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99일 연속 재임, 일 정치사 기록깜짝 사임 할지도

지지율 최저 · 최악의 경제 · 건강 이상설 확산 시달려

 

건강이상설에 휩싸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오전 도쿄에 있는 게이오대학 병원을 일주일 만에 다시 방문했다.도쿄/교도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일본 헌정 사상 최장수 총리가 됐다. 20121226일 재집권한 아베 총리는 2799일 동안 연속 재임해 2798(1964119~197277) 동안 국정을 맡은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를 넘어섰다. 아베 총리는 전체 재임일수 기준으로는 이미 지난해 11201차 집권 기간(200692620079·366)까지 포함한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된 바 있다.

일본 정치사를 새로 쓰긴 했지만, 아베 총리는 지지율이 최저 수준인데다, 경제도 곤두박질을 치고 있고, 건강이상설까지 휩싸이는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어 빛이 바랬다. <아사히신문>역사적 기록 경신에도 총리관저 내에서는 축하 분위기가 없다고 전했다.

가뜩이나 침울한 상황에서 아베 총리는 이날 일주일 만에 또다시 도쿄 게이오대학 병원을 방문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주 진행한 검사 결과를 자세히 듣고, 추가적인 검사를 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설명이 빠져, 건강 이상설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자민당은 오는 27일 예정된 역대 최장수 총리 재임 축하 모임도 연기했다.

한 때 ‘4연임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인기가 치솟던 아베 총리는 코로나19 부실 대응, 도쿄 올림픽 연기 등 악재가 겹치면서 정치적 영향력이 회복하기 힘든 수준으로 추락했다. 201370%대까지 갔던 아베 정권 지지율은 현재 30%대로 떨어졌다. 코로나19가 지지율 하락에 직격탄이 되긴 했지만 역점을 두고 추진했으나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아베노믹스’, 무리한 평화헌법 개정 추진, 부적절한 공금 사용 의혹 등 각종 스캔들도 아베 정권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아베 총리가 강점으로 내세웠던 외교도 꽉 막혀 있는 상태다. -일 동맹 공고화 속에서 북한, 중국 등과 관계 개선에 나섰으나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건 없이 회담하겠다고 했으나 북한 쪽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일본 방문도 코로나19와 미-중 갈등 격화로 불투명해졌다. 일본군 위안부문제와 강제동원 피해자 등 역사문제로 촉발된 한일 갈등은 경제 보복, 안보 불안까지 이어져 수교 이래 최악으로 치달았다.

무엇보다 아베 총리에게 뼈아픈 부분은 민심이 사실상 돌아섰다는 점이다. 지지율 하락뿐 아니라 지난 23<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50%아베 총리가 즉각 혹은 연내에 사임해야 한다고 답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병원 검진이 끝난 뒤 컨디션 관리에 만전을 기해 이제부터 업무를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지만, 20079월처럼 깜짝 사임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참의원 선거 참패 등 악재가 계속됐던 아베 총리가 국회 시정연설에서 미래를 위해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하게 의지를 표명한 이틀 뒤 느닷없이 사임을 밝힌 바 있다. <아사히신문>은 자민당 중견 정치인을 인용해 향후 지지율 상승은 기대할 수 없다컨디션에 문제가 있다면 일찍 사임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 김소연 기자 >


집권 8개월 합격점만장일치로 집권 사민당 대표에

세계 최연소121년 당 역사에서 두 번 째 여성 대표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23일 탐페레에서 열린 사회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탐페레/AP 연합뉴스

 

핀란드의 서른다섯살 총리 산나 마린이 집권 여당인 사회민주당 대표로 선출됐다.

핀란드 사회민주당이 23(현지시각) 남서부 탐페레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만장일치로 마린을 당대표로 선출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121년 사민당 역사상 두번째 여성 대표다. 그는 지난해 12월 총리로 선출됐으며, 현역 세계 최연소 정상이었다. 다만 몇주 뒤 오스트리아 제바스티안 쿠르츠(34) 총리가 재집권하면서 현역 최연소 정상 자리는 내줬다. 마린이 총리로 선출된 뒤에도 사회민주당 대표는 안티 린네 전 총리가 맡고 있었으나, 마린 총리가 집권 8개월 만에 집권당 대표 자리도 거머쥐었다.

핀란드 역사상 최연소 그리고 세번째 여성 총리인 마린의 집권 8개월 평가는 긍정적이다. 집권 뒤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를 맞았으나 유럽 다른 나라에 비해 대처를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럽연합(EU) 통계를 보면, 지난 2주간 핀란드의 인구 10만명당 신규 확진자 수는 5.5명으로 프랑스(59.8), 독일(19.6), 스웨덴(36.6) 등 다른 주요 유럽 국가들보다 적다. <에이피> 통신은 사회민주당 득표율이 지난해 총선 때 17.7%였으나 최근 지지율은 20% 이상이라고 전했다.

마린 총리는 여성 동성 커플 가정에서 자랐으며, 가족 중 대학을 졸업한 유일한 인물이다. 유복한 가정은 아니었고, 고교 졸업 뒤 잠시 판매원으로 일한 적도 있다고 블로그에서 밝히기도 했다. 이웃 나라 에스토니아의 극우 정당인 국민보수당(EKRE) 출신 내무부 장관 마르트 헬메가 지난해 판매원이 총리가 됐다며 조롱하자, 그는 트위터에 가난한 가정 아이가 교육을 받고 인생의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핀란드가 매우 자랑스럽다고 적기도 했다.

마린은 5개 정당 연립 정부를 이끌고 있으며, 출범 당시 이 5개 정당 대표가 모두 여성이었다. 1906년 유럽에서 처음으로 여성 투표권을 인정할 만큼 여성의 정치 참여가 활발한 핀란드의 사회적 분위기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중도좌파 성향 사민당은 핀란드 복지국가 모델을 이끌어온 전통적 주요 정당이지만 최근 극우 성향 핀란드인당의 약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핀란드인당 지지율은 지난해 한때 20%를 넘어 사민당을 앞지르기도 했다. 사민당이 지지율 1위 정당 지위를 되찾았지만 극우 성향 포퓰리스트 정당의 도전을 어떻게 극복해내느냐는 여전히 과제다. < 조기원 기자 >


메르스 · 사스는 설사, 코로나는 구토 먼저

"이처럼 증상이 다양한 감염증 본 적 없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증상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웹사이트에는 현재 코로나19의 증상으로 11가지가 공식 등록돼 있다.

이 기관은 처음엔 발열(오한), 기침, 호흡 곤란만 증상 목록에 올렸으나 감염자 임상 사례가 늘고 바이러스 연구가 진행되면서 근육통, 두통, 미각 또는 후각 상실, 인후통을 추가한 데 이어 피로, 콧물, 메스꺼움(구토), 설사까지 추가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이처럼 증상이 다양한 감염 질환은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발열은 코로나19의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이다.

그런데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이 호흡기 감염 질환 임상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환자들이 겪는 여러 증상은 일정한 순서를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코로나19 증상의 발현 순서는 인플루엔자(독감)는 물론 다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질환과도 조금 다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증상 발현 초기 단계는 열에서 시작해 기침과 근육통을 거쳐 메스꺼움이나 구토, 그리고 마지막으로 설사 순으로 진행된다. 증상 자체에서 특별히 다른 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발현 순서는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와는 다르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메르스·사스는 설사 먼저, 코로나19는 구토 먼저

최근 학제간 공개 학술저널 `프런티어스 인 퍼블릭 헬스'(Frontiers in Public Health)에 실린 연구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지난 2월 세계보건기구 등에 보고된 57천여명의 중국 환자 사례 데이터와 미국 미시간대의 인플루엔자 환자 2천여명, 중국과 캐나다 토론토 지역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환자 수백명, 중국과 한국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수백명에 관한 데이터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인플루엔자에 감염됐을 땐 기침으로 시작해 고열로 이어졌다. 메르스와 사스는 초기 증상은 코로나19와 비슷했다. 하지만 그 이후엔 증상의 전개 과정이 달랐다. 메르스와 사스는 상부 위장관의 증상인 메스꺼움이나 구토보다 하부 위장관의 증상인 설사가 먼저 나타났다. 반면 코로나19는 메스꺼움이나 구토가 설사보다 먼저 나타났다. 연구진은 "초기에 설사를 경험한 환자들은 나중에 폐렴이나 호흡부전을 겪었다"며 설사 증상은 중증 진행의 예고 징후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환자에선 발열 전에 설사 증상이 나타났다. 다만 분석 데이터에서 설사 환자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로 매우 낮았다.

다른 증상이 있더라도 네 가지 증상 순서는 불변

서던캘리포니아대 컴퓨터생물학과 생물정보학 박사과정 연구원인 논문 제1저자 조지프 라슨은 "증상의 순서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 각각의 질환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진행되는 걸 안다는 건 의료진이 코로나19 감염 의심환자를 좀 더 빨리 가려낼 수 있다는 걸 뜻한다"고 말했다. 이는 좀 더 나은 치료 방법을 결정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인후통, 두통, 피로 등 다른 증상이 추가 발현되는 경우에도 가장 많이 발생하는 네 가지 초기 증상의 순서는 그대로 유지됐다. 인후통과 두통 등의 증상은 기침과 메스꺼움 증상 사이에 주로 나타났다.

반면 인플루엔자의 경우엔 기침 또는 근육통, 두통, 인후통, 발열, 설사나 구토(메스꺼움) 순서로 증상이 발현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코로나19 증상 포스터.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기침,호흡곤란, 발열 또는 오한, 미각 및 후각 상실, 구토 또는 설사, 근육통.

이번에 확인한 증상 발현 순서로 볼 때 체온 측정은 증상 초기에 감염자를 가려내는 데 유효한 방법임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새로운 코로나19 감염 사례를 찾아내 대처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 곽노필 기자 >

피로 · 호흡곤란 · 탈모 후유증 코로나, 완치가 끝이 아니다

미 중증 환자 87%가 후유증만성피로 · 호흡곤란 · 관절통증

24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생 이정환(25)씨는 지난 4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두어달 뒤에 6월 음성 판정을 받아 퇴원했다. 방역당국은 그를 완치자로 분류한다. 그러나 이씨는 코로나19의 후유증에선 벗어나지 못했다. 치료 중 생긴 심한 탈모 증상 때문에 아직 피부과에 다니지만 원인은 모른다. 감염 뒤 2주간 열이 39도까지 오르는 등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 결과라고 짐작해볼 뿐이다.

이씨는 24치료를 위해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약 칼레트라를 먹으면서 극심한 소화불량에 시달렸고 순식간에 몸무게가 7가량 줄었다. 젊은 분들 중엔 코로나19 증상을 가볍게 생각하고 생활방역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저는 고통을 너무 잘 알기에 주변에 조심하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판정을 받은 뒤에도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는 이들의 경험담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에선 방역당국이 감염경로나 확진 통계 중심으로 소식을 전하고 있어 잘 알려지지 않았던 대목이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정부가 밝힌 완치자는 14219명이다.

특히 부산 47번째 확진자로 후유증을 페이스북에 구체적으로 공개해 관심을 모은 박현(48) 부산대 기계공학부 겸임교수는 완치자보단 회복자생존자로 바꿔 불러야 한다고 제안한다. 완치자라고 하면 사람들이 후유증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지난 3월 회복하고 퇴원한 지 170일이 훌쩍 지났지만 일상생활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박 교수가 겪고 있는 증상은 크게 다섯가지다. 그는 통제할 수 없는 만성피로’, 앉아만 있어도 불편한 가슴 통증위장 통증’, 피부가 검붉게 변한 피부질환’, 머릿속에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하고 기억력이 떨어지는 브레인 포그를 호소했다. 그는 증상이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한다고 밝혔다. 강의를 하기 어려워 1년 휴직도 고려하고 있다.

외국에선 이미 후유증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탈리아 의료진이 143명의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연구해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발표한 내용을 보면 125(87.4%)이 하나 이상의 후유증을 앓은 걸로 조사됐다. 만성피로(53.1%), 호흡곤란(43.4%), 관절 통증(27.3%), 가슴 통증(21.7%) 등이다. 후각 마비, 두통, 식욕부진, 기침, 현기증 등의 후유증도 보고됐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교수(감염내과)“1% 미만의 환자는 폐 조직이 망가져 재활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결국 (사후) 모니터링을 잘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증환자도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무증상 또는 경증 상태로 회복한 27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35%가 미열·피로·기침 등을 겪어 감염되기 이전의 상태로 완전히 돌아가지 못했다고 답했다.

코로나19에서 회복된 이들은 사전 방역과 확진자 치료도 중요하지만 사후 관리에도 정부가 관심을 기울일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 교수는 후유증 때문에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등에 연락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영국과 이탈리아는 국가 주도로 후유증을 겪는 코로나19 회복자를 위한 재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며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

미국 여행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스페인에서 치료를 받은 곽아무개(58)씨는 현지 병원이 경과를 관리해주고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지난달 회복해 음성 판정을 받은 곽씨는 치료를 받으면서 극심하게 나빠진 간 수치가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음성 판정 뒤에도 병원에서 혈액 검사 등 추적관리를 해주고 있는데 추가 비용 없이 사회보장제도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아직 국내에선 코로나19 치료 이후의 추적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미국이나 유럽처럼 중증환자가 많았던 곳을 보면 중증환자의 후유증이 많이 보고되지만 아직 국내에선 모르고 있는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현재로선 확산을 막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추적관리도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 이재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