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꽃다발을 전달한 뒤 악수하고 있다.
2030세대 여성이 남성과 대비된 채 결집 양상을 보이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대신 이재명 대선 후보를 다수가 선택한 결과를 두고, 국민의힘에서 반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같은 날 윤 당선자는 “젠더 갈라치기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젠더 정책이 향후 새 정부에서도 ‘분란’의 요소로 부상할 조짐이 보인다.
윤석열 당선자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당선 기자회견에서 “젠더 성별로 갈라치기 한 적이 없다”며 “다만 남녀 양성의 문제를 집합적 평등이니 대등이니 하는 문제보다는 지금 이제 어느 정도 법과 제도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개별적 불공정 사안들에 대해 국가가 관심을 갖고 강력하게 보호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쭉 가져왔다”고 밝혔다. 여성할당제 등 차별 보완 기제보다 불공정이란 관점에서 역차별적 요소를 적극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정책 의지로 읽힌다. 윤 당선자는 이어 “선거 과정에서는 오해도 받고 공격도 받았지만 남녀의 성별을 갈라치기 할 이유가 뭐가 있겠나. 오해 마시고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여성을 더욱 안전하고 강력하게 보호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해왔다”고 마무리했다. 기자는 “젠더 갈라치기 전략”에 대한 배경 설명과 함께 “출구조사(에서 드러난) 성별 차이를 어떻게 통합으로 이끌지”를 물었다.
하지만 이날 윤 당선자의 기자회견에 앞서 이뤄진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주요 당직자들이 ‘젠더 갈라치기’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선거 초반부터 이어왔던 젠더 전략에 대해 “젊은 여성들, 20대 특히 30대 초반의 여성들에게 좀 더 소프트하게 접근하는 노력은 부족하지 않았나, 선거전략 과정에서도 조금 더 한번 돌이켜 봐야될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도 <교통방송>(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결과적으로는 이대남, 이대녀라는 그 젠더 갈등이라는 측면에서 이것을 더 도드라지게 했던 부분도 있었다고 인정을 해야 된다”며 “저희의 본뜻은 그게 아니었음에도 결과적으로는 젊은 여성들이 가졌을 만한 어떤 소외감이라든지 어떤 배타적인 감정에 대해서 앞으로 배려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는 선거 기간 동안 여가부 폐지, 무고죄 처벌 강화 등을 강조하고, 성인지 예산 개념 등을 비판해왔다. 선거 막판 외신과의 인터뷰에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답변했다가, 미완의 답변 서면이 전달된 것이라며 철회하기도 했다. 임인택 곽진산 기자
이준석 때문에 질 뻔?…젠더 갈등·호남 득표율에 책임론 ‘솔솔’
호남 목표치 ‘30%’ 절반에도 못 미쳐
안철수 대표 · ‘윤핵관’과 불편한 관계
화합 걸림돌 우려에 입지 흔들릴 수도
이 “젊은층 공 크고, 호남 득표율 최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갈라치기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밀어붙인 ‘이대남(20대 남성) 공략 작전’이 이번 대선의 패착으로 판명되면서 당 내부에서 ‘이준석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오로지 표 계산에 따라 갈등을 부추긴다는 외부의 질타가 이어질 때도 그는 승리를 자신하며 ‘세대포위론’를 주장했다. 그러나 출구조사 결과와 득표율을 보면 ‘이대남 몰입 전략’은 20대 여성 표심을 잃은 ‘악수’였다.
이번 대선에서 20대 표심은 성별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렸다.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20대 이하 남성의 경우 윤석열 당선자를 선택했다는 응답이 58.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선택했다는 응답이 36.3%였지만 같은 연령대의 여성에선 이 후보가 58%였고, 윤 당선자는 33.8%였다. 20대 이하 남녀 지지율을 합하면 전혀 ‘남는 장사’가 아니었다.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나쁜 선동’이라는 비판을 감수했지만 이를 압도할 만한 많은 표를 얻지 못했으니 이 대표로서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것이다. 당 내부에선 갈등을 조장하지 않고 젊은 여성 표심을 정상적으로 얻었으면 이렇게 박빙 승부로까지 내몰리지 않았을 거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젠더 갈라치기’ 캠페인을 반성하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0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젊은 여성들, 20대 특히 30대 초반의 여성들에게 좀 더 소프트하게 접근하는 노력은 부족하지 않았나, 선거전략 과정에서도 조금 더 한번 돌이켜 봐야될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앞으로 많은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대본부 대변인도 이날 <교통방송>(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결과적으로는 이대남, 이대녀라는 젠더 갈등이라는 측면에서 이것을 더 도드라지게 했던 부분도 있었다고 인정을 해야 된다”며 “저희의 본뜻은 그게 아니었음에도 결과적으로는 젊은 여성들이 가졌을 만한 어떤 소외감이라든지 어떤 배타적인 감정에 대해서 앞으로 배려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목표치를 30%로 잡았던 호남 득표율을 놓고도 뒷말이 많다. 윤 후보의 이번 득표율은 전북 14.42%, 전남 11.44%, 광주 12.72%였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호남 지역 역대 최고 득표율이지만, 이 대표의 30% 공언 탓에 전략 실패로 인식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지난달 18일 오후 대구 달성군 대실역 사거리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선거 유세를 펼치고 있다.
선거에선 승리했지만, 당내에서 ‘이준석 리스크’를 우려하는 지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후보 단일화를 통해 안 대표가 후보 사퇴를 결정하면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을 결의했지만 여전히 이 대표와 안 대표의 ‘불편한 관계’는 해소되지 않았다. 안 대표가 당내 주요 인사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 분란은 당 화합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대표가 윤 당선자들의 측근 그룹인 ‘윤핵관’들과도 사이가 좋지 않다. 국민의힘-국민의당 신설합당을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는 방식으로 이 대표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대표는 전략 실패에 따른 책임론을 의식한 듯 이날 페이스북에 “이번 선거 기간에 젊은 세대가 자발적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네거티브 대응 및 홍보물 제작 등에 기여한 공이 매우 크다”, “우리 윤석열 당선인에게 호남에서 역대 보수 후보 중 가장 많은 표를 주셨다. 목표했던 수치에 미달한 것을 아쉬워하기 전에 더 큰 노력을 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된다”고 적었다. 청년층의 선거운동 참여와 호남 최대 득표율이 자신의 공임을 에둘러 강조하며 책임론을 일축한 셈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거 결과가 좋아서 책임론이 확산되진 않았지만 조마조마한 상황은 여러 차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준석 리스크를 이준석 효과로 바꾸기 위해 이 대표도 마음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진산 김미나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을 찾아 꽃다발을 받은 뒤,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리면서 대선 과정에서 논란이 된 대장동 특혜 의혹과 윤석열 당선자 부인 김건희씨의 주가조작 의혹, 고발사주 의혹을 둘러싼 수사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선거 중립을 고려해 멈춰선 수사가 재개되거나 마무리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윤 당선자의 대선 승리로 그를 향한 수사기관의 칼날이 무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 당선자는 10일 국회 국민의힘 선거 상황실에서 당선 인사를 한 뒤, 집권 뒤 대장동 수사 방침을 묻는 기자들의 말에 “그 얘기는 오늘은 좀 안 하는 게 좋지 않겠나”라며 즉답을 피한 뒤 “제가 늘 말씀드리지만 그런 모든 문제는 시스템에 의해서 가야 할 문제 아니겠나”라고 답했다. 대장동 관련 의혹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된 사안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둘러싼 특혜 의혹뿐만 아니라, ‘50억원 클럽’으로 거론되는 정관계 고위 인사들이 얽힌 로비 의혹, 그리고 윤 당선자가 연루된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수사 무마 의혹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대장동 특혜·로비 의혹은 재수사 가능성이 점쳐진다. 윤 당선자는 선거 국면에서 언론 인터뷰나 방송 토론회 등을 통해 ‘대장동 사건 재수사’를 꾸준히 언급해왔다. 법조계에서는 윤 당선자가 취임하면, 검찰 수사팀을 새롭게 꾸려, 이 후보 등 이른바 옛 성남시 ‘윗선’ 인사들을 향한 수사를 어떤 방식으로든 벌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별검사(특검) 도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윤 당선자가 역대 최소 표 차인 24만여표로 당선된 데다, 집권 초기 여소야대 구조 속에서 국회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검찰 재수사가 이뤄지면 더불어민주당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국정운영 동력을 잃을 수 있고, 정치보복 수사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후보나 윤 당선자 모두 선거 과정에서 특검 도입을 찬성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으로 비비케이(BBK) 주가조작, 다스·도곡동 땅 차명 소유 의혹 등과 관련해 특검 수사를 받은 전례도 있다. 물론, 당시 특검은 관련 의혹을 모두 무혐의 처분하는 등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고,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재수사 끝에 2020년 대법원에서 관련 혐의가 인정돼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을 확정받았다.
반면, 특검 후보 추천과 수사 대상 등을 두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릴 공산이 커 특검이 무산될 것이란 반론도 만만찮다. 특히 윤 당선자 스스로가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수사 무마 의혹을 받는 상황이어서 정치적 이유를 들어 특검 도입을 반대할 수 있다.
윤석열 당선자 부인 김건희씨.
검찰이 수사 중인 윤 당선자 부인 김검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은 답보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는 등 지금까지 이 사건 가담자 14명을 재판에 넘겼으나, 김씨를 두고서는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밝혀왔다.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팀이 김씨를 단순투자자로 보고 무혐의 처분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자칫 ‘봐주기 수사’ 논란을 불러 특검 요구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수사팀이 성급하게 사건을 끝내지 못할 것이란 얘기도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 중인 고발사주 의혹은 2020년 4월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범여권 인사 등의 고발장을 전달한 인물로 지목된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는 손 검사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5개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발장이 전달될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당선자는 무혐의 처분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당시 대검찰청 ‘윗선’ 개입 여부를 끝내 밝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지난해 말부터 이 사건 수사를 사실상 중단하고, 대선 뒤 손 검사 기소 시점만 저울질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 공수처가 윤 당선자를 대상으로 한 ‘재판부 성향 분석’(판사사찰) 문건 의혹 수사와 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수사 의혹도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판사사찰 문건 의혹 수사는 공수처가 아직 첫발도 떼지 못한 상황이다. 고발사주 의혹 핵심 인물이자 이 문건 작성 책임자이기도 한 손준성 검사가 올해 초 건강 문제로 이달 초까지 조사에 응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힌 뒤, 공수처는 그를 한 차례도 조사하지 못했다. 공수처 수사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며 판사사찰 문건 작성을 지시한 윤 당선자를 본격적으로 겨누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공수처가 지난해 6월 윤 당선자를 입건한 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수사 의혹 역시, 수사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윤 당선자를 불기소 처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손현수 전광준 기자
대선기간 여야 주고받은 고소·고발건, 어떻게 처리될까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0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평가 속에 치러진 20대 대선 과정에서 여야가 주고받은 고소·고발 사건으로 대선 뒤에도 후유증은 불가피해 보인다. 통상 선거가 끝나면 여야가 ‘대승적 차원’에서 서로 합의해 고소·고발을 취하해왔지만, 이번에는 양당 두 후보의 표차가 0.7%포인트(24만7천여표)에 불과한 데다, 오는 6월1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대선 기간에 서로 제기한 고소·고발건은 최소 80여건에서 100여건에 달한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이재명 후보가 선출된 지난해 10월10일부터 지난 9일 선거일까지 민주당이 윤석열 당선자와 국민의힘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은 모두 57건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후보와 민주당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 수치를 밝히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법률지원단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관련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의 고소·고발이 이뤄진 같은 기간, 언론에 보도된 국민의힘 명의의 민주당 고소·고발 건수를 집계해보니 28건으로 파악됐다. 이 기간 언론에 보도된 국민의힘을 상대로 한 민주당의 고소·고발건이 29건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소를 포함해 국민의힘의 고소·고발 건수는 민주당과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두당이 주고받은 고소·고발 대부분의 혐의는 허위사실공표 등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의 녹취록을 둘러싼 각 당의 주장과 윤 당선자의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둘러싼 해명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새벽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들어서며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두 당이 고소·고발한 사건 가운데 일부는 이미 수사가 시작됐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은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 고발 사건을 선거 전담 수사 부서인 공공수사2부(부장 김경근)에 배당했다. “이 후보가 2003년 검사 사칭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누명을 썼다고 선거공보물을 제작한 것이 허위”라며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이 대검에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윤 당선자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부인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혐의(허위사실공표)로 민주당이 고발한 이양수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 등의 사건도 공공수사2부에 배당됐다. 앞서 지난달 말 김건희씨 ‘소가죽 종교행사 후원 의혹’을 제기해 허위사실공표로 국민의힘이 고발한 김의겸 민주당 의원 사건 역시 이 부서에 배당된 상황이다.
역대 대선을 보면, 선거가 끝난 뒤 여야가 ‘상생’과 ‘화합’이라는 명분으로 일괄적으로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것이 관례였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16대 대선이 끝나고, 이듬해 3월 민주당과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서로 합의해 대선 기간 고소·고발건 38건 가운데 34건을 일괄 취하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7년 대선 뒤에도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은 서로 고소·고발을 취하했다.
다만 이번에는 이런 관례가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두 당이 서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고소·고발한 사건이 대장동 특혜 의혹이나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대선 과정에서 첨예하게 맞붙은 사안인 데다, 6월1일 시·도지사, 지방의회 의원 등을 뽑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대장동, 주가조작 의혹 사건 등은 앞으로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풀이될 수 있는 만큼, 지방선거용으로 두 당이 취하하지 않을 수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미 수사에 들어간 사건은 정치권 취하 여부와 관계없이 검찰 의지에 따라 수사를 계속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검찰총장 시절인 2019년 10월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10일 오전 24만여표 차이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면서 사상초유 ‘서초동’에서 ‘광화문’으로 직행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현실화했다. 가장 큰 격변이 예고되는 조직은 단연 검찰이다. 문재인 정부 후반부터 한직 등으로 밀려나기 시작한 ‘윤석열 라인’이 전면에 재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윤 당선자가 검찰권력 복원과 전 정권 수사를 공언해온 만큼 여소야대 정국에서 측근 검사들을 앞세운 사정 드라이브를 예상하는 이들도 많다. 어느 한쪽도 흔쾌히 손을 들어주지 않는 냉정한 초박빙 민심이 확인된 만큼 윤 당선자가 곧바로 ‘검사본색’을 드러내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결국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검찰 내부에서는 예고된 편가르기 인사 태풍에 벌써부터 술렁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윤 당선자의 법무·검찰 인사 구상은 하반기 검찰 정기인사가 있는 오는 8월까지 당선자 본인과 캠프에 대거 포진했던 검찰 출신 측근 등을 통해 뼈대가 잡힐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통해 법무부·대검찰청 업무보고를 받고, 신임 법무부 장관 임명 이후 검찰 인사와 관련한 의견 교환 등이 있겠지만, 일단 정권 초반 검찰 인사의 ‘그립’은 당선자 본인이 확실히 쥐고 놓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자가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 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인사하고 있다.
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믿을 만한 검사’ 가뭄에 시달렸던 문재인 정부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가 비검찰 출신을 통한 검찰개혁을 기조로 잡기는 했지만, 이는 검찰 내부 사정에 어두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박상기 법무부 장관 기용을 통해 ‘윤석열과 그의 라인’이 정권 초반 검찰 조직을 장악하게 하는 ‘패착’으로 이어졌다.
인수위 없이 곧바로 임기를 시작한 문재인 정부 첫 검찰 인사는 열흘 만인 2017년 5월19일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 임명하며 시작됐다. 기수와 서열을 모두 깬 인사였다. 6월8일에는 정기인사 시즌이 아닌데도 ‘우병우 라인’으로 분류되는 일부 검찰 고위 간부들을 대상으로 좌천성 인사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검찰에 확실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고, 법무부는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과거 중요 사건에 대한 부적절 처리 등 문제가 됐던 검사들을 수사 비지휘 보직 등으로 전보했다”고 밝혔다. 이어진 7월28일 검사장급 이상 간부 정기인사에서는 조직 안정을 택하는 듯 했지만, 8월10일 중간간부급 정기인사에선 기수와 전공 등 기존 인사 패턴을 깨며 한동훈 등 ‘윤석열 라인’이 주요 보직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검찰 내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
윤석열 라인 누가 있나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라인 검사들은 윤 당선자의 입지에 따라 부침을 겪었다. 윤 당선자가 전임자보다 사법연수원 기수로 다섯 기수나 낮은 파격 인사를 통해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되자, 윤 당선자 측근들도 대거 요직에 배치됐다. 윤 당선자와 함께 검찰 내에서 대윤·소윤으로 불리던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 1차장에 임명됐고, 대검찰정 중앙수사부와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서 함께 일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은 3차장에 배치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3·4부장에는 신자용·양석조·김창진 검사 등 윤 당선자와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함께 일한 이들로 채워졌다.
윤 당선자가 2019년 7월 검찰총장으로 직행했을 때도 다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1·2·3차장검사였던 이두봉‧박찬호‧한동훈 검사는 윤 당선자를 따라 모두 대검으로 이동해 과학수사·공안·반부패강력부장 자리를 꿰찼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을 지낸 신자용·신봉수·송경호 검사는 각각 1·2·3차장으로 발탁됐다.
하지만 그해 9월 불거진 ‘조국 사태’ 이후 윤석열 라인 검사들은 비수사 보직이나 지방으로 밀려났다. 2020년 1월 취임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인사가 시작이었다. 명분은 특수통 윤석열 라인이 독식한 검찰 인사를 정상화한다는 것이었다. 2년여에 걸친 윤석열 라인의 주요 보직 독식에 불만이 많았던 일선 검사들 사이에선 무리한 인사는 아니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검찰 안팎에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 등에 대한 보복인사라는 비판도 거셌다. 이런 인사 기조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 취임 뒤에도 이어졌다.
‘한동훈 구하기’ 공언했는데
윤 당선자는 측근 검사들에 대한 인사 불이익을 ‘적폐’로 규정해 왔다. 검찰 안팎에서는 윤 당선자가 취임 이후 ‘측근 구하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양홍석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는 “검찰 인사의 ‘비정상의 정상화’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좌천됐던 특수통 인사들을 주요 자리에 복귀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측근들을 주요 보직에 전진 배치하는 인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윤 당선자 취임 이후 주요 보직에 발탁될 가능성이 있는 대표적 측근으로는 한동훈 검사장이 꼽힌다. 한 검사장은 2020년 1월 대검에서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발령 난 뒤 비수사 부서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전전했다. 윤 당선자는 지난달 9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한동훈 검사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할 수도 있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 검사장이 “피해”를 보면서도 문재인 정권에 맞서 “독립운동”을 했다고 평가했다.
임기가 시작되면 우선 국민의힘에서 친정부 성향이라며 공격해 온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교체 등 원포인트성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열흘 만에 ‘돈봉투 만찬’ 논란 당사자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밀어내고 윤 당선자를 앉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만 그때까지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하는 배우자 및 장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인사를 통한 수사외압’으로 비칠 수 있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칫 ‘검찰공화국’ ‘검찰통치’ 우려를 키울 수도 있어 지방선거 이후 정기인사 시즌에 맞춰 연쇄적으로 검찰 인사가 단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검찰 출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법무부 장관은 윤핵관?
윤 당선자가 첫 법무부 장관으로 누구를 임명할지도 관심사다. 문재인 대통령은 낙마한 안경환 교수를 포함해 교수(박상기), 청와대(조국) 및 정치인(추미애·박범계) 출신 등 비검찰 장관을 줄곧 기용해 왔다. ‘비윤석열 라인’의 인사 반발을 다독이고 거대야당을 상대로 검찰권력 복원과 전 정권 수사 등을 시도하기 위해 검찰 출신 인사나 검찰을 잘 아는 정치인을 임명해 이런 작업을 맡길 수 있다. 정치인 중에선 ‘윤핵관’으로 불리는 검찰 출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적절한 시점에 법무부 장관을 맡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당내 기반이 취약한 윤 당선자가 권 의원을 섣불리 내각으로 빼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김오수 검찰총장의 거취 문제도 있다. 임기제(2년) 취지를 살려 최대한 내년 5월까지 총장직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간 국민의힘은 김 총장의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된다며 공격해왔다. 윤 당선자 임기가 시작되는 5월10일 전후로 검찰총장 흔들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문에 김 총장이 문 대통령 퇴임 직후 스스로 자리에 물러날 가능성도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김수남 검찰총장의 경우 임기 7개월을 남겨뒀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틀만에 총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당선자는 검찰 인사와 수사 등 사정업무를 총괄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두고 보수정권 시절 줄곧 검찰 출신이 맡았던 민정수석을 통하지 않고도 검찰 조직을 직접 통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린 공약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내각 구성을 위한 인사검증 업무 등을 이유로 공약 이행이 흐지부지되거나, 폐지하더라도 유사 기능을 가진 조직이 생길 수도 있다.
“대통령까지 검사동일체되나”…검찰사유화 막아야
검찰 안팎에서는 인사 때마다 반복돼 온 편가르기 인사가 검찰총장 출신인 윤 당선자 취임 이후에도 되풀이 된다면 검찰 사유화 논란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2019년 검찰총장 취임 직후 때처럼 윤석열 라인을 또다시 주요 보직에 배치시킨다면, 이번엔 대통령이 검찰을 사유화하겠다는 얘기가 된다. 대통령에게까지 검사동일체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총장 재임 시절 정부와 각을 세우며 검찰 독립과 중립을 외쳐온 사람이 정작 인사권을 쥐고 측근을 주요 자리에 앉힌다면, 자신이 외친 말들은 결국 정치적 수사였다는 것을 자인하게 되는 셈”이라고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개혁입법특별위원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청와대에 줄 선 검사들이 승진하고, 청와대가 비공식 라인을 통해 수사를 지휘·통제하는 검찰의 정치화다. 검찰총장 시절처럼 자신의 측근인 특수부 검사들을 검찰 지휘라인에 배치시키고 승진시키는 인사를 반복할 것이 아니라 탕평·통합 인사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강재구 기자
윤석열 당선자 “통합과 협치…부정부패는 엄단”
20대 대통령 당선 인사 회견
“야당과 협치할 것” 강조도
인수위 비서실장에 장제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선 인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0일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어떠한 세력과 이념도 멀리하고 국민의 상식에 기반해 국정을 운영하겠다”며 “부정부패는 국민 편에서 엄단하고 법치의 원칙을 확고하게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과 번영의 시대”를 국정 운영의 목표로 제시했다.
윤 당선자는 이날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당선 인사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적 유불리가 아닌 국민의 이익과 국익이 국정의 기준이 되면 우리 앞에 진보와 보수의 대한민국도, 영호남도 따로 없을 것”이라며 “저 윤석열, 오직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민 통합과 지역감정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향은 모든 지역이 공정하고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우리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뒤돌아볼 이유도 없고, 오로지 국민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역대 대선 가운데 가장 근소한 격차(0.73%포인트)로 당선된 점을 고려한 언급으로 보인다.
여소야대 정국을 의식해 더불어민주당 등과의 협치도 강조했다. 그는 “국민을 위한 정치, 민생을 살리고, 국익을 우선하는 정치는 대통령과 여당의 노력만으로 불가능하다”며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출신인 윤 당선자는 특히 부정부패 척결과 법치를 내세우는 모습이었다. 그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부정부패는 네편 내편 가릴 것 없이 국민의 편에서 엄단하고, 우리 국민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는 법치의 원칙을 확고하게 지켜나가겠다”며 “시대를 관통하는 공정과 상식의 자유민주주의 정신과 법치라는 헌법정신을 되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장동 특검 도입’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모든 문제는 시스템에 의해서 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며 즉답을 피했다.
또 협치를 강조하면서도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듯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철 지난 이념을 멀리하고, 국민의 상식에 기반하여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언급했다. 윤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더불어민주당을 ‘운동권 족보팔이’ ‘좌파 운동권 정권’ 등으로 규정하며 비난한 바 있다. 그는 “따뜻한 복지도 성장 없이는 지속될 수 없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성장과 복지가 공정하게 선순환해야 가능하다”며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북한에도 원칙을 강조하며 강경한 태도를 밝혔다. 대선 기간 중 ‘선제타격론’을 언급했던 그는 “북한의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되 남북 대화의 문은 언제든 열어둘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참모 뒤에 숨지 않고, 잘못은 솔직하게 고백하겠다”며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을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윤 당선자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비서실장에 내정했다. 인수위원장으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윤 당선자가 안 대표와 만나 인수위 관련 내용을 협의한 뒤 위원장과 방향 등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장나래 기자
윤 당선자, 코로나 극복 최우선…“인수위에 대응 조직 둘 것”
정부 운영 밑그림 윤곽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 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을 찾아 소감을 말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10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당선인사와 첫 기자회견을 통해 신속한 코로나19 극복 의지, 강력한 국방력 구축을 통한 북핵 대응, 지역 균형 발전 등 세부적인 정부 운영 로드맵을 내비쳤다. 경제 정책에선 민간 주도와 성장을 강조하면서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중심의 경제로 전환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산층을 더욱 두텁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 코로나19 위기극복 조직 구성 예고
윤 당선자는 1호 공약인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세웠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당선자는 당선인사 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비과학적 방역지침 철폐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경제·방역·보건·의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인수위원회 내 조직 구성 방침을 밝혔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경제적 손실보상과 긴급구제를 포함해, 방역과 확진자들에 대해 바로 인수위를 구성하면서 검토에 들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자는 대선 기간 1호 공약으로 ‘코로나 긴급구조 및 포스트 코로나 플랜’을 내놓고 집권 100일 이내 코로나19 대응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며, 50조원 규모의 손실보상 재정자금 확보를 약속하기도 했다.
■ “한-미 동맹 재건”, 대일 관계는 “국민 이익 찾아야”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비판해온 윤 당선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안전과 재산, 영토와 주권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도발도 확실하게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국방력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당당한 외교와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 거듭나겠다”며 “한-미 동맹을 재건하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의 핵심 가치를 공유하면서 포괄적 전략동맹을 강화해가겠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으로 볼 때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외교의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당선 첫 일정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20분가량 통화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윤 당선자는 대중·대일 외교에 대해서는 “상호 존중의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고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만들겠다”고 원론적 입장을 견지했다.
윤 당선자는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가 ‘일본과 어떤 관계를 만들고 싶은가’를 묻자 “과거보다는 미래에 어떻게 하는 것이 양국과 양국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지 그걸 잘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용적 관점에서의 외교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 국민통합 위해 “균형발전 힘 모아야”…여소야대 국면 “민주주의 성숙 기회”
윤 당선자는 선거 개표를 통해 확인된 지역 구도 해소와 국민통합에 관한 질문을 받고 “국민통합과 지역감정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안은 모든 지역이 공정하게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여소야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민주국가에서 여소야대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삼권분립이라는 것도 어느 당이 대통령 행정부를 맡게 되면 또 다른 당이 의회의 주도권을 잡게 되고 하는 것이 크게 이상할 일이 없다”며 “여소야대 상황을 통해서 민주주의와 정치가 훨씬 성숙해갈 수 있는 그런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국민들을 위해서, 국익을 생각해서 하는 일인데 여당이든 야당이든 다 국가와 국민을 생각해서 일하러 우리 다 국회에 오신 분들이기 때문에 저는 믿는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의 지속 여부 등 현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는 “지금 정부에서 추진한 일 중 저희가 계속 이어서 해야 할 과제들은 그렇게 관리하고, 또 새롭게 변화를 줘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한 변화와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젠더·성별 갈라치기 한 적 없어…대장동 얘기는 오늘은 좀”
윤 당선자는 이번 대선이 예상 밖 접전 양상을 보인 이유로 지목된 ‘젠더 갈라치기’와 관련해선 “저는 젠더·성별로 갈라치기 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 당선자는 또 선거 기간 동안 공언해온 ‘대장동 의혹’ 수사와 관련한 질문에는 “대장동 얘기는 오늘은 좀 안 하는 게 좋지 않겠나”라며 “제가 늘 말씀드리지만 그런 모든 문제들은 시스템에 의해서 가야 할 문제 아니겠나”라고 답했다. 김미나 김가윤 기자
윤 당선자, 비서실장에 ‘핵관’ 장제원 의원 지명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장에 장제원 의원이 기용됐다.
윤 당선자는 1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와의 소통 채널을 지정하면서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을 언급했다. 장 의원이 비서실장으로 유력하던 상황에서 윤 당선자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를 확인한 것이다.
유영민 실장과 이철희 수석은 이날 축하난을 들고 윤 당선자를 예방했다. 유 실장이 “취임하시기 전까지 대통령님하고 당선인님하고 연락해야 할 일이 있을 수 있으니까 청와대 정무수석과 연락해서 핫라인처럼 그렇게 해주시면 된다”고 말하자, 윤 당선자는 “우리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하고 이 수석님하고 계속 통화하시면 되겠다”고 답했다. 이 수석이 “제가 (장 의원과) 법사위를 계속했다”고 말하자 윤 당선자는 “제가 중간에서 아주 편하겠다”고 화답했다.
윤 당선자는 또 “아침에 대통령님이 전화 주셨다”며 “정부 인수 문제를 잘 지원하시겠다고 가까운 시일 내에 대통령님도 좀 찾아뵈어야 할 것 같고 시간 내서 보자고 하시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빠른 시일 내에 대통령님 뵙고, 또 뵙고 나서 하다가 잘 모르는 게 있으면 연락드리고 하겠다고 말씀 드렸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탈원전 폐기’ 공약했던 윤 당선자…기후·에너지·환경 지각변동 예상
신한울 3 · 4호기 건설 재개, 수명연장 등 공약
탄소중립 시나리오 전력수급계획 수정 나설 듯
4대강 사업도 계승 뜻… 환경단체와 갈등 예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한국의 기후·에너지와 환경 분야는 어느 분야보다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변화의 시발점은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자는 10대 공약의 하나로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과 원전 최강국 건설’을 내걸고 당선됐다. 그는 ‘탈원전 백지화’를 공약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중단된 경북 울진 신한울 원전 3·4호기의 건설 재개를 약속했다. 노후원전의 수명 연장을 금지하기로 한 현 정부와 달리 운영허가 기간이 끝나는 원전에 대해서도 안전성을 확인해 계속 운전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당장 내년 4월로 허가 기간이 끝나는 고리 2호기를 포함해 고리 3·4호기, 한빛 1·2호기, 월성 2호기 등 윤 당선인 임기 중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 6기의 수명 연장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윤 당선자는 이처럼 원전 이용을 늘려 전체 발전원 중 원전 비중을 30%대로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 정부의 탈원전 시나리오에서는 현재 29%대인 원전 비중은 2050년에 6.1~7.2%까지 내려간다. 지난해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을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엔디시)로 확정하며 2030년의 전원믹스(발전원 구성)로 원자력 23.9%, 신재생에너지 30.2%를 제시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추진하는 한편 기존 기후·에너지 관련 주요 계획들을 원전 확대 계획에 맞춰 수정, 이른바 ‘탈원전 지우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2030년 NDC 달성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 원자력을 녹색에너지에서 배제한 환경부의 녹색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 등이 그런 것들이다.
현 정부는 지난해 유엔에 2030년 NDC를 제출했으나, 그것을 이행하기 위한 세부 계획에 해당하는 ‘감축 로드맵’은 아직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감축 로드맵 작성은 윤석열 정부의 과제로 넘어가게 됐다. 윤석열 정부가 작성할 감축 로드맵은 공약한 대로 원전 비중을 늘리면서 현 정부가 2018년 대비 14.5%로 잡아둔 산업 부문 감축률을 완화하는 방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윤 당선자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산업계 부담이 과도하다는 뜻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유승직 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학과 교수는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감축목표를 달성하려면 제일 먼저 감축 로드맵부터 만들어 이행해나가야 한다”며 “구체적으로는 전력 부문을 빨리 탈탄소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전력요금을 정상화해 온실가스 감축이 모든 국민들에게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게 제일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정상화는 많은 에너지 전문가들이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에너지 전환의 첫 단추로 꼽는 대목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가정용 기준)의 전기요금을 인상해 소비 효율화를 유도하고 확보한 재원을 에너지 전환 비용으로 활용해야 한다. 현 정부는 발전연료비 급등에도 전기요금을 동결해 한국전력의 적자를 부풀린다는 비판에 떠밀려 오는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하지만 윤 당선자는 “전기요금 인상은 탈원전 정책 실패의 책임 회피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4월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를 공약했다. 4월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는 윤 당선인이 취임도 하기 전에 현 정부가 한국전력과 협의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가 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가 공약대로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안전과 결부된 경제성 문제, 아직 본격적인 논의도 시작하지 못한 사용후핵연료 최종 처리 문제 등을 놓고 지역 주민·탈핵환경단체들과 법적 공방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 변호사는 “수명 연장을 하려면 국내외 최신 기술 수준에 맞춰 설비를 개선한 상태에서 안전성 평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월성1호기 소송에서 확인됐다”며 “그런 설비 개선 비용을 고려하면 경제성을 만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 이 기준의 적용을 요구하는 싸움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환경분야에서 주목할 것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다. 현 정부는 4대강 재자연화를 공약하고 일부 강에 설치된 보를 개방하는 등이 조처를 취해 왔다. 반면 윤 당선자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4대강 사업을 계승할 뜻을 밝혔다. 환경단체들은 윤 당선자가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사업 재자연화’ 공약도 백지화할 뜻을 보이자 강력 반발해왔다. 김정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서초구 자택을 나서면서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9일 실시된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윤 당선인은 10일 오전 6시께 개표를 완료한 가운데 48.56%, 1천639만여표를 얻어 당선을 확정 지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47.83%, 1천614만여 표를 얻었다. 득표차는 0.73%포인트, 24만7천여 표에 불과하다.
개표 중반까지 이 후보가 우세한 흐름을 보였지만 개표율 51% 시점에 윤 후보가 처음으로 역전하면서 0.6~1.0%포인트의 격차를 유지했다.
이 때문에 개표율 95%를 넘어설 때까지도 당선인을 확정 짓지 못하는 초접전 양상이 이어졌다.
이 후보는 오전 3시 50분께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선을 다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윤석열 후보님께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며 패배를 선언했다.
곧바로 윤 당선인은 서초구 자택에서 나와 지지자들 앞에서 “밤이 아주 길었다. 그동안 응원에 감사드린다. 고맙습니다. 시민 여러분”이라며 간략한 소감을 밝혔다.
헌정사상 최소 득표 차를 기록한 신승이었다.
1∼2위 후보 간 격차가 가장 작았던 선거는 1997년의 15대 대선 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40.27%의 득표율로 38.74%를 얻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상대로 39만557표, 득표율 차는 1.53%포인트차의 신승을 거뒀다.
이번 대선이 유력한 제3후보가 없는 가운데 사실상 보수와 진보의 일대일 구도로 치러지면서 진영결집이 극대화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지역·이념 갈등뿐만 아니라 세대·젠더 갈등까지 사회갈등의 골을 깊어진 것은 새 정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극심한 여소야대 의회지형 속에서 ‘협치’와 ‘통합’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는 민심이 표출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궤멸 위기로까지 내몰렸던 보수진영으로선 이번 대선으로 5년 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이로써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로 보수와 민주 진영이 10년씩 번갈아 집권했던 ‘10년 주기론’은 깨지게 됐다.
2년째 장기화하는 코로나19 사태가 출구를 찾지 못하면서 되레 집권세력 심판론으로 민심의 무게추가 쏠린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 본인으로서는 ‘장외 0선’ 출신으로서 처음으로 대권을 거머쥐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작년 6월 29일 정권교체를 기치로 내걸고 정치참여를 공식화하며 대선도전을 선언한 지 불과 8개월 만이다.
앞선 13∼19대 전·현직 대통령들이 국회의원직을 최소 1차례 이상 경험했고 대부분 당대표까지 역임하며 여의도 정치에서 리더십을 인정받은 것과 달리, 의회정치 경력이 전무한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에 파격 발탁된 검사로서 되레 정권교체의 기수 역할을 맡은 것도 역설적이다.
무엇보다 촛불 민심을 등에 업고 출범한 진보정권을 교체하면서 정치·외교,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분야에 걸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다만 코로나19 장기화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촉발된 경제·안보 위기 상황 속에서 새 대통령 당선인이 맞닥뜨린 도전과제는 만만치 않다.
이재명, 대선 패배 승복 선언…“모든 책임은 오롯이 제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10일 “모든 것은 다 저의 부족함 때문이다. 여러분의 패배도 민주당의 패배도 아니다. 모든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3시47분께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선을 다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윤 후보님께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 당선자께서 분열과 갈등을 넘어 통합과 화합의 시대를 열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검은 양복에 파란색 넥타이를 맨 이 후보는 이날 새벽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경기 성남시 자택에서 나와 민주당사를 찾았다. 그는 양복 안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한 에이(A)4 용지를 꺼내 읽었다.
이 후보는 “여전히 우리 국민을 믿는다. 우리 국민은 위대했다”며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도 높은 투표율로 높은 민주의식을 보여줬다”며 높은 투표율에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여러분이 있는 한 대한민국은 계속 전진할 것”이라며 “하루빨리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일상을 회복하게 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서영지 기자
윤석열-이재명 24만표 차이인데… 30만표나 쏟아진 ‘무효표’
안철수·김동연 사퇴 원인으로 풀이…‘불복 시비’ 우려도
20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인 9일 오후 대구 북구 대구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간의 득표 차보다 무효표 수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오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 올라온 개표 완료 결과를 보면, 이번 대선에서는 30만7542표의 무효표가 나왔다. 19대 대선 당시 무효표(13만5733표)나 18대 대선 당시 무효표(12만6838표)와 비교해 2배 이상 높은 수치일뿐만 아니라, 윤석열·이재명 후보가 얻은 표차보다 더 많은 수치다. 이번 대선에서 윤 후보는 1639만4815표를 받아, 이 후보(1614만7738표)보다 24만7077표를 더 받았다.
두 후보 간 표차보다 무효표가 더 많이 나온 데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가 투표용지 인쇄 시점 이후 사퇴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사전투표의 경우, 현장에서 투표용지가 인쇄되기 때문에 두 사람의 이름 옆에 ‘사퇴’라는 표시가 돼 있으나, 미리 인쇄된 본투표 용지에는 이런 표시가 없어 일부 헷갈린 유권자들이 두 사람에게 투표했을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두 사람 사퇴 전 이뤄진 재외국민 투표(2월23~28일 실시)에서도 무더기 무효표가 나왔을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또 지난 5일 사전투표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진·격리자 투표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진 것도, 무효표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이 일었던 제20대 대선이 0.73%포인트의 초박빙 격차로 끝난 상황에서, 후보 간 표차이보다 더 많은 무효표가 대선 결과 불복 시비를 불러일으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장나래 기자
윤석열 뽑은 이유 물어보니…‘정권교체’ ‘상대후보 싫어서’
대통령선거 사후 여론조사
윤 후보 뽑지 않은 이유는 ‘경험부족’ ‘무능무지’ 등 나와
유권자들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를 뽑은 이유로 ‘정권교체’를 가장 많이 들었다. 윤 당선자에게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들은 윤 당선자의 ‘경험부족’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은 이번 대선에 투표한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지난 10일 ‘대선 후보에게 투표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입니까’라고 물은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한 이유로는 ‘정권교체’(39%)가 가장 많았다고 11일 밝혔다. 다음으로는 ‘상대 후보가 싫어서/그보다 나아서’(17%)였고, 신뢰감(15%)과 공정·정의(13%), 국민의힘 지지(7%) 등이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유권자에게 투표 이유를 2개까지 자유응답하게 했다.
또 윤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에겐 투표하지 않은 이유를 물은 결과, ‘경험부족’(18%)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 ‘무능·무지’(13%)와 검찰권력·검찰공화국(6%), 가족비리(5%) 등이 뒤를 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게 투표한 이유로는 ‘상대 후보가 싫어서/그보다 나아서’(26%), 경험·경력(20%), 능력(18%) 차례였다. 반면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들은 ‘신뢰성 부족/거짓말’(19%)과 ‘도덕성 부족’(11%)을 이유로 들었다. ‘대장동 사건’과 ‘부정부패’는 각각 6%였다.
투표할 후보를 결정한 시기는 ‘투표일 기준 한 달 이전’이라는 응답이 66%(4주전 12%+두세달전 54%)였고, 투표일 당일(6%) 등 1주일 내에 결정했다는 응답은 24%였다. 윤석열 당선자를 찍었다는 응답자들은 62%가 ‘두세달 전’에 결정했다고 답했다. 이재명 후보자를 찍은 유권자들 가운데 53%는 ‘두 세달 전’에 결정했다고 했다.
투표할 후보를 결정하는 데 가장 많이 참고한 정보(2개 복수응답)로는 ‘텔레비전(TV) 토론’(46%)을 가장 많이 꼽았다. 신문방송 뉴스(29%)와 인터넷 뉴스(26%) 도 중요한 정보로 꼽혔다. 페이스북·카카오톡 등 에스앤에스(SNS)는 18%였고, 가족 주위 사람은 12%, 선거유세는 8%였다. 지난 2017년 19대 대선때는 ‘텔레비전 토론’이 59%, 신문방송보도가 23%였다.
한국갤럽은 투표한 후보를 밝힌 응답자에게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 보고 투표했는지’도 물었다. 응답자 가운데 69%는 ‘당선될 것이라 보고 투표했다’고 했고, 26%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응답자 전원(100%)은 ‘당선될 것이라 보지 않고 투표했다’고 답했다. 한국갤럽은 “연령별로 보면 50·60대의 77%가 당선되리라 보는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답했는데, 20·30대에서는 그 비율이 60%를 밑돌았다. 20·30대의 이러한 경향은 당선 가능성보다 특정 후보/정책 지지 표명 또는 저지를 위한 선택으로 읽힌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 90%, 유선 10%의 전화조사원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완 기자
4.83%p 서울 표차였다, 윤석열 승리의 ‘결정적 요인’
서울서 이재명 후보에 31만표 앞서
25개 지역구 중 14개 구에서 승리
부동산정책 반감으로 민심 이탈한 듯
마포-용산-성동 등 ‘한강벨트’도 높아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승리를 견인한 것은 서울 표심이었다. 윤 당선자는 서울 지역에서 이 후보를 4.83%포인트 차로 누르며 전국 승리 발판을 마련했다.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결과를 보면 윤 당선자는 서울에서 득표율 50.56%로 325만5747표를 얻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45.73%·294만4981표)를 31만표가량 앞섰다. 윤 당선자가 전국적으로 이 후보에 비해 24만7000여표를 더 챙긴 것과 비교해보면,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최대 접전지로 꼽혀온 서울 지역에서의 승리가 전체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사람의 전국 득표율 격차는 0.73%포인트에 불과하다.
구체적으로 보면, 윤 당선자는 서울 내 전통적 보수 우세 지역인 강남(67.01%), 송파(56.76%), 서초(65.13%)에서 표 차이를 크게 벌렸다. 세 지역에서 이 후보보다 29만4000여표를 더 받았다. 또 용산(56.44%), 성동(53.20%), 강동(51.70%), 영등포(51.64%), 중구(50.96%), 동작(50.51%), 양천(50.13%), 종로(49.48%), 동대문(49.16%), 마포(49.03%), 광진(48.82%) 등 서울 25개 지역구 중 14개 구에서 이 후보를 앞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선 때 서울 25개 구 전 지역에서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이겼던 것과 비교하면, 서울 민심이 보수정당 쪽으로 돌아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박빙 대결을 벌였던 2012년 대선 때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강남 3구와 강동·용산 등 5개구에서만 승리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감이 서울 민심 이탈을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보유세 부담이 컸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 윤 당선자의 득표율이 60%대를 넘었고, 마포구를 비롯해 용산, 성동구, 강동구 등 한강을 끼고 있는 ‘한강벨트’ 지역도 윤 당선자의 상승이 눈에 띄었다.
한편, 윤 당선자는 또 다른 최대 접전지 경기도에서는 고전했다. 경기도 내 시·군 31곳 가운데, 이 후보가 23곳에서 승리했으며 윤 당선자는 북한과 인접하고 고령 인구가 많아 보수세가 강한 경기 포천·연천·양평·가평·여주·이천과 도농복합도시 용인, 아파트 밀집지역 과천 등 8개 시군에서만 이 후보를 앞섰다.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