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주도로 발표된 보고서 내용과 같아…민주당은 반발

 

 
 
                      백악관 누리집 갈무리

 

백악관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의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내용을 게재해 정치적 공방이 예상된다. 앞서 미 연방 하원 감독위원회에서 공화당 주도로 발표된 보고서와 동일한 내용으로, 민주당은 이를 지지하지 않는 입장이다.

 

백악관은 현지시각 18일 공식 누리집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야생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염된 것이 아니라, 중국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만들어졌다’는 취지의 글을 게재했다. ‘실험실 유출’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백악관 쪽은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가 바이러스 돌연변이를 연구했고 소속 연구자들이 2019년 가을부터 코로나19와 유사한 바이러스에 감염돼 질병을 앓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내용은 지난해 연방 하원 감독위원회에서 공화당 주도로 발표된 보고서 내용과 같다. 공화당 소속인 제임스 코머 하원 감독위원회 위원장은 성명을 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에게 코로나19의 진실을 제공했다”고 반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발생 후 중국이 인위적으로 바이러스를 만들었다는 주장과 함께 중국 책임론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런 입장에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라울 루이즈(캘리포니아) 연방 하원의원은 백악관의 ‘중국 유출설’ 게재에 대해 “팬데믹 당시 초기 대응 실패를 은폐하려는 시도”라고 꼬집었다.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해선 미 정보 당국들의 입장도 갈린다.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 에너지부는 바이러스가 중국의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국가정보위원(NIC) 등 다른 정보기관은 자연발생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  < 한겨레 엄지원 기자 > 

일본 우익단체들 혐한 시위와 비슷
“중국인 이웃들 보기에 창피…나라가 역행”

 

 
 
                          자유대학 유튜브 갈무리

 

“짱×, 북괴, 빨갱이들 대한민국에서 빨리 꺼져라”

 

서울의 ‘작은 중국’이라고 불리는 광진구 자양동 ‘양꼬치 거리’ 인근에 사는 직장인 박아무개(33)씨는 지난 17일 퇴근길에 수상한 노래를 부르는 행진 대열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과잠’(대학교 학과 점퍼)을 입고 태극기를 든 청년 무리가 중국인이 많은 주택가 한복판에서 혐중 가사의 노래를 반복해서 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18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중국인이 많은 동네에서 혐중 시위를 하며 대놓고 마찰을 일으키려는 극우 청년들의 행동을 보고 일본 극우들이 한인타운에서 하는 혐한 시위가 떠올랐다”며 “대학 과잠을 입은 학생들이 당당하게 혐오 발언을 하는 모습이 폭력적이었다. 중국인 이웃들 보기에 너무 창피하고 우리나라가 역행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1일 관저에서 퇴거할 때 정문 맨 앞에서 윤 전 대통령을 맞이했던 극우 단체 ‘자유대학’의 회원들이다. 지난 17일 자유대학 회원들은 서울 지하철 뚝섬역 인근에서 집결해 건대입구역까지 행진하며 “윤 어게인”을 외쳤다. 큰길을 따라 진행된 본행진이 종료된 뒤 일부 참가자들은 주택가 골목길에서 늦은 밤까지 혐중 노래를 불렀다.

 

자유대학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라온 이날 행진 예고 글에는 “성수에 중국인들 많더라 가서 뿌셔보자”, “건대입구역 뒷골목 양꼬치 짱××들 화들짝 놀라겠네” 등의 인종차별성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노골적인 혐중 발언을 이어가는 광경을 중국인 주민들도 함께 지켜봤다. 일부 중국인 상인들은 갈등을 유도하는 듯한 이들의 행동에 “우리가 투표권이 있냐, 뭐가 있냐”, “자기네 정치 얘기를 왜 여기 와서 하느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중국인 상인과 시위 참여자 일부가 서로를 폭행하는 등 마찰이 생겨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이렇게 노골적인 ‘혐중’ 시위는 일본 우익단체들이 도쿄 한인타운 등에서 벌이는 혐한 시위와 비슷하다. 도쿄의 신오쿠보는 한국 식당과 화장품 가게 등이 늘어선 대표적인 한류 거리로 일본에서 ‘작은 한국’으로 불린다. 2012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일본 내 혐한 기류가 거세졌을 때, 일본 우익단체들은 이곳을 찾아 혐한시위를 자주 벌인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혐중 시위는 전형적인 ‘혐오 확산’의 경로라고 지적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과)는 “특정 소수자 집단을 찍어 온라인상에서 조롱하는 것을 넘어서 오프라인으로 나와 타격을 가하는 것은 전형적인 혐오 확산의 경로다. 최근 윤 전 대통령과 일부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노골적으로 혐중을 부추기는 상황이 이런 혐오 시위의 배경에 있다고 본다”며 “어떤 집단을 찍어 공격하는 분위기가 사회에 자리를 잡으면 그다음에는 새로운 타깃을 향해 혐오를 확산시킬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합리적인 정치인들이 나서서 혐오 정서에 단호하게 선을 그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한겨레 이지혜  박고은 기자 >

최근 평화 협상 진행 지지부진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불만 표출

 

 
 
18일 블라디미리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관저에서 러시아 안보회의 상임위원들과 화상 회의를 하고 있다. TASS연합

 

미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정전 협상을 중단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18일(현지시각) “향후 며칠 안에 진전이 없으면 미국은 이 노력에서 손을 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중재를 그만두겠다는 이야기다.

 

아에프페(AFP)는 루비오 장관이 이날 파리에서 미국·우크라이나·유럽 관계자들과의 회담을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지난 3년간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왔고 이 전쟁이 끝나길 원하지만, 이건 미국의 전쟁이 아니다”라며 “향후 며칠 안에 이게 단기적으로 실현 가능한지를 판단해야 하며, 실현 불가능하다면 우리는 그냥 이 협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집중해야 할 다른 우선 과제들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또한 “이 문제에 대해 매우 강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최근 평화 협상 진행이 지지부진한 것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불만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면 24시간 내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며 호언장담했었다. 취임 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군사 원조를 중단하겠다고 압박하며 30일간의 무조건적인 휴전안 동의를 받아냈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에너지 시설에 대한 상호 공격만 30일간 중단한다는 부분 합의안에 지난달 25일 합의했을 뿐이다.

 

이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러시아가 지난13일 우크라이나 수미 지역 민간 시설에 미사일 공격을 퍼부어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러시아에 시간만 벌어 줬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날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X(구 트위터)에 글을 올려, 러시아가 다수의 미사일 공격을 감행해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정전 협상 조건으로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포기해야 하며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영토를 사수하려 하며, 향후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기 위해 미국 등 서방 동맹이 안보 보장을 약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18일 하르키우에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화장품 제조사 건물을 살펴보고 있다. 하르키우와 수미 지역에서 하룻밤 사이 러시아의 공습으로 2명이 사망했고 70여명이 다쳤다고 이날 당국이 밝혔다. AFP연합

 

이번 미국의 중재 중단 경고는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광물 협정’ 체결을 위한 첫 단계를 밟았다는 소식과 맞물려 나왔다. 이날 양국은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투자 펀드 조성을 포함하는 경제 협력의 일환으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양해각서에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파괴된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투자 펀드 설립도 포함된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광물 협정을 바탕으로 미국으로부터 안보 보장을 받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미국은 안보 보장을 제공하기를 꺼려 왔다.  < 한겨레 정유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