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이 된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 ‘이민자 도시’에 테러 위협 쏟아져

 
 
12일(현지시각)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시에서 여러 건물에 대한 폭탄 위협이 발생한 가운데 경찰관들이 시청 건물 밖에 서 있다. [스프링필드/AFP 연합]
 

“스프링필드에 온 아이티 이민자들이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텔레비전 토론에서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친 뒤 배경이 된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 여러 시설에 폭탄 테러 위협이 쏟아지고 있다. 스프링필드시는 폭탄 테러 위협을 받고 시청 건물을 폐쇄했다. 정치인의 혐오 발언이 실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프링필드시는 12일(현지시각) 오전 “여러 시설을 향한 폭탄 테러 위협이 접수돼 시청 건물을 오늘 하루 폐쇄한다”고 공지했다. 시청 건물에 대한 폭탄 테러 위협은 이날 오전 8시24분께 이메일로 접수됐다. 아이티계 학생들이 많이 재학 중인 초등학교도 폭탄 테러 위협을 받았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텔레비전 토론에서 이런 주장을 하며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사회자가 “그런 일은 보고되지 않았다”라고 정정했지만,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아이티계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스프링필드 아이티 커뮤니티 센터의 빌 도르생빌 소장은 텔레그래프에 “아이티계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며 “일부 부모들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스프링필드 재즈 앤 블루스 페스티벌에서는 12명의 네오나치주의자들이 나치 깃발을 휘날리며 행진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민자들이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소문은 비공개 페이스북 그룹에서 시작됐다. 한 익명 사용자가 “(이민자들이) 이웃의 고양이를 먹으려 토막냈다”는 글을 올렸다. 극우 계정들이 ‘민주당 때문에 이민자들이 몰려왔다’며 이런 내용을 퍼트렸고, 공화당 부통령 후보 제이디(J.D.) 밴스 상원의원까지 가세했다. 아이티계 이민자들을 지원하는 단체인 아이티 브리지 얼라이언스는 타임지에 공화당 정치인들의 혐오 발언을 비판하면서 “특히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인 밴스가 근거 없는 자신의 주장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스프링필드시 당국은 이민자들이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이에 대한 믿을 만한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혐오 발언을 통해 거짓 정보를 퍼뜨려 지역 주민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며 “오물을 확산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스프링필드는 인구 약 5만8천명의 도시로, 최근 3년간 1만5천명의 아이티계 이민자들이 미 정부에서 ‘임시 보호’ 지위를 받고 거주 중이다. < 김원철 기자 >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 토론에서 더듬거리고, 예리해 보이지 않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워싱턴/AFP 연합]
 

지난 10일 미국 대선 텔레비전 토론회 이후 실시한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5%포인트 차로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에 의뢰해 11일부터 이틀간 등록 유권자 1405명을 포함한 1690명에게 지지 후보를 물은 결과 해리스 부통령이 47%, 트럼프 전 대통령이 42%를 기록했다고 12일 보도했다. 오차범위는 ±약 3%포인트다. 로이터 통신은 앞서 지난달 21~28일 같은 기관과의 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이 45%로, 트럼프 전 대통령(41%)을 앞서고 있다고 밝혔는데,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이보다 약간 더 벌어진 결과가 나온 것이다.

대선 토론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3%는 해리스 부통령이, 24%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겼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약 52%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토론에서 더듬거리고, 예리해 보이지 않았다’고 답했다.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같은 반응을 보인 응답자는 21%였다. 공화당 지지 응답자층에서 5명 중 1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리해 보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응답자의 52%는 해리스 부통령이 ‘도덕성이 더 높은 인상을 줬다’고 답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29%만 이렇게 평가했다. 또 ‘두 사람 가운데 누가 더 품위 있어 보였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56%가 해리스 부통령을, 24%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덧붙였다.  < 김미나 기자 >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


장경태 "부천 화재 장례기간, 8월24일 골프 제보”
‘계엄’ 말 나오자마자…김용현 “동의 안 해”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힘 강선영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수도방위사령관, 특전사령관, 방첩사령관을 관저로 왜 불렀나? 그 세 직책은 12·12(군사반란 때), 계엄 선포 때 중요한 역할을 했다.”(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

“동의하지 않는다.”(김용현 국방부 장관)

“동의하느냐가 아니라, 알고 계시느냐고 물었다.”(장경태)

“동의하지 않는다.”(김용현)

10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김용현 국방장관이 대통령 경호처장 시절 한남동 관저로 수방·특전·방첩사령관을 부른 일을 두고 입씨름이 벌어졌다. 김 장관은 장 의원 입에서 ‘계엄’이라는 말이 나오자 마자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로 철벽을 쳤다. 그러자 장 의원은 김 장관이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세 사람을 ‘경호 목적’으로 만났다고 한 발언을 겨냥해 “왜 대통령경호안전대책위원회 소속도 아닌 특전사령관을 불렀느냐”고 따져물었다. 김 장관은 “언급한 세 부대는 대통령 경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대”라고 답했지만, 장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경호처장은 세 부대장을 따로 부르지 않았다며 재차 반박했다.

두 사람은 8월24일 일반 이용객 출입이 통제된 저녁 시간에 성남비행장 경내 골프장에서 김 장관이 윤 대통령 부부와 골프를 쳤다는 장 의원의 의혹제기를 두고도 설전을 벌였다. 장 의원이 ‘제보 들어온 내용’이라며 “대통령 부부와 골프 친 게 사실이 아니냐”고 추궁하자 김 장관은 “(사실이면) 내가 옷을 벗겠다. 제발 그러지 말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장 의원은 대통령 부부가 골프를 친 것으로 제보받은 24일이 경기도 부천 호텔 화재 희생자 7명의 장례기간이었다는 점에서 ‘애도 기간 골프의 부적절성’을 부각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앞서 “충암파, 용현파라는 계파가 있다는 걸 들어봤느냐”는 장 의원 질문에 “언론을 통해 들었다”고 했고, “사조직이 있으면 안 되지 않느냐”는 거듭된 추궁엔 “사조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0일 저녁 국회 본회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윤상현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외교 통일 안보분야 대정부 질문을 하려 했으나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국제회의 일정을 이유로 불출석하자 5시간 미뤄진 오후 7시가 넘어 대정부 질문을 시작했다.
 

앞서 야당 의원들과 한덕수 총리 등 국무위원들은 정부의 ‘대일 외교’를 두고 격돌했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김태효 국가안보실 2차장을 두고 “일본이 공인한 친일파이고 이 사람을 그대로 두면 국가가 위태롭다. 파면을 건의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한덕수 총리는 “(김 차장에 대한 언급에) 동의하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그분의 파면을 건의할 생각도 없다”고 했다. 김 차장의 ‘중일마’(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 발언에 대한 정 의원의 지적에는 “중일마 딱 세 글자 가지고 이야기하니까 완전히 정신 나간 사람이 되는 것”이라며 “전체 (발언) 내용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한 총리는 “일제 35년이 (한국) 근대화에 기여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공직자에 적합한가”라는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 질의에 “각자 맡은 자리에서 어떻게하는지를 보고 평가해달라”고 했다. “처음부터 결격사유라고 생각하지 않으냐”는 거듭된 질문에도 “개인들이 가질 수 있는 생각이다. 공직자로서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날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은 김용현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장관의 국제회의 일정 탓에 5시간 가량 미뤄졌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2일로 예정된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할 수 없다고 통보한 뒤 국회 양해 없이 출국해 논란이 일고 있다. < 엄지원 기민도 손현수 기자 >

 

장경태 “윤 부부 8월24일 오후 5시 골프”…부천 장례식 기간

대정부질문 질의 이어 한겨레 통화서 거듭 강조
“법사위서 골프장 예약 여부 등 감사 요청할 것”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22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선수단 격려 행사에서 영상을 시청한 뒤 박수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8월24일 성남비행장 경내 골프장을 이용한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8월24일 윤 대통령과 김 여사와 당시 함께 골프를 쳤냐’고 질의한 바 있는데, 김 장관은 확실치 않지만 윤 대통령 부부가 이날 골프를 친 것만은 확실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날은 경기도 부천 호텔 화재 희생자 7명의 장례기간이었던 만큼, 윤 대통령이 이 기간에 골프를 친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적절성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장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8월24일 토요일 오후 경기 성남 공군 골프장에서, 2부가 끝나는 시간인 오후 5시에 윤 대통령과 김 여사, 경호처 1인이 해당 골프장을 이용하는 모습을 봤다는 확실한 제보가 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전날 대정부질문에서 김 장관에게 “대통령 부부와 골프 친 게 사실이 아니냐”며, 해당 ‘경호처 1인’으로 김 장관을 지목했지만, 김 장관은 “(사실이면) 내가 옷을 벗겠다. 제발 그러지 말라”며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장 의원은 “김 장관이 그 자리에 함께 한 1인인지는 확언할 수 없지만, 윤 대통령 부부가 함께 골프를 친 것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이, 윤 대통령 부부가 골프를 쳤다고 주장한 8월24일은 경기 부천의 한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지 이틀 뒤다. 이 사고로 23∼24일에는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25∼26일에는 발인이 있었다.

장 의원은 지난해 수해 당시 골프를 쳤다는 이유로 당원권 정지 10개월 중징계를 받은 홍준표 대구시장의 사례를 언급하며 “(윤 대통령 부부가) 부천 화재 장례 중에 골프를 친 것만 해도 문제”라고 했다.

그는 “만일 윤 대통령 부부가 군 골프장을 예약도 하지 않고 이용했다면 운영규칙 위반”이라며 “오늘(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군 골프장 예약 및 운영에 대해 감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 고경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