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실효환율 지수 91.03…일본 이어 뒤에서 두 번째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80원대를 돌파한 지난해 12월2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
 

12·3 내란사태의 충격으로 원화의 실질 가치가 2년여 전 레고랜드 사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26일 국제결제은행(BIS)의 통계를 보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REER) 지수는 지난해 12월31일 기준 91.03으로 전달 말(93.02)에 견줘 1.99포인트 내렸다. 2022년 9월28일 레고랜드 사태의 여파로 환율이 144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실질실효환율 지수가 9월 말 기준 91.22, 10월 말 기준 90.65로 떨어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락 폭 역시 레고랜드 사태 당시 한 달 만에 2.92포인트가 떨어진 뒤 가장 크다. 국제결제은행 통계에 포함된 64개국 가운데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지수는 수년째 극심한 통화 약세를 겪는 일본(12월 말 71.31)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한 국가의 통화가치가 다른 무역 상대국보다 얼마나 높은지를 나타내는 경제지표다. 물가 수준을 고려해 조정된 지수로 한 나라의 화폐가 다른 나라보다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 경쟁력이 있는지 파악하는 데 사용된다. 2020년 수치를 100으로 놓고, 그보다 높으면 해당 연도보다 고평가, 낮으면 저평가로 해석한다. 다만 한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 가운데 정부나 중앙은행이 환율을 관리하는 국가가 많아 이 지표만으로 국가 간 실효 환율을 비교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은행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일 계엄령을 선포한 뒤 원화가치는 지난달 말까지 급격히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계엄 당일 밤 1442원까지 오른 뒤 급격한 오름세를 보이다 27일에는 1486.7원까지 치솟았다. 한국은행은 내란사태 초반에는 정치 리스크가 끌어올린 환율 상승 폭을 최대 60원, 최근에는 30원 정도로 분석한 바 있다.  < 한겨레 노지원 기자 > 

귀성 인사에 매몰찬 시민 반응
“지지율 40%? 이게 진짜 민심”

 
24일 한 시민이 서울역에서 귀성 인사를 하는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등을 돌리고 자리를 피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유튜브 갈무리
 

설 연휴를 앞두고 귀성 인사에 나선 국민의힘 의원들이 시민들의 냉담한 반응 속에 약 20분 만에 현장에서 철수하자 누리꾼들 사이에서 “이것이 진짜 민심”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26일 ‘민중의소리’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국민의힘 지도부의 설 귀성 인사 영상에는 여당 의원들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시민들의 반응이 고스란히 담겼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등은 24일 서울역을 찾아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에게 배웅 인사를 건네고 팸플릿을 전달했는데, 일부 시민들은 인사를 피해 황급히 자리를 피하거나 아예 등을 돌려 딴 곳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등 돌린 민심’을 제대로 확인한 셈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설 연휴를 앞둔 24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에게 귀성인사를 하던 중 항의를 받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후에도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하라”, “불편하게 하지 말고 가라”, “당신들 때문에 설 명절이 편치 않다”는 시민들의 항의가 계속됐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귀성 인사에 나선 지 20분도 채 되지 않아 서둘러 서울역을 떠났다.

 

국민의힘을 향한 이런 반응은 같은 날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 야당의 귀성 인사와 비교되며 더 주목을 받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양쪽의 귀성 인사를 비교한 영상들도 여럿 올라왔다. 엑스(X·옛 트위터)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고속버스터미널 안의 한 점포 밖에서 손짓으로 인사를 하자 점포 안에 있던 종업원들과 시민들이 나와 악수를 청하고 사진을 찍었다. 반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서울역사 내 한 점포 인근에서 귀성 인사를 하다가 “왜 우리 가게 앞에서 난리냐. 영업방해”라는 항의를 받았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역에서 설 귀성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이것이 바로 진짜 민심”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야당을 앞서는 등 상승세를 보이는 것과 연관 지어 실제 바닥 민심은 다르다고 본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이 보수 성향의 정치 고관여층이 더 적극적으로 응답한 여론조사 결과에만 고무돼 민심에 역행하는 ‘극우 행보’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크다.

 

한 누리꾼은 엑스에 “내란 수괴 윤석열을 대통령 반열에 올리고, 그 수괴를 비호하고 있는 내란당임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보다 높은 정당 지지율을 받고 있다는데 왜 시민들은 허리 숙여 인사하는 의원들에게 항의할까”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여론조사대로라면 사람들이 국민의힘 의원들을 둘러싸고 악수하고 응원하고 셀카 찍어달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비꼬았다. 이날 기준 조회수 137만회를 넘긴 민중의소리 유튜브 영상에도 “(국민의힘은) 새해 벌 많이 받으세요”, “여러분은 지지율 40%에 육박하는 정당을 향한 민심의 진짜 모습을 보고 계신다”는 댓글이 잇따랐다.  < 한겨레 심우삼 기자 >

https://youtu.be/VchGuxyRdOY

 

“탄핵 어묵 먹고 가세요” 무너진 법치, 밥심으로 일으킨다

‘윤석열 퇴진’ 촉구 집회에 마련된 푸드트럭
“즐기면서 투쟁” 음식 나눔으로 연대 나서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 대개혁! 7차 범시민대행진’이 열린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로에 준비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푸드트럭에서 집회 참가자가 따뜻한 어묵꼬치를 받고 있다. 백소아 기자 

 

“‘탄핵 어묵’ 드시고 가세요! 학교급식 노동자들이 쏩니다! ‘탄핵 어묵’ 드시고 힘내서 투쟁하세요!”

 

학교급식 노동자 전영애씨가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 대개혁! 7차 범시민대행진’이 열린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효자로 양옆으로 늘어선 20여대의 ‘푸드트럭’ 사이에 세워진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트럭 앞에서 두 손으로 확성기를 만들어 힘이 넘치는 목소리로 외친다. 각양각색의 푸드트럭에서는 떡볶이와 붕어빵 등 대표적인 겨울 간식부터 커피·보이차 등 다양한 음료까지, 하얀 수증기 사이로 음식을 준비하는 손길이 분주하다.

 

푸드트럭 앞에 음식을 기다리는 시민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추위를 녹여줄 음료 한잔을 건네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집회 본무대 쪽에서 구호 선창이 들려오면 줄을 선 채로 따라 외치는 보기 드문 모습도 연출된다. 효자로 푸드트럭에서 신기한 점은 한가지 더 있다. 주문은 하지만 돈은 내지 않는다. 이들 모두 ‘음식 나눔’으로 연대에 나섰다. 사연도 제각각이다.

 

학교 급식 노동자들이 준비한 어묵꼬치 푸드트럭. 백소아 기자
성균관대학교 민주동문회 봉사활동 모임인 에코성균과 율풍회가 준비한 쌍화탕·호빵·보이차 푸드트럭. 백소아 기자
‘자카르타 촛불행동 및 민주시민 일동’이 준비한 어묵꼬치 푸드트럭. 백소아 기자

 

지난 10월부터 음식 나눔으로 연대하고 있는 전씨는 자연스럽게 생긴 푸드트럭에 대해 “즐기면서 투쟁하는 축제의 장이 된 거 같아 기뻐요”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민주동문회 봉사활동 모임인 에코성균과 율풍회 회원들은 직접 트럭에 올라 따끈한 호빵과 쌍화차를 나눠 줬다. 이들은 푸드트럭을 위해 모금을 했는데 이틀 만에 목표 금액을 달성해 푸드트럭을 빌려서 나왔다.

 

인도네시아 말로 ‘민주주의 포장마차’를 뜻하는 ‘와룽 데모크라시’(Warung Demokrasi)가 적힌 푸드트럭은 한국에 직접 오지 못하는 ‘자카르타 촛불행동 및 민주시민 일동’이 십시일반 모금을 해 보냈다. 때마침 한국을 찾은 한 자카르타 교민은 푸드트럭들을 보며 “전세계 어디에도 있을 수가 없는 문화예요. 저희가 현지에서 5·18민주화운동 사진 전시를 한 적이 있는데, 이걸 보니 2025년의 진화된 주먹밥 같아요”라며 직접 연대에 나선 소감을 밝혔다.

 

여행 가려고 모았던 곗돈으로 보낸 따뜻한 음료, 집회에 참여하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 감자튀김, 화가 나면 일단 사람들 밥을 먹인다는 ‘일상을 돌려받고 싶은 사람들’이 보낸 떡볶이, 온라인 커뮤니티 ‘키세스단과 함께하는 구국의 윤종대’가 준비한 추로스와 붕어빵까지….

계모임 ‘잠 못드는 계동주민’이 여행가려고 모았던 곗돈으로 준비한 커피차. 백소아 기자
익명의 시민들이 준비한 비건 감자튀김 푸드트럭. 백소아 기자
‘일상을 돌려받고 싶은 사람들’이 준비한 떡볶이 푸드트럭. 백소아 기자
4050 주축 온라인 커뮤니티 ‘키세스단과 함께하는 구국의 윤종대’가 준비한 붕어빵·츄러스 푸드트럭. 백소아 기자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준비한 커피차. 백소아 기자 
 

지난해 12월3일 그날 이후 연대는 계속 이어져왔다. 서울 여의도 탄핵 가결 촉구 집회 때는 주변 식당 등에 선결제로, 남태령 농민 투쟁에는 배달 음식과 난방 버스로, 직접 집회에 참가할 수 없는 시민들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함께 투쟁하고 있다. ‘밥’이 중요한 나라에서 이들이 보낸 따뜻한 음식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보내는 세상 가장 열렬한 응원이다. < 한겨레  백소아 기자 >

탄핵정국인데도 박빙 지지율 보이는 민주당-국힘... 그 이유 네가지

 

민주당과 국민의힘유성호/연합


최근 정당 지지도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비슷해졌다는 결과를 두고 문의 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 왜 탄핵 정국인데도 이처럼 여당 지지도가 높은지 묻는 내용인데,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총선 직전으로 돌아간 보수 성향 지지자의 적극성

이번 주 1월 4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40% 대 국민의힘 38%, 지난주 1월 3주에는 더불어민주당 36%-국민의힘 39%로 두 당의 지지도는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런데 탄핵 정국인데 왜 이렇게 국민의힘 지지도가 높냐면서 혹시 '판이 바뀐 것인지'를 묻는 분들이 많다.

특히 ARS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도 강세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국민 대표성은 약하지만 고관여자 중심 표층 여론을 보여줄 수도 있는 ARS에서 나타나는 최근의 특이사항을 정리한다면 다음과 같다.

① 무선 RDD 응답률이 ARS에서조차 상당히 높아졌다.
② ARS에서 보수 성향자의 응답 적극성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③ ARS에서는 중도 성향자의 보수 동조화 현상까지 나타난다.


공통적으로 보수 성향자의 여론조사 응답 적극성이 진보 성향자 대비 매우 강해졌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선관위를 통해 통신 3사로부터 제공받는 가상번호보다 무선 RDD번호의 응답률이 나쁘지 않다. 아마도 통신사에 가상번호 전환을 거부했던 사용자까지 RDD에서는 응답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추정된다.

이번 글에서는 ARS 조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밝히기보다는 보수 성향자의 응답 적극성이 상대적으로 매우 강해져 있다는 점에 집중하고자 한다. 최근 보수 성향자의 비율은 2024년 국회의원 선거 직전인 2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2월 5주 보수 성향자는 363명이 응답했는데,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33%, 국민의힘은 40%였다.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률은 39%였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4월 총선에서 참패했다.

이번 1월 4주 조사에서 보수 성향자는 362명이 응답했다. 총선 직전과 비슷하다. 그럼, '왜 이렇게 보수 성향자가 마치 여론을 좌지우지 하듯 상대적 응답 적극성이 강해진 걸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해봐야 한다. 몇 가지 주요한 이유 각각을 살펴보자.

불모지로 변한 제3지대, 보수 대안 정당 부재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 기각 등 현안 관련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남소연


첫째, 지지자 이탈이 최소화 될 수 있는 정당 경쟁 구도를 생각해볼 수가 있다. 2016년에는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 외에 국민의당이 있었다. 같은 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38석이나 얻은 큰 정당이었다. 교섭단체를 단독으로 구성할 정도였고, 신생 정당으로 상당한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더군다나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인용됐던 2017년에는 바른정당도 있었다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 탄핵에 찬성했던 유승민 전 의원이 중심이 돼 만든 정당에 대한 보수성향자의 지지도가 상당했다는 사실은 생각해볼 지점이다.

정당 지지도 비교(2017년과 2025년 1월)두 번의 탄핵 정국에서 나타난 정당 지지도를 한국갤럽 조사결과에서 가져와 비교해봤다.한국갤럽


이처럼 대안적 정당이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상황은 매우 다르다. 지금은 보수 성향자가 지지를 선택할 수 있는 정당이 개혁신당 정도인데, 전체 지지도가 높지 않아서 바람을 일으키기 어려운 것 같다.

그렇지만, 2017년 1월 분산된 보수성향자들의 지지도를 합산한 결과와 비교를 해도 지금 국민의힘 지지도는 조금 더 높은 수준이고, 무당층 규모는 더 적다. 이에 대한 또 다른 이유를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다.

스캔들과 애국심 사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신년기자회견을 열어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유성호


둘째, 이번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의 성격을 보면 과거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시기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016년 박 전 대통령 탄핵의 이유는 직권남용 등이었고 이번에는 비상계엄 선포이니 이번이 더 중대한 사안이라고 하는 독자가 많을 것 같다.

그러나, 당시엔 박 전 대통령이 연루된 스캔들성 내용을 담은 주장이 언론과 뉴미디어에 많이 쏟아졌다. 심지어 외신에서도 청와대가 비아그라를 구입했다는 내용을 다룰 정도였다. 이런 이슈에서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최소한 같은 편이라고 목소리 높일 사람이 얼마나 됐겠는가. 대선 때 지지했던 유권자의 지지 철회도 이상할 게 없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철저히 이념의 문제가 됐다. 물론 비상계엄을 선포한 측이 제시한 이유가 그렇다는 거다. 근거가 있건 없건 그런 주장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일관되게 '애국' 프레임에 호소하고 있고, 그에 따라 대선 시기 지지했던 유권자가 지지를 표명하는 데 심리적 부담감이 낮아졌다. 또한 대통령이 어떻든 간에 보수 성향자 자신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애국심에 불타오른다고 주장하는 게 문제될 게 없으니, 여론조사 응답 적극성도 덩달아 매우 강해지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같이 이념에 호소하는 애국심 프레임은 갈등 상황을 만들기 충분한 것 같다. 스캔들의 경우 한쪽 진영에서 터진다고 해서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세력을 탓하거나 공격하기 어렵지만, 이념에 의한 갈등은 다른 진영에 대한 공격적 태도를 만들기 충분한 것이다. 보수 성향자들의 적극성이 여론조사 응답에만 그치지 않고 폭력행위로도 이어지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다.

프레임 설정과 이슈 파이팅, 그리고 민주당의 대응

보수 성향자의 여론조사 응답 적극성이 강화된 이유 중 셋째로 생각해볼 문제는 비상계엄 선포와 윤 대통령의 구속까지 일련의 상황에서 보수 성향자와 진보 성향자의 관여도가 상반된 방향으로 달라져 왔을 수 있다는 점이다.

크게 흐름을 훑는다면, 비상계엄 선포→국회의 계엄 해제→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부결 후 가결→한덕수 총리 탄핵소추안 가결→탄핵 사유에서 형법상 내란죄 철회→윤 대통령 체포 및 구속의 흐름이었다. 이 과정에서 진보 성향자들은 긴장감이 풀릴 수 있고,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었겠지만, 보수 성향자들은 달랐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속담에 '화장실 가기 전과 갔다 온 후 생각이 달라진다'라고 하는데, 진보 성향자가 화장실을 다녀온 심리상태라면, 보수 성향자는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일 수 있는 것이다. 간절함이 다르기에 여론조사를 대하는 태도 또한 다를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넷째로는 행위자 측면에서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하는 야당의 대응인데, 필자가 보기에는 '내란 프레임'이 갖는 중요성이 너무 커 오히려 하위 프레임 개발과 이슈 파이팅을 진척시키는 데 속도감 있게 대응하기 어려웠던 게 아닌가 싶다.

'내란'이라고 하면 사실상 전면전을 연상시키고 절박감이 대단히 고양된다. 그런데, 국민 다수가 느끼는 다급함을 정치권에서 받아들이면, 조급함으로 비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민 다수는 '내란의 종식'과 민생에 미칠 '악영향 최소화'에 관심이 가기 마련인데, 이런 다급함이 정치권으로 오면 정당 간 갈등 양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자.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민생 관련 우려감을 여러 번 강조했다. 그렇지만, 언론은 오히려 정치적 갈등 양상에 더 주목했던 것 같다. 여권은 야권의 민생 행보를 두고 '벌써부터 대통령처럼 군다'라는 등의 지적을 하고 나섰지만, 정작 눈에 띄는 민생 행보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미래 권력은 중도가 선택

2025년 1월 6일,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으로 달려간 '찐윤' 의원들의 모습. 김기현 대표 오른쪽 뒤에 김석기 의원이 서있다.김석기 의원 블로그 갈무리


한국갤럽의 이번 1월 4주 조사결과처럼 보수 성향자가 많이 잡혔다는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은 40%의 지지도를 보였다. 심지어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 이재명 대표는 31%로 횡보하는 등 강세가 여전하다. 중도 성향자 중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30%이고 2위인 김문수 장관이 4%다. 국민의힘 인물 중 가장 높은 선호도인 11%를 보여준 김문수 장관의 중도 확장력을 확신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초고관여 보수 성향자의 주장에 발목 잡힌다면, 정권 말기 일부 '순장조'가 대통령실에 잔류하는 정도가 아니라, 당의 구성원 모두가 '순장조'가 되려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 언제쯤 과거와 단절하는 결단을 내릴지 궁금해진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몇몇 ARS 조사결과에 지나치게 놀라 여론조사 기관을 압박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데, 과연 그럴 일인가 싶다. 그 조사는 그것대로 이해를 하고 대표성이 더 높은 조사결과에 주목해야 한다. 민주당이 더욱 힘써야 할 영역은 '민생 관련 프레임 전술', '당의 포지셔닝 전략' 등이라고 본다. 분명한 것은 중도 성향 유권자의 민생에 주목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정치 세력도 다가올 큰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 오마이 김봉신 기자 >

* 인용 여론조사
한국갤럽이 의뢰처 없이 자체적으로 1월 21~23일 3일간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다.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재명 vs 국힘 대선주자 초박빙…박근혜 탄핵 때와 다른 판세, 왜

보수 유권자, 박근혜 땐 보수 지지 여부 고민했다면
이번엔 국정운영 평가 아닌 정치대결 인식 더 커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밤사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실질심사가 끝난 뒤 벌어진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신소영 기자 
 

대선 양자 대결에서 국민의힘 대선 주자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이 초접전을 벌이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달아 나오면서 여야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와이티엔(YTN)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리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22~23일 전국 유권자 1003명을 상대로 전화면접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9.4%)를 벌인 결과, 이재명 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과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41% 동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왔다.

 

이 조사는 케이스탯리서치가 조선일보 의뢰로 지난 21~22일 전국 유권자 6039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6.6%)한 결과에 견줘 양자 대결 격차가 확연히 좁혀졌다. 이 조사의 양자 대결에선 이재명(37%)-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29%), 이재명(37%)-오세훈(28%), 이재명(38%)-홍준표(28%), 이재명(38%)-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23%) 구도였다(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런 여론 흐름은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 여당인 새누리당 소속 대선 주자들이 민주당 대선 주자에게 크게 뒤졌던 것과 차이가 크다. 서강신 코리아리서치 이사는 이날 한겨레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는 보수 유권자들이 탄핵 뒤에도 계속 보수를 지지해야 할지를 고민했다면, 지금은 탄핵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주고 싶지 않다는 바람을 숨김없이 표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자 구도에서도 (국민의힘 후보들의) 선호도가 떨어짐에도 양자 구도에서 비슷하게 나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과 탄핵에도 보수 유권자들 다수가 이번 대선을 진영 대결로 뚜렷하게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대선을 집권 세력의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가 아닌 ‘내가 지지하지 않는 정당이 승리해선 안 되는 정치적 대결장’으로 보는 유권자가 늘었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와 여권 후보들이 백중세를 보인 양자 대결 결과를 두고 “여권의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하는 가상 대결 결과는 현시점에서는 의미가 없다”면서도 보수 진영의 결집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지는 것에 대해선 긴장감을 드러냈다. 당 지도부 소속의 한 의원은 “윤 대통령 체포가 지연되면서 극우·보수 진영의 조사 응답률이 급상승하기 시작했고 구속 뒤엔 탄력을 받아 결집도가 더 견고해졌다”며 “하지만 민주당 지지층도 서서히 결집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비호감층’이 두터운 이 대표의 한계가 갈수록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의 높은 비호감도 덕분에 당 지지율이 예상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다”며 “오른쪽 유권자의 결집도가 강한 만큼 외연 확장을 위해 중도층을 겨냥한 전략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 한겨레 서영지 엄지원 고경주 기자 >

 

'법의 권위 추락' 지적하면서 '헌재 공격' 광고 실어


극우세력의 내란 선동 마당 제공해 법치 무너뜨려
실소 자아내는 '1등 신문의 헌법 유린 광고 장사'

 

조선일보가 법이 짓밟히는 현실을 고발하고 나섰다. 이 신문이 23일부터 새로 내보내고 있는 <법은 왜 짓밟혔나>라는 제목의 시리즈물은 서울 서부지법 난입 사태를 우리 사회에서 법의 권위가 얼마나 실추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보고 법의 권위 실추와 붕괴 실태를 짚고 있다. 서부지법 폭동을 비판하면서 법이 얼마나 권위를 잃었으면 법원이 공격받겠느냐고 말하는 식의 이같은 시각에는 법원 공격 사태의 논점을 흐리려는 의도가 보인다. 조선일보의 전형적인 이른바 '프레임 비틀기'다. 

 

조선일보의 '법은 왜 짓밟혔나' 시리즈의 기사 제목들. 위쪽부터 2025년 1월 23일자와 24일자 제목. 

 

게다가 이같이 법의 권위 추락을 걱정하고 개탄하는 조선일보는 정작 헌법과 법률을 수호하며 '최종 판관' 역할을 하는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을 공격하는 광고를 버젓이 내보내고 있다. 조선일보는 서부지법 폭동 사태 3일 뒤이며 <법은 왜 짓밟혔나> 시리즈가 시작되기 전날인 22일자에 헌법재판소를 향해 "엄중한 단죄와 처벌이 내려질 것"이라며 "헌법재판소로 집결하라"는 내용의 전면광고를 실었다. 서부지법 폭동 사태에 대해 "말 그대로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자 중대한 도전"이라고 비난해 놓고서는 법치의 한 보루인 헌재를 공격하라는 광고를 실은 것이다. 

 

신문에서 흔히 기사는 위에 실리고 광고는 아래에 실린다는 점에 빗대 표현하자면 조선일보의 지면은 위에서 한 말을 아래에서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가당착을 보여준다. 극우세력의 내란을 선전·선동하며 ‘법을 짓밟고’ 있다.  할 말을 한다는 1등 신문의 '헌법 유린 광고 장사'가 실소를 자아낸다. 

 

<법은 왜 짓밟혔나> 시리즈는 첫날 ‘국회 입법 권한의 정파적 남용’을 성토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 들어 과반의석(170석)을 앞세워 여당이 반대하는 법안들을 거침없이 통과시켜왔다면서 이를 ‘입법 폭주’라고 명명하고 이중 상당수가 ‘이재명 대표’로 귀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쓰고 있다. 입법부의 ‘위인설법(爲人設法)’이라는 신조어까지 지어내 붙였다. ‘특정 개인의 정치적·사적 이익을 뒷받침하는 법들’이라는 조선일보의 규탄은 두말할 것도 없이 이 신문이 거의 매일 쏟아내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기사들의 결론과 일치한다. 정치에서의 입법 활동, 국민의 지지를 받아 다수당이 된 야당의 정책 제시를 당대표 개인을 위한 법이라고 함부로 단정하고 있다.

 

이 대표 선거법 2심 판결을 앞둔 이른바 ‘방탄용 법안’은 물론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화폐 발행 시 중앙정부가 의무적으로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지역화폐법’ 개정안, 식량주권과 농민 생존권 보장을 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농업 4법’까지 특정인을 위한 위인설법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24일 시리즈의 두 번째 기사는 사법부를 겨냥했다. <수사권 조정 후 늘어난 '법의 회색지대'… 여론에 휘둘리는 판사>라는 제목으로 사법부가 불신을 키운다고 비판했다. 12‧3 내란 수사 과정에서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중 어느 수사기관에 내란죄 수사권이 있느냐로 논란을 빚었다면서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유무 혼선을 법원이 법과 원칙에 따라 해결해줘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이런 주장을 펴느라고 윤석열 변호인단 소속인 윤갑근 변호사의 “수사권 없는 기관이 관할권 없는 법원에서 받은 불법영장을 집행한 것”이라는, 이미 무리한 주장이라는 결론이 내려진 강변을 다시 인용하고 있다.

 

조선일보 2025년 1월 22일 26면에 실린 극우 단체들 명의의 전면광고. 헌법재판관들을 위협하는 내용이다. 
 

이같이 정치권, 정확히 말하자면 야당과 사법부를 겨냥한 비판을 매섭게 펼치면서 법의 권위가 떨어지고 있다고 질타한 조선일보는 스스로 그 법을 흔들고 위협하는 이들을 위한 선전장을 내주고 있다. 22일 <조선일보>는 지면 26면에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 김복형, 정계선, 조한창 재판관 등 8인 헌법재판관들에게 엄중히 경고한다!"라는 표제의 전면광고를 실었다. <법은 왜 짓밟혔나> 시리즈가 시작되기 하루 전날이다.

 

‘자유민주세력연합-자유민주총연합-자유대한민국모임 전국 300개 자유애국단체 300만 회원 일동’ 명의의 이 광고는 “불법적 탄핵 인용을 결정하는 경우 무서운 국민 저항으로 엄중한 단죄와 처벌이 내려질 것” “애국 청년학도들이시여! 헌법재판소로 집결하라!” 등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선동하는 내용이다. 광고는 헌법재판관들을 ‘좌편향 재판관’이라고 비난하고는 "만에 하나 졸속 재판이나 편파적 재판 운영으로, 불법적 탄핵 인용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무서운 국민 저항으로 엄중한 단죄와 처벌이 내려질 것임을 강력 경고하는 바이다"라며 사실상 탄핵이 인용되더라고 불복할 것이라고 선언함과 동시에 '국민 저항'을 운운하며 헌법재판소를 협박했다.

 

이 광고는 비상계엄 이후 조선일보에 실린, 극우적 주장을 담은 일련의 광고들 중 하나다. 지난 13일 이 신문의 32면 광고에선 “청년 백골단과 자유민주 민병대는 반란군을 체포하라”는 내용도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을 행사해 공산 반란군을 토벌하라” “반역 헌재 재판관을 토벌하라”는 내용이다. 헌재 재판관들에 대해 '무력으로 쳐서 없앤다'는 뜻의 ‘토벌’이라는 말까지 써 가며 선동하고 있다. "자유민주 애국민들이여, 일어서라"라며 "이재명과 민노총 반란군과의 전쟁이다. 광화문광장과 헌법재판소로 집결하자"면서 탄핵에 반대하는 이들의 결집을 호소하며 이재명 대표와 민주노총을 향해 ‘전쟁’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22일 내놓은 논평 <헌법유린 광고 장사로 내란 선전·선동 앞장선 조선일보를 규탄한다>는 “혼란한 정세 속에 ‘1등 신문’을 자처하는 조선일보가 국민 여론을 반영한 건강한 공론장 조성에 이바지하기는커녕 헌법 유린 광고 장사로 내란 선전·선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민언련도 지적했듯이 이같은 광고는 ‘신문 광고는 사회 통념상 용납할 수 없는 저속한 표현 또는 폭력적인 내용을 게재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신문광고윤리실천요강을 위반한 것이랄 수 있다.

 

민언련은 “돈만 된다면 언론의 공적 책임은 내팽개친 채 극우 선동에 나서도 된다는 것인가. 조선일보는 친일과 독재 협력으로 점철된 부끄러운 과거에 민주주의 파괴 부역이란 오명까지 올릴 게 아니라면, 지금 당장 헌법유린 광고 장사를 통한 내란 선전·선동을 멈춰라”고 비판했다.   < 민들레 이명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