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라두카누(영국)가 11일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유에스(US)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레일라 페르난데스(캐나다)를 상대로 서브를 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전율’이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자신 있게 라켓을 휘둘렀고, 공은 라인 안쪽에 정확히 떨어졌다. 그리고, 겁없는 10대에 의해 세계 테니스 역사는 바뀌었다.
나이가 만 18살10개월에 불과한 엠마 라두카누(영국)는 11일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유에스(US)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또 다른 파란의 주인공, 레일라 페르난데스(캐나다·세계 73위)를 2-0(6:4/6:3)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예선부터 결승까지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상대에게 단 1세트도 내주지 않은 라두카누는 이날 승리로 1999년 서리나 윌리엄스(미국) 이후 유에스오픈 최연소 우승자가 됐다. 대회 무실세트 우승은 2014년 서리나 이후 처음이다. 영국 여자 선수가 그랜드슬램 왕좌에 오른 것은 1977년 버지니아 웨이드 이후 44년 만이다. 우승상금은 250만달러(29억2500만원). 대회 직전까지 그의 통산 상금은 30만달러에 불과했다.
엠마 라두카누(영국)와 레일라 페르난데스(캐나다)의 유에스오픈 여자 단식 결승이 열린 11일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 운집한 관중들. 작년에는 코로나19로 대회가 무관중으로 치러친 바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2주 전 귀국 비행기 티켓을 미리 끊었던 라두카누였다. 부모님 또한 현지 응원을 오지 않았다. 하지만 나서는 경기마다 이겼고 그의 귀국은 점점 연기됐다. 프로 선수 출전이 허용된 오픈시대(1968년) 이후 메이저대회에서 예선 통과자가 결승 무대를 밟은 것은 남녀 통틀어 라두카누가 최초였고 우승 또한 그가 처음이다. 세계 150위 선수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전례조차 없다.
사실 라두카누는 메이저대회 출전이 지난 7월 윔블던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윔블던 때는 영국 기대주로 와일드카드를 받고 출전했었다. 당시 그는 영국 선수로는 최연소 나이로 16강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키며 세계 테니스계에 이름을 널리 알렸다. 유에스오픈 우승으로 윔블던 16강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
라두카누는 루마니아인 아버지(이언)와 중국인 어머니(르네) 사이에서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났으며 2살 때부터 영국에서 자랐다. 부모의 영향으로 시모나 할레프(루마니아)와 리나(중국)를 롤모델로 삼는다. 할레프처럼 백핸드에 능하다. 5월까지 런던의 뉴스테드우드고교를 다니느라 투어를 거의 뛰지 못했는데, 수학과 경제학 시험에서 A학점을 받기도 했다. 라두카누는 “학교는 교우 관계 형성은 물론이고 (테니스 스트레스) 탈출구가 되기도 했다. 테니스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여러 지식 등도 많이 배웠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라두카누는 유에스오픈 우승으로 다음 주 세계 순위에서 24위로 껑충 뛴다. 윔블던을 치를 때 세계 338위에 불과했던 그였다. 두 달여 만에 세계 순위를 314단계나 끌어올리며 명실상부 여자 테니스계 ‘라이징 스타’가 됐다. 활짝 웃는 긍정적 미소로도 주목 받는 그는 향후 광고 러브콜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2년 만에 유에스오픈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맞붙은 레일라 페르난데스(캐나다·왼쪽)와 엠마 라두카누(영국). 뉴욕/EPA 연합뉴스
한편, 19살 페르난데스는 오사카 나오미(일본·3위), 안젤리크 케르버(독일·17위), 엘리나 스비톨리나(우크라이나·5위),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2위) 등 세계 2~5위 선수를 제압하며 결승에 올랐으나 라두카누의 기세를 제압하지는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페르난데스는 아쉬움에 코트에서 눈물을 쏟기도 했다.
무사 1, 2루에서 구리엘 주니어가 1타점 우월 2루타를 쳤고, 무사 1, 3루에서 램이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1점 차를 만들었다.
2사 1루에서 스프링어는 왼쪽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터트려 경기를 뒤집었다.
토론토는 7회말 볼티모어 추격을 막고 승리를 지켰다.
토론토는 전날 로비 레이(4⅓이닝 3실점)를 이어 류현진까지 구단 최고 선발투수가 연달아 볼티모어에 무너지는 충격 속에서도 타선의 뒷심으로 승리를 따냈다.
최악투 류현진 "동료들에게 미안…몸 상태는 문제없어"
"가장 신경 썼던 평균자책점… 남은 경기 집중하겠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이 11일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오리올 파크 앳 캠든야즈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원정경기 더블헤더 1차전을 마치고 화상 인터뷰하고 있다. [MLB 화상 인터뷰 캡처]
대량실점하고 조기 강판했지만, 팀 타선의 도움으로 패전을 면한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은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11일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오리올 파크 앳 캠든야즈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원정경기 더블헤더 1차전에서 2⅓이닝 8피안타(2홈런) 1볼넷 4탈삼진 7실점(7자책점)을 기록한 뒤 화상 인터뷰에서 "선발 투수로서 더블헤더 첫 경기 초반에 대량 실점했다"며 "어려운 경기를 해서 야수들에게 미안했는데, 역전승을 기록해 고맙다"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토 구단은 패색이 짙은 7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대거 4점을 뽑아 11-10으로 역전승했다. MLB는 더블헤더에서 7이닝만 치른다.
류현진은 몸 상태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7일 뉴욕 양키스와 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치다가 팔꿈치에 불편한 느낌을 받아 80구만 던지고 교체됐다.
고작 4일간 휴식을 취한 뒤 이날 낮 경기를 치른 류현진은 '무리한 일정을 소화해서 안 좋은 결과를 얻은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원래 오늘 공을 던지는 일정이었다"라며 "(추가 휴식은) 생각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팔꿈치 문제는 전혀 없다"며 "몸 상태는 괜찮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대량 실점의 원인을 '실투'에서 찾았다.
류현진은 "1회에 실투를 던졌는데, 홈런을 맞았다"며 "2회에 허용한 홈런은 잘 던진 공이었는데, 상대 타자가 잘 쳤다"고 말했다.
이날 류현진은 3회에도 난타를 당하자 찰리 몬토요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가 공을 계속 던질 것인지 물었다.
이때 류현진은 본인이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는데, 몬토요 감독이 내려간 직후 적시타를 허용하고 교체됐다.
이 장면에 관해 류현진은 "감독님이 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서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답했다"라며 "결과적으로 가장 안 좋은 모습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결과로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4.11이 됐다. 류현진은 프로 데뷔 후 단 한 번도 규정이닝을 채운 시즌에서 4점대 이상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적이 없다.
류현진은 "매 시즌 가장 신경 쓰는 게 평균자책점인데, 최근 한 달 동안 대량실점 경기가 몇 차례 나오면서 평균자책점이 치솟았다"며 "이제 올 시즌 남은 경기가 많지 않은데 더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엠마 라두카누(영국)가 11일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유에스(US)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레일라 페르난데스(캐나다)를 상대로 서브를 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전율’이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자신 있게 라켓을 휘둘렀고, 공은 라인 안쪽에 정확히 떨어졌다. 그리고, 겁없는 10대에 의해 세계 테니스 역사는 바뀌었다.
나이가 만 18살10개월에 불과한 엠마 라두카누(영국)는 11일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유에스(US)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또 다른 파란의 주인공, 레일라 페르난데스(캐나다·세계 73위)를 2-0(6:4/6:3)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예선부터 결승까지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상대에게 단 1세트도 내주지 않은 라두카누는 이날 승리로 1999년 서리나 윌리엄스(미국) 이후 유에스오픈 최연소 우승자가 됐다. 대회 무실세트 우승은 2014년 서리나 이후 처음이다. 영국 여자 선수가 그랜드슬램 왕좌에 오른 것은 1977년 버지니아 웨이드 이후 44년 만이다. 우승상금은 250만달러(29억2500만원). 대회 직전까지 그의 통산 상금은 30만달러에 불과했다.
엠마 라두카누(영국)와 레일라 페르난데스(캐나다)의 유에스오픈 여자 단식 결승이 열린 11일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 운집한 관중들. 작년에는 코로나19로 대회가 무관중으로 치러친 바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2주 전 귀국 비행기 티켓을 미리 끊었던 라두카누였다. 부모님 또한 현지 응원을 오지 않았다. 하지만 나서는 경기마다 이겼고 그의 귀국은 점점 연기됐다. 프로 선수 출전이 허용된 오픈시대(1968년) 이후 메이저대회에서 예선 통과자가 결승 무대를 밟은 것은 남녀 통틀어 라두카누가 최초였고 우승 또한 그가 처음이다. 세계 150위 선수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전례조차 없다.
사실 라두카누는 메이저대회 출전이 지난 7월 윔블던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윔블던 때는 영국 기대주로 와일드카드를 받고 출전했었다. 당시 그는 영국 선수로는 최연소 나이로 16강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키며 세계 테니스계에 이름을 널리 알렸다. 유에스오픈 우승으로 윔블던 16강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
라두카누는 루마니아인 아버지(이언)와 중국인 어머니(르네) 사이에서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났으며 2살 때부터 영국에서 자랐다. 부모의 영향으로 시모나 할레프(루마니아)와 리나(중국)를 롤모델로 삼는다. 할레프처럼 백핸드에 능하다. 5월까지 런던의 뉴스테드우드고교를 다니느라 투어를 거의 뛰지 못했는데, 수학과 경제학 시험에서 A학점을 받기도 했다. 라두카누는 “학교는 교우 관계 형성은 물론이고 (테니스 스트레스) 탈출구가 되기도 했다. 테니스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여러 지식 등도 많이 배웠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라두카누는 유에스오픈 우승으로 다음 주 세계 순위에서 24위로 껑충 뛴다. 윔블던을 치를 때 세계 338위에 불과했던 그였다. 두 달여 만에 세계 순위를 314단계나 끌어올리며 명실상부 여자 테니스계 ‘라이징 스타’가 됐다. 활짝 웃는 긍정적 미소로도 주목 받는 그는 향후 광고 러브콜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2년 만에 유에스오픈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맞붙은 레일라 페르난데스(캐나다·왼쪽)와 엠마 라두카누(영국). 뉴욕/EPA 연합뉴스
한편, 19살 페르난데스는 오사카 나오미(일본·3위), 안젤리크 케르버(독일·17위), 엘리나 스비톨리나(우크라이나·5위),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2위) 등 세계 2~5위 선수를 제압하며 결승에 올랐으나 라두카누의 기세를 제압하지는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페르난데스는 아쉬움에 코트에서 눈물을 쏟기도 했다.
US오픈 여자 단식 트로피, 22년 만에 10대들의 전쟁
19살 페르난데스, 라두카누 나란히 결승 진출
1999년 18살 서리나 - 19살 힝기스 이후 처음
US오픈 공식 SNS 갈무리
2002년생들의 메이저대회 여자 단식 결승이 성사됐다. 이쯤 되면 여자 테니스계의 ‘다이내믹 10대 듀오’다.
3일 전 19살 생일을 맞은 레일라 페르난데스(캐나다·세계 73위)는 10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테니스센터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그랜드슬램 대회인 유에스(US)오픈(총상금 5750만달러) 여자 단식 준결승전에서 아리나 사발렌카(23·벨라루스)를 2-1(7:6〈7-3〉/4:6/6:4)로 꺾었다. 32강전에서 오사카 나오미(일본·세계 3위), 16강전에서는 안젤리크 케르버(독일·17위)를 꺾고 8강전에서는 세계 5위 엘리나 스비톨리나(우크라이나)를 제압했던 그는 세계 2위마저 침몰시키면서 ‘자이언트 킬러’로 결승 무대를 밟았다.
레일라 페르난데스(캐나다)가 9일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테니스센터에서 열린 테니스 메이저대회 유에스오픈 준결승전에서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에게 발리 공격을 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페르난데스의 상대는 자신보다 생일이 두 달 느린 에마 라두카누(영국·150위)로 결정됐다. 라두카누는 준결승전에서 마리아 사카리(그리스·18위)를 2-0(6:1/6:4)으로 꺾었다. 9경기 연속 무실세트 경기로 결승에 진출한 라두카누는 프로 선수의 대회 참가가 허락된 오픈 시대(1968년) 이후 남녀 최초로 예선 통과자가 메이저대회 단식 결승에 오르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는 지난 7월 열린 윔블던에서 세계 338위로 본선 무대에 올라 16강까지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던 라두카누는 경기 뒤 페르난데스와 결승에 대해 “예선전을 통과해 결승에 올랐기 때문에 솔직히 부담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10대들의 유에스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이 성사된 것은 그들이 태어나기도 전인 1999년 이후 22년 만이다. 1999년 유에스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당시 18살의 서리나 윌리엄스(미국)와 19살의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가 맞붙었고 윌리엄스가 이긴 바 있다. 페르난데스와 라두카누는 오픈 시대 이후 남녀 통틀어 시드를 받지 않은 두 선수가 그랜드슬램 대회 결승전을 치르는 역사 또한 만들었다.
에마 라두카누(영국)가 9일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테니스센터에서 열린 유에스(US)오픈 4강전에서 마리아 사카리(그리스)의 샷을 백핸드로 받아내고 있다. 뉴욕/유에스에이투데이스포츠 연합뉴스
생애 첫 그랜드슬램 마지막 무대까지 오른 페르난데스와 라두카누 모두 아시아계 피가 흐른다는 공통점이 있다. 더불어 둘 모두 캐나다에서 태어났다. 캐나다 몬트리올 태생의 페르난데스는 아버지(호르헤)가 프로축구 선수 출신의 에콰도르인이고, 어머니(아이린)가 필리핀계 캐나다인이다. 라두카누는 루마니아인 아버지(이언)와 중국인 어머니(르네) 사이에서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났으며 2살 때부터 영국에서 자랐다.
하지만 페르난데스가 일찌감치 투어에 뛰어들어 우승 경력(1승)이 있는 반면 라두카누는 학업과 테니스를 병행하느라 지난 6월에야 1부 투어에 데뷔했다. 윔블던이 열리기 두 달 전 치른 수학과 경제학 시험에서 A학점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페르난데스는 12살 이하 대회 때부터 알아온 라두카누에 대해 “주니어 시절부터 우리는 항상 큰 무대에 설 것이라고 농담을 해왔다. 이번 대회는 우리가 투어 대회에 얼마나 잘 적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우리 모두는 테니스 세계에 변화를 주기 위해 매우 굶주려 있다”고 말했다.
US오픈 공식 SNS 갈무리.
한편, 메이저대회 결승 진출로 페르난데스와 라두카누의 세계 랭킹은 껑충 뛸 전망이다. 결승 진출 만으로 페르난데스는 20~30위권, 라두카누는 30~40위권에 안착한다. 라두카누가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세계 338위였던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데뷔 시즌이라고 하겠다. 김양희 기자
다름이 빛나는 도시= 5일 오후 일본 도쿄 신주쿠의 국립경기장(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폐막식에서 ‘조화로운 불협화음’ 공연이 끝나며 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연대와 희망, 도전으로 빛난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13일의 열전이 마무리됐다.
지난달 24일 개막한 도쿄 패럴림픽은 5일 오후 8시 일본 도쿄 신주쿠의 국립경기장(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폐회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당초 지난해 치러질 계획이던 이번 패럴림픽은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올림픽과 함께 1년 연기돼 치러졌다.
경기가 무관중 원칙으로 진행되면서 대회는 다소 조용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지만, 난민팀을 포함해 163개국 4천400여 명의 선수들이 투혼을 펼쳤다.
탈레반의 정권 장악으로 출전이 불발될 뻔한 아프가니스탄 대표팀도 극적으로 대회에 나오면서 참가국은 162개국에서 163개국으로 늘었다.
폐막공연, 조화로운 불협화음 = 5일 오후 일본 도쿄 신주쿠의 국립경기장(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폐막식에서 ‘조화로운 불협화음’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폐회식의 주제는 '조화로운 불협화음'(Harmonious Cacophony)으로, '다름이 빛나는 도시'(A City Where Differences Shine)의 콘셉트를 선보였다.
다양성을 강조한 대회 조직위원회는 "처음에는 불협화음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 새로운 조화의 탄생이다. 차이는 갈등이 아니라 새로운 미래로의 도약을 의미한다"고 의미를 뒀다.
개회식과 마찬가지로 관중이 없이 진행되는 가운데 아키시노 노미야 후미히토 왕세제와 앤드루 파슨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한국 선수단은 일본 히라가나 순서에 따라 80번째로 입장했다.
주원홍 선수단장을 포함해 24명의 선수단이 폐회식에 참석했다. 기수는 보치아 페어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정호원(35·강원도장애인체육회)이 맡았다.
패럴림픽 폐막식, 대한민국 입장= 5일 오후 일본 도쿄 신주쿠의 국립경기장(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폐막식에서 보치아 페어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정호원이 태극기를 들고 대한민국 선수단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경기 일정이 끝나면 48시간 이내에 귀국해야 하는 대회 규정에 따라 대다수의 선수단은 귀국한 상태다.
이번 대회 14개 종목에 159명(선수 86명·임원 73명)의 선수단을 파견한 한국은 금메달 2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2개로 종합순위 41위를 기록했다.
종합 1위는 중국(금 96개·은 60개·동 51개)이 차지했고, 개최국 일본은 11위(금 13개·은 15개·동 23개)를 기록했다.
선수단 입장에 이어 '아임파서블 어워드'(I'm Possible Award) 시상식이 진행됐다.
도쿄 패럴림픽부터는 대회 최우수선수상(MVP) 격인 '황연대 성취상'을 시상하지 않는다.
황연대 성취상은 국내 장애인 스포츠뿐만이 아니라 세계 장애인 스포츠에서 상징적인 상이었다.
소아마비를 겪던 여성 의사 황연대(83) 여사가 1988년 서울하계패럴림픽 때 국내 언론으로부터 수상한 '오늘의 여성상' 상금을 IPC에 쾌척하면서 제정된 상으로, IPC는 이후 동·하계 패럴림픽마
패럴림픽 폐막식 식전 공연= 5일 오후 일본 도쿄 신주쿠의 국립경기장(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폐막식에서 식전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이번 대회 14개 종목에 159명(선수 86명·임원 73명)의 선수단을 파견한 한국은 금메달 2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2개로 종합순위 4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9년 6월 IPC는 집행위원회에서 황연대 성취상을 없애기로 했다. 황연대 성취상 위원회는 평창 패럴림픽 이후 황연대 여사의 건강이 악화하고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이번 대회에는 '아임파서블 어워드' 상을 도입했다.
IPC의 '아임파서블' 교육 프로그램을 가장 잘 이수한 일본 학교 2개와 해외 학교 1개, 그리고 패럴림픽 남녀 선수 1명씩이 상을 받았다.
남자 선수로는 잠비아 장애인 체육 발전에 기여한 육상 선수 출신 라삼 카통고(잠비아)가, 여자 선수는 2006년 토리노 동계 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 2관왕인 카타르지나 로고비치(폴란드)가 선정됐다. 이 둘은 장애인 체육을 위해 힘쓴 공로를 인정받았다.
최고의 개최국 학교상은 키사라즈 시립 키요미다이 초등학교가, 우수 개최국 학교상은 지바현 토가네 특수교육학교가 받았고, 최고의 해외 학교상은 말라위의 릴동웨 LEA 학교에 돌아갔다.
파리에서 만나요= 5일 오후 일본 도쿄 신주쿠의 국립경기장(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폐회식에서 다음 대회 개최지인 프랑스 파리 안 이달고 시장이 패럴림픽기를 흔들고 있다.
대회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면서, 패럴림픽기는 2024년 다음 대회를 개최하는 프랑스의 파리 시장에게 전달됐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펄럭인 깃발을 파슨스 IPC 위원장이 받았고, 뒤이어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이 깃발을 건네받았다.
밝게 타올랐던 성화가 꺼지며 대회는 막을 내렸다.
캐나다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서 21개 메달 획득
단체전은 메달 없어...이번 55명 첫 출전, 젊은 선수들 2024대회 기대
캐나다의 나테 리에흐가 2021년 9월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도쿄 2020 패럴림픽 남자 1500m 결승에서 우승한 후 기뻐하고 있다. [AP/CP]
2020 도쿄 패럴림픽 성화가 꺼졌다. 불확실성이 가득했던 이번 대회에서 캐나다는 금메달 5개를 포함한 21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이는 5년 전 리우에서 캐나다 팀이 딴 것보다 8개가 줄어든 수치다.
폐막식에 앞서 1,500m에서 금메달을 딴 중거리 주자 나테 리에흐는 "3년 후 파리 패럴림픽에 출전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해질지 부상에서 자유로워질지, 다음 메달 획득 기회가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라카토스(41)는 캐나다 팀의 데님 재킷과 흰 청바지를 입고 캐나다의 국기를 들고 폐막식에 들어갔다. 라카토스는 폐막식 불과 몇 시간 전에 치러진 마라톤에서 4위로 힘든 일정을 마무리하며 자신이 출전한 6개의 경주에서 4개의 은메달을 따냈다.
모든 경기를 끝낸 캐나다 선수들에게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트뤼도 총리는 "지난 2주 동안, 캐나다 최고의 패럴림픽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고, 전 세계에 캐나다인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보여주었다,"고 강조한 그는 "패럴림픽의 승리는 가까운 친구, 가족, 그리고 그들의 지역사회를 위한 모든 캐나다인들의 승리“라면서 "오늘 폐막식에서 단풍잎 깃발이 휘날리는 것을 보면서 우리 모두는 열심히 일하고 끈기 있게 이룰 수 있는 것에 대한 자부심과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당신들은 우리 모두를 자랑스럽게 했다." 고 격려했다.
이번 대회에서 퀘벡의 생장수르 리슐리에 출신의 25세의 리바르는 금메달 2개를 포함해 5개의 메달을 따냈다. 그는 "선수들은 이곳에 오기 위해 매우 열심히 싸우며 모두가 적응해야만 했다. 우리 운동선수들은 자신들의 집에서 훈련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안됐다.“고 힘들었던 훈련기간을 회고했다.
또 19번이나 패럴림픽 메달을 딴 스테파니 딕슨도 "힘들고 힘든 한 해였습니다."라며 "메달도 좋지만, 그것이 이번 올림픽의 성공을 가늠하는 가장 좋은 척도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162개국에서 4,500명 이상의 선수들이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열린 이번 패럴림픽에 참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힌한 엄청난 도전들을 이겨내는 놀라운 성과를 올린 셈이다. 패럴림픽 참가자들의 우려는 한 달 전 여름올림픽에서 발생한 COVID-19 사태로 패럴림픽이 완전히 취소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도쿄가 올림픽에 이은 이번 패럴림픽은 폐막까지 모두 일본에서 급증하는 COVID-19 환자들 소식과 비상사태 속에 열렸다. 모든 경기는 관람객이 없이 열렸다.
딕슨 등 캐나다 선수들은 "12일 동안 세계에 자신감, 행복, 희망을 주었다. 선수들이 기록을 깨고, 메달을 획득하고, 또 마음을 열고,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생각과 삶이 바뀌게 되었다는 것“이라고 보람을 이야기 했다.
오랜동안 패럴림픽 운동의 선두 주자격인 캐나다는 이번 도쿄 패럴림픽에서 단체전 메달은 하나도 따지 못했다. 여자 휠체어 배구가 역대 최고 기록인 4위를 차지하며 가장 근접했을 뿐이다.
다음 파리 대회에서는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까?
리바르와 라카토스 모두 파리에서 열리는 2024 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해 계속 경쟁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러나 캐나다 패럴림픽 위원회 CEO인 캐런 오닐은 “우리 팀의 미래가 밝다”고 강조했다. 육상의 리에흐를 포함한 도쿄대회 출전 55명의 선수들이 이번에 첫 데뷔전을 치렀기 때문이다. 금메달을 포함해 2개의 메달을 딴 수영선수 다니엘 도리스는 이제 18살에 불과하다.
한국 보치아 대표팀, 일본 꺾고 패럴림픽 9연속 금메달
한국 보치아 대표팀 최예진(왼쪽부터), 정호원, 김한수가 4일 일본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패럴림픽 보치아 BC3 페어 결승에서 일본을 꺾은 뒤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한국 보치아가 개최국 일본을 연장 접전 끝에 꺾고 9회 연속 금메달을 따냈다.
정호원(35·강원도장애인체육회), 최예진(30·충청남도), 김한수(29·경기도)로 구성된 보치아 대표팀은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패럴림픽 보치아 BC3 페어 결승에서 일본 카와모토 케스케(22), 다카하시 카즈키(41), 다나카 케이코(39)를 5-4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탁구 주영대에 이어 한국 선수단의 이번 대회 두 번째 금메달이다.
보치아 페어는 두 명이 한 조를 이뤄 엔드(총 4엔드)별로 흰 표적구에 공을 6개씩 보내 상대 공보다 표적구에 공을 가깝게 붙이면 득점하는 경기다. 겨울 종목인 컬링과 비슷하다.
한국은 자타공인 보치아 최강국이다. 1988 서울올림픽에서 1위에 오른 뒤로 한 번도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9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했는데, 이는 도쿄올림픽에서 양궁 대표팀이 세운 9연패와 비견되는 대기록이다.
이날 출전한 한국 선수들은 대표팀 내에서도 에이스로 꼽힌다. 정호원은 2008 베이징패럴림픽 금메달, 2012 런던패럴림픽 은메달, 2016 리우패럴림픽 금메달 등을 획득한 보치아 최강자다. 최예진은 2012 런던패럴림픽 금메달, 2016 리우패럴림픽 은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김한수 역시 2016 리우패럴림픽 은메달리스트다. 이들은 2016년 리우 대회 때도 이 종목에서 은메달을 일군 바 있다. 5년 만의 재도전에서 메달 색깔을 금빛으로 바꾼 것이다.
선수 개개인도 각종 기록을 세웠다. 이날 승리로 정호원은 4대회 연속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최예진은 3대회 연속 메달이다. 김한수는 패럴림픽 첫 금메달의 영광을 안았다.
개인전 탈락의 아쉬움도 씻었다. 정호원은 2016년 리우 대회에 이어 개인전 2연패를 노렸고, 단체전 은메달만 있는 김한수도 이번 대회 개인전 메달을 노렸지만 두 선수 모두 표적구를 최대한 멀리 보내는 상대의 맞춤 전략에 당해 8강 문턱을 넘지 못한 바 있다.
보치아는 패럴림픽 특유의 종목으로, 중증장애인을 위한 스포츠다. 손으로 투구하기 사지 마비 장애인이 출전하는 BC3 등급에서는 선수들이 홈통 등의 도구를 사용하며 경기 파트너의 도움을 받는다. 김한수와 최예진은 어머니가, 정호원은 이문영 코치가 경기 파트너로 나섰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