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연일 오찬정치 부각하면서도

172석 민주당과 소통은 안보여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왼쪽 두번째)가 지난 18일 종로구 통의동 한 식당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맨 오른쪽), 김기현 원내대표(맨 왼쪽), 정진석 국회부의장과 오찬을 함께 하고 있다.

 

“국민을 편 가르지 않는 통합의 정치를 하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지난 10일 당선 인사다. 0.73%포인트 박빙승부로 당선된 그에게 통합 행보는 필연이었다. 본인도 “혼밥(혼자 밥 먹기) 하지 않겠다”며 연일 공개 오찬을 하고 있지만 그의 ‘식사 파트너’로는 ‘자기편’이 대부분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대통령 취임 뒤 여소야대 정국을 헤쳐나가려면 ‘예비 야권’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당선자는 2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인수위원들과 함께 도시락을 먹으며 업무보고를 받았다. 지난 14일, 당선 확정 뒤 첫 외부 일정으로 남대문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꼬리곰탕으로 함께 식사한 것을 시작으로 이날로 열흘째 오찬 회동이다.

 

윤 당선자는 경북 울진 산불피해 이재민(15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16일),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김병준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 박주선 취임식준비위원장(17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정진석 국회부의장(18일), 경제단체장(21일) 등과 점심을 함께 했다. 윤 당선자 쪽은 짬뽕과 김치찌개, 파스타, 도시락 등 점심 메뉴까지 공개하며 소통을 위한 ‘식사 정치’를 강조하고 있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격한 대치를 벌이는 공화당 의원을 초대해 식사로 소통하며, 들어올 때의 성난 얼굴을 나갈 땐 펴지게 했던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사례가 떠올랐다”며 윤 당선자의 행보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윤 당선자의 오찬 회동 명단에 상대 정당 인사는 없다. 예비 야당 인사들과의 접촉도 당선 직후인 지난 10일 윤 당선자가 이재명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한 게 전부다. 문 대통령과의 만남은 집무실 이전과 인사권 갈등 탓에 언제 성사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 첫날인 2017년 5월10일 첫 공식 일정인 현충원 참배를 마치자마자 자유한국당 당사를 찾아 “국정 동반자라는 자세로 국회와 야당과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막 임기가 시작된 현직 대통령의 파격적인 행보였지만 그럼에도 야당과의 협치는 쉽지 않았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역대 최소 득표차로 당선된 만큼, 상대편을 아우르는 ‘통합’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당선자가 여의도 밖에서 영입한 인물이라 야권과의 협치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자기 고집이 강한 것 같다”며 “신구 권력 대립이 부각되는 상황인 만큼 먼저 손 내미는 제스처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른 인수위 관계자 또한 “정치권에 빚이 없다고 강조하는 만큼 야권에도 너그러운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지현 기자

 

“총리까진 과도한 욕심”…안철수는 안중에도 없는 윤핵관

 

권성동 “인수위원장한 뒤 총리?

요직 다 차지하려고 하면 문제”

‘안철수 불가론’ 도발발언 꺼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월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 들어서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첫 국무총리 자리를 놓고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윤석열 당선자 측근 사이의 신경전이 시작됐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측근) 중 하나로 꼽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진작에 거론된 ‘안철수 총리설’에 “과도한 욕심”이라며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권 의원은 23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무총리는 안 위원장이 가장 유력한 거냐’라는 질문에 “인수위원장 하면서 국무총리 하기에는…역대 그런 경우가 있었나”라며 “그런 경우가 없었던 것으로 저는 기억하는데 인수위원장을 하면서 또 국무총리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이어 “요직을 연속해서 맡는 것 자체가 너무 과도한 욕심을 부린 것으로 비치지 않겠느냐, 국민에게”라며 “단순히 그런 차원에서 분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김용준 당시 인수위원장을 첫 총리로 지명했지만 자녀 병역면제 의혹 등으로 낙마한 사례가 있다.

 

권 의원의 이날 발언은 대선 후보 단일화로 윤석열 정부의 공동운영 파트너로 인정받으며 예비여권 내부에서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안 위원장을 견제한 것이다. 안 위원장은 인수위를 맡게 된 뒤에도 인수위원 인선은 물론 향후 조각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 위원장 주변에선 총리 임명에 기대감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크지만, 안 위원장은 지난 14일 인수위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지금 현재 제가 맡은 일에 집중하자는 생각밖에 머릿속에 들어있지 않다. 국정 과제 전반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중요한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라 한눈을 팔고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안 위원장 쪽 관계자는 <한겨레>에 “국민들이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며 “저희로서는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지 섣불리 자리에 대해서는 어떤 마음도 갖고 있지 않다. 위원장도 현재 역할에 충실하실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의 핵심 측근인 권 의원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윤석열 정부 주요 보직의 후보자로 올라있다. 안 위원장을 견제하는 그의 발언이 ‘단순한 사견’으로 읽히지 않는 이유다. 후보 단일화 당시 합의됐던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을 위해 안철수 위원장은 국민의당 대표 자격으로 오는 24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만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여당이 될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핵관-안철수-이준석 세력 간의 치열한 각축이 예상된다. 김미나 기자

 

윤석열 취임식 국회의사당에서 열린다…“국민 500명 초대할 것”

 

세종·광주 등 검토하다 관례대로

취임사준비위원장 이각범 교수

공정·상식·통합 메시지 전달에 초점

 

박주선 대통령취임식 준비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실에서 위원회 인선과 업무추진 현황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식이 오는 5월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다.

 

박주선 대통령취임식준비위원장은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취임식을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열기로 했다”며 “민의의 전당이자 국민대표 기관이고, 접근성이 용이해 참석자의 불편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회의사당 앞마당은 최대 5만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취임식 날 비가 오면 국회 중앙홀에서 행사를 열기로 했다. 취임식 준비위 쪽은 규모에 관해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선에서 전문가와 논의를 거쳐 확정하겠다”고 했다. 제13대 노태우 전 대통령의 1988년 취임식 이후 역대 대통령의 취임식은 모두 국회에서 열렸다.

 

준비위는 서울광장,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 용산시민공원 등을 취임식 장소로 검토했다고 한다. 윤 당선자가 개방 의지를 밝힌 청와대도 고려 대상이었다. 박 위원장은 “세종시에서 열자는 의견도 있었고, 국민 화합 차원에서 광주 개최 의견도 제시됐었지만 참석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 있고, 취임식 이후 대통령의 행선지와 다른 국정 업무 수행도 고려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윤 당선자의 배우자 김건희씨 참석 여부에 관해 “대통령 부인께서 참석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취임사준비위원장에는 이각범 카이스트 명예교수가 임명됐다. 이 교수는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으로서 국가 정보화 사업을 총괄한 바 있다. 박 위원장은 “윤 당선자의 통치철학과 공정과 상식의 가치, 그리고 비전과 디지털플랫폼 정부에 대한 이해 수준이 높고, 국민 통합의 궁극적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통찰력이 있으며, 당선자의 혁신과 통합 이미지에 적합한 인사를 우선했다”며 이 교수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 취임사준비위 부위원장은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와 논설실장 출신인 이재호 극동대학교 초빙교수가 맡아 취임사의 실무 작성 과정을 총괄한다. 취임사준비위는 위원 14명을 포함해 모두 16명으로 구성됐다. 박 위원장은 “당선자의 취임사에 반영할 정치, 외교·안보 및 북한 통일, 경제, 산업 및 과학기술과 교육, 사회·노동·복지, 문화·예술, 그리고 청년과 여성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당선자의 비전과 정책 방향을 국민에게 제시할 전문가들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인수위 주변에서는 취임식에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취임식 연출과 기획을 담당하는 감독에는 당선자 비서실 특별보좌역인 이도훈 홍익대 교수가 임명됐다. 이 보좌역은 제일기획 브랜드익스피리언스솔루션 본부장 출신으로,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식,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회식 등을 기획한 공연기획 전문가다.

 

취임식에는 일반 국민 500명이 초청될 예정이다. 박 위원장은 “지역, 계층, 직업, 세대, 청년, 여성, 보수, 진보 등을 넘어 스토리가 있는 국민을 찾아 취임식에 초대할 것”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의 취임식 참석 여부에 관해서는 “국민 통합 차원에서 될 수 있으면 많은 분들이 참여해야 하므로 깊이 있게 논의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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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유세당시 모습.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이재명 상임고문 등판론이 불거지고 있다.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절반에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한 만큼 지방선거에서 일정 정도 역할을 하면서 정치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은 21일 모 신문 인터뷰에서 지방선거 때 이재명 상임고문이 역할을 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당연하다. 본인도 의지가 있다”며 “선거 승리에 기여할 방안을 찾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도 이날 <한국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오시면 좋겠지만 그것은 이재명 전 지사의 결정에 전적으로 따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장 어떤 역할을 어떻게 할지 확정된 건 없다”면서도 “민주당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가장 든든한 유세 지원자로 이재명 상임고문을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상임고문이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지원 유세를 통해 자연스럽게 정치활동을 재개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 안에선 이 상임고문의 등판을 거론하기엔 지나치게 이르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채이배 민주당 비대위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본인의 선거를 약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한 발 떨어져 있을 필요가 있다”며 “곧바로 지방선거에 참여하시는 건 좀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도 “대선 패배의 장본인인데다 대장동 의혹 등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지방선거 역할론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섣부르다”며 “지지자들은 이 상임고문이 빨리 나와서 앞장서주기를 바라겠지만 일이라는 건 순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안에선 이 상임고문의 정치활동 재개 시점으로 8월로 예정된 민주당 당대표 선거가 오르내리기도 한다.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는 이 상임고문이 먼저 당권을 쥐고 세력을 키운 뒤 차기 대선을 노릴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이낙연계인 설훈 민주당 의원은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때 가서 봐야 할 문제”라면서도 “앞으로 5년 뒤에 사안이 또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이재명 후보로서는 느긋하게 4월을 보는 것이 필요하지 서두르면 안 된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이 상임고문이 지방선거에서 역할을 할지 여부와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어떤 결과를 낼지에 따라, 이 상임고문의 정치 재개 시점과 방식이 달라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 관계자는 “이 상임고문이 지방선거에서 열심이 뛰어서 성공하면 당 대표 선거에도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반대로 지방선거에서 아무 역할을 하지 않았는데 민주당이 대패할 경우에도 구원투수로 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송채경화 기자

 

민주 원내대표 선거 5파전…이재명 · 이낙연 · 정세균계 '대리전'

 

출사표 일성은 '통합 원팀'…'비대위 쇄신론' 표심 막판 변수 관측

이광재 "대선패배 책임… 출마는 도리가 아닌 듯" 불출마 선언

 

    발언하는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가 21일 4선 안규백, 3선 김경협·박광온·박홍근·이원욱 의원의 5파전으로 좁혀졌다.

 

앞서 박홍근·이원욱 의원이 각각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안규백·김경협·박광온 의원은 선거를 사흘 앞둔 이날 출마 의사를 공식화했다.

 

원조 친노(親盧) 인사인 이광재 의원은 막판까지 원내대표 출마를 저울질했으나 포기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저는 대통령 경선에 참여했다. 누구보다도 대통령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며 "대선 패배 이후 첫 원내대표 선거에 제가 출마하는 것은 도리가 아닌 듯싶다"고 적었다.

 

대선 패배로 조기에 치러지는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계파 대리전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박광온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측, 박홍근 의원은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측 인사다. 안규백·이원욱 의원은 같은 정세균계, 김경협 의원은 이해찬계 친문으로 분류된다.

 

사실상 계파전 세대결로 치러지면서 일각에서는 선거 막판 후보들 간 합종연횡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광온 대 박홍근' 2파전으로 압축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계파간 물밑 신경전이 가열되면서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박홍근 의원을 뽑으라"는 이 전 지사 극성 지지층의 문자메시지가 메일 수백∼수천 개씩 쏟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일부 의원들은 문자 차단 방법까지 공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윤호중 비대위' 논란 등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펼쳐진 당내 혼란상을 염두에 둔 듯 5명 후보의 출사표 일성은 대체로 '원팀'이었다.

 

"책임 공방이나 계파구도의 부활이 아닌 혁신과 통합의 단일대오"(김경협), "단합 위에서 반성하고 쇄신할 때"(박광온), "통합·단결로 강한 민주당"(이원욱) 등이다.

 

"옳다고 믿는 바를 강력하게 추진"(안규백), "정치보복 저지·개혁입법"(박홍근) 등 야당의 선명성을 강조한 메시지도 동시에 부각됐다.

 

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막판 표심을 좌우할 변수로는 비대위 쇄신론 등 당내 노선 논쟁에 대한 입장과 아울러 새 정부와의 초기 관계 설정 등이 꼽힌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교황 선출방식을 차용한 형태로 진행돼 공식 후보 등록 절차는 없다.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각 의원이 지지 후보의 이름을 써내는 방식이라 물밑 여론이 더 중요하다는 점도 표심 쟁탈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이르면 금주 지방선거 출마 입장 밝힐 듯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표의 유세당시 모습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표가 이르면 이번 주 중 6·1 지방선거 출마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2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출마와 불출마 두 가지 선택지 모두 검토 중"이라며 "발표 시점은 빠르면 이번 주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방선거 출마 문제를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직·간접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대선 전 민주당과 공동선언한 정치개혁 의제가 최우선 화두이며 이게 정리되는 대로 (출마 여부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대선 기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시 후보와 단일화하며 통합정부 구성과 운영 등을 골자로 한 정치교체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만일 김 대표가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다면 경기지사에 도전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김 대표는 지난 15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출마를 권유하신 분들이 제법 있는 건 사실"이라며 "제가 아주대 총장을 했고 경기도에서 30년을 살았으며, 경기도에서 그런(출마) 이야기가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민주당과 논의 결과 따라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방안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당청 가교역할 전망…이준석 "지방선거 승리로 윤정부 뒷받침"

'합당 담당' 전략기획부총장 홍철호…조직부총장에 강대식

 

국민의힘은 21일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관리위원장에 당내 대표적 친윤 중진으로, 최다선(5선) 의원 가운데 한 명인 정진석 국회부의장을 임명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속히 지방선거 준비를 시작해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지방선거 승리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지방선거에 출마할 인재 영입을 주도할 인재영입위원장에는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4선 권성동 의원이 내정됐다.

 

윤 당선인의 두 측근이 지방선거 전면에 나선 모양새다.

 

윤 당선인과 수시로 소통하는 사이로 알려진 만큼 두 의원은 6월 지방선거 국면에서 새로 출범할 윤석열 당청간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충남 공주를 지역구로 둔 정 부의장은 지난해 4월 재보궐선거에서 공관위원장을 맡으면서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승리로 이끈 경험도 있다.

 

이준석 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정 위원장이 당내 안정감이나 여러 갈래 정보를 잘 취합해서 하나로 (모을) 수 있다"며 "충청 선거 결과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에 당내 구성원도 공감했고 지역에서도 여러 활동을 해왔기에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권 의원은 윤 당선인의 대선 승리에 기여한 '공신'으로 평가된다. 당 대표나 원내대표 출마부터 새 정부 입각설 등 다양한 선택지가 현재 거론되고 있다.

 

현재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병국 전 의원은 당 중앙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조직부총장에는 초선의 강대식 의원이, 국민의당과 합당 절차를 담당할 전략기획부총장에는 재선 출신인 홍철호 전 의원이 임명됐다.

 

이 대표는 합당과 관련해 "국민의당과 합당 절차는 공언한 대로 차질없이 빠르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당 대표 비서실장으로는 초선 박성민 의원이 내정됐다. 또 당 중앙위원장과 인재영입위원장은 추후 최고위를 열어 임명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이 대표는 "개혁적인 공천을 위해 강력하고 새로운 조치들이 많을 것"이라며 "저희 당의 당원 구조가 지난 1년 사이 많이 바뀌었다. 당원 절대 수가 세 배 가까이 늘었고, 당원 구성도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뀐 당의 구조 속에서 더 넓은 세대의 대표성과 지역 대표성을 갖기 위해 노력하겠다. 그것이 공천에 있어서도 개혁적 변화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등과 오찬하는 윤석열 당선인=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정진석 국회부의장 등이 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한 음식점에서 오찬을 함께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윤석열 당선인, 정진석 국회부의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여가부 공무원 없는 인수위…공수처·국토부 부동산 담당도 '0’

 

여가부 폐지 현실화하나…인수위, 업무보고 준비 통보는 한듯

공수처 논란 · 부동산 문제 등 문재인 정부 정책 결과 고려했나

인수위 "모든 부처서 온 것 아냐…부족하면 자문위원단서 보충"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1일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파견 인력에 여성가족부 공무원은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여가부 폐지'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인수위와 여가부에 따르면 인수위원 24명, 전문위원 76명, 실무위원 73명 등 총 184명 규모로 꾸려져 이날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인수위에 여가부 소속 공무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전체 184명 중 정부에서 파견 온 현직 공무원은 전문·실무위원 56명이다. 인수위는 기재부 6명, 외교부 3명, 국방부·고용노동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통일부·교육부 각 2명 등 대부분의 주요 부처에서 공무원을 파견받았다.

 

인수위 관계자는 "어제 인수위 인원을 184명으로 확정했고 여가부 공무원은 없다"며 "특정 부처에서 추가로 파견받지는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여가부는 대선 이틀 뒤인 지난 11일 인수위에 파견할 공무원을 추천해달라는 인수위 요청에 따라 국장급과 과장급 2명씩의 명단을 인수위에 보냈다.

 

하지만 이후 인수위로부터 아무런 추가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은 지난 13일 여가부와 관련해 "이제는 좀 부처의 역사적 소명을 다하지 않았느냐"며 후보 시절의 여가부 폐지 공약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18개 부처 파견 공무원 인원 중 여성가족부 공무원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여성가족부 폐지' 등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 등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2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복도에는 오가는 직원이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인수위는 여가부에 '업무 보고를 준비하라'는 통보는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일정은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여가부 존폐와의 상관성에 주목하는 시선도 제기된다.

 

앞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대선 후보 시절 여가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여가부 내에서 경력단절여성 지원 등 성평등 관점에 기반한 제도 개선을 추진해온 여성정책국은 고용노동부로, 여성폭력 전반에 대한 대응과 피해자 지원 등 업무를 맡아온 권익증진국은 법무부에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가족과 청소년 업무를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로 이관하고 여성정책만 남는 독립 조직 형태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아동, 노인, 보육 정책 등을 가져와 여가부를 '인구가족부'로 확대 개편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여가부 공무원이 인수위에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 "모든 부처가 다 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정과제를 (선정)할 때 여성·청년·노인 문제라든지 저출산, 고령화 이런 것들이 폭넓게 다뤄질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전문위원이나 실무위원이 부족하면 자문위원단에서 충분히 보충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수위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도 인사 파견 요청을 하지 않았다.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공약에서부터 공수처법상 우월적·독점적 지위 규정을 폐지하는 법 개정을 공언한 만큼 인수위에서도 관련 논의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인수위 내 공수처 파견 공무원이 없는 것도 새 정부에서 공수처의 위상과 관련이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인수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공수처의 경우 독립기관이라 파견 인사를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내 부동산 담당 공무원도 인수위에 파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 균형발전과 도시재생을 담당하는 백원국 국토정책관이 국토부 내 유일한 인수위 파견 공무원이다.

 

윤 당선인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고, 대선 기간 내내 각을 세워온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힘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장에 정진석…‘친윤계’ 공천 영향력?

 

조직부총장 강대식 의원, 전략기획부총장 홍철호 전 의원

당대표 비서실장에도 ‘친윤계’ 박성민 의원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6·1지방선거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최측근인 정진석 의원이 21일 임명됐다. 이른바 친윤계(친윤석열계)가 지방선거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지방선거 후보자 중앙당 공천관리위원장에 정진석 의원, 조직부총장에 강대식 의원, 전략기획부총장에 홍철호 전 의원의 인선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준석 대표는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공관위원장 인선 배경에 대해 “당내 안정감이나 여러 갈래의 정보를 잘 취합해서 하나로 할 수 있는 정진석 (국회)부의장을 모셨다”며 “이번 선거에서 충청 선거의 결과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걸 당내 구성원이 공감하고 지역에서도 여러 활동을 해오셨기에 정진석 부의장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강대식 조직부총장에 대해 “지방의원·기초단체장을 역임하였기에 이번 지방선거에서 실질적으로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고, 홍철호 전략기획부총장에 대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격전지로 떠오르는 경기도 지역에서 의정활동을 하셨기 때문에 경기도 선거에서도 좋은 전략을 많이 기획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홍 부총장은 국민의당과 합당 협의도 진행한다.

 

서범수 의원의 울산시장 출마로 공석이 된 당대표 비서실장에는 ‘친윤계’인 박성민 의원이 내정됐다. 박 의원은 선거 과정에서 조직본부장을 맡는 등 윤 당선자의 측근으로 꼽힌다. ‘윤핵관’ 3인방 중 한 명인 권성동 의원은 공관위 인재영입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오는 24일까지 중앙당 공관위 구성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공관위원은 총 11명으로 꾸려질 예정이며 그중 2명은 합당을 추진 중인 국민의당 인사다. 또 최근 5년간 무소속 출마한 사람에 대해 15% 감점, 현역 의원의 출마에 대해 10% 감점하기로 했다. 기초·광역 의원 출마자를 대상으로 공직후보자역량강화시험 응시를 의무화한다. 김해정 기자

 

 

이전 계획 조감도로 설명 ... 군 “국민에게 벙커 위치 생중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0일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여기는 지하에 벙커가 있고”라고 설명하고 있다. 방송 중계화면 갈무리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집무실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방부와 합참 지하벙커 위치를 손으로 짚은 것과 관련해 “공공연히 보안 사항이 노출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병주 의원은 21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그런 것(지하벙커)도 사실 보안이다. 지하 통로가 있다 등등 그런 것을…(공개해서는 안 된다)”며 ”안타깝고 우려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당선자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국방부 청사로 이전할 대통령 집무실 조감도를 손으로 짚으며 “지금 여기는 지하에 벙커가 있고”, “이게 다 지하로 연결되어 있어…”라고 설명했다. 이 장면을 지켜본 군 관계자는 “지하벙커 위치를 전국민에게 생중계하느냐”며 당혹해했다.

 

통합방위법상 국방부는 지하벙커뿐만 아니라 전체가 국가중요시설 ‘가’급이다. 가급은 점령이나 파괴되어 기능이 마비될 경우 국민생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설로,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청사, 한국은행 본점 등이 있다. 국방부 부지 내에서는 사진·동영상 촬영, 녹음, 전자기기 사용이 금지된다. 또 보안을 이유로 국방부 내 건물 배치는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 지도 서비스에 표시되지 않는다. 국방부·합참은 출입 절차가 까다로운데, 이 중에서도 지하벙커는 통제시설로 엄격히 관리돼 국방부·합참 청사 출입증이 있어도 다시 별도 인가를 받은 소수 인원만 들어갈 수 있다. 군에선 수도방위사령부와 합참의 지하벙커를 각각 ‘B1 문서고’ ‘B2 문서고’란 위장 명칭으로 부른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이날 “(윤 당선자가)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전체 조망도에서 광활한 잔디밭을 하나 짚은 게 보안시설의 노출이라고 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합참의) B2벙커는 이미 많은 분들에게 공개가 된 바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군 통수권자가 그렇게 소홀하게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 설명대로 국내에 6개가량 지하벙커가 있는데, 역대 한국 대통령이나 미국 고위인사가 이곳을 방문하면서 지하벙커들의 존재 자체는 외부에 알려진 바 있다. 하지만 ‘지하방커가 어디에 있다’는 구체적인 위치가 공개적으로 거론된 바는 없다. 유사시 적대세력의 미사일, 특수부대 공격 목표로 특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권혁철 기자

 

[시사 칼럼] 9·11의 백악관, 윤석열의 청와대

 

정의길 기자

 

윤석열 당선자에게 청와대란 그저 대통령 책상이 있는 사무실이고, 자신이 쓸 개인 공간이다. 청와대는 없고, 윤 당선자의 집무실만 있을 것이다.

 

20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시민들이 텔레비전으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집무실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밀어붙이는 대통령 집무실의 국방부 청사 이전에 대해 전직 국방장관과 합참의장들도 “정부와 군 지휘부를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목표가 된다”며 반대했다. ‘9·11 테러’가 겹쳐졌다.

 

알카에다의 2001년 9·11 동시 테러 때 공격받은 목표물은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과 워싱턴의 국방부 청사 펜타곤이었다. 실패한 목표물도 있었다. 백악관이었다. 테러리스트들이 납치한 4대의 비행기 중 1대는 워싱턴으로 날아오던 중에 펜실베이니아 섕크스빌에 추락했다. 기내의 승객들이 제압하려 하자, 테러리스트들이 여객기를 추락시켜 버렸다. 워싱턴에서 약 200㎞ 거리였다. 여객기를 가속하면 10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추락한 여객기의 테러리스트들은 백악관이나, 상황을 봐서 의사당을 공격하려고 했다. 여객기의 승객들이 저항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9·11 동시 테러에서 가장 비판받은 지점은, 쌍둥이빌딩이 공격받는 초유의 비상사태가 발생하고 거의 한시간이 지났는데도 미국 국방의 지휘부로 최고 보안 대상인 펜타곤이 테러리스트들이 납치한 민간 여객기의 공격에 허망하게 당했다는 것이다. 추락한 여객기가 계획대로 워싱턴으로 날아왔다면 백악관 역시 안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백악관과 펜타곤이 같은 공간이나 인접한 장소에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랬다면 그날 미국의 전쟁 지휘본부는 상당 기간 완전 먹통이 됐을 것이다. 국방부를 옆으로 밀어내고 대통령 집무실을 꽂아넣겠다는 발상을 놓고 9·11 테러의 교훈까지 끌어대는 것은 민망한 일이기는 하다.

 

물론 9·11 테러의 교훈은 테러리스트들에게 납치된 민간 여객기로도 세계 최강국의 최고 안보시설물들이 공격당할 수 있다는 안보의 불가측성이며, 백악관 등 미국 지도부가 그 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였느냐는 것이다. 안보 위기를 안보 차원에서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이데올로기가 결부된 대외정책의 관철 기회로 삼으려 했다는 것이다.

 

도널드 럼스펠드 당시 국방장관은 9·11 테러 당일 알카에다가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텅 빈 훈련장을 공습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며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도 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오콘의 핵심인 더글러스 파이스 국방차관은 9·11 테러 당일 유럽에서 미국으로 돌아오던 기내에서 후세인을 타도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가, 동석한 존 애비제이드 대장한테서 “후세인은 아니다, 알카에다와 관련이 없다”는 반박을 받기도 했다. 9·11 테러 발발 뒤 일주일 동안 부시 행정부의 고위 외교안보회의, 이른바 ‘전쟁위원회’는 9·11 테러나 알카에다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이라크 응징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결국 아프간 침공을 우선시하기로 결론이 났으나, 이라크 전쟁은 9·11 테러 당일 결정된 것이나 진배없다.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키고 친미 자유주의 정권을 수립해서 중동을 바꾸겠다는 ‘중동 개조론’이 9·11 테러 대책의 결론으로 둔갑했다. 그 산물인 이라크 전쟁이 미국에 어떤 재앙을 불러왔는지는 거론할 필요도 없다.

 

부시 행정부는 9·11이라는 위기 앞에서 즉각 이라크를 조건반사처럼 끄집어냈다.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장악하고 있던 네오콘의 머리에 뿌리박힌 미국의 가치, ‘반미 국가’에 대한 혐오로 채워진 우파 이상주의가 그런 조건반사를 일으키게 했다.

 

부시 행정부는 9·11이라는 위기가 그들의 이성을 마비시켰다는 이유라도 있었으나, 윤석열 당선자가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위기를 자초하는 것은 도대체 그 이유를 알기 힘들다.

 

부시 행정부 네오콘들의 머리에 우파 이상주의가 박혀 있던 것과 비슷하게, 윤 당선자와 핵심 측근인 ‘윤핵관’들의 머리에는 용산으로 가야만 하는 풍수와 도참사상이 박혀 있다는 말인가?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들이 9·11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았는데, 윤핵관들은 청와대 이전으로 위기를 만들어서 기회로 삼으려는 것인가? 대선에서 승리한 당선자인데도 지지율이 부진하니, 이걸로 당선자의 밀어붙이기를 보여줘 정국을 장악하려는 의도인가?

 

윤 당선자는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며 더 이상 ‘청와대’는 없다고 말했다. 나에게는 이 말이 총각 자취방 이사하듯이 감행하는 그의 집무실 이전 구상보다도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졌다. 그에게 청와대란 그저 대통령 책상이 있는 사무실이고, 5년간 자신이 마음에 들어 써야 할 개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청와대는 없고, 윤석열의 집무실만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