은 2일(현지시각) 공식 저널을 통해 러시아 은행 7곳을 스위프트에서 차단한다고 발표했다. 제재 대상은 브이티비(VTB)반크, 로시야반크, 브이이비(VEB), 소브컴반크, 프롬스비아즈반크, 노비컴반트, 오크리티에반크 등이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스베르반크와 가스프롬반크는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러시아 은행들을 스위프트망에서 차단하기로 합의했는데, 전면 시행이 아닌 제재 대상을 따로 선별(selected Russian banks)하기로 했다. 이에 유럽연합이 이날 최종 7곳의 제재 대상을 발표한 것이다. 오는 12일부터 이들 은행을 통한 러시아 기업 및 개인의 수출입 대금 결제, 해외 대출·투자는 모두 막힌다.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스베르반크는 러시아 전체 은행 자산의 약 30%를 보유하고 있으며, 러시아 저축 예금의 ‘절반’을 소유하고 있는 러시아 최대 금융기관이다.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 계열사인 가스프롬반크도 러시아 에너지 대기업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다.

 

‘금융 핵무기’로 불리는 스위프트 제재가 전면에서 일부로, 일부에서도 핵심 은행은 제외하는 등으로 자꾸 힘이 빠지는 것은 에너지 딜레마 때문이다. 러시아는 세계 1위 천연가스 수출국이며, 세계 3위 산유국이다. 특히 유럽은 전체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서 조달하고 있다. 스위프트 제재로 러시아와 원자재 결제망이 끊기면 유럽 경제 또한 큰 충격이 불가피한 구조다. 미국 역시 고물가가 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국제유가 상승 등 스위프트 제재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까닭에 스위프트 제재 발표에 앞서 상당수 외신들은 에너지 관련 금융거래 활용도가 큰 러시아은행은 제재 대상에서 예외로 둘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서방 국가는 러시아 에너지 구매력을 약화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에너지와 관련된 은행은 (스위프트) 결제망에 남아 있도록 허용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로이터>는 유럽연합 발표에 대해 “스베르반크와 가스프롬반크는 러시아 석유 및 가스에 대한 주요 지불 채널이기 때문에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유럽연합 관계자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스위프트 지불 유형을 에너지 거래와 다른 거래로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했다”며 두 은행의 제외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의 에너지 딜레마는 스위프트 이전 제재에서도 발견된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달 24일(현지시각) 발표한 러시아 은행의 달러 거래 및 자금 동결 조처에도 에너지와 농산물 예외 조항(일반 라이센스, General Licenses)이 담겨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제재는 인플레이션 확대란 부작용으로 이어지며 서방 국가 지도자들에게도 정치적 치명상을 안길 수 있다”며 “러시아 경제 제재에 있어 에너지 규제 포함 여부는 계속 쟁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슬기 기자

 

정의용, 우크라와 ‘인도적 지원’ 논의…양국정상 통화 추진

 한국 정부에 감사” 표명

 양국정상 통화도 가급적 조기 성사키로

 

정의용 외교부 장관.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일 드미트로 꿀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우리의 대 우크라이나 인도적 지원 및 대 러시아 제재 동참, 재외국민 보호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정 장관은 “무고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고 정부가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민을 위해 1000만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결정했음을 설명하고, 우크라이나 쪽의 요청에 따라 우선적으로 긴급의료품을 이른 시일 안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꿀레바 장관은 우크라이나의 현재 상황을 공유하고 “어려운 시기에 한국 정부와 국민이 보여준 연대의식과 지지를 잊지 않겠다며 사의를 표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정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은 명백한 유엔헌장과 국제법 위반으로 이를 규탄한다고 하고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우크라이나의 노력을 지지했으며,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단합하고 있음을 높이 평가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정 장관은 “대러 제재 등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동참한다는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수출통제, 금융 분야 등 정부의 대러 제재 결정에 대해 설명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아울러 두 장관은 상대국에 체류하는 양국 국민의 안전을 위해 긴밀히 협조하기로 했으며, 정 장관은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한국에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안심하고 지낼 수 있도록 인도적 상황을 고려한 특별 체류 조치를 취했음을 설명했고, 꿀레바 장관은 한국 정부의 세심한 배려에 사의를 표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두 장관은 “양국 정상의 통화 추진을 협의했으며, 현지 상황을 고려해 가급적 조기에 성사시켜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이제훈 기자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 수도 키이우서 철수 “군사적 위협 고조”

“우크라이나 내 안전지역으로 이동해 기능 재개할 것”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텔레비전 송신탑이 1일(현지시각)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화염에 휩싸여 있는 모습을 우크라이나 내무부가 공개했다. 키이우/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이우(키예프) 시내 군사적 위협 상황 고조로 공관 기능 수행과 공관원 안전 보장이 어려워져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이 키이우에서 철수했다고 2일 밤 외교부가 밝혔다.

 

외교부는 “키이우에서 근무 중인 김형태 대사를 포함한 잔류 공관원 전원은 이동을 희망하는 우리 국민 6명과 함께 우크라이나 내 키이우 이외 다른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 중"이라며 “대사관은 상황이 안정되는대로 우크라이나 내 안전지역에서 기능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키이우 주재 우리 대사관 기능은 당분간 잠정 중단되며, 르비브 임시사무소와 체르니브찌 임시사무소가 교민 지원 업무를 계속 수행한다”고 덧붙였다.

 

애초 600명 가까이 되던 현지 체류 한국인은 대부분 철수해 지금은 40명 밑으로 숫자가 줄었다. 이제훈 기자

권오수 전 회장 등 공소장 추가 분석

 김씨 모녀 ‘초 단위’ 통정매매 정황도 “검찰 이미 파악하고도 왜 수사 미루나”

 윤 쪽 “검찰, 투자자는 기소하지 않아” 모녀 거래는 “한건으로 시세 안 올라”

 

‘공소장 오류’ 주장하다 단순투자 해명으로 선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장모 최아무개씨.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뿐 아니라 장모 최아무개씨 증권계좌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수십차례 이용된 사실을 검찰이 지난해 이미 파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권오수(구속기소)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최씨 소유 주식 수만주를 내놓자마자 김씨가 몇십초 만에 곧바로 사들이는 통정매매 의심 거래도 새로 드러났다. 모녀 증권계좌가 같은 시기에 주가조작에 이용됐다는 것인데, 윤 후보 쪽은 여전히 두 사람 모두 단순 투자자였을 뿐 주가조작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주가조작 시점에 김씨가 도이치모터스 이사로 활동하는 등 단순 투자자 이상의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검찰이 수개월째 직접 수사를 미루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2일 <한겨레>가 국회에 제출된 권 전 회장 등 주가조작 가담자 공소장에 담긴 범죄일람표 등을 분석한 결과, 검찰은 2010년 9~11월 최씨 계좌를 통한 시세조종 혐의 37건을 확인했다. 수법으로는 통정거래(9건), 물량소진(13건), 고가매수(6건), 허수매수(7건), 종가관여(1건), 시가관여(1건) 등이다.

 

검찰이 주가조작에 쓰였다고 판단한 최씨 명의 계좌는 2개다. 검찰은 △최씨가 권 전 회장에게 맡긴 계좌 △권 전 회장의 비정상적 매수 권유로 최씨가 직접 주식을 사는 데 이용한 계좌를 통해 각각 29건, 8건의 시세조종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권 전 회장은 최씨 계좌를 이용해 도이치모터스 주식 9만4천여주(2억4900여만원어치)를 샀다. 최씨 역시 직접 9만3천여주(3억8700여만원어치)를 사들였다. 검찰은 권 전 회장이 호재성 정보를 은밀하게 알려주는 식으로 직접 매수가 있었다고 봤다.

 

특히 2010년 11월3일에는 모녀 사이 통정매매로 의심되는 거래도 이뤄졌다. 통정매매는 작전세력 구성원끼리 사전에 서로 짜고 주식 물량을 주고받는 대표적 주가조작 수법이다. 권 전 회장은 이날 오후 1시14분25초 최씨 계좌에 있던 도이치모터스 주식 6만2319주(3550원) 매도 주문을 넣었다. 이 주식은 32초 뒤인 오후 1시14분57초 직접 매수 주문을 넣은 김씨가 전량 사들였다. 윤 후보 쪽은 지난 11일 모녀 간에 어떻게 주식거래가 가능했는지를 묻는 <한겨레> 질문에 “도이치모터스 주식 하루 거래량이 적어 어쩌다 한번 우연히 이뤄진 거래”라고 해명했으나, 모녀 사이 초 단위 거래가 이뤄지는 등 석연치 않은 정황이 새로 드러난 것이다.

 

앞서 <한겨레>는 권 전 회장 등의 공소장 분석을 통해, 김건희씨 명의 계좌 5개로 통정매매(106건), 고가매수(113건), 물량소진(45건), 허수매수(16건), 종가관여(4건) 등 284차례 시세조종이 이뤄진 사실을 검찰이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공소장 오류”라고 했지만, 범죄일람표를 재검토한 서울중앙지검은 “재검토 결과 오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엔 공소장 오류 대신 다시 단순 투자자 해명을 내놓았다. 최지현 선거대책본부 대변인은 <한겨레>에 “(이 사건 관련) 157개 계좌, 91명 투자자 모두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것이 아니다. 검찰도 그렇게 기소하지 않았다. 범죄일람표에 계좌 명의가 들어갔다고 해서 (주가조작) 범행으로 보는 것은 전혀 맞지 않다”고 했다. 모녀 간 거래에 대해서는 “통정매매도 시세조종 의도가 있어야 성립한다. 한건의 거래로 시세가 오를 리 없다. 3년 간 거래에서 한건이 발견됐다는 것은 오히려 주가조작이 아니라는 점을 반증한다”고 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 수사팀은 권 전 회장과 거액의 금전거래를 지속하는 등 특수관계에 있던 김씨 모녀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된 사실을 진작부터 파악하고 있었다. 공모, 방조, 단순 투자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라도 두 사람에 대한 직접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검찰은 권 전 회장 등을 기소하고 석달이 되도록 수사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

 

이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는 성명을 내어 “봐주기 수사,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라면 주가조작 전주들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하라”고 밝혔다. 민변은 “이번 대선에서 상당수 후보가 개인투자자 보호와 자본시장 투명성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주가조작은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해하는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검찰은 스스로 작성한 공소장 범죄일람표에 김건희씨를 수백회 기재할 정도로 김씨의 연루 정황을 잘 알면서도 김씨에 대한 수사를 보류하고 있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손현수 강재구 기자

 

▶관련기사 : ‘단순 투자자’라던 김건희, 2011년 도이치모터스 이사 재직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32601.html

 

▶관련기사 : 검찰 “김건희 관련 도이치모터스 공소장 오류 없다”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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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 김건희, 또 다른 주가조작 ‘선수’에게 계좌 2개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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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 [단독] 김건희-도이치모터스 수상한 증권거래 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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