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을 남기고 폐막한 런던올림픽에서는 각국 메달리스트들의 눈물과 극복의 스토리가 세계인의 가슴에 잔영을 남겼다. 끔찍한 성추행 피해 경험을 극복한 미국의 육상 선수, 티베트인의 함성을 들으며 묵묵히 걸었던 중국의 경보 선수의 사연도 있다. 악몽 같은 과거와 싸워 이기고 부조리한 현실에 대항한 올림픽 영웅들의 이야기를 모은다. 

2012 런던올림픽을 장식한 인간승리의 스토리

■ 과거와의 싸움
“나는 ‘과거’가 아닙니다.”(I am not my past) 고교 2학년이던 켈리 웰스(미국)는 엄마의 약혼자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큰 상처를 받았다. 당시 나이는 열여섯. 모든 사실을 엄마에게 털어놨지만 침묵할 뿐 아무런 조처도 없었다. 엄마에게마저 버림받은 듯한 상실감에 켈리는 집을 나왔다. 친구의 집에 머물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갈 즈음 엄마와 약혼자가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끔직한 사고 소식을 들었다. 뒤죽박죽된 삶 속에서 켈리는 달리기에 몰입했다. 가족과 관련된 얘기는 가슴속에 꽁꽁 묻어두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는 불의의 햄스트링(허벅지 뒤쪽의 근육과 힘줄)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이듬해 켈리는 비로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니 위로받고 싶었다. 켈리는 NBC에 “한동안 뛸 수 없게 되니까 다른 치유 방법을 찾게 됐다”고 털어놨다. 
만 서른살이 된 켈리는 런던올림픽 여자 허들 100m 결선에서 3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비가 흩뿌렸던 그날, 켈리는 두 손을 번쩍 들고 환하게 웃었다. 두 눈에서는 빗물에 섞인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시상식 직후 그는 “나로 인해 사람들이 희망을 보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용기를 얻는다면, 나의 삶은 아주 가치 있는 삶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 같은 경험을 했던 사람들에게 ‘당신은 절대 피해자가 아니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 코치·친아버지에 당한 피해극복
미국 유도 역사상 첫 금메달을 안긴 케일라 해리슨(22)도 불행을 극복한 의지의 선수다. 13살부터 4년여간 열여섯 연상의 유도 코치 대니얼 도일에게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했다. “처음에는 둘 사이의 비밀 같은 것이었어요. 그를 사랑한다고 믿었지요. 나중에는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지요.” 
해리슨의 친구에게 전해 들은 어머니의 고소로 도일은 법정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해리슨은 이후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 “성추행 사실을 밝히는 것은 일종의 금기 사항처럼 되어 있었어요. 유도 관련 사이트를 보면 ‘케일라가 사실을 말했는지 어떻게 알아?’, ‘걔는 몇살인데’라는 식의 댓글들이 있었죠. 그때부터 거울을 못 봤어요.”
하지만 해리슨은 유도장으로 돌아왔고,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해리슨은 인터뷰에서 “내가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스스로 피해자라고 규정해버리면 진짜 피해자가 된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지옥에 사는 듯한 기분을 느껴도 용기를 가져야만 하고 “나는 피해자가 아니다”고 당당히 외쳐야만 한다”고 했다. 
어릴 적 친아버지에게 당한 성적 학대를 딛고 여자 복싱 라이트급 60㎏에 출전했던 퀸 언더우드(29.미국)는 올림픽 첫 경기에서 졌다. “악몽 같은 나의 과거를 계속 얘기하는 이유는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사람들에게 쥐구멍에 숨어 살지 말라고 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들은 분명 변명으로 일관된 삶이 아닌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USA 투데이는 “경기는 졌지만 퀸 언더우드의 투혼은 지지 않았다”고 평했다.
 
■ 소말리아 귀국 목숨도 불안
런던올림픽 육상 경기 첫날 모하메드 파라(21)는 는 히잡을 쓰고 손과 발을 모두 옷으로 감싼 채 올림픽 스타디움을 달렸다. 여자 400m 예선에서 1위보다 30초나 뒤진 1분20초48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8만여 관중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파라는 남자 1500m에 참가한 모하메드 하산 모하메드(20)와 함께 런던올림픽에 참가한 ‘유이한’ 소말리아 국적의 선수였다. 
동아프리카 소말리아는 1991년 이후 21년 동안 내전이 진행중이고, 총성이 하루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 한 유명 코미디언이 수도 모가디슈 라디오 방송국을 나서다가 암살을 당하는 등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현실의 암담함에도 파라는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파라는 “내전이 최악으로 치달을 때도 모가디슈 거리 외에는 갈 곳이 없었다. 무장한 군인들을 피하기 위해 더 빨리 달려야 했고, 가끔은 자살폭탄 테러리스트로 오인 받아 총을 쏘겠다는 군인들의 협박까지 받았다”고 했다. 파라는 훈련한 모가디슈 거리를 ‘죽음의 도로’라고 표현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203개 국기와 함께 소말리아가 함께 입장했다는 거예요. 그 자체로 성공한 거지요. 소말리아는 죽지 않았어요. 이렇게 살아있어요.” 
파라와 모하메드는 런던올림픽에서 소말리아를 ‘대표’했지만 그들이 귀국해 맞닥뜨려야 할 현실은 암담하다. 무슬림인 파라는 신성한 라마단 기간에 경기에 출전해 협박을 받는 등 주위 시선이 곱지 못하다. “모하메드는 돌아가면 살기 어려울 것 같다고도 말하지요”라며 두려움을 표했다. 4월에 이미 소말리아의 올림픽조직위원장과 축구협회장이 자살폭탄 테러로 숨진 바 있다. 여러 정황상 망명설도 불거졌으나 이들은 부인했다. 올림픽 참가에 용기가 필요했듯,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도 용기가 필요한 그들이다.
 
■ 첫 출전 새 역사 불구 모욕
사우디아라비아 여자 대표로 첫 출전한 유도 선수 우즈단 알리 압둘라힘 샤히르카니(16)는 고국에서 냉대를 받고 있다. 경기 때 변형 히잡을 사용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녀는 IOC의 권고로 경기 동안 수영모자와 비슷하게 생긴 변형된 히잡을 착용했고, 예선 1차전에서 82초 만에 한판으로 패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몸에 붙는 의상을 착용해 남성들 앞에서 경기하는 것은 스스로와 가족의 명예를 더럽히는 일이다. 샤히르카니는 속세의 덧없는 명예를 위해 내세를 위태롭게 하는 짓을 중단하라”는 사우디 내 보수파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에 샤히르카니의 아버지는 “딸은 세계적으로 사우디 여성사를 새로 썼다는 찬사를 받았으나 국내 보수파들로부터는 ‘창녀’라는 심한 욕을 듣고 있다”며 딸을 모욕한 이들을 고소할 뜻을 내비쳤다.
 
■ 조국잃은 아픔 가슴속 삭여
22살의 키 초에양(Kyi Choeyang)은 티베트 출신으로 최초로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하지만 티베트를 대표한 것이 아니라 중국의 여자 20㎞ 경보 선수로 출전했다. 조국인 티베트가 아니라, 60여년간 티베트를 강점한 중국의 오성홍기를 가슴에 달고 뛰는 초에양. 선수명도 중국명인 선제체양(Shenjie Qieyang)이다. 마치 손기정이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때 일장기를 달고 뛰는 모습과 겹쳐진다. 
외신은 이렇게 전했다. “중국 사람들은 힘내라는 뜻의 ‘짜여우’를, 티베트 사람들은 ‘기우크’라며 응원을 했다. 적대적인 두 나라 사람들은 다른 국기를 들고 똑같은 목표(승리)를 기원했다.” 
출발지에서 초에양은 티베트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쳐다보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채 첫발에 신경을 집중했다. 하지만 초반부 2㎞를 따라 달리며 응원해준 망명 티베트 사람들의 목소리를 잊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동메달을 딴 초에양은 “티베트 사람으로 처음 올림픽 메달을 따 영광이다. 티베트 사람들이 나를 응원해주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취재진이 (눈 덮인 산 위로 태양이 솟는) 티베트 국기를 보았냐는 질문에, 고개를 흔들며 대답을 거부했다. 매우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기 때문이다.



서울발 말춤 돌풍 지구촌 강타, 유튜브 조회 2800만

서울발 ‘강남스타일’ 돌풍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가수 싸이(35)의 ‘강남 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세계적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지난 한 달간 가장 많이 본 동영상으로 나타났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14일 유튜브가 공개한 ‘가장 많이 본 동영상’ 월간차트에서 조회수 2800만건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적인 팝스타 저스틴 비버, 니키 미나즈, 제니퍼 로페즈 등을 뒤로 하고 1위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강남스타일’은 뮤직비디오 공개 직후부터 국내 팬들을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티페인, 로빈 윌리엄스, 조시 그로반 등 해외 아티스트들이 ‘강남 스타일’ 뮤직비디오 감상평을 직접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해외 언론들은 앞다퉈 ‘강남스타일’과 싸이의 돌풍을 보도했다. CNN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빌보드 케이팝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고 보도했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그의 인터뷰를 실었다. 프랑스 M6TV, 네덜란드 지방 라디오방송국 등 유럽 매체도 싸이의 곡에 관심을 나타냈다.
11일 서울 잠실 올림픽 보조경기장에3만명이 모여 ‘강남 스타일’을 합창하며 ‘말춤’을 추어댄 싸이의 콘서트 ‘썸머스탠드 훨씬 더 흠뻑쇼’에는 미국의 CNN, ABC, 월스트리트저널, 영국의 로이터, 이코노미스트, 프랑스의 OTV를 비롯해 일본, 태국 등 10여개 언론사의 기자들이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모인 관객들은 한목소리로 “오빤 강남 스타일~”을 외쳤다. 파란빛 발광봉을 들고 말처럼 펄쩍펄쩍 뛰는 관객들이 푸른 물결처럼 넘실댔다. 열기를 식히려는 듯 공연장 곳곳에 설치된 살수기가 물을 쏘아댔다. 주최쪽이 미리 나눠준 파란색 비옷을 입은 관객들은 아이처럼 즐거워하며 흩뿌리는 물방울을 온몸으로 맞았다. 쏘아올린 폭죽으로 화재소동도 있었지만, 관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절정으로 치달았다.


사상 첫 금메달 양학선 선수… 부모님 집마련 꿈 이뤄


국내 첫 체조 금메달 쾌거를 달성한 양학선(20 한국체대) 선수의 가족들이 비닐하우스를 개조한 집에서 거주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7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양학선의 ‘비닐하우스 집’ 사진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양 선수의 어머니 기숙향(43) 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3월 광주에서는 제대로 집을 마련해서 살기 어려워 고창으로 이사했다”며 “처음엔 비닐하우스에서 닭하고 같이 살았고, 점차 개조해 지금처럼 집 구색을 갖췄다”고 말했다. 양 선수의 부모는 전라북도 고창군 공음면 석교리에 있는 20가구도 안 되는 마을에 자리잡았다. 기 씨는 “애기 아빠가 다쳐서 학선이가 보내 준 돈으로 하루하루 살고 있다”며 “그나마 집 앞에서 텃밭을 가꾸고, 닭과 칠면조를 키우며 생계를 잇고 있다”고 밝혔다. 양 선수는 태릉선수촌에 입소하면 지급되는 일일훈련비 4만원을 한달동안 모아 80만원 가량을 매달 집으로 보내왔다.
 
양학선 선수는 전남 광주 달동네 단칸방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네 식구가 좁은 단칸방에 살며 어려운 생활을 비관해 사춘기에 가출을 하는 등 방황하기도 했다. 공사장 미장 기술자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아버지도 수년 전 어깨를 다쳐 일을 놓았다. 살림살이는 더 어려워졌지만, 양 씨는 ‘체조’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결국 그는 최고 난이도의 기술을 개발해 본인의 이름을 붙였다. 이번 올림픽에서 선보인 최고 난이도 7.4의 기술 ‘양학선’은 이렇게 탄생했다. 양학선 선수는 올림픽 전부터 “금메달 따면 부모님을 위해 따뜻하고 튼튼한 집을 지어드리겠다”고 말하곤 했다.


한편 양 선수의 어머니 기 씨가 금메달 소식을 접한 직후의 인터뷰도 누리꾼들 사이에 회자됐다. 기 씨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아들 오면은 뭘 제일 빨리 먹고 싶을까. 너구리 라면? 너구리 라면 말고 엄마가 칠면조 고기로 맛있게 요리해줄게”라고 말했다. 이 소식에 너구리의 제조사 농심도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농심 관계자는 7일 오전 “양 선수의 가족들이 동의한다면 평생 너구리를 무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누리꾼들은 “집 문제가 해결되려면 양 선수를 너구리 광고 모델로 쓰는 것도 방법이다”고 말했다. 양학선의 형편이 알려지자 주택건설업체 SM그룹은 “광주광역시에 신축중인 115㎡ 아파트를 선물하겠다”고 밝혔다. 광주광역시도 양 선수를 후원할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한국 축구, 영국을 울리다

● 스포츠 연예 2012. 8. 5. 16:59 Posted by SisaHan

축구 종가 영국꺾고 올림픽 축구 사상 첫 4강 진출
초반부터 경기 지배…승부차기 접전 끝 ‘기적같은 승리’
홍명보 “후배들이 자랑스럽다”

마침내 홍명보호가 해냈다. 사상 첫 올림픽 4강진출이다. 그것도 축구 종가 영국을, 그들의 심장부에서 통렬하게 꺾었다.
표정을 감추려던 홍 감독도 마침내 울먹었다. 그리고 “그런 후배들을 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가 기적을 이뤘다. 한국은 올림픽 대표팀은 5일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에서 영국과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1대1로 비기고, 승부차기 끝에 기적같은 5-4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1948년 올림픽에 참가한 이후 역사상 처음으로 4강에 올랐다.
한국의 승리에 외신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안방에서 패배한 영국에는 ‘축제를 망쳤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오늘밤 축구가 ‘기타뉴스’란으로 밀려났다”며 영국 대표팀의 패배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뒤 “한국은 짜임새 있고 유기적인 플레이를 펼쳐 전반전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갔다”고 칭찬했다. 영국 대표팀은 상상력이 부족한 뻔한 패스와 느린 템포로 홈팬들을 실망시킨 반면, 한국은 자신감과 생동감 넘치는 플레이로 매끄럽고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고 <가디언>은 평가했다. 영국 단일팀의 주장 라이언 긱스는 <에이피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18경기 무패행진을 벌이고 있다고 들었다. 이는 우리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이 준비를 잘했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라며 패배를 겸허히 수용했다.
 
 영국 일간 <이브닝 스탠더드>는 “영국이 빠르고 위험한 상대를 만나 조기 탈락했다”며 “불과 4분 사이에 홈팀에 2개의 페널티킥이 주어졌지만 경기의 흐름을 돌리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첫번째 페널티킥은 분명한 핸드볼 파울이었지만 두번째 페널티킥은 대니얼 스터리지와 황석호의 신체접촉이 미미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피파닷컴은 “한국의 경기 지배력을 고려하면 홍명보호가 주도권을 쥐었다는 게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며 내용 면에서도 영국에 앞섰다고 평가했다.
영국은 이날 육상에서만 3종목을 석권하는 등 하룻밤에 6개의 금메달을 수확해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에 빠졌지만 가장 늦은 시간대에 열린 축구에서 져 ‘김이 샜다’는 씁쓸한 반응도 잇따랐다.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은 “영국 스포츠 사상 가장 위대한 날이 축구의 승부차기 패배로 슬프게 마무리됐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8일 맨체스터에서 이날 온두라스에게 3-2로 역전승을 거둔 브라질과 결승 진출을 다툰다. 한국은 이날 영국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전반 초반부터 경기를 주도했다. 7만여명의 영국 응원단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 연봉이 비교도 않될만큼 많은 프리미어리거들로 구성된 단일팀이지만 한국은 초반부터 경기를 지배했다. 박주영이 최전방에서, 구자철과 남태희, 그리고 지동원이 처음 선발 출전했다. 기성용이 중원에서 공수를 연결했다.

첫 슈팅은 한국이 했다. 전반 2분 구자철이 상대 문전 정면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박주영의 슛은 수비벽에 걸렸다. 7분에는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오른쪽 수비수 김창수가 상대 태클에 넘어지며 오른팔 부상을 입어 오재석으로 교체됐다.
한국은 줄기차게 영국 골문을 두들겼다. 전반 14분 기성용의 킬패스를 받은 지동원이 왼발로 슛을 했으나 잭 버틀랜드 골키퍼가 막아냈다. 17분에는 박종우가 오른쪽에서 올려준 날카로운 프리킥을 박주영이 공중으로 뛰어 올라 머리로 연결했으나 골문을 비껴갔다.
마침내 골이 터졌다. 전반 29분 주인공은 이날 처음 선발 출전한 지동원. 수비수 오재석이 길게 찔러준 공을 기성용이 논스톱으로 지동원에게 밀어줬다. 지동원은 여유있게 공을 바로 앞으로 잡아 놓고 왼발 슛. 공은 미사일처럼 영국 골망을 흔들었다. 순간 7만여 영국 관중들은 숨을 멈췄고, 간간히 있던 한국 응원단은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외쳤다.


그러나 6분뒤 한국은 동점골을 허용했다. 영국 스터러지의 슛을 오재석이 넘어지며 막을때 손에 공이 닿은 것. 이를 아론 램지가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밀레니엄 스타디움은 영국 응원단의 함성으로 가득찼다. 한국은 5분 뒤 결정적인 위기를 맞았다. 또 다시 페널티킥을 허용한 것이다. 스터러지가 돌파할 때 황석호가 발을 걸어 넘어뜨리며 또 페널티킥을 내줬것.
그러나 절대절명의 위기에서 정성룡의 진가가 나왔다. 아론 램지가 골 오른쪽으로 강하게 찬 것을 정성룡이 몸을 날리며 막아낸 것이다. 아마도 이때 승리의 여신이 한국에 미소를 보냈을 것이다.
전반을 1-1로 마친 한국은 자신감에 넘쳤다. 체력은 떨어졌으나 후반들어서도 중원싸움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기성용을 중심으로 중원 싸움에서 영국에 밀리지 않았다.
그러나 후반 중반에 접어들며 영국의 공격이 살아났다. 후반 12분에는 박주영의 반칙으로 한국 진영 오른쪽에서 프리킥을 내줬다. 문전으로 날아 온 공을 막으려다 정성룡이 상대 미카 리차즈와 강하게 부딪쳤다. 결국 두 선수 모두 부상으로 교체됐다. 골키퍼로 이범용이 처음 기용됐다.
영국 관중들은 한 목소리로 “위 원트 긱스”를 외치며 라이언 긱스가 교체돼 들어오길 요구했고, 마침내 긱스가 경기장에 들어왔다.
후반 38분에는 오재석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려준 공을 지동원이 돌아 들어가며 헤딩으로 연결했지만 골문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났다.
후반 종료직전 박주영이 중거리슛을 노렸으나 골대를 크게 벗어났다.
1-1, 양팀은 피말리는 연장에 들어갔다.
연장 전반 2분, 결정적인 기회가 한국에 왔다. 박주영이 뛰어들어가던 구자철에게 공을 재치있게 연결했고, 구자철이 강력한 오른발 슛은 버틀랜드 골키퍼 손에 맞고 튕겼다. 이 공을 지동원이 머리로 받았으나 오른쪽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한국 수비진은 체력이 떨어졌고, 영국은 몇차례 공격기회를 무산 시켰다.
 
마침내 승부차기.
영국이 선공. 아론 램지와 긱스까지 4명이 모두 골을 성공 시켰고, 한국 역시 구자철, 백성동, 황석호, 박종우 등 4명이 모두 정확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4-4. 영국의 마지막 키커는 다니엘 스트러지. 골대 오른쪽으로 찬 공을 이범용이 방향을 알아채리고 몸을 날렸다. 공은 이범용의 몸에 막혔고, 영국 관중들은 다시 침묵과 한탄의 늪 속으로 빠져 들었다. 한국의 마지막 키커는 기성용. 기성용은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기성용이 강하게 찬 공은 강하게 골망을 흔들었고, 한국 축구의 새 역사가 창조됐다.
7만여 영국 관중들은 조용히 스타디움을 빠져 나갔고, 태극기를 두른 3백여 한국 응원단은 믿을 수 없는 승리에 눈물을 흘리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홍 감독은 경기후 기자회견에서 “대부분의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어려운 경기를 치뤘으나 정신력으로 극복했다”며 “잘 버티고 이겨준 선수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또 “전반의 두번 페널티킥 상황에서 선수들이 흥분하는 것 같아 이를 경계시켰다”며 “만약 승부차기로 갈 경우 우리가 유리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상대를 짜증날때까지 압박하는 작전을 썼다”며 “개인적으로 너무도 훌륭한 후배들의 감독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