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아닌 법정서 싸우겠다’…구속된 곽상도 ‘수사 거부’ 전략, 왜?

 

대장동 개발 사업자들의 편의를 봐준 대가로 수십억 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를 받는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4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사업자에게 편의를 제공해준 뒤 25억원을 챙긴 혐의 등으로 구속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더 이상 진술할 게 없다”며 열흘 넘게 검찰 조사에 불응하고 있다. 검찰이 곽 전 의원을 강제구인하더라도 진술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에서는 자신에 대한 구속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검찰 페이스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조사실이 아닌 법정에서 싸우는 방안을 택했을 것으로 본다. 곽 전 의원은 특수부 부장검사 출신이다.

 

1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4일 뇌물과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곽 전 의원은 거듭된 검찰 조사 요구에 단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태훈)은 지난 7일부터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출석 조사를 요구했지만 곽 전 의원은 모두 거부했다.

 

곽 전 의원 쪽은 검찰에서 이미 충분한 조사를 받아 추가 조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곽 전 의원 쪽은 전날 입장문을 내어 “검찰은 피의자가 어떠한 청탁을 하고 어떤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았는지 증거도 없음에도 영장청구서에 거의 허위에 가까운 내용을 기재하여 피의자를 구속했다. 검찰에서 더 이상 진술할 얘기는 없다. 법원에서 피의자의 무고함을 밝힐 것이다. 신속한 기소를 원하는 입장이라 구속적부심도 청구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곽 전 의원의 변론 전략을 두고 검찰에 대한 항의이자 고도의 방어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양홍석 변호사는 “괜히 조사에 나섰다가 진술 과정에서 부스럼을 만들 이유가 없어 ‘조사불응’이란 방어전략을 택한 것 같다. 또 검찰이 증거가 확실하면 곧장 기소하면 될 일을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고 생각해 항의 차원에서 조사 거부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구속 전에는 억울한 부분에 대해서 소명을 하려 조사에 나섰겠지만, 구속된 뒤엔 이미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잘해봐야 본전이라 수사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수사팀은 구속수사 기간 만료일인 23일 전에는 곽 전 의원을 재판에 넘겨야 한다. 이에 곽 전 의원이 계속해서 조사를 거부할 경우 검찰로서는 강제구인이 불가피하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구속영장 발부 뒤 구속 피의자가 검찰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미 발부된 구속영장으로 강제구인이 가능하다. 다만 곽 전 의원을 강제로 부르더라도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어 수사팀 입장에선 사실상 실익이 없을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보검사는 “(곽 전 의원이) 조사에 계속 불응할 경우 법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강재구 기자

조계종 스님 불자들 호법부에 고발장 접수 기자회견

 

 14일 서울 조계사에서 조계종 스님들과 불자들이 자승 스님에 대한 고발장을 총무원 호법부에 접수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조계종을 사랑하는 불자 모임’ 제공

 

조계종 총무원장에서 물러난 뒤에도 조계종을 쥐락펴락하며 상왕으로 불리는 자승 스님이 장발을 하고 다녀, 스님들로부터 종단 사법기관인 호법부에 고발됐다.

 

조계종 전 불학연구소장인 허정 스님과 제주도 남선사 주지인 도정 스님은 14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호법부에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승 스님이 머리도 자르지 않고 다니며 승풍을 실추시키고 있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승려법 제49조 2호에는 ‘속복 장발로 승속을 구별하기 어려운 자는 공권정지 3년 이하 1년 이상의 징계에 처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며 “자승 스님은 총무원장을 두번이나 지낸 종단의 지도자였기에 누구보다도 후학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함에도 종정 스님을 친견할 때나 방장 스님을 친견할 때 장발을 하고 나타나거나 모자를 쓰고 나타나 승풍을 어지럽히고 종단의 질서를 파괴하고 있는데도 종단의 누구도 아무런 제지를 가하지 않고 있기에 세상 사람들은 자승 스님을 조계종의 상왕, 강남 총무원장이라 부르며 비웃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세계적 팬데믹 상황에서 국민의 건강을 해치고 불안하게 하는 승려대회를 취소하라는 기자회견을 했다는 이유로 곧바로 (허정 스님, 도정 스님 등에게) 등원통지서를 보내고 징계하려고 하고 있다”며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에 의하여 기자회견을 한 것은 즉각 문제 삼고 자승 스님의 장발에는 관대한 종단의 태도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며 헌법을 무시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14일 서울 조계사에서 조계종 스님들과 불자들이 자승 스님에 대한 고발장을 총무원 호법부에 접수한 뒤 연 기자회견에서 장발을 한 자승 스님 사진을 들고 있다. ‘조계종을 사랑하는 불자 모임’ 제공

 

이들은 이어 “자승 전 총무원장 스님에게도 등원통지서를 보내어 조사하고 징계하는 것이 형평성에 시비가 없을 것”이라며 “혹시라도 자승 스님을 추종하여 머리를 기르는 승려들이 생겨나지 않도록 조속히 자승 스님을 조사하여 종법에 따른 징계를 하여줄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미 지난 1월31일에 종단 누리집을 통해 자승 스님을 고발하는 고발장을 제출했으나 호법부는 전자우편으로는 민원을 접수받지 않는다고 해 직접 고발장을 제출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아마 승려가 머리를 길렀다고 고발되는 것은 1700년 불교사에 처음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우리는 그가 왜 머리를 기르고 다니는지, 머리를 기르고도 그 머리를 감추려고 다시 모자를 쓰고 다니는지 알지 못한다”며 “다만 그렇게 괴이한 짓을 하고 다니는데도 종단의 어른 스님 중 그 누구도 그를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그 앞에서 합장하고 절을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참담함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고발장에 자승 스님의 장발한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첨부했다. 자승 스님은 지난 2019년 위례신도시 상월선원 천막에서 안거를 하고 난 뒤부터 머리를 자르지 않은 채 종정을 비롯한 종단 어른들을 만나고, 정치인과 관료 등 외빈들을 만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지난달 21일 열린 전국승려대회를 앞두고 지난달 13일 조계사에서 전국승려대회 반대 기자회견을 연 허정 스님, 도정 스님 등 3명은 호법부로부터 조사받을 것을 요구받은 상태다. 조현 기자

[우리교회 기쁨과 소망]  겨울밤 단상

 

이글스필드 한인교회 장성훈 목사

 

눈이 많이 왔습니다. 창문너머 이웃집 지붕도 하얗고 집 앞의 길도 하얗고 저 건너 나무도 하얗고 세워둔 차도 하얗습니다. 밤이 되고 기온이 떨어져 내린 눈이 살짝 얼어붙을지도 모르겠네요. 아침에 나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손이 시립니다. 찬바람 맞으며 차창에 얼어붙은 얼음을 긁어내고 눈을 치울 생각 때문이겠지요. 겨울이 낭만적이기는 합니다만 쌓인 눈을 치우는 것은 그리 낭만적인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거의 자정이 다 되어 가는 시간에 몇 자 글을 쓰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서걱서걱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처음에는 옆에서 책을 읽고 있던 아이들이 내는 소리라고 생각하고 고개를 돌려서 쳐다보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쓰던 글을 멈추고 가만히 귀 기울여 보니 소리는 창밖에서 들려옵니다. 꼭대기 층에서 창을 열고 내다보았더니 소리 없이 내리는 눈 아래서 제설업체 직원들이 눈을 치우고 있었습니다. 이 늦은 시간에!

 

누군가는 포근한 잠자리에 들어서 행복한 단꿈을 꾸고 있을 때, 누군가는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피로를 씻어내고 내일을 기대하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누군가는 먼 나라의 공주를 구하려고 불을 뿜은 용과 싸우는 기사의 용감한 이야기를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 때, 누군가는 고요히 기도하며 하루를 돌아보거나 거룩한 말씀을 새기며 깊은 묵상으로 들어갈 때, 누군가는 골똘히 생각하며 또박또박 하루를 일기장에 담아낼 때.

 

그렇게 모두가 자기를 위해 시간을 가꾸고 있을 그 때 얼어가는 눈을 서걱서걱 긁어내고 소금을 뿌려 아침이 미끄럽지 않도록 길을 여는 사람들. 그러고 보니 그 분들은 이른 새벽에도 그렇게 길을 내고 있었습니다. 새벽기도회를 위해서 교회 문을 열기 위해서 일찍 나간 새벽에도 너른 주차장 한쪽으로 설산을 만들고 있었고, 걸어야 하는 좁은 길을 말쑥하게 열어가고 있었습니다. 별들도 깜빡이며 졸고 태양은 코를 골고 있는 밤 같은 새벽에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를 접으며 포근하고 따뜻한 곳에 몸을 뉘일 때 김을 내 뿜으며 땀 흘리며 길을 열고, 많은 사람들이 일을 내려놓고 깊이 잠들어 아늑함을 마음껏 누리고 있을 때 분주하게 움직이며 길을 여는, 남들과 다른 시간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세상과 다른 길을 여시고 다른 길을 걸으신 예수님 생각이 났습니다. 모두가 평탄하고 넓은 길을 찾고 오르는 길을 찾을 때 좁은 길을 여시고 내려가는 길을 여신 예수님.

 

사람들이 캄캄한 세상의 밤이 혼돈과 흑암인줄도 모르고 그 안에서 평안을 구하고 잠을 청할 때 빛을 가져오신 예수님은 캄캄한 하늘 아래에서 십자가로 생명의 길을 여셨습니다. 사방이 고요하고 바람에 날리는 눈마저 숨죽여 흩어지는 오늘 밤에 말없이 서걱서걱 길을 내는 사람들의 어깨 너머로 예수님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말없이 수고하고 땀 흘리며 섬기며 사랑의 수고를 다하는 여러분들의 어깨 너머에도 예수님의 미소가 보입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