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전체 속기록 있는데…이해 안 간다” 발끈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왼쪽)와 남욱 변호사.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천화동인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쪽이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파일 전체를 법정에서 들어봐야 한다”고 요구했다. 녹취록 전후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140시간 분량의 녹취 파일을 모두 들어봐야 한다는 주장인데, 검찰은 “이해가 안 된다”며 반발했다.

 

이러한 주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18일 열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5명의 재판에서 나왔다. 이날 재판부가 140시간에 달하는 정영학 녹취파일 중 ‘피고인별로 꼭 들어야 하는 부분을 특정해서 듣는 방식으로 증거조사를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자 나온 반응이다. 김만배씨 쪽 변호인은 “이 사건 녹음파일 자체가 정영학 피고인에 의해 선별됐고 검찰에서도 선별해서, 녹음 전후에 어떤 맥락이 있는지 모른다. 전체 파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는 것이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제일 쉽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에 허언이 존재하기 때문에 피고인들에게 어떤 맥락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욱 변호사 쪽도 “피고인들이 (대화) 상황 자체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해서 어떤 맥락에서 대화가 이뤄진 지 모른다. 대화 내용을 구속된 피고인들이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법정에서 전체를 재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반발했다. 녹취파일 전체에 대한 속기록이 있고, 녹음파일 전체를 피고인 쪽에 복사해줬는데 법정에서 전문을 함께 듣자는 건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정영학 녹음파일 전체를 속기했고 선별제출 논란을 피하기 위해 다 제출했다. 녹음파일 전체를 재판 초창기에 피고인들에게 복사해줬는데 (어느 부분이 허언인지) 구체적인 특정 없이 이렇게 주장하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 또한 “전체 파일이 140시간 정도 되는데 그걸 다 듣는다면 한두기일로 할 순 없다. 양쪽에서 더 구체적으로 의견을 달라. 아니면 어쩔 수 없이 증거에 대해서 모두 들어봐야 한다”고 정리했다. 신민정 기자

전경련, 미르재단 불법모금 관여 ‘내리막’

장제원-권태신 채널 가동…“부활 신호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이야기 하고 있다. 인수위 제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오는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주관으로 경제 5단체장과 점심식사를 한다. 모임은 윤 당선자 쪽에서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을 대변하는 전경련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미르·케이(K) 스포츠 재단에 기업들이 774억원을 출연하는 데 관여해 ‘정경유착’을 주도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 관계자는 18일 “전경련 쪽에서 21일 윤 당선자와의 모임이 있다고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오찬 회동에는 윤 당선자를 포함해 허창수 전경련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참석한다. 경제단체들은 각각 윤 당선자와의 회동을 추진했지만 전경련이 주관하는 방식으로 정리됐다. 전경련은 이날 다른 경제단체들에 연락해 윤 당선자와의 회동 일정을 알리고 참석 여부를 회신받았으며 다른 경제단체들은 전경련 주도의 회동에 불쾌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동은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과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 채널을 통해 성사됐다고 한다. 권 부회장은 국무총리실장 이력이 있는 이명박 정부 출신이다. 국정농단·적폐 수사를 주도했던 윤 당선자가 전경련을 고리로 경제단체들과 만나게 되면서 전경련이 ‘복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때 전경련은 2017년부터 4년 동안 청와대 행사와 국외 순방 경제사절단에 초청받지 못했다. 한 경제계 인사는 “(윤 당선자와의 회동 주관은) 전경련의 부활 신호탄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장나래 김영배 기자

 

여가부 폐지·무고죄 강화 ‘시대 역행’…“지켜서는 안 될 윤석열 공약”

 

[윤석열 정부 성평등 공약 점검]

윤 “여가부 사업, 타 부서와 중복” 당위성 설득도 어렵고 부작용 우려

성범죄 무고죄 조항 신설·처벌 강화 “피해자 중심주의 무너뜨리는 퇴행”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에서 열린 '성평등 정책 강화를 요구한다' 여성·시민 긴급 기자회견에서 선언 연서명에 참여한 8709명이 남긴 말과 명단이 붙어있다.

 

“지켜서는 안 되는 공약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내놓은 성평등 공약 가운데는 전문가들로부터 이와 같은 평가를 받는 것이 적지 않다. ‘여성가족부 폐지’와 ‘무고죄 처벌 강화’ 공약이 대표적이다. 전문가와 야당은 물론 국민의힘 안에서도 재검토 요구가 나온다. 공약의 당위성을 설득하기 어렵고,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당선자의 실행 의지도 큰 만큼, 향후 정국의 갈등 수위를 가름할 사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성별 근로 공시제’처럼 비교적 전향적이라고 평가받는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가부 주요 기능 유지하면서 폐지?

 

윤석열 당선자는 여가부를 폐지하고 아동·가족·인구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를 신설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가부 사업 중 상당 부분이 다른 부처와 ‘중복’된다는 게 그 이유다. 현 정부에서 아동정책은 여가부(가족지원과)·보건복지부(아동복지정책과)·교육부(교육복지정책과)가, 가족정책은 여가부(가족정책과)·복지부(보육정책과)가, 인구정책은 여가부(가족정책과)·복지부(인구정책총괄과)가 맡고 있다. 효율성을 위해 새 부처를 신설해 아동·가족·인구감소 문제를 맡기겠다는 구상이다.

 

정책 효율화를 위한 조직 개편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두 가지 문제가 남는다. △여가부 폐지가 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지 △중복되는 정책 외에 여가부가 주도적으로 해오던 다른 업무는 어떻게 할지에 대한 설명과 대안의 부재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부)는 “여가부가 아닌 다른 부처에서 이 업무들을 맡았을 때 더 효율적일 거란 근거가 없다. 면밀한 분석·평가 뒤에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최소한의 절차조차 없이 ‘우선 해체’만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아동·가족·인구감소 문제 대처 논의에서 여가부가 견지해온 관점과 경험을 배제하는 전개 방식도 비판받는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한겨레>에 “인구감소 문제는 젠더 관점 없이 해결하기 어렵다. 여성이 겪는 경력단절, 노동시장에서 성차별, 미비한 복지 체계 등을 종합해 바라보고 개선할 여성 담당 부처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8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1명을 밑돌고 있다.

 

중복 업무 외 여가부가 주도하던 기능을 어느 부처가 대신할지 등 대안 마련도 과제다. 대표적인 게 ‘성 주류화’ 제도다. 성 주류화란 국가의 모든 정책 집행 과정에서 성평등을 고려하는 걸 뜻한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성평등 업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는 반드시 필요하다. 여가부가 있었기에 성평등 정책이 지금 수준 정도로나마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세계 194개 나라(2020년 기준)는 정부 차원의 성평등 정책 전담 기구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160개 나라는 성평등 기구를 독립부처(부·청) 형태로 운영한다.(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22년 2월 ‘국내외 성평등 추진 체계 현황과 시사점’)

 

결과는 알 수 없다. 173석을 가진 민주당은 대선 뒤 윤 당선자의 여가부 폐지 방침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성범죄가 아니라 ‘무고와의 전쟁’”

 

340쪽에 이르는 ‘제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정책공약집’에는 “엄벌”이란 단어가 딱 한 차례 등장한다. 무고죄 처벌 강화를 약속하는 부분이다.

 

윤 당선자는 선거 기간 수차례 무고죄 처벌 강화를 주장했다. 지난해 10월21일 청년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사법 질서를 훼손하는 무고죄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강력범죄 무고의 경우 선고형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조정하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무고’ 조항을 신설해 거짓말 범죄를 근절하겠다”고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자 ‘여성의 날’이었던 3월8일 에스엔에스(SNS)에 자신이 그동안 올렸던 여성 관련 단문 공약을 재게재하며 거듭 ‘무고죄 처벌 강화’를 강조했다.

 

현행 형법은 무고죄를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윤 당선자는 이를 개정해 강력범죄(살인·강도·강간 등)에 대한 무고 형량은 3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상향하는 동시에 성폭력처벌법에 무고죄 조항도 따로 신설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중의 강화 장치다.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의 당위성이 없는 것은 물론, 역효과가 클 것이라고 우려한다. 박수진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기존 법체계에 처벌 공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성폭력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특별법(성폭력처벌법)에 무고죄 조항을 넣는 것은 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며 “공약이 현실화하면 수사기관도 무고죄 여부를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성범죄는 진술 외 추가 증거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 이런 조건에서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해야 하는 피해자에게 무고죄 처벌 강화는 신고 자체를 포기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미투 운동’을 거치면서 수사·재판 과정에 겨우 자리 잡기 시작한 ‘피해자 중심주의’를 무너뜨린다는 측면에서 ‘퇴행’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성범죄 관련 무고 조항 신설은 ‘꽃뱀론’ 같은 그릇된 신념을 법률로 만들어 쐐기를 박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회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대통령 당선자에게 차별과 혐오의 정치를 끊어낼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동안 피해자를 위축시키기 위한 가해자의 무고죄 역고소 남발에 수사기관이 분별력 있게 대응할 것을 주문해왔다.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을 보면, ‘성폭력 무고 수사지침 및 절차 마련’ 공약이 있다. 이후 2018년 5월 대검찰청은 가해자 쪽의 무고죄 역고소 남발로 성폭력 피해 신고가 위축되고, 원치 않는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을 수용했다. 대검 성폭력 수사 매뉴얼에는 사건 수사 종료 전까지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무고, 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고소 사건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한국의 무고죄 처벌 형량이 낮다거나, 성범죄 무고 사범이 급증하고 있다고 볼 만한 근거도 없다. 독일·프랑스, 미국의 형량은 5년 이하의 구금 혹은 자유형으로, 우리나라보다 가볍다. 성폭력 가해자에 의해 무고로 고소당한 사람 가운데 유죄 판결을 받은 비율은 6.4%에 불과하다. 대검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7~18년 성폭력 피해자가 무고죄 피의자인 사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다.

 

송란희 상임대표는 “윤 당선자 공약의 가장 큰 문제는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과 신고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빠져 있다는 것”이라며 “당선자가 말하는 개별 피해자에 대한 구제책만으로는 범죄피해자 보호도, 일상 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채용에서 퇴직까지 ‘성별 근로공시제’…대신 자발적으로

 

윤 당선자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양성평등 관련 정책을 공약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성별 근로공시제’다. 입직부터 퇴직까지 단계별로 성별 데이터를 수집해 공개하겠다는 게 골자다. 500인 이상 기업부터 △채용 시점에는 지원자, 최종 합격자 성비(경력직 포함) △부서별 근로자, 승진자, 육아휴직자 성비 △해고자, 정년퇴직자, 조기 은퇴자 성비 등 데이터를 “자발적으로” 공개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실행만 된다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성평등 임금공시제’보다 한발 더 나아가게 된다. 정부는 2018년 양성평등기본법을 개정해, 여가부가 공공기관과 일부 민간기업의 성별 임금 현황과 임원 수 등을 조사하고 결과를 공표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여가부는 처음으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사이트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2149개 기업을 대상으로 성별 임금 격차를 조사해 발표했다.

 

윤 당선자의 진일보된 공약에 다만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을 우려한다. 내부 인사 자료 공개를 꺼리는 기업들을 어떻게 돌파할지에 대한 최소한의 방안조차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채용 성차별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기관의 지원자·면접자·합격자 성비 ‘공개’를 추진하려 했지만, 기업 반발로 ‘기록’에 그쳤던 선례가 있다. 당시 일자리위원회 위원이었던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자문위원은 “공공기관도 반발하는데, 민간기업을 참여시키려면 (자발성이 아닌) 좀 더 구체적 실행 방안이 필히 제시되어야 한다”며 “오히려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을 행해도 500만원 이하 벌금에 불과한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하고, 엄격하게 법을 집행하는 게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아 박고은 기자

 

윤석열 인수위 출범…“인수위 목표는 국민통합·코로나 대응”

오전 현판식 뒤 첫 전체회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안철수 인수위원장,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인수위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에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8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출범시키며 국민 통합과 코로나19 대응을 강조했다.

 

윤 당선자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건물 입구에서 열린 현판식에 참석했다. 윤 당선자가 가림막을 잡아당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새겨진 현판이 공개됐고 안철수 인수위원장, 권영세 부위원장,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김병준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등이 참석해 함께 축하했다.

 

현판식 뒤 윤 당선자는 인수위 첫 전체회의를 열어 “새 정부의 국정과제 수립에 있어 국가의 안보, 국민의 민생의 한 치의 빈틈이 없어야 하고 국정과제의 모든 기준은 국익과 국민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회의장 배경에는 윤 당선자의 필체로 제작된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겠습니다”는 문구가 걸렸다.

 

윤 당선자는 인수위원들에게 코로나19 손실보상과 방역 문제를 중점적으로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코로나19가 다시 가파르게 확산되는데 코로나 비상대응특위에선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에 대한 신속한 손실보상과 더불어 방역, 의료문제를 중점 다뤄주길 부탁한다”고 했다. 윤 당선자는 또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직격탄을 맞은 남대문시장 상인과 산불 피해 이재민을 만난 경험을 거론하며 “책상에서가 아닌, 현장에 늘 중심 두고 현장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주길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위원장은 전체회의 뒤 경제분과 위원들과 별도로 회의를 진행해 코로나19 손실 보상 방안과 지출 구조 조정 등 재정 안정성 방안을 논의했다.

 

윤 당선자는 회의 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정 운영의 목표는 국민 통합”이라며 “인수위원회가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바탕으로 국정 과제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 역시 궁극적으로 국민 통합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 통합은 정부에 대한 신뢰가 있을 때 가능하다. 새 정부는 일 잘하는 정부, 능력과 실력을 겸비한 정부가 되어 국민의 신뢰를 얻겠다”고 다짐했다.

 

회의가 끝난 뒤 윤 당선자는 인수위 사무실 인근 식당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정진석 국회부의장과 점심을 함께 했다. ‘세종시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를 공약했던 윤 당선자는 이 자리에서 “정부 출범하면 세종시에서 자주 국무회의를 하겠다. 진정한 지방시대를 활짝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정진석 부의장이 전했다. 김해정 장나래 기자

 

윤석열-반기문 회동…‘한미동맹 강화’ 공감

국외원조 확대-탄소중립 달성 의견 청취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면담하며 악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8일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을 만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롯한 국제정세와 외교 및 한반도 문제 등을 논의했다. 윤 당선자는 대선 이전에도 반 전 총장과 두차례 가량 전화통화를 하는 등 인연을 맺어왔다.

 

윤 당선자는 이날 오후 2시30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자 사무실에서 반 전 총장을 약 한 시간 동안 만났다. 윤 당선자는 “제가 바로 식사를 모시려고 하다가 오늘 그냥 이렇게 뵙는 게 어떨까 싶었다”고 환영하자, 반 전 총장은 “앞으로 두 달도 안 남은 시간이지만 좋은 준비 해서 국정을 이끌어달라”고 화답했다. 이어 반 전 총장은 “미중 간 여러 알력이라든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지금 국제 사회가 어렵다”며 “자강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윤 당선자는 “네”라며 동의했다.

 

반 전 총장은 특히 한미동맹 강화를 강조하면서 “국민들이 한미동맹 관련해서 약간 당연시 하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 동맹은 미국-나토 동맹과도 다르다”고 했다. 나토의 경우엔 소속 회원국들이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자동개입하게 돼 있지만 한미동맹은 미 국회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그런 점을 우리가 좀 잘 알고 한미동맹 관계를 정확히 한 바탕 위에서 남북관계, 특히 중국과의 관계 등을 이끌어나가는 것이 바람직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엔 박진 국민의힘 의원, 김숙 반기문재단 상임이사,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이 함께했다.

 

반 전 총장은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한미동맹의 굳건한 바탕 위에서 중국과의 관계, 특히 일본과의 관계가 아주 나빠졌는데 이런 한일 간의 관계도 정상화해서 인접국으로서 같이 협력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냐는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또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너무 감성적으로 대하기보다는 좀 더 국제 사회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원칙, 기준, 가치 바탕 위에서 남북관계를 이끌어나가고 같은 민족으로서 그런 문제는 얼마든지 북한을 도와줄 수 있다는 말씀드렸다”고 했다.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서도 “국제 사회와 호흡을 맞춰가면서 2050 탄소 중립을 꼭 이뤄야 한다고 전했다”고 했다. 또한 “우리가 너무 국내문제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한국이 높아진 경제적 위상을 감안해 공적개발원조금(ODA)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35%) 정도까지는 높여야 한다”는 점을 짚었고, 이에 윤 당선자는 “참고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해정 기자

 

10명 회식에 ‘대선승리 러브샷’…국민의힘 잇단 방역수칙 위반

윤상현· 김병욱· 구자근 의원 등 참석

영등포구청 “위반사실 명확…과태료”

 

    송자호 피카프로젝트 대표 블로그 갈무리

 

국민의힘 현직의원과 대선 캠프 핵심 관계자들이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식당에서 방역수칙을 어기고 단체회식을 했다. 영등포구청은 이들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18일 송자호 피카프로젝트 공동대표는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올린 글에서 지난 14일 국민의힘 의원 등이 여의도 한 식당에서 방역수칙을 어기고 단체회식을 했다고 밝혔다. 그가 공개한 사진에는 국민의힘 윤상현·김병욱·구자근 의원 등 9명이 술을 마시는 모습이 담겼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캠프 특보 및 본부장을 지낸 송태영 충북대 행정학과 겸임교수, 이세창 총괄본부장 등도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을 찍은 이까지 합치면 10명이다. 6명까지인 사적 모임인원 제한을 위반한 것이다.

 

송 대표는 에스엔에스에 “제가 본 국민의힘의 모습은 엄청난 실망 그 자체였다. 정권이 바뀐 지 일주일이 되지도 않는 채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들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고 회식을 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심지어 저 사진은 핵심 관계자 중 한 명이 찍어 달라고 부탁한 사진”이라고 덧붙였다.

 

영등포구청 쪽은 “사진으로 신분과 방역수칙 위반 사실이 명확히 확인돼 민원이 제기되지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7일에도 국민의힘 관계자 30여명이 여의도 한 식당에서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단체회식을 하다 시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영등포구청 직원에게 적발돼 7명이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영등포구청은 나머지 인원에 대해서도 인적사항을 추가로 확인한 뒤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김윤주 기자

‘집무실 이전’ 인수위법 권한 벗어나

불필요한 혼선 빚으며 1주일 날려

국힘 내부 “당선자 직접 사과 필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열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 반 전 총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집무실 이전 공약이 표류하고 있다.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갑자기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설이 급부상하며 ‘졸속’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수백억원으로 추정되는 이전 예산을 집행할 법적 근거도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집무실 이전 문제를 취임 뒤로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방부 “이사하려면 20일간 24시간 꼬박 돌려야”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과 기획조정·외교안보 분과 인수위원, ‘청와대 이전 티에프(TF)’ 팀장인 윤한홍 의원이 18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 후보지인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와 광화문 외교부 청사를 방문해 시설 현황을 보고 받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들에게 “(본관 근무인원만) 1060명 정도로, 아파트처럼 사다리차를 댈 수 있는 구조가 아니어서 엘리베이터를 통해서 물동량을 이사해야 한다”며 “이사업체에 물어보니 한 20일 정도 24시간을 돌려야만 (본관 전체의) 물동량을 뺄 수 있다는 가견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이전에 따른 안보공백이 우려된다는 취지의 보고였다. 이들은 현장점검 결과를 윤 당선자에게 보고할 계획이며, 윤 당선자는 검토의견을 종합해 집무실 이전 계획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인수위 단계 ‘대통령 집무실 이전’ 법적 근거 없어

 

하지만 인수위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예산을 집행할 법적 근거가 없다. 대통령직인수법에서 정한 인수위 업무 범위는 △정부의 조직·기능 및 예산 현황 파악 △새 정부의 정책기조 준비 △대통령 취임행사 업무 준비 △국무총리·장관 후보자 검증 △그 밖에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사항으로 규정돼 있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인수위 권한을 넘어서는 초법적인 발상”이라고 말했다.

 

인수위 예산은 이 직무범위 안에서만 쓸 수 있다. 대통령직인수법 시행령에는 “행정안전부장관은 대통령당선인의 예우에 필요한 경비와 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산정해 대통령당선인이 지정하는 자와 협의를 거쳐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예비비 등의 협조를 요청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집무실 이전 비용은 ‘당선자 예우와 인수위 운영에 필요한 비용’이라는 인수위 지원 예산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를 대통령 집무실 이전 비용으로 쓰면 위법한 예산 집행이 되는 것이다.

 

윤 당선자 쪽은 이전 비용을 인수위 예산이 아닌 정부 예비비로 감당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윤 당선자 쪽은 지난 17일 행정안전부가 집무실 이전 비용과 관련해 국방부 청사로 옮기면 500억원이 들고,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별관으로 옮기면 1천억원이 든다고 인수위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500억원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비용일 뿐 ‘방을 빼야 하는’ 국방부·합동참모본부 등의 연쇄 이전과 군사시설 구축 비용까지 더하면 1조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추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하승수 ‘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는 “예산을 전용하면 국가재정법 위반이고 예비비를 쓰려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의 승인이 필요한데 지금처럼 논란이 많은 상황에선 불가능하다”며 “인수위가 권한을 넘어 국방부 짐을 다 빼라고 하는 등의 지시는 모두 직권남용이 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솔직히 말해서 무슨 권한으로 집무실 이전 비용을 집행할 수 있다고 검토했는지부터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 우려…“집무실 이전으로 1주일 날려”

 

인수위 출범 전부터 ‘집무실 이전’ 문제로 윤 당선자의 스텝이 꼬이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경호나 외교 접견 문제는 충분히 검토했다”며 윤 당선자가 호기롭게 내놓았던 ‘광화문 대통령’ 공약이 ‘용산 이전’으로 옮겨가며 공약 파기 논란까지 겹쳐지자 취임 전부터 지지율을 걱정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인수위 초기에 국정 비전과 정책을 보여줘야 하는데 ‘집무실 이전’ 문제로 1주일을 날렸다. 집무실 이전이 공론화하자 각 지역에서 지지자, 당 관계자 등으로부터 상소문이 올라오듯 반발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윤 당선자가 이 문제로 혼선을 빚은 것에 대해 직접 사과하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취임 이후로 연기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도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브리핑에서 “봄꽃이 지기 전에는 국민 여러분께 청와대를 돌려드리겠다”고 했지만 “시기와 관련해서는 여러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 부분도 감안하며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박주선 당선자 취임식 준비위원장도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집무실 이전을) 현실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하루 이틀, 한달, 두달 미뤄지는 걸 가지고 ‘왜 이렇게 공약을 안 지켰느냐, 약속을 안 지켰느냐’ 이런 얘기를 하겠냐”고 되물었다. 장나래 오연서 서영지 기자

 

“집무실 국방부 이전하면 용산·강남 아파트 위 방공포대 설치해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 김병주 의원

“용산 주변 5층 이상 건물 못 올려…

 도시개발계획·비행항로 변경 불가피”

 

지난 17일 국방부 청사와 주변 모습. 연합뉴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 집무실이 옮겨갈 경우 반경 8㎞인 서울 강남 지역의 아파트 옥상에까지 방공포대가 설치되는 등의 방호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18일 <티비에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북한으로부터 날아오는 미사일, 드론, 어떤 것들이든 다 보호할 수 있게 (현재 청와대) 주변에는 그런 방공 기지들이 다 있다”며 “아파트 옥상에는 당연히 올라가야 된다. 대공 미사일이나 대공 기지가 올라가는 거다. 대공포나 이런 것들이. 민간인 아파트 위라든가 회사 빌딩 위”라고 말했다. ‘8㎞를 용산으로 따지면 서울 강남도 포함된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김 의원은 “강남까지도 포함될 수가 있고, 그러면 비행 항로까지도 바꿔야 될 수가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이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초래할 시민들의 재산권 침해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용산구 주변은 고도 제한도 있어 5층 이상은 못 짓게 되는 것”이라며 “재건축이라거나 도시개발 계획이 수정돼야 한다. 재산권의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대통령이 지나다니면 거기가 아주 상습정체 구역”이 될 수 있으며 “(대통령이 이동할 때) 통신 재밍(차단)을 한다. 갑자기 잘 통화하다가 통화가 안 된다”며 주민들이 통신에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전날 민주당 국방위원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집무실 이전 시 직간접 비용이 1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은 근거도 설명했다. 그는 윤 당선자 쪽이 말한 이전 비용 500억원은 “청와대 집무실을 이동해서 리모델링하는 비용이 주가 되는 것”이라며 그러나 “(국방부 청사에) 한 합동참모본부, 사이버사령부, 시설본부 등 10개 부대가 있다. 그런 시설들 이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합참 지하에 있는 EMP 시설(전자기파 핵 방어시설) 하는데 1천억원 이상 든다”며 이 때문에 “합참 건물 짓는데 2∼3천억원이 들고, 또 국방부 건물 하나 짓는 데 한 2천억원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군부대 이전하면 아파트라거나 복지시설도 패키지로 해야 한다”며 “그런 것까지 쭉 하다 보면 최소 1조원 이상 천문학적인 돈이 들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을 예측 못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대통령 집무실 용산 가면 남산·효창공원 이용 제한될 수도

 

북악산 패트리엇 포대 옮겨가야

강남 아파트 옥상엔 방공포 설치

 

국방부 청사에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면 강북에만 있던 비행제한구역 P73B(대통령 집무실에서 약8.3km 원형)가 강남쪽으로 크게 확대된다. 네이버 지도 갈무리

 

대통령 집무실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옮겨갈 경우 방공망 구축을 위해 인근 8㎞ 반경의 고층건물에 방공포대가 구축되는 등 ”서울시민들의 삶이 대단히 불편해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로 옮겨오면 대통령 보호를 위해 대대적인 방공망 구축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티비에스>(TBS) 인터뷰에서 “청와대 주변에는 북한으로부터 날아오는 미사일, 드론, 어떤 것들이건 다 보호할 수 있게 방공 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남산이나 효창공원에 (방공 체계를) 올리고 민간인 아파트 위나 회사 빌딩 위에 대공포나 대공 미사일을 간단히 타격할 수 있는 기지가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육군미사일사령부 사령관도 지낸 예비역 육군 대장 출신이다.

 

대통령 집무실이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면 북악산에 배치된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도 용산 근처로 옮겨야 한다. 사진은 주한미군이 패트리엇 포대 배치 훈련을 하는 모습. 주한미군 제공

 

현재 청와대 주변에는 북한 미사일과 전투기, 드론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각종 방공무기들이 잔뜩 배치돼 있다. 그러나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로 옮길 경우 현재 북악산에 배치된 대공 요격미사일인 패트리엇 포대도 용산 근처로 따라가야 한다. 패트리엇 미사일은 강북 지역 전체를 넓게 감당하는 지역방어(Area Defense) 무기체계가 아니라 청와대란 특정 장소만을 막는 거점 방어(Point Defense) 무기체계이기 때문이다.

 

패트리엇 포대 이전은 미사일뿐만 아니라 레이더, 발사대, 지상통제장비, 운용병력 등이 한꺼번에 움직여야 하는 일이다. 용산 근처 상당한 면적의 땅에 방공 기지를 만들어 패트리엇 포대를 재배치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병주 의원이 패트리엇 포대 지역으로 “남산이나 효창공원”을 지목한 이유다. 이렇게 되면 서울시민들의 남산·효창공원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

 

현재 청와대 근처 고층 건물 옥상에는 대공포 등 각종 방공무기들이 촘촘하게 배치돼 있다. 방공무기체계는 1~2대를 배치하는게 아니라 대공포·미사일을 거미줄처럼 겹겹이 중첩시켜 화망(火網)을 구성하는 게 특징이다. 이 방공무기들도 대통령 집무실 근처 고층 건물 옥상으로 옮겨와야 한다. 특히 아파트 옥상에 대공무기, 대공초소, 장병 막사 등이 들어설 경우 주민들이 불편해질 수 있다. 국방부 청사와 가까운 서울 강남 쪽 고층건물에도 대공무기가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

 

김 의원은 민항기 비행항로도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현재 청와대 반경 8㎞는 비행금지 지역”이라며 이 때문에 “지금은 비행금지 지역에 강북만 돼있고 헬기나 민항기들은 강남 지역을 통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되면 반경 8㎞에 걸치는 강북·강남 일부도 비행금지 구역이 될 수 있다.

 

서울 강북 상공에 비행제한구역이 동그라미 모양(붉은색 원 2개)으로 설정돼 있다. P73A(청와대로부터 약 3.7km 지역), P73B(청와대로부터 약8.3km 지역)이다. ‘드론플라이’ 어플 갈무리

 

현재 대통령 경호를 위해 청와대를 중심으로 비행제한구역은 서울 강북 상공에 설정돼 있다. P73A(청와대로부터 약 3.7㎞ 지역), P73B(청와대로부터 약 8.3㎞ 지역)에서는 비행 허가를 받지 않은 항공기의 비행을 금지한다. 만약 이 구역 안에 비행허가를 받지 않고 항공기가 들어오면 방공부대들이 적기로 간주해 격추하는 게 원칙이다. 이 구역에 드론을 띄우려면 수도방위사령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청와대가 용산으로 옮기면 비행제한구역도 남쪽으로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 지금은 금지구역에 들어가지 않는 강남 쪽도 상당부분 비행제한구역에 들어간다. 김포공항을 오가는 국내 항공편이 관악구 신림동, 구로 디지털단지 등을 거쳐 비행하므로, 국내선 운행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 강남 지역에서 민간 헬기 운용도 제한될 수 있다. 권혁철 기자

 

‘용산 집무실’ 가면 군 연쇄이동에 수천억…안보빈틈 우려

청 위기관리센터 안보뿐 아니라

중대 재난까지 전방위 대응 성격

새로 구축 땐 천문학적 예산 필요

 

국방부·합참 연쇄 이동 불가피

북 미사일 24시간 대응 차질

미군의 청와대 도청에도 취약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의 장단점을 면밀히 살피지 않고, 마치 군사작전하듯 밀어붙이고 있다. 특히 유력한 이전 후보지로 꼽히는 국방부 청사는 ‘국민과 소통’이란 장점은 희미하고, 막대한 비용을 발생시키는 데다가, 일정 기간 ‘안보 공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군 관계자와 청와대 근무 경험자들은 코로나19, 북한 미사일 발사, 우르라이나전쟁 등 국내외 안보 상황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국가안보 중추인 청와대와 국방부, 합참 등이 비슷한 시기에 연쇄 이동하면서 안보 공백이 발생할 발생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와 국방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청와대는 단순히 대통령이 집무하는 공간이 아니라 국가 안전의 최후의 보루”라며 “윤석열 당선자가 용산 국방부로 들어간다는 보도대로라면 당장 대통령이 국가 위기를 관리할 수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석열 당선자 쪽은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옮기면 유사시 국방부와 연결된 합참 ‘지하 벙커’에서 위기관리를 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와 국방부 벙커(지휘통제실)는 성격과 임무가 다르다.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는 군사안보위협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자연재난(태풍·홍수·폭설 등), 인적 재난(붕괴·폭발·화재·침몰 등) 등까지 대처한다. 이를 위해 육·해·공군 작전사령부, 경찰청, 소방본부, 산림청 등 전국 기관들이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정보가 바로 뜨는 상황실을 운영한다. 이에 비해 합참 지하벙커는 한·미 연합 및 합동작전을 지휘 통제하는 곳이다. 합참 청사 명칭은 ‘전구(戰區) 작전·지휘 시설’이다. 이곳에는 한미 연합전장관리체계(CENTRIXS-K)와 한국군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육군 사단급 이상 부대간 군사정보를 관리하는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 등 연합·합동 지휘통제체계를 구축했다.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로 옮기면 작전지휘에 초점을 맞춘 지하 벙커의 인프라 보강 전에는 대형 재난 대응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예를 들어 최근 강원도 산불 같은 국가적 재난을 발생해도 대통령이 실시간으로 보고받고 지시를 내리기 어렵게 된다. 청와대 근무경험이 있는 한 정치권 인사는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는 군 관련 시스템 뿐만 아니라 자연재난과 소방, 범죄 등이 모두 연결돼 있다”며 “이를 국방부 청사에 새로 구축한다는 것은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구 국방부로 옮기는 것은 “안보 해악의 근원이 될 것”이라며 이전 계획을 철회하고 전문가·국민과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라고 요구했다.

 

기동민·김민기·김병주·김진표·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방부와 합참은 우리 군의 최고 사령부”라며 “평시 작전권을 가진 합동참모본부는 예하사령부와 참모 부서 간의 일사분란한 지휘체계와 지휘통신을 위한 C4I 체계(전술지휘통신체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일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로 이전하게 되면 국방부와 합참의 많은 부서, 시설본부, 국방부 근무지원단 등이 모든 업무를 중지하고 3월 말까지 이사를 해야 한다”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안보 위협이 가중돼 대비 태세 유지에 집중하고 실시간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데 부대 전 장병이 이사 준비를 하고 있는 현실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했다.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로 옮길 경우 용산 주한미군 기지에 있는 ‘민감한 정보 취급시설’(SCIF·Sensitive Compartmented Information Facility)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주한미군 기지 지하 벙커에 있는 이 시설은 미국 정보기관이 운영하는 극비보안 시설이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이들이 북한 감시 뿐만 아니라 한국 대통령이나 청와대 동향까지 도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0년대 박정희 정부 이후 청와대는 주한미군 도청에 방지책을 강구해왔다. 이런 사정을 아는 한 관계자는 “미국은 한국 대통령의 미국 관련 언급이나 군사동맹 관련 움직임을 알아내는 게 자국의 국익에 중요하다”며 “대통령 집무실을 주한미군 근처인 국방부 청사로 옮기면 대통령이 미국 도청에 더 취약해진다”고 우려했다.

 

행정안전부는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옮길 경우 약 500억원,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별관으로 옮길 경우 약 1000억 원이 든다고 대통령 인수위에 보고했다고 한다. 윤석열 당선자 쪽이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게 돈이 덜 든다고 주장하는 지점이다. 하지만 이런 추산은 대통령 집무실만 옮기는 비용으로, 국방부·합참·방위사업청 등의 연쇄 이동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은 반영하지 않은 결과다. 국방부와 합참이 새 장소로 옮길 경우 각종 군사시설 설치 비용이 커진다. 2012년 8월 국방부 청사 옆에 준공된 10층 규모 합참 청사는 순수 건축비만 1875억원이 들었다. 합참 청사에는 적대세력이 강한 전자기파를 방출해 전자기기의 작동을 마비시키는 전자기펄스탄 방호대책에 수백억원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합참·방위사업청이 새 사무실을 마련하거나 청사를 지을 경우 지휘통제실, 전자기펄스탄 방호대책, 화생방공격 방호대책 등 각종 시설을 갖춰야 한다. 현재 국방부 터 안에는 국방부와 합참의 업무를 돕는 통신부대 등 국방부 직할부대들도 여럿 있다. 이 부대들은 업무 특성상 국방부·합참 근처에 있어야 하는데, 이들의 이전 비용까지 합치면 실제 이전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국방위원들이 이날 직간접적으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비용으로 추산한 액수는 1조원 이상이다. 합참 이전에 따른 지휘통제시설 구축이 직접비용이라면 군사시설 재배치, 군인·군무원·공무원들의 이사 비용 등은 간접비용이다. 이들은 “그런데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한 직접비용만 계산하여 수백억만 소요되어 최소 비용으로 이전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며 “윤석열 당선인은 아집을 버리고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권혁철 최하얀 기자

캠코 항소 포기로 1심 판결 확정

이순자, 연희동 본채 소유권 지켜

 

    전두환씨가 살던 연희동 집. 연합뉴스

 

고 전두환씨 부인 이순자씨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집 본채와 정원에 대한 공매처분에 반발해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를 확정지었다. 다만 전씨 일가가 별도로 낸 별채 공매처분 취소소송에선 2심에서 패소한 뒤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1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는 이씨가 낸 공매처분 취소소송에서 지난달 17일 패소한 뒤 항소하지 않았다. 판결에 불복하면 판결문을 송달받고 2주 안에 항소해야 하는데, 캠코가 항소를 포기하면서 이씨가 승소한 1심 판결은 지난 9일 확정됐다.

 

이씨와 전씨의 비서관이었던 이택수씨는 2018년 말 연희동 집이 공매에 넘겨지자, 검찰과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각각 처분 불복 소송을 냈다. 앞서 검찰은 전씨의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해 연희동 집을 압류해 공매에 넘겼고, 이 집은 2019년 3월 캠코를 통해 51억3700만원에 낙찰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4월 이씨 등이 ‘연희동 집 본채와 정원에 대한 검찰 압류는 위법하다’며 낸 소송에서 이씨 손을 들어줬다. 연희동 집 본채 건물과 땅 명의자는 이순자씨, 정원은 이택수씨 명의로 돼 있는데, 대법원은 이들의 부동산 취득 시점이 전씨가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인 만큼 전씨의 불법수익으로 형성된 재산으로 볼 수 없다며 검찰 압류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순자씨 등이 캠코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지난달 17일 같은 취지의 원고 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당시 재판장 장낙원)는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매각결정은 집행 당사자적격을 갖추지 못해 무효”라며 캠코의 공매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캠코는 공매 처분 전 단계인 압류에 대해 대법원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만큼, 이번 이순자씨의 1심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항소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연희동 집 별채에 대한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별채 건물과 땅은 전씨의 셋째 며느리 이윤혜씨 명의로 돼 있다. 이윤혜씨도 캠코를 상대로 공매처분 취소소송을 냈으나, 1·2심은 모두 이 부동산이 조성된 시기(2003년) 등을 고려하면 전씨의 불법재산이라고 보고 공매는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이윤혜씨가 상고하면서 이 사건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게 됐다. 신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