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자 칼럼] 탄핵은 민생경제 훈풍이다

● 칼럼 2016. 12. 29. 12:26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과 국회의 탄핵 결정 이후 나라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조·중·동과 경제지를 중심으로 그렇다. 박근혜의 직무정지는 한국 경제에 긍정적 요인이지 악재는 결코 아니라고 필자는 판단한다. 99%에게는 좋은 일이요, 1% 미만 부패세력에게만 나쁜 일일 수 있다.
판단의 근거는 이렇다. 첫째, 이재용 등 재벌 총수들과 박근혜-최순실 일당 간의 정경유착이 일부나마 밝혀졌다. 그에 따라 거대부패의 창조 메커니즘이 잠시나마 정지된 상태이다. 창조경제 사기극의 간판이었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문을 닫을지 모르고 전경련도 위기에 처했다. 물론 면세점 추가지정 등 세습재벌에 대한 특혜는 법령의 가면을 쓰고 대부분 지속되고 있다. 정경유착 전모가 분명히 밝혀질수록 경제에 미치는 훈풍은 강해질 것이다.


둘째, 불공정한 경제시스템이 조금이라도 개선될 가능성이 생겼다. 박근혜표 노동개악법 추진은 동력을 잃었다. 일부 재벌총수들을 위한 서비스산업발전법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박근혜표 악법이 원상복구된다면, 경제시스템의 불공정성은 줄어들고, 경제주체들의 능력 발휘 기회를 확충하여 투자와 일자리를 늘릴 것이다. 셋째, 대외신용도는 오히려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정경유착의 당사자로 법 위에서 군림하던 박근혜와 재벌총수들을 시민들의 목소리로 끌어내리는 법치를 실현한다면, 한국 경제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외국자본이 유입되어 증권시장뿐 아니라 무역, 직접투자 등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합법적인 대통령이 빨리 선출되어 정당성을 확보하고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과 균형외교를 한다면 북한과의 경제교류도 회복되어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정경유착 세력이 여전히 활개치면서 탄핵 역풍을 창조하려 억지로 내세우는 것이 “민생을 위해 대규모 토요집회는 그만하자”는 것이다. ‘기레기’ 언론의 ‘경제위기론’ 가짜뉴스에 속아 넘어가면 안 된다.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다. 범법자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탄핵받고 직무정지된 이 엄중한 시기에, 국민만이 가진 경제권력을 박근혜가 임명한 황교안이나 유일호에게 위임하는 데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재벌정책, 노동정책, 금융정책 등 주요 경제정책은 당연히 국회에서 논의되고 결정되어야 한다. 박근혜에 의해 개악된 모든 법령은 원상복구되어야 한다. 국회는 탄핵기간 내내 임시국회를 열어, 국정을 농단한 세력들이 망가뜨린 법과 제도를 원상복구하여야 한다.


정경유착 부패의 뿌리를 뽑아내야 나라경제와 국민생활이 동시에 나아질 수 있다. 50여년 전 박정희-이병철로 시작한 정경유착을 이번 기회에 발본색원해야 한다. 박근혜에 대하여는 헌법재판소가 조속히 국민탄핵을 완수해야 한다. 헌재가 결정하면 즉시 박근혜의 뇌물죄 등 실정법 위반에 대한 구속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헌재 결정 이전에도 특검에 의해 박근혜의 모든 범죄를 수사하고, 이재용 등 재벌총수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가 법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전과가 많고, 증거인멸이 이미 상당히 이루어졌으므로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박근혜-이재용으로 2대, 3대 정경유착이 뿌리내리는 동안 한국 경제는 일그러지고 추해지고 약해졌다. 정경유착을 이 기회에 말끔히 도려내야 나라경제가 계층·지역·산업간 차별 없이 균형있게 성장할 수 있다. 노동착취와 중소기업 수탈에 의존하는 이병철형 전근대기업에서 회사 임직원들이 열정을 쏟아붓는 민주적 현대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박근혜 탄핵처럼, 불법·부패·세습 재벌총수들에게 실정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한국 경제는 방대한 발전 에너지를 재충전해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 김태동 -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


[사설] 국회의원 사퇴해야 할 ‘청문회 위증 모의’

● 칼럼 2016. 12. 29. 12:25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국회 ‘최순실 게이트’ 청문위원인 새누리당 이완영·이만희 의원이 최순실씨 보호를 위해 증인과 위증을 모의했다는 의혹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모 신문은 19일 내부자 발언을 토대로 “태블릿피시(PC)가 고영태의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이완영 의원과 정동춘 케이스포츠재단 이사장이 입을 맞췄다”고 보도했다.
앞서 고씨는 ‘청문회에서 태블릿피시를 둘러싼 위증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진실을 밝혀야 할 국회의원이 오히려 진실 은폐를 모의하고 실행했다는 건 충격적인 일이다.
국회는 당장 이 사안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사실이라면 두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해야 마땅하다.


두 의원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청문회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두 의원과 케이스포츠 인사들과의 사전 모의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고씨는 13일 모 월간지 인터뷰에서 “케이스포츠재단 박헌영 과장이 새누리당 의원과 입을 맞추고 태블릿피시에 관해 위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틀 뒤 열린 4차 청문회에서 이만희 의원은 태블릿피시 건을 집중 질문했고, 증인으로 나온 박 과장은 ‘최순실씨 것이 아닌 고씨의 것’이란 취지로 답변했다. 우연치고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없다.
의혹은 노승일 케이스포츠재단 부장의 폭로로 더욱 짙어졌다. 노 부장은 이완영 의원과 정동춘 케이스포츠재단 이사장이 박 과장에게 위증을 하도록 사전 모의를 했다고 밝혔다.
청문회 직전 이 의원과 정 이사장이 두 차례 만난 사실도 확인됐다. 결국 이완영-정동춘 만남에서 위증을 모의하고, 이만희-박헌영이 청문회에서 시나리오대로 실행을 했다는 의혹을 감추기 어렵다. 어떻게 국회의원이 청문회를 앞두고 핵심 증인을 만나 이런 논의를 할 수 있는 건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이완영 의원은 청문회 내내 “고령과 병력으로 고통받는 증인(재벌 총수들)을 배려해달라”거나 “대통령이 관저에 있다고 일을 안 하는 거냐” 등의 발언으로 국정조사를 오히려 방해한다는 비판을 받은 인물이다.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국회는 두 의원에게 제기된 의혹을 조사해야 한다. 필요하면 특검 수사도 하는 게 마땅하다. 국민보다 범법자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국회의원은 더이상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한마당] 존재할 가치가 있는 정부

● 칼럼 2016. 12. 29. 12:24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지적장애 2급인 민수(가명·5)는 1주일에 세 번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푸르메 어린이재활병원을 다닌다. 아직 말을 하지 못해 언어치료와 함께 인지·심리·음악·미술 치료를 받기 위해서다.
민수의 고향은 경남 통영이다. 그곳엔 재활치료를 받을 병원이 없다. 할 수 없이 엄마가 민수만 데리고 서울로 올라왔다. 그나마 민수는 4월28일 푸르메 병원이 개원하자마자 여기서 치료받을 기회를 잡았다. 지금은 외래진료를 받으려면 2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
한번 재활치료에 드는 돈은 15만원, 한달에 150만원을 훌쩍 넘는다. 민수 어머니는 “그래도 다행이다. 넘어지긴 해도 이젠 민수 혼자서 곧잘 걷는다. 일찍 치료받지 않았다면 아예 일어서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수가 다니는 푸르메 병원은 전국에서 유일한 어린이재활병원이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가 10년 동안 꿈꿔왔던 프로젝트의 결실이다. 병원 터는 마포구청이 무상으로 제공했다. 430억원의 건립비는 1만명의 후원자와 500여개 기업·단체, 정부와 서울시 도움을 받아 마련했다. 그렇게 지상 7층, 91개 병상을 갖춘 병원이 올해 4월 문을 열었다.
그러나 건립만큼이나 운영도 어렵다. 어린이 재활은 모든 분야 치료사가 일대일로 환자를 상대해야 하기에 인건비가 많이 든다. 로봇 보행기 등 대당 수억원씩 하는 특수장비 운영비용도 만만찮다. 예상하긴 했지만, 올해 약 29억원의 적자가 났다. 그중 7억3천만원은 서울시에서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나머지 적자를 보전하기란 여간 만만치가 않다.
정치·사회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한 건 병원도 마찬가지다. 이 병원의 정식 명칭은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다. 게임기업 넥슨이 건립비용 200억원을 낸 걸 기념해 이렇게 이름 지었다. 김정주 넥슨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후속 지원에 어려움이 있을 거란 우려도 있었지만, 며칠 전 올해 운영비로 3억3천만원을 내놓으면서 병원 운영엔 숨통을 텄다.


백경학 이사는 주요 대기업을 찾아다녔다. “사회공헌사업 예산을 다 써서…”라는 한결같은 답변을 들었다. 최순실씨 사건이 터지고서야 대기업들이 미르와 케이스포츠재단에 수십억원씩 내느라 다른 분야엔 지원할 돈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국민복리를 책임지는 보건복지부도 찾아갔다. 장애아 재활은 사실 정부가 책임질 일이다. 어릴 때 치료를 받으면 정상적인 사회생활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고재춘 병원 기획실장은 “지금 방치하면 20살 이후의 사회적 비용을 모두 국가가 져야 한다. 비용보다 중요한 건, 조기 치료가 한 사람의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민간병원 운영비를 지원할 근거와 전례가 없다”며 난색을 표시했다.
최순실씨 단골병원인 김영재 성형외과 원장 부인이 운영하는 의료업체에 정부는 15억원의 지원금을 줬다.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는 최순실·차은택씨 사업에 지원하기로 했던 보조금 731억원을 삭감했다. 이들 사업은 ‘근거와 전례’가 있었기에 정부 예산을 투입했던 것일까.


꼭 해야 할 일을 나눠서 진 이들에겐 인색하고, 권력을 등에 업은 이들에겐 한없이 관대한 정부는 과연 존재할 가치가 있는가. 박근혜 정권, 아니 대한민국 정부의 총체적 부실의 한 단면을 여기서 본다.
수백만명이 촛불을 든 이유는 이런 데 있을 것이다. 절실한 사람들을 외면해온 정부를 촛불은 온전히 바꿀 수 있을까. 우선 푸르메 병원과 같은 장애아재활시설에 좀더 따뜻한 온기가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 박찬수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


[1500자 칼럼] 그냥 사세요

● 칼럼 2016. 12. 19. 21:23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어느 날 갑자기 남편에게 이상한 병증이 보였다. 허리로부터 한쪽 다리로 전기가 흐르는 것같이 저려왔다. 그는 학창시절에 역기를 들다 다쳤던 부위가 다시 도진 줄만 알았으나, 정밀검사 결과는 퇴행성디스크라고 했다. 아직도 마음만은 청춘인 그인지라 섣불리 이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인터넷을 뒤지고 수소문하여 물리치료사, 한의사, 척추전문의를 찾아 다니며 상담을 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그 결과는 허망하여 열심히 운동만 하면 조금은 나아질 수 있다는 불확실한 대답뿐이었다. 이제는 자녀들 모두 출가시켰으니 더 이상 우리 삶을 허비하지 말자고 은퇴를 종용했는데 은퇴초입에 이런 불길한 징조가 나타났던 것이다.


결국 고 L박사와 통화를 하게 되었다. 비록 전공은 달라도 의학박사이니 내 나라말로 속 시원하게 그 허리 증상에 대해 문의를 하였다. 그간의 정황을 상세하게 들은 그 분은 간결한 답변을 주셨다. “그 상태라면 그냥 사세요.”했다. 무슨 기발한 치료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잔뜩 기대했던 우리는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잠시 그 의미를 되삭여보니 이해가 될 듯도 하였다. 노년에 이르러 생긴 병증은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생기는 더 이상 완치할 수 없는 노인병이니, 이래저래 힘 빼고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그저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라는 의미 같았다. 평상시 가벼운 운동이나 하면서 마음 편하게 살라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이보다 더 그 상황에 맞는 적절한 조언이 있을까 싶었다. 마침내 남편도 심각한 불안에서 벗어나 현실로 받아들이고 말았다. 아직까지는 통증 없이 마음껏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기면서 말이다.


이민 초창기, 유난히 부부싸움이 잦았던 이웃이 있었다. 신혼을 캐나다에서 시작한 소포결혼이었으니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그 농도가 짙어져 심할 때는 서로 물건을 내던져 많지도 않은 살림살이가 박살이 나기 일쑤였다. 그 뿐만이 아니다. 감정이 격해지니 서로 할 소리 못 할 소리 다 쏟아놓아 서로 할퀴며 낸 상처의 골이 깊어만 갔다. 정녕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인지, 그런 와중에도 건강한 아들을 낳았다. 천사의 미소를 지닌 예쁜 아기였다. 그렇게 한때 잉꼬부부로 잘 살아가다가 어느 시점에서부터 다시 진한 부부싸움을 시작했다. 급기야 일이 심각하게 터졌다. 엄마 아빠의 험악한 격투전을 목격하고 놀란 아들이 911로 도움을 청했던 것이다. 겨우 일곱 살이었으니 얼마나 무서웠겠는가. 결국 두 사람은 법정에 섰으나, 이혼만은 막아야 한다는 양측 부모님들의 뜻이 적용되어 결혼상담치료를 받는 합의로 끝났다. 아이를 위해서 퍽 다행스러운 결과여서 지인들은 안심할 수 있었다.


얼마 후 그들은 한국으로 되돌아가는 역이민의 길을 택했다. 끝내 이곳 생활에 적음을 못했던 것이다.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근래 그들은 참으로 행복한 노년을 보낸다고 한다. 그때의 일을 기억하는 옛 지인들에게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 사실이다. 만약 당시 헤어졌더라면 그들의 인생은 오늘과 생판 다른 모습이 되었을 게 뻔하다. 물론 인격을 무시한 폭력적인 부부이거나 쌍방 결혼의 의미를 되새길 수 없게 신뢰가 깨진 극단의 상황이라면 할 수 없겠다. 하지만 일순간의 감정으로 치달아 다시는 화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부부간의 일은, 주위 사람들이 쉽게 판단하고 조언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그 당시 나도 그들에게 헤어지라고 섣부른 조언을 하지 않은 것이 퍽 다행스러울 뿐이다.


우리 삶에는 숱한 바람이 불어온다. 그 바람결을 잘 타려면 때로는 도전도 하고, 포기도 하고, 타협도 하고, 받아들이기도 해야 한다. 적절한 판단력과 삶의 지혜가 따라야 함은 필수조건이다. 가끔 사실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해 갈등에 빠졌던 날들을 되짚으며 “그냥 사세요”를 단순하고 담담하게 생활에 적용해본다. 가고 싶지 않은 곳에도 ‘그냥 가보자’, 뻔히 알면서도 ‘그냥 속아주자’, 잔소리하고 싶어도 ‘그냥 참아내자’. 그렇게 생각을 다스렸더니 이상하게도 내 안이 잔잔한 호수처럼 차분해지고 평화로웠다. 결코 도전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변화도 바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살자는 얘기다. “그냥 사세요”, 어느덧 내 삶에 친숙해지고 있는 말이다.

< 원옥재 - 수필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원, 전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