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만 아니다‥ 남성 요실금

● 건강 Life 2016. 12. 29. 12:12 Posted by SisaHan

요실금 남성도 증가… 어떻게 대처?

요실금은 여성에게만 생기는 병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실제로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의 10배 정도로 많지만, 남성 역시 요실금이 생길 수 있으며 환자수도 계속해 늘고 있다. 남성에게 요실금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남성 요실금 환자수는 지난 5년 새 약 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노인수가 늘어나고,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많아지는 것과 관련 있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 방광근육을 움직이는 운동신경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소변이 샐 수 있다. 소변 배출을 담당하는 배뇨반사 중추가 멋대로 방광을 수축시키면서 요실금이 생긴다.

치료시기 놓치면 원인질환 키워
전립선비대증이 요실금을 유발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의들은 “소변이 나가는 길이 막히면 소변을 배출하려 방광이 힘을 쓰게 되고, 그 결과 방광근육이 울퉁불퉁해지는 이상 증상이 생긴다”며 “결국 방광이 예민해져 요의가 급하게 생기면서 소변을 흘리게 된다”고 말했다. 소변이 잘 배출되지 않아 넘치는 증상도 생길 수 있다. 기름기 많은 음식을 먹는 서구식 식습관이 흔해진 게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남성은 여성에 비해 자신의 요실금 증상을 인식해 치료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전문의들은 “요실금은 여성에게 잘 생긴다는 통념 탓에 선입견을 갖게 된게 주요 원인”이라며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소변을 흘리는 증상이 계속되면 병원을 찾아 진단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증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전립선비대증 같은 원인질환을 키울 수 있다. 원인질환을 치료받지 않아 소변이 방광에 차는 증상이 지속되면 방광 내 압력이 높아지면서 이와 연결된 콩팥 기능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경고한다.
전립선암 수술로 인해 요실금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전문의들은 “전립선 바로 앞에 요도를 조이는 괄약근이 있는데, 수술하면서 어쩔 수 없이 괄약근이 손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때는 원인이 명확하기 때문에 병원을 찾아서 인공 요도 괄약근을 삽입하는 수술을 하는 등의 치료를 받으면 된다.

약물 치료 없이 완화되는 경우도
요실금에도 종류가 있다. 갑작스럽게 요의가 생기고, 소변을 흘리는 ‘급박 요실금’, 기침을 하거나 운동하는 중에 배에 힘이 들어가면서 소변을 흘리는 ‘복압성 요실금’, 방광근육이 약해져 소변이 제때 배출되지 못함으로써 넘쳐흐르는 ‘일류성 요실금’이 대표적이다. 요실금학회에 따르면, 남성 요실금 중 급박요실금이 40~80%로 가장 흔하다.
요실금 종류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급박요실금이 있으면 방광훈련과 약물치료를 하는 게 우선이다. 전문의들은 “방광훈련이란 소변이 마려울 때 15분 정도 참고 화장실을 가는 것”이라며 “방광 용적을 넓혀 소변을 편안하게 담을 수 있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약물은 항콜린제나 베타촉진제가 쓰이는데, 이들은 방광근육의 수축을 약하게 한다. 그래도 증상이 완화되지 않으면 보톡스를 방광근육에 주사해 마비시키는 시술을 할 수 있다.

비대 전립선 수술대신 약물도

복압성요실금은 케겔운동을 해보는 게 첫째다. 케겔운동이란 소변줄기를 끊는 느낌으로 요도괄약근에 힘을 줬다가 푸는 것이다. 요도괄약근은 소변줄기를 끊을 때 사용하는 근육이다. 요도괄약근을 5초간 수축했다가 5초간 이완하기를 4~5회 반복하고, 동작이 익숙해지면 시간을 늘려 10초가량 근육을 수축했다가 10초 동안 이완한다. 주로 전립선비대증 탓에 생기는 일류성요실금이 있는 경우에는 알파차단제로 방광 경부와 요도를 느슨하게 하는 약물치료를 한다. 과거에는 전립선비대증이 심하면 보통 커진 전립선을 절제하는 수술을 했다. 최근에는 전립선 크기를 줄이는 5알파환원효소억제제라는 약물이 나와 사용량이 늘고 있다. 2년 정도 약을 먹으면 전립선 크기를 20% 줄이고 그 상태를 유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장수비결은‥ 주변 ‘사랑인맥’

● 건강 Life 2016. 12. 6. 20:00 Posted by SisaHan

생일 케이크 촛불을 끄는 세계 최고령 이탈리아의 엠마 모라노 할머니.

세계최고령 117세 본인은 “날달걀과 독신”

세계 최고령 이탈리아 할머니가 29일 117번째 생일을 맞았다.
이탈리아 방송사는 모라노가 거주하는 북부 피에몬테주 베르바니아 아파트에서 열린 29일 생일 잔치를 생중계했다. 보도진에 둘러싸여 사진을 찍기 전에 모라노는 “내 머리 모양 괜찮니?”라고 주위에 물어봤다.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모든 이탈리아인을 대표해 할머니의 건강을 기원한다”는 축하 메시지를 전달했고, 초등학생들이 생일 축하 카드를 보냈다. 생일 파티에는 모라노를 돌보는 고령의 조카와 도우미 2명 그리고 모라노 건강을 거의 20년간 챙기고 있는 의사가 참석했다. 1889년에 태어난 엠마 모라노는 1800년대에 태어나 생존해 있는 유일한 인류라고 AFP 통신 등이 전했다. 모라노는 세계대전을 2번 겪었고 이탈리아 정부가 90차례 바뀌는 것을 지켜봤다.


모라노는 장수 비결을 매일 먹는 날달걀 2개와 오랜 독신 생활이라고 믿고 있다. 모라노는 20살 때 의사가 빈혈 치료를 위해서 달걀 섭취를 권한 이후 최근까지 매일 날달걀 2개와 계란 후라이 1개를 먹어왔다. 모라노 주장대로라면 모라노가 일생 동안 먹은 달걀 수는 10만개 정도 된다. 최근에는 먹는 달걀 수를 1개 줄이고 바나나와 쿠키를 추가했다. 이가 남 아있을 동안에는 닭고기와 스테이크도 즐겨 먹었지만, 채소와 과일을 그리 많이 섭취하지 않았다. 고기는 최근 종양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 끊었다.
모라노의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않았다. 사랑했던 약혼자는 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했다. 26살 때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했다. 모라노는 5년 전 이탈리아 언론 <라 스탐파>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서 남자가 “결혼해주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위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라노가 30대 후반인 1937년 출산한 아들이 출산 6개월 만에 사망하면서, 모라노는 남편에게 쫓겨났다. 이탈리아에서 법적으로 이혼은 1970년부터 허용됐지만 사실상 갈라섰다. 모라노는 이후 구혼자가 있었지만 독신을 유지했다. “누군가가 내 삶을 지배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모라노 인생이 안락하지는 않았다. 모라노는 65살 때까지 일을 했고 폐에 치명적일 수 있는 섬유공장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다.


모라노를 20년 동안 진찰해온 의사 카를로 바바는 모라노가 장수한 이유에 대해서 모라노 본인과는 다른 해석을 했다. 한마디로 유전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바바는 “비밀은 유전에 있다. 모라노의 가족들은 대부분 아주 아주 오래 살았다. 모라노처럼 보통 사람이 음식을 먹으면 간이 망가진다. 모라노는 자갈을 먹고도 견딜 수 있고, 장수할 사람이다”고 말했다.
바바는 “더 중요한 점은 모라노가 언제나 강한 사람이었다는 점이다”며 “모라노는 자신이 할 일과 하지 않을 일을 늘 결정해왔다”고 말했다. 바바는 모라노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 점도 중요한 장수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사랑받으며 나이 들어가는 것과 참아내면서 나이 들어가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 조기원 기자 >


‘땅 속의 사과’ 감자

● 건강 Life 2016. 11. 8. 20:51 Posted by SisaHan

풍부한 탄수화물과 에너지 공급원

아미노산·비타민 등 영양 다양
생즙은 통증 등 민간요법에 쓰여
싹나고 푸르게 변한 것은 조심을

감자는 우리 식탁에서 늘 만날 수 있는 식재료로 생각해 제철개념이 없는 편이다. 그러나 감자는 여름부터 가을까지가 제철이라 이 시기는 특히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하다. 감자하면 포테이토칩이나 프렌치프라이를 떠 올려 간식거리로 생각하지만 쌀, 밀, 옥수수와 더불어 세계 4대 식량작물이며 건강하게 잘 먹는 것이 필요하다.
감자는 약 7천 년 전 페루 남부에서 재배되기 시작해 안데스 산맥에서 잉카인들의 식량이었다. 그 후에 스페인 사람들에 의해 유럽과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현재는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작물이 됐다. 처음 유럽 사람들은 이 감자를 관상용의 정원 식물로 키웠으며 심지어는 최음제로 오인하기도 했다. 또한 악마의 식물이라 하여 심한 배척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메마른 땅에서도 잘 자라고 풍부한 탄수화물성분으로 인해 감자는 곧 유럽의 기근을 해결해주는 중요한 작물이 됐다. 특히 18~19세기 즈음 세계적으로 급격한 인구 증가로 인한 인구 부양 문제가 심각해졌을 때 감자는 싸고 실용적인 농작물로 자리 잡았다. 아마도 감자라고 하면 고흐의 어두운 배경의 ‘감자 먹는 사람들 The Potato Eater’(1885)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인데, 이 당시 감자는 가난한 소작인들의 주식이자 생명줄이었다. 감자는 16세기경 네덜란드의 상인들에 의해 중국에 전래됐고, 국내에는 1824년경 만주의 간도 지방으로부터 전래됐다고 보고 있다.
‘감자(甘藷)’는 ‘북방에서 온 고구마’라는 뜻인 북방감저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고, 감자를 들어 올리면 ‘말에 달린 방울들이 모여 있는 것 같이 생겼다’하여 ‘마령서(馬鈴薯)’라고도 불렸다. 이렇게 감자와 고구마는 생긴 모양이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작물이다. 감자는 고추, 가지, 토마토, 담배와 함께 가지과(Solanaceae)에 속하는 작물이다. 감자에서 식용하는 부위를 흔히 고구마처럼 ‘뿌리’부분인 것으로 여기는 오해가 있지만, 사실 줄기가 변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고구마의 뿌리와는 근본적으로 생성 원인이 다르다.


감자는 알고 보면 영양과 효능도 좋은 편이다. 우선 영양성분을 살펴보면 감자는 수분 75%, 녹말 13~20%, 단백질 1.5~2.6%, 무기질 0.6~1%, 환원당(reducing sugar) 0.03mg, 비타민C 10~30mg을 함유하고 있다. 감자의 주성분은 전분, 즉 탄수화물이다. 사람들에게 주로 에너지를 준다. 또 철분, 칼륨과 같은 중요한 무기성분 및 비타민C,• B1,•B2, 나이아신과 같은 인체에 꼭 필요한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다.
감자는 밀가루보다 더 많은 필수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다. 감자에는 특히 비타민C가 많은데 고혈압이나 암을 예방하고 스트레스로 인한 피로와 권태를 없애는 역할을 한다. 다른 채소들은 불을 가해 조리를 하면 대부분 파괴되는 데 비해, 감자의 비타민C는 익혀도 쉽게 파괴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또 감자에는 수박이나 사과에 다량 들어 있다는 칼륨이 4배 이상 많다. 칼륨은 나트륨의 배출을 도와 짜게 먹는 식습관을 가진 우리들에게 유익하며, 고혈압 환자의 혈압 조절에 도움을 준다.
또한 당뇨환자들에게 좋지 않은 소금기를 몸 밖으로 없애는 역할을 한다. 소금기 있는 음식을 금방 줄이기 힘든 당뇨환자들이 감자를 다른 음식과 병행해서 먹는다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식물성 섬유질인 펙틴이 들어있어 변비에 특효가 있다. 감자는 염증 완화, 화상, 고열, 편도선이나 기관지염에 효과가 있다고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다.


실제 그동안 구전으로 전해져 오는 효과들은 실험을 통해서도 밝혀지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감자의 생즙을 관절염 및 통증을 억제하는 민간요법으로 사용했다. 감자 추출물의 항산화 활성을 본 결과, 자유라디칼 을 제거(노화의 원인이 되는 세포 손상을 억제 시키는 것) 하고 우수한 환원력 등으로 감자 추출물의 항산화력을 실험을 통해 검증했다.
감자의 폴리페놀 성분이 흰쥐의 생체 내 과산화지질(lipid peroxide)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서는 콜레스테롤을 투여한 흰쥐의 간장에서 과산화지질을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유색감자 추출물의 항산화 및 항고혈압 활성’에 대한 연구에서도 적색과 보라색 안토시아닌 색소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고, 항산화 및 항고혈압 활성이 높음을 확인했다. 유색감자는 시각적인 맛을 증대시키고 또한 기능성이 증대된 식용감자로서의 이용가치가 충분하다고 보았다.
그럼, 어떤 감자를 구입해 보관하는 것이 좋을까? 감자는 표면에 흠집이 적고 눈이 얇으며 매끄러운 것을 선택하고 무거우면서 단단한 것이 좋다. 싹이 나거나 녹색 빛깔이 도는 것은 피하도록 한다. 감자의 싹이 돋는 부분은 솔라닌이 있으므로 싹이 나거나 빛이 푸르게 변한 감자는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감자에 싹이 올라 있으면 씨눈을 깊이 도려내고 사용해야 한다.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보관하고, 검은 봉지나 신문지, 상자에 넣어 보관하는 것이 좋다. 껍질을 까놓은 감자는 갈변이 일어나기 때문에 물에 넣어 놓아야 한다. 찬물에 담가 물기를 제거한 후, 비닐봉지나 랩에 싸서 냉장 (1~2℃) 보관하는 것이 좋다. 감자 보관온도는 7~10℃가 적당하며, 적정 온도에서는 몇 주 간 저장 가능하다. 집에서 상온에 보관할 경우에는 1주일 안에 먹는 것이 좋다.
감자는 어떻게 조리해 먹는 것이 좋을까? 감자는 삶아서 주식 또는 간식으로 하고, 굽거나 기름에 튀겨 먹기도 한다. 볶음, 전, 탕, 국, 범벅, 서양요리 등 다양한 음식에 쓰이고 있다. 감자는 희석식 소주의 원료와 알코올의 원료로 사용되고, 감자녹말은 당면 원료로도 이용되고 있어 우리들은 알게 모르게 감자를 많이 섭취하고 있다. 감자는 설탕으로 간을 하는 경우, 감자의 비타민 B1이 설탕을 대사하는 과정에서 소비되어 영양학적으로는 좋지 않다.
요즘 같이 감자가 제 철인 때에는 맛이 좋은 생감자를 쪄서 그대로 먹으면 감자 맛과 영양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유독 잘 붓거나, 평소 위궤양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감자를 간 즙이나 감자수프, 감잣국 등을 섭취하면 더욱 좋다. 또한, 가능하다면 기름에 튀기는 조리방법은 피하는 것이 감자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 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


“고 지방 다이어트”열풍… 효과 있나 없나?

건강의 적은 무엇인가? 탄수화물인가, 지방인가? 최근에 다시 논란이 붙었다. 주류 영양학계에서 건강의 적은 지방으로 간주되어 왔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주로 먹되 지방은 될 수 있으면 줄이라고 각국 정부는 권장한다. 요약하자면 하루 식사에서 탄수화물을 45~50% 안팎 섭취하고 지방은 20~25% 밑으로 잡아두는 ‘고탄수화물 저지방’ 식사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방이 누명을 썼다’며 탄수화물에 화살을 겨누는 학자들이 생겨났다. 이들이 대안으로 삼는 건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사다.
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비만센터)는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에 관해 묻는 환자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사는 지방 70~75%를 섭취하고, 탄수화물은 5~10%로 대폭 줄이는 것이다. 지방은 최대한 줄이고 탄수화물에서 열량을 가져오라는 게 그간의 정석이었다. 그런데 두 영양소의 자리가 바뀐 것이다.


영국에서 논란은 지난 5월 민간단체인 ‘전국당뇨포럼’과 ‘대중건강협의회’(Public Health Collaboration)가 정부의 ‘영양섭취 가이드라인’에 대한 철저한 재점검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몸에 나쁜 것으로 알려진 포화지방조차도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비만과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이들의 의견을 소개하면서, 두 단체가 낸 보고서가 주류 과학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두 단체는 식품산업과 전문가들의 유착을 제기했다. 담배와 폐암의 관계를 일부 과학자들이 은폐했듯이, 영국 정부가 펴낸 영양섭취 가이드라인도 식품업계의 전문가들이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가 ‘저지방’ ‘저콜레스테롤’ 등의 식품 표기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정부는 이례적으로 바로 반격에 나섰다. 국가보건서비스(NHS)는 두 단체의 보고서가 학술지를 통해 학자들에 의해 검증되어(peer-reviewed) 생산되지 않았으며 유리한 결과만을 취사선택했다고 비난했다. 특히 지방 과다 섭취와 포화지방의 위험성이 간과됐다며 국민의 주의를 당부했다.


“고탄수화물도 대사증후군 연관”
사실 영양소의 선호도는 과학기술과 문화의 변화와 함께 바뀌어 왔다. 한때 부자 음식의 상징이었던 지방은 공장식 축산의 등장과 함께 건강의 적으로 떠올랐다. 박혜련 명지대 교수(식품영양학)는 “기름진 음식과 육식이 많아지면서 지방에 대한 경고등이 켜진 것”이라며 “과학자들이 식품과 질병의 관계를 파고들어 지방이 암과 심혈관질환 등의 원인으로 지목됐고, 각국 정책에 지방 소비를 줄이라는 지침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나라는 지방 섭취 비율을 20~25% 이하로 줄이라고 권고한다. 반면 탄수화물은 주요 에너지원이다. 45~50% 먹으라고 권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많은 과학자들이 지나친 탄수화물 의존의 폐해에 대해 연구한다. 20세기 중반 미국 사람들은 계란노른자조차 버리고 시리얼을 먹기 시작했지만, 비만율은 되레 늘었다. 가공식품은 탄수화물과 설탕 덩어리다. 탄수화물은 체내에서 당으로 분해된다. 당뇨병과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 한국에서도 2014년 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 연구진이 국민건강영양조사 통계(1998~2009년)를 이용해 고탄수화물 식사군과 고지방 식사군 청소년을 비교 분석한 적이 있다. 결과는 고탄수화물 식사군이 대사증후군과 더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고지방 식사군보다 상대적으로 중성지질이 높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고밀도콜레스테롤(HDL) 수치가 낮게 나타난 것이다. (물론 이 조사에서 고지방 식사군은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에서처럼 지방으로 한 끼를 때우는 게 아니라 일반적인 식사보다 지방을 조금 더 먹은 정도였다.)


<한겨레>가 조언을 구한 전문가들은 최근 불고 있는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사’의 열풍을 우려했다. 이 식사의 원조 격인 ‘앳킨스 다이어트’(황제 다이어트)가 나왔을 때 학계에서 이미 정리된 사안이라며, 식사 한 끼를 지방으로 때우는 건 위험하다고 했다.
다만 ‘지방도 억울하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과거에는 지방을 나쁘다고 하면서 무조건 안 먹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명승권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최근에는 지방을 종류별로 접근하는 추세”라며 “이를테면 불포화지방(액체 상태의 식물성 기름)은 괜찮지만, 트랜스지방(가공식품에 함유되는 고체성 기름)과 포화지방(고체 상태의 동물성 기름)이 암이나 성인병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는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지방 다이어트를 하면 당 섭취량 자체가 줄기 때문에 초반에는 살이 빠진다. 그러나 식습관을 계속 유지하지 않는 한 살은 찌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고지방 다이어트는 어쨌든 당류 섭취를 줄여주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에게는 일부 효과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의견을 낸 전문가도 있었다.


그럼 탄수화물은 어떨까? 탄수화물도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다. 탄수화물은 현미나 통밀 등 통곡식으로 섭취하는 게 좋다. 밀가루는 쉽게 단당류로 분해되기 때문에 안 좋다. 강재헌 교수가 말했다. “과거 한국인은 밥을 주로 먹었기 때문에 탄수화물 섭취율이 80%대였다. 지금은 65% 정도인데도 한국인들의 비만율이 높다. 그 이유는 설탕을 비롯한 정제당류 섭취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맛의 대부분을 설탕에 의존하는 가공식품 문화 때문이다. 각국 정부는 탄수화물이 아니라 설탕을 줄이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한국정부도 지난 4월 ‘설탕과의 전쟁’을 개시하고 가공식품에 강화된 당류 표시 기준을 도입했다. 지방이 좋다고 해서 탄수화물 전체를 건강의 적으로 몰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설탕이다.
현대 영양학자들이 놓지 않은 가치는 ‘균형’과 ‘양질’이다. 학계에서 정리된 의견은 통곡식 중심의 ‘양질의 탄수화물’, 포화지방이 적은 닭고기나 콩 등의 ‘양질의 단백질’ 그리고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을 피한 ‘적절한 지방 섭취’이다. 영국 정부는 이례적으로 고지방 다이어트 열풍을 차단했다. 균형과 양질의 법칙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 남종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