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완전 포위, 중 반격은?

● WORLD 2012. 8. 1. 16:05 Posted by SisaHan
영유권 분쟁 개입·한미일 ‘삼각동맹’등 ‘핵심이익’ 위협

중국은 요즘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태에 당혹하고 있을 것이다.
첫째,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주변국 외교 순방이다. 지난주 프랑스 파리를 들른 클린턴은 아시아로 날아와 일본(7일)-아프가니스탄(8일)-몽골(9일)-베트남(10일)-라오스(11일)-캄보디아(12일)를 숨가쁘게 방문했다. 중국의 동서남북 요충에 있는 나라들이다. 이례적이고 노골적인 중국 포위 외교 순방이다. 클린턴은 지난해 말 미 국무장관으로서는 50년 만에 미얀마(버마)를 방문한 데 이어, 이번에 57년 만에 라오스를 찾았다. 두 나라 모두 그동안 미국과는 최악의 관계였고, 중국과는 아주 친했다.
 
둘째, 남·동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의 격화이다. 일본 및 관련 동남아 국가들이 똘똘 뭉쳐 중국에 대항하는 양상을 확연히 보였다. 여기에는 미국의 개입과 지원이 있다.
올해 들어 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스카버러섬(중국명 황옌다오)에서 양국 순시선이 대치하며 이 지역 영유권 분쟁이 격화되어 왔다. 지난주 미국이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미 국무부가 중국과 일본이 다투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미-일 안보조약의 적용 범위에 있다고 밝혔다. 일본이 실효지배하는 이 섬들이 공격받는다면 미국이 개입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남·동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언급을 삼가던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 해역에서의 통행권 보장과 평화로운 분쟁 해결 등을 말하며 개입을 시작했다. 이번에 안보동맹 발동을 말하며, 무력개입까지 시사한 것이다. 미국은 또 지난주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회의에서 이 분쟁 해결과 관련한 ‘남중국해행동규약’(COC) 채택을 사실상 주도했다. 이 분쟁에서 동남아국가들을 반중 단일 전선으로 묶고, 중국을 이 규약에 구속하려는 의도이다.
 
셋째, 한국과 일본의 군사정보보호협정 밀실 추진이다. 미국의 주문으로 이 협정이 한국에서 무리하게 밀실 추진됐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들 나라가 미국과의 일대일 동맹관계에서 3자 동맹관계로 바뀌는 움직임이다. 1980년대 전부터 얘기되던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이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천안문 사태에 버금가는 최대 내우외환의 위기이다. 안으로는 지도부 교체 시기에다 경제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밖으로는 최대 고립을 맛보고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원교근공’ 책략이 중국 자신을 포위·압박하는 외교술로 미국 등에 원용된다. 중국이 말하는 ‘핵심이익’, 즉 주권과 영토,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 
한국전 참전, 1950년대 대만 진먼섬 폭격, 1962년 중-인도 전쟁, 1970년 전후 우수리강에서 중-소 충돌, 1979년 중-월 전쟁은 중국이 ‘핵심이익’ 위협에 맞선 대응들이다. 대부분 우월한 상대에 대한 선제공격이고, 그 뒤 정치적 국면이란 특징을 공유한다. 특히 중-월 전쟁은 당시 베트남에서 깜라인(캄란)만 해군기지를 조차하는 등 대중포위를 옥죄던 소련을 겨냥한 것이었다.
중국은 건국 이후 우월한 상대에 맞서 ‘선제공격’이란 억제력을 구사했다고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지적한다. 미·소 등 우월한 상대에게 허를 찌르는 전격적인 공격을 가해 “심리적인 대등감을 회복하면, 중국인들의 눈에 억제는 제대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1500자 칼럼] 소금 맛

● 칼럼 2012. 8. 1. 15:56 Posted by SisaHan
김치 냉장고를 열었다. 뜻하지 않은 화공약품 냄새가 후각에 와 닿는다. 잘 익은 김치를 기대했는데 가슴이 철렁했다. 열과 성을 다한 노역의 댓가로는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치가 물러서 고생했던 기억은 있어도 이런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여름 편하게 지낼 생각으로 배추 두 상자를 덜컥 담궜는데 이 많은 김치를 어떻게 소화해야 할 지 아득하기만 하다.
대체 그 냄새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일의 경과를 되짚어 보고 재료도 하나씩 점검해 본다. 문득 배추를 절일 때부터 이 냄새가 진동했던 기억이 나서 쓰다 남은 소금봉지를 열어보았다. ‘내가 변하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냐.’는 듯, 소금봉지는 싱그러운 바다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수 십 년 애용 해 온 굵은 바다소금의 변질이 아님을 확인하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리곤 원인 규명은 뒤로 미룬 채 달콤했던 소금밭 여행으로 빠져들었다.
 

최근 토론토 하이킹 그룹 맴버들과 미국 서부 공원들을 하이킹했다. 여행길 초입에서 만난 소금밭은 특이한 자연 환경만큼 특이한 경험을 갖게 했다. 일명 소금호수(Bed Water lake/ 마시기에 좋지 않은 물)라고 명명한 그곳은 모하비 사막 북쪽에 자리한 국립공원 데스 벨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가장 기온이 높은 지역으로 메마르고 뜨거우며 고도가 낮은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면이 해수면보다 무려 86m나 낮은 그곳은 미국뿐만 아니라 지구상에서 가장 낮은 곳이기도 하다.
6월초의 덜 영근 여름빛에도 데스 벨리 계곡은 다양한 색깔로 불타고 있었다. 살인적인 더위와 1500여 미터를 단숨에 오르내려야하는 좁은 비탈길로 인해 ‘데스 벨리(Death Valley)’라는 악명 높은 지명이 붙여졌지만 우리의 소금밭 행차는 무난했다. 일행을 실은 차가 계곡 모퉁이를 돌아 나올 때 마다 사막의 신기루는 바다를 연출해 놓았었다. 끝없이 펼쳐진 소금밭을 향하며 바다 밑 용궁을 꿈꾸고 있을 즈음, 뜻밖에 반짝반짝 빛나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소금이 덧칠되어 크리스탈처럼 빛나는 식물, 살아있음이 기적인 듯 했다.
 
거친 언덕과 높은 산세에 둘러싸인 소금밭 분지에 발을 내린 나는 앞산 어깨쯤에 붙여진, ‘sea level -86m’란 표지를 보고 잠시 얼떨떨했다. 마치 바다 속 깊숙이 가라앉은 느낌이랄까. 물고기 떼며 산호초가 이리저리 유영하는 듯한 착각과 함께 소금밭 탐험에 들어갔다. 넓은 분지에 가득 피어올린 소금꽃, 몇 억 겁의 세월이 거쳐 갔는지 모를 일이었다. 원거리의 바닷물이 유입되기에는 불가능한 거리의 사막에 소금층 두께가 1000피트가 넘는다는데 그 형성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니 기이한 자연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이를 두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억측 주장을 내어 놓았을까. 덩달아 나도 ‘한 줄..... .’ 하다가 말문을 닫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한 점 없는 청색 하늘, ‘태초의 하늘색이 이와 같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일행은 샌들을 벗어들고 까칠한 소금길을 걸었다. 촉촉하고 따끈한 감촉은 온갖 사념이며 잡병을 일시에 물리는 것 같았다. 문뜩 소금 한 조각을 입에 물었다. 여태까지 먹어 본 소금 중에서 가장 깔끔한 맛이었다. 일행 중 S도 그렇게 느꼈던지 가져다가 배추 절였으면 좋겠단다. 기특한 여인의 발상에 잠시 웃다가 배추라는 어휘 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잠시 착각을 했었나 보다. 좀 전에 안심했던 그 소금은 오래전의 것이었고 근래에 구입한 것은 이미 그때 사용을 다 했으니 냄새의 주범은 아직도 모호한 채다. 제발, 이제나 저제나 한결같은 소금 맛이었으면 여한이 없겠다.

< 임순숙 - 수필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 / ‘에세이스트’로 한국문단 등단 >


[칼럼] 치매 위험사회

● 칼럼 2012. 8. 1. 15:53 Posted by SisaHan
치매 전문가 4명이 노인을 위한 두뇌훈련 책을 냈다. ‘100세 시대’에 치매는 인간다운 황혼을 꿈꿨던 노인들의 최대 공포다. 어디 노인뿐인가. 최근 4년새 20~40대 젊은 치매도 두배 가까이 늘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약사는 치매 치료 연구에 막대한 비용을 쏟고, 치매 예방 게임, 앱, 로봇, 식품과 치매예방관리사까지 관련 산업이 뜨고 있다. 
치매는 여러 이유로 뇌의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병이다. 기억력, 언어능력, 방향감각, 판단능력 등을 상실해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을 받는 병이다. 치매는 일단 발생하면 치료에 한계가 있고 완치할 수 없다. 따라서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매를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문제는 예방이다. 나이 들어서 몸과 마음을 또렷이 유지하려면 건강한 생활밖에는 답이 없다. 뇌와 몸이 녹슬지 않도록 유지·정비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노후 준비를 위해 현재를 숨가쁘게 살면서 건강을 희생해야 한다는 역설에 발목 잡혀 있다. 지금과 같은 사회구조와 문화 속에서는 치매 예방은커녕 갈수록 ‘치매 위험군’이 늘 수밖에 없다. 치매 예방법을 실천하며 살기엔 우리 삶은 너무 팍팍하고, 여유가 없으며, 몸과 마음을 덜 쓰는 쪽으로 향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의 뇌 기능은 마비되고 있다. 기계문명이 발달한 요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두뇌 발달의 기회를 빼앗긴다. 아이들은 산과 들로 나가 자연 속에서 오감을 발달시키고 부모와 눈을 맞추고 대화를 해야 두뇌가 발달한다. 
그러나 피로에 찌든 많은 부모들은 아이 손에 스마트폰을 쥐여주고 학습용 디브이디(DVD)를 틀어준다. 자연 속에서 몸을 뒹굴기보다는 교실과 집이라는 실내 공간에서 주로 생활한다. 학교에 들어가면 입시 위주 교육으로 신체활동은 줄어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많은 학생들은 게임과 스마트폰 중독에 걸려 책을 멀리한다. 소아비만 환자는 늘고, 이들은 예비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환자가 된다. 
사회에 나오면 어떤가.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고, 설사 직장에 들어간다 해도 불안은 지속된다. 갈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해지는 우리 사회는 많은 사람들에게 술과 담배를 권한다. 
사회적 안전망이 부실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실패할까 봐, 낙오자가 될까 불안에 떨고, 술과 담배로 불안을 잊으려 한다.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성과가 중요한 사회라 사람들은 운동할 짬을 내지 못하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경제력 없이 은퇴한 삶은 치매 환자에 버금갈 정도로 무기력함 그 자체다. 하릴없이 많은 노인들이 텔레비전과 고스톱에 빠진다. 노인들의 취업 기회와 소득 보장 대책은 허술하고, 두뇌활동 기회는커녕 자존감을 가질 여유도 없다. 
뇌과학자이자 치매 전문가인 나덕렬 박사는 치매 예방법으로 ‘진인사대천명+고!’라는 슬로건을 소개했다. 진땀나게 운동하고, 인정사정없이 담배 끊고, 사회활동과 긍정적인 사고를 많이 하고, 대뇌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천박하게 술 마시지 말고, 명을 연장하는 식사를 하고,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을 조절하자는 얘기다. 나 박사는 은퇴자들이 텔레비전이나 보며 3개월만 두뇌활동을 안 해도 뇌의 기능이 확연하게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단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위해 이번 책을 만들었다 했다. 
그러나 끝말잇기나 기억력 시험과 같은 두뇌 훈련책으로 노인들의 뇌 기능이 나아진들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 무기력한 노년을 예고하는 ‘치매 위험사회’의 근본적 시스템을 뜯어고치지 않는 한 치매 환자는 계속 늘 수밖에 없다.

< 양선아 - 한겨레 신문 스페셜 콘텐츠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