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한국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 긴급성명
“완전한 언론자유 보장 안 하면 언론은 기자회견 취재 전면 거부해야”

 
 
▲지난 10월1일 김용현 전 국방장관(왼쪽부터)과 윤석열 대통령. ⓒ연합
 

12·3 내란 사태 핵심 피의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인단이 MBC와 JTBC를 비롯한 특정 언론사들 취재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히자, 언론단체들이 “일부 언론에 취재 특혜를 주고 내란범죄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스피커로 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모든 언론은 내일 내란범 김용현 변호인단이 완전한 언론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한 기자회견 취재와 보도를 전면 거부하라”고 당부했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은 오는 26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서초동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통해 공지했다. 다만 변호인단은 “초청하는 기자님들은 이 단톡방에 속하신 분들로 제한합니다. 다른 언론사나 기자님은 오셔도 참여하실 수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자신들이 단체대화방에 들어올 수 있도록 허락한 매체만 기자회견에 참석하게 한다는 것.

25일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은 취재진과 소통할 수 있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개설했는데, 이 과정에서 MBC와 JTBC를 비롯해 다른 지상파와 일부 종편·일부 종합일간지 등의 매체도 단체방 입장을 막았다고 한다.

그러자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는 25일 <어떤 언론도 내란범의 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제목의 긴급 공동성명을 냈다. 언론단체들은 내란범 김용현의 변호인단을 향해 △특정 언론사에 대한 취재 제한 조치를 철회할 것 △내란에 가담한 범죄자들은 언론을 내란 선동 정당화를 위한 도구로 악용하지 말 것 △대한민국 모든 언론은 내일(26일) 완전한 언론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한 기자회견 취재와 보도를 전면 거부할 것 등을 주장했다.

언론단체들은 “공수처와 국수본 등의 수사마저 거부하고 있는 내란의 핵심인물이 자유로운 취재를 가로막고 특정 언론을 배제한 채 일부 언론을 취사선택해 회견을 열겠다는 의도를 모를 국민이 있겠는가. 일부 언론에 취재 특혜를 주고 내란범죄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스피커로 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단체들은 “12·3 내란 과정에서 언론은 윤석열 일당의 최우선 척결, 통제, 장악 대상이었다”며 “12월 3일 불법 계엄 선포와 동시에 발표된 포고령의 핵심은 ‘가짜뉴스’를 빌미로 한 집회, 결사의 자유 등 표현의 자유 말살이었으며, 이는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언론통제 시도로 구체화 됐다. 또 다른 내란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서는 언론인을 수거 대상으로 지목하는 등 언론자유의 완전한 파괴를 실행에 옮기려 했음이 연이어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언론이 특정 매체를 취사 선택한 김 전 장관 측의 입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언론단체들은 “21세기 대명천지에 군사독재의 언론말살 망령을 부활시킨 민주주의와 언론자유의 적들이 일말의 반성도 없이 입맛에 맞는 언론을 취사선택해 여론 조작을 시도하겠다는 얄팍한 계산에 놀아난다면 그 언론 또한 내란의 공범이라는 오명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사안은 이념적 지향과 뉴스의 취사선택에 다른 기준을 갖는 언론사 간의 취재 경쟁의 문제가 아니다. 언론자유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린 자들에 맞서 언론계 전체가 결연하게 공동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될 사안”이라며 “박정희 유신독재와 전두환 반란군의 스피커 노릇을 했던 대한민국의 언론의 역사적 과오가 2024년에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어떤 언론도 내란범의 입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

여당과 보수층만 보고 가는 게 더 낫다는 정치적 계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지난 24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서울재팬클럽(SJC) 오찬 간담회에서 통역 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 여부로 ‘탄핵 갈림길’에 섰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대행이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경우 이르면 28일 한 대행 탄핵소추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지금으로선 한 대행이 탄핵소추를 감수하고라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 발생하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는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밝혔다. 12·3 내란사태에 책임이 있는 한 대행이 내란을 부정하는 여당의 비호 아래 국정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2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26일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국회 인준 절차가 끝나면 한 대행은 즉각 임명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국회는 26일 본회의에서 세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처리하는데,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가결 정족수여서 민주당 의원들(170명)만으로도 통과시킬 수 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파면이 안 된 대통령은 수사도, 체포도 쉽지 않다. 헌법재판소 ‘9인 체제’를 완성해 탄핵심판을 빨리 마무리하는 게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했다.

27일 본회의에 한 대행 탄핵안을 보고하겠다고 전날 예고한 민주당은 이날, 이르면 28일 탄핵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탄핵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헌법재판관 임명을 중대하게 보고 있어, 국민의힘이 반대해도 28일 또는 30일 본회의를 열어 탄핵안을 처리할 의사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직을 맡은 한 민주당 의원은 “한 대행이 임명 거부 의지가 뚜렷한데 굳이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잖나. 우 의장이 주말에도 본회의를 열 용의가 있는 듯해 토요일(28일)도 표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이라며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뜻을 밝힌 한 대행의 생각엔 아직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날 “한 대행은 이날 외부 일정 없이 고심 중”이라며 “숙고할 시간이 필요하고, 여야 협의 상황 등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임명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여야 협의’는 무망한 얘기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총리로서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하지도 설득하지도 못해 국정이 무너졌는데, 한 대행 뜻대로 나라를 주무르려고 하는 게 말이 되냐”고 비판했다.

한 대행은,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검사’ 역할을 맡은 국회가 ‘판사’에 해당되는 헌법재판관 임명에 개입하는 게 문제라고 보고 있다.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후보자는 국회가 추천한 이들이라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인데, 이는 윤 대통령을 엄호하고 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주장과 일치한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는 이날,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한 대행이 이들을 임명할 수 있는지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탄핵이 유행이 돼, 어느 당이든 대통령을 탄핵하려 할 수 있다. 헌법적으로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김정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서, 대법원은 이날 백혜련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는 게 헌법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한 대행의 이런 태도엔 민주당 요구대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더라도, 내란죄로 인한 처벌 등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여당과 보수층만 보고 가는 게 더 낫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한 대행이) 지금의 정치 지형에 대한 판단도 있었을 것”이라며 “내란과 관련해 추후 수사로 밝혀질 부분까지 고민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대행 탄핵안 가결 정족수가 대통령 기준인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인지, 총리 기준인 재적 의원 과반(151명)인지를 둘러싼 논란도 한 대행의 ‘뭉개기’ 배경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한 대행이 ‘총리’로서 12·3 내란사태에 개입한 것 등을 탄핵 사유로 들며, 151명 찬성으로 탄핵이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한 대행은 ‘200명’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0명을 채우려면 국민의힘 이탈표 최소 8명이 필요하다.

다만, 한 대행이 막판에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만약 한 대행까지 탄핵소추되면,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다시 권한대행을 이어받는 사상 유례없는 일이 벌어진다. 가결 정족수 논란이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며 더 어지러운 상황이 지난하게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안에서도 헌법재판관은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친한동훈계 박상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에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고 내년 4월18일이 지나가면 지금 2명의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종료된다. 그 사태가 되면 헌법재판관 수가 4명이 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완전히 마비된다”고 말했다. 내란죄 수사 대상인 한 대행으로서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까지 진행하는 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한겨레  장나래  고한솔  서영지 기자 >

공수처,   3차 출석 통보 또는 체포영장 청구 등 검토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12·3 비상계엄 선포로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2차 출석 요구에 결국 불응했다. 공수처는 이날까지 윤 대통령 출석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나,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출석 요구 불응으로 보고 3차 출석 통보 또는 체포영장 청구 등 검토에 나서겠단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25일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는 공수처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전 10시가 지난 시점에 (윤 대통령이 청사로) 안 온 거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이라며 “향후 (체포영장 청구나 3차 소환 통보 등)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 국방부 조사본부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는 지난 20일 윤 대통령에게 25일 오전 10시까지 공수처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2차 출석 통보를 했다. 공조본은 지난 16일에도 윤 대통령에게 오는 18일까지 정부과천청사에 출석하라고 통보했으나, 윤 대통령은 당시 1차 조사 요구에도 응하지 않은 상태였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예정된 출석 시간에 나오지 않았지만 이날까지 출석을 기다려보겠다는 방침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오동운 공수처장이 말했듯 오늘까지 (윤 대통령 출석을) 기다려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이날 현재까지 공수처에 변호인 선임계나 불출석 사유서 등을 공수처에 제출하지 않은 상태라 실제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 

공수처는 이날 조사가 최종적으로 불발될 경우 3차 출석 통보와 체포영장 청구를 함께 검토하겠단 입장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체포영장 청구는) 통상 일반 형사 절차에선 3번 (불응 시 청구가) 절차인데, 여러 고려사항이 많다”며 “통상적인 절차에 따를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서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정 시기에 대해선 “오늘 중에 그런 결정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너무 길어질 상황은 아니다”고도 했다.

공수처는 헌법재판소에서 진행하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일정이 추후 검찰 조사 일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헌재 탄핵심판 일정은) 고려사항일 뿐이고, 헌재 일정이 조사 절차에 많은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오는 27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첫 변론준비기일을 연다.  < 한겨레 강재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