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부풀려 허위계약 맺고 금품챙긴 경호처 간부와 시공 알선 브로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연합]
 

대통령실 용산 이전 과정에서 공사비를 부풀려 허위계약을 맺고 금품을 챙긴 경호처 간부와 시공 알선 브로커가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 김보성)는 대통령실 경호처 간부 정아무개씨와 브로커 김아무개씨의 구속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다고 13일 밝혔다. 정씨는 제3자 뇌물수수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직권남용, 사기 혐의 등이, 김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정씨는 2021년 8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문재인 전 대통령 경남 양산 사저 공사, 박근혜 전 대통령 대구 사저 공사, 대통령실 용산 이전 경호처 공사 과정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브로커 김씨에게 공사를 몰아주면서 공사대금 1억원을 편취하고 1억8천만원을 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업자 김아무개씨로부터 7천만원의 뇌물수수와 1600만원 뇌물약속을 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브로커 김씨는 2022년 4월부터 7월 방탄창호 공사비를 부풀려 15억7천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이전 공사에서 방탄유리 시공 수의 계약 과정에서 공사비를 부풀린 허위견적서를 제출한 정황을 확인한 뒤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 강재구 기자 >

 

‘윤 관저’ 일단 공사→금액 맞춘 내역서…불법 위에 지었다

대통령집무실·관저 감사 결과

 

 

 

준공검사조서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난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공사는 솜방망이 처분에 그친 감사원 감사보고서만 보더라도 숱한 불법·위법 사례가 확인된다. 대부분 김건희 여사 관련 업체인 21그램이 출발점이다.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업을 증축 등 공사 전반을 할 수 있는 종합건설업, 특정 분야만 시공할 수 있는 전문건설업으로 구분한다. 21그램은 내부 인테리어 공사(실내건축공사업)만 할 수 있는 전문건설업체다. 관저 증축 및 구조보강 공사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21그램은 처음부터 증축을 포함한 공사를 계획하고 있었다고 한다. 공사 내용을 잘 아는 관계자는 한겨레에 21그램이 공사를 시작할 단계부터 기존 외교부 공관에 있던 드레스룸 외에 ‘추가 드레스룸’을 마련하는 계획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후 사우나실이 다시 추가되는 등 구조 변경이 이뤄졌다고 한다. 

‘21그램 안 된다’ 공무원이 제동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공사 장면.
 

불법 행위에 제동을 건 것은 ‘대통령비서실’ 소속 공무원이었다. 감사원은 12일 공개한 관저 이전 감사보고서에 ‘비서실 공사감독행정관(공사감독자)’이라고만 밝혔다. 한겨레가 감사 관계자 등에게 확인한 결과, 이 사람은 비서실 내부 직원이 아닌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에서 공사 감독을 위해 비서실로 파견한 공무원이었다.

그는 “2022년 5월 중순 확인한 도면에 증축부가 그려져 있어서 실내건축공사업만으로는 공사를 할 수 없다고 얘기했다. 21그램의 면허로 수행할 수 없는 공사는 수행하지 말라고 명확하게 이야기했다”고 감사원에 답변했다.

이 파견 공무원은 2차 계약과 관련해서도 “전문공사업체가 이미 수행한 공사를 나중에 들어온 종합건설사를 통해서 공사한 것으로 처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21그램으로서는 증축을 위해 종합건설업 면허를 가진 업체가 필요했다. 21그램은 굳이 제주에 있는 ㅇ종합건설을 직접 섭외했다. 21그램이 증축까지 불법적으로 관여한 사실을 무마하기 위해 끌어온 ‘면허 딱지 업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실제 ㅇ종합건설은 관저 공사 현장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그 대신 ㅇ종합건설 대표의 친형이 서울에서 운영하는 업체가 관저 증축 공사 등을 맡았다. 이 업체 또한 21그램처럼 전문건설업체여서, 불법 상황이 해소되지 못했다.

21그램은 관저 실내건축공사와 관련해 37개 업체(협력업체 포함)에 하도급을 줬다. 기계·설비 공사는 21그램과 거래 관계에 있던 6개 업체가 맡았다. 구조보강·증축 공사에도 일부 업체가 참여했다. 전체 업체 중 19개 업체가 미등록 업체였다.

 

감사보고서에는 공사부터 하고 계약·설계가 뒤늦게 이뤄지는 상황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21그램과 관련 업체들이 공사를 하면 나중에 그에 맞춰 도면을 그리고 내역서를 작성하는 식이었다고 한다. 각종 내역서는 사후에 금액 등에 맞춰서 임의로 작성됐다. 조달 업무를 잘 아는 변호사는 “조달청 관련 문서가 모두 허위로 작성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국의 대통령이 거주하고, 국빈 등이 방문하는 대통령 관저가 불법 위에 지어진 셈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6일 일부 감사 결과가 먼저 보도되자 ‘대통령실 이전은 전 정부에서 이뤄진 일’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관저 증축과 관련한 불법 사안은 모두 현 정부에서 진행됐다.   < 김남일 신형철 기자 >

 

도이치 주가조작 ‘돈줄’ …김건희 방조죄 적용 가능성 커져

 

 
 
                  한겨레TV 영상 갈무리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이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돈줄’ 손아무개씨가 지난 12일 항소심에서 방조 혐의에 유죄를 선고받자, “김 여사 기소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국민의힘 안에서도 나오고 있다.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에서 “손씨에 대해 방조 혐의가 인정됐다. 따라서 김 여사에 대한 수사도 더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검찰이 기소할 가능성은 과거보다는 훨씬 커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소 가능성은 커졌지만, 검찰이 여론이나 이런 거에 따라 기소해야 한다, 기소하지 않아야 한다,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고법은 12일 손씨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전 회장 등의 시세조종 행위를 인식하고 이를 도와줬다며 방조 혐의에 유죄를 선고했다. 김 여사도 손씨와 마찬가지로 도이치모터스에 거액을 투자했는데, 김 여사의 계좌가 다수의 시세조종성 거래에 이용된 사실이 1심 법원에서 확인된 바 있다.

‘김건희 특검법’에 반대해 온 개혁신당의 기류도 바뀌는 분위기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에스비에스(SBS) 라디오에서 “정치인으로 바라봤을 떄 앞으로 (김 여사에 대한) 포괄적인 수사가 필요하기는 하겠다”며 “기존 도이치모터스뿐만 아니라 양평 땅 문제라든가 명품백, 또 총선 개입에 대한 것, 당무 개입에 대한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어쩔 수 없이 포괄 수사가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는 출발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혁신당은) 채 상병 특검법은 찬성, 김건희 특검법은 반대 입장, 조금 더 지켜봐야 된다는 것이었는데, 요즘 일련의 사건들을 지켜보면서 (김건희) 특검에 대해 우리가 찬성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내부에서는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 손현수 기자 >

 

 ‘돈줄’ 유죄… 정범의 행위를 용이하게 했다”고 판사 지적

 
 
 

김건희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항소심에서 방조 혐의가 추가된 ‘전주’(돈줄) 손아무개씨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김 여사도 손씨처럼 거액을 투자하면서 다수의 시세조종 주문을 낸 사실이 이미 확인돼, 법원의 이번 판단을 통해 검찰 수사를 거쳐 김 여사에게도 방조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권순형)는 12일 손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또 2010년 10월 이전의 1차 주가조작 시기의 ‘주포’ 이아무개씨에게는 징역 2년에 벌금 5천만원, 2차 주가조작 시기의 주포 김아무개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권 전 회장 등은 2009년 12월부터 3년간 공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기소됐다. 90여명의 계좌 157개를 동원해 가장·통정매매(서로 짜고 주식을 매매하는 것) 등으로 시세를 조종해 2천원대 후반에 머물던 주가를 8천원대까지 띄웠다는 혐의다. 김 여사의 계좌 3개도 주가조작에 활용된 것으로 검찰 조사를 통해 확인됐고, 1심 법원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매의 상당수가 시세조종성 거래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앞서 1심은 손씨에게 주가조작 일당과 공동으로 시세조종에 나섰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이른바 작전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에 검찰은 ‘범행을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런 실행을 용이하게 하는 직접·간접 행위는 방조에 해당한다’는 판례를 근거로 항소심에서 공소장 변경을 통해 손씨에게 방조 혐의를 추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손씨는 단순히 돈을 빌려준 전주가 아니라, 시세조종 행위를 하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에 편승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면서도 서로의 이익을 위해 이를 도와줄 의사”를 가지고 “자금을 동원하여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해 인위적 매수세를 형성해 주가 부양에 도움을 주는 등 정범의 행위를 용이하게 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 김지은 기자 >

 

‘도이치 돈줄’ 유죄에 야권 “이제 김건희 차례, 특검으로 ‘평등’ 실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8월22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선수단 격려 행사'에서 영상을 시청한 뒤 박수치고 있다. [연합]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항소심 재판부가 12일 ‘전주’(돈줄) 역할을 한 손아무개씨의 방조 혐의에 유죄를 선고함에 따라 주가조작 과정에서 유사한 행태를 보인 김건희 여사에게도 최소한 방조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야당은 검찰이 여전히 김 여사를 ‘봐주기 처분’할 수 있다며 특검을 통한 수사를 촉구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는 지난 7월20일 김 여사를 서울 종로구 창성동에서 ‘출장 조사’한 이후로 두달 동안 처분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사실관계가 확정되는 항소심 판결을 살펴본 뒤 김 여사를 처분할 거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리고 1심에 이어 이날 항소심에서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실체가 있는 범죄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김 여사의 계좌 거래에서 시세조종이 발생했다는 점도 1·2심 모두 인정했기 때문에 김 여사가 ‘일당’들과 직접 주가조작 관련 의사소통을 했으면 공범, 적어도 일당들이 시세조종 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방조범이 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김 여사 같은 경우에는 시세조종성 거래가 많고 거래 형태가 매우 이상하기 때문에 방조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공동정범 가능성에 대해서도 검찰이 다퉈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여사 쪽은 1차 주가조작(2010년 10월20일 이전)의 ‘주포’인 이아무개씨에게 계좌를 일임했다고 주장했으나, 직접 전화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본인이 직접 거래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공판 과정에서 다수 공개됐다. 게다가 김 여사는 본인뿐만 아니라 어머니인 최은순씨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오랜 기간 알고 지내며 돈거래를 하는 등 특별한 인연을 맺어왔다. 김 여사가 ‘주포’ 이씨를 알게 된 것도 권 전 회장을 통해서였다.

시세조종 방조 혐의가 인정되려면 △시세조종 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정범(범죄 행위를 직접 실행한 자)의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행위를 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재판부는 이날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면서 “방조범에서 ‘정범의 고의’(주범들이 주가조작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는 미필적 인식으로 족하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도 여러차례에 걸쳐 직접 거래를 했고 권 전 회장과 특수한 관계였던 만큼 이들의 주가조작 사실을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재판부는 이날 손씨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손씨가 △다른 피고인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서 “김아무개씨(2차 주포)의 요청으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하고 상한가를 찍었다”고 말했고 △자금 사정이 어려울 때 다른 피고인들로부터 도움을 받은 정황 △도이치모터스 투자 패턴이 달랐던 점 등을 언급했다. 검찰은 김 여사의 경우에도 다른 피고인들과 주고받은 연락이 있었는지, 돈거래 등 특수한 관계를 맺었는지, 도이치모터스와 다른 종목 간 투자 패턴에 차이가 있는지 등을 수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검찰은 권 전 회장에게 차명계좌를 제공한 최은순씨도 지난 7일에야 뒤늦게 불러 조사했다.

야당은 “이제 김건희 여사가 법의 심판을 받을 차례”라며 ‘김건희 특검법’ 국회 통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손씨에게 주가조작 방조 혐의가 인정된다면 이 사건 전주였던 김 여사도 혐의를 피할 길이 없다. 검찰은 당장 김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고 기소해야 한다”며 “특검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법 앞의 평등’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도 “대통령실은 그동안 ‘계좌가 활용당했을 뿐’이라는 철면피식 대응으로 일관해왔는데 돈을 댄 사람이 방조죄로 처벌받을 근거가 명확해진 지금은 무어라 궤변할 것인가. 검찰은 또 무슨 해괴한 법 논리로 사건을 뭉갤 것인가”라며 “국회는 검찰의 판단과 별개로 ‘김건희 종합 특검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 정혜민  고한솔 기자 >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 김건희와 유사한 ‘돈줄’ 손씨, 항소심 유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가 12일 ‘전주’ 손아무개 씨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이른바 ‘돈줄’ 역할을 하며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은 손씨에 대한 법원의 유무죄 판단은 이번 재판의 핵심이었다. 손씨와 김건희 여사의 역할이 유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해 추가한 손씨의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자신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실현하려 했던 손씨가 공동정범의 행위를 도와준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손씨는 도이치모터스의 주가가 하락하고 이자 부담으로 힘들어지자 (2차 주가조작의 ‘주포’인) 김씨를 심하게 탓했는데, 단순히 종목 추천을 받아 자신의 책임으로 투자한 사람의 태도라고 볼 수 없고, 김씨도 주가를 올릴 수 있다는 취지로 손씨를 안심시켰다”고 짚었다.

 
김건희 여사가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의 수중 교육장에서 잠수 훈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법원은 손씨가 도이치모터스에 투자한 방식이 기존의 주식 투자 방식과 크게 차이가 나는 점에도 주목했다. 재판부는 “손씨는 자신의 주식거래를 할 때 주로 몇개월 단위로 마쳤고, 오랜 기간 투자한 주식들도 모두 차액을 획득하고 거래를 재개하는 단기 매도 방식으로 했다”며 “도이치모터스 주식만 유독 그런 패턴이 발견되지 않았고, 10만~20만주를 지속적으로 보유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손씨의 투자 성향을 보여주는 다른 주식거래와 달리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대해서는 시세조종에 협조하는 양상이 드러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손씨는 단순히 피고인들에게 돈을 빌려준 전주가 아니라, 정범의 제2차 시세조종 행위를 인식하고 이에 편승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면서도 서로의 이익을 위해 자금을 동원해 인위적 매수세를 형성해 주가 부양에 도움을 주는 등 정범의 행위를 용이하게 해 이를 방조했다”고 판단했다.

손씨의 방조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난 것으로 판단한 1단계 시기를 제외하고는 최종 유죄 판단이 내려졌다. 검찰로서는 주가조작 기간에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량 매수한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하고 이를 방조했는지 추가로 수사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앞서 검찰이 항소하며 ‘포괄일죄’를 주장했던 공소시효에 대한 부분은 원심의 판단이 유지됐다. 1심에서는 2010년 10월20일 이전 단계의 주가조작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봤다 .

2심 재판부도 이 시점에 ‘주포’가 바뀌면서 시세조종에 이용한 계좌와 범행 방식 등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원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되면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혐의 수사도 2010년 10월20일 이후(2차 주가조작)에 집중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 김지은 기자 >

배경이 된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 ‘이민자 도시’에 테러 위협 쏟아져

 
 
12일(현지시각)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시에서 여러 건물에 대한 폭탄 위협이 발생한 가운데 경찰관들이 시청 건물 밖에 서 있다. [스프링필드/AFP 연합]
 

“스프링필드에 온 아이티 이민자들이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텔레비전 토론에서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친 뒤 배경이 된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 여러 시설에 폭탄 테러 위협이 쏟아지고 있다. 스프링필드시는 폭탄 테러 위협을 받고 시청 건물을 폐쇄했다. 정치인의 혐오 발언이 실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프링필드시는 12일(현지시각) 오전 “여러 시설을 향한 폭탄 테러 위협이 접수돼 시청 건물을 오늘 하루 폐쇄한다”고 공지했다. 시청 건물에 대한 폭탄 테러 위협은 이날 오전 8시24분께 이메일로 접수됐다. 아이티계 학생들이 많이 재학 중인 초등학교도 폭탄 테러 위협을 받았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텔레비전 토론에서 이런 주장을 하며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사회자가 “그런 일은 보고되지 않았다”라고 정정했지만,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아이티계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스프링필드 아이티 커뮤니티 센터의 빌 도르생빌 소장은 텔레그래프에 “아이티계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며 “일부 부모들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스프링필드 재즈 앤 블루스 페스티벌에서는 12명의 네오나치주의자들이 나치 깃발을 휘날리며 행진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민자들이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소문은 비공개 페이스북 그룹에서 시작됐다. 한 익명 사용자가 “(이민자들이) 이웃의 고양이를 먹으려 토막냈다”는 글을 올렸다. 극우 계정들이 ‘민주당 때문에 이민자들이 몰려왔다’며 이런 내용을 퍼트렸고, 공화당 부통령 후보 제이디(J.D.) 밴스 상원의원까지 가세했다. 아이티계 이민자들을 지원하는 단체인 아이티 브리지 얼라이언스는 타임지에 공화당 정치인들의 혐오 발언을 비판하면서 “특히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인 밴스가 근거 없는 자신의 주장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스프링필드시 당국은 이민자들이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이에 대한 믿을 만한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혐오 발언을 통해 거짓 정보를 퍼뜨려 지역 주민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며 “오물을 확산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스프링필드는 인구 약 5만8천명의 도시로, 최근 3년간 1만5천명의 아이티계 이민자들이 미 정부에서 ‘임시 보호’ 지위를 받고 거주 중이다. < 김원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