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장제국 동서대 총장 특혜 의혹보도

동서학원, 수익사업 명분 201215억 주상복합 구매

무상거주 적발뒤 임대계약30억 매매가에 8억대 전세

 

                                     장제국 동서대 총장.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장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형이 학교법인 소유 아파트에서 시세보다 저렴한 전세가를 내고 장기 거주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장 의원의 형 장제국 동서대 총장이 부친인 고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이 설립한 동서학원 법인 명의의 아파트에서 10년 넘게 거주해왔다고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25일 보도했다. 장 총장이 사는 아파트는 동서학원이 201212, 15억원을 들여 구매한 것으로 현재 매매가 기준 30억원을 호가한다. 장 총장은 이 아파트를 8억원대에 세내어 살고 있는데, 뉴스타파는 현재 전세 매물은 없지만 이 아파트가 호가 15억원 이상이라고 전했다. 뉴스타파는 또 “(장 총장이) 최초 구입가만 15억원이 넘는 고급아파트에 입주 초기부터 쭉 살면서 취득세는 물론 종합부동산세 등 재산세를 전혀 내지 않았다명목상 재단 소유이기에 모든 세금은 재단 회계 계정에서 나갔다고도 지적했다.

 

동서학원이 재단 재정의 안정을 위한 수익 사업 명분으로 교육부 허가를 받아 아파트를 샀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 총장이 재단 명의의 아파트에서 특혜를 받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장 총장은 입주 초기엔 동서학원과 임대차 계약도 맺지 않고 이 아파트에 무상 거주하다가, 2013년 교육부 감사에서 적발된 이후 임대차 계약을 맺고 이곳에서 계속 거주해왔다. 당시 교육부는 동서학원 회계감사 결과에서 동서학원이 ○○주상복합아파트를 총 1564177천원에 사들여 총장관사로 사용함에 따라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등 수익용 기본재산 관리를 소홀히 했다며 재단 직원 4명에게 경고 처분을 했다.

 

장제원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장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를 예방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장 총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적정한 전세가를 내고 거주하고 있으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장 의원도 문자 메시지를 통해 재단 소유 아파트에 거주한 적이 없음을 분명히 알린다며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미나 기자

북, ‘화성-17형’ 시험…4년4개월 만에 ICBM 발사 ‘강수’

 

북한이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한 24일 고공정찰기 U-2S가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로 착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 평화시계가 2017년 7~9월의 그 뜨겁고 위태롭던 ‘한반도 전쟁 위기’ 때로 빠르게 역회전하고 있다.

 

북한은 24일 오후 평양 순안 일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고, 청와대는 즉각 “북한이 국제사회에 스스로 약속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를 파기한 것”이라고 규정한 ‘정부 성명’을 발표했다.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는 2017년 11월29일 ‘화성-15형’ 시험발사와 함께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로 1577일(4년3개월23일) 만이다.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한·미 정부의 “북의 모라토리엄 파기”(24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규정으로 2018년 4·27판문점선언과 6·12북미공동성명을 양대축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떠받쳐온 ‘2018년 한반도 잠정 평화체제’가 붕괴 국면에 들어섰다. 앞서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2018년 4월20일 노동당 중앙위 7기3차 전원회의에서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시험발사 중지”를 밝혔고, 이어진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새로운 조미관계 수립”,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이날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모라토리엄 파기’로 이 합의의 핵심 기반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이다.

 

북은 최근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중요 시험”이라고 하지만, 위성 발사용 장거리 로켓도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떠한 발사”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2009년 6월12일) 위반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아울러 유엔 안보리가 결의 2087호(2013년 1월22일)에서 북의 핵시험·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땐 자동적으로 회의를 소집해 추가 제재에 나설 수 있는 ‘트리거 조항’을 도입했다. 한·미 북핵수석대표가 24일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전화 협의를 통해 “유엔 안보리 차원의 조치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다짐한 배경이다.

 

 

더구나 4월 중하순엔 한·미 연합군사연습이 예정돼 있다. 한·미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이 김일성 주석 탄생 110돌 기념일(태양절)인 4월15일 즈음 ‘정찰위성’ 발사 형식을 빌려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견해온 터다. 한국의 정권 교체기인 3~5월 북의 전략적 군사행동과 한·미 등의 군사훈련 등이 맞물리며 ‘한반도 위기 지수’가 빠르게 높아질 위험이 높다.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원로 인사는 “한반도 정세가 2017년 여름으로 되돌아가는 분위기”라며 “어쩌면 그때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2017년 여름 북은 화성-14형(7월4일, 7월28일)과 화성-12형(8월29일, 9월15일)을 잇달아 발사했고, 6차 핵시험(9월3일)까지 치달았다. 유엔 안보리는 북의 석탄·섬유·의류제품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원유·정제유 수출 총량제한제를 도입했다. 그해 8월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회견에서 “세계가 보지 못했던 화염과 분노에 북한이 직면할 것”이라고 하자, 다음날 북의 전략군 대변인이 “괌도 주변 포위사격 검토” 성명을 발표했고, 김정은 총비서는 2018년 1월1일 신년사에서 “핵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고 밝혔다. 이런 사정 탓에 2017년 여름은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가 전쟁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시기로 불린다.

 

북이 1577일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라는 전략적 군사행동에 다시 나선 데에는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김정은 총비서의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1월19일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8기6차 회의에서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위협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위험계선에 이르렀다”며 “(대미) 신뢰구축 조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공지)”했다. 모라토리엄 파기를 예고한 셈이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의회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단 한차례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그 후폭풍,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란 핵협정 복원 등에 외교 자원을 쏟아부으며 북을 향해선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외교적 수사를 넘어선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북한은 ‘우선 관심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는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행동에 돌입했는데, 한·미 양국 정부 모두 자기 문제로 효과적인 외교적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는 처지”라며 “한·미가 상황을 안정시킬 외교적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북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추가 발사는 물론 추가 핵시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제훈 기자

 

김정은의 ICBM, ‘바이든 무관심’을 겨냥하다

 

 북, ‘화성-17형’ 왜 시험했나

‘정찰위성’ 포장 벗기고 4년4개월 만에 ICBM 발사 ‘강수’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직접 지도 밑에 24일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가 단행됐다”고 노동신문이 25일 1~4면에 16장의 사진과 함께 펼쳐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현지지도하고 친필명령서를 하달했다고 25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총비서가 미사일 발사에 친필명령서를 내린 것은 2017년 11월29일 ‘화성-15형’ 발사 이후 처음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새로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 무기 출현은 전세계에 우리 전략무력의 위력을 다시 한번 똑똑히 인식시키게 될 것”이라며 “우리 국가방위력은 어떠한 군사적 위협 공갈에도 끄떡없는 막강한 군사 기술력을 갖추고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이날 노동신문은 전했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친필명령서’를 보면, 김 총비서는 군수공업부가 준비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준비를 끝낸 정형보고’ 위에 “시험발사 승인한다. 3월24일에 발사한다. 조국과 인민의 위대한 존엄과 명예를 위하여 용감히 쏘라!”고 적었다.

 

김 “미국과의 장기 대결 준비”…‘미 반응 더 못기다려’ 판단

 

김 총비서의 친필명령서를 근거로 “(김정은 총비서의) 직접 지도 밑에 24일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가 단행됐다”는 노동신문 보도는 곱씹어볼 대목이 많다. 김일성 주석 탄생 기념일인 ‘태양절’ 110돌(4월15일) 즈음에 ‘정찰위성’을 명분으로 장거리 로켓을 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한국·미국 전문가들의 예상을 ‘시기’와 ‘내용’ 모두 넘어선 선택이어서다. 더구나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2017년 11월29일 ‘화성-15형’ 시험발사와 함께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로 1577일(4년 3개월 23일) 만이다.

 

예상과 달리, 김 총비서가 태양절까지 기다리지 않고 지금 ‘정찰위성’용 장거리로켓 발사라는 ‘포장’까지 벗기고 1577일 만에 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라는 전략적 군사행동에 나선 것을 두고, 북한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상응조처’를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총비서는 1월19일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8기6차 회의에서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위협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위험계선에 이르렀다”며 “(대미) 신뢰구축 조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공지)”했다. ‘모라토리엄’(핵시험·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 파기를 이미 예고한 셈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일 의회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단 한 차례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그 후폭풍,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란 핵협정 복원 등에 외교 자원을 쏟아부으며 북을 향해선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외교적 수사를 넘어선 ‘행동’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북한은 ‘우선 관심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북한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에게 ‘대북 제재 완화’는 커녕 적극적인 북-미 협상조차 당분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듯하다. 통일외교안보 분야 원로 인사는 25일 “김정은 위원장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결정엔 북·미 쟁점 해소에 외교적 자원을 쏟지 않고 소극적 정세 관리에만 치중해온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무관심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미-러 ‘우크라 사태’로 대치중…안보리 추가제재 어렵다 예상

 

둘째, 미국-중국 패권·전략 경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을 계기로 한 미-러 정면 대치에 따른 ‘미국 대 중국·러시아’ 대립 구도 탓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우리라는 셈법도 작용한 듯하다. 유엔 안보리가 25일 오후 3시(현지시각) 공개회의를 소집했지만, 거부권을 지닌 미-중·러 사이의 대립·갈등 탓에 신속하고 효과적인 추가 대북제재에 합의하리라는 기대는 낮다. 북한의 핵시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한 유엔 안보리의 공개회의 소집은 북의 ‘화성-15형’ 발사에 대응해 추가 제재를 결정한 2017년 12월22일 결의 2397호 채택 이후 1555일(4년 3개월 3일) 만이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중·러 갈등 탓에 유엔 안보리가 사실상 작동 불능 상태에 빠졌다”며 “김 위원장이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다”고 말했다.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한국연구센터장도 24일(현지시각) <포린 어페어스>에 실린 ‘북한의 핵 기회주의-김정은은 왜 우크라이나 위기를 이용하려고 선택했나’라는 기고문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응력 부족과 한국의 정권교체 상황을 이용한 북한의 핵무기 확장 시도라고 진단했다. 테리 센터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의 열쇠를 쥐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미국과의 대치로 북한에 대한 제재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북·중·러 ‘3각협력’ 복원도 노려

 

셋째, ‘미·중·러 3각 전략게임’(미-중 패권·전략 경쟁, 미-러 대치, 중·러 협력)을 북·중·러 북방 3각 협력체제의 복원 및 김 총비서의 대외 운신의 폭을 넓힐 기회로 삼으려는 전략적 포석일 수도 있다. 자주와 주권을 절대가치로 신성시해온 북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유엔 안보리의 두차례 결의(3월1일, 3월24일)에 모두 반대표를 던진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의 ‘반대’는 두차례 모두 ‘기권’ 표결한 중국의 선택보다 훨씬 더 친러시아적이다. 북·중·러 3각 협력체제는 냉전기 북한 경제·안보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을 순방하며 대러시아 제재·포위망을 강화하려는 시점에 맞춰 이뤄진 김 총비서의 화성-17형 시험발사와 모라토리엄 파기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 대응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러시아 ‘이중 대치’ 전선에 쏟아부을 외교 자원의 일부라도 ‘북한’에 돌리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중·러를 돕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요컨대 김 총비서는 미·중·러 갈등이 가열되는 지금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를 하는 게 북에 무관심해 보이는 바이든 행정부를 자극하고, 중·러를 측면 지원하면서도, 유엔 안보리의 고강도 추가 제재를 무산시키거나 뒤로 늦출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레드라인’ 넘은 북, 더 큰 도발 나서나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레드라인을 넘어선 만큼, 향후 더 파괴력이 큰 도발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특히 한국의 정권 교체기를 틈탄 혼란 속 김일성 주석 탄생 기념일인 ‘태양절’과 한미연합 훈련이 예정된 4월 안팎에 추가적 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넘어가지 않은 점을 들어서, 북한 역시 아직은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위기그룹의 한반도문제 선임연구원인 크리스토퍼 그린은 <월스트리트 저널>에 이번 발사가 기존보다 더 높이, 더 멀리 날아갔으나, 일본 상공을 넘어가지는 않았다는 것을 언급하며 “게임체인저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도 확실히 (이를) 의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군 관계자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오늘 아침 북한이 공개보도를 통해 신형 화성-17형이라고 보도한 것에 대해 한미 정보당국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럼 화성-17형이 아니라는 얘기냐’는 질문엔 더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군과 정보 당국 등은 북한이 전날 실제로는 기존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5형’을 쏴놓고도, 이전에 공개하지 않은 화성-17형 성능 시험 발사 때 찍어놓은 사진을 공개 발표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추가 분석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훈 정의길 기자

 

김정은, 신형 ICBM 발사 현장 지도…“미제와 장기 대결 철저 준비”

 

<노동신문>, “신형 ICBM 화성포-17형 발사”

“강력한 핵 전쟁 억제력 강화 결심 확고 부동”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직접 지도 밑에 24일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가 단행됐다”고 노동신문이 25일 1~4면에 16장의 사진과 함께 펼쳐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직접 지도 밑에 24일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가 단행됐다”고 <노동신문>이 25일 1~4면에 걸쳐 16장의 사진과 함께 펼쳐 보도했다.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2017년 11월29일 ‘화성-15형’ 시험발사와 함께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로 1577일(4년 3개월 23일) 만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새로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 무기 출현은 전세계에 우리 전략무력의 위력을 다시 한번 똑똑히 인식시키게 될 것”이라며 “우리 국가방위력은 어떠한 군사적 위협 공갈에도 끄떡없는 막강한 군사 기술력을 갖추고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김 총비서는 “나라의 안전과 미래의 온갖 위기에 대비하여 강력한 핵전쟁 억제력을 질량적으로,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가려는 우리 당과 정부의 전략적 선택과 결심은 확고부동하다”며 “누구든 우리 국가의 안전을 침해하려 든다면 반드시 처절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똑똑히 알게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신문은 “급변하는 국제정치정세와 날로 가증되는 조선반도지역의 군사적 긴장의 근원, 핵전쟁위협을 동반하는 미제국주의와의 장기적인 대결의 불가피성”을 거론했다.

 

김 총비서가 2018년 4월20일 노동당 중앙위 7기3차 전원회의에서 처음 밝히고 2018년 6월12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시험발사 중지”(모라토리엄)에 더는 얽매이지 않는다는 ‘행동’을 통한 공개 선언이다. 김 총비서가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3년여에 걸친 ‘교착 국면’을 뒤로 하고, 핵·미사일을 앞세운 전략적 군사행동으로 대미 압박 외교에 나섰다는 뜻이기도 하다. 앞서 김 총비서는 1월19일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8기6차 회의에서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위협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위험계선에 이르렀다”며 “(대미) 신뢰구축 조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공지)”해, 사실상 모라토리엄 해제를 예고했다.

 

24일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김정은 총비서가 현장지도하고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라 명시한 대목은, 북이 최근의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중요 시험”이라고 밝혀온 사실과 결을 달리 한다. 이는 적어도 두 갈래로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김일성 주석 탄생 기념일(태양절) 110돌 즈음에 김정은 총비서가 “군사정찰위성 발사” 형식을 빌려 장거리로켓 발사(군사기술적으론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동일) 시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한·미 정부와 전문가들의 기존 전망은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둘째, 김정은 총비서가 “정찰위성을 궤도에 올리려는 장거리 로켓 발사”라는 포장도 벗겨버리고 바로 핵·대륙간탄도미사일 전략 카드를 흔들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긴장과 대립의 강도가 격해질 위험이 높다.

 

25일 노동신문이 공개한 ‘친필명령서’를 보면,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군수공업부가 준비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준비를 끝낸 정형보고’에 “시험발사 승인한다. 3월24일에 발사한다. 조국과 인민의 위대한 존엄과 명예를 위하여 용감히 쏘라!”고 적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 총비서는 “23일 새로 개발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전략무력의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단행할 데 대한 친필명령서를 하달하시고 24일 시험발사현장을 찾으시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 전 과정을 직접 지도하셨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친필명령서’를 보면, 김 총비서는 군수공업부가 준비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준비를 끝낸 정형보고’에 “시험발사 승인한다. 3월24일에 발사한다. 조국과 인민의 위대한 존엄과 명예를 위하여 용감히 쏘라!”고 적었다.

 

김 총비서는 ‘화성포-17’형 시험발사를 “기적적인 또 한번의 승리”라고 규정하고는, “우리 당의 자위적 국방건설노선과 핵무력건설노선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주고 받들어준 위대한 조선인민이 쟁취한 값높은 승리”라고 밝혔다.

 

25일 노동신문은 “(24일)평양국제비행장에서 발사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은 최대 정점고도 6248.5km까지 상승하며 거리 1090km를 4052s(67분53초)간 비행하여 조선동해 공해상의 예정수역에 정확히 탄착되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노동신문은 “평양국제비행장에서 발사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은 최대 정점고도 6248.5km까지 상승하며 거리 1090km를 4052s(67분53초)간 비행하여 조선동해 공해상의 예정수역에 정확히 탄착되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주변국가들의 안전을 고려하여 고각발사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노동신문은 “‘화성포-17’형 무기체계”를 “주체적 힘의 응결체”이자 “자력갱생의 창조물”이자 “공화국 전략무력의 핵심타격수단”이자 “믿음직한 핵전쟁억제수단”이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화성포-17형 시험발사를 “주체조선의 절대적 힘, 군사적 강세(를) 힘있게 과시”한 “역사적 사변”이라고 자찬했다.

 

앞서 김 총비서는 2020년 신년사를 대신한 노동당 중앙위 7기5차 전원회의 사업총화 보고(연설)을 통해 “이제 세상은 곧 멀지 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군 관계자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오늘 아침 북한이 공개보도를 통해 신형 화성-17형이라고 보도한 것에 대해 한미 정보당국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럼 화성-7형이 아니라는 얘기냐’는 질문엔 더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군과 정보 당국 등은 북한이 전날 실제로는 기존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5형'을 쏴놓고도, 이전에 공개하지 않은 '화성-17형' 성능 시험 발사 때 찍어놓은 사진을 공개 발표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추가 분석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훈 기자

 

공군, F-35A 전투기 대거 동원 '지상활주'…대북억지력 시위

 

서욱 국방부 장관, ‘엘리펀트 워크’ 훈련 현장 지휘

문재인 정부 들어 첫 전투기 동원 무력 시위

 

F-35A 스텔스 전투기 수십 여 대가 25일 오후 우리 군 공군기지에서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 훈련을 하고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25일 공군기지를 방문해 F-35A 스텔스 전투기의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코끼리 걸음)’ 훈련을 현장지휘하고 24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관련 우리 군의 군사 대비태세를 점검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엘리펀트 워크 훈련은 다수의 전투기가 최대 무장을 갖추고 활주로에서 밀집 대형으로 이륙 직전 단계까지 지상 활주를 하는 훈련을 뜻한다. 전면전이나 유사시를 대비해 최대 무장을 갖춘 전투·폭격기들이 신속하게 출격하는 연습으로, 이번 조처는 전날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모라토리엄(핵시험·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 파기에 대응한 대북 억지력 시위의 성격을 띤다. 군이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인 F-35A를 대거 동원한 엘리펀트 워크 훈련을 통해 무력시위에 나선 건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이다. 이날 훈련에는 F-35A 28대가 동원됐다고 알려졌다.

 

F-35A 스텔스 전투기 수십 여 대가 25일 오후 우리 군 공군기지에서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 훈련을 하고 있다.

 

서욱 장관은 엘리펀트 워크 훈련을 현장 지휘하며 “전천후 은밀침투·정밀타결 능력을 갖춘 ‘보이지 않는 힘’ F-35A 스텔스 전투기를 활용해 압도적인 전략적 승리를 달성하고 북한의 추가 행동을 억제할 수 있는 만반의 군사 대비태세를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 서 장관은 “우리 군은 점증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우리 군의 ‘핵·대량파괴무기(WMD) 대응 체계’ 등 독자적인 가용 능력과 미국의 확장억제전력 등 한미동맹의 능력을 통합하여 효과적으로 억제 및 대응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를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국방부가 전했다.

 

앞서 군은 24일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동해상으로 육해공군이 합동 지·해·공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런 ‘맞불 미사일 발사’는 2017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이제훈 기자

 

청와대, 윤 당선자에게 ‘북한 ICBM 동향’ 브리핑

 

서훈 국가안보실장 인수위 찾아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을 방문하고 있다.

 

청와대는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오후 윤석열 당선자에게 북한의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관련 브리핑을 했다고 밝혔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서훈 실장이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윤 당선자를 찾아, 발사 관련 동향과 정부 대응조처, 향후 전망과 대책을 브리핑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직후 참모회의를 소집해 “당선인에게 오늘의 상황과 대응 계획을 브리핑하고, 향후에도 긴밀히 소통하라”고 서훈 실장에게 지시한 바 있다. 인사권 등을 두고 청와대와 윤 당선자 쪽 사이 정면충돌이 빚어졌지만, 안보 문제 만큼은 적극적인 협의를 해달라고 문 대통령은 주문한 바 있다.

 

이날 국가안보실은 당선자 쪽과 정부 교체기에 외교안보 현안에 빈틈없이 대응하기 위한 협력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훈 실장은 대선이 끝난 뒤인 지난 12일 윤 당선자를 찾아 미사일 시험발사 등 북한 관련 동향과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한 외교안보 주요 현안을 브리핑한 바 있다. 이완 기자

각종 여론조사 ‘반대’ 훨씬 많은데도 윤 “의미 없어”

이재오 등 보수인사들조차 “풍수 말고는 설명 안 돼”

독단적 강행에 국민들 사이에서도 ‘무속’ 의심 커져

여기서 안 멈추고 ‘역주행’ 계속 땐 민심 ‘역풍’ 불 것

 

[논썰] 풍수가 의식을 지배했나? 윤석열 당선자 졸속·불통에 ‘역풍’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구상이 정권 이양기 정국에 일대 파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사안을 두고는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졸속 추진에 따른 ‘안보 공백’, 윤 당선자 쪽의 추계를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보이는 막대한 비용, 관저와 집무실을 오가는 데 따른 경호 취약과 시민 불편 등이 대표적입니다.

 

‘제왕적 대통령’이 되지 않기 위해 청와대를 나오겠다는 의지에 동의하는 국민들 가운데도 국가 중대사인 만큼 일정 기간 청와대에 머물면서 제대로 준비한 뒤 이전을 추진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민생과 상관없는 집무실 이전이 시급한 현안들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버린 상황을 걱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독단과 불통으로 ‘골든 타임’ 날려

 

당선 뒤 첫 몇주는 당선자가 자신이 앞으로 집중해야 할 국정 과제를 선별해 국민의 동의를 구하고 추진 동력을 확보하는 이른바 ‘골든 타임’입니다. 그런데 윤 당선자는 이 귀중한 시간을 자신이 머물 집무실과 관저를 어디에 둘 것이냐로 소모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허비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민 여론도 이전 반대가 찬성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죠. 미디어토마토가 2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현 청와대에 대통령 집무실이 있어야 한다’가 58.1%, ‘이전에 찬성한다’가 33.1%로 나왔습니다.(19~20일 전국 18살 이상 1018명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당시 윤 당선자 쪽에선 윤 당선자의 20일 용산 이전 기자회견 뒤에 실시하는 여론조사에선 결과가 다르게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24일 KBS가 보도한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도 “용산 이전에 반대한다”는 국민이 53.8%로 “찬성한다”는 국민 40.6%보다 많았습니다.(23~24일 전국 18살 이상 1000명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25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 역시 반대가 53%로 ‘찬성’(36%)을 크게 앞섰습니다.(22~24일 전국 18살 이상 1000명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논썰] 풍수가 의식을 지배했나? 윤석열 당선자 졸속·불통에 ‘역풍’

 

이렇게 반대하는 국민들이 훨씬 많은데도 윤 당선자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생각을 아예 하지 않고 있습니다. 윤 당선자는 24일 기자실을 찾았는데요, ‘반대 여론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거는 뭐, 지금 여론조사를 해서 몇 대 몇이라고 하는 거는 의미가 없고. 국민들께서 이미 정치적인, 역사적인 결론은 내리신 거라고 저는 보고 있다.”(윤석열 당선자, 24일 약식 기자간담회)

 

[논썰] 풍수가 의식을 지배했나? 윤석열 당선자 졸속·불통에 ‘역풍’

 

곧 대통령에 취임할 당선자가 국민 여론조사에 대해 “의미가 없다”고 말하다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국민 의견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건데, 걱정이 태산입니다.

 

윤 당선자는 애초 공약했던 ‘광화문 집무실’ 공약을 당선된 지 며칠 만에 폐기하고 그동안 전혀 거론하지 않았던 ‘용산 이전’을 별안간 들고 나왔습니다. 16일에 처음 용산 이전 방안이 언론에 보도됐고, 불과 나흘 만이죠, 20일 윤 당선자가 직접 이전 방안을 발표하기에 이릅니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것과 다를 게 없는 모습입니다.

 

‘취임 전 이전’ 제동에, 윤 “하루도 청와대 못 있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국가적 중대사입니다. 국가 백년대계로 다룰 문제를 졸속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모자라 지극히 상식적인 문제 제기에도 귀를 막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청와대 NSC(국가안전장회의)가 ‘안보 공백’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사실상 ‘취임 전 이전’에 제동이 걸렸는데도, 윤 당선자는 그렇더라도 ‘청와대에는 단 하루도 머물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윤 당선자는 일단 청와대를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일단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벗어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윤석열 당선자, 20일 기자회견)

 

[논썰] 풍수가 의식을 지배했나? 윤석열 당선자 졸속·불통에 ‘역풍’

 

도대체 청와대가 감옥이라도 된다는 건가요. 의지만 있으면 청와대에서 충실히 준비해 안보 공백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이전을 추진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여러분은 납득이 되십니까?

 

비합리적 ‘용산 집착’…‘무속·풍수’ 관련 의문 커져

 

도저히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다보니, 도대체 무슨 말 못 할 사정이 있기에 단 하루도 청와대엔 못 있겠다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이런 의문은 “무속은 민주당이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는 한마디로 뭉갤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습니다.

 

기자 “처음에 이제 광화문으로 이전을 하겠다고 하셨다가 용산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좀 급하게 읽었다는 거 아니냐라는 논란도 많이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풍수지리라든가 무속 논란도 같이 불거지고 있고 민주당에서도 이런 문제를 제기를 하고 있는데 당선인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당선자 “대선 과정에서도 나왔지만 무속은 민주당이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그리고 용산 문제는 처음부터 완전히 배제한 건 아니고 저희가 이 공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대안으로는 생각을 했습니다.”(윤석열 당선자, 20일 기자회견)

 

[논썰] 풍수가 의식을 지배했나? 윤석열 당선자 졸속·불통에 ‘역풍’

 

민주당에서 풍수지리, 무속과 연관된 결정 아니냐는 의문을 먼저 공개적으로 던진 건 맞습니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이 그런 말을 했죠.

 

“그게 무슨 뭐 어떤 자문을 받았는지 또는 뭐 일설에는 무슨 풍수가의 자문 아니냐 이런 의문도 제기를 하고 있는데, 그런 풍수 얘기 이전에 일본 군대가 주둔하던 데 가서 계시겠다고 하는 게 저는 뭐 이해할 수 없습니다. 국민들이 이해할지 모르겠습니다.”(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 17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풍수 문제를 직접적으로 제기했다기보다 안보 우려와 역사성을 짚는 과정에서 세간의 설을 전하는 형식이었습니다.

 

22일엔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역시 비슷한 지적을 했습니다.

 

유인태 “처음부터 왜 저렇게 무리하게 고집을 부리는지. 아니, 당선인이 대선 내내 공정과 상식을 이야기했잖아요. 상식적으로 많은 국민들이 지금 저게 과연 상식인가? 저렇게 되자마자 국방부 직원들이 무슨 지금 죄인인가요? (…) 50일밖에 안 남았는데 단 20일 만에 그 많은 직원들을 짐 싸서 빼라고 하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돼요, 이번 처사는.”

 

김경래 “그런데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고 하셨는데요. 도대체 왜 그럴까. (…)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유인태 “항간에는 그러니까 요상한 소리들이 돌아다니는 거 아니겠어요?”

 

김경래 “뭐 무속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도 이게 돌아다니기는 하지만.”

 

유인태 “뭐 하여튼 그것도 영향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김경래 “그 생각까지 드세요?”

 

유인태 “네. 안 그러면 저렇게까지. (…) 이거 당선되자마자 이렇게 무리하는 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다들 궁금해하지 않아요?”(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22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논썰] 풍수가 의식을 지배했나? 윤석열 당선자 졸속·불통에 ‘역풍’

 

역시 합리적으로 이해가 안 되니까 무속 영향이라도 추론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유 전 사무총장은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 “청와대에 한 번 들어가면 못 나온다”는 윤 당선자의 발언을 두고도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유인태 “그런데 청와대라는 글쎄, 나는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소리는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는데, 지금까지 살면서. 그게 들어간다고, 거기 들어간다고 제왕적 대통령이 되는 건 아니고, 또 당선인이 그렇게 의지가 강하다고 그러면 옮기겠다고 하는 걸, 아니, 한번 들어가면 대개 못 나온다, 무슨 감옥도 아니고. 좀 잘 납득이 안 가요.”(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22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이재오 “누가 봐도 풍수지리설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 의식을 갖는 쪽이 윤 당선자의 정치적 반대 진영만은 아닙니다. 친이명박계 좌장으로 불리는 야권 원로 정치인이죠,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오히려 좀더 직설적으로 풍수지리설의 영향을 거론했습니다.

 

[논썰] 풍수가 의식을 지배했나? 윤석열 당선자 졸속·불통에 ‘역풍’

 

이재오 “누가 봐도 용산으로 간다는 것은 풍수지리설이다, 그거 믿는 거다. 이렇게밖에 해석이 안 되는 거예요. 월초까지 방금 이야기하셨지만 광화문 내내 이야기, 노래 해 놓고서 느닷없이 무슨 용산, 뜬금없이 그리로 간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는 이야기입니까?”

 

장성철 “풍수지리 얘기하는 거는 금기어 같은데 그렇게 용감하게 이야기하셨어요.”(웃음)

 

이재오 “내가 금기어가 어디 있어. 내가 뭐, 자리를 할 사람이나 하지, 내가 잘 보여서 공직에 갈 군번 같으면 눈치보겠지만….”(웃음)

 

박재홍 “그러면 당선자에게나 혹은 인수위에 그런 말씀을 전하시기도 하셨습니까?”

 

이재오 “이 방송 듣고 하겠지.”

 

박재홍 “이 방송을 듣고. 저희가 기사를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이재오 “생각해 보세요. 뜬금없이 왜 광화문에서 용산으로. 생각만 해도 화가 나. 무슨 용산은 용산이야, 뜬금없이. 그것도 국방부 쫓아내고 거기 가 앉는다. 그거 어떻게 해석하겠어. 무슨 걸로 해석하겠어? 풍수지리설 이외에 무슨 걸로 해석하겠어. 용산 터가 좋다. 어떤 교수도 그랬대. 그 터가 명당 터라고, 좋다고. 되나, 그게 안 되지?”

 

(17일 CBS ‘한판승부’)

 

이 상임고문은 용산 이전이 오히려 제왕적 대통령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습니다.

 

이재오 “본인도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그랬잖아요. 그 광화문이 단순히 무슨 집무실을 옮긴다 이런 차원이 아니라 그런 정치적,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자리기 때문에 광화문으로 와야 되는 거고 용산을 가면 안 되는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박재홍 “많네요.”

 

이재오 “현재 용산에는 국방부가 있는 겁니다. 지금 나라가 얼마나 위중합니까?”

 

박재홍 “안보적으로.”

 

이재오 “안보적으로, 국제적으로도 그렇잖아요. 우리 북한하고 관계에서도 그렇고. 그런데 느닷없이 국방부를 다른 데로 가라, 지금 이 위중한 시기에. 그것도 우선 말이 안 되는 거고. 두 번째는 용산이라고 하는 데는 어떤 교수가 자리가 너무 좋다, 위치가 너무 좋고.”

 

박재홍 “풍수지리학적으로.”

 

이재오 “그렇기 때문에 거기로 가면 안 되는 거예요. 그러면 제2 청와대지. 청와대에 있는 거나 거기에 가는 거나 자리만 바꾼 거지 뭐가 달라요. 대통령이 다시 제왕적 대통령을 내려놓고 광화문 오는 건데 오히려 용산으로 가면 제왕적 대통령을 강화하는 거예요. 그 좋은 자리에 국방부가 있으면 안 됩니까?”

 

(17일 CBS ‘한판승부’)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그랬던 것처럼 용산이 일본군 주둔지였다는 역사성도 문제점으로 짚었습니다.

 

이재오 “우선 용산으로 가면 안 되는 이유를, (…) 두번째는 역사적으로 볼 때 광화문의 요임금 이야기했지만 거기는 우리나라로서는 뼈아픈 곳입니다.”

 

박재홍 “용산이요?”

 

이재오 “1882년에 임오군란 때부터 일본군의 공관 수비대가 용산에 주둔하면서 그때부터 시작해서 조선군 주차사령부, 일본군 전시사령부, 일본군 사령부, 그 용산 그 일대는 우리로 봐서는 정말로 대통령이 가면 안 될 자리예요.”

 

(17일 CBS ‘한판승부’)

 

풍수 전문가 “윤 ‘용산은 제왕의 땅’ 생각 가진 것 아닌지”

 

어떻습니까. 풍수지리설이 아니면 윤 당선자의 급작스런 이전 장소 변경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주장인데요. 풍수지리학 연구자인 김두규 우석대 교수도 윤 당선자가 용산에 대해 ‘제왕의 땅’이라는 풍수적 관념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논썰] 풍수가 의식을 지배했나? 윤석열 당선자 졸속·불통에 ‘역풍’

 

표창원 “보기에 따라 다르고, 국운이나 나라의 세력이 강하냐 약하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그런 말씀이신데, 어제 윤석열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집무실 이전은 무속 혹은 풍수랑 관련 없다. 교수님께서는 풍수연구가로서 이런 입장을 어떻게 보십니까?”

 

김두규 “당선인께서 대선 후보 당시에 여러 법사 또는 여러 가지 무속인을 끼고 있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고, 또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손바닥에 왕(王)자 쓰고 있는 것, 이런 것을 보면 그게 전혀 풍수와 무속과 관련 없다? 저는 그게 좀 의심입니다.”

 

표창원 “의심을 가지고 계신다. 풍수와 관련 없이 장소를 중요한 국가의 중요한 장소를 정하는 것 이건 어떻게 보세요? 전혀 풍수랑 관련 없이 정한다고 한다면.”

 

김두규 “글쎄요. 갑자기 너무 뜬금없는 것이어서 저도 약간 왜 그렇게 빨리 그쪽으로 한 것인가에 대해서, 예컨대 광화문 정부청사도 있고, 과천 뭐랄까 정부청사 및 공무원 교육 연수원도 있는데, 이쪽으로 한 것에 저는 좀 이해가 안 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어요. 기자회견에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 이런 발언도 하셨더군요. 공간이라는 건 터를 말하는 것 아닙니까? 땅이 공간을 말하는 것이 되고 그것이 사람 의식을 지배한다, 그럼 땅과 인간 간의 상관관계를 전제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한다면 풍수를 믿어서 그리 갔다는 것인데, 용산이란 한자 ‘용’은 중국에서 임금을 뜻합니다. ‘산’도 임금을 뜻해요. 그러니까 제왕의 땅이 바로 용산이 아니겠느냐, 이런 생각을 가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저는.”

 

표창원 “그건 지명의 문자 풀이 아닙니까? 풍수랑 상관없이.”

 

김두규 “문자 풀이지만 지명이란 것은 땅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할 수 있고, 그게 자칫하면 도참 참언 무속으로 흐를 수가 있죠.”

 

(21일 MBC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

 

김두규 교수는 풍수지리적 관점을 벗어나 역사적 사례와 경호 등 다양한 의견을 듣고 국민 합의가 이뤄진 뒤 집무실 이전에 나서는 게 좋다는 생각도 밝혔습니다.

 

표창원 “교수님 말씀 들어보면 일단 청와대 터가 상당히 좋은 곳이라서 이전 자체 부정적인 의견을 주신 것 같은데요. 지금 그나마 그래도 다른 곳이 아니라 용산으로 이전한다, 그렇다면 그래도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요?”

 

김두규 “글쎄요. 굳이 당선인이 의지가 그러하다면, 그런데 그게 국민의 합의랄까 또 장기적으로 5년 후에 거기 계속 후임 대통령이 거기 있을 것인가, 이런 것을 고려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 하나 고려 공민왕 아시죠. 그리고 조선 광해군 아시죠. 상당히 개혁적인 임금이었는데 왕의 집무실을 옮기려고 했어요. 고려 공민왕도, 조선 광해군도.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준비를 했죠. 그러나 실패했거든요. 그리고 실각했거든요. 그들 다 풍수를 믿었어요. 이런 것들도 한번, 역사적 사례 이러한 것들을 충분히 연구하고, 저는 경호랄까 이런 것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서 국민 합의가 이뤄진 뒤에 한다면 어떨까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표창원 “결론적으로 교수님은 풍수만을 보고 중요한 그런 위치 지리적 결정해선 안 된다, 이런 입장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김두규 “네, 풍수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고요. 국민의 뜻이 더 중요하고 이것이 풍수가 지향하는 바입니다.”

 

(21일 MBC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

 

하지만, 윤 당선자는 국민의 뜻보다 자신의 결단이 더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죠.

 

기자 “두 번째 질문으로, 선거 과정에서 소통을 굉장히 강조하셨는데, 이 사안 결정에 대해서 국민 여론이 안 좋으면 철회할 계획도 있으신가요?”

 

윤석열 “이 부분을 지금 여론조사를 해서 여론조사에 따라서 하는 것보다는 저는 어느 정도의 정부를 담당할 사람의 자기의 어떤 철학과 결단도 중요하다고 저는 보고 있고요. 이 시기를 갖다가 조금 더 시간을 좀 더 두고 판단하는 게 어떠냐 그랬는데, 그렇게 되고 청와대에 들어가면 저는 안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제가 오늘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국민들께서 조금 급한 거 아니냐 조금 더 시간을 갖고 봐야 되지 않느냐는 그런 우려의 말씀들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제가 오늘 직접 나서서 국민 여러분께 이해를 구하고 청와대는 절대 돌아가지 않고.”(윤석열 당선자, 20일 기자회견)

 

[논썰] 풍수가 의식을 지배했나? 윤석열 당선자 졸속·불통에 ‘역풍’

 

윤 당선자는 자신의 결정을 ‘결단’으로 스스로 추켜세우면서 이전을 밀어붙이기 전에 지금 국민의 뜻이 어디 있는지를 더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건진, 천공, 손바닥 王…윤 당선자의 잇단 무속 논란

 

국민 다수의 반대를 무릅쓰고 ‘집무실 이전’에 집착하는 윤 당선자의 태도가 풍수지리, 무속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은 사실 윤 당선자 자신이 자초한 측면이 큽니다. 대선 기간 이미 건진법사, 천공스승 등 온갖 술사·법사·도사들의 이름이 함께 오르내렸죠. 손바닥 왕자를 두고도 이웃집 할머니가 써줬다는 윤 당선자 해명과 달리 건진법사가 써준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천공스승의 용산 관련 동영상도 요즘 다시 회자된 바 있죠.

 

윤 당선자 부인 김건희씨가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의 통화에서 ‘청와대 영빈관 이전’과 관련해 확고한 의지를 밝힌 대목도 새삼 다시 조명을 받았는데요.

 

이명수 “아 그래. 근데 그거 좋은 거는. 누나, 저기 내 아는 도사 중에, 이 사람 누구지 이름은 내 잊어버렸는데, 총장님이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고. 근데 그 사람이 청와대 들어가자마자 영빈관을 옮겨야 된다고 하더라고.”

 

김건희 “응. 옮길 거야.”(2021년 12월11일치 녹취)

 

[논썰] 풍수가 의식을 지배했나? 윤석열 당선자 졸속·불통에 ‘역풍’

 

물론 앞에서 보셨듯, 윤 당선자는 무속이나 풍수지리의 영향이 아니냐는 의문을 일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단 하루도 청와대에 머물지 않겠다’며 이렇게 집착하듯이 집무실을 옮겨야 하는지 분명하고 합리적인 설명을 내놓아야 합니다.

 

‘봄꽃 인파 몰리면 분위기 바뀔 것’ 정치적 셈법?

 

일부에선 윤 당선자가 대통령으로서 자신만의 업적을 집권 초기에 확실히 세우기 위해 집무실 이전을 밀어붙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전에 여러 대통령들이 구상했지만 현실적 이유 때문에 포기한 청와대 이전을 취임 첫날부터 실행하는 것만으로도 변화를 만들어낸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정치공학적 셈법 또한 깔려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지금은 많은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지만, 일단 청와대가 개방되면 지지층을 중심으로 청와대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고, 언론의 관심 또한 쏠리면서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는 겁니다. 또 지금 밀리면 취임 뒤에도 ‘거대 야당’에 밀려 정국을 주도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을 거라는 설명도 나옵니다. 윤 당선자 측근들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일제히 ‘새 정부 발목잡기’ ‘대선 불복’ 프레임을 들고나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기현 “이게 다른 곳으로 집무실을 옮기겠다고 한 것인데, 그 약속을 국민들이 믿고, 중요한 공약 중에 하나죠. 그래서 찍어주셨으면 지금 현 대통령은 그에 맞춰서 국민의 뜻에 따라서 예산을 편성해 주시는 것이 당연한 의무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예산 편성 안 해 주시니까 어찌 보면 이게 어깃장 놓는 것이다. 결국 대선 불복 아니냐? 이런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거죠.”(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23일 BBS ‘박경수의 아침저널’)

 

[논썰] 풍수가 의식을 지배했나? 윤석열 당선자 졸속·불통에 ‘역풍’

 

만약 지금 윤 당선자가 보여주고 있는 무모한 독주가 이런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라면 한시바삐 생각을 바꾸기 바랍니다. 국민은 바보가 아닙니다. 지금 제기되는 여러 중대한 우려들을 씻어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비록 청와대 봄꽃 구경이 시작된다고 해도 ‘졸속 이전’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따뜻해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민심 거스른 역주행’…보수진영에서도 비판 나와

 

윤 당선자는 검찰총장 시절 단 한번도 물러서지 않고 현 정권과 정면으로 맞선 결과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 성공의 경험에 기반해 이번에도 후퇴나 우회 없이 직진하면 이긴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은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그때는 검사로서 정권과 맞섰지만, 지금은 대통령 당선자로서 국민과 맞서야 합니다. 그것도 상대 진영만이 아니라 지지층을 포함한 국민 다수의 우려와 반대에 직면해 있습니다.

 

가령 보수 논객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도 다음과 같이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무슨 이유를 대든 이렇게 무리를 한 이유는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에 별 생각 없이 한 말을 물리면 체면에 손상이 된다고 밀어붙인 것 아니냐. 이런 태도가 진짜 제왕적 권력의 행태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나.” 보수진영마저 윤 당선자가 억지를 부리는 것으로 보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논썰] 풍수가 의식을 지배했나? 윤석열 당선자 졸속·불통에 ‘역풍’

 

직언은커녕 ‘용비어천가’만 부르는 측근들

 

윤 당선자가 이렇게도 민심을 읽지 못하고 독주하는 데는 직언은커녕 민심을 오도하는 측근과 국민의힘 지도부 책임도 큽니다. 집무실 이전을 주도한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NSC의 안보 공백 우려 표명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기는커녕 “역겹다”는 등 막말을 퍼부었죠.

 

김현정 “그러니까 박수현 수석 얘기는 일단 이전 자체에 대한 반대 절대 아니다. 그렇게 오해하시지 말아라라는 거고. 다만 5월9일 그 12시까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안보의 책임자인데, 최고 국군통수권자인데 1분 1초의 공백도 있어서는 안 되는데, 그 이전하는 단계에서 어떻게 그 공백을 보완할 것인가에 대한 어떤 설명도 지금 듣지 못한 상태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그냥 OK를 할 수 있겠느냐, 이런 말씀이셨거든요.”

 

김용현 “네. 앞으로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것은 저도 충분히 공감이 되고요. 그동안 사실 수십 차례의 미사일 발사를 통해서, 도발을 통해서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부가 도발을 도발이라 말하지 않았지 않습니까? 어떠한 대응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런 어떤 안보 위기상황에서도 NSC를 연 적도 없는 그분들이 어느 날 갑자기 방사포, 있지도 않은, 잘 확인도 안 되는 방사포 쐈다고 갑자기 NSC를 소집하고 안보 운운하는 이 자체가 굉장히 저는 역겹습니다. 좀. 이건 아닌 것 같아요.”

 

김현정 “지금 표현이….”

 

(2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논썰] 풍수가 의식을 지배했나? 윤석열 당선자 졸속·불통에 ‘역풍’

 

김용현 전 작전본부장은 대통령 경호처장으로 내정된 사람입니다. 경호 문제를 들어 갑자기 이전 장소를 광화문에서 용산으로 졸속 변경한 당사자입니다. 사태를 이 지경으로 몰고온 책임이 가장 큰 데도 자성은커녕 막말을 내뱉으면서 감정적 대응을 하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제2의 광우병 선동” 운운하면서 비판 여론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정치 초보인 윤 당선자의 독주를 말리기는커녕 “국가의 미래를 위해 내린 결단”이라며 ‘용비어천가’를 불러대고 있습니다. 윤 당선자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겁니다. 한심할 따름입니다. 윤 당선자가 이런 사람들에 둘러싸여 국민의 뜻을 외면하는 일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랍니다.

 

어쩌면 ‘취임 전 이전’에 제동이 걸린 지금이 윤 당선자가 독주를 멈추고 냉정하게 현실을 돌아볼 좋은 기회가 아닐까 합니다. 윤 당선자가 여기서 멈추지 못하고 역주행을 계속한다면 어느 순간 민심의 거대한 역풍과 마주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 모릅니다. 윤 당선자의 선택과 민심의 향배, <논썰>에서 함께 계속 주시하도록 하겠습니다.     기획·출연 손원제 논설위원

광화문 집무실 공약은 “재앙”으로

이전비용 496억원은 ‘대략적 견적’

경호· 보안 공사 “안 한다”→“검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 앞에 설치된 프레스다방을 찾아 취재진과 즉석 차담회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이 여론의 반발에 부딪치자 윤 당선자와 측근들이 ‘여론전’에 주력하는 가운데 졸속 추진 사례가 드러나고 윤 당선자 쪽의 ‘말 바꾸기’가 이어지고 있다.

 

윤 당선자가 ‘탈 청와대’를 공언하며 집무실을 광화문 청사에 두겠다던 계획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변경하는 과정부터 대표적인 ‘말 바꾸기’ 사례다. 윤 당선자가 지난 1월27일 공약을 발표하며 “충분히 검토했다”고 했던 ‘광화문 집무실’ 계획은 53일 만에 “재앙”으로 변했다. 윤 당선자는 지난 20일 집무실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당선인 신분으로 보고를 받아보니 광화문 이전은 시민들 입장에선 ‘재앙’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윤 당선자는 집무실 이전 비용이 496억원이라고 밝혔지만, 이 비용도 꾸준히 늘고 있다. 윤 당선자가 ‘용산 시대’를 선언한 이튿날인 지난 21일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집무실 이전에 따라 합참이 남태령 수도방위사령부로 옮겨가는 비용은 1200억원이라고 밝혔다. 윤 당선자가 전날 언급하지 않은 돈이었다. 이에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현재 합참 청사를 2010년 신축할 당시 1750억원가량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윤 당선자 쪽이 추산한 합참 이전 비용 1200억원은 12년 전 청사 신축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인 셈이다.

 

윤 당선자가 기자회견에서 밝혀 집무실 이전 최소비용으로 보도된 496억원도 정확한 수치가 아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우원식 의원이 기재부에서 받은 회신을 23일 보면, 496억원 산출의 상세 내역을 질의하자 기재부는 “이전 비용의 세부 내역은 국가재정법 제51조에 따라 각 부처에서 기재부에 예비비 신청을 하지 않았으므로 관련 자료가 없다”고 답했다. 496억원은 기재부가 공식적으로 산출한 비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액수는 인수위가 행정안전부와 국방부에 이전 비용을 요청하자 행안부와 국방부의 의뢰를 받은 기재부 담당부서가 집기 규모와 직급별 필요 면적 등을 감안해 뽑아준 대략적인 견적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 절대 머물지 않겠다’는 윤 당선자 뜻에 따라 그가 취임 뒤에도 사용하겠다는 서울 금융감독원 연수원(통의동) 집무실 보안 구상도 바뀌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전날 ”당선자가 ‘나를 위해서 돈을 들이라’는 스타일이 아니다. 혈세 쓸 필요가 없다”며 방탄유리 설치 등 경호·보안 공사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윤 당선자가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을 아끼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경호·보안 논란이 지속되자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방탄유리를 설치하는) 그 정도는 한번 검토해볼 대상 아닐까 싶다”며 태도를 바꿨다. 서영지 기자

 

“총리까진 과도한 욕심”…안철수는 안중에도 없는 윤핵관

 

권성동 “인수위원장한 뒤 총리?

요직 다 차지하려고 하면 문제”

‘안철수 불가론’ 도발발언 꺼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월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 들어서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첫 국무총리 자리를 놓고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윤석열 당선자 측근 사이의 신경전이 시작됐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측근) 중 하나로 꼽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진작에 거론된 ‘안철수 총리설’에 “과도한 욕심”이라며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권 의원은 23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무총리는 안 위원장이 가장 유력한 거냐’라는 질문에 “인수위원장 하면서 국무총리 하기에는…역대 그런 경우가 있었나”라며 “그런 경우가 없었던 것으로 저는 기억하는데 인수위원장을 하면서 또 국무총리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이어 “요직을 연속해서 맡는 것 자체가 너무 과도한 욕심을 부린 것으로 비치지 않겠느냐, 국민에게”라며 “단순히 그런 차원에서 분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김용준 당시 인수위원장을 첫 총리로 지명했지만 자녀 병역면제 의혹 등으로 낙마한 사례가 있다.

 

권 의원의 이날 발언은 대선 후보 단일화로 윤석열 정부의 공동운영 파트너로 인정받으며 예비여권 내부에서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안 위원장을 견제한 것이다. 안 위원장은 인수위를 맡게 된 뒤에도 인수위원 인선은 물론 향후 조각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 위원장 주변에선 총리 임명에 기대감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크지만, 안 위원장은 지난 14일 인수위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지금 현재 제가 맡은 일에 집중하자는 생각밖에 머릿속에 들어있지 않다. 국정 과제 전반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중요한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라 한눈을 팔고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안 위원장 쪽 관계자는 <한겨레>에 “국민들이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며 “저희로서는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지 섣불리 자리에 대해서는 어떤 마음도 갖고 있지 않다. 위원장도 현재 역할에 충실하실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의 핵심 측근인 권 의원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윤석열 정부 주요 보직의 후보자로 올라있다. 안 위원장을 견제하는 그의 발언이 ‘단순한 사견’으로 읽히지 않는 이유다. 후보 단일화 당시 합의됐던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을 위해 안철수 위원장은 국민의당 대표 자격으로 오는 24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만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여당이 될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핵관-안철수-이준석 세력 간의 치열한 각축이 예상된다.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