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앞두고 취소 ‘초유의 사태’

구체적 설명없이 “실무협의 덜돼”

한은총재 등 후임 인사 제동걸어

 

청와대 전경.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첫 회동이 16일 오전 만남 4시간을 앞두고 전격 취소됐다.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자의 만남이 당일 무산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윤 당선자가 공식 제기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논의와 한국은행 총재 임명 등 인사권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정권교체기 신-구 정권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당분간 양쪽의 긴장 관계가 이어질 전망이다.

 

인사권 · 사면 갈등에 회동 취소까지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16일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오늘로 예정됐던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은 실무적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서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며 “실무자 차원의 협의는 계속 진행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도 같은 시각, 같은 내용의 서면 브리핑 자료를 내어 취소 사실을 확인했다. 양쪽은 발표 문안과 시간을 사전에 조율했다고 한다. 양쪽은 왜 당일 회동이 취소됐는지 구체적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애초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는 이날 낮 청와대에서 배석자 없이 오찬 회동을 할 예정이었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은 전날까지 실무협의를 벌이기도 했다.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된 것은 전날 윤 당선자 쪽이 ‘이명박-김경수 동시 사면론’을 띄우면서다. 윤 당선자 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문 대통령 입장에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그냥 놔둘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살려줘야죠”라며 “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를 함께 사면할 것으로 본다. 100%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안에선 윤 당선자 쪽이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공개 압박하고, ‘김경수 동반 사면론’까지 띄우자 “사면 거래를 하자는 것이냐”며 격앙된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아울러 청와대는 윤 당선자 쪽이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사실상 자진 사퇴를 압박하고,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인사를 ‘알박기’로 규정하며 사전 협의를 요구하는 등 대통령의 인사권에 개입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양쪽은 오는 31일 임기가 종료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 임명권을 놓고도 의견 차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대통령 임기 중 임명권 행사는 당연하다는 입장인 반면, 윤 당선자 쪽은 차기 정부가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윤 당선자 쪽은 현 정부의 공공기관 인사를 두고 “꼭 필요한 인사의 경우는 함께 협의 진행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 업무 인수인계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요청해 놓은 상태”(김은혜 대변인)라며 사전 협의를 요구했다. 이에 청와대는 “5월9일까지는 문재인 정부 임기이고, 임기 내에 주어진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협의 요청에 응할 뜻이 없다고 맞받으면서 충돌 국면이 전개됐다.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은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실무협의를 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지 않겠나 해서 자연스럽게 (연기하기로) 조율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에 “이번 회동의 성격은 축하와 덕담이다. 문 대통령도 당선자가 어떤 이야기든 허심탄회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그래서 두분이 독대하기로 한 건데, 갑자기 인사·사면·추경 등이 의제화되어 버렸다”며 “의제는 결론을 내야 하는데, 자칫 양쪽이 곤란해질 수 있어 취소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민정수석실 폐지’ 논란 등 신경전 지속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회동 의제 조율 과정에서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겠으나, 네 시간 앞두고 취소하는 모양새는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양쪽이 기선을 제압하려고 기싸움을 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당선자 쪽의 인사권 요구 등이 과도하다고 판단한 청와대가 회동을 전격 취소하며 맞대응했다는 것이다.

 

앞서 양쪽은 윤 당선자의 민정수석실 폐지 발표를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윤 당선자는 지난 1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첫 상견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 의사를 밝히면서 “국민 신상 털기, 뒷조사 같은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청와대는 “현 정부에서 하지 않은 일로 민정수석실 폐지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양쪽은 회동 시기에 관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는 한동안 냉각기를 거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정부의 인수인계 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31일 임기가 끝나는 한국은행 총재 후임 인사가 첫번째 시험대로 보인다. 청와대는 “인사에 필요한 실무 준비는 하고 있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2개월가량 남은 상황에서 신-구 권력의 갈등은 대선에서 드러난 진영 간 대립을 격화시키고 윤 당선자의 임기 초 국정운영 동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미나 이완 기자

 

박수현 “문 대통령-윤 당선자 회동, 축하·덕담 자리로 다시 일정 잡자”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 회동이 갑자기 무산된 것과 관련해 “축하와 덕담, 국민 희망에 대해 말하는 자리로 다시 일정을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이나 공공기관 인사권 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위한 자리로 만들기 보다,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수현 수석은 16일 저녁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께 말씀드린 중요한 일정을 연기한 것이 송구스럽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수석은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협의를 계속 하기로 했으니 좋은 결과로 국민께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아침 윤석열 당선자 쪽과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의 오찬 회동을 4시간여 앞두고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며 회동 무산을 알렸다. 정권교체기 대통령과 당선자 회동이 갑자기 무산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박수현 수석은 회동 무산 이유가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때문이냐’라는 질문에 “(대통령과 당선자의 회동은) 축하와 덕담을 하면서 국정경험을 공유하는 자리이고, 당선자는 어떤 말씀이라도 하실 수 있는 자리”라며 “(문 대통령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배석자도 없이 하자고 제안했었다”고 즉답을 피했다. 다만 박 수석은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 아니겠나. 두 분은 배석자 없이 어떤 말씀도 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이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면을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묶어) 사면할 것’이라고 한 데 대해선 “중요한 건 대통령과 당선자가 허심탄회하게 말씀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청와대 내부에선 전날 권 의원이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명박-김경수 동시 사면론’을 편 것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는 분위기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박 수석은 또 윤 당선자 쪽에서 청와대를 ‘구중궁궐’이라고 표현하면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국민과의 소통은 장소나 지리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박 수석은 “다양한 계기에 다양한 과정을 통해 국민께 얼마나 진심으로 말씀드리고 귀기울이냐가 소통의 본질”이라고 덧붙였다. 이완 기자

 

처음은 늘 화기애애…대통령-당선자 만남, 25년의 역사

 

1997년 12월20일에 만난 김대중 당선자와 김영삼 대통령.

 

대선 직후 현직 대통령과 당선자의 만남은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미묘했다. 표면적으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주요 국정 현안을 논의하고 대통령이 당선자에게 국정 경험을 전수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은 만남에 앞서 대화 내용, 의제 등에 대해 철저하게 사전 조율했다.

 

직선제 개헌 후 첫 정권교체가 이뤄졌던 15대 대선 뒤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당선자는 대선 이틀 뒤인 1997년 12월20일에 만났다. 당시 대선에서 김 대통령은 아이엠에프(IMF) 사태를 불러온 자신을 출당시키고 ‘3김 청산’을 외치며 화형식까지 거행한 여당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보다 민주화 동지이자 경쟁자였던 야당의 김대중 후보를 지원했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김 대통령은 1층 로비에서 김 당선자를 기다리며 극진히 예우했다. 청와대 경호실도 외국 정상 국빈 방문급으로 의전을 했다.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대화를 이어갔고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특별사면 등 6개 사항 합의문을 발표했다. 그 뒤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오랜 동지이자 숙적이었던 두 사람은 매주 화요일 정례회동을 이어가며 김대중 대통령 취임까지 모두 8차례 만났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007년 12월28일 저녁 청와대에서 대선 뒤 처음으로 만나 정권 인수문제를 비롯한 국정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권교체기인 2007년에도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자의 첫 만남은 화기애애했다. 노 대통령은 대선 9일 만인 2007년 12월28일 회동에서 “내 마음에는 당선인이 나보다 더 윗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의전은 아직 제가 가운데로 있나 봅니다”라고 인사하자, 이명박 당선자는 “임기가 다하셔도 선임자시니까 제가 선임자 우대 하겠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2차례 회동을 거쳐 정권 인수인계를 마쳤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취임 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자 돌변했다. 퇴임 뒤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정착한 노 전 대통령과 그의 핵심 참모인 ‘친노 세력’을 촛불시위 배후로 지목하고, 자서전 집필 등을 위해 재임 당시 자신이 생산한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하는 것을 ‘국가기록물 유출’로 규정해 노 전 대통령을 공격했다. 급기야 ‘논두렁 시계’로 상징되는 보복 수사로 끝내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는 비극을 불렀다.

 

정권 재창출을 이룬 2002년(김대중-노무현)과 2012년 대선(이명박-박근혜) 이후의 정권 이양은 순탄했다. 5년 전 19대 대선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대통령직 궐위 상태여서 문재인 당선자는 대선 이튿날인 2017년 5월10일 바로 취임해 별도의 인수인계 절차가 없었다. 김해정 기자

중앙선관위 ‘성별·연령별 사전투표자 수’ 등 공개

 

20대 대선 사전투표 이틀째인 5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이 투표를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에는 50대가 가장 많이 참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5일 공개한 ‘성별·연령별 사전투표자 수’ 자료를 보면, 지난 4~5일 사전투표에 1632만3602명이 참가한 가운데, 50대가 358만6939명(22%)으로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60대가 329만3577명(20.2%)으로 뒤를 이었고, 40대 267만1194명(16.4%), 20대 236만4949명(14.5%), 70살 이상 205만9953명(12.6%), 30대 201만5994명(12.4%), 19살 이하는 33만1006명(2%) 순이었다.

 

50∼60대 사전투표자가 많은 것은 인구 규모가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지난 2월 기준)를 보면, 50대 인구가 863만3000명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다. 40대는 817만3000명, 60대는 722만8000명으로 뒤를 잇는다. 30대 인구는 668만2000명, 20대는 660만000천명, 70살 이상은 588만6000명 순이다.

 

인구 대비 사전투표 참여 비율을 보면, 20대가 35.8%, 30대가 30.2%, 40대가 32.7%, 50대 41.6%, 60대 45.6%, 70살 이상 55.1%로 나타났다. 30대 이상에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인구 대비 사전투표자 비율이 높게 나온 것이다.

또 지난달 23~28일 전세계 115개국 219개 투표소에서 진행된 재외선거에서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보다 더 많이 득표했다.

 

이날 함께 공개된 ‘20대 대선 재외선거 개표결과’ 자료를 보면, 총 유표투표수 14만7903표 가운데 이 후보는 59.77%인 8만8397표를 얻었다. 윤 당선자는 36.19%인 5만3524표를 얻었고,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3.45%(5100표)를 얻었다.

 

이번 재외선거에는 총 선거인수 22만6162명 가운데 16만1863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무효투표수는 1만3960표로, 전체 투표수 가운데 8.62%다. 재외선거 뒤 이뤄진 야권 후보 단일화(3월3일)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후보의 후보직 사퇴 결과로 추정된다. 최하얀 기자

‘집무실 이전’ 인수위법 권한 벗어나

불필요한 혼선 빚으며 1주일 날려

국힘 내부 “당선자 직접 사과 필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열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 반 전 총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집무실 이전 공약이 표류하고 있다.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갑자기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설이 급부상하며 ‘졸속’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수백억원으로 추정되는 이전 예산을 집행할 법적 근거도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집무실 이전 문제를 취임 뒤로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방부 “이사하려면 20일간 24시간 꼬박 돌려야”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과 기획조정·외교안보 분과 인수위원, ‘청와대 이전 티에프(TF)’ 팀장인 윤한홍 의원이 18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 후보지인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와 광화문 외교부 청사를 방문해 시설 현황을 보고 받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들에게 “(본관 근무인원만) 1060명 정도로, 아파트처럼 사다리차를 댈 수 있는 구조가 아니어서 엘리베이터를 통해서 물동량을 이사해야 한다”며 “이사업체에 물어보니 한 20일 정도 24시간을 돌려야만 (본관 전체의) 물동량을 뺄 수 있다는 가견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이전에 따른 안보공백이 우려된다는 취지의 보고였다. 이들은 현장점검 결과를 윤 당선자에게 보고할 계획이며, 윤 당선자는 검토의견을 종합해 집무실 이전 계획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인수위 단계 ‘대통령 집무실 이전’ 법적 근거 없어

 

하지만 인수위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예산을 집행할 법적 근거가 없다. 대통령직인수법에서 정한 인수위 업무 범위는 △정부의 조직·기능 및 예산 현황 파악 △새 정부의 정책기조 준비 △대통령 취임행사 업무 준비 △국무총리·장관 후보자 검증 △그 밖에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사항으로 규정돼 있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인수위 권한을 넘어서는 초법적인 발상”이라고 말했다.

 

인수위 예산은 이 직무범위 안에서만 쓸 수 있다. 대통령직인수법 시행령에는 “행정안전부장관은 대통령당선인의 예우에 필요한 경비와 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산정해 대통령당선인이 지정하는 자와 협의를 거쳐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예비비 등의 협조를 요청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집무실 이전 비용은 ‘당선자 예우와 인수위 운영에 필요한 비용’이라는 인수위 지원 예산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를 대통령 집무실 이전 비용으로 쓰면 위법한 예산 집행이 되는 것이다.

 

윤 당선자 쪽은 이전 비용을 인수위 예산이 아닌 정부 예비비로 감당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윤 당선자 쪽은 지난 17일 행정안전부가 집무실 이전 비용과 관련해 국방부 청사로 옮기면 500억원이 들고,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별관으로 옮기면 1천억원이 든다고 인수위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500억원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비용일 뿐 ‘방을 빼야 하는’ 국방부·합동참모본부 등의 연쇄 이전과 군사시설 구축 비용까지 더하면 1조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추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하승수 ‘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는 “예산을 전용하면 국가재정법 위반이고 예비비를 쓰려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의 승인이 필요한데 지금처럼 논란이 많은 상황에선 불가능하다”며 “인수위가 권한을 넘어 국방부 짐을 다 빼라고 하는 등의 지시는 모두 직권남용이 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솔직히 말해서 무슨 권한으로 집무실 이전 비용을 집행할 수 있다고 검토했는지부터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 우려…“집무실 이전으로 1주일 날려”

 

인수위 출범 전부터 ‘집무실 이전’ 문제로 윤 당선자의 스텝이 꼬이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경호나 외교 접견 문제는 충분히 검토했다”며 윤 당선자가 호기롭게 내놓았던 ‘광화문 대통령’ 공약이 ‘용산 이전’으로 옮겨가며 공약 파기 논란까지 겹쳐지자 취임 전부터 지지율을 걱정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인수위 초기에 국정 비전과 정책을 보여줘야 하는데 ‘집무실 이전’ 문제로 1주일을 날렸다. 집무실 이전이 공론화하자 각 지역에서 지지자, 당 관계자 등으로부터 상소문이 올라오듯 반발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윤 당선자가 이 문제로 혼선을 빚은 것에 대해 직접 사과하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취임 이후로 연기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도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브리핑에서 “봄꽃이 지기 전에는 국민 여러분께 청와대를 돌려드리겠다”고 했지만 “시기와 관련해서는 여러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 부분도 감안하며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박주선 당선자 취임식 준비위원장도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집무실 이전을) 현실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하루 이틀, 한달, 두달 미뤄지는 걸 가지고 ‘왜 이렇게 공약을 안 지켰느냐, 약속을 안 지켰느냐’ 이런 얘기를 하겠냐”고 되물었다. 장나래 오연서 서영지 기자

 

“집무실 국방부 이전하면 용산·강남 아파트 위 방공포대 설치해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 김병주 의원

“용산 주변 5층 이상 건물 못 올려…

도시개발계획·비행항로 변경 불가피”

 

지난 17일 국방부 청사와 주변 모습. 연합뉴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 집무실이 옮겨갈 경우 반경 8㎞인 서울 강남 지역의 아파트 옥상에까지 방공포대가 설치되는 등의 방호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18일 <티비에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북한으로부터 날아오는 미사일, 드론, 어떤 것들이든 다 보호할 수 있게 (현재 청와대) 주변에는 그런 방공 기지들이 다 있다”며 “아파트 옥상에는 당연히 올라가야 된다. 대공 미사일이나 대공 기지가 올라가는 거다. 대공포나 이런 것들이. 민간인 아파트 위라든가 회사 빌딩 위”라고 말했다. ‘8㎞를 용산으로 따지면 서울 강남도 포함된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김 의원은 “강남까지도 포함될 수가 있고, 그러면 비행 항로까지도 바꿔야 될 수가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이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초래할 시민들의 재산권 침해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용산구 주변은 고도 제한도 있어 5층 이상은 못 짓게 되는 것”이라며 “재건축이라거나 도시개발 계획이 수정돼야 한다. 재산권의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대통령이 지나다니면 거기가 아주 상습정체 구역”이 될 수 있으며 “(대통령이 이동할 때) 통신 재밍(차단)을 한다. 갑자기 잘 통화하다가 통화가 안 된다”며 주민들이 통신에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전날 민주당 국방위원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집무실 이전 시 직간접 비용이 1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은 근거도 설명했다. 그는 윤 당선자 쪽이 말한 이전 비용 500억원은 “청와대 집무실을 이동해서 리모델링하는 비용이 주가 되는 것”이라며 그러나 “(국방부 청사에) 한 합동참모본부, 사이버사령부, 시설본부 등 10개 부대가 있다. 그런 시설들 이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합참 지하에 있는 EMP 시설(전자기파 핵 방어시설) 하는데 1천억원 이상 든다”며 이 때문에 “합참 건물 짓는데 2∼3천억원이 들고, 또 국방부 건물 하나 짓는 데 한 2천억원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군부대 이전하면 아파트라거나 복지시설도 패키지로 해야 한다”며 “그런 것까지 쭉 하다 보면 최소 1조원 이상 천문학적인 돈이 들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을 예측 못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대통령 집무실 용산 가면 남산·효창공원 이용 제한될 수도

 

북악산 패트리엇 포대 옮겨가야

강남 아파트 옥상엔 방공포 설치

 

국방부 청사에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면 강북에만 있던 비행제한구역 P73B(대통령 집무실에서 약8.3km 원형)가 강남쪽으로 크게 확대된다. 네이버 지도 갈무리

 

대통령 집무실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옮겨갈 경우 방공망 구축을 위해 인근 8㎞ 반경의 고층건물에 방공포대가 구축되는 등 ”서울시민들의 삶이 대단히 불편해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로 옮겨오면 대통령 보호를 위해 대대적인 방공망 구축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티비에스>(TBS) 인터뷰에서 “청와대 주변에는 북한으로부터 날아오는 미사일, 드론, 어떤 것들이건 다 보호할 수 있게 방공 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남산이나 효창공원에 (방공 체계를) 올리고 민간인 아파트 위나 회사 빌딩 위에 대공포나 대공 미사일을 간단히 타격할 수 있는 기지가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육군미사일사령부 사령관도 지낸 예비역 육군 대장 출신이다.

 

대통령 집무실이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면 북악산에 배치된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도 용산 근처로 옮겨야 한다. 사진은 주한미군이 패트리엇 포대 배치 훈련을 하는 모습. 주한미군 제공

 

현재 청와대 주변에는 북한 미사일과 전투기, 드론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각종 방공무기들이 잔뜩 배치돼 있다. 그러나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로 옮길 경우 현재 북악산에 배치된 대공 요격미사일인 패트리엇 포대도 용산 근처로 따라가야 한다. 패트리엇 미사일은 강북 지역 전체를 넓게 감당하는 지역방어(Area Defense) 무기체계가 아니라 청와대란 특정 장소만을 막는 거점 방어(Point Defense) 무기체계이기 때문이다.

 

패트리엇 포대 이전은 미사일뿐만 아니라 레이더, 발사대, 지상통제장비, 운용병력 등이 한꺼번에 움직여야 하는 일이다. 용산 근처 상당한 면적의 땅에 방공 기지를 만들어 패트리엇 포대를 재배치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병주 의원이 패트리엇 포대 지역으로 “남산이나 효창공원”을 지목한 이유다. 이렇게 되면 서울시민들의 남산·효창공원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

 

현재 청와대 근처 고층 건물 옥상에는 대공포 등 각종 방공무기들이 촘촘하게 배치돼 있다. 방공무기체계는 1~2대를 배치하는게 아니라 대공포·미사일을 거미줄처럼 겹겹이 중첩시켜 화망(火網)을 구성하는 게 특징이다. 이 방공무기들도 대통령 집무실 근처 고층 건물 옥상으로 옮겨와야 한다. 특히 아파트 옥상에 대공무기, 대공초소, 장병 막사 등이 들어설 경우 주민들이 불편해질 수 있다. 국방부 청사와 가까운 서울 강남 쪽 고층건물에도 대공무기가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

 

김 의원은 민항기 비행항로도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현재 청와대 반경 8㎞는 비행금지 지역”이라며 이 때문에 “지금은 비행금지 지역에 강북만 돼있고 헬기나 민항기들은 강남 지역을 통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되면 반경 8㎞에 걸치는 강북·강남 일부도 비행금지 구역이 될 수 있다.

 

서울 강북 상공에 비행제한구역이 동그라미 모양(붉은색 원 2개)으로 설정돼 있다. P73A(청와대로부터 약 3.7km 지역), P73B(청와대로부터 약8.3km 지역)이다. ‘드론플라이’ 어플 갈무리

 

현재 대통령 경호를 위해 청와대를 중심으로 비행제한구역은 서울 강북 상공에 설정돼 있다. P73A(청와대로부터 약 3.7㎞ 지역), P73B(청와대로부터 약 8.3㎞ 지역)에서는 비행 허가를 받지 않은 항공기의 비행을 금지한다. 만약 이 구역 안에 비행허가를 받지 않고 항공기가 들어오면 방공부대들이 적기로 간주해 격추하는 게 원칙이다. 이 구역에 드론을 띄우려면 수도방위사령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청와대가 용산으로 옮기면 비행제한구역도 남쪽으로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 지금은 금지구역에 들어가지 않는 강남 쪽도 상당부분 비행제한구역에 들어간다. 김포공항을 오가는 국내 항공편이 관악구 신림동, 구로 디지털단지 등을 거쳐 비행하므로, 국내선 운행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 강남 지역에서 민간 헬기 운용도 제한될 수 있다. 권혁철 기자

 

‘용산 집무실’ 가면 군 연쇄이동에 수천억…안보빈틈 우려

 

청 위기관리센터 안보뿐 아니라 중대 재난까지 전방위 대응 성격

국방부·합참 연쇄 이동 불가...  새로 구축 땐 천문학적 예산 필요

 

북 미사일 24시간 대응 차질,  미군의 청와대 도청에도 취약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의 장단점을 면밀히 살피지 않고, 마치 군사작전하듯 밀어붙이고 있다. 특히 유력한 이전 후보지로 꼽히는 국방부 청사는 ‘국민과 소통’이란 장점은 희미하고, 막대한 비용을 발생시키는 데다가, 일정 기간 ‘안보 공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군 관계자와 청와대 근무 경험자들은 코로나19, 북한 미사일 발사, 우르라이나전쟁 등 국내외 안보 상황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국가안보 중추인 청와대와 국방부, 합참 등이 비슷한 시기에 연쇄 이동하면서 안보 공백이 발생할 발생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와 국방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청와대는 단순히 대통령이 집무하는 공간이 아니라 국가 안전의 최후의 보루”라며 “윤석열 당선자가 용산 국방부로 들어간다는 보도대로라면 당장 대통령이 국가 위기를 관리할 수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석열 당선자 쪽은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옮기면 유사시 국방부와 연결된 합참 ‘지하 벙커’에서 위기관리를 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와 국방부 벙커(지휘통제실)는 성격과 임무가 다르다.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는 군사안보위협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자연재난(태풍·홍수·폭설 등), 인적 재난(붕괴·폭발·화재·침몰 등) 등까지 대처한다. 이를 위해 육·해·공군 작전사령부, 경찰청, 소방본부, 산림청 등 전국 기관들이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정보가 바로 뜨는 상황실을 운영한다. 이에 비해 합참 지하벙커는 한·미 연합 및 합동작전을 지휘 통제하는 곳이다. 합참 청사 명칭은 ‘전구(戰區) 작전·지휘 시설’이다. 이곳에는 한미 연합전장관리체계(CENTRIXS-K)와 한국군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육군 사단급 이상 부대간 군사정보를 관리하는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 등 연합·합동 지휘통제체계를 구축했다.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로 옮기면 작전지휘에 초점을 맞춘 지하 벙커의 인프라 보강 전에는 대형 재난 대응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예를 들어 최근 강원도 산불 같은 국가적 재난을 발생해도 대통령이 실시간으로 보고받고 지시를 내리기 어렵게 된다. 청와대 근무경험이 있는 한 정치권 인사는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는 군 관련 시스템 뿐만 아니라 자연재난과 소방, 범죄 등이 모두 연결돼 있다”며 “이를 국방부 청사에 새로 구축한다는 것은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구 국방부로 옮기는 것은 “안보 해악의 근원이 될 것”이라며 이전 계획을 철회하고 전문가·국민과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라고 요구했다.

 

기동민·김민기·김병주·김진표·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방부와 합참은 우리 군의 최고 사령부”라며 “평시 작전권을 가진 합동참모본부는 예하사령부와 참모 부서 간의 일사분란한 지휘체계와 지휘통신을 위한 C4I 체계(전술지휘통신체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일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로 이전하게 되면 국방부와 합참의 많은 부서, 시설본부, 국방부 근무지원단 등이 모든 업무를 중지하고 3월 말까지 이사를 해야 한다”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안보 위협이 가중돼 대비 태세 유지에 집중하고 실시간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데 부대 전 장병이 이사 준비를 하고 있는 현실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했다.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로 옮길 경우 용산 주한미군 기지에 있는 ‘민감한 정보 취급시설’(SCIF·Sensitive Compartmented Information Facility)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주한미군 기지 지하 벙커에 있는 이 시설은 미국 정보기관이 운영하는 극비보안 시설이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이들이 북한 감시 뿐만 아니라 한국 대통령이나 청와대 동향까지 도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0년대 박정희 정부 이후 청와대는 주한미군 도청에 방지책을 강구해왔다. 이런 사정을 아는 한 관계자는 “미국은 한국 대통령의 미국 관련 언급이나 군사동맹 관련 움직임을 알아내는 게 자국의 국익에 중요하다”며 “대통령 집무실을 주한미군 근처인 국방부 청사로 옮기면 대통령이 미국 도청에 더 취약해진다”고 우려했다.

 

행정안전부는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옮길 경우 약 500억원,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별관으로 옮길 경우 약 1000억 원이 든다고 대통령 인수위에 보고했다고 한다. 윤석열 당선자 쪽이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게 돈이 덜 든다고 주장하는 지점이다. 하지만 이런 추산은 대통령 집무실만 옮기는 비용으로, 국방부·합참·방위사업청 등의 연쇄 이동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은 반영하지 않은 결과다. 국방부와 합참이 새 장소로 옮길 경우 각종 군사시설 설치 비용이 커진다. 2012년 8월 국방부 청사 옆에 준공된 10층 규모 합참 청사는 순수 건축비만 1875억원이 들었다. 합참 청사에는 적대세력이 강한 전자기파를 방출해 전자기기의 작동을 마비시키는 전자기펄스탄 방호대책에 수백억원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합참·방위사업청이 새 사무실을 마련하거나 청사를 지을 경우 지휘통제실, 전자기펄스탄 방호대책, 화생방공격 방호대책 등 각종 시설을 갖춰야 한다. 현재 국방부 터 안에는 국방부와 합참의 업무를 돕는 통신부대 등 국방부 직할부대들도 여럿 있다. 이 부대들은 업무 특성상 국방부·합참 근처에 있어야 하는데, 이들의 이전 비용까지 합치면 실제 이전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국방위원들이 이날 직간접적으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비용으로 추산한 액수는 1조원 이상이다. 합참 이전에 따른 지휘통제시설 구축이 직접비용이라면 군사시설 재배치, 군인·군무원·공무원들의 이사 비용 등은 간접비용이다. 이들은 “그런데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한 직접비용만 계산하여 수백억만 소요되어 최소 비용으로 이전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며 “윤석열 당선인은 아집을 버리고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권혁철 최하얀 기자

 

윤석열 “취임 전부터 안보 1번지 홀대”…집무실 이전설에 군 뒤숭숭

윤석열 집무실, 용산 국방부청사 유력 검토에

대통령 집무실, 국방부로 옮기면

국방부·합참·방위사업청 연쇄 이동

“엄중한 시기에 예정에 없던 이전

 불필요한 혼란 초래” 우려 나와

 

오른쪽 붉은색 원 안이 국방부 본부와 부속건물들이다. 서울 용산구 삼각지 쪽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이 사진은 2016년 10월에 촬영됐다.

 

‘탈권위주의’를 외치며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를 새 집무실로 점찍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경호 등의 이유로 용산을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하자,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등이 몰려 있는 ‘안보 1번지’ 분위기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전 후보지로 꼽히는 국방부·합동참모본부·방위사업청 해당 부서에서는 사무실 이전 일정과 장소가 공지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이곳에서 일하는 복수의 공무원들과 군 관계자들은 “3월 말까지 국방부가 본관 건물을 비우고 4월에 건물 리모델링을 거쳐 5월초에 윤 당선자가 입주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국방 분야의 한 공무원은 “다음주까지 현재 사무실 짐을 정리하고 다른 곳으로 옮길 준비를 하라고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 본관으로 오면, 국방부와 합참, 방위사업청 사무실들이 연쇄적으로 이동해야 한다. 지난 2003년 건립된 국방부 본관에 있는 장·차관실과 각 국·실 사무실은 합참과 국방부 별관(국방부 옛청사)로 사무실을 옮기고, 국방부 별관을 사용 중인 부서는 서울 용산 후암동 옛 방위사업청 건물로 갈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이날 “기존 청와대로 들어갈 가능성은 제로”라며 ‘단 하루도 현 청와대에서 일할 생각이 없다’는 윤 후보자의 뜻을 거듭 확인했다. 만약 오는 5월10일 대통령 취임식까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마무리 지으려면 4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군 외부에서는 상명하복에 익숙한 군 조직이 사무실 이전을 지시하면 따를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실제 군 내부 분위기는 혼란스럽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연속 발사로 군사 대비태세를 가다듬어야 하는 엄중한 시기에 예정에 없던 사무실 연쇄 이전으로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선거기간 튼튼한 안보를 강조하던 당선자가 안보1번지를 취임전부터 홀대한다”고 말했다. 국방부 고위 당국자 출신 인사도 “윤 당선자가 외교안보 분야의 구상을 가다듬어 정책을 구체화할 시기에 에너지, 시간, 관심을 다소 엉뚱한 곳에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혁철 기자

 

새 대통령 집무실 논의 진통…국방·외교부 청사 경합

청와대 이전 TF 구성 완료…이번 주 내 윤 보고 전망

국방부로 기울다 인수위 내 이견… 장단점 놓고 갑론을박

 

새 대통령 집무실 위치와 관련, 국방부 청사와 외교부 청사를 놓고 인수위 내부에서 경합이 벌어진 분위기다.

 

한때 국방부 청사의 장점이 부각되며 '광화문 시대' 대신 '용산 시대'로 기우는 듯했으나, 외교부 청사의 명분을 내세우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최종 결정이 유보된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 관계자는 1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가 오늘 팀원 구성을 완료할 것"이라며 "이번 주 안에 외교부로 갈지 국방부로 갈지 잠정 결정해 윤 당선인에게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TF는 윤 당선인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을 여전히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와 비교하면 주변에 고층 건물이나 지하 주차장, 집회·시위가 가능한 광장이 없어 경호·보안상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점을 내세운다.

 

아울러 용산 미군기지 부지가 조만간 대규모 공원으로 탈바꿈할 경우 미국 백악관처럼 집무실 바로 앞까지 일반 국민이 다가설 수 있도록 공간을 재배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의 지하 벙커뿐 아니라 헬기장, 영빈관 등을 전부 기존 국방부 청사 영내로 옮길 수 있어 청와대 부지를 100% 국민에게 돌려줄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영빈관으로는 국방컨벤션센터, 전쟁기념관이나 국립중앙박물관 내 시설 등이 거론된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용산공원이 완성되면 대통령 집무실과 국민 휴식공간이 맞닿게 될 것"이라며 "최소 40∼50년을 내다보고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인수위 내부에서는 윤 당선인의 공약 이행을 위해 정부서울청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애초 제왕적 대통령제를 종식하기 위해 상징적으로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에서 나오겠다는 취지인데, 제2의 구중궁궐이나 마찬가지인 국방부 청사로 다시 들어가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논리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권위만 내세우는 초법적인 대통령은 이제 없어질 것"이라며 "새로운 대통령실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구축하겠다"고 공약했다.

 

청와대 이전에 수백억 원의 예산이 드는 만큼 여소야대의 국회를 설득해야 하는 문제도 광화문 집무실 주장을 뒷받침한다. 용산보다 광화문이 현 여권을 설득하기 쉽다는 것이다.

 

당장 민주당도 이날 논평에서 국방부 청사로의 이전 검토에 대해 "광화문 시대를 왜 열겠다고 했는지, 그 취지부터 되돌아보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윤 당선인 측은 외교부가 입주해 있는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본관 쪽을 바라보는 면에 집무실을 내면 경호·보안 우려를 다소 덜 수 있다는 전직 청와대 경호처 관계자 조언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외교부를 서초구 양재동 외교센터나 정부서울청사 빈 곳으로 이전하거나 민간 오피스 빌딩을 임차해 옮기는 방안도 마련해뒀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담장을 높게 쌓지 않고 국민과 부대끼면서 일하겠다고 했다"며 "국방부보다는 외교부 청사가 그 취지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집무실, 용산 국방부청사 유력 검토…광화문과 저울질

 청와대 이전TF 팀장 내정 윤한홍 의원 언급

 광화문·용산 2개안 저울질…용산은 경호 등 이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광화문 청사로 옮겨가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인데, 구중궁궐 청와대에서 나와 공무원들과 호흡을 맞춘다는 취지가 퇴색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에 내정된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집무실로 용산구 국방부 청사와 광화문 외교부 청사, 두 개의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대통령 경호처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과 함께 최근 집무실 후보지를 둘러봤다고 한다. 국방부 청사를 새롭게 검토하게 된 데는 경호 우려와 국방부 지하벙커를 활용할 수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주변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나 외교부 청사와 비교해 주변 고층 건물이 상대적으로 적어 경호가 용이하고 국방부 지하 벙커와 헬기장 부지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윤 의원은 “광화문에 청사를 두면 기존 청와대 벙커와 헬기장 부지를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 청와대를 최대한 국민께 돌려드린다는 취지에는 국방부 청사가 더 맞는다”고 말했다. ‘청와대 이전 티에프’는 애초 유력하게 거론됐던 정부서울청사는 공간이 협소해 집무실 설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바로 옆 외교부 청사 활용을 2안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집무실에 따라 관저 위치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집무실이 외교부로 결정될 경우 삼청동 국무총리공관이, 국방부 청사에 둔다면 용산구 한남동 육군 참모총장 공관이나 외교부·국방부 장관 공관 등이 유력한 상황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에 둘 경우, 공직자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시민들과 만나겠다는 ‘광화문 대통령’ 구상과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 군 관련 건물이 밀집해 있는 국방부 영내에는 외부인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돼 원활한 소통이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윤 의원은 “바로 옆에 용산가족공원이 만들어지게 되면, (대통령이) 더 쉽게 국민들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이전 티에프는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청와대 이전 방안을 확정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윤 의원은 “기존 직원들의 이사와 리모델링 등에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취임 전까지 마무리 지으려면 늦어도 이번 주말이나 다음 초까지는 (이전 방안을) 확정해야 한다”고 했다. 장나래 기자

 

청 “현 정부가 안한 일로 ‘민정수석실 폐지’ 근거 삼는 건 부적절”

‘정적 통제·국민 신상털기·뒷조사’ 들며 폐지 방침 밝힌 데 불쾌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고 환담을 위해 이동하는 모습.

 

청와대가 “현 정부에서 하지 않았던 일을 들어서 민정수석실 폐지의 근거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전날 민정수석실이 ‘정적 통제와 국민 신상털기, 뒷조사 등을 해왔다’며 폐지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불쾌감을 표현한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실은 법령이 정한 업무에 충실한 소임을 다해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 정부 민정수석실 기능은 민심 청취, 법무 보좌, 인사 검증, 반부패정책, 공직 감찰, (대통령) 친인척 관리 등”이라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존폐 여부는 정책적 판단의 문제로 과거 국민의정부 등에서도 일시적으로 폐지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당선자가 과거 ‘사직동팀’을 언급하며 현 정부 민정수석실까지 묶어 “과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현한 셈이다.

 

윤 당선자는 전날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에서 사정·정보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며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선거 운동기간 동안 윤 당선자가 현 정부의 적폐를 수사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며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한편,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윤 당선자 쪽에서 대선 뒤 청와대 인사에게 인사 협의를 요청했다’는 보도에 대해 “인수위 측에서 공기업 인사에 대해 협의 요청이 있었는지 알고 있지 못 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5월 9일까지는 문 대통령 임기이고, 임기 내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달말 임기가 종료되는 한국은행 총재 후임 지명 여부에 대해선 “한은 총재 임기가 대통령 재임 중에 완료되기 때문에 (인사) 실무 준비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이완 기자

권성동 “총장 스스로 거취 결정해야”

김오수 임기 2년 중 1년3개월 남아

윤 당선자는 임기보장 원칙 강조해와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해 6월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 하나로 꼽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김오수 검찰총장은 자신의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며 사실상 사퇴를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지난해 6월 취임한 김 총장의 임기는 1년 정도 남았지만, 정권교체가 이뤄지자 거취 결단을 압박하고 나선 모양새다. ‘검찰총장 징계 국면’을 겪으며 검찰의 독립성을 강조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측근의 입을 빌어 사실상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권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김 총장이 지금까지 총장으로서 수사지휘를 제대로 했느냐”며 “특히 대장동·백현동 사건 수사에 대해서 지난번 국정감사에서 ‘걱정하지 마라. 자기를 믿어달라’고 했는데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자신이 검찰총장으로서 공명정대하게, 자신의 처지와 관계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각오와 자신과 의지가 있으면 임기를 채우는 것이고, 그럴 자신이 없고 지금까지와 같은 행태를 반복한다면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권 의원은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윤 당선자는 무슨 사퇴를 압박하거나 종용하거나 이러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 취임한 김오수 총장 임기는 2023년 5월 말까지다. 임기 2년 가운데 앞으로 1년3개월이 남은 상황이다. 윤 당선자가 임기를 절반도 채우지 않은 총장을 교체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란 점을 감안해, 핵심 측근이 총대를 메고 결단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 당선자가 대선 기간 내내 검찰의 ‘독립성’을 위한 임기 보장 필요성을 강조해왔던 데다, 윤 당선자 본인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등에 반대하고 사퇴 압박에도 검찰의 독립성을 명분으로 버텼던 당사자이기도 하다.

 

정치권과 검찰에선 김 총장의 사퇴를 촉구한 권 의원의 발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검찰 출신인 조응천 민주당 비대위원은 이날 같은 방송의 별도 인터뷰에서 “검찰총장의 임기보장은 중립성, 독립성과 직결된다”며 “김 총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게 (윤 당선자의) 언행일치가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법에 따라 검찰총장 임기가 보장돼 있는데, 정치권이 총장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서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간부도 “대통령 당선자의 핵심 측근이라는 정치인이 특정 수사를 들어 총장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다만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수순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검찰총장 임기제 도입 이후 임명된 검찰총장 22명 가운데 임기 2년을 채우고 퇴임한 이는 8명뿐인데, 대부분 정권교체에 따른 중도사퇴가 많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당시 김수남 총장이 물러난 적이 있다. 정권이 교체됐으니 예견된 일이고, 앞으로 계속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런 발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김 총장이 당장 사퇴하기는 힘들어 보인다”며 “새 정부 법무부 장관 등이 임명되면 사퇴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편, 권 의원은 윤 당선자가 후보 시절 사법개혁안으로 내놓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에 대해서도 “역대 수사지휘권이 5번 발동됐는데 이것이 정당한 행사면 왜 폐지 여론이 생겼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한명숙 전 총리를 구하기 위해 부적절한 수사지휘권을 (행사)했고 ‘윤석열 검찰총장’ 죽이기를 위해 부적절한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에 대해 반대한다는 뜻을 밝힌 것에 대해선 “왜 이런 폐지 여론이 나오는지, 본인 때문에 나온 건데 무겁게 생각하고 입 다물고 있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면해주고 그보다 더 연세도 많고 형량도 낮은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안 해준 건 또 다른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권 의원은 이 전 대통령만 지난 사면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는 “문 대통령 최측근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살리기 위해서, 동시에 사면하기 위해서 남겨놓은 것이란 정치적 함의가 숨어 있는 것이라고 비판을 했었다”며 “아마 같이 사면을 하리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가윤 전광준 기자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식? 윤석열 쪽, 공공기관장 인사 협의 요구 논란

 

김은혜 대변인 “필요한 인사 사전 협의”

 청와대 “임기 보장…법에 따라 인사”

‘전리품 챙기기’ 특성에 충돌 되풀이

 

서울 여의도 한국성장금융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쪽이 정부 출범 전에 현 정부에 공공기관장 인사권을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에선 환경부 블랙리스트 유죄 판결 이후 새 정부 출범 뒤 임기가 보장된 공공기관장 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윤 당선자 쪽이 인지하고 사전에 기관장 임명을 막으려는 정지 작업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많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15일 “문재인 대통령 정부 하에 저희가 꼭 필요한 인사의 경우는 함께 협의진행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 업무 인수인계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요청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앞으로 공공기관 인사를 할 경우 사전 협의를 하자는 것이다. 보수언론들도 문 대통령의 임기 후반 공기업 인사를 ‘알박기’와 ‘낙하산’으로 규정하고 비판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윤 당선자 쪽의 ‘사전 협의’ 요구에 선을 그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분명한 것은 5월9일까지는 문재인 정부 임기이고, 임기 내에 주어진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협의 요청에 응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정권 교체기 때마다 공공기관장 인사를 둘러싼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충돌은 반복되고 있다. 공공기관장과 상임감사 등의 임기는 2∼3년인데 반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어서 새 대통령이 임기 시작과 함께 인사권을 일괄적으로 행사할 수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맞춰 공공기관장도 임기를 같이 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공기관 자리는 35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장 인사는 국정철학을 반영하기 위한 인재 배치보다는 ‘전리품 챙기기’에 가깝다. 대선 승리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대통령이 기관장 자리를 보상으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윤 당선자 쪽의 협의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실제로 기관장 인선이 보류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뉴딜펀드 등을 운용하는 한국성장금융 대표 선임 건이 그렇다. 한국성장금융은 애초 3월 주주총회에 사장 후보자를 추천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이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추천 작업 중단에는 윤 당선자 쪽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공공기관장을 압박해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협조 요청을 하는 것 같은데, 대통령제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 제도를 바꿔야지 이런 식으로 편법을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공공기관장은 자체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고, 임기를 보장하고 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직권남용 혐의 유죄를 확정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사표를 받아낸 혐의로 기소됐다. 새 정부가 출범되면 관행적으로 공공기관 인사 물갈이가 진행됐지만 강제적인 사퇴 압박은 범죄가 된다는 판례가 확립된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는 초기에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과 상임감사 등의 임기를 보장한 게 70%가 넘는다”며 “공공기관 조직 안정을 위해 기관장 임기를 보장해왔고 이제 법에 따라 임기가 끝난 이들의 인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역시 법에 따라 인사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청 “현 정부가 안한 일로 ‘민정수석실 폐지’ 근거 삼는 건 부적절”

‘정적 통제·국민 신상털기·뒷조사’ 들며 폐지 방침 밝힌 데 불쾌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고 환담을 위해 이동하는 모습.

 

청와대가 “현 정부에서 하지 않았던 일을 들어서 민정수석실 폐지의 근거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전날 민정수석실이 ‘정적 통제와 국민 신상털기, 뒷조사 등을 해왔다’며 폐지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불쾌감을 표현한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실은 법령이 정한 업무에 충실한 소임을 다해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 정부 민정수석실 기능은 민심 청취, 법무 보좌, 인사 검증, 반부패정책, 공직 감찰, (대통령) 친인척 관리 등”이라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존폐 여부는 정책적 판단의 문제로 과거 국민의정부 등에서도 일시적으로 폐지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당선자가 과거 ‘사직동팀’을 언급하며 현 정부 민정수석실까지 묶어 “과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현한 셈이다.

 

윤 당선자는 전날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에서 사정·정보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며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선거 운동기간 동안 윤 당선자가 현 정부의 적폐를 수사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며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한편,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윤 당선자 쪽에서 대선 뒤 청와대 인사에게 인사 협의를 요청했다’는 보도에 대해 “인수위 측에서 공기업 인사에 대해 협의 요청이 있었는지 알고 있지 못 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5월 9일까지는 문 대통령 임기이고, 임기 내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달말 임기가 종료되는 한국은행 총재 후임 지명 여부에 대해선 “한은 총재 임기가 대통령 재임 중에 완료되기 때문에 (인사) 실무 준비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이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