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수십억 대통령 관저 공사, 김 씨와 친분 아니면...”

조선  “부인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요구

 

중앙 “민생 행보도 좋지만 사과가 우선임은 뻔한 얘기”

 
 
▲9월 8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씨가 용산 대통령실에서 2024년 추석 영상 메시지를 촬영했다. 사진=대통령실
 
 

야당에서 김건희 씨를 ‘권력 서열 1위’라고 공공연히 부르는 가운데, 신문 사설도 연일 김 씨를 향하고 있다. 104개 주요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에 따르면 최근 3개월(6월14일~9월14일) 간 ‘김건희’가 언급된 사설은 32개 신문사에서 모두 444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김건희 씨에 대해 이른바 '조중동'의 논조가 비판적으로 바뀐 변화가 눈에 띄어 주목된다. 

김건희 씨 연루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에서 ‘전주’ 손아무개 씨가 방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가운데 동아일보는 14일 사설 <도이치 전주 유죄… 檢 ‘김 여사 폭탄 돌리기’ 명분 더 남았나>에서 “4년 5개월간 김 여사 처분을 놓고 ‘폭탄 돌리기’를 한 역대 검찰 수뇌부의 무책임이 기막힐 따름”이라고 썼다.

동아일보는 “김 여사의 계좌 3개가 주가조작에 동원됐고, 김 여사 계좌로 거래된 이 회사 주식이 40억 원 상당에 이른다. 증권사 직원이 주식 거래 내역과 금액을 김 여사에게 전화로 알려주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도 법원에 제출됐다. 김 여사가 ‘그분한테 전화 들어왔죠?’라고 언급한 부분도 있다”고 썼다.

이 신문은 “시세조종을 주도한 투자자문사의 컴퓨터에선 김 여사 계좌의 인출액과 잔액 등이 정리된 ‘김건희 파일’이 발견됐다. 항소심 판결문에는 김 여사 이름이 87차례나 등장한다. 김 여사가 단순한 전주 이상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나올 만한 정황들”이라며 검찰이 더는 ‘폭탄 돌리기’를 이어가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전 과정이 특혜, 비리, 조작, 불법으로 진행된 ‘용산 이전’> 사설에서 또 다시 김 여사를 겨냥했다. 이 신문은 “국가 최고 보안 시설인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를 주도한 사업자는 영세 인테리어 업체였다. 무자격 업자들에 하도급을 주었고, 정부는 준공 검사 서류를 조작했다”면서 “관저 공사 복마전의 시작은 ‘21그램’을 수의계약으로 선정한 것이다. 21그램은 김건희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 후원사”라고 썼다. 이 신문은 “영세 업체가 관련 면허도 없이 수십억 대통령 관저 공사를 따낸 것은 김 여사와의 친분이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며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

김건희 씨를 향한 우려와 비판은 사설에 그치지 않고 있다. 앞서 김대중 전 조선일보 주필은 10일자 칼럼에서 “윤 대통령에게 바라는 보수층의 옵션도 드러나고 있다. 부인 문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진솔한 대국민 사과다. 개혁의 과제들을 정리하고 지도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개인적 생각, 가족적 체면이 중요할 수 없다”고 썼다. 박정훈 조선일보 논설실장은 7월13일자 칼럼에서 “용산발(發) 뉴스 중 이해되지 않는 것은 다 김 여사가 개입했다는 말도 나온다”며 “크고 작은 스캔들이 잇따르면서 국정 곳곳에 김 여사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인상이 굳어졌다. 불길하고 또 불길하다”고 썼다.

한국일보도 14일 <‘도이치’ 전주 유죄, 김 여사 의혹 방어논리 무너졌다> 사설에서 “다른 전주들과 달리 김 여사 모녀만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 직접 ‘주포’(시세조종 총괄기획자)를 소개받았다. 김 여사 모녀가 도이치 주식 거래로 22억9000만 원의 이익을 얻었다는 검찰 의견서도 나왔다”며 “검찰의 엄정한 수사와 법리에 따른 원칙적인 처리만이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한 국정지지도를 언급하면서도 김 씨가 등장했다. 한국일보는 같은날 <매서운 추석 민심, 尹대통령 국정 전환 없인 출구 없어> 사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20%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전이 없다면 10%대 위험수위도 시간 문제”라며 “더욱 문제인 것은 지지율이 바닥인데도, 이를 신경 쓰지 않는 윤 대통령의 행보”라고 썼다. 

 

▲9월 10일 김건희 씨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각각 방문해 현장 근무자를 격려했다고 밝혔다. 사진=대통령실
 

한국일보는 “공천개입 의혹마저 불거진 김건희 여사는 명품백 수수에 대해 국민에게 해명, 사과 한마디 없이 단독·공개 활동을 재개했다. 심지어 마포대교 현장에서 자살 예방 조치 등을 공무원들로부터 보고받고 지시하는 등 공직자 배우자로서 부적절한 모습까지 거침없이 공개했다”고 썼다. 이 신문은 “국민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할 때 대통령 부부의 추석 인사도 반갑게 맞이할 수 있다”고 썼다. 

한겨레는 같은 날 <윤 대통령 취임 후 ‘최저 지지율’, 국민 경고 외면하면 민심 이반 더 커진다> 사설에서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이 유일하게 기댈 것은 국민 지지율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하는 대로라면 10%대로 떨어진다고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의원내각제 국가라면 벌써 ‘내각 총사퇴’를 했을 상황”이라고 썼다. 이 신문은 “이미 윤 대통령은 국정 동력을 대부분 상실한 사실상 식물 대통령 신세”라고 전한 반면 “김건희 여사는 명품 가방 수수에 대해 한마디 사과도 없이 마치 ‘통치하듯’ 공개 행보를 재개했다”고 썼다.

 

▲ 대통령실은 "지난 10일 김건희 여사는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각각 방문해 생명 구조의 최일선에 있는 현장 근무자를 격려했습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김 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가 지난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방문한 사진 18장을 대통령실이 공개했다. 야당에서 국정·공천 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법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하는 등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는 분위기인데 김 씨가 전면에 나서면서 다수 언론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는 김 씨에게 다른 역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관계 회복이 필요한데 관련해 김 씨가 고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12일자 한겨레 만평



검찰 면죄부에 김건희 여론 무시한 공개 행보?

경향신문은 4면 <김 여사, 여론 질타 아랑곳 않고 전면에…‘통치자 같은’ 현장 행보>란 기사에서 “김 여사의 행보는 통치자를 연상케 한다”며 김 씨가 “앞으로도 문제를 가장 잘 아는 현장의 목소리에 항상 귀 기울이겠다”며 “자살 예방을 위해 난간을 높이는 등 조치를 했지만 현장에 와보지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한강대교 사례처럼 구조물 설치 등 추가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한 발언을 함께 전했다.

경향신문은 “최근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국민권익위,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이어 검찰수사심의위가 불기소 권고 결정을 하면서 김 여사의 활동폭도 넓어지고 있다”며 “김 여사는 지난 3일 미국 상원의원 부부들을 청와대 상춘재에 초청해 만찬을 같이하며 자신의 생일을 축하받기도 했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과 함께 대국민 추석 인사 영상에도 다시 등장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 대통령실은 "지난 10일 김건희 여사는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각각 방문해 생명 구조의 최일선에 있는 현장 근무자를 격려했습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김 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대통령실



또 경향신문은 “한국갤럽의 9월 첫째 주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은 23%로 바닥 수준을 기록했다. 오만·불통 이미지에 의료공백까지 겹치면서 민심 이반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이 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은 굳이 여론에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한겨레는 4면 <명품백 면죄부 받은듯…김건희 여사, 사과없이 공개 행보>에서 “김 여사는 검찰이 명품 가방 수수 사건에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린 지난달 20일 이후 공개 일정을 부쩍 늘리고 있다”며 “지난달 22일엔 파리올림픽 선수단 격려 행사에, 지난 2일엔 미국 상원의원단 초청 부부 만찬 등에 참석했고, 6일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배우자와 함께 케이팝 엔터테인먼트사도 방문했다”고 전했다.


                         ▲ 12일자 한겨레 기사



한겨레는 해당 기사에서 야당의 비판을 함께 전했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수사 여론 속 잠행 중이던 ‘인스타 김건희’가 다시 등장했다”며 “‘황제 소환’에 종결 처리, 세탁 수사를 즐기더니 자기 마음대로 다 털었다며 정권 주인 행세를 다시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김건희씨가 다시 ‘대통령 놀이’를 시작하는 모양”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안혜리 논설위원의 칼럼 <김건희 여사의 민생 행보>에서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김 씨 사진들을 공개한 것을 두고 “당장 ‘대통령 같은 행세’라는 비판이 나왔다”며 “공개한 사진을 보면 어려운 일 하는 현장 근무자를 챙기는 민생 행보라기보다 어쩐지 상급자의 현장 시찰 느낌이 물씬 나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분명 ‘격려 방문’이라는데, 이런저런 뒷말이 나오는 건 결국 대다수 국민이 진정성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민생 행보도 좋지만 사과가 우선이라는 뻔한 얘기를 또 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했다.

한편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 <尹 대통령 위해 金 여사만이 할 수 있는 일>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준석 의원·한동훈 대표와 관계가 좋지 않은데 이를 개선해야 하기 위해 ‘김건희 역할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은 두 사람(이준석, 한동훈)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해 국정 동력을 축적하고 흩어진 여당의 정치적 기반을 재구축할 수 있다”며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된 소수파 대통령으로서 남은 절반 임기의 국정을 안정시킬 방안이 무엇인지 숙고했으면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특히 범여권 내부의 정치적 관계 정상화가 절실하다”며 “한동훈, 이준석과 인간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정치적으로라도 관계를 회복한다면 여권 내부, 나아가 국민에게 주는 상징적 의미가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은 김 여사일 것”이라며 “김 여사가 대통령을 위해 두 사람과의 관계 회복을 고언했으면 한다. 김 여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 정철운, 장슬기 기자 >

윤석열, 특조위원 지각 임명…특별법 통과 4개월만
유가족 측의 "거리 투쟁" 최후통첩에 마지못한 듯

예산‧조사원 확보 등 특조위 본격 가동 갈 길 멀어
"특정 세력이 유도‧조작한 사건" 망언했던 윤석열

여당 몫 위원들 이력 보면 향후 운영 및 성과 불안
이상철, 세월호 특조위원 이어 박근혜 변호인 출신
황정근, 행안부 경찰국 설치 활동…국힘 공천 신청
방기성, 고위공무원 재직 중 배우자 의혹 직위해제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중구 을지로1가 10·29 이태원 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 집'을 방문해 시설물을 살펴보고 있다. 2024.9.13. [연합]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마침내 위원 임명 절차를 마쳤다. 참사가 발생한 지 22개월,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된 지도 4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윤석열 정권의 갖은 방해 공작 속에 '직권조사 권한' 및 '압수수색 영장 청구 의뢰권' 등은 갖지 못한 채로 특조위가 출발하게 됐지만 이제 2022년 10월 29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미증유의 집단 압사가 발생한 원인과 이후 수습 과정, 후속 조치 등 참사 전반에 걸친 재조사 작업이 독립적인 기구에 의해 가능하게 됐다.

그간 아무런 설명도 없이 특조위원 임명을 마냥 미뤄왔던 윤석열 대통령은 12일에야 임명안을 재가하고 정부 인사 발령을 통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공식 발표를 안 하고 있지만 여당에서 이를 확인해줬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추석 연휴를 앞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1가 부림빌딩 1층 실내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기억·소통 공간 '별들의 집'을 찾아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과 시민대책회의 김덕진 대외협력팀장 등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추 원내대표는 "저희들이 특조위원 후보자들을 추천하고 검증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며 "어제 최종적으로 결정을 하고 임명도 돼서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조위가 조만간 구체적인 활동을 개시할 텐데 그렇게 되면 피해구제심의위원회나 여러 후속 조치들을 함께 상의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유가족분들과 참사로 불의의 사고를 당하신 분들의 마음을 헤아려서 '대한민국에서 절대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선 안 되겠다' 하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해서 살피고 조심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오후에 논평을 내고 "이제서야 임명이 이루어진 것을 유가족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도 "기다리던 공적 진상규명 활동의 첫걸음을 뗀 것은 분명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유가족들과 생존 피해자들이 가지고 있던 의문과 의혹이 조만간 해소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면서 "이제 정부는 인력과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고 특별조사위의 조사에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며 "진상규명을 지연시킬 수 있는 어떠한 일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했다. 아울러 "정부는 특별법에서 정한 피해자구제심의위원회와 추모사업위원회 구성, 참사 2주기 추모행사, 현재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별들의 집'이 11월 이후 장기적으로 이전하게 될 공간 조성 등 그동안 정체돼 있었던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고 이주영 씨의 어머니 최진희 씨가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관련 결심 공판에 참석을 앞두고 유가족을 대표해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읽다 눈물을 참고 있다. 2024.9.2. [연합]
 

앞서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여가 지난 2022년 12월 5일 당시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퇴를 건의하자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단박에 거절하고, 지난 1월 9일 국회를 통과한 특별법에 기어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이태원 참사에 대해 시종 음모론적 시각과 축소‧은폐 기조를 견지해왔다. 그러다 지난 4월 2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첫 영수회담을 가진 뒤에야 '영장 청구 의뢰권' 등의 삭제를 전제 조건으로 특별법을 수용했다.

이에 따라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은 지난 5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같은 달 14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21일부터 시행됐다. 특별법 부칙에 "대통령은 이 법 공포 후 30일 이내에 조사위원회 위원을 임명하여야 한다"고 못박고 있기 때문에 여야는 법정 시한인 6월 20일까지 특조위 구성을 마쳐야 했지만 국민의힘은 당시 국회 상임위 배분 문제 등 당내 사정을 이유로 시간을 끌다 마감 시한을 넘긴 7월 5일에야 여당 몫 특조위원 4명의 명단을 국회의장실에 제출했다.

국회는 의장(1명)과 여당(4명), 야당(4명) 추천 특조위원 총 9명의 명단을 즉각 정부로 보냈지만 그리고 나서도 윤 대통령이 일언반구없이 뜸을 들이는 바람에 시간이 마냥 지체됐다. 8월 중순에 인사 검증 절차까지 다 끝났는데도 차일피일하던 윤 대통령이 마지못한 듯 특조위 출범을 지각 승인한 것은 추석 연휴를 앞둔 13일까지 위원들 임명이 안 될 경우 다시 거리 투쟁에 나서겠다는 유가족들의 '최후통첩'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에서 기도하고 있다. 이날 추도예배에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추경호 부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도 함께 했다. 2023.10.29 [대통령실 제공]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전날 윤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 질의서를 통해 "정부에서 이태원 참사의 진실규명을 꺼려하는 것이 아니라면 특별법 시행 이후 수개월에 걸쳐 추천되고 인사 검증까지 마친 특별조사위원들의 임명을 미룰 이유가 없다"며 "다음주면 추석 명절이고, 이태원 참사 2주기도 불과 50일밖에 남지 않았다. 더 이상 특조위 설립과 구성이 지체되는 것은 유가족들에게 또 다시 큰 상처를 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추석 명절 연휴를 앞둔 9월 13일까지 특별조사위원들이 임명되지 않는다면 연휴가 끝난 직후부터 유가족들은 다시 거리로 나설 수 밖에 없다"며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통과될 때까지 행진, 단식, 삭발, 삼보일배, 오체투지, 전국 순회 대행진 등 거리에서 십수 개월을 보낸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다시 거리로 내모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께서 유가족들의 절절한 절규에 답해 주리라 믿는다"고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가까스로 위원 임명까지는 완료됐지만 특조위가 제대로 기능을 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특조위에서 일할 직원은 조사관을 포함해 60명 이내로 구성하게 돼 있는데 앞으로 시행령이 제정되고 예산을 배정받아 필요 인력을 채용하는 등의 설립 준비 작업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실제 진상규명 활동에 돌입하려면 11월~12월쯤이나 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조위 활동 기한은 1년이며, 3개월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

 

2017년 5월 2일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번째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으로 박 전 대통령의 대리인인 이상철 변호사가 들어가고 있다. 2017.5.2. [연합]
 

특조위가 가동돼도 여당 몫 위원들 면면을 살펴보면 얼마나 내실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세월호 특조위 때 전례도 있어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그나마 국회의장 몫까지 포함하면 여야 비율이 '4대5'로 야권 우위라는 점이 유가족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특조위원 4명은 장관급 상임위원인 이상철 변호사와 비상임위원인 황정근 변호사, 방기성 방재협회 회장, 이민 변호사 등이다.

특히 판사 출신인 이상철 변호사는 보수우파 성향 변호사들이 만든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세월호 참사 특조위 비상임위원으로 선출됐고,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 사태로 구속 기소됐을 때는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활약했으며, 2019년에는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차관급)이 됐던 인물이다.

역시 판사 출신인 황정근 변호사도 여당 측과 밀착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는 2022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를 위한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의 비대위 전환에 반발하며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는 국민의힘 쪽을 대리했다.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기현 대표 재임 시절엔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장까지 맡았다. 그러다 올해 4‧10 총선을 앞두고 사퇴한 뒤 고향인 경북 안동·예천 지역구 출마를 위해 공천 신청서를 냈으나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의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국민의힘 황정근 윤리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윤리위 첫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며 잇단 설화로 논란을 빚은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2023.5.1. [연합]
 

관료 출신으로 주로 행정안전부에서 근무했던 방기성 방재협회 회장은 김문수 경기지사 시절인 2010년 6월~2011년 8월 경기도 행정2부지사를 지내기도 했다. 소방방재청 차장, 제주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를 거쳐 국민안전처 안전정책실장으로 재직하던 2015년 배우자가 관내 모 기업 임원으로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고 직위해제됐다. 이 밖에 이민 변호사에 대해서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조사위원이었다는 점 외에는 경력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반면 야당 몫 위원들은 인권 분야 전문성이 두드러진다. 상임위원은 법무부 인권국장으로 일했던 위은진 변호사이고, 비상임위원은 법의학자인 성균관대 김문영 교수와 민변 이태원 참사 법률지원 TF 단장인 양성우 변호사, 그리고 정문자 전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등이다. 국회의장 몫인 특조위원장은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는다. 인권 전문가인 송 위원장은 한국공법학회 회장,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장을 지냈고 문재인 정부 시절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위원과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서울 중구 을지로 1가 부림빌딩 1층에 마련된 '별들의 집'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 영정이 걸려 있다. 2024.6.17.

 

서울 중구 을지로 1가 부림빌딩 1층에 마련된 '별들의 집'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 영정이 걸려 있다. 2024.6.17. 김호경 기자

 

 

이재명 용산역 귀성 인사에는 장애인단체 ‘이동권 입법’ 요청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추석 귀성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여야 지도부가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오전 각각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귀성 인사를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등은 이날 오전 경부선 KTX 기점인 서울역에서 귀성 인사를 했다.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모두의 힘 모두의 한가위’라고 적힌 어깨띠를 두른 한 대표와 지도부는 플랫폼에서 시민들에게 귀성 인사를 했다. 일부 시민은 “한동훈 화이팅” 등을 외쳤고, 한 대표는 답례로 손을 흔들었다.

한 대표가 귀성 인사를 하던 도중 2층 역사에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10여명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채상병 특검 발의하라!’라고 적힌 손팻말과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한 예비역은 한 대표에게 다가가 “약속하신 지 82일이 지났습니다. 특검법 발의해 주십시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지난 6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며 제 3자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했었다. 한 대표는 해병대 예비역이 ‘특검법 발의’ 손팻말을 건네자 이를 받아 동행한 의원에게 넘겼다.

해병대 예비역들이 “(특검법) 발의하라” 구호를 외치고 군가를 부르는 동안, 한 대표 지지자 모임인 ‘위드후니’가 적힌 부채를 든 시민 5∼6명이 예비역들을 향해 “길을 막지 말라”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장애인권리 입법 제정을 요구하는 장애인단체 회원 10여명도 한 대표에게 다가가려다 제지 당하기도 했다. 서울역은 “승강장이 혼잡하니 안전에 유의해 달라”는 방송을 내보냈다. 역사에는 정복·사복경찰들이 배치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지도부는 호남선·전라선 KTX가 출발하는 서울 용산역에서 귀성 인사를 했다. ‘국민건강 민생회복’ ‘희망가득 한가위’라고 적힌 어깨띠를 둘렀다. 이 대표는 플랫폼에서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하고 있던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에게 다가가 의견을 청취한 뒤 “잘 챙겨보겠다”고 했다.

13일 오전 서울 서울역에서 한동훈 국민의 대표가 귀성 인사를 하던 도중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10여명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채상병 특검 발의하라!’라고 적힌 손팻말과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 대표는 귀성객들과 악수를 나누며 행선지를 물었다. 한 어린이와는 두 손을 마주치는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추석 귀성인사를 하던 도중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의 7대 장애인권리입법 제정 호소를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신민정 고경주 기자 >

김민석 민주 수석최고, 강력 비난

“정상적 사법 원리 무차별 유린, 상대 수장 제거하려는 연성 친위 쿠데타가 본질”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수석 최고위원이 13일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를 “야쿠자를 동원해 자행된 일제의 명성황후 시해 사건과 같은 추악한 음모”라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 회의에서 “정상적 사법 원리를 무차별 유린하며 상대의 수장을 제거하려는 연성 친위 쿠데타가 이재명 대표 수사의 본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친일 매국 정권의 칼잡이 검찰에겐 정적 제거를 위해 어느 만행도 자행한 야쿠자의 피가 흐르나 보다”라고도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이같은 강경 발언은 오는 10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및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를 앞두고 내놓은 여론전 성격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 대표가) 하지 않은 말을 했다고 증언과 기록을 조작한 선거법 수사, 참고인 조사 내용을 조작한 대장동 사건 수사, 대화 내용을 왜곡 발표해 악마의 편집을 한 위증교사 수사, (이 대표가) 보지도 못한 리호남에게 돈을 줬다는 귀신 영화 수준의 대북송금 수사 등 윤석열 검찰이 쌓은 증거 조작의 모래성은 다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지검 규모의 검사들을 동원해 2년 반 가까이 이재명 제거 작전을 벌여온 정치 검찰 앞에 남은 것은 국민의 심판과 10년 이하 징역의 모해·위증교사죄 처단 등 법적 심판”이라고 덧붙였다. < 고경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