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앞두고 취소 ‘초유의 사태’

구체적 설명없이 “실무협의 덜돼”

한은총재 등 후임 인사 제동걸어

 

청와대 전경.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첫 회동이 16일 오전 만남 4시간을 앞두고 전격 취소됐다.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자의 만남이 당일 무산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윤 당선자가 공식 제기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논의와 한국은행 총재 임명 등 인사권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정권교체기 신-구 정권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당분간 양쪽의 긴장 관계가 이어질 전망이다.

 

인사권 · 사면 갈등에 회동 취소까지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16일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오늘로 예정됐던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은 실무적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서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며 “실무자 차원의 협의는 계속 진행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도 같은 시각, 같은 내용의 서면 브리핑 자료를 내어 취소 사실을 확인했다. 양쪽은 발표 문안과 시간을 사전에 조율했다고 한다. 양쪽은 왜 당일 회동이 취소됐는지 구체적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애초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는 이날 낮 청와대에서 배석자 없이 오찬 회동을 할 예정이었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은 전날까지 실무협의를 벌이기도 했다.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된 것은 전날 윤 당선자 쪽이 ‘이명박-김경수 동시 사면론’을 띄우면서다. 윤 당선자 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문 대통령 입장에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그냥 놔둘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살려줘야죠”라며 “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를 함께 사면할 것으로 본다. 100%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안에선 윤 당선자 쪽이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공개 압박하고, ‘김경수 동반 사면론’까지 띄우자 “사면 거래를 하자는 것이냐”며 격앙된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아울러 청와대는 윤 당선자 쪽이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사실상 자진 사퇴를 압박하고,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인사를 ‘알박기’로 규정하며 사전 협의를 요구하는 등 대통령의 인사권에 개입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양쪽은 오는 31일 임기가 종료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 임명권을 놓고도 의견 차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대통령 임기 중 임명권 행사는 당연하다는 입장인 반면, 윤 당선자 쪽은 차기 정부가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윤 당선자 쪽은 현 정부의 공공기관 인사를 두고 “꼭 필요한 인사의 경우는 함께 협의 진행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 업무 인수인계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요청해 놓은 상태”(김은혜 대변인)라며 사전 협의를 요구했다. 이에 청와대는 “5월9일까지는 문재인 정부 임기이고, 임기 내에 주어진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협의 요청에 응할 뜻이 없다고 맞받으면서 충돌 국면이 전개됐다.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은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실무협의를 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지 않겠나 해서 자연스럽게 (연기하기로) 조율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에 “이번 회동의 성격은 축하와 덕담이다. 문 대통령도 당선자가 어떤 이야기든 허심탄회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그래서 두분이 독대하기로 한 건데, 갑자기 인사·사면·추경 등이 의제화되어 버렸다”며 “의제는 결론을 내야 하는데, 자칫 양쪽이 곤란해질 수 있어 취소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민정수석실 폐지’ 논란 등 신경전 지속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회동 의제 조율 과정에서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겠으나, 네 시간 앞두고 취소하는 모양새는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양쪽이 기선을 제압하려고 기싸움을 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당선자 쪽의 인사권 요구 등이 과도하다고 판단한 청와대가 회동을 전격 취소하며 맞대응했다는 것이다.

 

앞서 양쪽은 윤 당선자의 민정수석실 폐지 발표를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윤 당선자는 지난 1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첫 상견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 의사를 밝히면서 “국민 신상 털기, 뒷조사 같은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청와대는 “현 정부에서 하지 않은 일로 민정수석실 폐지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양쪽은 회동 시기에 관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는 한동안 냉각기를 거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정부의 인수인계 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31일 임기가 끝나는 한국은행 총재 후임 인사가 첫번째 시험대로 보인다. 청와대는 “인사에 필요한 실무 준비는 하고 있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2개월가량 남은 상황에서 신-구 권력의 갈등은 대선에서 드러난 진영 간 대립을 격화시키고 윤 당선자의 임기 초 국정운영 동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미나 이완 기자

 

박수현 “문 대통령-윤 당선자 회동, 축하·덕담 자리로 다시 일정 잡자”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 회동이 갑자기 무산된 것과 관련해 “축하와 덕담, 국민 희망에 대해 말하는 자리로 다시 일정을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이나 공공기관 인사권 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위한 자리로 만들기 보다,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수현 수석은 16일 저녁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께 말씀드린 중요한 일정을 연기한 것이 송구스럽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수석은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협의를 계속 하기로 했으니 좋은 결과로 국민께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아침 윤석열 당선자 쪽과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의 오찬 회동을 4시간여 앞두고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며 회동 무산을 알렸다. 정권교체기 대통령과 당선자 회동이 갑자기 무산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박수현 수석은 회동 무산 이유가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때문이냐’라는 질문에 “(대통령과 당선자의 회동은) 축하와 덕담을 하면서 국정경험을 공유하는 자리이고, 당선자는 어떤 말씀이라도 하실 수 있는 자리”라며 “(문 대통령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배석자도 없이 하자고 제안했었다”고 즉답을 피했다. 다만 박 수석은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 아니겠나. 두 분은 배석자 없이 어떤 말씀도 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이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면을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묶어) 사면할 것’이라고 한 데 대해선 “중요한 건 대통령과 당선자가 허심탄회하게 말씀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청와대 내부에선 전날 권 의원이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명박-김경수 동시 사면론’을 편 것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는 분위기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박 수석은 또 윤 당선자 쪽에서 청와대를 ‘구중궁궐’이라고 표현하면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국민과의 소통은 장소나 지리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박 수석은 “다양한 계기에 다양한 과정을 통해 국민께 얼마나 진심으로 말씀드리고 귀기울이냐가 소통의 본질”이라고 덧붙였다. 이완 기자

 

처음은 늘 화기애애…대통령-당선자 만남, 25년의 역사

 

1997년 12월20일에 만난 김대중 당선자와 김영삼 대통령.

 

대선 직후 현직 대통령과 당선자의 만남은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미묘했다. 표면적으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주요 국정 현안을 논의하고 대통령이 당선자에게 국정 경험을 전수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은 만남에 앞서 대화 내용, 의제 등에 대해 철저하게 사전 조율했다.

 

직선제 개헌 후 첫 정권교체가 이뤄졌던 15대 대선 뒤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당선자는 대선 이틀 뒤인 1997년 12월20일에 만났다. 당시 대선에서 김 대통령은 아이엠에프(IMF) 사태를 불러온 자신을 출당시키고 ‘3김 청산’을 외치며 화형식까지 거행한 여당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보다 민주화 동지이자 경쟁자였던 야당의 김대중 후보를 지원했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김 대통령은 1층 로비에서 김 당선자를 기다리며 극진히 예우했다. 청와대 경호실도 외국 정상 국빈 방문급으로 의전을 했다.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대화를 이어갔고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특별사면 등 6개 사항 합의문을 발표했다. 그 뒤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오랜 동지이자 숙적이었던 두 사람은 매주 화요일 정례회동을 이어가며 김대중 대통령 취임까지 모두 8차례 만났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007년 12월28일 저녁 청와대에서 대선 뒤 처음으로 만나 정권 인수문제를 비롯한 국정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권교체기인 2007년에도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자의 첫 만남은 화기애애했다. 노 대통령은 대선 9일 만인 2007년 12월28일 회동에서 “내 마음에는 당선인이 나보다 더 윗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의전은 아직 제가 가운데로 있나 봅니다”라고 인사하자, 이명박 당선자는 “임기가 다하셔도 선임자시니까 제가 선임자 우대 하겠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2차례 회동을 거쳐 정권 인수인계를 마쳤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취임 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자 돌변했다. 퇴임 뒤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정착한 노 전 대통령과 그의 핵심 참모인 ‘친노 세력’을 촛불시위 배후로 지목하고, 자서전 집필 등을 위해 재임 당시 자신이 생산한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하는 것을 ‘국가기록물 유출’로 규정해 노 전 대통령을 공격했다. 급기야 ‘논두렁 시계’로 상징되는 보복 수사로 끝내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는 비극을 불렀다.

 

정권 재창출을 이룬 2002년(김대중-노무현)과 2012년 대선(이명박-박근혜) 이후의 정권 이양은 순탄했다. 5년 전 19대 대선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대통령직 궐위 상태여서 문재인 당선자는 대선 이튿날인 2017년 5월10일 바로 취임해 별도의 인수인계 절차가 없었다. 김해정 기자

 

참여연대 “‘수사 지휘’ 윤석열의 이명박 사면 요청은 어불성설”

시민사회 · 법조계 “이명박 사면 논의 부적절…또 다른 갈등 일으킬 것”

참여연대  “범죄 전직 대통령 사면 안돼 … 박근혜 사면도 원칙 허문 결정”

법조계 “정치적 거래가 된다면 사면권 남용…제한 규정 마련해야”

 

                    이명박 전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6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지자 시민사회와 법조계에서 “범죄를 저지른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논의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통령 사면권에 대한 법적 제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다시 나온다.

 

참여연대는 15일 논평을 내어 “이명박의 사면 논의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며, 범죄를 저지른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해 뇌물을 수수해 징역 17년형을 선고받은 이명박에 대한 사면은 가당치 않다”며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수사를 지휘하던 윤석열 당선자가 이명박의 사면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에서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삼성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20년 10월 징역 17년형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한 문 대통령을 향해서도 “중대 부패범죄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겠다던 공약을 스스로 저버린 바 있다”며 “스스로 세운 원칙과 약속을 허무는 결정을 또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이명박 사면은 국민 통합이 아니라 법과 원칙 적용에 예외를 두는 것이자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결정”이라며 “이명박 사면 논의는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도 이 전 대통령 사면 논의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남근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개혁입법특별위원장)는 “사면제도는 삼권분립의 원칙이나 사법제도의 신뢰를 흔들 여지가 있어 남용해선 안 된다”며 “군사독재에 저항하다 처벌받은 사람 등 과거 사법제도 운용이 잘못됐거나 우리 사회의 발전과 통합을 위해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시행해야 하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패 사건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사면권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가 사면 논의를 꺼내면서 자신이 수사 지휘했던 사건을 부정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는 “본인이 수사 지휘한 사람을 사면 요청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본인이 수사한 것을 정치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법감정으로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런 선례가 남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대통령 사면권에 대한 법적 제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변호사는 “대통령의 사면권에 대한 헌법상 권한은 존중하지만 법률적으로 일정 부분 제한할 필요 있다”며 “권력형 비위 내지 사회적 지탄을 받는 범죄에 대해서는 단호히 사면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무를 이용해 사익을 취한 파렴치범을 사면하는 것이 국민 통합에 어떤 기여를 할지 대다수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치적 거래가 된다면 이는 사면권 남용”이라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사면권은 용인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행사할 수 있도록 법에서 기준을 세워야 하고, 추후 개헌 시 대통령 사면권을 헌법 자체에서 제한하는 근거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윤주 이우연 기자

 

윤 당선자, 내일 문 대통령과 오찬 독대…‘MB 사면’ 건의하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을 위해 이동하는 모습.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오는 16일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한다고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이 15일 밝혔다. 윤 당선자는 문 대통령과 배석자 없이 독대할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이명박(MB)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건의하기로 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윤 당선자는 내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오찬을 갖기로 했다”며 “두 분이 독대하고, 배석자 없이 허심탄회하게 격의 없이 이야기할 자리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전날까지 회동 형식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양쪽은 점심을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회동은 윤 당선자 확정 뒤 7일 만이다. 통상 역대 대통령들이 당선 열흘 안에 회동을 가져왔던 것과 비교하면 약간 빠르다. 두 사람이 대면하는 것은 윤 당선자가 검찰총장으로 있을 당시, 2020년 6월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 참석 이후 21개월 만이다.

 

김 대변인은 이어 “윤 당선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 요청하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견지해왔다”며 “따라서 이번 만남을 계기로 국민통합과 화합의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당 내에서는 지난 연말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결정 이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도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수였다. 윤 당선자도 대선 기간 중 이런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이번 회동에선 원활한 정권 인수·인계 방안을 비롯해 코로나19 대응,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동향 등 국정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의견 교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미나 기자

 

청 “현 정부가 안한 일로 ‘민정수석실 폐지’ 근거 삼는 건 부적절”

‘정적 통제·국민 신상털기·뒷조사’ 들며 폐지 방침 밝힌 데 불쾌감

 

청와대가 “현 정부에서 하지 않았던 일을 들어서 민정수석실 폐지의 근거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전날 민정수석실이 ‘정적 통제와 국민 신상털기, 뒷조사 등을 해왔다’며 폐지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불쾌감을 표현한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실은 법령이 정한 업무에 충실한 소임을 다해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 정부 민정수석실 기능은 민심 청취, 법무 보좌, 인사 검증, 반부패정책, 공직 감찰, (대통령) 친인척 관리 등”이라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존폐 여부는 정책적 판단의 문제로 과거 국민의정부 등에서도 일시적으로 폐지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당선자가 과거 ‘사직동팀’을 언급하며 현 정부 민정수석실까지 묶어 “과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현한 셈이다.

 

윤 당선자는 전날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에서 사정·정보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며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선거 운동기간 동안 윤 당선자가 현 정부의 적폐를 수사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며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한편,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윤 당선자 쪽에서 대선 뒤 청와대 인사에게 인사 협의를 요청했다’는 보도에 대해 “인수위 측에서 공기업 인사에 대해 협의 요청이 있었는지 알고 있지 못 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5월 9일까지는 문 대통령 임기이고, 임기 내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달말 임기가 종료되는 한국은행 총재 후임 지명 여부에 대해선 “한은 총재 임기가 대통령 재임 중에 완료되기 때문에 (인사) 실무 준비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이완 기자

 

윤석열 집무실, 용산 국방부청사 유력 검토…광화문과 저울질

 

청와대 이전TF 팀장 내정 윤한홍 의원 언급

광화문· 용산 2개안 저울질…용산은 경호 등 이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광화문 청사로 옮겨가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인데, 구중궁궐 청와대에서 나와 공무원들과 호흡을 맞춘다는 취지가 퇴색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에 내정된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집무실로 용산구 국방부 청사와 광화문 외교부 청사, 두 개의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대통령 경호처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과 함께 최근 집무실 후보지를 둘러봤다고 한다. 국방부 청사를 새롭게 검토하게 된 데는 경호 우려와 국방부 지하벙커를 활용할 수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주변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나 외교부 청사와 비교해 주변 고층 건물이 상대적으로 적어 경호가 용이하고 국방부 지하 벙커와 헬기장 부지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윤 의원은 “광화문에 청사를 두면 기존 청와대 벙커와 헬기장 부지를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 청와대를 최대한 국민께 돌려드린다는 취지에는 국방부 청사가 더 맞는다”고 말했다. ‘청와대 이전 티에프’는 애초 유력하게 거론됐던 정부서울청사는 공간이 협소해 집무실 설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바로 옆 외교부 청사 활용을 2안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집무실에 따라 관저 위치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집무실이 외교부로 결정될 경우 삼청동 국무총리공관이, 국방부 청사에 둔다면 용산구 한남동 육군 참모총장 공관이나 외교부·국방부 장관 공관 등이 유력한 상황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에 둘 경우, 공직자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시민들과 만나겠다는 ‘광화문 대통령’ 구상과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 군 관련 건물이 밀집해 있는 국방부 영내에는 외부인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돼 원활한 소통이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윤 의원은 “바로 옆에 용산가족공원이 만들어지게 되면, (대통령이) 더 쉽게 국민들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이전 티에프는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청와대 이전 방안을 확정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윤 의원은 “기존 직원들의 이사와 리모델링 등에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취임 전까지 마무리 지으려면 늦어도 이번 주말이나 다음 초까지는 (이전 방안을) 확정해야 한다”고 했다. 장나래 기자

전경련, 미르재단 불법모금 관여 ‘내리막’

장제원-권태신 채널 가동…“부활 신호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정진석 국회부의장과 서울 종로구 인수위 인근에서 오찬을 마치고 산책하고 있다. 인수위 제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오는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주관으로 경제 5단체장과 점심식사를 한다. 모임은 윤 당선자 쪽에서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을 대변하는 전경련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미르·케이(K) 스포츠 재단에 기업들이 774억원을 출연하는 데 관여해 ‘정경유착’을 주도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 관계자는 18일 “전경련 쪽에서 21일 윤 당선자와의 모임이 있다고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오찬 회동에는 윤 당선자를 포함해 허창수 전경련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참석한다. 경제단체들은 각각 윤 당선자와의 회동을 추진했지만 전경련이 주관하는 방식으로 정리됐다. 전경련은 이날 다른 경제단체들에 연락해 윤 당선자와의 회동 일정을 알리고 참석 여부를 회신받았으며 다른 경제단체들은 전경련 주도의 회동에 불쾌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동은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과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 채널을 통해 성사됐다고 한다. 권 부회장은 국무총리실장 이력이 있는 이명박 정부 출신이다. 국정농단·적폐 수사를 주도했던 윤 당선자가 전경련을 고리로 경제단체들과 만나게 되면서 전경련이 ‘복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때 전경련은 2017년부터 4년 동안 청와대 행사와 국외 순방 경제사절단에 초청받지 못했다. 한 경제계 인사는 “(윤 당선자와의 회동 주관은) 전경련의 부활 신호탄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장나래 김영배 기자

 

여가부 폐지·무고죄 강화 ‘시대 역행’…“지켜서는 안 될 윤석열 공약”

 

[윤석열 정부 성평등 공약 점검]

윤 “여가부 사업, 타 부서와 중복” 당위성 설득도 어렵고 부작용 우려

성범죄 무고죄 조항 신설·처벌 강화 “피해자 중심주의 무너뜨리는 퇴행”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에서 열린 '성평등 정책 강화를 요구한다' 여성·시민 긴급 기자회견에서 선언 연서명에 참여한 8709명이 남긴 말과 명단이 붙어있다.

 

“지켜서는 안 되는 공약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내놓은 성평등 공약 가운데는 전문가들로부터 이와 같은 평가를 받는 것이 적지 않다. ‘여성가족부 폐지’와 ‘무고죄 처벌 강화’ 공약이 대표적이다. 전문가와 야당은 물론 국민의힘 안에서도 재검토 요구가 나온다. 공약의 당위성을 설득하기 어렵고,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당선자의 실행 의지도 큰 만큼, 향후 정국의 갈등 수위를 가름할 사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성별 근로 공시제’처럼 비교적 전향적이라고 평가받는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가부 주요 기능 유지하면서 폐지?

 

윤석열 당선자는 여가부를 폐지하고 아동·가족·인구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를 신설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가부 사업 중 상당 부분이 다른 부처와 ‘중복’된다는 게 그 이유다. 현 정부에서 아동정책은 여가부(가족지원과)·보건복지부(아동복지정책과)·교육부(교육복지정책과)가, 가족정책은 여가부(가족정책과)·복지부(보육정책과)가, 인구정책은 여가부(가족정책과)·복지부(인구정책총괄과)가 맡고 있다. 효율성을 위해 새 부처를 신설해 아동·가족·인구감소 문제를 맡기겠다는 구상이다.

 

정책 효율화를 위한 조직 개편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두 가지 문제가 남는다. △여가부 폐지가 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지 △중복되는 정책 외에 여가부가 주도적으로 해오던 다른 업무는 어떻게 할지에 대한 설명과 대안의 부재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부)는 “여가부가 아닌 다른 부처에서 이 업무들을 맡았을 때 더 효율적일 거란 근거가 없다. 면밀한 분석·평가 뒤에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최소한의 절차조차 없이 ‘우선 해체’만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아동·가족·인구감소 문제 대처 논의에서 여가부가 견지해온 관점과 경험을 배제하는 전개 방식도 비판받는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한겨레>에 “인구감소 문제는 젠더 관점 없이 해결하기 어렵다. 여성이 겪는 경력단절, 노동시장에서 성차별, 미비한 복지 체계 등을 종합해 바라보고 개선할 여성 담당 부처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8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1명을 밑돌고 있다.

 

중복 업무 외 여가부가 주도하던 기능을 어느 부처가 대신할지 등 대안 마련도 과제다. 대표적인 게 ‘성 주류화’ 제도다. 성 주류화란 국가의 모든 정책 집행 과정에서 성평등을 고려하는 걸 뜻한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성평등 업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는 반드시 필요하다. 여가부가 있었기에 성평등 정책이 지금 수준 정도로나마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세계 194개 나라(2020년 기준)는 정부 차원의 성평등 정책 전담 기구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160개 나라는 성평등 기구를 독립부처(부·청) 형태로 운영한다.(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22년 2월 ‘국내외 성평등 추진 체계 현황과 시사점’)

 

결과는 알 수 없다. 173석을 가진 민주당은 대선 뒤 윤 당선자의 여가부 폐지 방침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성범죄가 아니라 ‘무고와의 전쟁’”

 

340쪽에 이르는 ‘제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정책공약집’에는 “엄벌”이란 단어가 딱 한 차례 등장한다. 무고죄 처벌 강화를 약속하는 부분이다.

 

윤 당선자는 선거 기간 수차례 무고죄 처벌 강화를 주장했다. 지난해 10월21일 청년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사법 질서를 훼손하는 무고죄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강력범죄 무고의 경우 선고형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조정하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무고’ 조항을 신설해 거짓말 범죄를 근절하겠다”고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자 ‘여성의 날’이었던 3월8일 에스엔에스(SNS)에 자신이 그동안 올렸던 여성 관련 단문 공약을 재게재하며 거듭 ‘무고죄 처벌 강화’를 강조했다.

 

현행 형법은 무고죄를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윤 당선자는 이를 개정해 강력범죄(살인·강도·강간 등)에 대한 무고 형량은 3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상향하는 동시에 성폭력처벌법에 무고죄 조항도 따로 신설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중의 강화 장치다.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의 당위성이 없는 것은 물론, 역효과가 클 것이라고 우려한다. 박수진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기존 법체계에 처벌 공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성폭력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특별법(성폭력처벌법)에 무고죄 조항을 넣는 것은 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며 “공약이 현실화하면 수사기관도 무고죄 여부를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성범죄는 진술 외 추가 증거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 이런 조건에서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해야 하는 피해자에게 무고죄 처벌 강화는 신고 자체를 포기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미투 운동’을 거치면서 수사·재판 과정에 겨우 자리 잡기 시작한 ‘피해자 중심주의’를 무너뜨린다는 측면에서 ‘퇴행’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성범죄 관련 무고 조항 신설은 ‘꽃뱀론’ 같은 그릇된 신념을 법률로 만들어 쐐기를 박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회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대통령 당선자에게 차별과 혐오의 정치를 끊어낼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동안 피해자를 위축시키기 위한 가해자의 무고죄 역고소 남발에 수사기관이 분별력 있게 대응할 것을 주문해왔다.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을 보면, ‘성폭력 무고 수사지침 및 절차 마련’ 공약이 있다. 이후 2018년 5월 대검찰청은 가해자 쪽의 무고죄 역고소 남발로 성폭력 피해 신고가 위축되고, 원치 않는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을 수용했다. 대검 성폭력 수사 매뉴얼에는 사건 수사 종료 전까지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무고, 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고소 사건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한국의 무고죄 처벌 형량이 낮다거나, 성범죄 무고 사범이 급증하고 있다고 볼 만한 근거도 없다. 독일·프랑스, 미국의 형량은 5년 이하의 구금 혹은 자유형으로, 우리나라보다 가볍다. 성폭력 가해자에 의해 무고로 고소당한 사람 가운데 유죄 판결을 받은 비율은 6.4%에 불과하다. 대검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7~18년 성폭력 피해자가 무고죄 피의자인 사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다.

 

송란희 상임대표는 “윤 당선자 공약의 가장 큰 문제는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과 신고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빠져 있다는 것”이라며 “당선자가 말하는 개별 피해자에 대한 구제책만으로는 범죄피해자 보호도, 일상 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채용에서 퇴직까지 ‘성별 근로공시제’…대신 자발적으로

 

윤 당선자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양성평등 관련 정책을 공약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성별 근로공시제’다. 입직부터 퇴직까지 단계별로 성별 데이터를 수집해 공개하겠다는 게 골자다. 500인 이상 기업부터 △채용 시점에는 지원자, 최종 합격자 성비(경력직 포함) △부서별 근로자, 승진자, 육아휴직자 성비 △해고자, 정년퇴직자, 조기 은퇴자 성비 등 데이터를 “자발적으로” 공개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실행만 된다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성평등 임금공시제’보다 한발 더 나아가게 된다. 정부는 2018년 양성평등기본법을 개정해, 여가부가 공공기관과 일부 민간기업의 성별 임금 현황과 임원 수 등을 조사하고 결과를 공표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여가부는 처음으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사이트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2149개 기업을 대상으로 성별 임금 격차를 조사해 발표했다.

 

윤 당선자의 진일보된 공약에 다만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을 우려한다. 내부 인사 자료 공개를 꺼리는 기업들을 어떻게 돌파할지에 대한 최소한의 방안조차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채용 성차별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기관의 지원자·면접자·합격자 성비 ‘공개’를 추진하려 했지만, 기업 반발로 ‘기록’에 그쳤던 선례가 있다. 당시 일자리위원회 위원이었던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자문위원은 “공공기관도 반발하는데, 민간기업을 참여시키려면 (자발성이 아닌) 좀 더 구체적 실행 방안이 필히 제시되어야 한다”며 “오히려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을 행해도 500만원 이하 벌금에 불과한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하고, 엄격하게 법을 집행하는 게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아 박고은 기자

 

윤석열 인수위 출범…“인수위 목표는 국민통합·코로나 대응”

오전 현판식 뒤 첫 전체회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안철수 인수위원장,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인수위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에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8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출범시키며 국민 통합과 코로나19 대응을 강조했다.

 

윤 당선자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건물 입구에서 열린 현판식에 참석했다. 윤 당선자가 가림막을 잡아당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새겨진 현판이 공개됐고 안철수 인수위원장, 권영세 부위원장,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김병준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등이 참석해 함께 축하했다.

 

현판식 뒤 윤 당선자는 인수위 첫 전체회의를 열어 “새 정부의 국정과제 수립에 있어 국가의 안보, 국민의 민생의 한 치의 빈틈이 없어야 하고 국정과제의 모든 기준은 국익과 국민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회의장 배경에는 윤 당선자의 필체로 제작된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겠습니다”는 문구가 걸렸다.

 

윤 당선자는 인수위원들에게 코로나19 손실보상과 방역 문제를 중점적으로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코로나19가 다시 가파르게 확산되는데 코로나 비상대응특위에선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에 대한 신속한 손실보상과 더불어 방역, 의료문제를 중점 다뤄주길 부탁한다”고 했다. 윤 당선자는 또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직격탄을 맞은 남대문시장 상인과 산불 피해 이재민을 만난 경험을 거론하며 “책상에서가 아닌, 현장에 늘 중심 두고 현장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주길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위원장은 전체회의 뒤 경제분과 위원들과 별도로 회의를 진행해 코로나19 손실 보상 방안과 지출 구조 조정 등 재정 안정성 방안을 논의했다.

 

윤 당선자는 회의 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정 운영의 목표는 국민 통합”이라며 “인수위원회가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바탕으로 국정 과제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 역시 궁극적으로 국민 통합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 통합은 정부에 대한 신뢰가 있을 때 가능하다. 새 정부는 일 잘하는 정부, 능력과 실력을 겸비한 정부가 되어 국민의 신뢰를 얻겠다”고 다짐했다.

 

회의가 끝난 뒤 윤 당선자는 인수위 사무실 인근 식당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정진석 국회부의장과 점심을 함께 했다. ‘세종시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를 공약했던 윤 당선자는 이 자리에서 “정부 출범하면 세종시에서 자주 국무회의를 하겠다. 진정한 지방시대를 활짝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정진석 부의장이 전했다. 김해정 장나래 기자

 

윤석열-반기문 회동…‘한미동맹 강화’ 공감

국외원조 확대-탄소중립 달성 의견 청취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면담하며 악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8일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을 만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롯한 국제정세와 외교 및 한반도 문제 등을 논의했다. 윤 당선자는 대선 이전에도 반 전 총장과 두차례 가량 전화통화를 하는 등 인연을 맺어왔다.

 

윤 당선자는 이날 오후 2시30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자 사무실에서 반 전 총장을 약 한 시간 동안 만났다. 윤 당선자는 “제가 바로 식사를 모시려고 하다가 오늘 그냥 이렇게 뵙는 게 어떨까 싶었다”고 환영하자, 반 전 총장은 “앞으로 두 달도 안 남은 시간이지만 좋은 준비 해서 국정을 이끌어달라”고 화답했다. 이어 반 전 총장은 “미중 간 여러 알력이라든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지금 국제 사회가 어렵다”며 “자강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윤 당선자는 “네”라며 동의했다.

 

반 전 총장은 특히 한미동맹 강화를 강조하면서 “국민들이 한미동맹 관련해서 약간 당연시 하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 동맹은 미국-나토 동맹과도 다르다”고 했다. 나토의 경우엔 소속 회원국들이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자동개입하게 돼 있지만 한미동맹은 미 국회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그런 점을 우리가 좀 잘 알고 한미동맹 관계를 정확히 한 바탕 위에서 남북관계, 특히 중국과의 관계 등을 이끌어나가는 것이 바람직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엔 박진 국민의힘 의원, 김숙 반기문재단 상임이사,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이 함께했다.

 

반 전 총장은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한미동맹의 굳건한 바탕 위에서 중국과의 관계, 특히 일본과의 관계가 아주 나빠졌는데 이런 한일 간의 관계도 정상화해서 인접국으로서 같이 협력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냐는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또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너무 감성적으로 대하기보다는 좀 더 국제 사회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원칙, 기준, 가치 바탕 위에서 남북관계를 이끌어나가고 같은 민족으로서 그런 문제는 얼마든지 북한을 도와줄 수 있다는 말씀드렸다”고 했다.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서도 “국제 사회와 호흡을 맞춰가면서 2050 탄소 중립을 꼭 이뤄야 한다고 전했다”고 했다. 또한 “우리가 너무 국내문제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한국이 높아진 경제적 위상을 감안해 공적개발원조금(ODA)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35%) 정도까지는 높여야 한다”는 점을 짚었고, 이에 윤 당선자는 “참고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해정 기자

 

10명 회식에 ‘대선승리 러브샷’…국민의힘 잇단 방역수칙 위반

 

윤상현 ·김병욱 ·구자근 의원 등 참석

영등포구청 “위반사실 명확…과태료”

 

송자호 피카프로젝트 대표 블로그 갈무리

 

국민의힘 현직의원과 대선 캠프 핵심 관계자들이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식당에서 방역수칙을 어기고 단체회식을 했다. 영등포구청은 이들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18일 송자호 피카프로젝트 공동대표는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올린 글에서 지난 14일 국민의힘 의원 등이 여의도 한 식당에서 방역수칙을 어기고 단체회식을 했다고 밝혔다. 그가 공개한 사진에는 국민의힘 윤상현·김병욱·구자근 의원 등 9명이 술을 마시는 모습이 담겼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캠프 특보 및 본부장을 지낸 송태영 충북대 행정학과 겸임교수, 이세창 총괄본부장 등도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을 찍은 이까지 합치면 10명이다. 6명까지인 사적 모임인원 제한을 위반한 것이다.

 

송 대표는 에스엔에스에 “제가 본 국민의힘의 모습은 엄청난 실망 그 자체였다. 정권이 바뀐 지 일주일이 되지도 않는 채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들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고 회식을 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심지어 저 사진은 핵심 관계자 중 한 명이 찍어 달라고 부탁한 사진”이라고 덧붙였다.

 

영등포구청 쪽은 “사진으로 신분과 방역수칙 위반 사실이 명확히 확인돼 민원이 제기되지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7일에도 국민의힘 관계자 30여명이 여의도 한 식당에서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단체회식을 하다 시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영등포구청 직원에게 적발돼 7명이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영등포구청은 나머지 인원에 대해서도 인적사항을 추가로 확인한 뒤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김윤주 기자

 

민주당, 윤석열 인수위 비판…“반성 없는 재탕삼탕” “2기 MB 정부”

윤건영, 김태효 전 비서관 기용에

“이명박 때 실패한 대북 정책 아이콘”

 신동근 “엠비 사면 요구 당연한 수순”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을 비롯한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출신 인사들이 다수 포진되자, 더불어민주당에서 “반성 없는 재탕 삼탕”, “2기 엠비(MB) 정부”라는 비판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실패에 대한 반성 없는 재탕 삼탕은 곤란하지 않습니까”라는 글을 올려 김 전 비서관이 외교안보 인수위원에 기용된 것을 비판했다. 그는 “김(태효)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실패한 남북관계 아이콘”이라며 “김 교수가 설계한 ‘비핵개방 3000’이 실패한 이유는 명확하다. 북한이라는 엄연히 존재하는 상대를 유령 취급하여 무시하며, 이명박 정부 입맛에만 맞춘 정책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라며 “ 비핵개방 3000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한반도 비핵화의 길은 더욱 멀어지고, 더욱 험해졌다. 그런데 다시 돌고 돌아 김태효 교수입니까? 다시 실패를 반복하려는 것입니까”라고 되물었다.

 

윤 의원은 “더욱이 김태효 교수는 엠비 정부의 이중적이고 부끄러운 대북 정책의 대표 인물이기도 하다”며 “국민들 앞에서 겉으로는 강경 대북 정책을 운운하면서, 뒤로는 북한 인사들을 만나 돈 봉투를 내밀며 정상회담을 구걸했던 것이 김태효 교수”라고 했다. 북한이 지난 2011년 5월 남북 비밀접촉 당시 ‘김 당시 대외전략비서관 등이 돈봉투를 꺼내며 정상회담을 제안했다’고 폭로했던 일을 언급한 것이다. 윤 의원은 “국민들은 그때의 부끄러움을 아직 기억하는데, 국민의힘과 윤석열 당선인은 벌써 잊었습니까”라며 “왜 시작하기도 전부터 부끄럽고 안타까운 기억을 소환하려 하시는지 의문”이라고 썼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구성을 보아하니 윤석열 정부는 가히 2기 엠비정부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며 “인수위 비서실장이 엠비계 의원으로 분류되는 사람이고 인수위 대변인은 엠비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역임했다. 엠비계로 불렸던 권성동 의원은 김오수 검찰총장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수위 외교안보분과 인수위원 3사람 중 2명은 엠비 정부 출신이다. 대북 강경정책으로의 회귀, 전통적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 추구로 동북아 균형이 흔들릴 것이 뻔해 보인다”며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의 외교안보 갈등이 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의원은 “엠비사면 요구는 당연한 수순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공적 권력을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는 일만은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하얀 기자

 

박근혜 정부 · 옛 민주당 출신 가미…윤석열 곁엔 ‘친이계’ 다수 

강석훈·김현숙 정책 특보, 박근혜 정부에서 ‘정책통’

윤진식· 임태희·이동관 특별고문, 이명박 정부 인연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6일 오후 점심 식사를 위해 안철수 인수위원장,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 원희룡 기획위원장 등과 함께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8일 박근혜 정부와 옛 민주당 출신 인사들을 특보로 중용했다. 다만 같은 날 발표한 특별고문에는 여전히 ‘친이계’ 인사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어 ‘이명박 정부 시즌 2’라는 이미지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윤 당선자 쪽은 이날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와 김현숙 숭실대 교수를 정책 특보로 임명했다. 이들은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각각 경제수석과 고용복지수석을 역임한 ‘정책통’으로 불리고 있다. 강 교수는 19대 국회의원에 선출된 뒤 박근혜 정부 출범 전 인수위원회에서 국정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을 맡았고, 2016년 청와대에 들어갔다. 김 교수 역시 19대 국회의원을 지내다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일했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두 사람이) 윤 당선자의 경선 시절부터 깊이 있는 정책적 지원을 해왔다”며 인선 배경을 밝혔다.

 

아울러 정무 특보로는 옛 민주당 출신인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을 기용했다. 장 이사장은 평화민주당에 입당하며 정치활동을 시작했고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 정무비서관과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했다.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16대 총선에서 당선되기도 했다. 현재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민주당계 정당을 거쳤다는 특징이 있다. 김 대변인은 장 이사장에 대해 “윤 당선자에 가장 비판적인 기조를 견지해왔다”며 “쓴소리 특보라고 불러도 좋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성한 간사 등 전날 발표된 외교안보 분과 인수위원 전원을 이명박 정부 출신으로 기용하면서 ‘2기 엠비(MB) 정부’란 비판이 일자, 특보단 구성을 보다 다양화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특별 고문단 명단에는 여전히 ‘친이계’ 인사 들이 다수 눈에 띈다.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장관을 지냈지만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뒤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지냈다. 임태희 전 한경대 총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고용노동부 장관이었고, 이어 대통령실 실장을 역임했다. 기자 출신인 이동관 디지털서울 문화예술대 총장도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 홍보수석을 차례로 지내는 등 이 전 대통령의 ‘입’ 역할을 했다. 이들 외에,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을 지냈고,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과 유종필 전 국회도서관장은 각각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와 인연이 있는 옛 민주당 출신이다. 박보균 전 중앙일보 부사장은 정치부 기자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김 대변인은 “지난 선거 과정에서 윤 당선자에게 많은 자문과 도움을 주신 분들”이라며 “취임 후 이뤄질 국가경영에도 지속적인 고견을 부탁드리려 한다”고 설명했다. 김가윤 기자

 

'5.18 북 개입설' 방송 진행자, 윤 당선인 정무특보로

장성민 특보  TV조선 방송 당시 "실체적 진실 밝혀야" 주장

 

<TV조선> 시사프로그램 '장성민의 시사탱크' 진행자이던 장성민씨 모습. 그는 2013년 5월 22일 메인뉴스 '뉴스쇼 판'에 출연, "광주 민주화운동 희생자 유가족과 관련단체에 (북한군 개입설 방송을) 사과드린다"고 했다.

 

대선 과정에서 전두환 옹호 및 '개사과' 논란을 일으켰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정무특보로 '5.18민주화운동 왜곡 방송' 진행자를 임명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16일 "윤 당선인이 정무특보로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을 임명했다"라고 발표했다.

 

장 특보는 2012~2016년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를 진행한 인물로, 이 프로그램은 2013년 5월 13일 '5.18은 북한 특수부대가 개입한 무장폭동'이란 허위사실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이 방송에서 자신이 북한 특수부대 장교 출신이라고 소개한 임천용씨는 "5.18 당시 600명 규모의 북한군 1개 대대가 침투했다", "전남도청을 점령한 것은 시민군이 아니고 북한에서 내려온 게릴라"라는 주장을 펼쳤다.

 

장 특보 역시 단순 진행에 그친 게 아니라 임씨의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당시 방송에서 "탈북자들의 직간접적인 증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북한 특수게릴라들이 어디까지 광주민주화운동에 관련돼 있는지, 그 실체적 진실은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북한 특수부대 장교출신이라고 소개한 임천용씨는 2013년 5월 13일 <TV조선> 시사프로그램 '장성민의 시사탱크'에 출연해 "1980년 5월 당시 광주에 북한군 1개 대대가 침투했고, 이들이 전남도청을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비판이 쏟아지자 TV조선은 메인뉴스 <뉴스쇼 판>을 통해 '5.18 북한군 개입설'이 사실무근임을 보도했다.

 

장 특보도 메인뉴스에 출연해 "당초 이 프로그램에 5.18 관련 단체 인사들을 초청해 임씨 주장이 신빙성이 있는지를 확인하려 했지만, 출연에 응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한쪽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전하는 방송이 됐다"라며 "5.18 희생자, 유족, 그리고 관련 단체 여러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TV조선과 함께 '5.18 북한군 개입설'을 방송한 채널A에 '해당 방송 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 및 경고'를 결정했다.

 

4년 전 장성민 받아준 안철수

 

장 특보의 이러한 이력은 여러 차례 문제가 된 바 있다.

 

2017년 초 장 특보는 1년 전 총선에서 38석을 얻은, 특히 호남 지역구를 독식한 국민의당에 입당하려 했으나 국민의당은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 선대본부 공보특보단장을 맡은, 김경진 당시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에서 5.18 폄훼 논란의 중심에 있는 장성민 전 의원의 입당을 불허키로 결정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내용을 토대로 논란이 된 5.18 폄훼 발언을 장 전 의원이 직접 작성했고, (이것이) 본인 의사였다는 점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장 특보는 이후 국민의당이 바른미래당으로 떨어져 나간 뒤 안철수 당시 인재영입위원장에 의해 입당했고 정치 활동을 이어갔다. 안 위원장은 이때 영입을 두고 "(국민의당에서) 어떤 이유로 (입당 불허) 결정이 났는지 저는 그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장 특보는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출마하기도 했는데, 당시 국민의힘이 진행했던 '국민 시그널 면접'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면접관인 김준일 뉴스톱 대표가 '5.18 북한군 침투설 방송'에 대해 묻자 장 특보는 "제가 한 이야기가 아니라 출연자가 한 이야기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1, 2부로 하기로 돼 있었는데 1부는 (5.18 북한군 개입설) 발언을 다 듣고 2부에서 검증할 단계를 준비하고 있었다"라며 "제가 (1부) 방송할 때만 해도 하자가 없어서 3~4일 조용했다. 그런데 채널A에서 무리한 사람을 불러다 무리한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그게 터졌고, 종편을 타깃으로 삼으며 억울한 누명을 쓰고 (TV조선까지) 같이 파편을 맞았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특보 말과는 달리 TV조선 방송 이후와 채널A 방송 이전에도 이미 민주당과 시민단체 등에서 방송 내용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출연자의 이야기만 전달한 것이 아니라 그가 "실체적 진실은 반드시 밝혀야 한다"는 등 5.18 북한군 개입설에 동조하는 발언을 내놓았다는 점도 해명을 무색하게 한다.

 

한편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도 많다"라고 말해 공분을 샀다. 이후 윤 당선인은 해당 발언에 대해 사과했으나, 직후 SNS 계정에 반려견에게 사과를 주는, 이른바 '개사과' 사진을 올려 논란을 증폭시켰다.

 

당시 윤 당선인은 "제 불찰이지만 먹는 사과와 가족 같은 강아지를 두고 '사과는 개라 주라'고 생각할 줄은 정말 몰랐다"라며 "제가 기획자라서, (제가) 책임지고 질책도 달게 받겠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소중한 기자

 

윤석열 인수위는 ‘이명박 시즌2’…범죄전력자들 속속 기용

외교안보 분과 모두 MB정부 출신

김은혜·윤한홍 등도 요직 맡아

당선자 정치 인맥 ‘친이’ 주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자 집무실로 출근하며 장제원 비서실장과 악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선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이명박 정부 출신들이 다수 포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정치 경험이 없는 윤 당선자가 정치 입문 초기 이른바 ‘친이계’ 의원들과 맺은 인연의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15일까지 확정된 인수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외교안보 분과 인수위원은 모두 이명박 정부에서 중용된 전력이 있다. 윤 당선자의 초등학교 동창이기도 한 김성한 간사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 외교안보자문위원을 거쳐 외교통상부 2차관으로 일했다. 김태효 인수위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외전략비서관을 거쳐 수석급인 기획관까지 올랐다. 이종섭 인수위원도 이명박 정부 시절 국방부 정책기획차장을 거쳐 대통령 비서실에서 안보정책담당관으로 일했다. 경제1분과 간사로 임명된 최상목 인수위원은 박근혜 정부 때 기획재정부 차관까지 올랐지만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을 총괄한 강만수 기재부 장관의 정책보좌관과 미래전략정책관을 역임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변인이었던 김은혜 의원은 현재 윤석열 당선자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다. 대표적인 친이계 정치인인 장제원 의원은 당선자 비서실장이다.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에 내정된 윤한홍 의원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 비서관 출신이다. 이명박 청와대 춘추관장·홍보기획비서관이었던 이상휘 전 방송통신심의위원도 이번에 인수위 정무2팀장에 임명됐다. 인수위 행정실장인 서일준 의원은 이명박 청와대 행정관이었다.

 

윤석열 인수위에 ‘엠비 라인’이 대거 포진된 건, 핵심 측근그룹인 이른바 ‘윤핵관’의 정치적 출신 배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윤 당선자가 정치 입문 초기부터 친분을 맺은 이들이 대부분 ‘친이계’ 정치인이어서, 이들을 통해 정책 조언을 받고 실무 지원을 받게 되고 자연스럽게 인사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당선자가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치권 인맥이 약하다보니 입문 초기에 구성된 인맥 중심으로 (인수위 인사가)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윤석열 인수위, ‘군 댓글 공작’ 김태효-‘국정농단 연루’ 최상목 중용 논란

 

김, 한일군사협정 비밀 추진 전력도

최, 기업에 미르재단 출연금 압박

삼성물산 합병에도 개입 정황

권영세 “당선자, 문제 없다 본 듯”

 

15일 발표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 명단에 이명박 정부의 ‘군 댓글 공작’에 가담한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외교안보 분과)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됐던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차관(경제1 분과 간사)가 포함됐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5일 이명박(MB) 정부 시절 ‘군 댓글 공작’에 가담해 유죄 판결을 받은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안보 분과 인수위원에 발탁했다. 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됐던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차관을 인수위 경제1 분과 간사로 기용했다. 과거 정부에서 논란이 된 인사들이 인수위에 참여하면서 자리 나눠먹기가 아닌 경륜과 능력에 따른 인재 기용을 공언한 윤 당선자의 다짐이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이날 김태효 전 기획관을 발탁한 배경에 대해 “강한 군대를 통한 튼튼한 안보, 한-미 동맹, 대북정책 개선을 우선하고 국익을 앞세운 외교안보 정책을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전 기획관은 국군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의 댓글 공작 가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전후로 군 사이버사 요원들이 정부와 여권을 지지하고 야권 정치인을 비난하는 온라인 댓글을 9000회 이상 달도록 지시한 혐의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 등과 기소돼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 정치 관여 혐의는 그대로 유죄였지만, 대통령기록물 유출 혐의가 무죄로 뒤집히면서 벌금 300만원의 선고가 유예됐다. 또 그가 주도해 2012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이 체결됐지만, ‘밀실 협정’이라는 거센 비판에 공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을 용인하는 취지의 논문을 쓰는 등 한-일 군사협력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윤 당선자 역시 후보 시절 한·미·일 군사동맹을 언급했다.

 

경제1 분과 간사에 임명된 최상목 전 차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미르재단’에 대기업이 출연하도록 압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전 차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검찰 피의자 조사에서 “최상목 경제금융비서관이 전화해 ‘삼성 측에서 종전 검토 결과에 대해 계속 불만이 있으니 제대로 검토해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삼성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합병으로 발생한 신규 순환출자 규모를 적게 판단해달라는 요구였다.

 

최 전 차관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기업이나 전경련의 팔을 비틀거나 강제하지는 않았다”며 “국민 눈높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부분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당시 공소장이나 언론 보도 등은 (사실과) 다른 부분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이전 정부에서 논란이 된 인사를 ‘중용’한 것을 두고 인수위 인선 기준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윤 당선자가 “철저히 실력 중심”을 공언했지만 물의를 빚은 전력은 모르쇠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또 인수위원부터 검증 강화를 강조해놓고 군 댓글 공작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이를 중용한 것은 ‘고무줄 잣대’라는 비판도 나온다. 인수위 관계자는 “공직자로서 여러 논란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분야 전문성과 주변 평가를 종합할 때 결격사유는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한 재선의원은 “전 정권에서의 논란이 또다시 나올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예견했을 텐데, 법적 문제가 없으면 문제 없다는 게 아니었나 싶어 아쉽다”며 “전문성을 우선 고려한거라고 쳐도, 논란 있는 인사를 데려오는건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은 <한겨레>에 “두분 다 당선자가 당시 사건 수사와 관련이 있다 보니, 문제가 없는 부분이라고 판단하고 낙점한 것 같다”고 했다. 장나래 권혁철 이정훈 오연서 기자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식? 윤석열 쪽, 공공기관장 인사 협의 요구 논란

 

김은혜 대변인 “필요한 인사 사전 협의”

청와대 “임기 보장…법에 따라 인사”

‘전리품 챙기기’ 특성에 충돌 되풀이

 

서울 여의도 한국성장금융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쪽이 정부 출범 전에 현 정부에 공공기관장 인사권을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에선 환경부 블랙리스트 유죄 판결 이후 새 정부 출범 뒤 임기가 보장된 공공기관장 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윤 당선자 쪽이 인지하고 사전에 기관장 임명을 막으려는 정지 작업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많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15일 “문재인 대통령 정부 하에 저희가 꼭 필요한 인사의 경우는 함께 협의진행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 업무 인수인계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요청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앞으로 공공기관 인사를 할 경우 사전 협의를 하자는 것이다. 보수언론들도 문 대통령의 임기 후반 공기업 인사를 ‘알박기’와 ‘낙하산’으로 규정하고 비판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윤 당선자 쪽의 ‘사전 협의’ 요구에 선을 그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분명한 것은 5월9일까지는 문재인 정부 임기이고, 임기 내에 주어진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협의 요청에 응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정권 교체기 때마다 공공기관장 인사를 둘러싼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충돌은 반복되고 있다. 공공기관장과 상임감사 등의 임기는 2∼3년인데 반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어서 새 대통령이 임기 시작과 함께 인사권을 일괄적으로 행사할 수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맞춰 공공기관장도 임기를 같이 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공기관 자리는 35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장 인사는 국정철학을 반영하기 위한 인재 배치보다는 ‘전리품 챙기기’에 가깝다. 대선 승리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대통령이 기관장 자리를 보상으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윤 당선자 쪽의 협의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실제로 기관장 인선이 보류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뉴딜펀드 등을 운용하는 한국성장금융 대표 선임 건이 그렇다. 한국성장금융은 애초 3월 주주총회에 사장 후보자를 추천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이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추천 작업 중단에는 윤 당선자 쪽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공공기관장을 압박해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협조 요청을 하는 것 같은데, 대통령제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 제도를 바꿔야지 이런 식으로 편법을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공공기관장은 자체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고, 임기를 보장하고 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직권남용 혐의 유죄를 확정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사표를 받아낸 혐의로 기소됐다. 새 정부가 출범되면 관행적으로 공공기관 인사 물갈이가 진행됐지만 강제적인 사퇴 압박은 범죄가 된다는 판례가 확립된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는 초기에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과 상임감사 등의 임기를 보장한 게 70%가 넘는다”며 “공공기관 조직 안정을 위해 기관장 임기를 보장해왔고 이제 법에 따라 임기가 끝난 이들의 인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역시 법에 따라 인사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윤 “미국식 인사검증”…FBI는 이혼 배우자 · 이웃까지 조사

 

미 연방수사국 VS 청와대 · 법무 · 경찰 인사검증 비교

민정수석실 기능 단순이관으로는 검증 리스크 못막아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를 밝힌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4일 민정수석실 주요 기능인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업무를 법무부와 경찰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상원 인준청문회 전 연방수사국(FBI)이 기본적인 검증을 맡는 미국형 검증시스템을 언급했다.

 

미국은 건국 때부터 200년 넘는 인사검증 역사를 갖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00년에야 국회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됐다. 23개였던 인사청문 대상 직위는 이후 꾸준히 늘어, 66개(2021년 3월 기준) 직위가 국회 동의를 받거나 국회에서 선출해야 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자질·전문성 검증보다는 본인과 그 가족의 도덕성 검증에 치중하면서 대통령 인사권 견제라는 애초 목적보다는 여야 정쟁 수단으로 번졌다. 2007년부터 대통령 당선자가 지명하는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해서도 국회 인사청문이 가능해지면서 이런 논란은 더욱 커졌다. 여당일 때는 인사청문 본연의 목적을 살리기 위해 연방수사국에서 기본적 도덕성 검증을 맡아 부적격자를 미리 걸러내는 미국형 시스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막상 정권 교체로 야당이 되면 ‘저격수’를 자임하며 이런 요구는 흐지부지되곤 했다.

 

청와대 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서

 

윤 당선자의 미국형 인사검증 시스템 구상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자신이 지명한 고위공직 후보자 낙마 위험성을 사전에 최대한 걸러내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다만 문재인 정부 등 역대 정권에서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인사검증 컨트롤타워 구실을 하면서도 정보수집과 검증 등 실무는 법무부·경찰·국가정보원 및 해당 기관에서 민정수석실에 파견됐던 인사들이 맡았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능 이관만으로는 제대로 된 인사검증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는 미 연방수사국 인사검증 내용과 기간 등을 단순 비교해도 드러난다. 청와대는 고위공직 예비후보자에게 사전 질문서를 작성하게 한다. 검증 담당기관이 적격성 여부를 판단할 때 활용하는 기초자료가 된다. A4 67쪽에 걸쳐 7대 비리(병역, 탈세, 미공개 정보이용 투자, 위장전입, 연구부정, 음주운전, 성범죄) 외에 가족관계, 재산형성, 학력·경력, 언론기고 등 10개 항목에 대해 비교적 자세하게 작성해야 한다. 과거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됐던 의혹 등이 단골 질문이다.

 

미국 연방수사국의 공직 후보자 검증은 주로 SF-86으로 불리는 ‘국가안보 직위용 질문지’(QUESTIONNAIRE FOR NATIONAL SECURITY POSITIONS) 답변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A4 133쪽 29개 항목에 이른다. 미국 특성상 테러, 마약 관련 항목 등이 있지만, 직업·학력·경력·병역·재산·납세·범죄경력 관련 질문도 훨씬 구체적이다. 답변해야 할 기간도 항목에 따라 7년 이내, 10년 이내, 전 생애로 구분된다. 국회에 최근 5년 관련 자료만 내는 한국과 대비된다. 연방수사국 홈페이지를 보면 “후보자는 정직성, 성격, 성실성, 신뢰성, 판단력, 정신건강 등 특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검증기간은 보통 45~60일 완료를 목표로 하지만,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는 6~9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연방수사국은 밝히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 사전 질문지

 

연방수사국은 일부 조사항목에 대해서는 후보자를 직접 만나 조사한다. 불명확한 부분을 묻고 이에 대한 자세한 소명을 요구하는 식이다. 조사를 거부하면 공직취임에 반드시 필요한 인사검증 자체가 취소되기도 한다. 후보자의 지인, 최근 10년 이내 이혼한 배우자, 주변 이웃에 대해서도 인터뷰를 한다. 그래도 후보자 검증이 어려울 때는 추가 인터뷰를 진행한다.

 

청와대 사전 질문서는 공식문서가 아니다. 이를 작성해야 할 법적 근거도 없다. 반면 미국 사전 질문지는 연방법과 행정명령에 따른 정부 공식문서다. 연방수사국에 거짓으로 답변하거나 사실을 은폐했을 때는 미국 형법에 따른 중범죄로 분류돼 벌금과 최대 5년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김남일 기자

“당이 부여한 직분 성실하게 수행”

오는 24일에는 새 원내대표 경선

 

당 일각에서 사퇴 압박을 받아온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히기 위해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당 쇄신에 대한 소명과 국민의 명령을 완수하는 데 진력하겠다. 자리에 대한 욕심이나 권한에 대한 아무런 집착도 없다. 오직 당 쇄신을 위한 일념뿐”이라며 ‘비대위원장 사퇴’ 주장을 일축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한 주 다양한 고견을 경청하는 자리를 가졌다”며 “쓴소리도, 격려의 말씀도 줬다. 지도부 사퇴와 비대위 구성 과정에 있어 문제점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많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러나 한결같은 목소리는 그 어떤 고통과 아픔이 따르더라도 민주당다운 혁신의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의 가장 큰 반성은 철저한 혁신의 토대 위에 다시 승리하는 민주당을 만드는 일이라는 말씀이었다”고 강조했다. ‘비대위원장 사퇴론’에 직면했던 윤 비대위원장이 당내 의견을 수렴한 뒤 정면 돌파 의지를 밝힌 것이다. “당이 부여한 비대위원장으로서의 직분을 성실하게 수행하겠다”고 의지를 다진 그는 이른 시일 안에 당 중앙위원회를 통해 비대위의 활동 시한을 공식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이어 “당내 민주주의의 토대 위에 더 새로운 민주당을 만들겠다. 시스템 공천과 혁신공천의 조화를 통해 지방선거의 승리를 준비하겠다”며 “국민통합 정치개혁, 대장동 특검 추진, 그리고 추경을 포함한 민생 현안 해결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반드시 새로운 민주당으로 국민에게 다가가겠다”고 다짐한 윤 비대위원장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3초가량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윤호중 체제’ 유지의 분수령이 될 새 원내대표 경선은 오는 24일 열린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사퇴론을 일축했지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새롭게 리더십이 창출되는 원내대표 경선을 계기로 비대위원장을 교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어 별도의 입후보와 선거운동 없이 경선을 진행하기로 했다. 1차 투표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받은 의원이 나오면 바로 원내대표로 선출된다. 3분의 2 이상 지지를 받은 후보가 없으면 10% 이상 득표한 의원들을 공개해 정견을 발표하게 하고 2차 투표를 진행한다. 재적 의원 과반의 지지를 얻은 의원이 선출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2차 투표 1~2등을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조윤영 최하얀 기자

  

백낙청 교수 "이재명은 김대중 이후 최고의 정치지도자"

"민주당을 장악하자! 이재명 헐값에 쓰진 말자" 제언

 

 

"이재명 후보가 참 잘 싸웠고... 이번 대선에서 우리가 위로받을 일이 있다면 나는 김대중 대통령 이후로 이만한 정치인을 우리가 만난 적이 없지 않나. 그래서 그건 큰 소득이라고 봅니다."

 

백낙청 서울대 영문과 명예교수는 3월 16일 유튜브 방송 <오마이TV> '오연호가 묻다'에 출연해 "이재명은 김대중 이후 최고의 정치지도자"라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있었고 문재인 현직 대통령도 있는데, 이재명 후보를 '김대중 이후 최고의 정치지도자'로 언급한 까닭'에 대해 백낙청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길게 얘기하지는 않겠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참 훌륭한 분이지만 대통령으로서 썩 잘한 분은 아니었다고 봐요. 문재인 대통령은 아주 착한 분이죠. 촛불정부의 대통령으로서 잘해보려고 열심히 애쓴 건 사실이지만, 그 분은 정치지도자라고 보기는 좀 어려운 면이 있어요.

 

김대중 대통령 이후로는 뛰어난 정치인이 없었고. 특히 촛불혁명 이후에 촛불혁명을 현실 정치권과 연결시켜 줄 인재가 없었다고 봐요.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우리가 드디어 (뛰어난 정치지도자) 한 사람을 발견했다, 건졌다 하는 점에서 다소나마 위로가 됩니다."

 

백 교수 "민주당을 장악하자! 이재명 헐값에 쓰진 말자"

 

백 교수는 "촛불혁명을 이어가려면 기득권과 엘리트 카르텔하고 싸우면서 우리가 반드시 점령해야 할 요충지가 있지 않겠냐"며 "현실적으로는 지금 가장 중요한 요충지 가운데 하나가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170여 석의 국회 의석을 갖고 있고, 이재명을 대통령 후보로서 내세워 의미있는 성과를 올렸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이 요충지를 쟤네는 정치, 저건 정당이고 우리는 시민사회라고만 생각해서 무엇을 들어달라고 밖에서 요구하고 안 들어주면 욕하지만 말고, 이 요충지를 어떻게 우리 세력이 지배하고 장악할 것인가를 앞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옛날이랑 다른 건, 우선 요충지의 중요성이 옛날보다 훨씬 더 중요해져 있고요. 현 정부 권력은 다 저쪽으로 넘어갔습니다. 언론과 다른 여러 고지를 저쪽에서 점령하고 있는데, 그래도 입법부에 (170여 석이라는) 이만한 세력이 있다는 게 옛날에 비해서도 의미가 더 커졌습니다. 게다가 이재명이라는 정치지도자가 있지 않습니까.

 

(이재명 후보가) 당내 기반이 아주 튼튼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당의 후보였고 지지 세력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그래도 꽤 해볼 만한 싸움이죠. 지금 '이재명 사용법'도 나오고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민주당을 그냥 하나의 덩어리로, 정당으로만 보지 말고 우리 촛불세력과 반촛불세력의 싸움에서 우리가 반드시 차지해야 할 하나의 요충지로 보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연구해 보자는 겁니다."

 

'민주당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 6월 지방선거, 10만 명 이상의 신규 권리당원 증가, 이재명이라는 (민주진영의) 정치적 자산' 등 민주당이 여러가지로 중요하고 주목받고 있는데, 어떤 부분을 더 신경써야 하느냐는 질문에 백 교수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비대위는 좋든 싫든 윤호중 비대위가 이미 출범했으니까, 그것을 어떻게 잘 활용할까 하는 쪽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본인도 안 하겠지만, 이재명 전 후보를 비대위원장으로 세워 지방선거를 이끌라고 하는 것은 이재명이란 자산을 너무 헐값에 쓰는 겁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이재명을) 소모품으로 써버릴 우려가 있어요.

 

6월 지방선거가 중요하지만, 저는 큰 기대를 걸기보다는 경기나 인천 같은 수도권 요충지를 방어하고 서울시장을 탈환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설령 그렇지 못한다고 해도 잘 싸우고 잘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본인이 판단하겠지만) 지방선거 때 지원 유세 요청도 많이 들어올 거고. 그 이상 요구하는 건 이재명에 대한 예우가 아닐뿐더러 선거 중독증이죠.

 

선거판만 벌어지면 '서울시장을 꼭 가져야 한다' 이러는 건데... 당권 장악하는 문제도 나오고... 권리당원들이 훨씬 더 많이 (민주당에) 들어가서 그 분들이 이재명 당대표를 요구하면 될 수도 있는 거고. 그러면 이재명 씨는 처음으로 민주당이라는 곳을 장악해서 해볼 기회도 생기는 것이고. 이재명 후보가 판단할 거고, 시민들 반응에 달려 있습니다." 이한기 기자

 

흔들리는 민주당 비대위…최대 의견그룹도 ‘윤호중 사퇴’ 요구 나서

 

17일 비대위와 초선·재선 연쇄 회동

윤호중 “직접 듣고 입장 얘기하겠다”

비토그룹에선 강금실·강경화도 거론

 

16일 오전 광주 서구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에서 일부 권리당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 현장 회의에 참석하는 비대위원들을 향해 손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86세대 의원들이 주축으로 더불어민주당 내 최대 의견그룹인 ‘더좋은미래(더미래)’가 16일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에 대한 비토 여론이 끊이지 않고 확산되면서, 민주당 비대위 체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더미래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서울시당 대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윤 비대위원장에게 이런 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 더미래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선거의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총사퇴했는데, 선거 책임 한복판에 있는 분이 당의 간판이 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전달하는 것”이라며 “윤 비대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한다는 의견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더미래 소속 의원 다수가 윤 비대위원장이 비대위를 이끄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지만, 일부는 거취 문제에 신중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더미래는 윤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되 반대 의견도 함께 병기해 전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는 박홍근·기동민·김영호·정춘숙·권인숙·김영호·민병덕·오기형·이수진(비례)·이해식·정필모·진성준·천준호·홍정민 의원 등이 참석했다.

 

앞서 노웅래·김두관 의원 등 개별 의원을 중심으로 비대위원장 교체 요구가 제기된 데 이어 집단적 목소리까지 터져 나오면서 비대위는 출범 초기부터 위기에 봉착한 모양새가 됐다. 당장 17일로 예정된 비대위와 초선의원·재선의원 연쇄 간담회에서도 거취 논란이 이어질 경우, 당 전반으로 비대위원장 교체 여론이 확산될 수도 있다. 다만 비대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쪽에서도 마땅한 대안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어 소모적 논쟁만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윤 비대위원장 비토그룹 내부에서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나 강경화 전 외교부장관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 역시 쇄신 드라이브를 이끌 ‘새얼굴’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비대위원장은 이날 광주 글로벌모터스 현장방문 이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을 향한 사퇴 요구에 대해 “항상 여러 의견이 있다”며 “제가 직접 듣고 제 입장을 얘기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비대위는 이날 대선 패배 후 처음으로 광주를 방문하며 쇄신 의지를 다졌다. 윤 비대위원장은 이날 광주시당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호남의 선택이 다시는 아픔이 되지 않도록 뼈를 깎는 각오로 쇄신하고, 또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당원들이 이날 비대위 회의에 앞서 ‘윤호중 비대위 사퇴’, ‘민주당은 각성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여 소란이 일기도 했다. 심우삼 기자

 

'대선 패배' 민주당에 오히려 입당 러시…나흘만에 10만명 신청

 3만8천여명 입당완료…'석패'에 '지못미' 차원 신청 늘어난 듯

 당내 역학구도 영향 주목…8월 전대 앞두고 "권리당원 자격완화" 주장도

 

 

3·9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의 신규 당원이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0.73% 포인트차로 이재명 후보(전 경기지사)가 석패하면서 이른바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의미)' 성격의 당원 가입이 늘어난 것으로 8월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 내 역학 구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15일 민주당에 따르면 20대 대선 직후인 10일부터 13일 오후 4시까지 민주당 입당을 신청해 승인받은 이들은 총 3만8천851명이다.

 

각 시·도당의 승인 절차를 기다리고 있는 이들은 6만명 가량이다.

 

대선 직후 나흘 동안 약 10만명이 가입 신청을 한 것인데, 민주당 내 권리당원이 80만명 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입당 러시'가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식적으로 성 및 연령에 따른 신규 당원 분류는 하지 않았으나 20대 여성의 가입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한 반감 등의 영향으로 '이대녀'가 대선에서 이 전 지사에 몰표를 던진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에 비대위 절반이 여성·청년으로 채워진 것에 더해 이번 신규당원 유입이 젠더 및 청년 이슈에 대한 민주당의 관심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나아가 8월 전당대회에서의 영향도 주목된다.

 

민주당은 비대위를 그때까지 운영하고 8월에 새 지도부를 선출할 예정이다.

 

문제는 현재의 당헌·당규 규정이다. 현재는 전당대회 이전에 당비를 6개월 이상 낸 당원(권리당원)만 전당대회에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지금 가입한 당원들은 물리적으로 이 조건을 충족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기준 완화 요구도 나온다.

 

이수진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최근 민주당에 입당이 쇄도하고 있다. 대선 이후 이재명 후보를 지키고 민주당을 개혁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뜻"이라면서 "이 뜻을 받들기 위해 최근 입당한 분들도 권리당원 자격을 얻을 수 있게 당비 납부 기준을 현행 6회에서 3회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승패 상관 없이 추진하겠다던 약속 지켜야”

‘더민초’ 공직선거법 개정안 조속한 처리 등 주장

 정의당도 “정치개혁 논의, 민주당의 의지가 중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다당제 정치개혁안과 대장동 특검 약속을 이행하라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대선 승패와 상관없이 이를 추진하겠다고 장담한 만큼, 약속을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는 15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기초의원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도입과 위성정당 금지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정치개혁 공약을 이행하라고 당 지도부에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이들은 소상공인 손실보상 대책 마련을 위한 당의 역할도 주문했다. 이 후보가 긴급재정명령권을 발동해서라도 소상공인 손실보상에 나서겠다고 강조한 만큼, 이에 걸맞은 지원책을 당이 주도해서 내놔야 한다는 뜻이다. 또 ‘대장동 특검’의 조속한 실시도 요구했다. 더민초 운영위원장인 고영인 의원은 “양쪽 요구를 다 반영하는, 소위 ‘쌍특검’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록 대선에는 패배했지만, 172석 의석을 가진 원내 최대 정당인 민주당이 대선 기간 약속했던 것들을 지켜나가는 모습을 통해 당이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취지다. 더민초는 17일 열리는 비상대책위원회-초선의원 간담회와 21일로 예정된 초선 전체 워크숍을 통해 대선 패배 요인과 당 쇄신안 등을 별도로 논의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당 안팎으로 퇴진론이 일고 있는 윤호중 비대위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고 의원은 “현재(비대위)를 인정하느냐 안 하느냐에 대한 여러 이견이 있다”며 “그런 것을 포함해서 성역 없이 충분히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의당도 다당제 정치개혁안과 관련해 민주당이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거듭 압박에 나섰다. 이은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대선이 끝난 지금, 책임 있는 정치개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구체적인 안을 두고 결론을 내야 할 때”라며 “민주당의 의지가 중요하다. 대선 중에 발표된 정치개혁 과제가 단지 선거용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성폭력 피해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예람 공군중사 관련 특검 도입도 촉구했다. 앞서 이 후보와 민주당이 대선 과정에서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에 즉각 착수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배진교 원내대표는 “지지부진하게 시간을 끌던 민주당도 고 이 중사님 특검법 발의에 나서며 사실상 원내 정당들의 합의가 끝났다”며 “3월 임시국회에서 특검법을 조속히 처리해 투명한 수사로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들을 엄벌해 고인의 뒤늦은 장례가 치러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의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이 수석부대표와 류호정 의원 등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서면 보도자료로 이를 대신했다. 심우삼 기자

 

'대선 패배' 민주당에 오히려 입당 러시…나흘만에 10만명 신청

 3만8천여명 입당완료…'석패'에 '지못미' 차원 신청 늘어난 듯

 당내 역학구도 영향 주목…8월 전대 앞두고 "권리당원 자격완화" 주장도

 

 

3·9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의 신규 당원이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0.73% 포인트차로 이재명 후보(전 경기지사)가 석패하면서 이른바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의미)' 성격의 당원 가입이 늘어난 것으로 8월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 내 역학 구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15일 민주당에 따르면 20대 대선 직후인 10일부터 13일 오후 4시까지 민주당 입당을 신청해 승인받은 이들은 총 3만8천851명이다.

 

각 시·도당의 승인 절차를 기다리고 있는 이들은 6만명 가량이다.

 

대선 직후 나흘 동안 약 10만명이 가입 신청을 한 것인데, 민주당 내 권리당원이 80만명 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입당 러시'가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식적으로 성 및 연령에 따른 신규 당원 분류는 하지 않았으나 20대 여성의 가입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한 반감 등의 영향으로 '이대녀'가 대선에서 이 전 지사에 몰표를 던진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에 비대위 절반이 여성·청년으로 채워진 것에 더해 이번 신규당원 유입이 젠더 및 청년 이슈에 대한 민주당의 관심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나아가 8월 전당대회에서의 영향도 주목된다.

 

민주당은 비대위를 그때까지 운영하고 8월에 새 지도부를 선출할 예정이다.

 

문제는 현재의 당헌·당규 규정이다. 현재는 전당대회 이전에 당비를 6개월 이상 낸 당원(권리당원)만 전당대회에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지금 가입한 당원들은 물리적으로 이 조건을 충족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기준 완화 요구도 나온다.

 

이수진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최근 민주당에 입당이 쇄도하고 있다. 대선 이후 이재명 후보를 지키고 민주당을 개혁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뜻"이라면서 "이 뜻을 받들기 위해 최근 입당한 분들도 권리당원 자격을 얻을 수 있게 당비 납부 기준을 현행 6회에서 3회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