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바르셀로나의 스트라이커 리오넬 메시가 스페인 프로축구리그 라리가에서 뛰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리오넬 메시(34)가 20여년 만에 스페인 프로축구 FC 바르셀로나를 떠난다.
바르셀로나 구단은 5일 스페인 프로축구리그인 라리가의 재정 규정 때문에 메시와 재계약을 맺을 수 없게 됐다며 메시가 더는 바르셀로나팀에서 뛸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메시의 기존 계약은 6월30일자로 만료됐다.
구단은 보도 자료에서 “구단과 메시가 새 계약에 합의해 서명할 의사가 있었으나 재정적 구조적 장애물 때문에 이것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 구단은 “이런 상황으로 메시가 바르셀로나팀에 더는 머물 수 없게 됐다”며 “구단과 메시 양쪽에서 원하는 바가 끝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단은 또 “메시가 구단의 발전에 기여한 것에 진심으로 사의를 표한다”며 “앞으로 메시가 개인 생활과 프로 경력에서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바르셀로나 구단은 메시와의 계약 불발이 “재정적·구조적 장애” 때문이라고만 밝히고,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다. 라리가가 2013년 구단의 재정 건전성 확보 등을 위해 도입한 선수들의 연봉상한선(샐러리 캡) 규정 등 재정적인 문제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프로축구 리그는 코로나19로 타격을 크게 받았다. 리그는 지난해 선수들의 연봉상한선을 대폭 낮췄고, 이에 따라 바르셀로나 구단은 연봉상한선을 맞추기 위해 몇몇 선수들을 방출해야 했다.
메시는 2017년 연봉계약 당시 한 시즌에 1억3800만 유로(약 1866억원)를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시는 지난 시즌 말에도 바르셀로나를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새로 구단 회장이 된 후안 라포르타의 강력한 잔류 설득으로 마음을 돌린 바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메시가 바르셀로나를 떠나는 것은 13살의 나이로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 합류한 지 20여년 만이다. 그는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778경기에 출전해 672골을 넣으며,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상을 6차례나 받았다.
또 바르셀로나팀은 그의 활약에 힘입어 챔피언스 리그 우승 4차례, 스페인 프로축구 리그 우승 10차례, 스페인 슈퍼컵 우승 8차례를 했다.
메시는 이번 일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메시가 어느 팀으로 갈지도 알려진 바 없지만, 맨체스터 시티, 파리 생제르맹 등이 거론된다. 박병수 기자
여자 계영 800m에 출전해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며 금메달을 목에 건 중국 여자 수영 대표팀. 국제수영연맹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극적인 역전승, 신기록, 세계 1위의 탈락과 꼴찌의 반란.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대이변이 속출했다. 기초 종목인 수영과 육상에서 아시아 선수들의 진기록이 쏟아졌고, 만년 우승 후보가 탈락하거나 무명의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거는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출됐다.
중국 여자 수영 대표팀은 7월29일 계영 800m(4명의 선수가 자유형으로 200m씩 경주를 펼치는 경기) 결승에서 7분40초33의 세계 신기록을 세우면서 사상 첫 금메달을 수확했다. 2019 광주세계선수권대회에서 오스트레일리아가 수립한 세계 기록(7분41초50)을 1초17 앞당겼다. 이 종목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해온 미국,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외 국가가 해당 종목에서 우승한 것은 1996년 대회 때 올림픽 세부 종목으로 채택된 뒤 처음이다.
개최국 일본은 각 종목 세계 1, 2위이자 유력 메달 후보로 꼽혔던 자국 선수들이 조기에 탈락해 아쉬움을 삼켰다. 배드민턴 남자 단식 세계 1위였던 모모타 겐토는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세계 38위 허광희에게 패해 8강 진출이 좌절됐고, 여자 테니스 세계 2위 오사카 나오미도 단식 16강전에서 세계 42위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를 상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경기를 마감해야 했다.
일본 이토 미마와 미즈타니 준이 탁구 혼합복식에서 중국을 이긴 뒤 환호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공식 누리집 갈무리.
탁구 최강국인 중국은 2004 아테네 대회 뒤로 17년 만에 금메달을 놓쳤다. 일본 이토 미마(21)와 미즈타니 준(32)이 7월26일 탁구 혼합복식 결승에서 중국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4-3(5:11/7:11/11:8/11:9/11:9/6:11/11:6)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둬 일본 탁구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오스트리아의 아나 키젠호퍼가 여자 사이클 도로 경주 결승선을 통과하며 환호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공식 누리집 갈무리.
모두의 예상을 깨고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도 나왔다. 현직 연구원(스위스 로잔공대)이자 아마추어 선수인 오스트리아의 아나 키젠호퍼(30)는 7월25일 여자 사이클 도로 경주에서 ‘인생 경기’를 펼치며 금메달을 따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키젠호퍼는 137㎞ 코스를 3시간52분45초로 주파하며 금메달 유력 후보인 아네미크 판플뢰턴(39·네덜란드)보다 1분15초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판플뢰턴은 경기를 마친 뒤 1위인 줄 알고 자축하다가 머쓱해하기도 했다. 그는 “키젠호퍼의 존재조차 몰랐다”고 털어놨다.
튀니지 수영선수 아흐마드 하프나위가 자유형 400m 결승에서 기록을 확인한 뒤 포효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공식 누리집 갈무리.
튀니지 수영 선수 중 유일하게 출전한 아흐마드 하프나위도 같은 날 수영 남자 자유형 400m에 출전해 3분43초36으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지난달 프랑스챔피언십에서 3분46초16을 기록해 올림픽 메달권과는 거리가 멀었던 하프나위는 8위로 가까스로 결승에 진출한 뒤 마지막 50m에서 잭 매클로플린(오스트레일리아)을 밀어내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 이변이 속출한 이유 중 하나는 코로나19로 인한 훈련 부족 등으로 기존 선수들이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림픽 개최지에 미리 입성해 현지 적응도 필요했으나 코로나19로 이마저 여의치 않았다. 더불어 국경 봉쇄로 국외 훈련 없이 1년 넘게 자국에서 조용히 칼을 갈고 있던 복병들이 올림픽 무대에서 잠재력을 폭발시켰다고도 볼 수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상대를 알고 자신을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이지만 코로나19로 ‘지피’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깜깜이 올림픽’이 된 측면도 있다. 장필수 기자
‘중국 이긴’ 대만 선수단, 역대 최고 성적에 전투기 호위 속 금의환향
도쿄올림픽 선전 대만 선수단 화제
지난달 19일 이코노미석 타고 출국, 임원진은 비지니스석 타 논란
4일 귀국 땐 공군 전투기 4대 호위.. ‘차이니스 타이페이’ 올림픽 참가 곡절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 노모리 종합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배트민턴 복식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차이니스 타이페이’를 상징하는 매화기가 중국-말레이시아 국기와 함께 올라가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차이니스 타이페이’란 이름으로 올림픽에 참가하는 대만 선수단이 이코노미석을 타고 출국했다가 공군 전투기 호위를 받으며 귀국해 화제다. 선수단의 역대 최고 선전 속에 대만의 ‘기구한’ 올림픽 참가사도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6일 대만 <중앙통신>(CNA)의 보도를 종합하면, 대만 국방부는 지난 4일 오후 귀국하는 자국 올림픽 선수단을 환영하기 위해 미라지 전투기 4대를 띄웠다. 이날 귀국한 선수단에는 결승전에서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따낸 배드민턴 남자 복식조 왕지린·리양 선수와 배드민턴 여자 단식 세계 랭킹 1위이자 은메달을 따낸 다이쯔잉 선수 등이 포함됐다.
통신은 국방부 쪽 설명을 따 “차이잉원 총통이 직접 인도네시아 아시안 게임 때와 마찬가지로 올림픽에서 활약한 선수단의 귀국길을 호위하라고 지시했다”며 “전투기 4대가 방공식별구역까지 나가 선수단 전세기를 호위했으며, 환영의 뜻으로 플레어까지 터뜨렸다”고 전했다. 당일 대만 서쪽 해상에선 9호 태풍 루핏이 발생한 바 있다.
앞서 대만 공군은 자국 선수단이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 17개 등 모두 67개의 메달을 따내며 종합 7위를 기록했을 때도 전투기 2대를 띄워 귀국길을 호위한 바 있다.
이들의 ‘화려한 귀환’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따로 있다. 지난달 19일 전세기 편으로 출국할 당시 선수단은 이코노미석에, 임원진은 비지니스석에 앉았다는 사실이 다이쯔잉 선수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되면서 비난 여론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결국 차이 총통이 직접 나서 “국가를 대표해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단에게 비지니스석을 제공하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사과한 바 있다.
도쿄올림픽에서 선수단의 선전이 이어지면서, 공식 국명과 국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대만의 올림픽 참가 역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 1971년 10월 유엔 총회 당시 ‘(유엔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의 합법적 권리 회복에 관한 결의’(제2758호) 통과로 회원국 지위를 잃은 이후 중국의 요구에 따라 대만은 각종 국제기구에서 사실상 축출되는 수모를 겪어왔다.
대만이 ‘중화민국’이란 공식 국가명으로 참가한 것은 1972년 뮌헨 여름올림픽과 1976년 인스부르크 겨울올림픽이 마지막이다. 이후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던 대만 쪽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협상 끝에 1981년 3월 ‘차이니스 타이페이’란 명칭 사용을 받아들였다. 대만이 ‘차이니스 타이페이’란 이름으로 올림픽에 복귀한 것은 1984년 사라예보 겨울 올림픽과 로스앤젤레스 여름 올림픽 때다.
개·폐막식 때도 국기인 ‘청천백일만지홍기’는 사용하지 못한다. 대신 청천백일 문양과 오륜기가 들어간 대만올림픽위원회 깃발인 ‘매화기’를 쓴다. 금메달을 따도 “삼민주의는 우리 당의 근본”으로 시작하는 국가는 연주할 수 없다. 대신 “산과 강은 아름답고”로 시작하는 국기가가 울려 퍼진다.
올림픽 폐막을 이틀 앞둔 6일 오후 현재 ‘차이니스 타이페이’ 선수단은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 동메달 6개 등 모두 12개의 메달을 따내며 종합순위 25위를 달리고 있다. 금(2)·은(2)·동(1) 등 모두 5개의 메달을 따내며 종합 31위를 차지했던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뛰어 넘는 역대 최고 성적이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조상우가 5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패자 준결승 미국과 경기 6회말 2사 2· 3루에서 타일러 오스틴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고 있다. 요코하마/연합뉴스
올림픽 야구 왕좌를 수성하려던 ‘김경문호’의 계획이 물거품 됐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5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의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미국과의 패자 준결승에서 6회말 불펜이 무너지면서 2-7로 패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때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따냈던 한국은 올림픽 야구 2연패를 노렸지만 일본, 미국에 연달아 패하면서 메달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한국은 7일 정오에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도쿄올림픽 야구 결승(7일 저녁 7시)은 일본과 미국의 대결로 펼쳐진다.
물 먹은 방망이
한국 타선은 이날 7안타를 터뜨렸다. 무엇보다 승부처에서 집중타가 터지지 않았다. 한국은 미국 선발 조 라이언에게 봉쇄당하며 4회까지 0-2로 끌려가다가 5회초 득점 기회를 맞았다. 1사 후 허경민의 몸에맞는공과 김혜성의 우전 안타로 만든 1사 1·3루에서 박해민의 좌전 적시타가 터졌다. 1-2로 따라간 1사 1·2루에서 강백호가 타석에 섰지만 병살타를 때려냈다.
1-7로 뒤진 7회초에도 추격 기회는 있었다. 박건우, 오지환의 연속 안타로 1점을 따라갔지만 1사 1·2루에서 박해민, 강백호가 연속해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심판 스트라이크존에 계속 의문을 표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배트 스피드가 느렸다.
한국은 2번 타자 강백호가 4타수 무안타, 4번 타자 김현수가 4타수 무안타, 5번 타자 강민호가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김혜성이 3안타(3타수)를 쳐냈다.
6회 투수교체 실패
선발 이의리에 이어 등판한 사이드암 최원준이 토드 프레이저에게 볼넷을 내주자 대표팀 벤치는 빠르게 움직였다. 좌완 차우찬이 좌타자 에릭 필리아를 삼진으로 처리한 뒤에는 우완 원태인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원태인은 1사 1루에서 제이미 웨스트브룩과 마크 콜로즈배리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고 실점한 뒤 닉 앨런을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김경문 감독은 1-3으로 뒤진 1사 만루에서 이번 대회에서 가장 믿음직했던 조상우를 올려 불을 끄려 했으나 조상우 또한 버텨내지 못했다. 9번 타자 잭 로페즈에게 곧바로 적시타를 두들겨 맞았다.
이후 에디 알바레즈의 내야 땅볼 때 3루주자 콜로즈베리가 득점했고 2사 2·3루에서 타일러 오스틴에게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뺏겼다. 점수는 순식간에 1-7로 벌어졌다. 필승의 의지로 빠른 투수교체를 했으나 결과적으로 잘못된 선택이 됐다. 미국 타선에서는 일본 리그에서 활약하는 오스틴이 4타수 2안타 2타점, 웨스트브룩이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
19살의 좌완 새내기들
이의리는 씩씩했다. 도미니카공화국전(1일) 선발 등판(5이닝 4피안타 3실점) 뒤 3일밖에 쉬지 못했지만 혼자서 5이닝을 책임졌다. 심판이 오른 타자의 바깥쪽 공을 스트라이크로 잡아주지 않는 가운데서 꿋꿋하게 버텨냈다.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9탈삼진 2실점. 탈삼진은 9개를 잡아냈다. 투수 수는 88개. 이의리와 동갑내기 김진욱(롯데)은 한국이 대량실점한 6회말 2사 1루에서 트리스턴 카사스를 삼진 아웃으로 돌려세우며 불을 껐다.
김진욱은 7회에도 2타자를 책임지면서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김진욱은 이번 대회에서 3경기 등판, 2이닝 무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의 투구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태극 마크’ 자격이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대표팀 막내들의 주눅들지 않는 투구가 그나마 미국전 수확이었다. 김양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