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인근 거리에 대남 안에 실려 있던 북한의 삐라(전단지)가 놓여 있다. 김건희 여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공동취재사진
북한이 날려보낸 쓰레기 풍선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경내에 떨어졌다.
대통령경호처 관계자는 “이날 새벽 북한의 쓰레기 풍선이 공중에서 터져 용산 청사 일대에 산개된 낙하 쓰레기를 식별했다”고 말했다. 또한 “안전 점검 결과 물체의 위험성과 오염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수거했다”며 “합동참모본부와의 공조하에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와 북한 쓰레기 풍선. [연합]
풍선에 실려 있던 전단에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사진과 함께 원색적인 비난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를 ‘사치와 향락의 현대판 마리 앙투아네트’라고 비유하고, 윤 대통령에 대해서도 ‘윤석열의 해외 행각은 국민혈세를 공중살포하는 짓’ ‘대파 값은 몰라도 되지만 핵주먹에 맞아 대파될 줄은 알아야 하리’라고 비난한 등의 내용이 담겼다.
북한 쓰레기 풍선 낙하물이 대통령실 청사 경내에 떨어진 것은 지난 7월24일 이후 3개월 만이다. < 장나래 기자 >
북 쓰레기풍선 낙하물 10여개 식별…대통령 부부 비난 전단 담겨
합참 "확인된 내용물은 대남전단…안전 위해 물질은 없어"
용산 청사 내에도 낙하…경호처 "합참 공조하에 지속 모니터링"
북한이 24일 새벽에 대남 쓰레기 풍선 약 20개를 부양했고 수도권에서 10여개의 낙하물을 확인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합참은 "확인된 내용물은 대남전단 등이며 분석 결과 안전에 위해가 되는 물질은 없었다"고 말했다.
대남 전단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담겨 있었고, 이 전단은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 일대에서도 발견됐다.
북한이 대통령 부부를 직접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이 담긴 쓰레기 풍선을 살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살포하는 대남 쓰레기 풍선에는 위치정보시스템(GPS) 장치가 달려 있어 특정 지점에 낙하물을 투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쓰레기 풍선 부양은 올해 들어 지난 5월 말을 시작으로 이번이 30번째다.
대통령경호처는 이날 언론 공지에서 "새벽 시간대에 북한 쓰레기 풍선이 공중에서 터져 용산 청사 일대에 산개된 낙하 쓰레기를 식별했다"며 "안전 점검 결과 물체의 위험성 및 오염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어 수거하였으며, 합참과의 공조하에 지속 모니터링 중에 있다"고 밝혔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내에는 지난 7월 24일에도 북한 쓰레기 풍선이 떨어진 바 있다. < 연합 김호준 곽민서 기자 >
'북 파병' 긴급 논의한 NSC회의 불참, 돌연 부산행 세계자원봉사대회 참석 뒤 초량시장서 '민생 행보' 작년 '서울 무인기' 침범 때 입양견 소개 장면 연상돼
군, 드론 전력 확충…'평양 무인기'는 과연 무관한가 정부 침묵 일관 속 유엔사, 왜 엄격한 조사 착수했나
'이상한 여유' 바라보는 대한민국 국민은 '극한 직업'
비정상의 정상화인가, 정상의 비정상화인가.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안전이 걸린 외교안보 사안이 돌출할 때 마다 공개된 대통령실 홍보사진을 보면서 굳어지는 생각이다. 세간에서는 "이러다 전쟁 나는 거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지만, 사진 속 대통령은 지극히 평화롭다 못해 초현실적으로 보인다. 북한이 '평양 무인기' 경고를 내놓은 뒤 22일 국가안보회의(NSC)까지 11일 간의 장면들을 돌려보자.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부산역 인근의 전통시장, 초량시장을 방문해 시민과 상인을 응원하고 격려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2024.10.22. [대통령실] 시민언론 민들레
22일 부산 초량시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10.22. [대통령실] 시민언론 민들레
사진 뉴스가 보여주는 장면들
평양 무인기 침범을 공개한 북한 외무성 '중대성명'이 나온 건 지난 11일. 그렇지 않아도 불안정한 '위협의 균형'이 유지되던 호수에 돌을 던졌다. 우리 국방부는 1시간 가량 멈칫하더니 "확인해 줄 필요가 없다"라는 입장을 정했다. 14일, 러시아 외교부가 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을 향해 "대북 도발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수교 34년 동안 일관되게 한반도 남쪽 국가와 정치적·외교적·경제적 관계를 중시했던 러시아가 보인 사상 초유의 파격이었다. 15일 북한이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 철도-도로의 북측 구간을 각각 60m씩 폭파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사진 뉴스'에 따르면 15일 모처럼 많은 일정을 소화했다. 제44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연세대 논술시험 문제 유출과 관련해 책임자 문책을 지시했다. 제주대 병원을 방문, 의료 대란의 현장을 점검하고, 제주에서 29번째 '민생토론회'를 열었다. 16일 하반기 재·보궐선거 투표를 했다. "바르게 살자"는 다짐도 내보였다. 17일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 참석, "바르게살기운동은 바로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제대로 건설하자는 운동"이라는 어록을 남겼다. 일상의 지속이었다. 안팎에서 제기된 안보 불안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물 위의 오리처럼 물 밑에선 발질을 계속하고 있었음이 다음 날 밝혀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열린 '27회 IAVE 2024 부산세계자원봉사대회' 개회식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2024.10.22 연합
18일 오후, '평앙 무인기'와 한반도 안보,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의 대한국 강경 태세를 일거에 뒤덮는 대형 뉴스가 서울에서 터졌다. 북한군 특수부대의 러시아 파병을 확인했다는 국가정보원의 대대적 발표였다. 대통령은 '긴급 안보회의'를 열어 "우리나라와 국제사회에 중대한 안보위협"이라며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한민국이 요동을 쳤지만, 국정원은 언론의 의혹에 침묵했다. 전형적인 신비주의 컨셉트였다. 그 덕에 대통령 탄핵 여론과 부인 김건희씨가 관련된 뉴스가 뒤로 밀렸다.
이달 초부터 북한군 시신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발견됐느니, 1만 1000명이 러시아에서 훈련을 받고 있느니, 하는 뉴스가 우크라이나 발로 나왔지만 세계는 흘려들었다. 전쟁 뒤 우크라 측이 허위, 과장 소식을 전한 게 어디 한 두 번이었나?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지원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의 안간힘으로 간주됐다.
"심각하다, 심각하다, 심각하다"
국정원 발표와 대통령의 긴급 회의 덕에 젤렌스키의 '외로운 목소리'가 힘을 받았을까? 놀랍게도 아니었다. 미국과 나토는 침묵했다. "사실이라면 우려되지만 아직 확인이 안 됐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결국 국내에서만 시끄러웠던 셈이다. 월요인인 21일, 대통령은 제79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을 다녀 온 뒤 드디어 안보 문제를 챙기기 시작했다. 안이 아니라, 밖을 향해 입을 열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통화를 한 뒤 방한 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교장관을 접견했다. 최근 한반도 안보 상황과 북한군 파병과 러·북 협력 정보를 공유했다, 고 한다. 뤼터 총장에겐 국정원 발표내용을 새삼 건넸다. 정보당국간 협력 사안을 굳이 대통령이 전달해주는 세심한 배려를 보였다. 대통령은 "북한군 파병이 한반도와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심각한 사안임을 되풀이 강조했다.
이날 외교부가 초치한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는 정부의 '북한군 즉각 철수' 요구에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은 대한민국의 안보 이익에 반하지 않으며 국제법의 틀 안에서 실현되고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강원도 강릉시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년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서 축사를 위해 단상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2024.10.17 [대통령실 제공]
22일, 마침내 긴급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의가 열렸다. 이번에도 긴급 회의였다. 18일 '긴급 안보회의'에서 달라진 게 없었다. 국내 언론이 나흘째 춤을 춘 뒤에나 연 회의가 왜 '긴급회의'인지 알 길이 없다. 국가안보실 고위 당국자들은 실명·익명을 넘나들며 "러·북 군사협력 진전에 따라 '단계별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엄중한 경고를 던졌다.
어찌된 일인지, 나토와 미국은 그럼에도 '북한군 파병'을 확인하지 않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이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단호한 조치'를 예고한 나라가 됐다.
'평양 무인기' 반응은 사뭇 달랐다. 모처럼 미-러가 어슷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러시아가 엄중한 '대남 경고'를 한 14일 유엔군사령부는 "정전협정에 따라 이 문제를 엄격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 과정에서 우리 국방부의 모호한 입장도 파헤칠 게 분명하다. 정부는 "확인 불가"를 외치지만, 유엔사 모자를 쓴 주한미군은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말한다.
심상찮은 반응의 유엔사
대통령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가 공개된 건 이즈음이다. '북 파병'이 국내외에 널리 알릴만큼 위중한 사안이라면서 이날 NSC 상임위회의에 불참했다. 부산세계자원봉사대회에 참석한 뒤 초량시장으로 달려가 상인과 악수하는 사진을 남겼다. 엄중한 안보 사안이 진행되는 시점에 대통령이 '기행'을 보인 건 처음이 아니다. 북한 무인기가 백주 대낮에 서울 상공을 침범한 작년 12월 26일 상황을 돌아보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2024.10.21 [대통령실 제공]
북한 무인기 5대가 침범, 이중 한대가 서울 도심을 비행했다는 상황 보고 뒤 24시간 동안 군통수권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대통령은 수석비서관들에게 입양견(새롬이)을 선보였다. 북한 무인기 1대가 오전 10시 25분 군사분계선 이남으로 넘어왔다는 첫 보고가 전달된 즈음이었다.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된 비행금지구역(P-73)까지 침범당했다. 그런데 NSC '긴급 회의'를 소집했어야 할 대통령이 국민 눈 앞에서 사라졌다. 김포, 인천 국제공항 민항기 이륙이 중단되고, 수도권 2600만 주민이 불안에 떠는 동안 대통령의 행적은 공개되지 않았다. 무인기를 요격하려고 긴급 출동하던 우리 군의 KA-1 경공격기 1대가 추락하는 사고도 있었다.
더 황당한 일은 다음 날 벌어졌다. 27일 국무회의에서 드디어 나타난 대통령은 "그동안 대체 뭐한 거냐"면서 진노했다, 고 한다. 전날까지 "안보실장(김성한)을 중심으로 실시간 대응을 했다"던 대통령실도 말을 확 바꿨다. 대통령이 "우리도 몇 배의 드론을 북쪽으로 올려보내라"고 지시, 군이 전날 정찰용 무인기 2대를 올려보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3일 한국방송에 나와 이를 새삼 소개하며, 당시 우리가 무인기 보낸 걸 "북한이 몰랐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침범한 26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비서관들과의 티타임 시간에 최근 분양받은 은퇴견 새롬이와 함께 들어서고 있다. 2022.12.26 연합
작년 12월 시작된 무인기 경쟁
작년 상황을 복기한 것은 멀리 보면 '평양 무인기' 사태가 이미 11개월 전 '서울 무인기' 사태에서 비롯됐다는 의혹이 짙다. 정부는 생뚱맞게 "무인기 대책부실은 전 정부 탓"이라고 우기더니 수십,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하고 공중 감시, 무인기 요격 자산을 확보했다. 그 끝에 대한민국이 기어코 북한과의 무인기 경쟁에서 승리한 것일까.
'평양 무인기' 사태 뒤 대통령의 행동 궤적은 1년 전의 의아함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했다. 대통령은 입양견을 소개하고, 전통시장을 둘러보는 데 국민은 왜 불안할까? 지금처럼 대한민국 국민으로 사는 게 '극한 직업'이 된 적이 있었나? 대통령은 한없이 여유로운 데 국민과 언론은 숱한 의문을 품은 채 불안한 안갯 속을 헤매이고 있다. < 민들레 김진호 기자 >
법원 “독일법·미국FCC 모두 3인 이상 출석해야 정족수 충족규정” 김효재 직무대행 3인 체제 때 野 위원 불출석 의결 안건도 위법 여지 140건 넘는 안건 처리, 언론계 “2인 체제서 의결된 모든 결정 위법”
▲ (왼쪽부터)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김홍일 전 방통위윈장, 이진숙 현 방통위원장. ⓒ연합
지난 17일 법원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인용한 MBC ‘PD수첩’에 부과된 과징금 1500만 원 처분을 취소하며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위법성을 인정했다. 법원은 “최소 3인 이상 구성원의 존재와 그 출석 기회가 부여된 바탕 위에서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동관·김홍일·이진숙 위원장의 2인 체제는 물론, 한상혁 위원장 면직 후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의 3인 체제 시절 김현 위원(야당 추천)이 위원회의 불법성을 주장하며 불출석한 채 김효재 대행과 이상인 부위원장만 출석해 의결한 안건들에도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난 8월1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모습. ⓒ연합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지난 17일 MBC가 과징금 부과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방통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MBC 승소 판결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지난해 11월13일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인용한 MBC ‘PD수첩’ <대선 D-1, 결정하셨습니까?>가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아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다며 1500만 원의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이후 지난 2월 김홍일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2인으로만 구성된 방통위는 과징금 처분을 의결했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확인한 결과 이동관·김홍일·이진숙 위원장까지 방통위는 총 140건 넘는 안건을 의결했다. 2023년 이동관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체제에서 의결한 주요 안건들로는 김성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강규형 EBS 이사 임명(8월28일), 이동욱 KBS 이사 추천(10월11일), 신동호 EBS 이사 임명(10월18일), 김병철 방문진 이사 임명(11월29일), YTN·연합뉴스TV 최다액출자자 변경 심사 기본계획(11월16일),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취지의 보류(11월29일), 방송3법 개정안 재의요구(11월30일), ㈜매일방송 재승인에 관한 건(11월30일) 등이다.
▲(왼쪽부터) 이상인 전 부위원장과 이동관 전 위원장이 방통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결하는 모습. ⓒ연합
▲(왼쪽부터)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과 이상인 전 부위원장이 국회 과방위에 출석해 이야기 나누는 모습. ⓒ연합
지난해 12월29일 취임한 김홍일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이 함께 의결한 주요 안건들로는 YTN 최다액출자자 유진기업으로 변경승인(2월7일), MBC 등 지상파방송사 재허가 세부계획(6월12일), KBS·방문진·EBS 이사 선임 계획(6월28일) 등이다.
지난 7월31일 임명된 당일 바로 출근한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KBS 이사 및 방문진 이사 후보자 선정, KBS 이사 추천 및 방문진 이사 임명 등을 강행해 졸속 심의 논란이 일었다. 이진숙 위원장은 출근 이틀 만에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된 상황이다.
▲(왼쪽부터) 김태규 부위원장과 이진숙 위원장이 지난 7월3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열린 취임식에 나란히 자리에 앉아있다. ⓒ연합
이동관·김홍일·이진숙 위원장의 2인 체제는 물론 김효재 직무대행의 3인 체제 시절 김현 위원(야당 추천)이 위원회의 불법성을 주장하며 불출석한 채 김효재 대행과 이상인 부위원장만 출석해 의결한 안건들도 살펴볼 여지가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독일 행정절차법은 위원회는 모든 구성원이 소집되고 과반이 참석해야 의결할 수 있으며 적어도 의결권한이 있는 3인 이상의 위원이 회의에 출석해야만 정족수가 충족된다고 규정한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의 경우 5인의 위원 중 3인 이상이 출석해야만 회의가 개의된다. 재판부는 “회의체 등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 2인을 초과하는 3인 이상 구성원의 출석을 의결 성립을 위한 필수 전제요건으로 보는 것은 비교법적으로도 일반적”이라고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회의 김성순 변호사는 22일 미디어오늘에 “이번 판결 취지에 있는 의사정족수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김효재 직무대행 시절 3인만 재직 중인 상황에서 2인이 출석해 의결했던 안건들도 위헌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2인 의결 안건 중에서도 방송사들은 의결 안건 중 침익적 손해에 대해 주로 위법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사 재허가·재승인처럼 방송사에 큰 문제가 발생하는 사건이 아닌, 절차적 하자가 제기되고 있는 YTN 유진기업 매각이나 공영방송 이사 해임 및 선임 안건과 같은 방송사들의 이익에 문제가 있는 안건들에 대해 취소 소송이 제기될 거라는 것이다.
▲ 방송통신위원회 2인 주요 의결 현황. 그래픽=안혜나 기자, 사진=ⓒ연합
고민수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22일 미디어오늘에 “해임됐던 이사 개인들이나 YTN 우리사주조합이 원고가 돼 소송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한 뒤 “수많은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인용 결정을 받은 원고들이 본안에서의 승소 가능성이 높아지겠다는 기대감을 높였을 것이고, 소를 아직 제기하지 않은 사람이라 해도 동일 사유면 승소 가능성이 높아지겠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즉각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8일 방통위는 보도자료를 내고 “위원 2인 체제와 관련해 국회의 위원 추천이 없으면 2인 체제가 강요되는데, 2인 체제를 부정하는 경우 중앙행정기관인 방통위의 기능이 마비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 방심위의 심의 제재 결정도 효력 자체가 발생될 수 없다”면서 “최근 헌법재판소가 7인의 심판정족수를 강요하는 헌법재판소법 규정이 기관의 마비를 초래하므로 이를 우려해 가처분을 통해 효력을 정지시킨 바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방통위 마비 방지를 위해 2인 체제가 불가피했다는 것.
같은 날 언론단체들은 여야가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안한 ‘방송법 범국민협의체’를 수용해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윤창현)은 “출구는 하나뿐이다. 국회의장이 직접 나서 두 번이나 제안한 국민협의체를 집권 여당이 수용하는 것뿐이다.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재개하라. 각 공영방송사의 특성에 맞춘 이사회 구성 방안과 특별다수제 등 과거 정부여당 의원들이 제안했던 내용까지 총망라하여 머리를 맞대라”라고 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이번 판결은 현행 방통위에 대한 사망선고다. 야당이 협력하지 않는 방통위는 아무 결정도 내릴 수 없고, 주요 기능의 마비 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불법적인 운영을 포기하고 모든 걸 원점으로 되돌려 방통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11월29일 YTN 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전경. 사진=미디어오늘
이동관·김홍일 위원장 체제에서 최대주주가 변경된 YTN 구성원들도 목소리를 냈다. 언론노조 YTN지부(지부장 고한석)는 “위법 2인 방통위에서 내린 가장 위법한 결정은 YTN 매각”이라며 “노조와 우리사주조합은 현재 위법적인 YTN 매각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 소송을 벌이고 있다. 방통위는 2인 체제 의결이라도 문제없다고 또 우길 테지만, 이미 행정법원이 명쾌한 결론을 내렸으니 소송의 결과는 뻔하다”고 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호찬)도 “그동안 방통위가 ‘2인 체제’라는 기형적 구조를 ‘합법’이라 억지 주장하며 제멋대로 내렸던 의사결정에 대해 ‘명백한 위법’이라고 명시한 첫 번째 본안 판결이자, 방통위의 위법적 방송장악 행태에 또다시 제동을 건 역사적 판결”이라며 “윤석열 정권이 2인 방통위를 통해 의결했던 모든 방송장악 행위도 무효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박상현)도 “이진숙 김태규 불법적 2인 체제 방통위가 임명 하루 만에 공영방송 KBS의 이사 추천을 날치기로 결정한 것 또한 위법적 의사결정이라고 보기 충분하다”고 했다. EBS지부(지부장 박유준)도 “방통위 2인 체제에서 결정한 모든 결정을 제자리에 돌려놓으라”고 했다.
언론노조 TBS지부(송지연 지부장)는 “이번 법리를 TBS에도 적용한다면, 동일한 방통위가 TBS에 ‘관계자 징계’ 등 법정 제재를 부과한 의결 역시 위법하다”고 했다. 방심위지부(지부장 김준희)도 “우리 지부는 이번 판결을 권력비판 언론에 대한 입틀막 심의에 혈안이 된 류희림 체제 방심위의 폭주에 제동을 건 사법부의 엄중한 경고로 평가한다”고 했다. <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대통령실 제공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지율 1%가 돼도 윤석열 대통령은 태도를 안 바꿀 것”이라며 외부 비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윤 대통령의 독선적 태도를 비판했다.
유 전 이사장은 22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윤 대통령과 정부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그냥 기괴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가 갖고 있는 상식이나 논리의 규칙을 적용해 설명하거나 이해하거나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이라며 “제 생애 이런 대통령을 만나리라고는 별로 상상 못 해봤는데, 백약이 무효다. 우리가 민주주의 정치에서 일반적으로 채택하는 규칙, 관행, 문화 이것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이사장은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통제를 못 하는 게 아니라, 통제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유 전 이사장은 빈손으로 끝난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회동을 ‘침팬지 사회’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만나는 게 무슨 뉴스냐. 어떻게 하면 이 난국을 탈출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머리 맞대고 상의하는 것이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다. 그게 상식”이라며 “면담 들어가기 전에 (여당 대표가) 면담인지, 독대인지 무슨 얘기 할 거라는 거를 흘리고, 대통령실에서는 푸대접하고 사진 이상한 거 내보내고, 이게 침팬지 사회에서 우두머리 수컷과 2인자 사이의 갈등 양상하고 똑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 전 이사장은 대통령과 여당 대표 간 갈등에도 여권이 분열할 가능성은 낮게 봤다. 다음 총선까지 남은 시간이 많은 데다, 지난 4월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여당 의원 대부분이 국민의힘 ‘텃밭’에 해당하는 영남권이어서 대통령과 각을 세울 유인이 적다는 것이다. 유 전 이사장은 “여기서 배신자 소리를 들으면 유승민 전 의원이나 이런 경우를 봤기 때문에 (여당 의원들이) 안 움직이는 것”이라며 “제가 보기에는 한동훈 대표가 (국민의힘 의원) 5명도 못 움직일 것 같다”고 말했다. < 심우삼 기자 >