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규모 5.8의 큰 지진이 일어난 경북 경주에서 19일 밤 규모 4.5의 지진이 또 일어났다. 국민안전처 누리집(홈페이지)은 이번에도 곧바로 먹통이 됐다. 지진이 예측하기 어려운 재해라고는 하나, 정부의 지진 대처가 얼마나 어설픈 수준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번 ‘경주 지진’은 규모나 여진 횟수에서나 현세대가 처음 경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가 결코 아님을 일깨웠다. 재산 피해를 보고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이들을 보듬고, 지금부터라도 지진 대비를 원점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 과거 기록으로 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규모 7 이상으로 추정되는 지진이 여러 차례 일어났다. 앞으로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진에 대해 알리고, 일어날 경우 대처 요령을 잘 교육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일본과 같이 지진이 도달하기 전에 경보를 알리는 수준까지는 못하더라도, 지진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관련 정보를 전파하는 체계는 제대로 갖춰야 한다. 지진에 대한 사전 대비는 강화하는 정도에 비례해 큰 비용이 든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를 키울 가능성이 있는 시설부터 안전 조처를 강화하고 대상을 순차로 확대해나가야 한다.
핵발전소는 지진에 뒤따르는 위험성이 가장 큰 시설물이다. 고리, 월성 핵발전소의 전면 가동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가고 있다. 그동안 밀어붙이기 식으로 핵발전 확대를 추진해온 정부에 대한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신고리 5, 6호기 건설 승인 과정에서도 주변 지역의 활동성 단층만 영향을 분석하고, 활성 단층은 아예 무시했다. 공청회도 여는 둥 마는 둥 했다. 건설을 일단 보류하고, 시민이 참여하는 가운데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를 거쳐 핵발전 정책의 방향을 새로 정해야 한다.


우리나라 활성 단층에 대한 정밀 조사는 최대한 신속히 착수해야 한다. 이번에 지진이 일어난 양산단층을 비롯해 많은 활성 단층이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분포해 있다. 이런 사실조차 모른 채 고리 1~4호기 원전을 지었을 만큼 우리는 지진에 무방비로 지내왔다. 옛 소방방재청은 2009년 20억원을 들여 양산단층과 울산단층에 대한 지질조사를 대충 한 뒤 발표하려 했다가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는 전문가 자문그룹의 지적을 받고 폐기했다고 한다. 활성 단층 조사는 상당한 기간이 걸리는 만큼 서둘러야 한다.


대통령의 ‘비선 측근’이 케이스포츠 운영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한겨레> 보도를 청와대가 부인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일방적인 추측성 기사로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 대변인은 미르와 케이스포츠가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 행사에 참여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참으로 오만한 모습이다.

국민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사안에 사실이 아니라면 뭐가 아닌지 밝힐 생각은 않고 무작정 깔아뭉개는 건 정치권력의 올바른 자세가 아닐뿐더러 의혹만 키우는 일이다. 박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방문 기간에 열린 한불 융합요리 행사에 미르가 참여했다는데, 도대체 어떤 경위로 참여한 것인지는 밝히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청와대가 이런 식이니 여당인 새누리당 역시 국회에서 이 의혹을 다루는 국정감사에 반대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미르와 케이스포츠 설립·모금과 관련한 모든 증인의 채택에 반대했다고 한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정치공세에 불과하고 기업의 자율적 모금은 정치권에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라는 게 반대 이유라는데, 말이 되질 않는다. 대통령의 ‘비선 측근’이 재단 이사장 임명에 개입하고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모금에 관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마당이다. ‘권력형 비리 의혹’의 실체를 파헤쳐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건 국회의 당연한 의무다. 바로 이것을 하라고 국정감사라는 제도를 둔 것이다.


국회는 이번 국감에서 창립총회 회의록마저 위조한 미르와 케이스포츠재단 설립승인서를 문화체육관광부가 초고속으로 내준 경위와 전경련이 기업들의 모금에 앞장선 이유, 그리고 이 과정에 청와대의 개입은 없었는지 등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이를 위해선 모금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승철 부회장 등 전경련 간부들과, 모금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그리고 ‘비선 측근’으로 지목된 최순실씨 등이 반드시 국회에 나와야 할 것이다.
재계 인사들의 국회 출석이 경제에 부담을 준다고 하는데 진정 기업을 괴롭히는 건 근본도 없는 재단에 수백억원을 내도록 압박하는 일이다. 새누리당은 명분 없는 증인채택 반대 논리를 즉각 거둬들여야 한다.


이번 여름 브라질에서 열리는 리우올림픽에 대해서 나는 관심이 없었다. 양궁이나 태권도에서 메달을 땄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잠시 기뻐했지만, 그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하여 여자 배구팀이 8강전에서 네덜란드에 패함으로 나의 관심을 끌었다.


여자 배구가 관심을 끈 이유는 인터넷에서 벌어진 현상 때문이었다. 시합에 이기리라고 믿었는데 진 결과에 대해, 실수한, 또는 실수한 것처럼 보이는 선수에게 무자비한 비평과 공격을 하는 것이 나를 슬프게 했다. 경기를 TV로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배구라는 게임의 성격상 수비 선수가 실수한 것처럼 보인다면, 그만큼 상대방 공격수의 공격이 좋았다고 말할 수 있다. 설사 실수였다 해도 비난도 좋지만 격려도 하여 다음에 더 잘할 수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 그 날의 경기운에 따라 이기고 질 수도 있는 것이 스포츠다. 그런 상황에서 실수한 선수만을 표적으로 정해 원색적으로 비난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합에 패하고 그 누구 보다 가슴이 아프고 안타까웠던 것은 그 선수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 선수를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워줘야지 쓰러뜨리고 밟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엄연히 국가대표 선수이고 감독의 신임을 받아 경기에 뛰고 있는 선수이다. 이번이 마지막 경기가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 뛰어야 할 선수이기에 다음 경기를 위해서라도 격려를 해주어야 한다.


인터넷이란 참 우습고 또한 무서운 것이 시합에 패한 여자배구 선수에 대한 비난이, 누가 올린 한 장의 사진 때문에 배구협회로 날아가게 됐다. 소위 말하는 ‘김치찌개 회식’이라는 사진 한 장 때문이었다. 그 사진은 2년 전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여자배구팀이 그 회식으로 좁은 방안에서 김치찌개를 먹는 모습이었다. 그 회식이 금메달을 딴 팀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 때 한 선수가 자비를 털어서 그럴듯한 식당에 가서 따로 회식을 했다는 사실에 씁슬하다. 그 선수의 이름은 김연경이었다. 그녀가 이번 올림픽에서 큰 활약을 했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인터넷에 확인한 바에 의하면 세계 최고의 여자 배구선수라는 것이었다. 그 근거로 2012년 런던올림픽 때 한국여자 배구가 4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최우수 선수상을 받았음은 물론 득점왕이었다. 어떤 스포츠이건 최우수 선수상은 우승팀이나 준우승 팀의 선수에게 돌아가는 것이 관례다. 그 사진 한 장으로 인해 배구협회의 무성의한 선수 대우와 올림픽에 대한 무책임한 대책들이 인터넷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팀 닥터는 물론 통역도, 전력 분석관도 제대로 없이 출전했고 선수들에 대한 배려가 형편없었다는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 마디로 선수들이 시합에 전념할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 시합이 끝나고도 폐막식까지 남아있지 못하고 개별적으로 귀국하게 한 사실도 그렇다. 이번 시합에 졌다고 이것이 절대 마지막 시합이 아니다. 다음 시합을 위해서라도 선수들을 그렇게 홀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이 결코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 날이 오기까지 우리는 그 때까지의 준비과정과 선수관리를 까마득하게 잊고 있다가, 만약에 일본과 시합을 하게 되면 이기기를 간절히 바랄 것이다. 그러나 이 번에 이겼다고 다음에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올림픽 같은 큰 경기는 결코 선수 혼자서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협회 차원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다른 종목의 많은 선수들이 ‘양궁협회’를 부러워한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 그리고 양궁에서는 한국이 꾸준히 메달을 획득한 이유도, 공정한 선수 선발과 철저한 선수 관리로 선수들이 오로지 경기에만 전념하게 해주는….


김치회식이 너무 잘 알려진 사실 때문인지 이번에 새로 당선된 배구협회 회장이 8강에 오른 여자 배구팀을 위하여 뒤늦게 강남의 중국식당에서 회식을 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선수들의 애로 사항을 들었다고 한다. 이제는 뭔가 달라질까 생각했던 것도 잠시 새로 감독에 고교 감독 출신을 임명했다고 한다. 전례 없이 처음으로.

< 박성민 - 소설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 / 동포문학상 시·소설 부문 수상 >


[한마당] 막장 드라마의 재연

● 칼럼 2016. 9. 8. 19:42 Posted by SisaHan

“최근 우병우 민정수석을 둘러싼 대한민국의 풍경이 점입가경이다. 거의 막장 드라마 수준이다. 수사 대상이 되자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정상 직무수행 할 수 없다고 사퇴했는데 같은 수사대상인 우 수석은 또 버티기로 일관한다. 버티기와 물타기란 신종 막장 드라마 소재들이 국민을 아주 짜증나게 한다. 우 수석은 왜 사퇴하지 않는지 자신이 직접 해명해야 하는데 너무 오래 마이크를 안 잡고 있다. 이 문제 제기됐을 때 1시간씩 격정 토로하던 우 수석은 어떻게 됐나. 너무 정치 노회한 물타기다. 이 뒤에 누가 있는지 답답할 노릇이다”
야당 원내대표가 발언한 내용이다. 막장 드라마 수준이고 물타기와 버티기라는 지적과 국민이 짜증난다는 표현은 참 잘 들어맞는 것 같다, 하지만 “뒤에 누가 있는지 답답할 노릇”이라는 마무리는 진짜 답답한 말이다. 영화 ‘내부자들’이 예시를 했는데도, 정말 누가 있는지를 모른단 말인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는 영화는 그 나름 명분이 있고, 정의감이 흐르고, 재미에 감동도 있었다. 하지만 ’우병우 수석 구하기‘라는 청와대 드라마는 도대체가 명분도, 실리도 없을뿐더러 감동은 커녕 눈덩이처럼 커지는 의혹과 암투와 고집과 공작이 난무해 흉하기 짝이 없는 삼류 저질인 드라마일 것 같다.
뭔가 비리의혹이 제기됐으면 깨끗하게 소명해 떳떳이 흑백을 밝히고, 과오가 있으면 사과하거나 사퇴하면 간단했을 일이다. 그런데 이 무슨 오기와 해코지란 말인가. 폭로한 언론사와 특별감찰관에게 뒤집어 씌우는 역습으로 초점을 흐리는 ‘물타기’와 ‘뭉개기’의 정치공작 악습이 재등장했다. 자신들의 손으로 검증해서 세운 감찰관에게 올가미를 씌우려하는 것도 우습지만, 지금껏 누이좋고 매부 좋은 사이이던 보수신문과 돌연 각을 세우며 치부를 들춰내 부패언론으로 추락시킨 밀월깨기 반전도 볼만하다. 의혹의 대상으로 수사를 받는 자가 수사 지휘선상에 버티고 앉아있는 것 역시 아이러니다. 오직 권력자와 그 치마끝을 붙들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자의 성역 지키기를 위해 여러 술수를 동원하는 모양새나, 대기업과 검은 유착을 즐기며 권력부침에 편승해 위세를 부려 온 거대신문, 양쪽 다 도덕성과 개념의 수준에서 도토리 키재기나 다름없을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의 지저분한 막장 대결이요 국민이나 국익은 전혀 안중에 없다.


그러니 국민은 피곤에 지치고 국정은 표류한다. 민생이 아우성인 경제난국에다 미국은 금리를 올리겠다는 예고까지 발하는데, 방만한 추경예산 하나로 땜질하며 생색내려 용을 쓴다. 사드문제로 갈등이 격화되어 가는데, 오불관언 밀어붙이기 일변도다. 북한이 잠수함 미사일까지 쏘며 극으로 내달리자 뗑깡부리는 아이 흉내 내듯 여당은 핵잠수함을 만들겠다고 비핵의 금단마저 넘나든다. 미·일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외교가 방향을 잃고 휘청댄지는 오래다. 끝이 안보인다. ‘레임덕’이 이렇게 빨리 오고, 식물정부를 자초하는 무개념 철학부재의 정도가 이렇게 심할 줄이야. 찜찜한 이 세력은 그동안 ‘둘러메치기’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남북정상 대화록 폭로를 비롯해, 대선의 댓글부대 수사, 국정원 직원 셀프감금 등 그런 사례는 무수히 많다. 초원복집 사건이 그랬고, 총리 밀가루 사건 등 역사도 깊다. 전통을 자랑하는 반전술을 이번에도 재빨리 꺼내들었다. ‘개 돼지’ 민중들이 어서 잊어먹기를 기다리면서…. 하지만 그런 역습과 반전의 결과가 얼마 지나지 않아 본말전도요 엉터리였음이 밝혀진 것이 어디 한 둘인가. 당장은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고 정의에 관심을 가졌던 많은 이들이 오히려 눈총을 받으며 고생을 하지만, 세월이 지나 무죄 혹은 혐의없음으로 원점에 되돌아오곤 한다. 이미 망가진 뒤여서 분통만을 삭일 수도 있으나,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역사가 기록하여 진실은 살아남는 법이다.


양치기의 외침은 반복할 때마다 곧 실체가 드러나게 되어있다. 아무리 버텨도 해는 기울고 세월은 간다, 바람 빠지는 풍선은 붙잡고 발버둥쳐도 소용이 없다. 권력의 종점은 어김없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어리석게 지는 해의 그림자 뒤에 추한 모습을 감추려 급급할 일이 아니다. 국민의 부름을 받은 공직자가 ‘멸사봉공’(滅私奉公)은 커녕 개인의 안위에 급급하여 ‘멸공봉사’(滅公奉私)에 눈이 멀어서야 말이 되는가. 이순신의 사즉생(死卽生)을 새길 일이다. 대통령이나 우병우나, 그 힘센 권력과 명석한 두뇌를 개인의 보신과 정권의 성역방어에 쓸 게 아니라 어서 속히 고통 중에 있는 국민과 나라 앞에 승복하는 것이 그나마 개인적으로나 정권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모든 면에서 다행일 것이다.


< 김종천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