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평양 상공에 한국 무인기가 침투했다는 주장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한국군의 입장을 비판하며 "우리 수도 상공에서 대한민국의 무인기 다시 발견되는 순간 끔찍한 참변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 부부장은 1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한국 군부가 "후안무치하고 유치한 변명으로 발뺌하면서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며 "군부가 하지 않았다고 뻔뻔스레 잡아뗀다고 하여 우리 국가에 대한 중대 주권 침해행위를 무난히 넘기고 국제사회의 우려의 시선을 피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부장은 "민간 단체에서 날려 보내는 무인기가 국경을 제멋대로 넘나들도록 군부가 식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면 분명 문젯거리"라며 "날아가는 새떼를 보고도 '북의 무인기'인줄 알고 덴겁해 신경을 도사리던 군부가 갑자기 소경이라도 되였단 말인가"라고 비꼬았다.
특히 "그들의 말대로라면 군대가 아닌 우리의 민간단체들이 무인기로 서울의 대통령실 상공에 정치선동 삐라(전단)를 뿌린다고 해도 문제로 되지 않는다는 소리"라며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질 때 한국 정부 특히는 군부 깡패들이 어떻게 핏대를 세우고 반응할지 지켜볼 생각"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평양 무인기 침투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군의 공식 입장에 대해 "한국 군부 자체가 이번 사건의 주범이거나 공범임을 스스로 자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우리는 이번 무인기 도발의 주체, 그 행위자들이 누구이든 전혀 관심이 없다"며 "다시 한번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만, 우리는 국경선 넘어 대한민국발 반공화국 정치 선동 쓰레기를 실은 무인기가 두 번 다시 공화국 영공에 침범할 때는 그 성분을 가리지 않고 강력하게 대응 보복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반복되는 도발 시 즉시 차례지게 될 대가에 대해 고민하고 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 외무성이 밝힌 바대로 서울과 대한민국의 군사력을 붕괴시키기 위한 우리의 공격개시시간은 현재 우리의 군사행동 계획에는 밝혀져 있지 않다"며 "그 시간은 우리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한국 정부의 태도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북한은 한국이 이달 세 차례에 걸쳐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하며, 남측의 "중대적 정치군사적 도발"에 대해 모든 공격력 사용을 준비 상태에 두고 있다고 11일 엄포를 놨다.
이에 우리 군은 "북한 주장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북한은 경거망동하지 말고 자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하게 응수했다. < 연합 모수진 기자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용빈 사무총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10.10 [연합]
김건희 씨의 공천 개입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국정감사에서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야당 의원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김용빈 사무총장에게 ‘조사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조사를 하지 않느냐’고 거푸 따졌다. 그러나 김 사무총장의 답변은 시종일관 모르쇠였다. 선관위가 대통령 부부를 수호하기 위한 기관이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김 사무총장은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로 임명 당시부터 중립성에 강한 의문이 제기됐다.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는 10일 선관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소방청,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을 대상으로 진행됐지만 주로 선관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김건희 씨 공천 개입 문제를 김 사무총장에게 물어보면서 질의를 시작했다.
-국민들은 대통령 부부가 공천에 개입했다는 명태균 씨의 말을 신빙성 있다고 본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진실을 가려야 한다. 국정조사나 청문회를 할 수도 있고, 창원지검에서 수사 중이다. 이 수사도 중앙지검으로 이관해서 전모를 밝혀야 한다. 그런데 선관위는 선거법으로 조사할 수 있고 고발을 할 수도 있다. (조사를 시작하면) 선관위가 특정 정권에 편입된 기구가 아니라 국민의 대변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선관위 조사권은 사전적 규제에 맞춰져 있다. 선관위가 조사를 진행하더라도 강제력이 없다. 만약 사실관계를 밝혀도 기소하거나 경찰에 송치할 수 없다. 또 수사기관이 하고 있으니 (조사를) 하지 않는 게 선관위의 기조다.”
-이러니 선관위가 공평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거다.
“우리가 조사해도 수사 판단은 경찰이 할 뿐이니 안 한다. 그리고 수사기관이 수사를 진행하면 선관위가 조사를 하고 있더라도 중단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노태악 위원장(오른쪽)과 김용빈 사무총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4.10.10 [연합]
대부분 질문과 답이 이런 식이었다. 민주당 박정현 의원이 “국민은 김건희 씨 공천 개입으로 걱정이 많은데 선관위만 무풍지대다. 대통령과 배우자가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바꿔라’고 말을 한 게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이에 김 사무총장은 “법률적인 상황만 말을 한다. (영부인이라는) 김건희 씨의 지위나 역할에서 책임져야 하는 의무 규정은 없다”고 답했다.
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공천 개입과 관련해 계속 새로운 사실과 혐의가 쏟아지고 있다. 이미 대통령 부부가 김영선 후보를 공천시키려고 청탁한 정황이 언론에 드러났다”며 “정치자금법 위반과 선거법 위반만 해도 너무 많다. 선관위는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기관이다.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선관위가 나서서 조사한 뒤 고발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사무총장은 “선관위는 최종적 유권 해석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선관위의 판단과 수사기관의 최종 판단이 다르면 결국 선관위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부정적인 의사를 비쳤다. 민주당 채현일 의원이 “명태균 씨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하자 김 사무총장은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대답을 회피했다.
김 사무총장은 ‘김건희 씨의 공천 개입을 선관위에서 조사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선관위는 강제적인 조사 권한이 없고 ▲수사기관이 이미 수사 중이며 ▲가정해서 하는 말에는 대답할 수 없고 ▲김건희 씨가 공천 개입으로 책임져야 할 위치가 아니라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과는 죽이 잘 맞았다. 국민의힘 조승환 의원이 “명태균 씨는 사회적으로 신빙성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이미 체납, 고발, 과태료로 신빙성을 잃은 상태고, 애초에 선과위는 고발이나 단속보다 선거 교육과 지도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생각하냐”고 선관위가 명 씨를 조사할 필요가 없다는 의도로 질의했다. 김 사무총장은 기다렸다는 듯 “동의한다”고 화답했다. 여당 의원이 명 씨를 ‘선거 브로커’라고 지칭하자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
행안위 국감에서는 김어준 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여론조사꽃’의 신뢰도를 문제 삼는 여당의 공세도 있었다. 국민의힘 김종양 의원은 “여론조사꽃에서 정치 편향성이 짙은 여론조사로 결과를 왜곡시키고 유튜브에 발표해 유권자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난 총선 때 서울 동작을과 해운대갑 지역구에 대한 여론조사꽃의 판세 조사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앞서는 것으로 나왔지만 실제로는 국민의힘 후보들이 당선됐던 일부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이에 김 사무총장은 "거기에 동의한다. 여론조사 기관이 어떤 정치 성향을 띄었을 때 그에 응하는 표본 집단의 편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로 인해 상호 간 여론조사 결과 값이 달라지는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호응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 관련 파문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11일 국민의힘 안팎에선 명씨의 역할 평가를 둘러싼 ‘진흙탕 싸움’이 벌어졌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명태균, 그의 말대로 2021년 오세훈 후보와의 서울시장 경선, 이준석 후보와의 전당대회는 의외의 현상의 연속이었다”며 두 선거에서 명씨가 여론을 조작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우선 나 의원은 “전당대회 초반, (내가) 여유 있는 1위였는데, 명씨와 관련된 여론조사 기관이 7번이나 전당대회 여론조사를 했다. 몇 번의 조사와 기사는 눈덩이처럼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을 굴려갔다”며 “난 참 이상하다고 생각만 했고, 후에 명(태균)이 개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라고 적었다. 이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부정선거론자가 되는 초기 증세”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나 의원은 다시 글을 올려 “부정선거 얘기가 전혀 아니다. 선거 전에 일어난 비정상적 여론조사를 말하는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이 의원은 곧바로 “원래 선거 지고 떼 쓰는 사람 많다. 그런 사람들을 통틀어 부정선거론자라고 하는 것”이라고 되받았다.
두 사람의 설전은 이날 저녁까지 계속됐다. 나 의원은 “명씨와 미리 여론조사 관련 얘기를 나눈 적 있나? 없나? 도움을 받았나? 안 받았나?”고 이 의원을 저격했다. 이 의원은 “여론조사 보도 시점 이전에 조사 완료되면, 통계 처리되면 대충 흘러나와서 많이 전해듣는다”며 “부정선거론도 좀 프로페셔날하게 하라”고 날을 세웠다.
나 의원은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2021년 경선도 문제 삼았다. 그는 “오 후보와의 2차 경선은 느닷없는 여론조사 100%로 진행됐다. 1차 경선에서 압도적 1위였던 내가 결국 압도적으로 패했다”고 적었다. 이에 오 시장은 페이스북에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명씨의 일방적 주장을 인용하여 자기 정치를 위해 편 가르기를 하고 자중지란하는 모습에 당혹스러움과 참담함을 느낀다”고 적었다. < 손현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