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선권 조평통위원장 10시16분께
조명균 장관 앞으로 전통문 보내와
통일부 “대북제재 위반 논란 없게 준비”

한-미 국방장관이 경기도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대북 메시지를 발표한 지난 10월27일 오후 북한 병사들이 남측을 바라보고 있다. 공동취재단

북한이 9일 판문점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을 열자는 문재인 정부의 제안을 받았다. 남북 대화가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통일부는 5일 “북측이 우리 측이 제의한 9일 판문점 평화의집 회담 제안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북한은 오전 10시16분께 우리 측에 회담과 관련한 전통문을 보내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백 대변인은 “(회담) 의제와 관련해서는 평창올림픽 경기대회를 비롯한 남북관계 개선 문제”라며 “회담 개최와 관련한 실무적인 문제들은 문서 교환 방식으로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날 보낸 전통문의 명의는 북 조평통위원장 리선권, 수신은 대한민국 통일부 장관 조명균으로 돼 있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통일부는 실질적인 회담 준비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백 대변인은 “남북회담 준비 절차에 따라서 전략회의, 기획단회의, 모의회의 등을 진행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 간 합의 후에 아이오시(IOC·국제올림픽위원회) 측과 협의할 부분이 있으므로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며 “북측도 내주 중에 아이오시 측과 협의를 가질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 대변인은 또 정부가 북한 대표단에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위반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패럴림픽 참가와 관련해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서 대북제재 위반 등의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면서 “그런 차원에서 준비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 정부의 대북 제재 명단에 오른 인사가 북한 대표단에 포함될 경우에 대해서도 그는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저희가 잘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틀을 깨지 않는 선에서 해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앞서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북한 올림픽위원회(NOC)가 평창동계올림픽의 참가를 원한다면 장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을 ‘올림픽 솔리더리티'(Olympic Solidarity)로 지불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림픽 솔리더리티는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올림픽 중계권을 팔아 얻은 수익으로 마련하는 자금으로, 올림픽 관련 지원을 필요로 하는 국가 등에 선수 육성 등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데 쓰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참가 비용 관련해서는 국제올림픽위원회 쪽 지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 김지은 기자 >


북미·유럽대륙에 ‘폭탄 사이클론’ 강타
올겨울 북극해빙면적 감소 역대 두번째
한파 부르는 북극진동지수도 강한 음의 값
극소용돌이 약해져 북극 한기 남하한데다
바다에서 공급된 따뜻한 수증기 만나 폭설

‘폭탄 사이클론’이 미국 북동부를 강타한 가운데 나이아가라폭포가 얼어붙었다. 연합뉴스

미국 북동부를 덮친 ‘폭탄 사이클론’으로 사망자가 잇따르고 있다. <유에스에이 투데이>(USA today)는 4일(현지시각) 이번 한파로 인한 사망자 수가 17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텍사스에서 3명이 한파로 동사하고,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눈 쌓인 길을 달리던 자동차가 전복돼 2명이 숨졌다. 4일에만 4000편이 넘는 비행기가 결항됐으며 뉴욕·필라델피아·보스턴 등지의 많은 학교들이 폐쇄됐다. 시속 95㎞의 강풍을 동반한 폭설로 보스턴에는 최고 45㎝의 눈이 쌓였고 남부인 플로리다주에도 30년 만에 눈이 쌓였다. <워싱턴 포스트>는 5~6일 미 북동부 지역의 기온이 사상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북미의 ‘폭탄 사이클론’은 왜 발생했을까?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누리집 등에서 북반구 중위도 지역의 겨울철 한파 선행 요소인 북극해빙 면적과 북극진동지수를 살펴보면 이번 한파는 예고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폭탄 사이클론’은 기압이 24시간 안에 24밀리바 이상 떨어지는 폭탄급 폭풍을 일컫는다. 이번 사이클론은 북미 대륙의 따뜻한 해양 기류가 북극에서 내려온 한기와 만나 기압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북극 상공에 갇혀 있던 한파가 미국 북동부까지 내려온 것은 극 소용돌이(폴라 보텍스)의 강도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극 소용돌이가 약해지는 현상이 북극해빙 면적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기상학자들에 의해 밝혀져 있는 사실이다. 극 소용돌이 강도가 주기적으로 바뀌는 북극진동 현상은 지수로 나타내는데, 올해 북극해빙 면적과 북극진동지수는 북극 한기가 중위도 지역을 기습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2월 북극해빙 면적은 1175만㎢로 위성 촬영을 시작한 1979년 이래 역대 둘째로 적었다. 1981~2010년 30년 평균보다 109만㎢ 작고, 역대 최저인 2016년 12월보다 불과 28만㎢가 큰 면적이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변하고 있다. 또 북극진동지수는 지난해 11월부터 12월 중순까지 강한 음의 값을 보이고 있다. 북극진동지수가 음의 값이면 보름에서 한달 뒤 중위도 지역에 한파가 닥칠 확률이 높아진다.

북극해빙 면적이 감소한 지역에서 방출된 열과 수증기가 성층권까지 전달되면 북극 상공 2㎞ 성층권에 영하 40~50도의 한기를 가둬두고 있는 극 소용돌이가 약해져 한기가 하층으로 내려온다. 북극진동지수가 음일 때는 대류권에서 뱀처럼 사행을 하는 제트기류가 중위도 지역까지 처지면서 북극 상공에서 내려온 한기가 그대로 중위도 지상에까지 전달돼 한파가 닥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제트기류가 동아시아 쪽으로 처져 우리나라에 초겨울 한파를 가져왔고, 1월 들어서는 그 지역이 북미와 유럽 대륙으로 변한 것이다.

북극해빙 감소가 기상·기후에 영향을 주는 원리. 북극해빙 감소 지역에서 열과 수증기(지표면 열속)를 방출하면 대기 흐름에 따라 성층원에 전달되고, 이로 인해 북극 소용돌이가 약해져 중위도 지역까지 처지면서 북극 한기를 전파해 한파와 폭성이 발생한다.


김백민 극지연구소 기후변화연구부 책임연구원은 “북서태평양 지역에서 라니냐 관련 수증기 수송이 많아져 북미 지역에 따뜻한 공기가 들어와 있는 상태에서 성층권의 차가운 공기가 남쪽 깊숙이 급격하게 내려와 폭설과 한파가 닥쳤다. 해마다 북극 소용돌이가 약해져 북극 한기가 중위도 지역으로 내려올 수 있는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상태인데 올해는 적도 지역 따뜻한 공기의 북상까지 겹쳐 폭탄 사이클론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근영 김효진 기자 >


[1500자 칼럼] 내가 뽑은 성군 (聖君)

● 칼럼 2017. 12. 28. 18:20 Posted by SisaHan

성군(聖君)이란 인덕이 아주 뛰어난 어진 임금을 말한다. 요새같이 임금이 드문 세상에는 한 나라의 최고 정치 지도자라고 할 수 있겠다. 누가 나보고 조선 역사에 남는 성군을 말해보라면 제 4대 임금 세종대왕과 제22대 임금 정조를 꼽겠다. 세종은 한글을 만든 임금으로 조선 517년 역사에 가장 찬란하고 후덕한 발자취를 남긴 임금이니 별 수식이 필요 없지 싶다. 정조는 생각 밖으로 진보적인 생각을 가졌던 임금으로 24년 3개월간 조선을 통치하다가 석연치 않은 일로 죽었다.
정조는 뒤주 속에서 죽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당시 조정 안팎을 주무르던 노론 세력에 눌려 말 한번, 행동 한번 마음 속에 있는 대로 내놓아 보질 못하고 세자 시절을 보냈다. 주위에는 자기를 헐뜯기에 바쁜 노론세력들이 눈을 부릅뜨고 있고 왕위에 오르기 전이나 후에도 그를 죽이려는 암살 기도가 끊임없었던 세상. 정조가 임금이 되고 나서도 그를 죽이려는 세력들이 존현각 지붕을 뚫고 들어가려다가 밤 늦도록 책을 읽는 정조에 들켜 도망치지 않았던가.

왜 정조가 내가 뽑은 성군 둘 중에 들어가는지를 설명할 차례다. 정조가 임금자리에 오른 것은 그가 24살, 아버지 사도세자가 죽은 지 꼭 13년 만이다. 그는 왕위에 오르자마자 아버지 사도세자를 죽이는데 앞장섰던 처 삼촌 홍인한, 정후겸, 아버지 영조의 새 장인 김귀주 등을 사형했다. 정조의 장인, 그러니까 홍봉한은 당시 노론의 총수로 사도세자를 죽이자는 것을 노론의 당론으로 합의를 본 사람이고 사도세자가 들어앉을 뒤주까지 구해서 영조에게 바친 사람이다. 홍봉한도 사형 후보자에 올랐으나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배려하여 죽이지는 않았다. 혜경궁 홍씨는 망해가는 친정을 구하기 위하여 4번에 걸쳐 <한중록>을 썼다. 그러니 <한중록>을 사도세자의 참상을 회고하는 고백이라기 보다는 무너져가는 친정을 살리기 위한 정치적 백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사가들의 의견이다.

둘째, 정조가 성군이라는 이유는 정조의 인재기용 및 문예부흥이다. 정조는 이승훈이 북경에 가서 세례를 받고 돌아온 후에 빠르게 교세를 확장하고 있는 천주교에 대해서 조정에서 이들에게 너무 예민하게 대하지 말 것을 제안했다. 정조는 지식인들, 그것도 서출(庶出) 계열의 학자들을 대거 등용, 규장각을 세워 문예 부흥을 시도했다. 양반가에서 태어난 서자는 주인 못지 않는 학문을 이루었는데도 어머니의 신분이 낮다는 이유 하나로 차별대우에 시달렸다. 이에 정조는 성호 이익의 서자 청장관(靑莊館) 이덕무, 유관의 서자 유득공, 북촌 사대부집의 삯바느질로 서출 아들을 당대 제일의 학자로 만든 초정(楚亭) 박제가 등 실로 기라성 같은 큰 학자들을 대거 기용했다. 진보적인 생각을 가졌던 정조는 현실에서 소외된 선비들이 모여서 실학의 한 주류인 북학파, 즉 농산업 중심의 개혁론을 주창한 이용후생학파의 형성을 말없이 도왔다. 북학파의 근본취지는 청나라의 발전된 문물을 배우자는 것. 겉으로는 매년 사신을 보내면서도 청나라를 오랑캐라며 멸시하는 성리학자들의 이중적 처신이 지배하는 나라 조선에서 청나라를 배우자고 주장하는 것은 당시로써는 혁명적인 인식 전환이었다.

정조는 뒤주 속에서 죽은 아버지 사도세자를 생각하면 금새 피눈물을 쏟는 심정이 되곤 했다. 양주 배봉산 언덕에 묻힌 사도세자의 무덤은 수은묘라 불렸다. 정조가 사도세자의 무덤을 옮기기로 마음먹었던 것은 10년 넘어 일, 노론의 눈치를 보느라 이렇게 늦었다. 정조가 성군이란 증표는 사도세자의 수은묘 이장에서도 잘 나타난다.

그는 무엇보다도 이주한 백성들에게 후하게 보상해주는 것은 물론 더 살기 좋은 곳으로 이주지를 잡아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둘째는 백성의 강제부역을 일체 금지하는 것이었다. 이주해야 할 백성은 200여 가구. 정조는 균역청의 돈 10만량을 이주비로 사용케 하고 내탕금(임금의 자금)까지 희사했다. 정조는 “털끝만한 폐도 백성들에게 끼치지 않겠다.”면서 사도세자의 상여도 백성의 부역이 아니라 일꾼을 사서 상여를 매게 했다.

시대가 흘렀어도 인간 됨됨이가 좋은 자질로 태어난 사람이 있고 나쁜 자질로 태어난 사람들이 있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맞장구를 치지 싶다. 우리는 1945년 해방 이후 한번도 성군을 가져보지 못했다. 그 반대로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죄 없는 사람을 잡아다가 거짓 자백을 강요한 뒤 좌파니 종북세력이니 하는 올가미를 덮어 씌우는 것을 능사로 삼는 악질 관리, 악질 정치가들만 쏟아져 나왔다. 학교에서는 도덕을 가르치고 사회생활을 가르치는데도 날이 갈수록 이 사회는 점점 거칠어지고 혼탁해 가기만 한다. 성군다운 정치가는 언제 오려나.

< 이동렬 - 웨스턴 온타리오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