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확률 관측 데이터가 추가되며 1.6%, 1.9%로 계속 높아져

곽노필의 미래창

 
 
1월 말 칠레에 있는 미국 항공우주국의 소행성 지구 충돌 최종경보 시스템(ATAS) 망원경으로 포착한 소행성 ‘2024 YR4’(녹색 원).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
 

2024년 12월27일 처음으로 발견된 소행성 2024 YR4의 지구 충돌 확률이 높아졌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 제트추진연구소 지구근접천체연구센터(CNEOS)는 7일(현지시각) 이 소행성이 2032년 12월22일 지구와 충돌할 확률을 2.2%, 즉 45분의 1로 올렸다. 이는 애초 추산했던 1.3%(77분의 1)에서 2배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이 소행성의 충돌 확률은 관측 데이터가 추가되면서 1.6%(63분의1), 1.9%(53분의 1)로 계속 높아져 왔다.

천문학자들은 그러나 현재 단계에서의 소행성 궤적 추적엔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고 여전히 소행성이 충돌하지 않을 확률이 97.8%라는 점을 들어 이 수치에 당황할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나사는 “앞으로 충돌 위험이 낮아질 수도, 계속 증가할 수도 있다”며 오는 3월 중 최상의 관측력을 갖고 있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으로 이 소행성을 관측해 정확한 크기를 파악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소행성의 크기는 40~90m로 추정된다. 나사의 잠정 추정에 따르면 이 소행성이 충돌할 경우의 폭발력은 8메가톤으로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에서 방출된 에너지의 500배 이상이다. 이는 1908년 시베리아 퉁구스카에 떨어진 운석의 폭발력과 비슷하다. 퉁구스카 운석의 크기는 40m였다. 이때 충격으로 2150㎢의 숲이 파괴됐다.

 

영국 에든버러대 콜린 스노드그래스 교수(천문학)는 가디언에 “필요하다면 이미 기술 시험을 거친 소행성궤도변경실험(다트)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사는 2022년 지구와 1100만㎞ 떨어진 곳에서 사상 첫 소행성 궤도변경에 성공한 바 있다. 160m 크기의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음속의 약 20배인 초속 6.25㎞(시속 2만2530km)의 속도로 다트 우주선을 충돌시키는 방식이었다.

 

2022년 사상 최초의 소행성 궤도 변경 실험에서 우주선이 디모르포스 소행성에 충돌하고 2분이 지난 뒤 찍은 사진.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

 

남은 8년…소행성 궤도 변경엔 촉박한 기간

 

현재 소행성에 대응하는 조직으로는 유엔이 승인한 두 개의 그룹이 있다. 하나는 나사가 의장을 맡는 국제 소행성 경보 네트워크(IAWN)다. 이 기구는 충돌 확률이 1%를 넘는 10m 이상의 소행성에 대한 전 세계적 추적을 책임진다. 다른 하나는 유럽우주국이 의장을 맡는 우주 임무 계획 자문 그룹(SMPAG)이다. 이 조직은 앞으로 50년 안에 지구에 충돌할 확률이 1%를 넘는 50m 이상의 소행성에 대한 국제적 대응 계획을 짜고 조정하는 일을 한다. 한국도 20개 회원국 중 하나다. 한국천문연구원이 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유럽우주국은 지난 5일 회의를 열어 이 소행성에 즉각적인 조처를 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충돌 위협에 관한 정보를 모으기 위해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며, 이 소행성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4월 말이나 5월 초에 다시 한 번 회의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험이 진전된다면 이보다 일찍 회의를 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우주국 행성방위실의 후안 카노 코디네이터는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 “만약 소행성 궤도 변경을 한다면 우주선을 제작하는 데 3~5년, 날아가는 데 6개월~1년이 걸리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8년은 매우 촉박한 기간”이라고 말했다. 또 이런 결정을 내리려면 소행성이 50m 이상이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불확실성이 커서 추가 데이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4월까지 추가관측을 통해 소행성의 크기와 궤도 데이터가 좀 더 정밀해지면, 사상 처음으로 유엔 차원에서 지구 방위 계획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4 YR4 소행성의 태양 공전 궤도(흰색 선)와 8일 현재 위치.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

 

2028년 지구 800만km까지 다시 근접

 

현재 국제천문연맹(IAU)이 채택하고 있는 토리노 등급 기준에 따르면 이 소행성의 충돌 위험 등급은 3이다. 토리노 등급은 충돌 가능성이 전혀 없는 0등급부터 충돌이 확실하고 지구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10등급까지 10개 등급으로 나뉘어 있다.

 

충돌 확률이 1% 이상인 천체에 매겨지는 토리노 3등급은 천문학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천체로, 10년 이내에 근접 충돌 가능성이 있는 천체이지만 새로운 관측을 통해 0등급으로 재지정될 수도 있다는 걸 뜻한다.

 

토리노 3등급은 역대 소행성 위험 등급 중 두 번째로 높은 것이다. 2029년 지구에 가장 가까이 다가오는 소행성 아포피스(2004 MN4)가 한때 토리노 4등급 천체로 분류된 적이 있다. 350m 크기의 아포피스는 지금은 100년 이내엔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이 없는 0등급 천체로 분류됐다.

 

유럽우주국은 팔레르모 등급에 따른 잠재적 위험 소행성 1744개 중 위험 순위 1위에 이 소행성을 올려 놓고 있다. 팔레르모 등급은 소행성의 충돌 확률과 예상 충격을 합쳐 표시한 것이다. 음수값은 충돌 확률이 매우 낮거나, 충돌하더라도 미미한 피해만 발생한다는 걸, 양수값은 충돌 확률이 높고 충돌 시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걸 뜻한다. 이 소행성의 팔레르모 위험 등급도 -0.53에서 -0.31로 높아졌다.

 

이 소행성은 지난해 말 지구에서 80만km 거리까지 다가온 뒤 방향을 돌려 초속 13.5㎞의 속도로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다. 8일 현재 지구에서 6100만km 떨어진 거리에 있다. 궤도 주기는 4년, 근일점은 1억2700만㎞(0.85AU), 원일점은 6억3300만㎞(4.23AU)로 추정된다. 2028년 지구에서 800만km 거리까지 다시 다가온다. 천문학자들은 이 때가 되면 소행성 크기와 충돌 확률을 더 정확히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한겨레 곽노필 기자 >

과거 합격자를 집중적으로 배출하고, 중앙의 청요직(淸要職)을 독점, 그러나...

강명관의 고금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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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의 한 장면. 쇼박스 제공

 

1780년(정조 4년) 5월11일 사간원 정언 정익조(鄭益祚)는 정조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대저 밭에서 흘린 땀으로 거둔 곡식과 베틀에서 손가락이 찢어지도록 짜낸 옷감은 허망하게도 부호들이 독차지하는 물자가 될 뿐입니다. 이 때문에 한번 번곤(藩閫)을 거치면 곧 거창한 집을 짓고, 기름진 고을 수령을 하고 나면 농토를 광점(廣占)합니다. 지금 근기(近畿)에서부터 호남과 해서(海西)에 이르기까지 물길이 편리한 곳은 깡그리 경화거실(京華巨室)의 소유물이 되었고, 그 땅에 사는 백성은 밭을 갈고 그 반을 얻어먹는 데 불과합니다. 이것이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해지는 까닭입니다.”

 

번곤은 관찰사와 병사·수사, 곧 지방 행정의 최고위직인 관찰사와 지역 병권(兵權)의 총책임자인 병마절도사와 수군절도사다. 관찰사와 병사·수사 아래에는 주(州), 부(府), 군(郡), 현(縣)을 다스리는 수백개 수령직이 있었다. 정익조의 말인즉 관찰사와 절도사, 수령을 거치면, 거창한 집을 짓고, 농토를 광점한다는 말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던가? 이들이 민(民)의 생산물과 노동력을 수탈하는 방법은 실로 다양하였다. 그중 하나를 보자. 수령은 봄에 환곡을 높은 값으로 팔아 돈을 챙긴다. 그러고는 돈을 조금 남겨 가을에 곡식값이 쌀 때 채워 넣는다. 이것은 ‘입본’(立本)이란 방법이다. 입본은 하나의 예일 뿐이고, 환곡을 가지고 농민을 이중, 삼중으로 착취하는 방법은 허다하였다.

여러 곳의 수령을 지내고 관찰사와 절도사까지 역임하면 거창한 재산을 형성한다. 서울과 가까운 경기와, 수운(水運)이 편리한, 곧 곡식을 손쉽게 서울로 옮길 수 있는 호남과 황해도 바닷가 고을의 토지가 모두 ‘경화거실’의 소유인 것은 이런 방법을 통해서 가능했던 것이다.

관찰사와 병사, 수사 자리는 18세기 이래 예외 없이 서울과 경기도, 충청도의 거대한 사족가, 곧 ‘경화거실’의 독점물이었다. 이들은 흔히 벌열(閥閱)로 부르는데, 벌열은 과거 합격자를 집중적으로 배출하고, 중앙의 청요직(淸要職)을 독점하였다. 과거에 합격하지 못하면 문음(門蔭)으로 지방 수령직을 차지했다.

 

이병정(李秉鼎)은 1766년 문과에 합격한 이래 설서(說書), 수찬, 응교, 부제학, 대사간, 대사성, 충청도 관찰사 등 청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1780년 7월3일 정언 홍주익(洪柱翼)은 이병정을 충청도 관찰사 재직 시의 부패 혐의로 탄핵했다. 조사에 의하면, 이병정은 소의 불법 도살에 대한 속전(贖錢, 벌금) 1876냥을 추징하여 사용했고, 고을과 역(驛)에 공문을 보내 자기 생일 잔치에 물품을 강제로 징수하였다. 찰방 홍창원(洪昌源)을 협박하여 자신의 전지(田地)를 이인(利仁) 역(驛)의 좋은 위전(位田)과 바꾸었고, 안면도의 금송(禁松) 16그루, 판재(板材) 70판을 베어낼 때 홍산(鴻山) 등의 백성 1600명을 품삯 없이 동원하였다. 또 부자 천광주(千光周) 등의 좋은 전지를 자신에게 강제로 팔게 하였다.

 

지방관들은 관찰사의 불법에 협조했다. 찰방 홍창원은 위협과 공갈에 겁을 먹고 땅을 바꾸어주었고, 수사 유진열(柳鎭說)은 안면도 금송의 벌채를 묵인했고, 남포 현감 이상현(李尙顯), 홍산 현감 서직수(徐直修), 비인 현감 이가환(李家煥), 청양 현감 이명우(李命瑀)는 이병정의 말을 듣고 백성을 돈 한푼 주지 않고 강제로 동원했던 것이다.

이병정을 단천부(端川府)에 정배하면서 정조는 탄식해 마지않았다.

 

“‘대대로 나라의 녹을 먹는 가문’(世祿之家)이 예(禮)를 지키는 경우가 드물어, 조정에 서면 헌신하는 자세가 없고, 벼슬을 하면 제 잇속만 챙긴다는 비방이 있다. 불행하게도 2, 3년 이래 죄를 저질러 형벌을 받은 자는 탐오(貪汚)가 아니면 역적질을 저질렀다. 그 결과 조정이 텅 비어 일망타진된 것과 같고, 이와 같은 경우를 모면한 사람이 드물다. 아아, 이것은 무엇 때문인가? 어찌 세신(世臣)만의 불행이랴. 곧 국가의 불행인 것이다.”

 

세록지가, 즉 ‘대대로 나라의 녹을 먹는 가문’이 곧 ‘세신’이고 벌열이다. 18세기 이래 조선의 모든 관직은 수십개 벌열 가문의 독점물이었다. 벌열의 관심사는 관직의 독점을 통해 국가권력을 장악하는 데 있었다. 백성과 나라는 관심사가 아니었다. 권력과 치부(致富)를 위해 이들은 정조의 말처럼 역적질까지 서슴지 않았다.

 

무슨 대학의 무슨 학과를 나와서, 무슨 고시에, 무슨 시험에 합격하고, 검사, 판사, 장관, 차관과 국회의원과 시장과 지사를 지냈거나 지금 그 자리의 명함을 갖고 있는 사람들 중 어떤 자들은 내란을 내란이라 부르지 못하고, 폭동을 폭동이라 하지 않는다. 국민이 빈곤해지건 나라가 망하건 그들의 관심은 오직 자기 권력의 유지에 있을 뿐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의 벌열이 아닌가?

 

아, 이병정은 어떻게 되었냐고? 귀양지에서 놀다가 돌아와 억울하다는 말을 늘어놓았고, 같은 패거리의 도움으로 다시 관로(官路)에 들어섰다. 사헌부 대사헌, 사간원 대사간, 홍문관 제학, 강원도와 함경도 관찰사를 거치고, 이조판서, 병조판서까지 올랐다. 과연 벌열이었다.

사족. 만약 대한민국에 개혁이 있어야 한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인가?

 

인문학 연구자

 

 

강명관 인문학 연구자

자택 급습한 경찰들에게 압수수색을 당하던 중 추락사

 
 
러시아 가수 바딤 스트로이킨. 바딤 스트로이킨 유튜브 화면 갈무리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해온 러시아 가수가 경찰의 수사를 받던 중 아파트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러시아의 독립매체 모스코 타임스는 6일(현지시각) 현지 언론 폰탄카를 인용해 가수 바딤 스트로이킨(59)이 전날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 자신의 아파트 10층에서 떨어져 숨졌다고 보도했다. 스트로이킨은 우크라이나군에게 자금을 지원했다는 혐의로 경찰의 수사 선상에 올라 있던 가운데, 이날 자택을 급습한 경찰들에게 압수수색을 당하던 중이었다. 수색 과정에서 그는 잠시 물을 마신다며 부엌 쪽으로 갔다가 창밖으로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재 스트로이킨의 사망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트로이킨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 정부와 푸틴 대통령을 비판해왔다. 지난 2022년 3월에는 “이 바보(푸틴)는 형제 국가뿐 아니라 자기 국민을 향해서도 전쟁을 선포했다. 그의 죽음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다만 그가 재판받고 감옥에 가길 원한다”고 적었다.

 

스트로이킨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저명한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시베리아 최북단 교도소에서 수감 도중 의문사한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에스엔에스에 푸틴 등 집권세력을 겨냥해 비판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 한겨레 김규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