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권분립 정신’도 모르는 대통령

● 칼럼 2015. 12. 11. 17:55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박근혜 대통령이 8일 노동과 경제 관련 법안, 테러방지법의 입법에 신중한 야당을 겨냥해 ‘명분과 이념의 프레임에 갇힌 기득권 집단의 대리인’, ‘청년과 나라의 미래에 족쇄’라는 거친 표현을 쓰며 맹비난했다.
전날 여당인 새누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매우 강경한 어조로 법안 처리를 ‘지시’하더니, 그걸로는 성이 안 찼는지 이번엔 야당을 직접 겨냥하고 나섰다.
여야를 번갈아가며 독설을 퍼붓는 걸 보면서, 도대체 박 대통령은 국회를 뭐로 보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나라가 삼권분립의 정신이 작동하는 민주공화국인지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헌법에서 입법권을 대통령 손에 쥐여주지 않고 국회에 맡긴 건, 권력을 견제하고 균형을 잡기 위해서다. 이것이 민주주의 체제의 기본이고, 이걸 부정하는 순간 왕정과 다를 바 없게 된다. 권력 분산 속에서 대통령이 원활하게 국정을 운영하려면, 국회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설득하려 노력해야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민주당뿐 아니라 야당인 공화당 의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법안을 직접 설명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그게 정도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역대 대통령들이 야당 의원과 직접 대화하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그래도 정무장관이나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야당과 수시로 접촉하며 이견을 좁히려 애써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다르다. 여당 지도부를 마치 부하 다루듯이 하는 건 물론이고, 야당은 아예 설득할 생각조차 않고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국민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협박’한다. 박 대통령에게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권력의 한 축이 아니라, 청와대의 시종쯤으로밖에 보이질 않는 모양이다.


대통령에게 야당과 소통하라는 건, 야당 국회의원들의 민원을 들어주란 얘기가 아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에 반대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란 것이다.
박 대통령은 노동 관련 법안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게 청년 고통을 가중시키는 행위라고 비난하지만, 지자체의 청년수당은 ‘범죄’라고 까지 제지하는 이중성에, 법안이 통과되면 아버지들을 해고하는 게 쉬워질 거란 우려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대통령은 이런 우려를 제기하는 노동조합을 직접 만나 설득해보지도 않고 왜 기득권 세력이라 비난만 하는가.
박 대통령은 야당의 비협조를 탓할 처지가 아니다. 대통령 스스로 국회와 국민에게 얼마나 열린 자세를 보였는지부터 먼저 반성해야 한다.



[사설] 검찰은 망할 길을 찾을 것인가

● 칼럼 2015. 12. 11. 17:53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구형한 임은정 의정부지검 검사가 강제로 퇴직당할 위험에 처하게 됐다. 일을 잘한다고 검찰총장상을 받고 우수 여성검사로도 선정됐던 임 검사가 올해 적격심사를 받은 검사 250여명 가운데 몇 안 되는 심층적격심사 대상이 된 것이다.

임 검사가 퇴직 명령까지 받게 되면, 부패 검사나 무능 검사가 아닌데도 쫓겨나는 어이없는 일이 현실이 된다. 임 검사가 이런 일을 겪게 된 것은 2012년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선고해달라’고 ‘백지구형’을 하라는 검찰 상부의 지시와 달리 ‘무죄’를 구형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당시 임 검사가 다른 검사에게 사건을 넘기라는 부장검사의 지시를 어기고 법정 출입문을 잠근 채 무죄를 구형했다며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이는 매우 부당하다.


과거사 재심에서 백지구형을 하는 것은 이미 무죄임이 역사를 통해 증명된 이들에게 또다시 매질을 가하는 짓이 된다. 임 검사의 무죄 구형은 그래서 검찰의 과거 잘못에 대한 사과일 수 있다. 소신에 따른 무죄 구형이 징계를 받아야 할 잘못일 순 없다.
조작 증거를 법정에 버젓이 제출해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위협한 검사들이 받은 징계가 고작 정직 1개월이었으니 형평에도 어긋난다. 법원도 1·2심에서 임 검사에 대한 징계를 취소하라고 판결한 터다.

그런데도 검찰은 임 검사를 조직에서 끝내 쫓아낼 기세다. 임 검사의 소신과 때마다 쓴소리를 해온 강단이 거슬렸던 모양이다. 검찰 조직에는 소신을 드러내지 말고 입을 닫으라는 ‘으름장’이 될 수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검사 적격심사의 주기를 단축하고 부적격 사유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제출해뒀다. ‘제2의 임은정’이 될 싹을 일찌감치 자르겠다는 것으로 의심된다.
그렇게 검사들을 길들여 자성도 소신도 없이 말만 잘 듣는 조직으로 만들면 검찰의 정치권력 예속은 더 심해지게 된다. 곧, 검찰이 망하는 길이다.



성탄트리가 지키는 교실

● COREA 2015. 12. 11. 17:46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금요일에 돌아온다던 아이들은 두 해가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고 있다. 4·16 가족협의회와 4·16연대, 안산 시민대책위원회는 세월호 참사 600일인 지난 12월6일 오후 경기 안산 고잔동 단원고 합동분향소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실현 의지를 국민과 함께 나누는‘세월호 참사 600일 추모문화제’를 열었다.


오후 2시 단원고 희생자(당시 2학년) 교실에서 시작된 추모행사 뒤 참가자들은 초지동 화랑유원지 합동분향소까지 걸어서 이동해 분향소 앞에서 문화제를 열었다. 유족과 시민들이 둘러 본 단원고 명예 3학년 교실에서 성탄트리가 기약도 없이 떠나가버린 아이들의 자리를 외롭게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