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북쪽에 인계하고 있다. 길이 17m에 이르는 오징어잡이 배인 이 목선은 2019년 11월2일 해군에 나포됐으며,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했다고 자백한 20대 북한 어민 2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7일 판문점을 통해 북쪽으로 추방됐다. 통일부 제공
남하하던 북한 선박을 쫓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경비정이 해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물러났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8일 “이날 오전 9시30분께 서해 백령도 인근 10㎞ 해상에서 북방한계선을 월선한 북한 선박 1척을 백령도로 예인해 관계기관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참은 “해당 북한 선박을 뒤쫓던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을 침범해 해군 고속정이 4회 경고통신 뒤 40㎜ 함포 3발을 경고사격해 퇴각 조처했다”고 설명했다. 해군의 경고 사격 3분 뒤 북한 경비정은 북방한계선 북쪽으로 올라갔다. 이날 북한 경비정은 북방한계선을 1㎞ 가량 넘어와 총 7분 가량 머물렀다.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북한군이 북방한계선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합참 관계자는 “당시 경고통신과 경고사격 등을 했고, 국제 상선통신망과 서해지구 통신망으로 대북통지문을 두 차례 보냈다”고 말했다. 합참 관계자는 “경고 사격에 대한 북한 상황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북방한계선 일대 북한 해안포 일부가 개방된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해안포는 평소 갱도 진지 안에 숨어 있다가 사격을 준비하거나 환기·습기 제거 때 포문을 개방한다.
길이 10m 가량인 북한 철제 선박의 용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선박에는 군복 차림 6명과 민간인 차림 1명 등 7명이 타고 있었고, 모두 비무장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기관은 이들을 합동심문하고 있다. 이들은 초기 진술에서 “항로 착오로 넘어왔고 귀순의사는 없다”고 강하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심문은 대공 용의점과 귀순의사 확인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합동심문 결과, 북한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는 사람은 북한으로 돌려보내고, 귀순 의사를 밝힌 사람은 탈북자 국내 정착 절차에 따라 남게 된다. 본인 자유 의사에 따라 신병처리 후속 절차가 이뤄지므로 관계당국은 이들의 의사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혁철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7일 오후 경기 시흥시 삼미시장 앞 유세 현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페미니스트’라 발언한 것을 놓고 8일 논란이 벌어졌다. 국민의힘이 발언 사실을 부인하자 워싱턴 포스트 쪽은 해당 답변이 실린 원문을 공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하필 ‘여성의 날’에 증오와 혐오의 정치도 모자라 거짓말까지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7일(미국 동부시각)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서면 인터뷰한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는 “윤 후보는 여성의 권리를 지지하지 않는 선거 캠페인으로 비판받아왔다”며 윤 후보에게 페미니스트인지 물었다. 윤 후보는 “페미니즘을 해석하는 방식은 다양하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의 하나로서, 성차별과 불평등을 현실로 인정하고 불평등과 차별을 시정해나가려는 운동을 말한다”며 “그러한 차원에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In that sense, I consider myself a feminist)고 답했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면서 일부 남초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빚어졌다고 한다. 이른바 ‘이대남’을 겨냥해 여성가족부 폐지 등 페미니즘과 거리를 뒀던 윤 후보의 기조와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공보단은 8일 오전 “워싱턴 포스트 기사는 선대본이 서면 답변하는 과정에서 행정상 실수로 전달된 축약본에 근거해 작성됐다”며 “그런 차원에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는 마지막 문장이 빠진 답변서를 ‘서면 답변 원문’이라고 공개했다.
미셸 예희 리 워싱턴 포스트 도쿄·서울지국장이 공개한 답변 원문. 트위터 갈무리
그러자 기사를 작성한 미셸 예희 리 워싱턴 포스트 도쿄·서울지국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에게 제공된 답변 원문을 공유하겠다”며 답변 원문을 공개했다. 이를 보면 윤 후보는 “페미니즘을 해석하는 방식은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토론회에서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의 하나로서, 성차별과 불평등을 현실로 인정하고 불평등과 차별을 시정해나가려는 운동을 말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으며, 그러한 차원에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리 지국장은 “우리는 기사 속에서 전체 답변을 그대로 인용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쪽은 최종 데스킹을 거치지 않은 답변서가 전달되면서 발생한 착오라고 다시 말을 바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그런 차원에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는 부분은 실무진이 답변을 써서 올렸던 것”이라며 “최종 데스킹 과정에서 (페미니스트 발언을) 빼자고 했는데, 워싱턴 포스트에 최종 데스킹 전 파일이 넘겨진 실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답변과 달리 국민의힘 공보단이 낸 서면 답변 원문에 ‘페미니스트’ 문장이 빠진 것에 대해서는 “너무 빨리 해명하려다 보니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백혜련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는 인터뷰 내용이 보도되자 지지자들의 반발을 의식했는지 ‘행정상 실수’라고 펄쩍 뛴다”며 “진실 공방이 되어버린 셈인데 결국 윤 후보의 거짓말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또 “윤 후보는 국경을 넘어 전세계 여성 앞에서 거짓과 무책임, 뻔뻔함을 그대로 펼쳐 보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재우 김미나 기자
여성의 날 ‘역주행’…윤석열 “여가부 폐지” 국힘 “더불어n번방”
별도 메시지 없이 ‘여성 관련’ 단문 공약 올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유세 현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메시지를 내는 대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성가족부 폐지” 등 그동안 자신이 공개했던 여성 관련 단문 공약들을 모조리 이어 붙여 올렸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커뮤니티 여론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더불어엔(n)번방”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성착취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텔레그램 엔번방 사건을 정치공세용 단어로 소비한 셈이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 “여성가족부 폐지”, “여성이 안전한 대한민국, 성범죄와의 전쟁 선포”라고 적힌 단문 공약들을 모아 올렸다. 각각 1월6일, 1월7일, 3월2일 공개했던 ‘여성 관련’ 공약들을 여성의 날을 맞아 다시 한 번 환기한 것이다. 또 경쟁 후보들이 이날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별도의 메시지를 내놓은 것과는 달리, 윤 후보는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도 않았다. 윤 후보는 1시간가량 지난 뒤부터 “탈원전 백지화, 원전 최강국 건설”, “시민단체 불법이익 전액환수”, “주적은 북한”, “사드 추가 배치” 등 다른 단문 공약들도 모아 올렸는데, 국민의힘 쪽에선 “여성의 날이라 (여성 관련 정책을) 제일 먼저 올렸을 뿐, 그간의 핵심 정책들을 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의 ‘여성의 날’ 메시지는 선거대책본부 이름으로 나왔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여성과 남성, 이분법적 구분에 가려졌던 일상의 어려움에 주목하겠다. 일부 여성과 특정 시민단체들이 정부의 지원을 독점하는 것이 아닌 여성 한 분 한 분이 체감하는 어려움을 해소할 맞춤형 정책 마련에 앞장서겠다”는 논평을 냈다. 국민의힘 여성본부는 “세계 여성의 날 정신으로 3월9일 여성의 힘을 모아달라”는 성명을 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한 공세의 수단으로 엔번방을 언급하기도 했다.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오전 확대선거대책본부 회의에서 “민주당이 선거 막판에 패색이 짙어지자 또다시 여론조사 수법을 들고 나왔다. ‘김만배 녹취록’ 영상이 올라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이재명 후보가 본인의 SNS에 링크를 걸고 퍼트려달라며 소위 ‘밭갈이’를 시작했고, 그것으로도 부족한지 추천수 조작이라는 범법 행위까지 동원했다”며 민주당의 ‘커뮤니티 여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텔레그램 비밀방에 2만명이 넘는 인원을 동원해 댓글 조작 지시를 내렸고 여기에 당직자와 현역 의원까지 가담했다는 사실이 한 제보자의 양심선언으로 밝혀졌다”며 “비밀리에 성범죄물을 주고받았던 엔번방 수법을 그대로 사용한 더불어엔번방이라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텔레그램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점을 들어 성착취 사건이었던 용어를 정치공세용 단어로 활용한 것이다. 김가윤 기자
10%p 압승 주장하는 국민의힘…투표율 끌어올리기 나서
국민의힘은 20대 대선을 하루 앞둔 8일, 10%포인트 안팎의 압승을 장담하고 ‘윤석열 대세론’을 앞세우며 굳히기에 들어갔다. 다만 사전투표 논란으로 부정선거를 우려한 전통 지지층의 투표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본 투표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무래도 막판 네거티브 공세가 거세기 때문에 이것의 추이를 살펴봐야 하지만, 윤 후보가 여론조사 블랙아웃 기간에 들어가기 전에 5∼8%포인트 사이 격차를 유지하고 있었다”며 “그때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던 분들이 결국 투표 성향을 정하게 되면 많게는 한 10%포인트까지 차이가 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교통방송>(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권 교체를 원하는 많은 분이 결집해서 이번에는 바꿔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과반이 아니라 50%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이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국민의힘은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가 여론조사 공표금지 직전에 이뤄졌기 때문에 파급력이 수치로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단일화 뒤 마음을 정하지 못했던 중도·부동층이 ‘정권 교체론’으로 기울면서 판세가 윤 후보 쪽으로 완전히 쏠렸다고 판단하고 있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단일화 전에는 박빙 우세였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단일화 이후 ‘정권교체론’이 대세가 되면서, 윤 후보가 꾸준히 우세한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수도권에서도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국민의힘 서울시당위원장인 박성중 의원은 <와이티엔>(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근 여론조사가 20개 있는데 서울만 가지고 평균을 내보니 한 7%포인트 정도 앞서고 있었다”며 “지난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부터 2030이 약간 기울기 시작했고, 이번 여론조사를 보면 20~30대의 윤석열 후보 지지가 높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이나 수도권 자체에서 여당에서 조직 총동원령을 내리기 때문에 (민주당에서) ’조직으로 동원하는 5%포인트 정도의 갭은 바꿀 수 있지 않겠느냐’ 자신감을 갖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사전투표 부실 관리’에 따른 전통 지지층의 투표 불신으로 본투표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오미크론 대확산에 따른 노령층의 ‘투표 공포’도 존재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우세한 판세를 유지하려면 최대한 지지층을 결집해야 한다고 보고 투표 독려에 집중하고 있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이날 확대선거대책본부 회의에서 “선관위의 무능과 편파에 대한 불신을 품고 있는 것을 잘 알지만, 그럴수록 더욱 압도적인 투표가 필요하다”며 “당 차원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부정선거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겠다. 선관위를 못 믿어도 저희 당을 믿고 투표장에 나가달라”고 호소했다.
‘김만배 녹취록’으로 제기된 윤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봐주기 수사 의혹’도 ‘민주당의 여론조작 의혹’으로 맞불을 놓으며 적극 차단에 나섰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녹취록 의혹은) 증거도 없는 생태탕 시즌2 같은 것”이라며 “한편으로 드루킹 사건과도 연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나래 기자
윤석열 “민주당 정권 독재 행태…투표하면 바꿀 수 있어”
공식선거운동 마지막 유세
대구선 “표 안 나와 코로나 때 대구 봉쇄” 지역감정 부추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유세 현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민주당 정권을 망친 사람들, 다수당 횡포를 주도한 사람들이 전부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몰려가 있습니다. 지금 제대로 심판해주시면 민주당도 살릴 수 있습니다. 제가 국민의힘과 일당독재할 순 없지 않습니까, 민주당처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8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마지막 대선 유세에서 “이제 대장정의 마라톤이 거의 끝나간다. 이제 스타디움에 들어왔다. 여러분의 응원과 압도적 지지로 이제 내일 결승선을 1등으로 끊게 도와달라”고 지지를 호소하며 이렇게 외쳤다. 그는 “어느 세력 누구에게도 빚진 것이 없다”며 “국민을 속이는, 민주주의 망치는 부정부패는 지위고하, 이편저편을 막론하고 공정한 사법 시스템으로 처리되게 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윤 후보는 대선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이날 최남단 제주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상행선’ 유세에 나서 ‘정권 심판론’을 부채질했다. 그는 부산 유세에서 “지난 5년 민주당 정권 일당의 독재 행태를 보면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 대한민국을 바꾸기 위해서는 한분도 빠짐없이 투표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날 유세 내내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 정부를 거칠게 비판했다. 특히 보수의 ‘텃밭’ 대구에서는 “(여당과 정부가) 표가 안 나오니까 2년 전 코로나가 창궐할 때도 대구를 봉쇄하고 손절하고 떠났다”는 말로 지역감정을 자극하며 지지층 총결집에 나섰다. 2020년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셌을 때, 문재인 정부가 대구를 고의로 외면했다는 주장인데,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가 2월부터 3주가량 대구에 상주하며 방역을 지휘해 사실과 다른 말이었다.
그는 민주당을 가리켜 “저 사람들은 자유민주국가를 지키기 위해 우리 청년들이 헌신한 전정비에 가서, 북한이 자기 생존 때문에 핵을 개발할 수밖에 없는 거라고 옹호하는 자들”이라며 “저들에게 국가안보와 국군 통수권을 맡기면 되겠나. 대구시민과 경북도민께서 분연히 일어나 이 나라를 지켜주셔야 된다”고도 했다. 윤 후보는 또 “이번 선거는 국민 여러분과 이 무도한 정치 파벌들과의 싸움”이라며 “또 한 번 저들에게 국정을 맡기면 이 나라 이제 망한다. 안보도 망하고 경제도 망하고 우리 청년들의 미래도 없고 나라 거덜난다”며 위기감을 조성했다.
제주 동문시장 유세에서는 “민주당 사람들은 제가 대통령이 되면 180석을 가지고 제대로 정부를 운영할 수 없게 방해하거나, 심지어 우리 당 이탈자들을 모아 저를 탄핵할 수도 있다고 떠들고 다닌다. 저는 ‘(민주당이) 하려면 해라’ 이거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제게는 가장 막강한 정치적 지지 세력이 있다. 바로 국민이다. 저의 정치적 지지 세력이 바로 주권자”라고 말했다.
대전 유세에서는 ‘대장동 의혹’을 꺼내들었다. 그는 이 후보가 ‘대장동의 ‘몸통’이라고 직격하며, “저 부정부패 몸통을 대통령 후보로 선출한 사람들이 깨끗한 사람들이겠나. 자기들이 교체 되는 것이 정치교체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부정부패하면 경제 성장할 수 없다”며 윤 후보는 이 후보의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공격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대장동을 봐라. 저렇게 권력과 손잡으면 순식간에 남의 돈을 만지는데 어느 기업인이 박한 이윤을 보자고 고생하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 유세에선, 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제공약으로 1930년대 미국의 뉴딜정책을 본떠 부자에게 세금 왕창 뜯어다가 재정을 투자하고 공공사업을 벌여 경기를 부양시키겠다고 한다”며 “당시는 대공황으로 은행과 기업이 전부 망했다. 지금은 정부가 나서서 감 놔라, 팥 놔라 하면 은행이고 기업이고 다 도망간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서울 유세에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정에 대해 공세를 퍼부었다. 그는 “이 민주당 정권이 서울 시정을 장악한 10년 재건축 재개발 다 틀어막고 서울의 집값이 폭등하지 않았냐”며 “이들이 집권 5년동안 28번의 부동산 정책을 고쳐왔다 하지만, 이건 전부다 쇼다. 자기 집 갖게 되면 국민들이 보수화되서 민주당 찍지 않는다 바로 이런 생각이 부동산 정책에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또 윤 후보는 “이 정부가 강성노조와 손잡고 철석 동맹 맺어서 정권 쟁취하고 계속 집권 연장을 노리고 있다”고 강성노조 때리기도 이어갔다. 배지현 김해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저녁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지지자와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주권자의 유용한 도구로 저 이재명을 선택해주시면 김구 선생이 못다 이룬 자주독립의 꿈,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못 다룬 평화통일의 꿈,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못다 이룬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의 꿈, 문재인 대통령이 꿈꾸고 있는 나라다운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내겠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8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유세에서 이렇게 외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대선을 앞두고 이뤄진 마지막 공식 유세에 ‘국민통합’의 상징을 담아 문 대통령이 선물한 넥타이를 매고 섰다.
그는 이 자리에서 “청계광장은 우리 국민께서 촛불을 높이 들어 이 땅의 민주주의를 바로 세운 그 역사적인 공간”이라며 “대통령은 지배자나 왕이 아니라 국민을 대표한 대리인이자 일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 나라 주권자, 국민의 손으로 증명한 순간이 있었다”고 말했다. 2017년 ‘촛불 혁명’을 상기시키는 그의 말에, 광장을 가득채운 6만명(민주당 추산)의 지지자들이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풍선을 흔들며 화답했다. 이 후보는 “대한민국 운명과 우리 국민의 미래가 달린 이 역사적인 대회전의 장에서 마지막 단 한 사람까지 참여해 ‘어게인 2002’ 승리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주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절박한 심정을 담은 듯 평소와는 달리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힘주어 말한 뒤 “국민 여러분, 우리가 이깁니다. 오는 10일 우리가 1700만 촛불로 꿈꿨던 나라, 국민의 주권이 온전히 실현되는 나라, 국민이 화합하는 새 나라에서 만나자”고 외쳤다. 이 후보는 이날 마지막 현장유세를 끝낸 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즐겨 불렀던 노래 ‘상록수’를 지지자들과 함께 부르기도 했다.
이날 이 후보는 서울 여의도에서 시작해 경기 고양→파주→인천→광명을 거쳐, 다시 서울 신도림역에서 청계광장→홍대입구로 이어지는 동선을 따라 거의 1시간 단위의 유세 일정을 소화하며 하루 종일 투표를 독려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우체국 앞 유세에서 “선거 판세가 안개 판세라고 한다”며 “문학진 전 의원이 3표 차로 떨어졌고, 고성군에서는 1표 차로 결정이 났는데 이번 선거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지지층의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그는 “압도적으로 이길 겁니다”라는 일부 지지자의 외침에도 “압도적으로 이기는 건 우리 소망”이라고 정색하며 “세상이 단순치 않다. 1분1초를 투자해, 1명이라도 더 투표할 수 있게 설득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인천 청라 유세에서도 “3월9일에도 에스엔에스(SNS) 선거운동은 해도 된다”며 “어쩌면 2표, 3표 차이로 결판날 수 있는 이 안개 상황을 여러분이 말끔하게 걷어달라”고 말했다.
또 ‘유능한 경제대통령’ 면모를 부각하며 2030 부동층의 마음 끌어오기에도 집중했다. 그는 이날 여의도 유세에서 “무지·무능·무책임하고, 남의 뒤나 열심히 파는, 과거로 퇴행하는 생각 가진 리더가 되면 나라가 어떻게 되냐. 절단난다”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직격했다. 그는 청년들의 주식 열풍을 의식한 듯 “청년들이 자산증식 기회를 가지려면 자본시장, 좀 더 나아가면 가상자산이 많이 활성화되고 투명화, 선진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후보는 “제가 주가지수 5000포인트 얘기하니까 ‘에게~’ 이런 사람도 있더라. 그런데 코리아 디스카운트만 제대로 극복해도 주가지수 4000포인트 넘기는 어렵지 않다”며 “기회를 주시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아니라 코리아 프리미엄 사회를 확실히 만들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또 “노동 생산성은 점점 올라가고 있는데 노동시간이 줄어야 삶의 질도 좋아지지 않겠냐”며 “칼퇴근하고 살아보자. 4.5일제를 한 번 향해 가보자”고 외치기도 했다. 아울러 “(근로시간과 무관하게 임금을 정하는) 포괄임금제로 남의 노동력을 공짜로 빼앗으면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세계 여성의 날’이기도 한 이날 유세 직전 디지털 성범죄 ‘엔(n)번방 사건’을 추적해 공론화한 박지현 선대위 디지털성범죄근절 특별위원장에게 꽃다발을 건네기도 했다. 서영지 기자
민주 ‘막판 역전’ 승리…‘김만배 녹취록’ 화력 집중하며 결집 호소
우상호 “상승세 분명…2.5%P 이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위기극복ㆍ국민통합 특별 기자회견을 하기 전 참석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대 대선 투표일을 하루 앞둔 8일, 더불어민주당은 선거 막판 상승세가 이어지며 근소한 차이의 승리가 예상된다며 지지층 결집에 총력을 쏟아부었다. 열세 지역이었던 수도권에서 최근 지지율 차이가 ‘박빙’으로 좁혀졌고, 냉랭했던 20∼30대 여성 표심도 이 후보 쪽으로 기우는 양상이 포착되는 만큼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우상호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아주 초박빙 상태이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정체, 이재명 후보의 상승세가 분명하다”며 “2.5%포인트 정도로 승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추세선이 좋다”며 “추세선의 상승도에 남은 기간을 곱하기 하는 방법으로 판별 분석을 해서 2.5%포인트 차로 이길 수 있다고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강훈식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은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3%포인트 정도 차 승리가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목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며 “(두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바짝 붙어있다. 조심스럽지만 저희가 조금 힘을 내면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역전승’ 전망을 가능케 한 막판 지지율 상승의 원동력을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와 국민의힘의 ‘성별 갈라치기’ 전략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역풍이 가장 크게 분 호남지역에선 그야말로 불이 붙었다”며 “서울에 지인들에게 전화해 이 후보 지지를 설득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고 말했다. 강훈식 본부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여당 대표가 된다면, 정말로 여성 정책이 후퇴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진 분들과, (민주당 선대위에 합류한) 엔(N)번방 추격자였던 박지현씨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합쳐졌다”며 “젊은층, 주부층까지 움직이고 있다고 자체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의 한 의원은 “이런저런 조사 결과에서 이 후보가 서울에서는 약간 뒤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국민의힘이 더 보수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권교체론이 워낙 높은 상태에서 치러지는 선거여서 ‘샤이 윤석열’은 적고, ‘샤이 이재명’은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투표장에 지지층을 끌어오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도 <뉴스타파>가 보도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녹취록을 근거로 ‘대장동 의혹의 몸통은 윤석열 후보’라고 주장했다. 김씨가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브로커 조우형씨를 박영수 전 특검에게 소개했고, 조씨는 박 전 특검을 통해 당시 주임검사였던 윤 후보로부터 수사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취지의 말을 한 만큼, 그간 이 후보 발목을 잡았던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의 화살을 ‘윤석열 책임론’으로 돌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우상호 본부장은 이날 “김만배 육성으로 윤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 핵심인물을) 봐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뻔뻔하게도 여전히 대장동이 이재명 탓이라고 떠든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강득구 의원은 이날 윤 후보를 직무유기 및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이 후보도 지지층 동원에 나섰다. 그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저는 언제나 3표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1표로 결론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하고 있다”며 “한분도 포기하지 말고 투표장에 나가서 대한민국 민주공화국 주권자로서 권한 책임을 실행해달라”고 말했다. 최하얀 송채경화 김윤주 기자
‘붕대투혼’ 송영길 “이재명, 내가 액땜 해주는 것 같다고 위로”
피습 하루 만에 붕대 감고 선거운동 복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위기극복·국민통합’ 특별 기자회견에서 전날 선거운동 중 괴한에게 둔기 피습을 당한 뒤에도 유세에 복귀한 송영길 대표의 손을 꼭 잡고 대화하고 있다.
“아이고 이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식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특별기자회견을 하던 중 하얀 붕대로 머리를 칭칭 감고 ‘등장’한 송영길 대표를 보고 이렇게 탄식을 내뱉었다. 송 대표는 전날 한 유튜버로부터 둔기로 피습을 당해 봉합수술을 받고 퇴원한 뒤 곧장 선거운동에 합류했다. 송 대표의 이런 ‘붕대투혼’에 보는 사람마다 “아이고” “괜찮냐”고 안부를 물었다.
송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망치로 뒤통수 공격을 받았으나 다행히 치명적 부위를 비켜났고 뇌출혈도 없어 오늘 퇴원해 마지막 유세에 동참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폭력과 혐오가 아니라 연대와 협력으로 세상을 변화시켜 나가겠다”며 “저희가 미워서 윤석열·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의 목소리도 새겨듣겠다. 정권교체를 넘어 정치교체로 상대방을 서로 악마화해 공격하고 헐뜯는 정치를 제도적으로 변화시키겠다”고도 했다.
송 대표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피습 하루 만에 유세 현장에 복귀한 이유에 대해 “그만큼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데 안 나올 수 없었다. 의사가 안정을 더 취하라고 했는데 내가 나가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전날 이뤄진 급작스러운 피습에 대해 “깜짝 놀랐다”며 “내가 키가 크고, 그분이 키가 작아 (둔기로 때릴 때) 빗나가서 그렇지, 내 키가 더 작았더라면 의사들이 큰일 날 뻔 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전날 둔기를 내려친 유튜버 표아무개(70)씨에 대해서도 “유세 때마다 앞에 있고 그랬다”며 “그분이 기억난다”고 했다.
송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온갖 악재를 겪고 있다. 지난해 말 인대파열로 인해 한동안 휠체어를 타고 선거운동을 다녔고, 지난달 4일에는 코로나19 확진에 이어 부친상을 당해 선거운동을 전면 중단한 바 있다. 송 대표는 이재명 후보가 “본인의 액땜을 내가 다 해주는 거 같다”며 얼른 나으라고 위로를 건넸다고 전하기도 했다.
송 대표는 이날 붕대를 가리기 위해 회색 비니모자로 쓴 채로 유세에 나섰다. 이 후보가 서울 여의도 유세장에 도착하기 전 먼저 여의도역 5번 출구에 나와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재명을 선택해주십시오. 국민통합, 위기극복 반드시 하겠습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목에 걸고 1인 유세를 했다. 서영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