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백일동안 지지 않는다는 백일홍도 있고 요즈음 양란도 거의 백일동안 예쁜 모습을 보여 줍니다. 아무리 예쁜 꽃도 십일을 넘기지 못한다는 이 말은 세상사가 다 그렇다는 이야기이겠지요. 지난 달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기자회견을 보면서 문득 이 단어가 떠올랐답니다. 천년 만년 권좌에 있을 것 같이 자신을 감쪽같이 감추고 큰소리 치던 때가 엊그제 같습니다. 유명한 명박산성으로 그의 사람됨을 나타내더니, 그 명박산성 만든 친구를 측근으로 두고 보호할 때는 두손 다 들게 만들었지요. 자기가 다 안다는 위험한 생각이…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격지심이… 결국 작금의 대한민국이 되었지요. 회사를 경영할 때는 수직적인 관계가 확립되어 있지만 민주주의는 말 그대로 국민이 위에 있고 대통령은 그 국민의 뜻을 받들어 일해야 하는데 나라를 회사로 착각 한 것이 가장 큰 실수라 할 수 있겠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실수를 인정하며 잘못을 고백할 때 어른이 된다고 합니다. 우리는 불행히도 지난 10년동안에 너무나도 다른 두 대통령을 나라의 수장으로 맡겨 두었었습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 것에 더 관심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보이는 것에는 약했지만 그 때의 경제는 그래도 지금보다야 나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내가 더 잘 안다는 생각 때문에 실언과 실수가 그의 이상을 흠집 내게 만들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보이는 것에 올인 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이 무시되었습니다. 정의와 진리, 도덕성과 자연의 순리가 철저히 외면되었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보이는 것이 모두 잘 되지도 않았습니다. 목포 대불단지의 전신주는 단 한개만 옮겨졌을 뿐이고, 그 전신주가 옮겨졌으면 도로의 커브도 넓혀야 마땅한 데 전신주만 옮기고 뽑아버린 전신주 자리엔 다시 보도브럭을 깔아 두었으니 지금도 트럭들은 그 보도브럭을 올라타면서 돌아야하는 불편을 겪고 있답니다.

어찌 대통령 한 사람만을 탓할 수 있겠습니까. 한심한 공무집행자들의 창의성이 전혀 없는 돌머리도 문제가 되겠거니와 사건(?)을 만들지 않으려는 무사안일주의가 지금도 나라돈을 좀먹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새 대통령을 선출하였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나라 다스릴 권한을 옮겨 주었습니다. 이번에도 전신주를 옮겼다는데 그래도 시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준 것이 다행입니다. 그러나 지금 누리고 있는 부와 명예가 어디로부터 나왔는지는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 입니다. 스스로 되새겨 보아야 할 문제 입니다. 이것을 그냥 넘긴다면 다시, 법과 질서가 무의미한 나라가 될 것입니다. 인간이 어떻게 죽느냐가 사는 것보다 중요함 같이, 아침 이슬방울 같은 5년 후를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도덕이 먼저인 나라가 되었으면 합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나라이기를 소원합니다.

자신을 위해 충성한 가신을 아끼는 것은 인지상정이요 도리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국민을 생각해야 하겠습니다. 투표를 한 국민이 일등공신(?)이니까요. 제2의 유인촌, 최중경이 두려운 까닭은 무엇일까요? 허나, 이제는 걱정해 봐야 쓸데 없는 시점입니다. 지켜보고 기다리는 수 밖엔 없습니다. 지구의 한 조그마한 부분, 거기에 5천만이 북적대는 나라. 그러면서도 경제대국을 이룬 나라! 자랑스럽습니다. 다만 선진국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기에는 아직 이른 나라입니다. 보이는 것 만으로 사물을 평가할 수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세상을 이끌어가고 있음 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힐러리 국무장관과 함께 하였던 것 같이 우리나라도 그런 나라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고 노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사실이 아니라고 이제야 판결지어졌습니다. 서해 북방한계선 거론도 사실이 아니라고 발표하였습니다. 왜? 이제서야 판결을 하는 걸까요? 노건평씨를 구속하더니 혐의없다고 풀어주는 한심한 권력자들….

부자가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가난이 행복이라고 말 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나라, 차림새와 집의 크기, 좋은 자동차가 성공의 기준이 아닌 나라, 진정 개인의 자율성이 보장받고 인정되는 나라가 되기를 소원해봅니다. 유명 연예인의 성추문 사건으로 또 다른 사건을 묻혀 보려고 한다는 시중의 잡음같은, 이런 일이 사실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래는 마음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걸고 있는 국민의 기대가 이루어지고, 우려가 그저 우려로 끝나는 5년 후를 그려 봅니다.

< 정훈태 - 동산교회 장로 >


얼마 전에 캐나다의 국영방송인 CBC에서 작년에 작고한 신민당(NDP)당수였던 잭 레이톤(1950~2011)에 대한 특집드라마를 보았다. 나는 어디를 막론하고 정치인에 대해 호감이 없는데, 그는 내가 호감을 가졌던 캐나다 정치인의 한 명이다. 당연한 것인지 이상한 것인지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캐나다의 정치에 대해 관심이 없다. 오히려 선거권도 피선거권도 없는 한국 정치에 더 관심이 많다.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캐나다의 정치에는 관심이 없고, 고작 어느 당이 이민자들을 더 우대하는지 그 점을 주로 따진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대부분의 이민자는 캐나다의 정치발전 과정을 모르고, 당연히 정치인도 잘 모르고, 정책을 모르기 때문이리라. 어찌 보면 모르기에 관심이 없고, 관심이 없기에 모르는 악순환이 계속 되는 것 같다. 캐나다의 역사까지 공부한 적이 있지만, 역대 수상들의 이름은 기억해도, 그들이 행한 정치를 기억하지 못한다. 지금의 정치를 보더라도 자유당과 보수당이라는 양당체제로 굳혀져 서로 정권을 뺐고 빼앗기는 판에 박힌 구조 안에서, 설사 정당이 바뀌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어 보인다. 캐나다가 정치적으로 안정된 사회여서 그럴까?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변화를 원하는 이상주의자들은 늘 누군가 새로운 정치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영웅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고 할까? 역사적으로 볼 때 그런 영웅들은 카리스마가 강해 대부분 독재자로 변하지만….설사 눈에 보이게 사회를 변화시키지는 못하더라도, 다른 정치인과 비교해 어딘가 다른 인물이 나타나기를 원한다. 작년에 암으로 작고한 잭 레이톤은 그런 정치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의 죽음이 무엇보다 안타까운 이유는 보수당과 자유당에 밀려 만년 제3당인 신민당을 지난 2011년 선거에서 제일 야당으로 끌어 올려 놓았다는 사실이다. 신민당이 그때 100석을 넘게 의석을 확보한 것은 당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런 정치인으로서의 승리의 기쁨도 잠깐 그런 절정기에 그는 죽은 것이었다. 정치인으로서 앞에 펼쳐진 무한한 가능성을 뒤로 두고….

그는 누구보다 이 사회의 밑바닥층, 소외된 계층의 사람(노숙자나 에이즈 환자)들을 위하여 일한 정치인이었다. 그런 까닭에 토론토 시가 막대한 돈을 들여 스카이 돔(로저스 센타)를 짓는데에 반대했다. 토론토 시가 관리 및 유지비를 감당 못해 거의 거저라고 할 수 있는 헐값에 판 사실을 감안하면 그의 예견은 들어맞은 셈이다. 전시 효과로 무엇을 짓고, 거창한 올림픽같은 국제적 행사를 열려는 대부분의 정치인과는 분명 다른 셈이다. 그는 정치 생활을 토론토 시의원으로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로 유명했다. 오죽했으면 중국계 여자인 올리비아 챠우와의 결혼식 전날 자전거를 타고 가다 신문 가판대에 부닥쳐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그들은 중국인을 위한 자선 경매에서 한 명은 경매인으로, 다른 한명은 통역으로 참여했다 만났다.

내가 그에게 호기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그가 영국계 백인으로서 중국계 여자와 결혼을 했다는 점이다. 정치인, 그것도 지도자급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가? 말로는 평등을, 차별없는 인간관계를 외치지만, 그들은 사회 지배계층으로 보통사람들과는 다른 자기들만의 계급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들은 백인 중의 백인이다. 결혼은 물론이고 자녀들 교육조차, 아무나 가지 못하는 그들만의 사립학교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 언젠가 신민당의 당수가 그의 자녀를 명문 사립학교에 보내 말이 많았던 적도 있었다. 현실적으로 다른 인종과 결혼을 하는 지도자급 정치인은 많지 않다. 일반 사람들도 아직도 쉽게 버리지 못하는 편견과 관습을 버렸다는 사실에 나는 그를 더욱 좋아했다. 토론토 시에서는 그를 추모하기 위해 내가 자주 가는 호숫가의 섬(센터 아일랜드)으로 가는 터미널을 Jack Layton터미널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들 부부가 자주 자전거를 타러 섬에 가기 위해 애용하던 곳이다.

< 박성민 - 소설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 / 동포문학상 시·소설 부문 수상 >


[기고] ‘서울 불바다’가 쉬운가

● 칼럼 2013. 3. 23. 18:51 Posted by SisaHan
“북한의 도발 위협보다 대형마트 휴무가 더 불편한 일”이라고 말하는 서울의 중년들에게 북한은 거짓말하는 양치기 소년일 뿐이다. 
북한이 말로 뱉어낸 위협대로라면 서울은 벌써 수십번은 불바다가 되고도 남았을 일이지만 이제 그런 ‘한반도 묵시록’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실 김정은 입장에서 서울을 핵무기나 장사정포로 타격하기에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첫째, 이미 수도권에는 수많은 외국인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은 모두 140만9577명으로 전년보다 11.4% 증가했다. 국적별로는 한국계 중국인을 포함한 중국 국적자가 78만1616명(55.4%)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는 베트남 16만2254명(11.5%), 미국 6만8648명(4.9%), 남아시아 6만2862명(4.5%), 필리핀 5만9735명(4.2%) 순이다.
 
북한이 서울을 ‘불바다’, ‘핵바다’로 만들기 위해 장사정포를 마구 쏘아댄다면 그들의 동맹국인 중국과 세계 여러 나라가 자국민 보호를 위한 조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장사정포 사정거리 안에 있는 수도권에 외국인이 몰려와 있다. 경기 안산시(6만583명), 서울 영등포구(5만7180명), 구로구(4만3239명), 경기 수원시(4만537명)로 모두 북한 장사정포 사정거리(70㎞) 안이다. 북한은 세계와 전쟁을 해야 한다.
 
둘째, 전쟁 때 이 외국인들은 탈출하기 어렵다. 특히 영미계의 외국인이 전쟁 때 본국으로 안전하게 탈출하려면 각국 대사관이 마련한 비상계획대로 성남 서울공항에 집결해야 한다. 여기서 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타야 하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공항 인근에 제2롯데월드 건립을 허가하여 사실상 유사시 서울공항의 기능을 마비시켰다. 
그다음 집결지는 오산 미 공군기지인데, 우리 군은 교통을 전면 통제하게 되면 걸어서라도 가야 하는데 꼬박 하루가 걸린다. 결국 퇴로가 차단된 외국인들은 오도 가도 못하고 서울 불바다의 인질이 되는데, 이것이 김정은을 난처하게 한다.
 
셋째, 서울이라는 이상한 도시는 북이 쏠 테면 쏘라는 식으로 배짱을 부린다. 
현재 수도권에 화생방에 대비한 1등급 대피시설은 23곳(6000평)에 설치돼 있는데, 이는 핵전쟁에서 전체 거주자의 0.08%밖에 수용할 수 없다. 방사성 진료기관 역시 1차 진료기관이 12곳, 2차 진료기관이 14곳밖에 없기 때문에 유사시 사상자 처리 대책이 거의 없다. 
핵전쟁이 아닌 재래식 무기에 의한 공격에는 총 2만6000여곳의 대피시설에서 견딘다고 하지만 에너지·식수·통신 공급이 전면 차단되기 때문에 버티기 어렵다. 그렇다고 서울시민을 피난시키는 정부 계획을 세우기도 불가능하다. 그렇게 무방비로 목숨을 내놓겠다는데 이것은 김정은을 더욱더 난처하게 한다.
 
역사상 적의 대포가 불과 40㎞ 밖에서 위협하는 전쟁터에 1500만명이 거주하는 경우는 없었다. 비좁은 전쟁터에 이렇게 높은 인구밀도는 역사상 어떤 전쟁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서울은 이미 대한민국의 도시가 아니라 전세계가 공유하는 도시다. 
전쟁 위협 앞에서도 천진난만하게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는 서울은 냉전시대에 만들어진 억지와 방어라는 안보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는 아주 이상한 도시다.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으나 직관적으로는 “전쟁은 없다”는 사실을 서울시민은 이미 간파하고 있다. 그걸 아는 북한은 자신의 불바다 협박이 통하지 않는다는 데 크게 허탈해할 일이다. 

< 김종대 -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